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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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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6일 01시 10분 등록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제레미 리프킨 저/이희재 역/민음사


1. 책이 내게로 왔다.(감상)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자본주의 사회의 소유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예전에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21세기 버전이랄까? 그런데 깜짝놀란건 제레미 리프킨은 대학시절에 읽었던 '엔트로피'의 저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실증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찰력있는 분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앨빈 토플러를 포함한 다른 미래학자들이 주로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라면 리프킨은 개별 현상에 관통하는 본질적인 면을 보는 혜안을 제공해준다. 이를테면 전자는 포털(gatekeeper)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특성과 모습을 나열하는 반면 후자는 포털을 근대경제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과 비교를 하며 포털의 접속의 독점을 통한 사이버스페이스 문화의 상업화를 지적한다. 나는 이런 거대담론을 다룬 책이 좋다. 현상보다는 본질에 대해 접근한 책이 좋다. 그러나 연역적 추론에 의한 기계적 결론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치밀한 땅굴파기 작업을 통해 올려진 결과이어서 더욱 값진 책이다. 저자는 무려 6년동안의 작업을 통해 350권의 책과 1천여권의 논문, 5만장의 색인 카드와 2천개의 주석을 동원하여 철저한 고증을 시도한다.

바야흐로 자본주의는 그동안 주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시장이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뀐다. 근대 경제의 중요한 특징인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은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공급자와 고객의 단기 접속으로 변경된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의미하고, '소유'는 '영구적인 사용'을 의미한다. 접속의 시대에는 일시적인 사용에만 매달리게 된다. 소유를 부담스러워한다. 주문생산이 일반화되고 끊임없는 혁신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퇴물이 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밖에 없는 세상에서, 무겁게 소유하고 축적하는 방식은 점점 설 땅이 없어진다. 아웃소싱, 소형화, 저스트인타임재고, 임대, 부동산의 비중 감소 등은 소유에 중점을 둔 세계관이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다.

접속의 시대는 기업들이 많은 제품을 고객에게 파는 것을 포기하고 개별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상품에서 고객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CRM(고객관계관리)은 대세를 장악했다.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개인이 평생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상품화된다는 것이다. 일,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문화, 놀이를 상품화한다.

이렇게 인간의 삶, 체험, 즉 문화가 상품화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인간 공동체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문화는 상업 영역보다 먼저 나타났다. 경제는 인간성, 공감,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 낼 능력은 없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의 영역까지 완전히 상품화 시켜버린 문화자본주의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 기반을 갈아 없애려고 하는 모순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숙명적 존재이다. 문화의 상실은 사랑, 헌신 등 전통적 인간관계를 파괴할 것이다.

그렇다면 접속의 시대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단순히 접속권을 확대하고 교육 확대를 통한 정보격차를 줄여 나가는 방향에서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저자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건강한 시장 경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회적 신뢰와 문화적 다양성이 함께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리프킨은 지리적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장 깊은 인간의 교류는 언제나 지리적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접속'(Access)라는 단어 하나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낱낱이 파헤친 저자의 명석함과 부지런함에 탄성을 금할 길 없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막연히 '소유의 종말이 오면 좋은 사회가 오게 되는구나'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인간관계 마저도 상품화시키려는 자본주의의 무시무시한 욕망에 의해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소유에 대한 집착은 많이 없어졌다.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나에게도 소유의 종말이 왔나보다.


