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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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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10시 54분 등록

주역

* 서대원 지음, 이른아침, 2004.11.03

1.    주역 30(저자에 대하여)

 

■ 서대원 (1949~)

그는 변방의 사람이다. 24세에 아버지 유언이 발단이 되어 역학의 길에 접어든다. 법학을 공부하는 중에 역학으로 선회한 그의 인생 길은 주역이 변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것임을 항변한다.

 

그에게 학자적 타이틀이나 미끈한 가방 끈은 없다. 그러나 30년 이상 주역 하나로 입신한 사람으로 손 꼽히는 인물이 되었다. 주역을 배우는 동안 그의 손에서 주역이 떠난 날은 없었다. 주역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있지 못할 일이다. 주역은 주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해설을 읽어 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에겐 학자적 의무적 비판이 들어서지 않고 고루한 학문적 우위를 설하지 않는다. 재야 학자 특유의 유연성이 그 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음을 그의 삶이 대변해 준다.

 

강의를 읽고 소개된 많은 책들과 현인들을 하나 하나 보면서 곱씹어 읽을 만한 사상을 찾던 중에 내 서재에 그의 책이 아주 깨끗하게 꽂혀 있었다. 잘 됐다 싶어 읽는다. 언젠가 한 번 읽어보리라 했었는데 때가 오지 않아 묵혀 두었던 책이다. 그는 이 책 하나로 성공한 사람이다. 삼국유사 하나로 양명한 고운기 선생에 버금간다. 고전의 해설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사람들의 특징은 우직하다.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신기로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그는 저술 작업과 주역 강의를 병행하며 지금도 한 우물을 파고 있다.

 

2. ‘주역(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 주역이란 글자 그대로 ()나라 (BC 1111~256) 시대의 역이란 말이다. 이때 역은 변한다는 뜻인데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궁극의 원리를 밝히고 사람도 그 원리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기술된 책이 바로 역서이며 그 중 하나가 주역인 것이다. (P. 25)

 

□ 주역은 영어로 the book of change (p. 26)

 

□ 사회발전 단계 상 혼란스럽던 사회에 질서가 생기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구분이 생겼지만 통치 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도덕적인 지침이나 가르침은 아직 없었던 시기에 최초의 주역이 있었던 셈이다. (p. 29)

 

□ 멈춘 것 같으면서도 변화하고 혼돈 속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원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세상이고 우리네 인생이다. (p. 35)

 

Ü 결국 과정이다. 우리는 과정이다. 그러니 우열이 없다. 좋고 나쁨이 없다. 잘하고 못함이 없다. 우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완성은 결과의 언어다. 과정은 그 언어를 쓰지 않는다. 과정의 언어는 그냥 최선이다.

 

()

시간, 절대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 (p. 42)

 

Ü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 일원수 육십삼합이라 칭하며 특히 첫머리의 건을 강조하고 나머지 63개의 장이 모두 여기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역시 이런 맥락. 시간과 공간 나아가 신과의 교감까지를 개괄적으로 언급한 ()의 가르침이야말로 주역의 핵심사상이라고 믿는다. (p. 43)

 

()()()()은 각각 특정 단계의 시간을 나타낸다. 원은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의 혼돈의 시간, 형은 천지창조로부터 성장 단계까지의 시간, 리는 결실과 수확의 시간, 정은 왕성하던 것이 소멸하는 쇠퇴의 시간을 나타낸다. 계절로 따지자면 대략, 겨울, , 여름, 가을과 각각 통한다고 보면 무난하다. (p. 44)

 

Ü 우주의 시간이되 인간의 시간이다. 인간의 시간이되 이 세상 모든 생의 시간이다.

 

天地人(천지인) 三才(삼재)의 중요성과 조화를 강조한 주역의 사상, 人本主義(인본주의) (p. 49)

 

Ü 인간은 어디까지나 天地人(천지인) 三才(삼재)의 하나이며 그 자체가 어떤 질서와 장의 일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입니다. 그리고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인식하는 경우에도 인간을 관계론의 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개인주의의 좁은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 저녁이 되어 다시 근심하고 걱정한다는 뜻 (p. 51)

 

Ü 이 엄정한 자기검열

 

□ 항룡은 물러날 시기에 이를 거부하고 계속 자리에 연연하는 인간을 상징한다 (p. 52)

 

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그리도 아름답다고 했다.

 

十朋之龜(십붕지구) (p. 58)

 

Ü 뭘까. 으흠도사라는 분이 저자에게 내린 화두와 같은 사자. 으흠도사는 내 사는 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

곤은 모든 것을 품에 안는 모정의 성품이며 사랑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둠과 습합의 성질을 대표하기도 한다. 건이 하늘의 뜻과 신의 섭리를 대표한다면 곤은 땅의 원리와 사람의 이성이나 감정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곤이 내포하는 이러한 성품으로 인하여 세상에서는 과학이 발전하지만 폭력과 섹스, 그리고 온갖 비리와 환락이 생기고 소멸하기도 한다. (p. 62)

 

□ 주역에 따르면 곤은 곧 실존적인 인간 삶의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음의 세계다. 하늘의 섭리와 떨어진 인간의 세계, 서로 싸우고 다투며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그런 실존적이고도 형이하학적인 세계인 것이다. 주역의 이러한 사상은 인생은 고해라는 불교적 세계관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p. 63)

 

() 元亨利(원형리) 牝馬之貞(빈마지정)

곤의 원리는 원과 형과 리의 시절을 거쳐 정의 시절에 이르러 순한 암말과 같이 순종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땅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 삶의 각 단계와 결국 죽음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유한성을 설명한 것이다. (p. 66)

 

□ 주역은 우선 너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p. 70)

 

()()() 리의 시절에서 정의 시절 사이는 매우 길다는 말, 인류의 멸망이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p. 75)

 

Ü 사람 쉽게 안 죽는다.

 

()

둔은 사랑의 장이다. 주역이 말하는 사랑의 주인공은 한마디로 청소년이다. 둔이 바로 청소년의 상징이다. 둔은 대지를 나타내는 일과 새싹을 나타내는 철로 구성된 글자다. 새싹이 막 대지를 뚫고 나온 형상을 본뜬 것이다 (p. 78)

 

乘馬班如(승마반여), 젊음이가 말을 타고 멋을 부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p. 79)

 

屯其膏(둔기고) 小貞吉(소정길) 大貞凶(대정흉)

둔기고는 둔에 기름이 가득하다는 말이니 사춘기 시절의 욕정 주로 육체적 욕망에 바탕을 둔 남녀간의 사랑을 말한다. 소정은 그런 둔기고의 끝이 짧다는 말이니 욕정에 기반을 둔 사랑을 짧게 끝내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짧게 끝내면 괜찮지만 길어지면 흉하다는 것이다. (p. 84)

 

Ü 이 시대, 자유연애가 가능했을까. 어찌 이리도 인간의 삶은 제도와 체제가 바뀌었음에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가.

 

()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생명의 순수성이다.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 가르침을 얻게 될 것이다. 순수성을 잃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p. 91)

 

Ü 환동이라 했다. 일체의 교와 형식을 뛰어넘는 것. 법까지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경지다. 추사가 생을 마감하지 직전 아이와 같이 쓴 版殿(판전) 두 글자는 가히 환동이라 할 만하다.

 

□ 주역은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자연과 인간의 완전한 합일에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p. 92)

 

匪我求童蒙(비아구동몽) 童蒙求我(동몽구아)

직역하면 내가 동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몽이 나를 구한다는 말이다. (p. 94)

 

Ü 이것이 곧 還童(환동)이다.

