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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7일 12시 16분 등록
제러미 리프킨 저/이희재 옮김/민음사


Ⅰ. 인용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산업 생산 시대가 가고 문화 생산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각광받을 사업은 예전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될 것이다.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노동 의식이 유희 의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문화적 의식, 공동체 행사, 사회적 모임, 예술, 운동, 게임, 사회운동, 시민적 참여가 모두 상업 영역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되어 가고 있다. 다가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간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고리로서 남아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남겠느냐> 하는 것이다.

요컨대 상업 영역은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파생되었다. 문화는 합의된 행동 기준을 낳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된 행동의 기준이 신뢰할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런 믿을 만한 환경 속에서 상업과 교역은 발생한다. 그런데 상업 영역이 문화 영역을 삼키기 시작하면 상업적 관계를 낳는 사회적 토대 자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접속과 네트워크라는 관념은 일찍이 근대의 여명기에 소유와 시장이라는 관념이 중요한 기능을 맡았던 것처럼 앞으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사회의 역학 구조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접속은 결국 구별과 분리의 문제다. 들어가는 사람과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다. 접속은 우리의 경제관과 세계관을 재고할 수 있는 막강한 개념적 도구가 되었다. 다가올 시대의 성격을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메타포가 되었다.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네트워크는 복잡한 의사 소통 통로, 다각화된 관점, 정보의 병렬처리, 지속적 피드백, 우물안 개구리에서 탈피한 사고를 요구하므로, 여기에 참여한 주체들은 새로운 유대를 쌓고 새로운 발상을 흡수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고 초경쟁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행동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를 그만큼 많이 얻게 된다. 타임 워너의 월터 잭슨은 <구체제가 클럽이었다면 신체제는 네트워크> 라고 갈파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핵심적 의미를 이보다 잘 요약한 말도 보기 드물다.


3 무게 없는 경제

새로운 시대는 비물질적이고 사색적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한 형상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원형의 세계다. 개념의 세계, 픽션의 세계다. 산업시대의 인간이 물질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데 빠져들어 있었다면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신을 관리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 사업의 성패를 아이디어가 좌우하는 접속과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인간의 가장 드높은 꿈이다. 자신의 정신을 최대한 확장하여 보편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의식을 바꾸고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산업 활동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6 인간관계의 상품화

21세기의 인간은 하루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경제라는 영역 안에서 보내게 된다. 이 새로운 세계에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관심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관계망, 취향의 공동체에 상업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다. 소속된다는 것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뜻이다. 구독자, 회원, 클라이언트가 된다는 것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해진다. 앞으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 되는 시대가 온다.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7 삶으로서의 접속

문제는 결국 이렇게 정리된다. 시간적 네트워크 안에 편입하는 것은 장소에 뿌리를 둔 삶의 충분하고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지리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인가, 아니면 지나간 시대의 주변적 찌꺼기에 불과한 것인가? 지리는 좌표이고 제약인가 아니면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 중의 하나에 불과한가? 장소에 대한 갈망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공간을 폐지하고 우리의 경험을 시간화하려는 욕망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 공간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바꿈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21세기를 어떤 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감수성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문화 자본주의 시대에는 상업 활동에서 소유보다는 접속이 훨씬 중요해진다.

우리는 디지털 통신기술과 문화 상업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둘은 실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강력한 쌍두마차이다.

수천 년 동안 반 독립 영역에서 존재해왔고 때에 따라서는 시장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단 한번도 시장에 흡수당한 적은 없었던 문화-인간이 공유하는 경험-가 이제 새로운 통신 기술이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추세 속에서 점점 경제 영역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문화 생산은 21세기의 고부가 가치 산업을 선도할 것이다. 접속의 시대에 문화 생산은 경제 생활의 제1열로 부상하고 정보와 서비스는 2열로, 제조업은 3열로, 농업은 4열로 내려간다. 이 네 개의 열은 소유 관계에 바탕을 둔 체제를 접속에 바탕을 둔 체제로 꾸준히 탈바꿈시킬 것이다. 그리고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통합한 네트워크 관계 안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다.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근대가 목적을 추구했다면 탈근대는 유희를 추구한다.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아무튼 질서라는 것은 무조건 답답한 것, 숨막히는 것이라고 요즘 사람은 생각한다. 반면에 창조적 무질서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권장하는 쪽에 가깝다. 오늘날 현실적으로 통용되는 유일한 질서는 자발성이다.

