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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9일 13시 20분 등록

인간적인 길

* 자크 아탈리 지음, 에디터, 2005.10.31

1. ‘미래에 사는 자(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JPG

■ 자크 아탈리 (1943~ )

 

자크 아탈리. 프랑스 지성인을 대표하는 석학으로 꼽힌다. 1943년 생. 경제학과 정치학 박사다. 서른두 살 때, 당시 프랑스 사회당 총재였던 미테랑의 경제고문으로 발탁된다. 미테랑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핵심참모였다. 그의 저서는 전 세계에 27개국 말로 옮겨져 500만권이 팔려 나갔다. 앨빈 토플러는 그를 일러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성인이라고 극찬했다. 이처럼 그의 이력은 미끈하다. 모진 정치계의 한 중간에서도 모난데 없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를 서치하면서 다소 의아한 견해를 알게 되었다. 미래 석학이라 추켜올리며 그의 손색없는 혜안을 찬양할 때 손석춘 (중앙대 신문방송학 겸임 교수) 씨와의 대담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에 대한 구구절절한 소개보다 그 대화 내용이 무엇보다 그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것 같아 전문을 인용한다. 인간적인 길을 강조한 그의 비인간적인 면모와 국제 사회와 평화에 대한 균형감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이하는 손석춘 교수의 글이다.

 

-이하-

2006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아탈리와 한국방송(KBS)를 매개로 만났다. 한국방송의 ‘TV, 책을 말하다’(20061030일 방영)에서 그의 유토피아 저서 <인간적인 길>을 두고 대담했다. 아탈리는 강조했다.

 

“한 사회의 궁극적 목표는 영리추구가 아니다. 사회의 목표는 시민을 위한 복지의 실현이다. 성장은 하나의 방법이다. 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면, 시민의 복지는 망각된다. 그렇게 되면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이윤의 성장만이 된다. <인간적인 길>이라는 책은 어떻게 유토피아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책이다.”

 

성장과 분배를 언제나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는 한국의 윤똑똑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시장의 힘이 무한으로 확장될 때 인류는 인간 자체가 상품이 되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담에서도 아탈리는 강조했다.

 

“오늘날 시장은 스스로의 승리에 도취해 있다. 계속 도취의 양태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자연을 파괴한다. 사람을 로봇으로, 복제인간으로, 물질로, 상품으로 차츰 변화시켜가고 있다. 만약에 인간이 이 상황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상품화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말 무시무시한 위험이다.”

 

여기까지 아탈리와 전적으로 생각이 같았다. 한국의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도 아탈리의인간적인 길처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아탈리와 시각 차이는 대담이 진행될수록 벌어졌다. 상품사회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아탈리는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인간적인 길의 고갱이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희귀재는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직접 공연현장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 그런 시간은 정말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시간을 창조를 위해 쓰는 것, 음악을 연주하거나, 스스로를 개발하는 데 쓰는 시간, 이런 것은 모두 가치있는 시간이다. 물론 이것이 정말 자유로운 시간이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다. 자유롭다고 말은 하는데 실제는 일을 하거나 소비가 되는 그런 시간과는 다른 것이다.”

 

아탈리와의 대담은 이미 방영됐지만, 방송시간의 제약으로 편집에서 빠진 이야기들이 있다. 무엇보다 아탈리의 저서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책이라는 아탈리 자신의 주장과 달리 상품사회를 벗어나는 방법이 지나치게 두루뭉수리다.

 

그는 <인간적인 길>에서 변화의 주체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어디에 살고 있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란다. 이어 덧붙인다.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미래 사회의 희망을형제애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과연모두가 같은 사람들이기에 모두가형제애를 지니면 유토피아가 이뤄질까? 공자에 대한 모욕일지 모르지만공자님 말씀만 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아탈리가 <인간적인 길>에서 무능한 좌파를어설픈 좌파라고 비판한 사실이 떠올라 되물었다.