 

納婦(납부)는 부인에게 집안의 운영권을 준다는 말이다. (p. 97)

 

□ 도가나 불가에서 ()을 통해 도인이 되거나 성불하는 경지, 이 깨달음의 경지가 바로 동몽인 것이다. (P. 99)

 

()

기다림이 마침내 무르익으면 천시와 환경과 귀인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공경하고 그의 경륜에 따르면 반드시 성공한다. (p. 109)

 

□ 철부지란 때를 모른다는 말이다 때를 모르니 세상의 통상적인 순리조차 지키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이 바로 철부지라는 말에 담겨 있다. (p. 110)

 

Ü 그렇다면 나는 철부지

 

□ 기다림의 원칙 세 가지

1. 믿음

2.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

3. 마침내 도래한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하여 일을 추진하는 능력 (p. 112)

 

() 有孚(유부) 光亨(광형) 貞吉(정길) 利涉大川(리섭대천)

수는 때를 기다림이다. 유부는 믿음 또는 확신이 있음을 의미한다. 리섭대천은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말이니 모험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주역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p. 112~113)

 

교외에서 제도권 밖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리섭대천의 기회 대신 허물이 없다는 정도의 작은 명예만 얻게 될 것이다. (p. 114)

 

Ü 당시의 장소와 상황을 모른 채 입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 속에 참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시기가 도래하였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청하지 않은 세 사람의 객이 있어 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청하지 않은 세 사람의 객이란 앞서 나왔던 천지인 삼재의 다른 이름이다. (p. 116)

 

()

인간이 인간을 판결하고 다스리는 정치란 결국은 흉한 것이다. (p. 119)

 

□ 수행하고 공부하여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 경륜을 펼쳐 보이니 이때를 ()이라 한다.

 

□ 주역에 따르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

1. 믿음이다

2. 사리사욕을 버려야 한다.

3. 조언을 해주고 길을 가르쳐주는 대인의 충고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4. 자기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하여 움직이는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라 만인의 목숨을 담보로 큰일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욕심이나 기분에 따라 함부로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모험 정신은 정치인이 아니라 사업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p. 120)

 

Ü 우리는 사업가 장사치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매우 컸다. 제각기 마음속에는 그에게 콩고물 조금 얻어보려고 뽑았을 터, 사람자업자득이다.

 

或錫之(혹석지반대) 終朝三(종조삼치지)

왕으로부터 받은 반대(보석장식을 한 왕의 허리띠)는 권력을 하사 받았음을 의미한다. 그 반대가 아침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이나 이를 도로 빼앗는다는 말이다. (p. 127)

 

Ü 매우 천박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

在師(재사) () () ()王三錫命(왕삼석명)

전쟁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외교전이 최상이다. 외교전의 중요성을 말한 부분이 이 구절이다. 왕삼석명은 이러한 외교전에 능한 장수에 대해서는 임금이 세 번이나 상을 하사하는 명령을 내린다는 뜻이다. (p. 133)

 

Ü 묵자가 떠오른다. 겸애와 반전 평화를 주창했다. 실제 그의 존재는 전쟁 억제력을 지녔다.

 

□ 전투에서의 후퇴나 멈춤은 그것 자체로 허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한두 번의 후퇴와 같은 전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적인 승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p. 134)

 

()

상대와 나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 먼저, 경쟁의 결과는 그 다음이며 경쟁의 최종적인 승패는 인간이 정하는 것도 아니다. (p. 137)

 

() ()

경쟁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이를 길하다고 하였다. (p. 140)

 

□ 주역이 말하는 ()()()의 의미다. 원과 정은 각각 원형리정의 처음과 끝 인류의 시작과 종말, 무극과 멸극의 시절을 의미하는데 경쟁은 그 사이에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 자체가 나쁘다거나 흉하다고 할 수 없다. (p. 141)

 

Ü강의에서 신영복 선생은 말한다.

 

고도 성장과 과잉 축적이 이러한 생기의 장을 파괴하는 것임은 물론입니다.

‘봄 여름에는 도끼와 낫을 들고 산에 들어가 나무를 베지 않고 촘촘한 `로 하천에서 고기를 잡지 않는’ (맹자) 것이지요. 동양 사상의 현실주의란 이러한 자연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인간과 인간 관계를 두루 포괄하는 사회적 내용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從來有他(종래유타)

상대 역시 나와 똑 같은 입장에서 똑 같은 목표를 향해서 똑같이 공정하고도 당당하게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래야 경쟁이 끝난 뒤에 다시 형제처럼 가까워질 수 있고 승패에 상관없이 경쟁을 경쟁 자체로 끝낼 수 있게 된다. (p. 142)

 

比之匪人(비지비인)

경쟁은 사람의 일이 아니다. (p. 144)

 

□ 어진 임금은 사냥에 나가도 삼구를 사용한다. 삼구는 사방 가운데 한 쪽을 열어놓고 사냥감을 모는 방식이다. 주변의 사냥감을 몰살시키지 않는 어질고 아량이 넘치는 사냥 방식인 것이다. (p. 145)

 

□ 은유와 비유를 이해하고 저마다의 상황에 적용하여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일 (p. 151)

 

Ü 신화가 또한 그러하다.

 

小畜(소축)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쉬워 보이는 작은 행복도 얻지 못하는 것 (p. 155)

 

Ü 소축이 금방 달성될 것처럼 쉬워 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저자)

 

復自道(복자도)

자기 스스로 가정의 소중함과 도를 깨달아 가정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 (p. 159)

 

富以其隣(부이기린)

폭넓게 해석하면 공산주의 사상의 뿌리와도 다를 것이 없다. (p. 161)

 

Ü 부와 명성은 타자로부터 온다는 뜻이겠다.

 

()

(밟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윗사람의 비리와 잘못을 짚어 말하는 고언이며 충언이다.

호랑이 꼬리는 항문을 감추고 있으니 더러운 비리를 가리는 부분을 상징한다. 다른 한편으로 호랑이 꼬리는 용맹과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잘못 밟으면 크게 화를 당할 수 있는 부부인 것이다. 그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는 행위에 빗댄 것은 참으로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p. 168~169)

 

履虎尾(리호미) (부질인) ()

리호미는 호랑이 꼬리를 밟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부질인, 그 호랑이는 사람을 물지 않았다. 왜인가? 그 사람이 형하기 때문이다. (p. 170)

 

夬履(쾌리) () ()

통쾌한 직언이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고 상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직언이다. 그 끝은 위험하고도 위태롭다 (p. 173)

 

視履(시리) 考祥(고상) 其旋(기선) 元吉(원길)

모두 연결해서 풀이하면 과거로 돌아가서 잘못된 것과 잘된 것을 상세히 반성하고 고찰한 연후에 직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근원적으로 길하다는 것이다. (p. 173)

 

()

태는 누구나 바라는 태평한 삶이 어떻게 이룩될 수 있는지를 해설한 장이다.

태를 얻기 위한 요소

1.     미래에 대한 준비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2.     의리와 신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3.     지나친 욕심은 버려야 한다. (p. 176)

 

無平不(무평불파)는 비탈지지 않은 평지는 없다는 말이니 세상에 평평하기만 한 길은 없다는 말이다. 無往不復(무왕불복) 역시 같은 뜻으로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없다는 말이다. 인생이란 그렇게 모두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고난이 오래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짓을 그만두는 것이고 걱정과 근심 대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p. 181)

 

()

否之匪人(부지비인) 不利君子貞(불리군자정) 大往小來(대왕소래)

부는 막힘이요 거부다. 그런데 이는 사람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p. 189)

 

□ 대인은 막힘 자체에 대해 힘찬 기운으로 맞선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자기의 이상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p. 190)

 

□ 막힘의 운에서 탈출할 방법은 있는가? 물론 있다. 명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명을 받는가?

1. 무구 : 어렵다고 남의 것을 탐하거나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

2. () : 밭의 두둑이나 이랑처럼 가지런하고 질서 있게 생활해야 한다는 뜻

3. 離祉(리지) : 현재의 어려움과 막힘의 운세를 거부하지 않고 하늘의 복이라고 생각해서 순종한다는 의미 (p. 191)

 

傾否(경부) 先否(선부) 後喜(후희)

막힌 운을 마침내 뒤집어엎는 단계다. 등산에 비유한다면 마침내 정상을 눈 앞에 둔 순간이다. 그 마지막 고비가 경부의 단계다. (p. 192)

 

Ü 이 비유는 참으로 적절하다. 모든 힘을 소진하고 기진하고 맥진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하는 지점.

