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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06시 36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서대원

 

그의 아버지는 역술인이었다. 범상치 않은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서대원은 유년 시절 자신을 놀리는 또래들과 숱한 주먹다짐을 하여야 했다고 술회했다.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과 3학년 대학 중 군에 입대하였다. 베트남에 파병되어 여러 죽을 고비를 넘겨 겨우 제대하였으나 그 때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였다. 그의 아버지는 유언으로 아들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 역자가 되라고 하였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서대원은 유언을 거부하고 복학하여 고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점복을 입었고 그 이후 이 일을 천명으로 여기며 지내고 있다. 그에게 점쟁이라는 소명은 달갑지 않은 것이었으나 어느 날 주역을 쓰다가 십붕지구라는 구절에 이르러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십붕에 해당할만큼 많은 재화를 바치면서 정성스레 점을 본다는 뜻으로 역자로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달았다. 그는 주역을 깨닫기 위해 천필만독을 목표로 주역에 도전하여 34년 동안 계속 해오고 있으며, 지리산 백운산 마이산 등지에서 명상하며 수련하였다. 그런 그도 <주역>의 번역은 두려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주역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전문 학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주역의 해설을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고 그 꿈에서 자신의 부족함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미 죽은 자라는 가정을 생각해냈다. 그 이후, 그는 두려움을 접고 다시 주역 해설을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2004 [새로 풀어 다시 읽는 주역]을 출간하였다. 그 후 2009 [주역 강의]를 출간하였다. 그는 한국역리학회 부산시지부 복서강사, 명리강사 등을 지내며 현재도 점술인이자 주역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역

 

40 잠룡 물용

잠룡은 쓰지 말라는 말이니, 곧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뜻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 어디에도 쓸 곳이 없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대문이다. … 세상에는 스스로가 아직 잠룡의 때에 있는 줄도 모르고 일찌감치 나서서 설치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허다한 게 사실이다. 이 구절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면 더 배우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준엄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다.

 

42 군자 종일건건 석척약 려 무구 혹약재연 무구

무릇 군자는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저녁이 되면 다시 반성하고 걱정하는 법이니, 비록 그 일이 위태로워도 허물은 없고, 이 정도면 혹 깊은 물 위로 도약해도 역시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군자의 일하는 자세와 더불어 큰일을 성취하기 위한 용기와 모험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여기에서 군자라 함은 현룡의 시기를 지나면서 때를 얻고, 재전의 노력을 통해 환경을 획득하고, 마침내 견대인을 통해 자신을 도울 인재를 모두 얻은, 다시 말해 천지인의 삼재를 모두 갖춘 사람을 말한단. 필요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람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군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척박한 땅을 일구기 위해 땀을 흘려 일한다.

 

51 “도사님! 저는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방황하면서 살고 있으며, 언제나 저의 길을 제대로 가겠습니까?”

애원하는 듯한 나의 질문에 도사는 빙그레 웃으며 재차 이렇게 되물었다.

자네에게 먼저 물어볼 말이 하나 있네. 우주가 생성된 이후로 지금까지,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변함없이,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흘러가는 것은 바로 시간이라네. … 자네가 방황하는 것은 바로 그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자네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야.”

 

53 “천명은 스스로 알아야 하느니, 자네의 모습은 지금부터 많이 달라질 것이네. 자신의 노력으로 시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네.”

 

02 인간의 길을 묻는 이에게

 

61 함장가정 혹종왕사 무성유종

삶의 기본 도리에 관한 언급에 이어 <주역>은 인간의 과도한 합리주의, 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대해 경고한다. 이 부분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서양의 절제를 모르는 물질문명과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대안으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함장가정은 학문의 완성의 경지에 든 학자를 말하는 것이니, 오늘의 기준에서 박사나 대학교수 등의 지식인을 이른다. 이들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의 특징은 학문, 곧 인간이 만든 논리와 기술에 해박하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와 기술의 우열이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표현되고, 나아가 박사학위나 교수라는 직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흑종왕사는 간혹 왕의 일을 돕는다는 말이니, 함장가정의 학자가 정치에 나선다는 의미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학문으로 완성을 이룬 학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자주 본다.

무성유종은 정치적으로 성공은 없고 마침만 있다는 말이니, 인간의 학문으로 다스리는 한계를 설명한다. 정치에는 인간의 학문에서 말하는 논리와 기술 이상의 도가 필요한 법인데, 이것이 갖추어지지 않은 학자가 정치에 나서니 이루어지는 바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64 얄팍한 인간의 학문으로 득세하는 일이나, 돈을 벌고도 사리사욕에 집착하는 불미스런 삶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이 가장 근원적으로 길하다는 강조다.

 

67 예컨대 <주연>은 우선 자신감을 갖고, 자연에 귀의하라는 말로 그 가르침을 시작한다. 인간에게는 배우지 않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원초적인 힘,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라도 이겨낼 있는 타고난 힘이 내재되어 이다는 것이 <주역>의 설명이다. 그 힘을 믿고 인생을 개척해 나가라는 것이다.

 

03 사랑할 때와 기다릴 때

 

86 우선 여인에게 기대지 말라. 여인은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쉽게 몸과 마음을 주니 이롭지 못하다.

또한 어렵고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면 고난만 많아진다.

그러므로 자연의 섭리에 의한 공부만이 길하다.

 

89

동몽에 이어 두 번째 공부의 형태인 발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몽은 인간이 만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며, 출세를 위한 일체의 공부를 듯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매달리는 공부가 바로 이것이다.

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리의 시절에 형인으로 등용됨에 이롭다고 했다. 형인은 형벌을 집행하는 자이니, 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꾼다면 판검사가 될 터이다. 실제로 세상의 학문을 열심히 갈고 닦으면 판검사가 될 수 있고, 판검사는 남에게 구속됨이 없이 오히려 남의 허물을 다스리는 절대적인 권력자에 다름 아니다. 그야말로 성공한 인생, 권력과 현실적인 명예의 상징이다.

그러나 <주역>의 기자는 그래 봐야 별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저 용탈질곡, 다시 말해 개인적인 질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거나, 자기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 정도는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도 작은 성취는 아니라 할 것이나, 동몽의 목표와 같이 본질적인 성취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끝까지 길하지 못하고, 리의 시절이 지나가면서 그 이후로는 어렵고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인간이 만든 학문에 매달려 세상의 명리를 좇는 공부의 한계를 말한 부분이다. 앞의 동몽’’에 관한 얘기와 비교하여, ‘발몽으로는 최상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고, 궁극적인 인간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고 하였다. 외국어로 된 전문서적에만 눈을 빠뜨리고 있는 요즘의 학자들이나, 이미 얻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부질없는 싸움에 끝없이 매달리는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이 새겨듣지 않으면 안 될 대목이다.