2. 역지사지(易之思之)-내가 저자라면

그동안 연구원 활동을 통해 읽었던 '가자, 아메리카로!' 같은 몇권의 책처럼 제목의 상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원제목은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인데 기존의 '노동의 종말'과의 일관성을 통한 마케팅 전략 때문인지 내용과는 무관한 작명이 되었다. 실제 내용은 접속에 관한 이야기고 소유에 관한 것은 군데군데 소유는 종말했다고 선언한 것 말고는 찾을 길이 없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과연 소유는 종말을 고했는가'하는 점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접속권을 소유한 포털의 위력과, 체인 가맹점에 대한 체인점주의 무소불위의 권한은 결과적으로 소유가 종말한 것이 아니라 '상품소유권'에서 '접속권'으로 소유의 내용만 바뀐것이 아닌가? 여전히 소유는 계속 중요하며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첫페이지를 넘기면서 줄곧 긴장과 흥분으로 읽어 내려갔지만 중반이후 문화자본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례 설명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책 후반에 저자가 문화와 인간관계의 상품화에 대한 경계와 함께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는 사실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리적 맥락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해야 하며 그 역할은 NGO, 시민단체가 담당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대안이다. 물론 얼굴을 마주보고 살갑게 부딪히는 것이 배움이요, 공감이요, 문화이다. 온라인 접속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오프라인의 만남이다.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시공간에서 남들과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 문화의 상업화의 야망을 저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리프킨은 앞으로 정치 세력은 글로벌 경제를 옹호하는 세력과 제3부문인 문화운동을 옹호하는 세력, 즉 시민단체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이 시민단체에 의해서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권력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진다. 기업과 시민단체 이외의 국가를 포함한 경제주체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뒷부분의 결론이 다소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 이 책의 옥의 티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판단해본다. '문화자본주의로 흘러가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3. 책에서 끌어다 쓰기(인용)


<1부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는 추세다.
근대 경제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은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단기 접속으로 바뀐다. (P11)

기업은 물적 자본을 자산이 아닌 단순한 경상비로 취급하게 된다. 가급적 소유하지 말고 빌리자는 인식이 뿌리내린다. 반면 지적 자본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이제 물적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적 자본은 여간 해서는 교환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지적 자본을 단단히 거머쥔 채 제한적으로 임대하거나 사용권을 빌려준다. (P12)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 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P13)

주문생산이 일반화되고 끊임없는 혁신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며 제품의 수명이 점점 단축되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퇴물이 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밖에 없는 세상에서, 소유하고 보유하고 축적하는 태도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P13-14)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노동 의식이 유희 의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P15)

개개인의 삶은 사실상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린다. 기업가는 이 새로운 개념을 고객의 <평생 가치 lifetime value>라고 부른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모든 순간을 온갖 형식으로 상품화할 경우 그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이론적으로 따지는 값이다. (P15)

문화 생산은 더 많은 인간의 활동을 상업 부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핵심적 사명으로 삼아온 자본주의 생활 방식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제품 생산에서 기본 서비스의 제공으로, 다시 인간관계의 상품화로, 마지막으로 문화적 체험에 대한 접속권의 판매로 경제적 우선 순위가 달라져 온 것에서 우리는 모든 관계를 경제적 관계로 만들려는 상업 영역의 집요한 의지를 목격한다. (P17)

다가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간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 고리로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 남겠느냐> 하는 것이다. (P19)

인류 문명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화는 줄곧 시장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 상업 영역이 문화 영역을 삼키기 시작하면 상업적 관계를 낳는 사회적 토대 자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P21)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한 제품의 정보 집약도가 크면 클수록 그 제품을 갈아치우기가 쉽고 그럴 필요성 또한 커진다. (P34)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길어야 18개월밖에 못 버틴다.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자신을 상대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옷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본부장 마이어볼드 (P36)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바뀌고 있다. - 앨빈 토플러 (P37)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반면 복잡한 첨단 기술에 들어가는 연구 개발비는 갈수록 늘어난다. 또한 새로운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데 추가로 투입되는 경비를 고려하다 보니, 많은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변덕스러운 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손실을 나누기 위해 자원과 비용을 분담하고 전략적 정보를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P38)

구체제가 클럽이었다면 신체제는 네트워크 - 타임 워너의 월터 잭슨 (P39)

할리우드는 수직으로 통합된 고전적 거대 기업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네트워크 경제로 변신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지식 집약 산업이 할라우드와 똑같은 납작한 원자 상태로 해체될 것이다. 할리우드는 그저 가장 빨리 거기에 안착했을 뿐이다. (P45)

인텔 회장을 역임한 앤디 그로브는 소프프웨어 산업을 감독, 배우, 음악가, 작가, 기술자, 자본주가 잠시 모여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극장에 비유한다. (P45)