 

同人(동인)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똑 같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 (p. 196)

 

大有(대유)

주역은 대유자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하나는 사람을 신중하게 사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p. 207)

 

□ 대유자는 짐을 가득 실은 큰 수레를 끌고 나아가도 허물이 없는 사람이다. (p. 209)

 

Ü 수레의 능력과 상황을 정확히 알고 짐의 무게를 능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겸은 겸손이요 겸양이니 일반인이 이루기 가장 어려운 덕목이다. (p. 214)

 

□ 진정한 겸손이란 어떤 것인가?

1. 謙謙(겸겸) : 성현 군자의 겸손함

2. 勞謙(로겸) : 보통사람이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겸손

3. 撝謙(휘겸) : 생과 사를 초월해 세상살이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사람의 겸손, 산에 사는 신선의 경지

4. 鳴謙(명겸) : 인간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여 만사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겸손 (p. 215)

 

□ 겸손은 군자의 마지막 공부이며 수행의 마지막 단계라 하겠다. (p. 216)

 

()

계획의 실천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주역은 우선 계획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능력과 주변 환경을 잘 살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p. 222)

 

旴豫(우예) () () 有悔(유회)

자신의 분수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욕심에 경도된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 (p. 225)

 

Ü 회사에서는 고혈을 짜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현실적이다. 후회하게 될 것 같다.

 

□ 함께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동료를 의심하지 말라 (p. 225)

 

盍簪(합잠)은 머리를 잘 손질한 후에 마지막으로 비녀를 꽂는 것을 말한다. (p. 226)

 

Ü 화룡점정과 같은 하이라이트에 해당하겠다.

 

()

나서지 않고 뒤따르기 좋아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윗사람을 잘 받들어 모시는 사람의 생활철학이다. (p. 230)

 

Ü 참모의 철학이며 소인의 철학이겠다.

 

□ 상대를 평가하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를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대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p. 230)

 

() 元亨利貞(원형리정) 無咎(무구) (p. 232)

 

Ü 수는 원형리정의 전 기간 동안 허물 없이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말이겠다. 조용하고 길게 사는 생의 최우선 가치는 수라 해야 할 것이다.

 

()

직역하면 독이다. 나쁜 돈과 권력이다. (p. 238)

 

□ 죽음을 무릅쓰고 어렵게 이룩한 재물과 권력이지만 이를 남용하면 오히려 다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여전히 간직한 재물과 권력이 바로 고라는 의미다. 목숨을 걸고 얻었는데 그 결과로 다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부와 권력의 아이러니컬한 상황, 이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 바로 先甲三日(선갑삼일), 後甲三日(후갑삼일)이다.

 

Ü 무평불파 무왕불복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재물과 권력도 영원할 수 없는 것

 

□ 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하나의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한 것이 바로 명예의 추구라 할 것이다. (p. 242)

 

Ü 대부분의 사회적 성공을 돈으로 맛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명예라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고에 이미 빠졌기 때문에 헤어나올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제 스스로 찾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명예라는 것을 정치인의 뒤꽁무니에 지나지 않을 때 더 큰 大蠱(대고)가 올 것이다.

 

()

누군가를 다스리는 것, 나보다 아랫사람에게 임하여 무언가를 베풀어주고 일러주는 것, 이것이 림이다. (p. 247)

 

□ 림, 다스림에는 우선 네 가지가 있다.

()() : 순수하고 열려있다는 뜻, 만인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뜻

()() : 지극한 정성을 뜻하며 헌신의 의미를 내포

()() : 후덕하다는 뜻이며 포용력과 사랑의 의미를 내포

()() : 지식과 학문을 뜻하며 실무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

관은 보는 지혜에 대한 장이다. 알아챈다. 헤아린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상대와 나를 알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볼 줄 아는 것. 이것이 관의 도요 정관의 지혜다. (p. 254)

 

□ 그렇다면 이런 수련과 공부를 거쳐 얻게 되는 관의 지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무엇을 얻고자 이런 수련을 해야 하는가? (p. 255)

 

□ 나를 알고 남을 알고 상황을 아는 세 가지 눈만 갖추면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아갈 바를 찾을 수 있고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p. 256)

 

Ü 그것들을 알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 한편, ()()과는 다른 것이다. (p. 257)

 

Ü 본다는 뜻의 글자에는 , , ,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눈을 뜨고 있으니 보이는 것이다. 영어로는 see쯤 된다. 먼 데 있는 물체를 눈 위에 손을 얹고 보는 것이다. look이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뭔가? 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Watch에 해당한다.

각각 글자가 만들어진 뿌리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겨났다. 그래서 살핀다는 말을 쓸 때는 관찰한다거나 시찰한다고 하지 견찰이나 간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은 간과라 하지 觀過라고는 하지 않는다. 관점이나 시점이라는 말은 있어도 견점이나 간점은 없다.

 

생각만 해도 그렇다. , , , 모두 생각이다. 생각은 생각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이다. 념은 지금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머금다 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머금고 있는 생각인 셈이다. 상은 , 즉 이미지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사는 머리를 따져 하는 생각이고 려는 짓누르는 생각이다. 그러니 떠오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염두가 되고 그 생각이 바람이 될 때 염원이라 한다. 이것과 연계하여 저것이 떠오르는 것은 연상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상과 꿈 같은 몽상도 있다. 떠오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상념이다. 따져 생각하고 살피는 것은 사고다. 이런 생각이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면 그것은 사상이라 한다. 그러니 사고는 괜찮지만 염고나 상고는 안 된다. 마음 속을 짓누르는 생각이 심려고 근심스러운 생각은 우려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근심은 염려다. 깊이 따져서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을 사려가 깊다고 한다.

 

觀我生(관아생) 進退(진퇴)
관아생은 자기를 본다는 말이니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아가고 물러날 바를 또한 능히 알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끝없는 질문의 최종 결과가 바로 관아생의 경지일 것이고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과 다를 것이 없는 가르침이다. (p. 259)

 

Ü 구만리 창공에서 바라보면 나비나 나나 같은 거라 했는데 그런 높은 곳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경지가 관아생의 경지, 觀世(관세)의 경지일 것이다.

 

噬嗑(서합)

음식을 입어 넣고 씹어 먹는 다는 말 (p. 264)

 

□ 사법활동을 음식을 씹어먹는 행위에 비유한 것은 왜일까? 둘이 부딪칠 때의 그 강한 힘, 양과 음이 만날 때의 그 조화,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부서뜨리는 그 행위가 죄를 엄하고 세밀하게 다루는 형인의 활동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p. 265~266)

 

()

박은 음양의 조화가 깨어지고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이 겹친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剝牀以足(박상이족) 剝牀以辨(박상이변) 剝牀以膚(박상이부)가 그것이다. 상이 깨어지고 엎어진 형국에도 세 가지가 있다는 것이고 그 각각이 이족, 이변, 이부인 것이다. 우선 이족은 상다리 자체가 부러진 형국이니 협상 테이블 자체가 없어져버린 상황이다. 이변은 상은 있으되 쓰지 못하는 형국이니 말하자면 협상은 계속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부는 이족이나 이변이 계속되어 마침내 그 고통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모두가 한기를 느끼는 상황을 말한다. (p. 280~281)

 

Ü 박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주역이 제시한 해답은 자신을 믿는 것이다. 박의 상황 뿐만 아니라 모든 여건과 상황, 조건을 극복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회피할 때의 해답은 자신을 믿는 것이다. 주역은 개별 인간의 신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역대 최고의 자기계발서다.

 

()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나라의 주권이 임금에게서 백성에게로 돌아오는 것, 통치권이 군주나 정치인에게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 새로운 나라의 재탄생이 모두 복이다. (p. 288)

 

□ 젊고 힘찬 기운을 주역에서는 ()이라고 표현한다. (p. 290)

 

中行(중행) 獨復(독복) 중용의 도를 지키며 홀로 민주주의를 주장한다는 말 (p. 292)

 

无妄(무망)

총명과 지혜를 끊어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인과 의 따위의 도덕을 끊어버리면 백성들이 효성스럽고 자애로워질 것이다. 정교하고 편리한 물건을 없애버리면 도적이 없어질 것이다.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천하는 불가사의한 그릇이어서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고 꽉 잡고 장악하려 하면 천하를 잃고 만다. (p. 296)

 

Ü 노자의 말이다. 노자의 도는 주역의 스물 다섯 번째 无妄(무망)과 닮아있다.