 

91 곤몽 린

곤몽은 곤란한 공부이니, 어렵고 싫은 공부를 말한다. 이런 공부를 하면 고난이 많다. 하기 싫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에 집착하는 것 모두가 곤몽이다. <주역>에서는 이러한 공부를 계속하면 어려움이 끊이지 않는다고 경계한다.

 

92 동몽 길

곤몽은 어렵고 동몽은 길하다는 말이니, 곤몽에 매달리지 말고 동몽으로 나아가라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동몽이란 무엇인가?

동몽은 문자 그대로 어린아이의 공부다. 목적도 없고 실용성도 염두에 두지 않는 공부, 오직 자연의 이치에 대한 궁금증으로만 가득 찬 순수한 의문의 세계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공부가 동몽이다. 이런 어린아이의 순수함이야말로 자연과 동화되고 신과 교감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예수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05 어떻게 때를 기다릴 것인가

 

105 수 유부 광형 정길 리섭대천

이처럼 믿음과 확신이 있는 기다림, 목표가 분명한 기다림이라면 그 과정에 설혹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무섭거나 두려울 것은 없다. 그러니 어둠 속의 빛살처럼 거침없이 기다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광형이 의미하는 바다. 혹은 믿음이 생기는 순간, 기다림에도 광명의 빛이 보인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기다릴 수 있다면 그 끝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리섭대천은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말이니, 모험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주역>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기서는 믿음과 확신을 바탕으로 한 기다림의 끝에서, 마침내 때를 얻어 용감하게 대업을 성취하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최종적인 대업의 성취를 위해서는 기다림 외에도 마지막의 실천적인 모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우교 리용항 무구

우선 수우교의 교는 교외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수우교는 제도구너 밖에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정치는 성 안에서 하는데 성 밖에서 기다리는 형국이다.

재야의 인물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 방관하는 척하고, 실제에도 잘 뒤어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리용항의 의미하는 바가 그것이며, 한창 힘차게 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리의 시절이 왔는데도 그냥 그저 그렇게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교외에서 제도권 밖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리섭대첩의 기회 대신 허물이 없다는 정도의 명에만 얻게 될 것이다.

 

111 이상의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다림의 원칙 세 가지를 간추려 보자. 첫째는 믿음이다. 둘째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다. 셋째는 마침내 도래한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하여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어야 진정으로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고, 때를 만나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06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정치인이 알아야 할 정치판의 생리

 

116 불리섭대천은, 직역하면 큰 내를 함부로 건너면 이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정치인의 경거망동, 특히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건 모험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설령 자신에게 큰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인이 모험을 좋아해서는 나라가 편안할 수 없다. 정치에서는 지나친 개혁이나 변화보다 안정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라고 하겠다. 때때로 우국충정에 불타는 정치인들이 기존의 모든 관행과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실제로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07 군인들에게. 전쟁과 군인의 길

승전이든 패전이든 전쟁 후에는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미 전쟁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08 경쟁이 생활인 사람들에게.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알파와 오메가

경쟁은 전쟁과는 다르다. 전쟁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하지만

경쟁은 정정당당해야 한다.

승부보다 과정을 중시할 수 있어야 지더라도 얻을 것이 있다.

지나치게 승부에만 집착하면 설령 이기더라도 차라리 지는 것만 못하다.

 

137 유부비지 무구 유부영부 종래유타 길

유부의 부는 믿음, 신뢰, 확신을 의미하는 글자다. 그러므로 유부비지는 경쟁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그래야 허물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의 믿음은 질그릇을 채우고 넘치게 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질그릇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이요, 여기에 차고 넘치는 믿음이란 충분하고도 폭넓은 믿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쟁에 필요한 믿음은 여러 가지다. 자기의 승리에 대한 확신, 그 동안의 노력과 연습에 대한 확신, 경쟁의 공정함에 대한 확신, 승리에 따르는 영광의 확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상대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 한다. 상대 역시 나와 똑 같은 입장에서 똑 같은 목표를 향해서, 똑같이 공정하고도 당당하게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래야 경쟁이 끝난 뒤에 다시 형제처럼 가까워질 수 있고, 승패에 상관없이 경쟁을 경쟁 자체로 끝낼 수 있게 된다.

 

138 비지자내 정 길

경쟁은 어쨌든 승패를 가리는 일종의 싸움이고, 싸움에서는 항상 어떻게 승리를 거둘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주역>이 말하는 승리의 첫째 조건은 바로 비지자내다. 자내는 경쟁에 필요한 힘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부로부터 표출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

실제로 경쟁에 임하면 우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나아가 자신을 믿고, 잠재된 모든 기운을 표출시켜 경쟁에 사용해야 한다.

 

09 소축 작은 성공을 꿈구는 사람들에게

 

156 기우지처 상덕 재 부 정 려 월기방 군자 정 흉

가정의 화목이나 이웃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소축은 반드시 때를 만나 실현되게 마련이다. 한때 구름은 빽빽해도 비가 오지 않는 밀운 불우의 시절도 있겠지만, 마침낸 때가 되면 반드시 비가 쏟아졌다가 그치는 호 시절이 오는 것이다.

 

157 그렇다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이런 엉뚱한 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주역>은 부인이 그 끝을 염려하고 걱정한다고 표현했다. 이때의 부인은 물론 아내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을 함께 하는 내부 종사자, 참모 등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주변 사람들이 지금 내가 벌이고자 하는 일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우선 정말로 자신이 그 일을 벌일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그 일을 벌이기에 지금이 적합한 대인지, 거듭 숙고해야 할 것이다.

è 남들의 말에 완전히 의존적일 필요는 없겠으나 되새겨볼만한 말이다. 늘 주변의 평가를 잘 흡수해야 한다.

 

162 현실적인 욕망에 시달리며 각박하게만 살아가는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나 싫고도 역겨웠다. 어려운 집안형편에 어머니며 동생들을 보살펴 왔고, 자식들을 위해 사뭇 열심히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꿈에 본 마지막 선비의 모습, 호통을 치던 또 다른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나는 이 세상에 있으나 없으나 아무 차이가 없는, 그런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주역>을 공부하다가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뜨고 마는 안타까운 선비의 모습이 전생의 나인지 금생의 나인지 모르지만, 나는 그 선비처럼 되기는 싫었다. 나는 그 선비가 전생의 나라고 생각하고, 이생에서는 반드시 주석서를 쓰고 죽어야 한다고, 나는 이미 전생에서 한 번 실패했던 사람이라고,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잡았다.

 

그러자 욕심이 사라졌다. 완벽한 주석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거나 최소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거라는 판단도 생겼다. 잘못 쓴다 해도 스승이 없었으니 나 외의 다른 누군가에게 오점을 남길 일도 없었다. 남이 알아주기를 기대해서 쓰는 게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어차피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주역>의 주석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정말이지 순수하게 내 안의 끓어 넘치는 기운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그것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성불사에서의 그 꿈을, 자기 연민과 합리화의 충동에 빠진 한 마리 어리석은 나비의 일장춘몽이라고 비웃어도 좋다. 그러나 성불사에서의 그 꿈 이후 나는 다시 돋보기를 꺼내 쓰고 컴퓨터 앞에 앉을 수가 있었다.