 

“이 책에서 프랑스 좌파들을어설픈 좌파로 비판한 당신에게 그 말이 혹 부메랑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는가?”

 

아탈리는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며 자신의 제언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담의 끝자락에서 결국 아탈리와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가 <인간적인 길>에서핵무기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강조하고 있기에 북핵문제를 물었다.

 

아탈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프랑스처럼 핵무기를 정당하게 갖게 되면 문제가 없지만 북핵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자를 통제하면 어렵지 않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다. 물었다.

 

“아탈리 박사의 저서들을 읽으며 프랑스에서만 살아온 지식인 일반이 지니는 한계를 느꼈는데 오늘 대담을 통해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핵을 가질 정당성이 있는 나라가 따로 있고 없는 나라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나, 북쪽 정권을 붕괴시키는 게 당위라는 박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논리와 제국주의자들의 논리는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국가들이 지닌 핵무기는 정당하다면서 사뭇 결연히 말했다.

“한 나라의 정권을 붕괴시킬 권리는 그 나라의 국민에게만 있다는 손 박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어 반문했다. “히틀러를 보라. 손 박사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히틀러를 패배시키지 말아야 했나?” 황당했지만 되물었다. “그게 어떻게 같은가? 히틀러는 다른 나라들을 침략한 전범 아닌가?” 그러자 그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미국은 침략 당하지 않았지만 참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탈리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국제 문제에 미국과 프랑스는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한다고 말을 흐렸을 뿐이다.

 

그랬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좌파지성인 아탈리조차도 북미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책임에 전혀 무지했다. 그가형제애를 강조하며 상품사회를 벗어나자고 제의한 게 단순히 순진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탈리와의 만남이 쓸쓸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유럽이 아닌 분단조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새삼 빚진 마음이 들었다. 자크 아탈리가 차라리 고마운 까닭이다. –이상-

 

나는 그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는 그 인간적인 길읽도록 한다.

 

2. ‘인간적인 길(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서론

 

□ 좌파에겐 더 이상 추구할 모델이 없다. 오늘날 아무도 공산주의가 이상 사회라고 믿지 않는다. 생산수단의 집단소유로의 전환은 인간 해방을 위한 목적은커녕 수단도 될 수 없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공동결정의 과정에서 용납될 수 있는 유일한 메커니즘인 것 같다. (p. 19)

 

Ü 인간에게는 좀 더 새로운 체제가 있을 수 없는가. 있지 않겠는가. 체제 없는 공동체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공산주의는 왜 이상 사회가 아닌가. 원시적 정치 행태는 공산체제 말고는 다른 체제를 믿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계급을 불식시키는 체제는 공산체제 말고는 없다. 그러나 저자는 현 체제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공산사회를 논의에서 일단은 제외한다. 이해한다.

 

자유에 훼손을 가하지 않고 어떻게 부를 분배할 수 있는지. (p. 20)

 

Ü 21세기 정치가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은 연대의식이 박약한 무기력한 개인주의로 조금씩 환원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과장된 유토피아와 신중한 리얼리즘을 뒤섞으면서 평등주의, 사회보장, 레저, 소비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p. 20)

 

Ü 자본의 힘이란

 

□ 아직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가는 새로이 도전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p. 23)

 

□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세계화야말로 인류보편성을 내용으로 하는 개념이므로 그것을 하나의 좌파 정책으로 주장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노동이야말로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진보란 것이 무위도식하는 시간의 증가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p. 25)

 

Ü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선 짚고 가자. 세계화는 국경을 허무는 자본과 노동력의 이동이다. 무소불위의 자본은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 한다. 자본을 갖춘 국가든 기업이든 국경을 허물고 제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기를 들고 훑고 다닌다면 세계화는 자본화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확률이 높다. 이미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 집권가능성을 가진 정당후보가 대결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재연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프랑스에서 민주주의는 살아 남기 어려울 것이다. (p. 28)

 

Ü 고유의 정치적 색채를 모두 덧칠해 버리고 집권을 위해 대결하는 것은 정치적 직무유기다. 戰線이 사라지면 자유는 없다.