 

□ 무망은 일체의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주역은 근본적으로 무망의 삶을 긍정한다. (p. 296)

 

□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무망의 삶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욕심이다. (p. 299)

 

或繫之牛(혹계지우)는 혹 소를 매어둔다는 말이니 욕심을 내어 재물을 쌓아두는 것을 뜻한다. 무망을 꿈꾸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p. 300)

 

大畜(대축)

대축은 크게 키운다는 말이다.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말한 소축과 대비되는 장이다. 키우는 과정에서 작은 이익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좀더 큰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대축이다. (p. 304)

 

□ 대축을 이루는 사람들의 특징

1. 不家食(불가식) : 가족을 먹이지 못한다는 말이니 가정에 대한 소홀함이다.

2. 涉大川(섭대천) : 모험이다.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하는 결단력과 용기, 추진력을 뜻한다. (p. 306)

 

□ 무릇 군자는 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가도 무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수레의 구조를 이해하고 끌고 가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p. 307)

 

()

이는 턱이다. 위턱과 아래턱이 있으니 하나는 하늘의 도를 다른 하나는 땅의 도를 상징한다. 각각 양과 음의 기운을 상징하니 이 둘의 조화를 통해서만 진정한 도가 발현될 수 있다는 주역의 기본 사상을 정확히 반영하는 기관이 바로 턱이다. (p. 312)

 

□ 주역에서 말하는 도인은 문자 그대로 길을 아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바로 주역의 도인이다. (p. 313)

 

Ü 좋은 말은 다 해 놓았구나. 주역의 도인은 격물치지적 인간이다. 그로 인해 평천하 나아간다면 주역의 도인과 대학에서 말하는 유학적 도가 유사하다.

 

□ 그렇다면 누가 세상 경영에 참여하고 섭대천의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가? 자기에게 그런 때가 도래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뜻을 펼칠 인연을 만났다면 섭대천의 모험을 감행해도 이롭다는 것이 주역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p. 318~319)

 

大過(대과)

늙은 홀아비가 젊은 처를 얻는 것은 죽은 버드나무에 새싹이 돋는 일과 같으니 불리함이 없다. (p. 323)

 

Ü 좋은 말이다.

 

□ 짓누르는 지붕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나무는 끝내 부러지고야 말았다. 이것이 주역이 그리는 대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p. 324)

 

Ü 과유불급을 말하고 있다.

 

□ 대과는 너무 지나쳤다는 말이니 역량과 책임 사이의 부조화 상태를 뜻한다. (p. 325)

 

棟隆(동륭) () (유사) ()

륭은 크고 곧다는 말이니 동륭은 겉으로는 거칠어 보여도 단단하고 곧은 나무다. 외모는 거칠고 볼품없어도 성품이 곧고 대범하여 대인의 기상을 타고난 인물을 의미한다. 이런 나무를 용마루로 쓰면 길하고 이런 사람을 등용하면 길하다. (p. 328)

 

()

감은 구덩이요 함정이니 생을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위험을 뜻한다.

먼저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에 따르면 모든 사람을 공평무사하게 대하면 된다. (p. 332)

 

Ü 이게 참 어렵다는 거 안다. 주관을 가진 개별 인간이 또 다른 개인들을 자기 주관에 맞추지 않고 객관에 의지하여 판단한다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겠는가.

 

□ 주역은 그렇게 믿음을 갖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동여맨 후에 모든 일을 행하면 가상함이 있다고 했다. (P. 334)

 

()

주역의 리는 이렇게 같이 붙어 있어야 할 것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떨어져서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상황, 거기서 발생하는 열기와 무질서의 혼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p. 343)

 

□ 나를 낮추고 상대를 올리려는 겸손한 마음과 공손한 자세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p. 345)

 

Ü 이것 참 쉽지 않다.

 

黃離(황리) 元吉(원길)

리에는 황으로 대처해야 근원적으로 길하다는 말이다. 이때의 황은 중용의 덕, 중용의 도다. (p. 346)

 

□ 우두머리를 죽여 혼란의 근원을 제거하되 아랫사람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니 허물이 없다고 했다. (p. 349)

 

Ü 정복자의 위민의 방식인가. 죽여야만 혼란이 사라지는 건가. 죽은 권력을 다시 물리적으로 죽여야 후일의 불안의 씨앗이 제거 되는 것인가.

 

()

함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순수한 감성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자연과 하늘에 대해서 느끼고 나누고 통하는 모든 감정이 함이다. (p. 352)

 

咸其拇(함기무) 는 엄지발가락의 함이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은 함에 의지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p. 354)

 

Ü 주역은 매우 간단하고 명징하다. 그래서 어려운 모양이다.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함의를 찾으려 노력하려는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還童(환동)이 어려운 과정이겠다.

 

咸其腓(함기비) () () ()

함기비는 장딴지의 함이다. 생래의 순수성은 이미 잃어버리고 아직 갈고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과 통찰력이 바로 장딴지의 함이다. 미운 일곱 살 이라는 옛말이 있는 이 정도의 아이들로부터 아직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청소년 정도까지의 아이들이 갖고 있는 함이 바로 이 장딴지의 함이라고 할 수 있다. (p. 355)

 

()

주역은 이처럼 자연도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변하지 않는 어떤 원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변치 않는 요소를 일러 항이라고 했다. (p. 362)

 

浚恒(준항) () () 無攸利(무유리)

항상 같은 생활을 하다 보면 퇴보는 없겠지만 발전도 없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결국 물러남과 같다. 흉하고 유리할 게 없다. (p. 364)

 

Ü 안주의 괘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모든 개체는 변화를 거듭하는 환경에 살아남을 수 없다. 이건 너무 다윈적인가? 어쨌든 포유류는 공룡이 멸종할 때 살아남은 이후 그 교훈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여 영장류의 진화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직장인으로 평생을 할 수 없는 것은 지당한 말이다.

 

田無禽(전무금)

밭에 사냥감이 없다는 말이니 항의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항의 생활이 보통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p. 366)

 

Ü ()은 변화를 추동한다.

 

()

둔은 물러남과 관련된 때의 문제와 준비 사항을 해설한 장이다.

물러남의 형태를 세 가지로 나누면

1.     ()() : 때를 잘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

2.     ()() : 주위의 칭찬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것

3.     ()() : 재물을 모으는 등 준비를 마친 후에 물러나는 것

4.     ()() : 어느 날 갑자기 물러나게 되는 것 (p. 370)

 

莫之勝說(막지승설)은 어떠한 방법과 조건으로도 그 말(사퇴 의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다. 적절한 때에 아름답게 물러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p. 372)

 

畜臣妾(축신첩) ()은 신하나 첩을 길러두어야 길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때를 미리 대비하여 적당한 은신처를 생각해 두거나 숨겨줄 사람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p. 373)

 

□ 날마다 사표 쓰고 싶어지는 게 직장생활이다. 지금도 사표 쓸 궁리를 하고 있다면 자신이 과연 그럴 준비가 된 사람인지 거듭 살펴볼 일이다. 만약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방향으로 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 (p. 374)

 

大壯(대장)

진실로 크고 장한 힘, 어리고 약한 것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힘이다. (p. 378)

 

진정한 힘은 갇힌 자를 풀어주는 힘이며 어려움에 처한 자를 구해주는 힘이다. 그래서 주역은 대장이 멸극의 시절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다. (p. 379)

 

小人用壯(소인용장)은 소인들은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힘을 쓴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군자들은 정신적 힘을 사용한다. 君子用罔(군자용망)은 군자들은 그물을 쓴다는 말이며 이때의 그물은 양이나 피지배자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잡아가두는 울타리나 법망으로서의 지혜를 상징한다. (p. 381)

 

()

진은 권력의 실체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져야 할 몸과 마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 386)

 

□ 권력이란 무엇이고 권력자란 누구인가? 강후의 직위를 받고 많은 마필을 상으로 받으며 하루에 세 번이나 임금을 배알하여 정사를 논하는 사람이 권력자다. (p. 388)

 

Ü 이 또한 명징한 정의다. Power의 허드레 정의들을 말끔히 제거한 알곡이다.

