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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7일 06시 19분 등록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훌츠 지음-



<책 속에서>
1. 곤경에 처한 경제학자들
경제학자가 갖가지 원인들을 분리시킨 후 그 영향력들의 평가를 시도할 때면 이미 그 영향력들은 변해 있다. 인간관계나 사회기관들이 변천함에 따라 경제학 탐구의 대상 그 자체도 모습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2. 애덤 스미스의 재림
사람들은 도덕적 결정을 내릴 때 일종의 ‘공명정대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를 항상 염두에 둔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항상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상상하고 순순한 이익만을 후구하기 보다는 양심이라고도 할 이 무언의 조언을 따를 때가 많은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기주의보다는 긍휼이나 동정심에 바탕을 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실 프로이트의 ’초자아‘ 개념도 스미스의 개념 연장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성찰에 있어 스미스는 마키아벨리와 홉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인간을 이상화시키거나 미화시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든 허물도 함께 받아들인 것이다.

* 스미스가 발견해 낸 인간의 공통적 욕구 혹은 성향
❶‘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사고 싶어 한다.’ 이는 현재 상황을 보다 개선해 보려는 욕구를 말한다. ‘인간이 아무런 더 이상의 변화나 발전을 원치 않을 만큼 현실에 대해 완전하고도 완벽하게 만족할 때는 단 한 순간도 없을 것이다.’
❷교역 본능, 즉 ‘자기가 가진 것을 남의 것과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하는 공통된 성향이다.’라고 했다. 스미스는 인간이 오직 이기적 본능만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지만 이기적 본능이 친절, 박애, 희생정신 같은 것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인간 심성의 고귀한 측면에만 사회를 맡기고 미래를 의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인간의 본능 중 가장 강한 본능인 이기심을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잘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수많은 책들과 유명인사들의 연설에 의해 귀가 따갑도록 되풀이되어 온 경구들 중 대단히 잘못된 것이 하나 잇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히려 그 정반대야말로 진리다.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해내는 주요업무가 늘어날수록 문명은 발달한다.’ - 화이트헤드,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

3. 맬서스: 인구폭발과 멸망의 예언자
맬서스는 농업혁신의 영향을 간과했고 인구증가의 근본원인에 대해 피상적 분석을 했다. 논리의 지나친 단순화와 일반화라는 오류를 범한 맬서스는 유죄판결을 면하기 어렵다. 빨간 싸인펜으로 밑줄 긋고 동그라미 치고 물음표를 달아서 불확실함을 표시해주지 않는 한, 절대로 과거의 자료에 근거해서 미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말지어다.
‘비관주의를 집어넣으면 비관주의가 튀어 나온다.(Pessimism In, Pessimism Out)'

4. 데이비드 리카도와 자유무역론
기회비용이 더 적은 분야를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라고 한다. 절대우위는 국가간의 비교개념이지만 비교우위는 한 국가 내 산업끼리 비교한 개념이기 때문에 절대우위 산업이 하나도 없는 국가라 할지라도 비교우위 산업은 있게 마련이다. 각국은 곡물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우위 산업에 주력해서 세계가 분업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리카도의 주장이었다.

5. 존 스튜어트 밀의 격정적 일생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쾌락을 갈망하고 고통을 싫어한다. 하지만 벤덤의 사상은 윤리적 경고를 동반한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나는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의 합산량이 최대인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리주의는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밀은 벤덤주의를 개량하고 향상시킨다. 최대의 행복은 단순히 쾌락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그는 천명했다. 교향곡이나 명화를 감상할 때 느끼는 기쁨은 분명 단순한 쾌락이 아니다. 진실로 훌륭한 작품이나 행동은 인간의 정신을 끌어 올린다. 쾌락의 양만 같다면 고스톱을 치는 것이나 시를 감상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벤덤의 이론이었다. 밀은 동의하지 않았다. 밀은 명예, 존엄, 자기개발과 같은 플라톤 철학의 미덕을 가미하여 공리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밀은 소득세에서 풀어 주었던 부자들을 상속세에서 붙잡았다. 철학과 경제학 저서들을 통해 그는 항상 ‘결과의 균등’보다 ‘기회균등’을 강조했었다. 소득세는 노동의욕을 저하시키지만 상속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빈민에 대한 생활보조금이 너무 쉽사리 제공될 경우 노동의욕이 없는 세대들이 빈민층에서 양산될 것을 두려워했다. 밀은 자유방임이냐, 정부개입이냐에 대해 결론적으로 중립을 지켰다.

