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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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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4일 16시 57분 등록
도서정리10 - 소유의 종말

1. 느낌

[가자! 아메리카로]를 읽었을 당시 들었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아메리카가 고스란히 제국주의의 속성에 빠져 들어 스스로가 제국주의의 온상이 되어 버리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 민중을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슬픔과 고통을 주고 있는 실상을 생생하게 느끼곤 했는데, [소유의 종말]에서도 그러한 생각이 또 들었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스스로 증식하는 DNA가 있다면 초기 자본주의의 과정을 거쳐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발전해 가는 모습에 대한 눈에 잡힐 듯 한 묘사에 소름끼치는 느낌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다행히 [강의]에서 신영복 선생님께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권의 관계문화가 천박한 산업자본주의의 대안을 준비 중이라는 구절이 조금은 안도를 내쉬게 하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그 책을 책의 내용으로만 보지 못하고 짧은 식견이나마 그 내용을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사업의 아이템으로 고쳐보는 습관이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도 많은 내용들에 공감하면서 이런 사업들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감탄한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산업시대의 특징이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특징이라고 한다는 대목에서 나는 그동안 내가 느꼈던 흐름에 무릎을 쳤다. 무엇인가 하면, 나는 지난 30대 10년 동안을 일만 하느라고(?) 제대로 즐기지를 못하고 살았다. 더 이상 일에만 파묻혀 살다가는 아내와 아이들이 떠날 것 같은 위기감속에서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기로 하고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더니만, 세상은 어느 덧 어릴 적 놀이라고 일컫는 모든 것들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 받고 팔고 있던 것이었다.

주말농장이라고 해서 돈 내고 일하는 모습, 단식과 기수련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 마라톤대회라는 명목으로 출전비를 받아 직원들 월급 만드는 신문사(?)들, 옛날 시골 모양을 만들어 테마공원, 나비축제, 청보리 축제 등등 온갖 축제를 만들어 돈을 받는 지방자치단체들, 공기 좋은 수목원을 조성해 도시인을 유인하는 시골의 한적한 공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놀이가 문화의 탈을 쓰고 상품으로 진화(?)하여 자본과 결탁한 문화자본주의의 훌륭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놀이에 접근하는 대가로 접속료를 낸다. 돈을 내지만 그것이 당연시하게 여겨지는 현실, 나 어릴적 꽃동산은 모르더라도 놀이동산 인공풀장은 떳떳이 돈을 내고 경험을 체험한다. 그것이 즐거움이요, 가족의 기쁨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나만의 방식을 찾아내는 독서속의 상상의 나래를 폈다. 좋은 말로 사업 아이템이요, 속된 말로 공부하기 싫은 농뗑이 학생인 것이다.

우리 시대에는 이미 문화의 컨텐츠가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 되어 버렸다. 기술이 자본과 노동력을 앞서는 경쟁의 원천이 되어 버린 것처럼 컨텐츠는 후기 산업자본주의와 초기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의 밑천이 될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바로 우리가 그 컨텐츠를 생산하는 부의 원천이 되는 방법이다. 우리의 수련이 그 내용을 깊이 할수록 풍부한 문화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처럼 변화와 지적굶주림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어주지 않을까?
꼭 돈을 받고 팔아야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즐겨 그 일을 수행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참 행복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라서.

2. 저자와의 대화

이미 10년전에 이 책을 기획한 저자의 탁월한 혜안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소유의 종말은 다른 말로 접속의 시대인 것이다.
접속이 다양한 형태로 현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과 이해는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최근 읽은 도서 중 눈에 띄는 책이었다.

산업 자본주의의 중심은 제조업이다. 그리고 서비스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고 하는 산업 자본주의의 후반기에 와 있는 현실이다. 제조업의 다양한 상품들을 접속하는 모습을 좀 더 세부적으로 묘사했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문화 자본주의의 내용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좀 더 쉽게 설명이 되었으면 책의 내용이 훨씬 재미있었으리라 여겨진다.
내용이 좋은 것임에 비해 책의 구성이 읽기에 힘든 짜임새로 되어 있어 불편하였다.
단락을 구분하고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대단히 좋은 책임에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과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3. 인용

1부 -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9p] 시장이라는 단어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품이나 가축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된 물리적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18세기 말이 되면 시장이라는 용어는 공간적 지시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서 물건을 사고파는 추상적 과정을 묘사하는 데 쓰이기 시작한다.

[12p] 시장이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물적 자본을 많이 가진 기업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상품거래에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가치 있는 지적 자본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장땡이다. 사용자는 이런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중요한 아이디어, 지식, 기술에 접속할 수 있다.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14p] 앞으로 각광을 받을 사업은 예전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될 것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제의, 예술, 축제, 사회운동, 영성 수련과 공동체 활용, 시민적 참여를 개인적 오락으로 유료화하는 것이다.