 

□ 돈이든 권력이든 이미 가진 자가 더 많이 욕심을 낸다. 일시적으로 더 큰 권력을 얻게 되어 좋은 것 같지만 최종 결과는 인색해진다는 말이다. (p. 391)

 

明夷(명이)

주역에서는 때를 얻지 못한 현자, 지혜를 갖추었으나 이를 세상에 나아가 펼치지 못하는 군자를 明夷之者(명이지자)라 하였다.

 

明夷 利艱貞(리간정)

명이는 밝음이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며 밝은 기운이 하늘로 뻗쳐 오르지 못하고 땅속으로 흩어져버린 형상이다. 리간정은 충분한 공부와 수행을 했지만 결국 날아오르지 못하는 용의 신세다. (p. 395)

 

□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 가지 요소란 무엇인가? 하늘의 허락과 땅의 보살핌, 그리고 인덕이다. 다른 말로 天地人(천지인) 三才(삼재).

 

□ 불명지자는 때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혜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도 세상에 처음 나설 때에는 그 기세가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다. 어두운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더 어둡다. 그러니 결국 나중에는 땅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p. 399)

 

家人(가인)

주역은 믿음과 위엄을 바탕으로 엄하되 여유 있게 자녀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하게 길러야 자녀의 앞길이 트이고 마지막이 길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p. 403)

 

□ 우선 가정이 부유하면 대길이라는 말이 그렇다. 대길은 주역이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다. 그만큼 가정의 경제가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타의 문제들 역시 원만히 해결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제중심적인 시각을 반영한 말이다. (p. 404)

 

家人嗃嗃(가인학학) 悔厲(회려) () 婦子(부자) 嘻嘻(희희) 終吝(종린)

이처럼 엄하게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뜻이다. 너무 엄하게 자녀를 교육시키면 후회도 있고 위험도 있지만 결국은 길하다고 했다. 지나치게 즐거움에만 치우치는 교육은 끝이 궁색해 진다는 뜻 (p. 406)

 

Ü 재미있는 표현이다. 원펀치 쓰리깡냉이 같은 웃음 코드다. 꾸짖을 학 웃을 희가 대비되면서 교육의 명확한 관점을 제시한다.

 

()

(등지다)는 이처럼 자신의 본디 성품을 회복하고 잘못된 행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규는 이탈이고 전환이며 동시에 회복이고 복귀다. (p. 414)

 

규는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누려오던 여러 가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고 오해와 위협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러므로 지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면 인간의 길을 찾아 과감하게 배신하라. 미련을 버려라. (p. 415)

 

□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이나 녹봉이 아쉽고 지금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명예가 버리기 아깝다면 규는 실현될 수 없다. (p. 416)

 

□ 규는 실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일체의 후회며 미련을 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 하나 때문에 더 불행해지지 않도록 먼저 조치를 취하라는 가르침이었다. (p. 417)

 

Ü 직장인의 궤는 38번째 (). 자신의 길로 접어들어 자신 아닌 길을 등지는 일이다.

 

()

건은 다리를 절뚝거려 잘 걷지 못하는 상태이고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상이다. 갈 길은 멀고 험한데 날이 저물고 다리까지 다친 격이다.

 

건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1.     상생의 도리를 깨우쳐야 한다. 절뚝거리며 길을 갈 때에 기댈 곳은 함께 가는 옆 사람뿐이다.

2.     경륜 있는 대인을 만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p. 424)

 

Ü 이건 꼭 나의 이야기 같다. 새겨 들어 보자.

 

□ 건의 고난을 잘 견뎌내면 명예를 얻기도 하고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 우정을 다질 수도 있다. (p. 425)

 

() 利西南(리서남) 不利東北(불리동북) 利見大人(리견대인) 貞吉(정길)

서남쪽은 상생, 동북쪽은 상극을 상징한다. (p. 425)

 

Ü 즉 상생하면 이롭고 상극하면 불리하다. 대인을 만나면 이롭고 끝까지 길하다.

 

往蹇來碩(왕건래석) () 利見大人(리견대인)

어려움이 지나가면 큰 인물이 나타나 구원하니 길하고 그 역시 대인을 만나야 이롭다는 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는 법인데 그 또한 대인을 만나야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인본주의의 천명이다. (p. 427)

 

Ü 나를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의 힘입은 바 크다.

 

()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풀리지 않던 일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해의 운이다. (p. 430)

 

負且乘(부차승) 致寇至(치구지) () ()

부차승은 짐을 지고 차를 탔다 또는 차를 탔으면서도 짐을 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때의 짐은 재물의 상징이다. 차를 탔으면서도 짐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은 재물을 나누지 않음이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함이다. 해의 운에 얻은 재물이라도 이처럼 나누지 않고 자랑만 하면 화를 부른다. (p. 432)

 

Ü 나누고 겸손하라.

 

()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재화를 미리 내어놓아 나중에 더 큰 이익을 기약하는 투자행위가 손이다. (p. 436)

 

□ 주역에서 현인에게 십붕의 예를 갖추어 가르침을 받으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때의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라는 말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큰 투자를 앞두고 현인에게 때와 방법을 묻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투자 방법이 된다. (p. 437)

 

或益之(혹익지) 十朋之龜(십붕지구) 弗克違(불극위) 元吉(원길)

큰 이익을 얻는 일에는 십붕의 거북점을 쳐도 어긋나지 않으니 매우 길하다는 말이다. 더 구체적으로 조개껍데기 10개가 1붕이다. 그러므로 10붕은 조개껍데기 100개만큼의 가치, 곧 많은 돈을 뜻한다. 따라서 십붕지구란 많은 돈을 들여 치는 비싼 거북점이라는 말이다. 군자나 현인을 찾아가 투자의 도와 방법, 시기의 문제를 상담하는 뜻으로 해석해야 자연스럽다. (p. 440)

 

□ 주역 자신이 점서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했다면 이처럼 거북점을 최고의 점술로 칭송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 443)

 

Ü 으흠도사가 저자에게 부여할 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에게 10붕에 해당하는 재물을 내어 놓으란 말인가. 아니면 자신은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라는 말일까. 아니면 그 만큼의 값어치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 해라는 말이었을까.

 

()

익은 마침내 성공하여 이익과 번영을 누리는 시기다. (p. 446)

 

□ 십붕의 예를 갖추어 거북점을 치라고 했다. (p. 447)

 

Ü 십붕의 예는 과연 얼마를 얘기하는 건가.

 

利用爲大作(리용위대작) 元吉(원길) 無咎(무구)

대작은 큰 작품, 큰 사업, 큰 흐름을 말한다. 시대와 사회가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흐름에 동승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p. 448)

 

□ 돈이 있어야 흉사에도 허물 없이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주역의 사상이다. 돈의 위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이자 경제력에 대한 고무 찬양이다. 하지만 재력가라도 행동은 신뢰할 수 있도록 중용의 도를 행하라고 했다. 자본가를 위한 생활철학은 신뢰와 중용이라는 말이다. (p. 449)

 

Ü 저자께서 너무 앞서 가시는 것 아닌가. 주역을 자본가의 철학까지 살피는 역서로 폄하시킬 셈인가. 자본 체제는 이미 주역이 상상하지 못할 저급해진 사상이라고 하는 것이 부끄러운 체계다. 주역은 자본가의 논리를 말했을 리 없다.