 

10 - 2인자들에게. 직언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사람을 앞에 두고 바른 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자기 자리를 걸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고 직언하는 사람들을 예로부터 칭송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직언에도 도가 있다. 리의 도가 바로 그것이다.

 

170 그러나 조금의 여유도 없이 지나치게 강직한 사람은, 사람이 따르지 않으니 외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시대를 읽는 안목도 없이 직언을 하면 화를 당하기 십상이다. 리의 세계에도 이처럼 여유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며,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11 태평을 꿈꾸는 사람에게

 

173 발모여 이기위 정 길

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태도다. 지금 당장은 별 쓸모가 없는 것이라도 소중하게 아끼고 모아서 어려울 때 쓸 수 있도록 비축해 두어야 한다.

 

175 무평불파 무왕불복 간정 무구 물휼 기부 우식유복

태를 이루고자 하는 자가 지녀야 할 인생관, 세계관을 논한 구절이다. 어떤 사사오가 철학을 가진 사람이 태를 이루게 되는가?

무평불파는 비탈지지 않은 평지는 없다는 말이니, 세상에 평평하기만 한 길은 없다는 말이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마냥 평화롭고 평평하게만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실은 비탈과 언덕으로 되어 있는 이치를 말한 것이다. 이를 인생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마냥 무탈하고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태평도 실은 그 나름의 고난과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니 이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왕불복 역시 같은 뜻으로,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ㄴ없다는 말이다. 인생이란 그렇게 모두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고난이 오래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짓을 그만두는 것이고, 걱정과 근심 대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그런 믿음만 있다면, 먹고 사는 문제를 비롯한 경제활동과 행복 추구의 과정에 복이 있을 것이라는 게 <주역>의 가르침이다.

 

180 셋째, 지나친 욕심은 버려야 한다. 나보다 잘사는 다른 사람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지 말고,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오히려 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인생에는 항상 오르막만 있거나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면 가고 가면 오듯이 인생은 순환되고 반복되며, 결국 모든 인생은 거개가 똑 같은 것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알고 지나친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걱정과 불안 따위도 없어질 것이며, 물질적인 부 역시 절로 찾아올 것이다.

 

다섯째, 권세와 권력이 없으면 태평은 유지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가진 것이 많고 기회가 허락된다면, 마땅히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 이런 가르침은 도덕적으로 그다지 권장할 만한 내용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역>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모든 부와 권력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얽혀 있다. 다만 <주역>의 권력과 권력자에 관한 다른 경계들을 참고하건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선에서 권력을 취해야 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12 눈앞이 캄캄한 사람들에게

 

184 그러나 소인배처럼 변화와 발전을 포기하고 현재에 안주함은 부끄러운 일이다. 운이 막히는 때에도 절도 있고 흠 없이 살면 결국 천명을 얻어 벗어날 수 있다. 대인은 금방 망할 것 같은 때에도 누에가 실을 뽑듯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풀어 나가는 법이니, 막힘의 운도 마침내 멈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막힘의 운을 뒤집고자 노력하니, 처음엔 어려워도 나중에는 성공하여 웃게 된다.

 

187 휴부 대인 길 기망기망 계우포상

그렇다면 막힘의 운세는 언제 어떻게 뚫리는가? 막힘의 운세가 뚤릴 때에는 순서가 있다. 우선 활발하게 움직이는 부의 운세를 멈추게 해야 한다. 이것이 휴부의 단계다. 말하자면 활화산이 휴화산으로 바뀌는 단계다. 이 단계가 되면 대인의 운세는 마침내 길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아직 운세가 역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는 게 거의 죽을 지경이다. 사업으로 따지자면 오늘 내일 금방 말할 것만 같은 상황이다. 기망기망은 이렇게 곧 죽을 것 같고, 금방 망할 것 같은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대인의 운이 이 정도로 어렵게 되었다는 것은, 역으로 막힘의 운세가 휴지기에 들어섰다는 반증이기 대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군자로서의 일을 어떻게든 계속해야 한다.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고 실을 자아내듯이, 다 나왔을 것 같은데 그 작은 누에에서 다시 실이 뽑아져 나오듯이, 그렇게 끊임없이 할일을 해야 한다.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에가 기신기신하면서도 끝까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 가는 모양을 형용한 말이 계우포상이다.

 

경부 선부 후희

휴부의 단계 다음이 경부의 단계다. 막힌 운을 마침내 뒤집어엎는 단계다. 등산에 비유한다면 마침내 정상을 눈앞에 둔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 ㅣ그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끝까지 나아가 반드시 막힌 운을 뚫어야 한다. 그 마지막 고비가 경부의 단계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다. 그래서 선부, 여전히 막혀 있다고 했다. 정상이 가까운 건 분명한데 모퉁이와 큰 나무에 가려 꼭대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와 같다. 하지만 계속 나아가야 한다.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가? 순수하고 깨끗하게, 질서정연하게, 역경을 오히려 복이라고 생각해 순종하면서,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가?

후희, 그 뒤에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막힘의 운세가 끝나고 마침내 정상이다. 이제는 내리막이요 열린 운의 시작이며, 성공의 길인 것이다.

 

13 동인 정치인들에게

 

196 정치인은 또한 바르고 정직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상대를 제압히기 위해 간계를 사용하고, 정적을 몰아내기 위해 술수를 부린다면 참다운 정치인이라 할 수 없다. <주역>은 이런 정치인은 실패한다고 말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아예 삼대가 망한다고 못을 박는다.

 

199 첫째, 성공하는 정치인의 첫걸음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에 대해 <주역>은 젊은 시절에, 들판에서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정치의 근본이 여가 아닌 야에 있음을 말한 것이요, 젊어서 정치를 시작해야 나중에 완숙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섯째, 그렇다면 다른 사회활동과 정치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주역>의 표현에 따르자면 정치는 그야말로 웃기는 코미디이며 끝없는 투쟁이다. 싸움이 일상이고 겉과 속이 다른 협상의 연속이다. 이를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

 

14 대우 재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 작은 부는 누구나 노력으로 얻을 수 있지만 한 나라를 경영할 정도의 부와 권력이라면 하늘이 주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큰 부자들의 조건은 무엇이고 이들은 보통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대유자는 자기의 본색을 가볍게 드러내지 말아야 허물이 없다. 대유자는 믿음과 위엄으로 사람을 사귀어야 길하다.

 

203 내가 만약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 이를 물려받을 아들에게 하나의 교훈만을 가르쳐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친구를 가려 사귀라는 교훈을 남기겠다. 감언이설로 부를 훔치려는 친구를 경계하고, 그 큰 부를 더 키우거나 유지시킬 수 있도록 돕는 친구를 사귀라는 가르침을 줄 것이다.

