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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10시 17분 등록

강의

-. 신영복 지음

-. 돌베개, 2004

 

난 그의 이름을 방송을 할 때 들었다.

예전에 내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막 하고 나오면서 들었던 이름 석자 신. 영. 복.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아마도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집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당시.

출소한 지 얼마나 되었을 까 KBS에서 클래식을 진행하던 나이많은 노처녀 PD 선배와 결혼하신 것이

내가 그에대한 개인적인 기억이다. 지난 주엔 뜬금없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언론인들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M&A하는 기업의 대표였는데 어느날 홀연히 사라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경제사범으로 복역중이며, 아버님 상을 치르러

잠시 나왔노라고..다시 들어가며 전화를 건 것이다. 난 마음 아픈 것을 감추고 호기 있게 " 있는 동안 책을 보내줄 터이니

공부나 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끊었다. 그래서 인지 신영복 저자 소개를 준비하며 교도소에서 보낸 그의 일화들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

 

 

신영복은 교도소에서 보낸 20년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고 종종 표현한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키우고, 생생한 역사의식을 길렀으며, 게다가 양화공·봉제공·목공·영선·페인트 등 여러 가지 기술까지 익히고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1988년 8월14일 잡혀간 지 꼭 20년 20일만(그러나 어머님 말씀에 따르면 음력으로 꼭 20년 만이다.

 생일날 잡혀가서 생일날 풀려났다고 한다)에 출옥했다.

 

 

교도소에서 사람을 만나고 같이 지낸다는 것은 바깥의 도시에서 잠깐 악수하고 헤어지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온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징역 생활에서 도덕적 가식을 부리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감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정직한 알몸 그대로가 될 수밖에 없다. 한방에서 대개 몇 년을 같이 보내며 서로의 삶과 살아온 내력을 공유하면서 개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인식하게 되는 또 다른 사회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하, 목수가 집을 그릴 때는 지붕부터 그리는 게 아니라 일하는 순서대로 주춧돌부터 그리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은 책이나 교실에서 인식했던 것과는 다른 펄펄 뛰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했다.

교장 선생님의 아들로 학교 사택에서 쭉 자라고, 책을 통해 정서를 키워온 사람으로서, 그런 자신의 인식의 틀이 깨어지는 것은 감옥 초년에 그가 겪은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신영복이 육군교도소 시절이나 독방에서만 있은 안양 시절에는 잘 몰랐다가 대전에 와서 새삼 발견한 사실은 교도소에 노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었다. 공장에서건 사방에서건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신영복은 개인의 성격과 범죄를

연결시켜왔던 그때까지의 단순한 논리를 반성했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에 관해서 이야기 듣노라면 그 혹독한 상황에서 죄를 범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범죄가 개인의 성향보다는 사회나 시대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영복은 밑바닥 인생들과 맨몸으로 부대낀 오랜 감옥 생활을 통해 지식청년으로서의 관념성을 깨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되었다. 감옥은 청년 신영복에게 여기에 더해 어떤 새로운 역사의식을 일깨워주었다.

1970년대 초반은 아직 해방으로부터 채 3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절이었다.

조국이 찢어진 상황에서 전쟁의 격동에 몸을 내던졌던 사람들, 또는 그 격랑에 휘말린 사람들 중에 아직 감옥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물론 50대 60대를 넘긴 노년이었다. 그들 중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부역사건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었고 빨치산 출신도 있었다. 빨치산에도 한국전쟁 중에 입산한 ‘신빨치’만이 아니라 전쟁 발발 이전에 입산했던

‘구빨치’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또 북에서 내려온 공작원, 안내원들도 있었다. 신영복은 해방 전후의 분단 현실을 온몸으로 담아내고 있는 분들과 일상을 같이했다. 막연하게 책에서 보았던 한국 근현대사의 사람들을 만나 이들에게서 생생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노인들로서는 20대의 명석한 신영복에게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신영복은 마치 체험하듯 역사를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생환된 역사’였다. 화석에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듯한 그 느낌!

변화하지 않고 소통은 불가능"

변화하지 않고는 지금 화두가 되어 있는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그래 네가 말해봐라, 내가 들어볼께' 식은 소통이 절대 안 됩니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기 의견 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때만이 소통이 가능합니다.

변화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기 영토를 고집하고 그 영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든 기득권은 변화를 거부합니다.

자기 서버를 지키는 데 몰두하는 웹 1.0세대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젊은 세대의 정서는 웹 2.0으로 갔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버인 셈입니다.

정서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가슴에서 발까지, 또 하나의 긴 여행,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의 관념성을 버리고

저 사람들을 배울 수 있을까. 안다는 게 많은 지식을 가진다는 걸 말하진 않습니다.

생각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문맥'에 갇혀 있는 걸 뚫고 나와야 합니다.

 

교도소에서는 담배를 못 핍니다. 그래서 담배 값이 굉장히 비쌉니다. 직원 사무실 청소하러 가는 젊은이들이 교도관 재떨이에 꽁초를 줍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걸 잘 아는 직원들은 재떨이에 물을 가득 부어 꽁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젊은이들은 물에 빠졌지만 다행히 풀어지지 않은 담배를 가져와 말린 뒤 팔거나 핍니다. 맛이 좀 심심합니다.

 

말린 담배 꽁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이름을 지으면 심심하겠지만. (웃음) 교도소에서는 '심청이'라고 불렀습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났습니다. 애정,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을 때만이 진정한 자기 변화, 자신을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나이 많은 목수가 집 그림을 그릴 때는 주춧돌을 먼저 그리고 제일 나중에 지붕을 그립니다.

이걸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집짓는 순서대로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 놀랐습니다.

책, 학교, 교실에서 자기 인식을 키운 저는 지붕부터 집을 그리는데 말입니다.

이런 관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이라는 건 서로 존중하고 공경할 것이 아니라 차이야 말로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감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해야 합니다.

 

 

 

생각은 가슴이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합니다.

누구도 머리에 손을 얹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이란 잊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가슴에 담는 것입니다.

생각은 자기가 사랑할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각은 자기가 책임질 세계를 포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게 합니다.

생각은 용기이고 애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깥에 세워두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가슴에 담고 있는지.

 

 

 

196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로 있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8년에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 수감중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을 후에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출소 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를 역임하였고 2006년말에 정년 퇴임하였다.

퇴임 당시 소주 포장에 들어가는 붓글씨 (처음처럼) 를 그려주고 받은 1억원을 모두 성공회대학교에 기부하였다.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신영복 함께 읽기’라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나눔과 소통을 하고 있다.

 

*** 무찔러드는 글귀와 내가 저자라면은 첨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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