문화 산업은 물리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경험을 상품화하고 포장하고 마케팅한다. 문화 산업이 재화로 쌓아두고 거래하는 것은, 현실을 모방한 세계와 의식을 고양시키는 세계로 잠시 접속할 수 있는 권리이다. 물건과 서비스를 상품화하던 것에서 경험 자체를 상품화하는 단계로 변모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이것은 더없이 이상적인 모델이다. (P47)


[3. 무게 없는 경제]

축적이 아니라 발빠른 회전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고 경제 활동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저축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으로 생각된다. (P59)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 - 언론인 프로드 무디 (P78)

네트워크 경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새로운 회계 모델에서 물리적 자본은 회계 원장의 자산 항목으로부터 비용 항목으로 이동하여 경상비로 처리될 것이고, 무형 자본은 자산 항목으로 이동할 것이다. (P83)

상품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 흘러간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다가올 접속의 시대의 특징은 개념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개념을 거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사람들도 이런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의 물리적 구현물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점점 많이 사게 된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생각을 관리하고 파는 능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P84)

가벼운 제품, 소형화, 부동산의 비중 감소, 저스트인타임 재고관리, 리스, 아웃소싱, 이 모든 것은 물질성에 역점을 두었던 세계관이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다. (P85)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중요하지만 상업성이 없는 사유는 어떻게 되는가?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P85)


[4. 지적 재산의 독점]

접속을 통해 유형,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주체들의 관계를 상품화하는 것, 이것이 곧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상업 활동의 핵심이다. (P87)

체인 가맹점은 사업체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사업체게 단기간 접속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데 불과하다. (P92)

업계에서는 수억 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공동으로 축적해 온 유전가 암호의 상당수가 앞으로 25년 안에 분리되고 규명되어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포장된 뒤 소수의 거대 다국적 생명과학 기업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P100)


[5. 서비스 세상]

모름지기 사물의 진가는 지닐 때보다는 쓸 때 발휘되는 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P114)

서비스라는 말은 약간 종잡기 어렵고 느슨한 범주여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품이나 건설이 아니고 일시적인 것, 다시 말해서 그 자리에서 생산되면서 소비되는 것,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를 '발 위에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을 돈 내고 사는 것"이라고 익살을 섞어 정의하기도 했다. (P125)

서비스는 물질이 아니며 손으로 만질 수 없다. 그것은 수행되는 것이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는 실행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보유하고 축적하고 상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자는 사는 것이고 서비스는 받는 것이다. 서비스 경제에서 상품화되는 것은 인간의 시간이지 장소나 물건이 아니다. 서비스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호소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사람의 접속도 점점 금전을 매개로 한 관계로 바뀐다. (P127)

재물을 생산하고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평가하는 유일무이한 기준점이 될 수 없는 세계를 우리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의지할 곳을 영영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인지도 모른다. (P127)

물품은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화를 거듭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물품의 가치는 물품을 구성하는 재료나 물품을 담는 통이 아니라 물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얼마나 접속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P128)

공급자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는 고객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식견을 빌려줄 뿐이다. (P137)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는 물건과 서비스의 상품화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인간 관계의 상품화다.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변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고객의 관심을 묶어 둔다는 것은 그들의 시간을 최대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145)

기업들이 한번에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포기하고 개별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곧 개인이 일평생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상품화될 수 있다는 잠재성에 주목함을 뜻한다. (P147)

마케팅 관점이 득세하고 소비자와의 관계를 상품화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를 관리하는 것은 생산 관점이 득세하던 시절에 노동자를 관리하는 것만큼니아 중요하고 긴요해졌다. (P153)

결국 제품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P155)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사회가 부를 낳는 자원을 기업에 위임한 것은 고객에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마케팅은 제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특이한 사업 기능이다. 모든 사업을 최종 결과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서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다라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와 소명이 모든 사업 부문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P158)

판매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구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면서 생산보다 마케팅이 우위에 서게 되었고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의 정보 기술은 고객과 평생에 걸친 상업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P159)