 

15 겸양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211 겸 형 군자 유종

겸은 겸손이요 겸양이다. 이 겸의 도는 어려서부터 익히고 수행하여 군자가 마지막에 갖추는 덕목이다. 군자의 미덕은 겸에서 일어나며, 군자는 겸양에서 인격의 꽃을 피운다. 군자의 마짖막 공부이며 수행의 마지막 단계라 하겠다.

 

겸겸 군자 융섭대천 길

겸겸은 겸도의 중복이니 최고의 겸양이다. 이 경지에 도달한 군자는 사고와 행동이 언제나 일치해서 어떤 일을 도모해도 이룰 수 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냉철함과 이에 대처할 만한 지혜를 동시에 갖추었을 분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그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다. 그래서 큰 내를 건너는 것처럼 일견 무모해 보이는 위대한 일도 해낼 수 있으니, 이로써 길하다고 했다.

 

명검 정길

명겸도 끝내는 길하다는 말이다. 명겸이란 현실세계에서 특히 변론이나 연설, 대인관계에서 겸의 도를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현실 생활 속에서 겸양의 도리를 다하면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처세할 수 있다.

명겸의 도리를 아는 사람은 이미 적절한 처세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며, 때로는 목적을 위해 거짓을 행하기도 하고, 화려한 연설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잔재주가 아니라 겸양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일을 하니 길할 수 있다.

 

로겸 군자 유종 길

로겸은 사람이 노력을 통해 얻는 겸양의 도리이다. 천부적으로 군자의 품성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겸의 도를 깨달은 군자가 바로 로겸 군자다. 이렇게 학문과 겸양으로 인격을 완성한 군자가 유종의 미를 거두니 역시 길하다고 했다.

 

무불리 휘겸

휘겸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휘겸이란 생각과 행동이 세상에 걸릴 것 없이 자유로우면서도, 겸도를 깨달아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아무런 욕심 없이 겸의 도를 행하니 불리함이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214 똑똑하고 출세한 사람이 겸손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주역>은 군자가 되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겸양의 도를 수행해야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215 현실 정치에 필요한 겸손이 바로 명겸이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인간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탁월하여 만사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주역>에서는 이를 치자가 가져야 할 능력으로 본다. 목적을 위하여 잠시 후퇴하거나 적에게 거짓으로 굴복하는 것도 명검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실 정치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겸양의 형태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과도한 명분론 대신 이런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겸양의 도가 더 많은 선비들에게 숭상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더러 있다.

 

16 큰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남들과 다른 성공의 이면에는 항상 남들과 다른 계획이 있다.

남들과 똑같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남들과 다른 성취를 이룰 여지가 없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올해와 다른 내년, 남다른 인생을 위해 어떤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계획은 미리 발설하면 흉하다.

돌 같은 맹서는 매일, 종일 지켜 가면 끝내 길하다.

계획을 세울 때는 자기 한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계획에는 후회가 따르고, 일이 늦어질수록 후회는 가중된다.

 

어리석은 계획으로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돌이켜 후회하고 반성한다면 허물이 되지 않는다.

 

개우석 부종일 정길

개우석은 돌에 새겨 맹서한다는 말이다. 대만 총통이었던 장개석의 본명은 중정이었는데, 대만으로 물러나면서 본토 수복의 맹서를 새삼 다지기 위해 이름을 개석으로 바꿨다고 한다. 개우석은 그런 돌 같은 맹서를 상징한다. <주역>은 이런 맹서를 매일, 멈추지 않으면, 그 끝이 길하다고 했다. 계획과 더불어 그 실천의지를 다지는 마음자세가 중요하고 일이 끝날 때까지 이를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작심삼일의 안이한 자세로는 큰일을 이룰 수 없음이다.

 

우예 회 지 유희

우예는 턱을 치켜들고 올려다보아야 하는 높은 계획, 분에 넘치는 계획이다. 요즘 말로 눈높이가 맞지 않는 계획이다. 자신의 분수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욕심에 경도된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하였다.

게다가 이런 과도한 계획은 실행이 어려워 진행이 더뎌지게 마련이고, 그러면 더욱 후회할 일만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이든 국가든 현재 처한 현실과 영건을 잘 고려하고 숙고하여 계획을 세워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겠다.

 

222 명예 성 유투 무구

명예는 어두운 계획, 무지한 계획이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어서, 현명한 계획이라고 반드시 성공하고, 어두운 계획이라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만은 아니다. 비록 어두운 계획이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라도 성공 자체에 도취되지 않고 자신을 반성하고 바꾸어 변신하면, 허물이 없다. 계획을 세웠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계획이 비록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나중에 다시 반성하고 돌이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è 나는 늘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느라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실천이라는 것은 계획의 무결점을 시험해보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계획에 헛점이 보이면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 수정하면서 정작 실천의 시간을 뺏기곤 하였다. 계획이 확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222 그러나 모든 계획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왜인가? 계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주역>의 가르침은 조금 다르다. 계획 자체보다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첫머리에서 계획으 ㅣ중요성을 우선 언급한 후에 뒤이어서는 곧장 계획을 세운 뒤의 실천의 문제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계획 자체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차돌 같은 의지로 실행해 나가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는 이처럼 계획의 실천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작심삼일의 늪에서 날마다 새로운 계획만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모든 큰일에는 반드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에, <주역>은 우선 계획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능력과 주변 환경을 잘 살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상하고 후회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컨대 반에서 30등 정도 하던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전교 3등 안에 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희망 사항이지 정상적인 계획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세워진 계획을 지나치게 떠벌리는 것도 좋지 않다. … 개인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계획을 떠벌리는 사람치고 실천 의지가 정말로 강한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하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세운 계획이라면 굳이 남들에게 떠벌릴 일이 아니라, 혼자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계획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한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돌에 글을 새기듯 매일매일 결심을 새로이 하고 한결같이 매진해야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개우석의 맹서라고 표현했다.

 

223 흥미로운 것은 잘못된 계획, 어리석은 계획도 때때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역>의 설명이다.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사업 추진도 간혹 성공을 거두는 경우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돌아보고 반성하여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역시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계획 자체보다는 그 실천의 과정을 중시한 가르침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계획은 반드시 실행되고 성취되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주역> 특유의 결과 중심주의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17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231 <주역>은 우선 어려운 대에도 허물없이 순조롭게 생을 살아가려면 사람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인을 멀리하고 대인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평가하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를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대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와 시대를 모두 읽을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세에 처하더라도 빠져나올 구멍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18 존경받지 못하는 부자들에게

 

236 고가 지닌 가장 큰 위험은 일종의 중독성이다. 돈과 권력의 맛을 흔히 마약에 비유하거니와 이를 가장 강조하여 보여주는 예가 <주역>에서 설명하는 고의 경우이다.