 

有孚惠心(유부혜심) 勿問(물문) 元吉(원길) 有孚(유부) 惠我德(혜아덕)

유부와 혜심이로구나, 묻지도 말라, 근원적으로 길하다. 유부와 혜아덕이로다. 유부는 믿음이고 신뢰이며 혜심과 혜아덕은 은혜의 마음이자 은혜의 덕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은혜를 배푸는 마음이 혜심이라면 나 스스로 은혜롭게 하는 덕이 혜아덕이다. 익을 이룬 것은 누군가의 은혜에 의한 것이니 나 또한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마음이 혜심이고 혜아덕이다. 경제력과 더불어 이런 믿음과 은혜의 마음까지 갖춘다면 더 좋을 것이 없을 터이다. 그래서 묻지도 말라, 근원적으로 길하다고 했다. (p. 451)

 

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입신과 양명은 공동체의 것이다. 그들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하고 그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재물을 나누어야 한다. 이 시대 가진 자들은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더 얻지 못해 안달하고 더 빼앗지 못해 악을 써대는 천박한 부의 관념을 주역에서 배우라.

 

□ 익의 기운이 막바지에 이르러 막히면 어떻게 되는가? 외형적으로는 공격적이게 되고 내면적으로는 평상심을 잃게 된다. 그래서 결국 흉하다고 했다.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겠다. (p. 451)

 

Ü 사업이 악화일로로 치닫다 보니 임직원들이 사람에서 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런 시기를 경계하고 극복해야 한다. 길게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

쾌다. 부당한 지배에 저항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모습이다. ()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저항과 항쟁의 양태를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항쟁이 성공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p. 454)

 

 

() 揚于王庭(양우왕정) 孚號(부호) 有厲(유려) 告自邑(고자읍) 不利卽戎(불리즉융) 利有攸往(리유유왕)

쾌란 무엇인가? 왕의 면전에서 그 비리를 만천하에 드날려 소문을 내는 것이며 믿음으로 부르짖는 것이며 위태로움을 자초하는 것이며 의지할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외치는 것이며 적군과 내통하면 불리하고 본연의 자리에서 의연하게 나아가야 유리한 것이다. (p. 455)

 

Ü 쾌는 리와 조금 유사하다.

(밟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윗사람의 비리와 잘못을 짚어 말하는 고언이며 충언이다. 호랑이 꼬리는 항문을 감추고 있으니 더러운 비리를 가리는 부분을 상징한다. 다른 한편으로 호랑이 꼬리는 용맹과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잘못 밟으면 크게 화를 당할 수 있는 부부인 것이다.’

 

□ 당당하고 공개적인 저항이라면 적도 함부로 모야유용의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리라는 의미다. (p. 457)

 

□ 정의로운 투쟁이라도 자신과 가정의 경제적인 면을 먼저 돌본 후에 나서야 한다 (p. 458)

 

()

구는 여자를 만나는 남자의 입장에서 남자가 견지해야 할 자세와 태도를 논한 장이다. (p. 462)

 

□ 경제력이나 부에 대한 주역의 기본 정신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 (p. 463)

 

以杞包瓜(이기포과) 含章(함장) 有隕自天(유운자천)

가난해도 정말 잘 살 수 있는가? 부부가 서로 믿고 화합하기만 하면 아름다운 인생이 보장되는가? 주역은 단호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늘이 돕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기포과의 아름다움을 머금어야 한다. 이기포과는 큰 나무에 덩굴이 휘감겨 서로 의지하고 빛내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p. 467)

 

()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췌라 한다. 회사 같은 이익집단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해설한 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p. 470)

 

有孚不終(유부부종) 乃亂乃萃(내란내췌) 若號(약호) 一握爲笑(일악위소) 勿恤(물휼) () 無咎(무구)

믿음이 있었으니 끝까지 가지 못했다. 내란내췌는 믿음이 끊어지고 이어짐에 따라 사람들이 우왕좌왕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럴 때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은 단호히 대처하라고 한다. 약호는 크게 꾸짖어 호통친다는 말이고 일악위소는 한 손아귀에 들어오는 작고 우스운 조무래기라는 말이니 그렇게 하찮은 것들 때문에 근심하지 말고 의연하게 나아가야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p. 473)

 

□ 사람들이 모여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하고 불가피한 말썽들은 리더가 잘 관리하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위계질서를 세우라는 것이다. (p. 474)

 

()

승은 오르다이다. 승에서 주역이 가장 중요하게 논하는 것은 사람 자신의 성장과 발전이다. 청소년과 청년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주요 관심거리다.

1.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2.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인격을 닦아야 한다.

3.     올바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밝은 길로 나아가야 한다.

4.     허무주의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5.     계단을 밟듯이 차근차근 올라야 한다.

6.     험준하고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는 왕처럼 모든 것을 정성스럽고도 당당하게 해야 한다. (p.478)

 

()

여러 상황들과 각 상황별 대처 방안을 설명

1.     잘못된 자리에 앉아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곤란 →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된다.

2.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업을 정도로 가난해서 겪는 곤란 → 신께 제사를 지낸다.

3.     여러 가지 사정이나 방랑벽으로 안주하지 못해 겪는 곤란 →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의지해야 한다.

4.     돈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곤란 → 확신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5.     범죄를 지은 자가 겪는 형벌의 고통 → 우선 형기를 마쳐라

6.     위의 곤란들이 얽히고 설킨 경우 → 상황을 다시 쪼개어 살펴라 (p. 485~486)

 

□ 곤이 천천히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p. 491)

 

()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도록 한 제도를 정이라고 불렀다.

군자는 수시로 우물을 청소하고 가꾸되 누구나 와서 물을 길어 마실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해야 한다. 우물이 소중하다고 쓰지 않으면 우물은 오히려 더러워져 쓸 수 없게 되고 만다. (p. 496)

 

往來井井(왕래정정)은 사람들이 이 우물에서 저 우물로 이 지도자에게서 저 지도자에게로 마실 물을 찾아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이다. 어처구니 없는 지도자 밑에서 살아야 하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p. 498(

 

井泥不食(정니불식) 舊井(구정) 無禽(무금)

이라면 구정이라도 금이 없다는 말이니 더러워져 먹을 수 없게 된 우물이라면 그것이 설혹 선대로부터 내려온 유서 깊고 큰 우물이라도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Ü 이것은 옛말을 들먹이며 유식한 척을 다 해도 실천과 행동이 그와 같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겠다.

 

□ 우물이여, 씻어도 먹일 수가 없구나 안타까운 내 마음 측은하도다. 아직은 물을 길을 수 있으니 왕이 밝다면 더불어 복을 받으리 (p. 501)

 

井收勿冪(정수물멱) 우물을 가두되 덮개를 씌우지 않으니 믿음이 있고 근원적으로 길하다는 말이다. 우물의 물은 소중하다고 덮어두면 썩어버리고 만다. 자꾸 퍼내야 새물이 고인다. (p. 503)

 

Ü 流水之爲物也(유수지위물야) 不盈科不行(불영과불행) 채워야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비워야 담을 수 있다.

 

()

짐승의 갓 벗겨낸 가죽을 피라 하고 이것을 털을 뽑아 쓸모 있게 만든 것을 혁이라 한다. 피를 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두질을 해야 하는데 이는 곧 불필요한 짐승가죽의 털과 기름을 발라내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짐승의 날가죽은 비로소 새로운 쓸모와 면모를 갖춘 새 가죽이 된다. 이렇게 종래의 모습을 벗고 새로워지는 것을 일러 주역은 또한 혁이라 한다. 혁명은 천명을 혁한다는 말에서 비롯되었으니 하늘의 명을 바꿀 만큼 큰 변화가 곧 혁명이다. (p. 506)

 

Ü 혁명은 이리도 힘든 일이었다.

 

□ 개혁에 대하여

1. 개혁은 때가 이미 지나버린 일들에 대하여 그 후회스러움을 없애버리는 행위라는 점

2. 개혁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3. 개혁에는 믿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점

4. 개혁에도 시간과 순서가 있다는 점 (p. 509)

 

()

귀는 솥을 운반할 때 쓰이는 부분이며 발은 솥이 제 일을 하는 동안 솥을 지탱하는 부분이다. 구 개의 귀는 솥 둘레의 원에서 정확히 대칭되는 두 지점에 똑 같은 모양으로 붙어 있다. 만약에 귀의 위치가 틀어진다면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귀가 된다. 우리는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이 솥의 귀에서 배워야 한다.