[16p] 문화 생산은 더 많은 인간의 활동을 상업 부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핵심적 사명으로 삼아온 자본주의 생활 방식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17p] 21세기 중반이 되면 상업 영역은 막강한 기술 역량과 조직 능력으로 무장하여 현재 고용 인구의 극히 일부분만 가지고도 늘어나는 인구에게 충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50년이 되면 성인 인구의 불과 5%만으로도 기존의 산업 영역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족 관계의 울타리를 벗어난 사실상의 모든 인간 활동이 돈으로 거레되는 세계를 한번 상상해 보라.

[37p] 제품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소비자의 주의 집중 가간이 그만큼 짧아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될 기술이나 제품을 구태여 왜 소유하겠는가?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임차 형태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단기간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이 구입해서 장기간 소유하는 것보다 점점 매력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56p] 돈의 이동성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물질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 축척이 아니라 발빠른 회전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고 경제 활동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저축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으로 생각된다. ... 중요한 것은 미국인이 돈을 버는 족족 써버리고 모아놓은 돈 없이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71p] 기업들이 꼽는 아웃소싱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아웃소싱을 하면 기업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수익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지원 기능을 외부 지원업체에 맡길 수 있다.
둘째,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값비싼 설비를 구입하거나 기업의 수익 창출에 직결되지 않는 주변적인 업무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끝으로, 리스처럼 아웃소싱도 상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짐에 따라 정신없이 바뀌는 시장 상황에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 아웃소싱을 통해 장기적 소유에서 단기적 접속으로 과감히 방향을 전환하는 기업은 경재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다.

[73p] 나이키는 내용으로 보아도 그렇고 추구하는 바도 그렇고 이제는 가상 회사가 되어버렸다. 일반인들은 나이키를 운동화 제조업체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나이키는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을 갖춘 연구 디자인실이라고 보아야 옳다. ...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이 회사는 동남 아시아에 있는 무명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그 개념의 물리적 형태를 생산한다.
[77p] 재산의 장기적 소유를 고집하기보다는 생산 자본에 대한 단기적 접속을 중시하는 이 새로운 논리를 네트워크 경제에서 몸소 실천에 옮기는 대표적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이다. ... 분명한 것은 MS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선의, 아이디어, 재능, 경험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 있다는 점이다. ... 프레드 무디는 라고 하였다.
GM의 막대한 자금이 고정자산에 묶여 있는 전통적 기업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현실에서 GM의 물리적 자산은 부채일 뿐이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공급업자에게 아웃소싱을 하면서 보유 부동산을 대부분 팔아치웠고 본사는 설계와 마케팅에만 주력하기 때문에 장부상으로는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SKG를 보자. 이 회사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 단 한 평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드림웍tm는 기업 공개를 통해 단숨에 2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들은 회사 설립자들의 재능과 실력을 믿고 몰려든 것이다.

[84p] 상품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 흘러간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다가올 접속의 시대의 특징은 개념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 새로운 경제에서는 생각을 관리하고 파는 능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88~97] 체인점: 소유가 아닌 접속
맥도널드만 하더라도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햄버거 매장을 파는 것>이 훨씬 짭짤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특히 서비스업체는 자신의 영업술과 상표를 하나로 묶어 지역 사업가에게 빌려주고 매출의 일정액을 로열티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상품의 대량 생산이 아니라 개념의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체인 가맹점은 사업체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사업체에 단기간 접속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데 불과하다. 이 관계는 판매자-구매자가 아니라 공급자-사용자의 관계이다. 체인점 계약의 핵심은 접속의 합의이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이다.

[121p] 어떤 물건이 재산인가?
자기가 배타적으로 점유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언제까지 자기가 선택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파는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137p] 판매의 종말
제품의 질도 기업간에 큰 차이가 없고 동일한 제품이 쏟어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방법은 판매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많은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먼저 구입자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고객의 관심권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공급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거저 제공해야 다가설 수 있다. 그렇지만 물건을 안 판다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는가? 고객의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여 실적과 수익을 개선시키고 거기서 남는 차익을 공유하는 길뿐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급자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는 고객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식견을 빌려줄 뿐이다. 고객은 사실상 클라이언트, 파트너가 된다.

[146p]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시장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사로잡느냐이다. 페퍼스와 로저스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한 종류의 제품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팔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고객에게 이런 저런 다양한 제품을 평새에 걸쳐서 최대한 많이 팔려고 노력 한다>고 강조한다.