 

19 치자들에게

 

20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256 <주역>이 우리에게 전해 주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길흉화복의 예언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는 인생의 지혜,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이를 타개하고 전진할 수 있는 삶의 지혜, 바로 그런 지혜를 전해 주고자 <주역>은 저술된 것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주역>에서 정말로 미래를 위한 변치 않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관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가? <주역>에서는 관이불천, 유부옹약의 수행을 하면 관의 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관이불천이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오욕을 정리한 상태, 그래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이른바 부동심이다. 한편, 유부는 믿음이요 웅약은 공경이니, 유부옹약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관의 도를 주재하는 자에 대한 공영이다. 이 두 가지를 갈고 닦아야 정관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 서합 사법부의 관리들에게

 

22 아름다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외모는 부모의 은혜를 입은 것으로 잘 가꾸면 영원히 길하다.

 

271 비여 유여 영정길

뒤의 해석을 발전시킨다면, 인간은 누구나 이미 아름다운데 스스로 이를 알지 못하고 잘못된 아름다움만을 헛되이 추구한다는 경잭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23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에게

 

박지 무구

직역하자면 박은 박으로 대해야 허물이 없다는 말이니, 어려운 때에는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리면 박의 기운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처하라는 말이 아니라, 박의 기운에 순응하면서 먼 미래를 보고 고통을 인내하라는 뜻이다. 모든 것이 파괴되는 와중에 가진 것을 지키려 학 더 큰 욕심을 부린다면 지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상해 후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된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 박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24 민주주의를 묻는 정치인들에게

 

290 현실에서 마주치는 정치인의 다양한 모습을 이 속에서 모두 찾아볼 수 ㅣㅇㅆ다. 자신의 진퇴를 잘 아는 사람, 작은 이익을 좇아 철새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사람, 이상은 높으나 조직과 융화하지 못해 결국 듯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 훌륭한 인품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등등. 어쩌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 행태를 잘 알아 처신한다면 성공하는 정치인처럼 반드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25 무망 무위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295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무망의 삶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욕심이다. 남루하지만 청빈한 삶을 선택했으니 당연히 재물에 대한 욕심은 절대금기 사항이다. <주역>은 무망의 삶을 살기로 한 사람이 정도를 벗어나면 재앙이 생긴다고 일차 경고한 바 있거니와, 여기서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비율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가정 무구

무망의 삶을 살다 보면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우선 춥고 배고픈 삶이 무망의 삶이다. 하지만 끝까지 이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허물이 없다. 중간이 마음이 변해 욕심을 내면 오히려 재양이 생긴다고 이미 예를 들어 경고한 바 있다.

 

무망지질 물약 유희

무망의 병에는 약을 쓰지 말라. 스스로 깨달아야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무망의 병이란 무엇인가? 달성되기 어려운 무망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무망의 병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무망의 병에는 약이 없으니, 그냥 두어 스스로 깨달아야 비로소 기쁨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 결과는 일반인의 건강한 삶으로 복귀하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주역>의 기본 사상을 참고하건대, 무망의 병은 무망의 수행 중에 생기는 병, 곧 욕심이나 의지의 흐트러짐 같은 걸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때의 병은 약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고, 남의 도움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본인 스스로 깨달아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무망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26 대축 야망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300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희생과 큰 강을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대축은 이루어진다. 사리사욕에만 집착하면 위험하다. 대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전략과 전술을 수련해야 한다. 인재가 뜻을 펼치려 하지만 이루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매일 수련하면서 나아가야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어린 소를 기르듯 인재를 기르니 근원적으로 길하다. 거세한 돼지의 이빨과 같은 준비가 있어야 길하다. 천시와 통하면 형통한다.

 

27 도를 묻는 사람들에게

 

307 도를 닦는다고 하면서 가족을 내팽개치고 홀로 산중에 틀어박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진실로 도를 모르는 소치다. 자신의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가족을 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부양하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도인이다.

 

309 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의 도를 추구하면 끝이 길하며, 관이를 통해야 스스로 언행의 일치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지를 깨달은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자연의 섭리를 깨우친 사람의 행동은 우선 거칠 것이 없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고, 모든 언행이 자연의 원리와 음양의 조화에 정확히 합치된다. 자구구실의 구와 실이 각각 말과 행동을 뜻하니, 자구구실은 언행의 일치를 의미한다.

 

315 <주역>에서 말하는 도인은 문자 그대로 길을 아는 사람이다. 천지와 만물의 운행 원리를 궁구하여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이는 현대 자연과학의 목표와 방법론에 정확히 합치되는 것이다.), 자신을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이는 현세를 중시하는 모든 종교가 가르치는 삶의 준칙이다), 그가 바로 <주역>이 말하는 도인이다.

 

28 대과 동량을 찾는 사람들에게. 과함을 이기는 지혜

 

323 동륭 길 유사 린

륭은 크고 곧다는 말이니, 동륭은 겉으로는 거칠어 보여도 단단하고 곧은 나무다. 외모는 거칠고 볼품없어도 성품이 곧고 대범하여 대인의 기상을 타고난 인물을 의미한다. 이런 나무를 용마루로 쓰면 길하고, 이런 사람을 등용하면 길하다.

 

이에 비해 유사는 뱀처럼 굽어 있는 모양이다. 겉은 아름다워도 인격이 바르지 않은 인물을 가리킨다. 질과 색깔이 좋고 단단해도 뱀처럼 휘어 있으면 동량으로 쓰지 못하듯이, 외모가 좋아도 품성이 곧지 못하면 큰일에 쓸 수 없다. 이런 나무를 용마루로 쓰면 일이 어려워진다.

 

29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329 그렇다면 구덩이에 빠진 사람이 탈출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역>은 빠져나올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라고 말한다. 이런 믿음과 희망이 있어야 구체적인 탈출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믿음과 희망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탈출을 모색할 수도 없으니, 그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자포자기일 뿐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일수록 믿음과 희망이 중요하다.

 

335 그러므로 해결책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고, 구덩이에서 반드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자기희생을 무릎쓰더라도 남을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은 죄가 있어서 구덩이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말로는 쉬운 일 같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구덩이에 빠진 급박한 상황에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니 실천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공덕을 쌓아나가야 구덩이에서 탈출할 길이 열린다.

 

30 열기와 혼란 속에서 길 찾기

 

337 리는 이별이고 이탈이며 헤어짐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것, 사랑하던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 상하가 제각기 겉도는 것이 리다. 그러므로 리는 분리이고 일탈이며 혼돈이고 무질서다.

 

346 그러면 어떻게 해야 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과도한 열기와 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떠나버린 그녀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며 폭음을 일삼는 방황을 마무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끝없는 불화를 종식시킬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갈라진 남과 북의 마찰과 대립을 끝낼 수 있을까?

대답은 자명하다. 원형리정의 질서를 회복시키고, 저마다 중도의 자리로 돌아가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31 이성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355 함은 천부적으롱 타고난 순수한 감성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자연과 하늘에 대해서, 느끼고 나누고 통하는 모든 감정이 함이다. 그 미치는 범위가 우주만큼이나 넓고, 그 종류와 형상 또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차라리 리의 반대 개념에 해당하는 모든 것들이 함이라고 정의하는 편이 이해하기에 간단하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이 리와 함을 공유해야 한다. 리는 과학적 사고이며 배움을 통해 이르는 경지이니 양에 속한다. 이에 반해 함은 감각이고 느낌이니 음에 속한다.