개인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요금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사람들에게 평생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관계의 최종 단계를 나타낸다.
우리가 가진 시간 중에서 조금이라도 남아도는 시간은 금세 모종의 상업적 연결 고리로 채워진다. 그래서 시간 자체가 가장 희귀한 자원이 되어버린다.
모든 노력이 상업적 서비스로 변질될 때 우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일종의 시간의 덫에 빠져들 위험성이 있다. (P166)

시간 그 자체를 사고 팔고, 삶이라는 것이 한낱 계약과 금전적 도구에 의해서 결합된 상업적 거래의 연속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때, 애정, 사랑, 헌신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전통적 상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P167)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P168)


[7. 삶으로서의 접속]

지리적 공간적 동일성에 늘 바탕을 두고 있었던 인간의 귀소 본능은 단기적 시간 경험으로 생활 공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의식에 밀려나고 있다. (P188)

사람은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재산으로 확인하고 또 표현한다고 헤겔은 믿었다.
헤겔의 세계관에서 일은 노동 행위가 아니가 창조적 표현이다. (P193)

다시금 강조하지만 접속의 시대에는 공간이 시간에게 밀려나며, 기업들이 더 많이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다. (P194)

집을 소유한다는 것으 곧 땅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이 심오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P197)


<2부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문화라는 것이 인간이 자기 주위에 엮어나가는 <의미망>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인간이 이 의미망을 해석하고 생산하고 유지하고 변형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 (P203)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공동체)의 철자가 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커뮤니티는 공동의 의견과 공동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있어야 성립한다. (P204)

인류학자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티나 문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립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상품화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요체인 문화도 필연적으로 상품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05)

공동체가 공유해 온 문화가 네트워크 경제에서 자꾸만 파편화된 유료 경험으로 쪼개지면서 접속권도 자연히 사회적 영역에서 상업적 영역으로 이동한다. (P206)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소임을 맡았던 예술은, 이제 광고 회사와 마케팅 전문가의 볼모가 되어 <생활 양식>을 파는 데 동원되었다. (P210)

살아 있는 체험은 상품 구체화의 최종 단계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살아 있는 체험은 자본 순환에서 최종 상품이 되었다. - 사회학 교수 노먼 덴진 (P212)

체험 산업의 성장은 산업 혁명이 생산한 물건의 효용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아직 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지 않고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 중에서 체험하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는다. - 미래학자 제임스 오길비 (P213)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경제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만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 경영컨설턴트 조셉 파인, 제임스 길모어 (P213)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산출량이 중요하지만 문화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연기가 중요하다.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모든 사람이 연예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P242)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고도 자본주의의 본질은 단순한 제품의 생산도 아니고 서비스의 수행도 아니고 정보의 교환도 아니다. 그것은 정교한 문화 상품의 창조다. (P261)

접속관계에 바탕을 둔 사회에서는 그 누구건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소유하고 네트워크에 이르는 통행로를 장악한 사람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P262)

동산과 부동산의 교환을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하는 중요한 변수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면 문지기의 기능은 접속의 역할을 이해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P267)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루브르 박물관이 폭격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MIT 언어학 교수 켄 헤일 (P272)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도 소멸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웨이드 데이비스 (P272)


[10. 탈근대]

과학은 객관적 현실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 기술은 객관적 현실의 결과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사유 재산은 정복에서 얻은 전리품을 분배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P279)

역사 의식이 붕괴하고 치료 의식이 부상하는 것은, 한 인간의 성취와 역사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는 잣대를 재산에서 찾던 세계가 막을 내리고, 개인이 얼마나 다채로운 심리적 경험을 했고 자기 변신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를 중시하는 세계가 부상하는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P301)

인쇄가 자율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관념이 싹트는 것을 도왔던 것처럼 컴퓨터는 관계를 중시하는 새로운 의식의 탄생을 북돋운다. (P308)

문화 상품과 체험을 파는 데 골몰하는 경제에서 개개의 영혼이 복수의 인격으로 파편화된다는 것은 문화 시장의 수가 앞으로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할 따름이다. 사람이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체험의 양이 곧 문화 상품의 시장 규모를 의미한다면 개개인이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P316)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통신 서비스에 대한 지배가 권력의 원천이 되고 통신에 대한 접속이 자유의 조건이 된다. - 다니엘 벨 (P324)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상호 의존성이 높은 복잡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의 형태는 사회 전체의 누적된 생산 자원을 이용하거나 여기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 개인의 권리이다. 소유 개념은 <접속으로부터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시키는 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P351)