마르크스가 그랬듯이 밀 역시 인간이 점차 ‘필요의 단계’를 초월하여 그저 생계를 잇기 위한 삶으로부터 인간성의 고취를 위한 삶으로 진보해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밀은 정당한 경쟁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았다. ‘나는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두드러지고 열성적인 가르침이라 할 경쟁의 폐지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경쟁이 없는 곳엔 독점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잊고 있다.’ 부자들은 열대의 한 아름다운 섬에서 낙원을 찾으려 할 것이다. 종교인들은 땅 위에서의 삶을 끝내는 날 낙원을 맞이한다. 낙관론자들은 내일이 낙원이다. 비관론자들은 어제가 낙원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오늘을 위해 투쟁하면 내일 이후 그 어느 날엔가 이상향이 찾아오리라 소망했다.

6. 격분한 현자 칼 마르크스
변증법은 흔히 ‘모든 명제(thesis)나 관념은 필연적으로 그 반대명제(antithesis)와 부딪친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반대명제란 논리적으로 합당하면서 동시에 원래 명제에는 모순되는 명제를 말한다. 이 관념들 간의 모순은 제3의 명제인 합성명제(synthesis)의 탄생을 통해 보다 높은 차원의 진리로 화합된다. 그 합성명제는 다시 그것의 반대명제와 부딪쳐 새로운 합성명제가 생겨난다. 이처럼 세상은 쉴 틈 없이 변한다.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다.

반란은 생산과정에서 기술혁신이 생길 때 일어난다. 신기술은 노동, 토지, 자본의 물량과 품질을 바꿔 놓는다. 물질생산력이란 신발명, 신발견, 교육, 인구성장 등의 영향을 받는 동적인 힘이다. 하지만 상부구조는 기술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 형태를 유지한다. 지배계급이 종래의 관념을 움켜쥐고 새로운 경제적 발전을 배격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저지하려 들 때 투쟁의 불길은 일어난다. 인간은 관념적 변형을 통해 비로소 마찰과 갈등을 인식하게 되어 투쟁을 일으킨다.

7. 앨프레드 마셜의 한계적 시야
수많은 사업가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만둬야 할 때를 모르고 사업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한계이론의 핵심은 점증적 움직임을 탐구의 초점에 맞추려는 집요한 추구에 있다. 몇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지 기업은 어떻게 결정하나? 한 대 더 생산함으로써 얻는 수입과 그 한 대를 더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생산을 계속한다.

‘자연은 비약하는 법이 없다.(Natura non facit saltum).' - 경제원론, 1890 마셜 -

그 역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그 꿈에 현혹되어 정밀 분석을 소홀히 하는 법은 없었다. 마셜은 세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믿었다. 뉴턴의 자연법칙 규명방식에다 마셜은 다윈의 진화론적 방식을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마셜의 한계이론은 경제학에 적용시킨 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 적응에 실패하면 도태된다. 경쟁의 압력이 심하면 과감히 비용을 줄여야 한다. 한계이론은 미시 경제학 발전의 터전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이윤이 비용을 초과할 경우 개개인은 자신의 위치를 검토해 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마셜은 개개의 기업들이 어떻게 환경변화에 대처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미시경제학의 핵심이다.

탄력성(elasticity)은 곧 반응도를 뜻한다. 사람들은 한 상품의 가격 변동에 어느 정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사람들은 이에 맞춰 그 상품의 소비량을 조절하는가, 아니면 계속 같은 소비수준을 유지하는가? 경제학자는 언제나 세상과 접해 있어야 한다고 마셜은 경고했다. 그 어떤 절묘한 이론적 모형이라 할지라도 탄력성에 대한 고려 없이는 종이 위에서나 설득력을 발휘할 뿐이다. 탄력성이란 개념을 통해 마셜은 이론과 실제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고전학파와 한계학파 경제학을 결합시키려 했다. 비탈길과 평원, 변화와 균형, 진화와 안정을 조화시키려 했다.

8. 구제도학파와 신제도학파(한계분석을 기초로 고전학파 경제학에 수정을 가하면서 형성된 미시경제학파들의 모임)

보통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지대, 이윤, 노동비용 등과 같은 일반적 경제학의 범주에서 탈피하여 사회의 법, 기풍, 제도와 같은 것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구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선언한다. 균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을 떠난 경제학자들의 공상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경제란 항상 변하는 것이다.