 

32 변화가 두려운 어른들에게

 

360 항의 진면목이 바로 회망, 즉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항의 삶에는 인간적인 성취에 대한 동기나 목표가 결여되어 있다. 투자도 없고 결실도 없으며,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그러니 후회가 있을 리 없다.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데 어찌 후회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는 보통의 사람들이 선택하기에 적절한 삶의 태도는 아니다. 사람은 본시 욕심을 완전히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욕심이 남아 있는 한 후회가 없는 항의 삶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3 물러남의 지혜

 

368 적절한 때에 아름답게 물러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야 갖가지 유혹과 자기 자신의 욕심을 물리칠 수 있다.

 

34 대장 힘이 장한 사람들에게

 

380 저양촉번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린 양이 울타리를 들이받으며 저항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양이다. 대장의 기상이 모자라니 뿔이 울타리에 걸리고, 물러설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바지게 된다. 그러니 아직은 유리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 버린다면 누가 거저 자유를 가져다주겠는가. 어렵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길하다.

 

35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390 권력자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선 누군가를 진실로 믿고 의지하기가 쉽지 않다.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어렵고,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미덥지 못하다. 하지만 진정한 권력자라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나 자신이 부리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이 생기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믿음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심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36 명이 되는 일이 없을 때의 처세술

 

396 입우좌복 획명이지심 우출문정

앞에서 일차 왼쪽 허벅지에 화살을 맞으면 재빨리 말을 타고 달아나라는 충고를 한 바 있거니와, 이 구절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명이의 운으로부터 찰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입우좌복은 왼쪽 뱃속에 들어간다는 말인데, 이는 상대의 속마음, 즉 숨겨놓은 마음을 알아챈다는 의미다. 획명이지심은 자신의 운이 명이의 시절임을 알아챈다는 말이니, 지금은 자신의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새로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의미다. 우출문정은 속해 있던 집단에서 나온다는 말이니, 상대의 속셈을 알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있던 곳에서 탈출하라는 의미다.

 

398 명이지자가 그나마 심신을 보전하기 ㅟㅇ해서는 자신의 운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운이 명이임을 깨닫고 세상을 더나 조요히 은거하는 게 상책이다. 자신을 ㄹ안전하게 유지하면서 명이의 기가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37 가인 가정을 이끄는 부인들에게

 

402 가인학학 회려 길 부자 희희 종린

학학은 가혹하고도 냉혹하다는 말이다. 뒤에 나오는 희희(희희낙락)와 대비되며 이처럼 엄하게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뜻이다. 가인이 이렇게 너무 엄하게 자녀를 교육시키면 후회도 있고 위험도 있지만 결국은 길하다고 했다. 어떤 후회이고 어떤 위험인가? 자녀에게 엄격하기만 하고 살가운 사랑으로 보듬어 주지 못한 어미로서의 후회요, 엄하기만 한 어머니에 대한 자녀의 반항이라는 위험이다. 그런 후회와 위험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길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이를 부연하기 위해 그 반대의 경우도 예시했다.

부자희희는 어미와 아들이 한데 어우러져 희희낙락한다는 말이니, 지나치게 즐거움에만 치우치는 교육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교육이다. 아이가 싫어하고 잘못하는 것은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교육이다. 그러니 그 끝이 궁색해진다고 하였다.

è 타이거 마더의 근거

 

38 수렁에 빠진 젊은이에게

 

411 어느 날 문득 자신인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가?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싶을 대가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가슴도 시리겠지만, 지금까지의 생활을 과감하게 버리고 탈출하라. 자성을 회복하라. 이는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는 배신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행이 된다.

è 주역, 진짜 최곤데?

 

420 다른 한편으로, 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누려 오던 여러 가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고, 오해와 위협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한 청년의 악전고투를 상상해 보라.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용기가 있고 미련이 없다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옛날의 적이 동지가 되어 돕고, 하늘도 자신을 따르는 자를 돕는다. 그러므로 지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면, 인간의 길을 찾아 과감하게 배신하라. 미련을 버려라.

 

39 다리가 꺾인 사람들에게. 고난을 극복하는 상생의 지혜

 

426 건의 고난을 잘 견뎌내면 명예를 얻기도 하고, 또 어려움에 처했을 대 도와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 우정을 다질 수도 있다. 그리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한 번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은 이후의 어떠한 역경도 모두 이겨낼 수 있다.

 

40 잘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운이 풀리기 시작할 때의 처세술

427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자연의 이치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오고 어려운 일 뒤에는 쉬운 일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꽉꽉한 막히는 건의 운이 끝나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해결되는 해의 운도 찾아온다. 그렇다고 어렵던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제 또 오르막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41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수익을 내는 투자의 도

 

437 투자에는 신념과 타고난 바의 바탕이 있어야 길하고, 허물 없이 끝까지 유지해야 하며, 나아감에 검소하고 정성이 있어야 유리하다는 말이다. 투자가의 기본 조건과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의 기본 자세에 대한 설명이다.

우선 투자가에게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투자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신념이 없다면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당연히 실익을 거둘 수도 없다는 말이다.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사업이나 투자에 나서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다.

 

그 다음에 강조한 것은 검소한 생활이다. 거친 베옷을 입어야 이롭다는 말이 그것이다. 투자를 했으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박하게 생활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는 멀리 보고 하는 것이어서 사소한 이익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검소하되 정성스런 생활태도다. 이궤의 궤는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서직을 담는 그릇이다. 바깥쪽은 둥글고 안은 네모난 모양인데, 대나무나 흙으로 만들고, 곡식은 한 말 두 되를 담을 수 있다. 큰 제사에는 육궤나 팔궤를 사용하고 보통의 제사에는 사궤를 사용하며, 특별히 간략한 제사에는 이궤를 쓴다. 가용향은 신께 제물을 바쳐 제사를 드린다는 말이며, 투자는 이처럼 정성스럽게 하라는 의미다.

 

444 십붕지구 나는 또 이 구절을 읽으며 역자로서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되엇다. 십붕지구의 예우를 받는 역학자가 되자. 그런 훌륭한 길을 왱 여태까지 몰랐단 말인가/ 그런 깨달음과 결심으로 나는 한동안 희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42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가들에게

 

돈을 벌려면 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모험을 감행해야 이롭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다.

큰 이익을 얻으려거든 현자를 찾아가 십붕의 예로 도움을 받으라.

다소의 무리가 있더라도 종내 길하다.

 

익의 영화를 누릴 대에는 흉한 일이 있어도 허물이 없다.

믿음과 중용의 도를 행하고, 어려울 때에는 정치력을 발휘하라.