[152~161p] 관점의 변화 : 생산에서 마케팅으로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마케팅이 중심에 오며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상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고객 관리는 소유와 경제 활동의 통제권이 대중의 손에서 기업의 손으로 점차 넘어가는 장구한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많은 기업이 제조업자와 생산업자에서 대리인과 배급업자로 변신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다시금 우리는 접속의 시대에서는 소비자를 관리하는 것이 제품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제품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사회가 부를 낳는 자원을 기업에 위임한 것은 고객에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마케팅은 제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특이한 사업 기능이다. ... 모든 사업을 최종 결과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서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소명이 모든 사업 부문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개별 고객의 필요와 욕구에 부응하는 주문형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한다. 새로운 사업 과정은 고객에서 시작하여 생산 공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기업과 고객의 관계, 즉 마케팅 기능을 구조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생산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이제 마케팅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설계에 고객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회사와 최종 사용자의 관계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관계에 가까워졌다. 요컨대 주문 생산은 서비스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166p] 인간관계의 상품화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요금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사람들에게 평생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관계의 최종 단계를 나타낸다.

2부 -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203p]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간 문화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뜻이며, 어떤 인간 문화 안에 있다는 것은 그 문화를 매일매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며 알고 세계와 소통한다는 뜻이다. 에드워드 홀은 커뮤니케이션이 문화의 핵심, 아니 생명 그 자체의 핵심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206~214p] 문화 생산의 발전
처음에는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보였던 소비 윤리와 자기 실현의 윤리가 20세기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서서히 공동의 토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상업의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하고 흥미 깊은 사건이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이 두 가치를 하나로 묶은 힘은 문화적 기준을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이었다.

미래의 기업은 사람의 생활 전체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점점 더 떠맡게 될 것이다. ... 살아 있는 체험은 상품 구체화의 최종 단계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살아 있는 체험은 ... 자본 순환에서 최종 상품이 되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경제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만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가령 제조업체는 상품을 <체험화>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모는 체험>을, 가구업체는 <앉는 체험>을, 가전업체는 <닦는 체험과 요리하는 체험>을, 의류업체는 <입는 체험>을 격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243p] 새로운 시대의 주역은 <근면>이 아니라 <창조>이며 사업은 일보다는 유희에 가까워진다.

[254p] 제품을 파는 활동은 <체험>을 파는 활동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운동화를 신으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이미지를 파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 새로운 마케팅 시대에는 <이미지가 제품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강조한다.

[272p] 지구 문화의 동질화
전 세계의 많은 언어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으며, 그 빈 자리에 영어가 새로운 문화 상품의 표준어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 영화와 텔레비전의 주역이며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는 꾸준히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세계인구의 20% 이상이 영어를 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전 세계의 문화 상거래를 주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1세기 안에 영어는 세계 구석구석으로 파고들 것이다.

[288p] 근대의 핵심이 근면이라면 탈근대의 핵심은 유희다. 노동을 중심으로 구축된 체제에서 생산은 운영의 지표가 되고 재산은 인간 노동의 결실을 의미한다. 유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에서는 공연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문화적 접속에 대한 상업적 접속이 인간 활동의 목표가 된다.

[300p] 20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역사 의식은 쇠락하고 심리 치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역사적 사명감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사를 훨씬 비중 있게 생각했다. ... 생산 활동을 하고 스스로를 무언가로 만들어가는 것은 생산 지향의 역사 의식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알맞았을지는 모르나 이제는 그야말로 고역이 되었다. 인생은 역사나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각성이 움튼다.

[350p] 사유 재산과 공공 재산이라는 소유의 두 형태는 사회의 모든 성원이 개별적으로 누리는 재산권의 일부분이었다. 사유 재산은 타인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고, 공유 재산은 타인으로부터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했다.

[359p] 시장은 어디까지나 파생적 성격을 가지며 거래 조건을 확신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가 충분히 조성되어 있는 동안에만 존재할 수 있다. ... 강한 공동체는 건강한 경제의 전제 조건이다. 강한 공동체만이 사회적 신뢰를 낳기 때문이다. ... 건실한 문화는 경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지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 어디까지나 문화에 의해 생산되는 사회 자본은 경제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사회 자본이 고갈되면 문화와 상업의 섬세한 균형은 무너져버린다.

[383~392p] 놀이의 변증법
노동 정신은 재산 관계와 맞물린다. 노동은 자연을 부리고 자원을 캐고 물건을 만드는 활동이다. 재산은, 자연이 분해되고 가공되고 상품화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취하는 모습이다.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지금, 노동 정신은 놀이 정신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놀이는 간단히 말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놀이는 인간 행동의 가장 근본적 범주에 해당한다. 놀이가 없으면 문명도 존립할 수 없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는 놀이가 세계 경제의 전면에 등장한다. 문화 체험의 상품화는 놀이의 모든 차원을 식민화하여 순전히 사고 팔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놀이를 지배하는 전제와 규칙
우선, 놀이는 신나고 즐겁다.
둘째, 놀이는 자발적이다.
놀이가 추구하는 것은 생산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 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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