신고전학파의 상상처럼 인간은 행복의 욕망을 지닌 동질적 알맹이들이 아니다. 각각의 알맹이는 어디로 갈지를 정하기 전에 우선 다른 알맹이들부터 살펴본다. 극소수 유행의 주도자나 반사회적인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울타리 너머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그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게 행동한다. 베블런은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에 공통적으로 내재한 ‘모방본능(emulatory instinct)'을 발견한다. 물론 인간의 기본적 본능은 생존 본능과 자기보호 본능이다. 그러나 침팬지로부터 진화되자마자 인간은 사유재산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기 시작했다.

‘기업이 수요에 맞춰 생산한다고? 잠깨! 기업은 자기네들의 공급에 맞춰 수요를 주무르려 드는 거야!’ 인간은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분해야 한다. 당신은 알프스 우유를 욕구하는 것이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냥 우유일 뿐이다. 욕구는 필요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필요는 당신의 내부에서 생겨나지만 욕구는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다. 광고와 판매술의 핵심기능은 욕구의 창조에 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욕망들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효과는 생리적 욕망, 즉 필요의 경우에만 해당되지 심리적 욕망, 즉 욕구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욕망은 현시적 소비나 전시효과를 부추기는 광고술에 의존하게 되는데 갤브레이스는 이를 ‘의존효과’라 부른다. 갤브레이스는 사적 소비는 늘지만 공공설비는 피폐해지는 등 투자의 사회적 우선순위가 교란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정부가 민주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원리와 계획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미래는 참담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론> 생리적 욕망 외는 모두 무의미한 욕망인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욕망과 외부로부터 인위 발생하는 욕망을 차별해야 할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사람들의 자연발생적 필요에 부응하여 모차르트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모차르트가 태어나서 사람들이 그를 원하게끔 만든 것이다. 문명이란 결국 인간의 관심과 애정을 끌기 위해 경쟁하는 수많은 외부적 요인들의 산물이다. 합리적인 소비와 공익에의 헌신을 유도하는 정부는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창조된’ 욕망들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셈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역시 갤브레이스 자신의 이론에 모순되지 않는가! 기업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선도한다기보다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려고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구제도학파들은 새 이론을 내놓기보다 그저 비판하고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9. 구원에 나선 풍류도락가 케인스
케인스주의자는 다음 두 가지를 믿는다. 민간 경제가 완전고용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과 정부의 지출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불완전고용의 틈을 메울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세계는 관념들이 움직여 나간다. 여하한 지적 영향도 받고 있지 않다고 믿는 실질적 인간도 사실은 이미 죽은 어느 경제학자의 노예이기 일쑤다. 선용되든 악용되든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은 관념이지 사리가 아니다.

10. 케인스 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의 대결
통화주의자들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케인스주의자들을 비판했다. 국가경제라는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는 재정정책이 아니라 통화량이라는 것과 정부는 대개 형편없는 운전사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금융계를 관장하는 FRB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주의자들은 화폐의 유통속도가 대체로 안정되어 있다고 믿고, 케인스주의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었다.

11. 공공선택학파: 정치는 곧 비즈니스
이익 단체들은 개별적으로 그다지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소비자들을 짓밟는다. 필경에는 국가의 효율과 소득이 떨어짐에 따라 국민 전체는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당장 나에게 돌아올 피해가 2백원에 불과하다면 그로 인해 남이 부당하게 누릴 혜택은 무시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를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 부른다. 올슨 등은 산만하고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보다 똘똘 뭉쳐진 소수집단들이 어째서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가르쳐준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정치가들이 쥐고 있다.

기업들은 규제를 즐길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은 더 많은 규제를 위해 로비한다. 이것을 포획이론이라 하는데 규제받는 자들이 오히려 규제하는 자들을 포획해서 이용한다는 것이다.

13. 먹구름, 그리고 한줄기 햇빛
아무리 훌륭한 경제정책이라 해도 그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좋은 경제정책이란 수혜자가 피해자보다 많은 정책이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부가 늘어나는 게임이다. 즉, 좋은 경제정책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증가하는 정책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인생은 드물게 즐거운 것. 대개는 그저 견딜만할 뿐, 높은 생활수준이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너무 천천히 온다. 좋은 시절은 당연히 오는 것이기에 음미하려 들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와야 언론은 떠들썩하고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온 것처럼 난리법석을 피운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물음은 이것이다. 과거의 직업이나 역할들이 각종 혁신에 의해 속속 사라져 가는 이때, 인류는 발전과 변화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는 컴퓨터 시대와 탈컴퓨터 시대에 대비하여 스스로를 교육시킬 수 있을까? 2백년 전에 비해 세상살이는 육체적으로 더 쉬워졌을지 모르나 정신적으로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 현대는 기회폭발의 시대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주어진 자유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확히 모를 때가 많다. 자식들의 삶은커녕 우리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결국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확실성을 어떻게 추구하느냐 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 나갈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두 발로 살던 때가 네 발로 살던 때보다 언제나 훨씬 더 행복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 더 행복했던 순간들은 있었다.