솥에는 또 발이 세 개 붙어 있는데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을 논할 때 자주 비유되곤 한다. 귀와 마찬가지로 발 또한 솥 둘레의 원을 정확히 삼등분한 지점에 각각 하나씩 붙는다. 이렇게 정해진 위치에 똑 같은 모양과 길이로 붙어 있어야 제 구실을 하는 게 솥의 발이다. 역시 균형과 조화 상생의 원리를 여기서 배워야 한다. (p. 515)

 

Ü 새겨 들을 말이다.

 

鼎有實(정유실) 我仇(아구) 有疾(유질) 不我能(불아능) () ()

정유실은 요리된 음식이 가득 담긴 솥이다. 그런데 나의 파트너가 병이 있다고 했다. 음식을 나누지 않고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불아능은 내가 능히 할 수 있으나 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능히 혼자서 차지할 수 있으나 솥 안에 든 음식을 같이 나눈다는 말이다. (p. 518)

 

Ü 나는 주역에 감탄한다. 상황의 설정이나 인간 내면의 추악함을 끄집어 내는 능력은 물론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해결지향적 관점이 그러하다.

 

□ 솥의 귀가 이상해졌다는 말은 무엇인가? 솥의 귀는 통치자 분배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상징한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으로는 우선 공평하지 못한 분배와 독점에 대한 사사로운 집착이다. (p. 519)

 

()

우레를 통해 주역은 자연재해의 실체를 파악하고 인간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주역에 따르면 우선 우레로 대표되는 자연재해는 인간 전체가 나서서 몸을 떨어야 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이고 우리가 재해라고 부르는 활동은 자연이 그 질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비극이요 한계다. (p. 525)

 

Ü 이것은 순자의 자연관과 닮아 있다.

 

순자의 천은 물리적 천입니다. 순자의 하늘은 그냥 하늘일 뿐입니다. 유가의 정통적 천인 도덕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천과 인은 서로 감응하지 않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천은 자연이며 음양일 뿐입니다. 천은 천명 천성, 천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순자의 주장입니다.

 

‘별이 떨어지고 나무가 울면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여 이 무슨 일인가 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천지와 음양의 변화이며 드물게 나타나는 사물의 변화일 뿐이다. 괴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두려울 것은 없다.’

 

()

간은 멈춘다는 말이다. 주역에 따르면 멈춤에도 도가 있고 때가 있다. 멈춤의 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타이밍이다. (p. 534)

 

艮其輔(간기보), 그 뺨에서 멈춤이니 말에 질서가 있어서 후회함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화의 근원이 말에 있는데 그것을 멈췄으니 후회할 일이 없어진다고 한 것이다.

 

敦艮(돈간) ()

멈춤과 나아감의 경계가 없는 것, 그쳐도 진행되고 나아가도 멈추어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돈간이다. 그러니 길할 수밖에 없다. (p. 539)

 

Ü 이 경지는 대체 무슨 경지인가.

 

()

점은 천천히 차츰차츰 나아간다는 말이다. 만사를 너무 조급하게 처리하고 급진적으로 몰아붙이지 말라는 게 점의 가르침이다. 주역은 점이 여인의 출가와 갔다고 했다. 여기에는 대략 세 가지의 뜻이 숨겨져 있다.

1.     여인의 출가는 이처럼 천천히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문제라는 의미

2.     여인은 출가함으로써 비로소 점의 세계가 시작된다는 의미

3.     출가 이후 여인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삶의 덕목 (p. 542)

 

歸妹(귀매)

정략적 결혼을 의미한다. 주역은 우선 귀매가 좋은 일이 아님을 명시했다. 맞지 않는 음과 양을 강제로 혼합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p. 554)

 

Ü 주역의 진보성에 혀를 내 두른다.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시절에 이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귀매가 결혼의 제1 수단이었다.

 

歸妹愆期(귀매건기) 遲歸有時(지귀유시)

혼기를 놓쳐 누이를 결혼시키니 늦은 출가에는 때가 있다. 이 구절은 그냥 혼기를 놓치더라도 때가 되면 인연은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읽어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Ü 주위에 결혼에 대한 고민이 유난히 많아지는 것 같아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이다.

 

()

주역에 따르면 풍요는 절대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홀로 누려서도 안 된다. (p. 562)

 

□ 왕을 필두로 한 전체 인민이 합심하여 노력해야 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p. 564)

 

()

여행을 하면서 쩨쩨하게 구니, 이는 재앙을 취하는 바다. (p. 571)

 

□ 려는 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생의 도를 나그네의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나그네에게 닥치는 여러 상황을 통해 우리네 인생이 경험하게 되는 여러 모습을 일러주고 나그네에게 필요한 여행의 기술을 통해 인생의 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주역의 여행을 그냥 여행으로만 읽지 말고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전제한 후에 읽어보자. 과연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한다.

2.     여행중에는 머물 곳이 있어야 한다

3.     여행에는 돈이 든다. 그러므로 충분한 노잣돈을 준비해야 한다.

4.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동복(가이드)이 있어야 한다

5.     여행중에는 쩨쩨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p. 572~574)

 

射雉一矢亡(사치일시망) 終以譽命(종이예명)

꿩을 쏜 화살 하나를 잃으니 예명으로써 마친다는 말이다. 꿩을 잡고자 화살을 쏘았는데 꿩은 잡지 못하고 화살도 잃은 상황이다. 여행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것이니 함부로 화살을 날려 꿩을 잡고자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자 그런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가르침이겠다. (p. 577)

 

□ 여행을 떠나더라도 집은 그냥 두어야 한다. (p. 579)

 

()

손의 도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익혀야 한다. (p. 581)

 

□ 손에서 말하는 겸손의 도는 다스려 지는 자, 아랫사람이 갖추어야 할 겸손의 미덕이다. (p. 582))

 

□ 너무 겸손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맡아야 할 일을 무작정 고사하는 모양이 손재상하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아예 집 안에만 처박혀 있는 태도다. (p. 584)

 

()

태는 인생길에서 만나는 기쁨과 즐거움, 쾌락과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주역이 말하는 즐거움 5가지

1.     ()() : 조화로움에서 오는 즐거움, 평화로운 쾌락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쾌락이 이런 것이겠다.

2.     ()() : 상호 신뢰에서 생기는 즐거움, 미더운 쾌락이다. 행복한 집안의 안방에 넘치는 즐거움과 쾌락이 이런 것일 터

3.     ()() : 어딘가에서 굴러온 즐거움, 근본을 알지 못하는 쾌락이다.

4.     ()() : 돈을 주고 산 즐거움과 쾌락

5.     ()() : 남에게 이끌려 누리는 즐거움과 쾌락이다. (p. 590)

 

□ 즐거움에도 태도가 있는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즐거움에 대해 다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주역에 따르면 그렇다. (p. 590)

 

商兌(상태) 未寧(미령) 介疾(개질) 有喜(유희)

사온 즐거움은 편안치 못하니 병통을 막아야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p. 593)

 

Ü 자본주의 상품 사회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는 소비함으로 기쁨을 얻는 천박한 즐거움에 기반한다.

 

()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흉하고 불리하다. 환은 흩어짐이되 자연스런 흩어짐이다. 흩어질 때 흩어지고 흩어버릴 만한 것을 흩어버리는 것이 환이다. (p. 598)

 

渙其躬(환기궁) 無悔(무회)

그 몸을 흩으니 후회가 없다는 말이며 이는 환의 세계에서 자신의 몸을 바치면 후회가 없다는 뜻이다.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투쟁하고 싸우는 사람의 삶을 칭송한 구절이다. (p. 601)

 

()

잘 자라는 대나무가 그 가녀린 몸체에도 불구하고 굽지 않고 곧장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있는 건 그 마디 때문이다. 속이 비어 있는 허망한 나무이면서도 대나무가 군자의 상징으로 쓰이는 건 이처럼 곧고 꺾이지 않는 성질 때문인데 이 모두가 대나무의 그 마디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마디는 곧 절제의 상징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절약의 상징이 된다. (p. 606)

 

계속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포기하는 절제, 계속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포기하는 절제의 노력이 있어야 매듭을 짓고 마디를 만들 수 있다. (p. 607)

 

()()은 일이 잘 마무리되어 후회할 것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끝난 일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p. 611)

 

中孚(중부)

중부는 복어를 다루듯 해야 길하고 큰 내를 건너는 이로움이 있어야 끝까지 이롭다. (p. 613)

 

주역은 어떤 면에서 믿음을 가르치는 책이다. 주역에 따르자면 인간사 모든 일이 믿음에서 비롯되고 믿음으로 이룩되며 믿음이 있어야 좋은 끝을 맺을 수 있다.