인간 활동의 대부분이 상업 영역으로 옮겨지는 것이 현실화될 경우 접속은 그저 상업 영역 안에 끼여드는 행위로 협소하게 정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358)

문화는 상업 영역보다 먼저 나타났다. (P358)

모든 나라는 시장이라고 하는 제1부문과 정부라고 하는 제2부문을 중심으로 공공 정책을 운용하면서 문화라는 제3부문은 당연시한다. 사회 자본을 수립하고 시장과 교역을 가능하게 만드는 막중한 역할이 문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P359)

공감은 <타자의 인간성을 자신의 상상력 속에 끌어들이는 노력>을 요구한다. (P362)

경제는 문화와 인간성의 기본틀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와 감정, 다시 말해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P364)

전자통신이 매개하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 21세기에는 지리적 공동체 안에서 같은 인간끼리 직접 살을 맞대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을 모든 나라에서 만들어야 한다. (P372)

가장 깊은 인간의 교류는 언제나 지리적 공간에서 일어난다. (P373)

지리적 맥락을 박탈당한 문화 표현은 총체적 체험의 그림자일 뿐이다. 물론 그림자도 엄연한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즐거움도 줄 수 있지만 원래의 무용이 전달하려고 했던 대지와의 깊은 일체감은 맛볼 길이 없다. (P373)

인터넷에서 해당 정보를 클릭하는 것이 배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실의 시공간에서 남들과 살을 맞대고 어울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배움의 일부분이다. (P375)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 가치와 효용 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 구도에 흡수된다. (P379)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21세기의 중요한 두 사회운동이다. (P380)

의식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국지적으로 (P383)

나는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창문을 굳게 닫아놓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온 세계에서 불어오는 문화를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밖에서 불어온 문화에 덩달아 휩쓸려 가지는 않겠다. - 간디 (P383)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지금, 노동 정신은 놀이 정신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놀이는 간단히 말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놀이는 인간 행동의 가장 근본적 범주에 해당한다. 놀이가 없으면 문명도 존립할 수 없다. (P384)

일이 인간 생활을 지배하고 놀이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산업 시대로 들어오면서부터였다. (P385)

놀이는 신나고 즐겁다. 즐거운 일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일은 기본적으로 단순 반복 업무라서 따분하고 지루하다. 둘째, 놀이는 자발적이다. 놀기 싫은데 억지로 놀라고 할 수는 없다....나머지 사람들에게 일은 생존의 문제다. (P385)

진정한 놀이는 살과 살이 맞닿는 친숙한 분위기에서 일어나며 이때 사람들의 참여도도 높아진다. 놀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P386)

일과는 달리 놀이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아니며 그 자체가 목적이다. 논다는 행위 자체에서 보상을 얻는다. 놀이가 추구하는 것은 생산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P386)

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일상의 시간이 유보된다. 놀이의 세계는 시간을 초월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P387)

사람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 -프리드리히 실러 (P389)

사람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두려워하여 자유를 쓰고 싶어하는데......그래서 하는 것이 놀이다. - 사르트르 (P390)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접속이라는 것은 참여의 수준만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가 접속권을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체험과 세계가 과연 접속할 만한 가치가 있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물음이다.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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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5.26 11:11:41 *.38.214.85
책에 대한 명쾌한 분석이라 생각됩니다. 작년에 읽었었는데 처음에는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에 매료되어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왔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지루함이 느껴져서 끝까지 읽지 못했었죠. 정리해주신 내용이 무척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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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06 20:53:11 *.190.172.167
잘 보았습니다. 좋은 참고가 될 수있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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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02 11:35:08 *.180.46.15
연구원 3기 4월 첫번째로 '제러미 리프킨'이 쓴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소유의 종말]리뷰 참고합니다.
저자의 연구를 거시적으로 보신 것, 제가 책을 읽을 때 취해야 할 관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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