<소감과 아쉬운 점>

본문 중에 맬서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재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노령화 사회’를 떠올렸다.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가적 위기가 다가온다고 미디어에서는 앞 다투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질러 세계 최고의 노령화 사회가 되고 경제활동 인구 10명이 노인 7명을 부양해야 하는 끔찍한(?) 현실이 닥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노인이나 경제활동 인구에 대한 연령을 64세로 현재와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면서 현재의 잣대를 이용한 것이다. 과연 2050년에 64세 이전까지가 생산연령일까?

미래를 예측해 볼 수는 있지만 정해진 것이 없다. 우리가 걸어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경로는 없다. 왜냐하면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합(合)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 및 역사가들은 과거와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단한다. 하지만 인간은 단지 과거를 재현∙반복하지도 않을 뿐더러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인류는 마르크스의 표현대로라면 상부구조의 힘만으로 하부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꿔놓는 역사적 실험까지 이미 거쳤다. 우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문제에는 그 문제 속에 바로 답이 존재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이다. 비극적인 가능성에 대한 위험요인을 억제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에 대한 변화요인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 같다. 본문에 인용된 ‘비관주의를 넣으면 비관주의가 나온다.’는 표현처럼 미래를 예측할 때 우리가 어떤 관점에 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인간을 신격화시켜서도 안 되고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생명체로 몰아세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도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채색해서도 안 되고 비관주의로 꾸며서도 안 된다고 본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을 잃지 않지만 보다 냉철한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감각을 보여주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균형은 자본과 노동 간의 균형감이 아니라 자본진영 내에서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저자는 수혜자가 피해자보다 많은 경제 정책이야말로 훌륭한 정책이라고 설파하고 있지만 여기서의 수혜자는 선진 자본진영내의 국민을 말할 뿐이지 3세계의 숱한 국민들은 다수의 대상에 애초부터 고려해놓지도 않고 있다. 그러면서 줄기차게 ‘점진의 철학’을 설파한다. 변화는 서서히 올 뿐이며 인생은 즐거움보다는 견디는 것이라며 삶의 철학까지 깨우쳐 주려고 한다. 그는 점진이 무르익으면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지 않는 듯하다.

배꼽 잡는 유머가 압권인 이 책은 한마디로 절대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한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나라가 과거에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산업을 육성했던 과거를 부정하는 짓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에게 똑같이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은 현재의 시점에서 그 나라에 맞는 경제학설과 경제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수준과 역량에서 가능한 방식이 있고 가능하지 않는 방식이 있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들어맞는 단 하나의 정답이나 모델은 없다. 누구의 이론이 결코 중요하지도 않고 현실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도 없다. 그들 이론 역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수없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가!

동의할 수 없는 그의 주장도 있지만 과거보다 몸은 편해도 정신적으로는 훨씬 힘들어졌다는 그의 표현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본주의의 발달 속에 우리의 내면은 더욱 황폐화되어 간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감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저자는 불확실함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불확실성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함으로 인해 극복해나가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에 의해 가공된 외적 자기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만나야 한다.

경제학에 대한 여러 가지 머리 아픈 내용들을 쉽게 설명하는 그의 솜씨는 가히 도통한 수준인 것 같다. ‘경제’하면 왠지 머리에 쥐가 나는 것처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경제학 서적을 이렇게 유쾌하게 쓸 수 있구나 싶어 감탄스럽다. 아쉽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반론과 재반론을 나누어 보여주었으면 덜 헷갈렸을 것 같다. 더 과욕을 부리자면 표로 쌈빡하게 정리했다면 환상적이었을 것 같다. 사람이 아주 많이 등장한 것도 아닌데 읽고 나니 이게 누가 한말인지 무지 헷갈린다. 경제학자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되어 좋았다. 학설과 성장과정과의 연관성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지만 에피소드에 불과한 경우도 많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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