 

중부는 이런 믿음과 신뢰, 미더움과 확신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장이다. 믿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신뢰가 쌓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p. 614)

 

Ü 제 스스로를 믿는 것, 상대방을 믿는 것, 공동체를 긍정하는 것, 인류를 끌어 안는 것, 세계를 품는 것. 그것이 주역이다.

 

中孚(중부) 豚魚(돈어) () 利涉大川(리섭대천) 利貞(리정)

중부는 복어를 다루듯 해야 길하고 큰 내를 건너는 이로움이 있어야 끝까지 이롭다.

 

鳴鶴在陰(명학재음) 其子和之(기자화지) 我有好爵(아유호작) 吾與爾靡之(오여이미지)

어미 학이 그늘에서 부르니 그 새끼가 화답한다. 내게 좋은 잔이 있으니 내 너와 더불어 나누리라는 뜻이다. 어미 학이 그늘에서 새끼를 부르고 그 새끼가 어미에게 화답하는 모습을 우선 제시했다. 상상만으로도 아름답고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이다. 이런 모습과 어미가 새끼를 부르고 새끼가 어미에게 화답하는 학의 그 마음이 바로 믿음의 실체라는 것이다. 학을 사람으로 바꾸어 보자. 믿음은 어미의 부름에 의심하지 않는 새끼 학의 마음이고 내가 가진 것을 상대와 나누려는 마음의 발로라는 것이다. (p. 617)

 

Ü 나는 믿음에 대한 이 정의 외에 더 명징한 정의를 알지 못한다.

 

翰音(한음) 登于天(등우천) () ()

날지 못하는 한음이 하늘에 오르니 끝이 흉하다는 말이며 한음은 닭이나 오리같이 날개는 있으나 날지 못하는 조류를 말한다.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가 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믿음이다. (p. 619)

 

Ü 이 괘는 조금 불쾌하다.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어 편치 못하다. 위정자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교육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자신의 권력을 전도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인민에게는 열려있는 사회라고 호도하는 것이다. 입시가 그렇고 지위가 그렇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지 않는 이상 그네들의 공고한 벽을 뚫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뚫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가끔 실낱 같은 문틈으로 벽을 지나간 인민들이 있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대서특필한다. , 봐라 너희들도 노력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지 않느냐. 한다. 그리하여 입시에 매몰되게 하고 입사에 목숨을 건다. 결국, 남는 건 없다.

 

小過(소과)

주역이 말하는 지나침은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보다 강한 것을 이른다. 조금 지나침은 괜찮다. 하지만 지나치면 역시 화를 부른다. (p. 622)

 

Ü 과유불급이다.

 

□ 새의 비상을 사람의 욕심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다가는 음의 기가 너무 세져서 균형이 완전히 깨어질 지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높이 날아오르면 마땅치 않고 내려와야 마땅하다고 한 것이다. (p. 624)

 

Ü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루스는 결국 제 신명을 참지 못하고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 죽었다.

 

無咎(무구) 弗過(불과) 遇之(우지) () () 必戒(필계) 勿用永貞(물용영정)

처음에는 허물이 없고 지나치지 않다가 나중에 지나침을 만나게 되니 나아가면 위태롭다. 반드시 경계하고 오랜 끝은 쓰지 말라. 이는 지나침의 단계를 말한 것이다.

 

Ü 수많은 지나침의 과정을 단 두 줄로 요약하는 것, 이것이 주역의 힘이다.

 

密雲不雨(밀운불우)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은 세상이 온통 음기로 가득하고 하늘의 은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을 암시한다. (p. 626)

 

□ 적극적으로 작은 일이라도 움직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과도한 음기의 발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맞서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고 지나치면 흉하다. (p. 627)

 

未濟(미제)

미제의 운은 젊은 기운에 통한다. 작은 여우가 거의 마른 강을 건너다 그 꼬리를 적시니 유리함이 없다. 그 꼬리를 적시니 궁색하다. 그 수레를 끄니 결국 길하다. (p. 639)

 

Ü 장자는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겠다고 했다. 재상의 권유를 받고 내가 왜 그 자리에 나서냐며 한 말이다. 가히 미제자의 도다.

 

□ 주역의 마지막 장은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장이다. 응원의 노래다.

 

인생이 아름다운 건 가진 것이 이미 많아서가 아니다. 누리고 즐길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없는 것을 부지런히 만들어내고 가지지 못한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속에 인생의 참다운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주역이 이제까지 말해온 것이 바로 그것이다. (p. 640)

 

曳其輪(예기륜) 貞吉(정길)

그 수레를 끄니 결국 길하다는 말이다. 수레를 끌고 강을 건너는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변화는 결국 성공한다. 그러니 미제자는 마땅히 큰 내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고 수레를 끌고 강을 건너야 한다. (p. 644)

 

Ü 지난 삼천 년이 지금의 나에게 준엄하게 말한다. 밖으로 뛰어라!

 

□ 주역은 어떻게 사는 사람이 길하게 되고 어떻게 사는 사람이 흉하게 되는가를 밝혀 다만 그 나아갈 방향과 지침을 제공할 뿐이다. 이로써 사람마다 점을 치지 않더라도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고 귀신에 기대지 않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게 하고자 한 것이다. (p. 647)

 

 

3. ‘고민하는 힘(내가 저자라면)

주역이란 글자 그대로 ()나라 (BC 1111~256) 시대의 역이란 말이다. 이때 역은 변한다는 뜻인데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궁극의 원리를 밝히고 사람도 그 원리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기술된 책이 바로 역서이며 그 중 하나가 주역이다. 춘추전국시대 550년은 기존의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모든 국가들은 부국강병이라는 유일한 국정목표를 위하여 사활을 건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신 자유주의 시기였습니다. 이때 주역은 힘을 발휘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마치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군주에게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는 vision 을 말했기 때문이다.

Vision quality는 상당했다. 현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주역을 닳도록 읽어 댔다. 신영복 선생은 말한다.

 

판단 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 틀이란 쉽게 이야기한다면 물을 긷는 그릇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바다로부터 물을 긷는 것입니다. 주역에 담겨 있는 사상이란 말하자면 손때 묻은 오래된 그릇입니다. 주역은 오랜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구성된 지혜이고 진리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리를 기초로 미래를 판단하는 준거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역은 귀납지이면서 동시에 연역지 입니다.’

 

그렇다. 한마디로 주역은 변화에 대한 법칙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던 시기의 시대적 산물이다. 그래서 오늘날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주역이 사람들이 찾아 읽는 텍스트의 윗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는 이유라 하겠다.

 

저자는 주역에 대한 고정관념이다시피 한 효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점은 주효했다. 바쁘게 사라지는 영상에 익숙한 현대의 사람들에게 주역이 사장화 될 수 있는 점을 살며시 피해 갔다. 가독성을 높이는 데 적중했다. 64괘를 하나의 주제로 수렴시킨 의도 또한 극적이다. 무엇보다 각 장마다 저자의 혜안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책의 구성 역시 아이디어에 빛난다.

 

중간 중간에 저자 자신의 체험은 주역이 여전히 살아있는 텍스트 임을 알려준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 것은 역대 주역의 해석자들이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부러웠다. 내가 주제로 하고 있는 산에 대해 저처럼 살아 펄떡거리는 현장감으로 다가가게 할 수 없는 걸까. 하고 고민하게 했다. 현장감생생함…3천 년 죽어 있는 텍스트도 어떻게 읽혀지고 쓰여지느냐에 따라 글의 주제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거다. 다시 나는 나의 책에 대한 구성을 고민하며 장고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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