익자가 중용의 도를 행하면 공이 나의 뜻에 따르고,

의지 삼아 쓰면 이로우니 나라를 옮기는 큰일도 이룰 수 있다.

믿음과 은혜로운 마음만큼 좋은 것이 세상에 또 있을.

묻지도 말라, 근원적으로 길하다.

익의 기운이 막혀 평상심을 잃고 공격적이게 되니 흉하다.

 

43 항쟁의 역사

 

정의를 주장하고 현실성 있게 저항하기 위해서는 여론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동원할 경제력이나 권력이 없으니 대중의 마음에 호소해 분위기를 형성하는 수밖에 없다. 여론이 호응하면 목표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저항은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고 만다. 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신임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44 짝을 찾는 사람들에게

 

구 여장 물용취녀

우연히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너무 장하다면, 이용하거나 취하지 말라는 말이다. 구는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이다.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은 아니어서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이 가능한 만남이다. 오늘날의 젊은 남녀들의 만남 대부분이 이런 만남이다. 그런데 그 여자가 장하다는 것은, 여자에게 필요한 음의 기운이 아니라 남자에게 있어야 할 양의 기운이 지나치게 넘친다는 말이다. 음의 유덕함은 없고 양의 강함만 있는 여인이다. 음양의 조화가 구현되지 못한 여자이고, 오히려 남자 같은 여자다. 이런 여자들이 요즘에는 인기가 있는 모양이지만, <주역>의 기자는 그렇게 포스트모던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여인은 이용하지도 말고 취하지도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도 점점 남자의 기세가 약해지고 용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è -_-

 

45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480 무리를 이끌다 보면 당연히 오합지졸도 생기고 나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더러는 내 뜻을 몰라주거나 믿음을 배신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더러는 내 뜻을 몰라주거나 믿음을 배신하는 사람도 생긴다. 이때 진정한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역>은 이 대목에서 엄하게 꾸짖고 질서를 세우라고 말한다. 사사롭고 작은 것들에 인정을 두지 말고 조직 자체의 위계 질서를 세워 큰 걸음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며, 조직에서는 위아래의 질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46 승승장구하려는 청년들에게

485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인을 만나 그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젊은 날에 위대한 스승을 만나 지도와 편달을 받아야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근심과 걱정이 없어진다고 했다.

 

47 곤란한 지경에 빠진 이웃들에게

499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궁하면 또 곧 통한다고 했다. 문제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런 어려움에 빠졌던 다른 사람들이 어떤 해결책을 사용해 탈출했는지를 역사와 경험을 통해 배우는 일일 것이다.

 

48 민심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507 게다가 그 우물은 두꺼비가 독을 소아 대며 지키고 있다. 독 뿜는 두꺼비는 누구인가? 바로 우물의 주인이자 그 우물의 관리책임자인 군자 그 자신이다. 군자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당연히 만인에게 개방해야 할 것을 개방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욕심 사나운 두꺼비가 홀로 숨어 지키고 있으니 그 우물이 어찌 되겠는가? 당연히 두레박이 깨어져 물이 새고, 우물은 끝내 폐쇄되고 말 것이다. 세상이나 백성과 유리되어 아집과 편견, 교만과 욕심에 사로잡힌 군자의 우물 관리는 이런 결과를 낳는다.

 

49 개혁을 꿈꾸는 사람에게

513 헌 집이 아깝다고 그대로 두면 새 집을 지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을 헐어내는 것은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달픈 일이다. 그러나 비가 새고 내려앉기 시작한 집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헐어내야 한다. 망치를 들고 헌 것을 무너뜨려야 새 것을 세울 수 있다.

 

520 개혁에는 또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선 개혁의 주체 스스로 개혁의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50 공정한 분배를 묻는 이들에게. 솥단지에서 배우는 분배의 원리

 

529 솥의 발은 음식이 끓는 동안 기능한다. 그렇다면 음식을 끓이는 것은 누구인가? 만인이 먹을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농민이요 노동자들이고 일꾼들이다. 이들이 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계층의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솥의 발이다. 그런 면에서 솥의 발은 삼권분립이라고 할 때의 권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삼권분립 자체를 지탱하는 근원적 힘으로서의 백성들의 힘과 의무, 그 역할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51 벼락이 무서운 사람들에게

539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우레를 무서워하는가? 욕심 때문이다. 우레가 요란하고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내가 가진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레가 무서운 것이다. 그러므로 우레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욕심, 특히 재물에 대한 욕심에서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간다. 그 동안 애지중지 모아온 재산이 모두 이리저리 흩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목숨마저 잃을 수 있다. 재산은 곧 다시 모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52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사람들에게

548 허리 이상의 상반신에서 멈추는 경우는 군자의 멈춤, 말하자면 성숙한 사람의 멈춤이다. 몸통에서 멈추어도 허물이 없고, 뺨에서 멈추면 말에 질서가 생겨서 후회할 일이 없다고 했다. 잘못 탔던 욕망의 열차가 드디어 그 클라이맥스를 지나 서서히 속력을 줄이는 경우에 해당되겠다. 다행히 이 열차는 가속만 계속하다가 탈선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53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54 귀매 결혼을 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략 결혼의 허와 실

è 여기까지 읽긴 읽었으되, 발췌할 내용이 없었음.

 

55 풍년을 비는 농부들에게

578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풍요를 얻었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장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역>은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이웃과 풍요를 나누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이를 거부한 채 담을 더 높이고, 처마를 더 높여서 해를 가린다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이 집의 풍은 곧 흉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56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586 주역에 따르면 여행에는 우선 길한 여행과 흉한 여행이 있다. 좋은 인생과 나쁜 인생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제 판명되는가? 끝나봐야 안다. 그 끝이 좋으면 좋은 여행이고, 그 끝이 나쁘면 나쁜 여행이다. 그러니 사람도 죽은 후에야 그의 인생이 좋은 인생이었는지 나쁜 인생이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

 

57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596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나치게만 겸손하지 않으면 손은 좋은 것이라고 했고, 겉으로만 겸손한 척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의 도를 닦으면 진퇴의 때를 알게 되어 이롭다고 했고, 어려서부터 이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8 쾌락을 좇는 사람들에게

604 즐거움의 추구는 길한가 흉한가?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주역>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길한 것도 아니요 흉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고,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서로 조화롭게 나누고, 즐거움에 대해 미덥게 행동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è 도대체 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59 흩어지는 사람들에게

612 하지만 달아나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힘이 된다면 당연히 나아가 도적을 무찌르고 소탕해야 한다. 이는 임금의 일이며 신하의 일이자, 만백성의 일이기도 하다. 이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자기 몸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먼저 흩어 버리라는 것이다. 그래야 뭉칠 수 있고, 뭉쳐서 적의 무리를 다시 흩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랑캐 따위의 도적은 한 번 흩어 버리면 다시 뭉치지 못한다. 그러니 두려움 없이 몸을 던져서 그 무리들을 흩어 버리라는 것이다. 모여서 흩음이니, 모임 속의 흩음이요 흩음 속의 모임이다. 흩어 버리기 위한 모임이요, 모여서 흩어 버림이다. 모임과 흩어짐 사이에는 이처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60 한 시대를 마감하는 지혜

618 대나무가 마디를 맺음은 왜인가? 당연히 속도 빈 주제에 하루하루 쑥쑥 크기만 하다가는 그 휘어짐과 몸통의 갈라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나무는 무리하게 자라기 전에, 빈 몸통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기 전에 마디를 맺는다. 쑥쑥 잘 자라는 대나무가 가진 절제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마디를 맺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한다면 대나무는 당연히 그렇게 크게 자랄 수도 없고, 약한 바람에도 꺾이거나 휘고 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넘어 자기절제의 상징으로도 쓰일 만한 물건이다.