유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에서는 공연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문화적 접속에 대한 상업적 접속이 인간 활동의 목표가 된다.

새로운 자아는 섬처럼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관계를 지향하는 자아이다.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벌써 20년 전에 다니엘 벨은 앞으로 나타날 시대의 성격을 이렇게 진단했다. <통신 서비스에 대한 지배가 권력의 원천이 되고 통신에 대한 접속이 자유의 조건이 된다.> 프랑스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새로운 포스트모던 세계에서는 <누가 접속권을 소유하느냐가 핵심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모든 나라는 시장이라고 하는 제1부문과 정부라고 하는 제2부문을 중심으로 공공 정책을 운용하면서 문화라는 제3부문은 당연시한다. 사회 자본을 수립하고 시장과 교역을 가능하게 만드는 막중한 역할이 문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문화 기구는 사회적 신뢰의 샘물이다. 문화기구라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가능하다. 성숙하고 강한 제3부문을 가진 공동체와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이 번성한다. 제3부문이 허약하면 자본주의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경제는 물질적 안녕, 육체적 안락, 특정한 지식, 오락과 유희 같은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며, 이것들은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하나같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는 문화와 인간성의 기본틀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와 감정, 다시 말해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상업 영역이 인간 문화와 체험의 조각조각을 닥치는 대로 짜깁기하여 제공할 때, 우리가 중요한 인간적 가치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우물은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 가치와 효용 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 구도에 흡수된다. 내재 가치는 가장 깊은 의미의 문화적 정체성을 뜻한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절대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문화 자원, 의식(儀式), 활동은 다른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가치다. 그것들은 수량화된 기준으로 환원하거나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 가치에 돈을 결부시키는 순간 그 가치를 낳은 상호 관계는 훼손되어 버린다. 문화가 공동의 거점을 잃고 상업적 오락물로 변질되는 순간 내재 가치는 증발한다. 오로지 효용성만이 시장을 지배한다.


Ⅱ. 감상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이 무척 자극적이었다. ‘소유’가 어떻게 ‘끝나거나’ 혹은 ‘사라진다’는 말일까? 무슨 얘기가 어떻게 펼쳐질 게 될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는데, 소유가 사라진다거나 없어진다는 의미와는 다른 뉘앙스의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해 표지를 살펴보니 원제(原題)가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네트워크 시대의 <접속access>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현 시대를 <접속화>되어 가는 시대라고 본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이고 소유의 반대이며,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소유하기보다 일시적으로 접속하려고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산업 시대는 소유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접속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논점을 중심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 사회, 문화적 현상들에 대해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설명하고, 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한 해설과 전망들은 <접속>과 <문화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들이대어지고 있으며, 그 이론의 타당 유효성에 대한 검증의 문제를 차지하고라도 충분히 흥미롭고 음미해 볼만한 내용들이다.


Ⅲ. 저자의 입장에서

저자가 <접속>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중심으로 이 세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펼쳐나가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얘기들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인류의 미래상에 대해 재산의 소유와 상품화와 함께 시작되었던 자본주의의 여정이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물건을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허나, 이러한 미래상들에 대한 전망이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나 징조들을 토대로 과학적인 분석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를테면, 저자의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저자가 원하는 미래상을 미리 설정해 놓은 뒤, 그에 맞추어 저자의 논지와 주장을 전개해 나간 감이 없지 않다.

이 책이 쓰여진 때로부터 약 5년이 흐른 지금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 지금의 현실과 맞아 떨어지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한 의문은 <소유>와 <접속>에 있어 이미 일치되지 않는 방향이 나타나고 있는 점, 저자가 어느 부분에서는 <접속의 시대>에 따른 유토피아적 밝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디스토피아적 어두운 미래에 대한 경고를 발하고 있는 점 등에서 나타난다. 그러니까, 저자가 미래에 대한 어떤 뚜렷하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미래상들을 얘기하고 있다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희망과 예측, 직감을 통하여 이러한 주장들을 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혐의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관계의 구조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뀌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장단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속단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되고 있는 ‘인간관계의 구조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술 또한 아직까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회의적인 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논지와 전망 또는 주장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예증들이 폭넓고 깊이 있게 제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적인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기에 요즘 시대에 한번쯤은 읽어 봐야 할 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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