è데일 카네기. <행복론>에서 잠수함의 도크처럼 하루 하루를 생각하며 사는 법을 전략으로 가르침.

 

61 믿음의 정체

 

627 <주역>은 어떤 면에서 믿음을 가르치는 책이다. <주역>에 따르자면 인간사 모든 일이 믿음에서 비롯되고 믿음으로 이룩되며 믿음이 있어야 좋은 끝을 맺을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일이 성취되리라는 확신, 인간 상호간의 신뢰에 대한 얘기가 장마다 연이어 강조되는 책이 바로 <주역>이다. 만약 <주역>이 괴력난신을 말했다면, 아마 어느 종교의 경전보다도 믿음의 문제를 강조한 그런 종교서적이 되었을 것이다.

è 시크릿.

è 정신의 양자역학적 해석? 역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믿음의 에너지장. 믿지는 않지만. (말이 웃기구나.)

 

62 작은 지나침의 멋

632 높이 나는 새는 흉하다는 말이다. 소리가 들릴 정도로만 날다가 다시 내려와야 했는데, 이 새는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말았다. 그러니 흉하다.

è 이카루스. 갈매기의 꿈. 동양 사상의 특성, 한계?

 

63 물을 건넌 자의 여유

641 잃어버린 명예는 일주일 정도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니, 이는 기제자에게 주어진 복을 설명한 구절이 다. 이처럼 기제의 운을 타고난 사람은 명예나 재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설령 명예를 조금 잃었다 해도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 나설 필요가 없다. 운의 흐름이 바뀌면 저절로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기제자는 작은 것을 잃고 얻음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대범하라는 말이며,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64 큰 내를 건너는 모험

653 주역의 마지막 장은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장이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군력도 없고, 능력도 변변치 못한 보통사람들을 위한 장이자, 그래도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의 삶을 위한 위로와 응원의 노래다. 미제는 아직 건너지 못했따는 말이니, 미제자는 기제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다른가?

그러므로 미제자는 매사에 더 조심하고 더 절약하고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인생이 아름다운 건 이미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누릴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없는 것을 부지런히 만들어내고 가지지 못한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속에 인생의 참다운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주역>이 이제까지 말해 온 것이 바로 그것이고, 그 어려운 인생길에서 지침이 될 만한 지혜들을 전해 주고자 지어진 책이 바로 <주역>인 것이다.

 

<주역>은 미제자는 기제자와 달리 큰 강을 건너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 모험과 과감한 도전이 없는 미제의 삶은 그 끝을 보장받을 수 없고, 수레를 거룻배에 묶어 매고 강을 건너는 모험을 거부하는 자는 영원한 미제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권력도 없고 재물도 없는 미제자들이 그런 모험과 노력조차 거부한다면 대체 무슨 수로 강을 건널 것이며, 무슨 수로 기제의 삶을 바랄 것인가? 그런 안이한 삶에 무슨 보람이 있고 어떤 성공이 있겠는가? 설령 어리고 작은 여우처럼 얕은 물에서 꼬리를 적시더라도, 우리는 강을 건너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è 나는 강을 건너야 한다.

 

 

 

 

 

 

 

 

 

 

 

 

 

 

 

 

내가 저자라면

 

내가 신영복의 [강의]를 읽은 후, 그 책에서 소개된 저서 중 [주역]을 고르게 된 것은 순전히 장난끼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다른 조원들이 주역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맹자나 장자, 묵자를 고르려던 나는 순식간에 갈아탔다. 철학을 다루고 있다고 하지만 역술인들(“동양철학자들”)이 주요하게 참고하는 책이니 호기심이 동했던 것이다.

 

책은 공을 많이 들인 짜임새를 하고 있었다.

추천의 글 다음으로 서문에서

 

나는 왜 <주역> 해설을 썼는가?

<주역>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 책을 읽기 전에]라는 글에서 어떻게 주역을 읽을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해설자는 역술인으로 자신이 주역의 학문적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으나, 책을 정리한 폼새와 깊이에서 그가 <주역>이라는 책을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진정성이 닿으면 학문적 스킬을 초월하여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64괘 하나 하나를 중간 제목으로 풀어 쓰고, 이 괘에 관한 설명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 독자층까지 알려주고 있다. 각 괘의 시작 부분에서 아래에 괘에 관한 소개글을 달고, 바로 뒷장에는 본문을 첨부한 뒤 직역을 달았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이 본문을 하나 하나 풀어주고 있다. 구성이 훌륭하다.

 

또한 해설자 자신이 주역과 관련하여 겪은 일화들을 중간 중간 삽입함으로써 집중도와 흥미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책에 인간적 향기를 더하고 있다. 일화들은 괘의 설명과 상통하므로 통일성을 잃지 않으면서 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이러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저자는 깊이 있는 해석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은 해설자 스스로가 지적하여 완만하게 풀어주고 있어 거부감을 줄였으며 독자가 핵심만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 책에서 얻어가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야망을 이루기 위한 결단과 도약의 시기이자, 미제자의 입장에서 해당 괘들이 크게 와닿았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괘에 밑줄을 쳤으리라. 그만큼 방대한 독자층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다양한 독자층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역를 빠짐없이 다룬다는 것은 장점이 된다. 반면에 타깃을 좀 더 좁히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가령, 나에게 필요한 “30대를 위한 주역에서는 나에게 특히 와닿았던 괘 몇 개를 예시를 들어 더욱 심도있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를 아쉬워하는 이유는 책 한권에서 64괘를 모두 다루다 보니 겉핥기식으로 지나가야 하는 내용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타겟층은 해설자가 많이 만나는 연령대의 사람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그들을 상담하였던 내역을 프로이트의 꿈의 분석마냥 세세하게 다루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p.s.

궁금한 점이 있다. 이 책은 확실히 철학서에 불과한데 점은 어떻게 치는 것일까? 그저 랜덤하게(랜덤이라는 것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통에서 골라낸 괘를 풀이하고 해석해 주는  것일까?(중간에 얼핏 그러한 방식이 언급된 것도 같다. 주역으로 점을 봐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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