 

□ 대통령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뽑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쟁 상대가 밀려난 결과로 당선되는 것뿐이다. (p. 29)

 

Ü 차악을 택한 결과는 항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 사회복지에서만 우파보다 좀더 강한 집착을 보일 뿐 실상은 여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자유주의적 정당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어설픈 좌파인 것이다. (p. 30)

 

Ü 프랑스에서의 우파적 정책으로 한국에서는 좌파로 몰리는 지금의 실정에 비한다면 이런 우파가 있는 정치적 지형이 부러울 따름이다.

 

□ 내적 자유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활동에 대한 의욕을 그것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 (p. 33)

 

Ü 짧은 문장이지만 인류 2천 년의 고뇌와 아픔이 묻어 있다.

 

□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적 사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 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p. 37)

 

Ü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구호적 사념은 누구라도 외칠 수 있다. 게리 해멀도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원인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진단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구호보다는 해법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실천하고 끈질기게 추진하는 용기가 절실하다.

 

도래할 세계의 모습

 

□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실체는 통속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 곧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갈등이 과거 역사를 밝혀 주며 문화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하는 관점에 따른 이원론적 역사서술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p. 39)

 

Ü 그것은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아탈리여, 마르크스는 노동과 자본의 갈등 속에 계급과 정부라는 다차원적 길항 구조를 더하고 있다. 이때는 민족과 국가 개념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 수백 년 동안 대립과 갈등을 겪은 다음, 사회 공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결로 뽑은 대표자에게 그 임무를 위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 41)

 

Ü 국가 대중이 항상 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에 움직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치명적 허점이다. 다수, 즉 국가 대중의 의견은 개별 의견의 합이다. 그렇다면 대중이 무식하면 무식한 수장을 선택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득권 세력이라 불리는 제도 권력은 이미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체제로 구조화 시켜 놓는다. 제도 교육, 복지, 언론, 경제, 정치 등 그들의 악마적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곳은 없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 안에 길들여 진 대중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런 체제 속에서 정권이 재창출 되고 기득권 세력이 확대 재생산 되는 과정은 어쩌면 당연한 사회구조적 귀결일 수 있다. 체제 안의 개별자가 자신의 수장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역설이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거대 자본의 opinion 동원력은 대중의 사유와 사상을 장악할 수 있다. 자본가가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러 있다는 말이겠다. 그들은 자신의 자원을 총 동원하여 자신에게 맞는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 한다. 대중은 돈을 부러워하고 더 많이 가지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개탄할 일이다. 나는 무정부를 꿈꾼다. 무체제를 꿈꾼다.

 

□ 우선 시장은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고 키우는 데 기여한다. 시장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법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강한 국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이 발전하다 보면 상품이 지닌 힘의 본질 그 자체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게 마련이다. 경쟁을 자극하고 소비재를 유통시키며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불하는 시장은 소유권 설정과 이의 존중을 위한 법적 장치의 도입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공간적 이동, 발언, 재산 축적 등의 자유를 촉진시켜 나간다. 시장은 이러한 개인 권리에 대해 권력이 비자의적 규정을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같은 규정은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하여 소유권을 존중토록 한다. 독재 권력보다 자의성을 경계하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이 규정들을 더 잘 보장한다. (p. 42~43)

 

Ü 시장은 원한다. 강하지만 작은 국가, 사적 재산의 규정을 엄격히 하면서도 재산 증식에 필요한 모든 기회들을 활짝 열어놓는 자본에 약하고 불평등에 강한 국가를 원한다.

 

□ 국가의 구성원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구인들이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요구한다. 이들은 영화와 텔레비전을 통해 서구의 삶의 양식을 눈여겨보고 서구인들과 심미안을 공유한다. 이처럼 경제적 자유와 그 이데올로기적 보조자라고 할 수 있는 영상산업은 정치적 자유의 확산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p. 43)

 

Ü 미디어 장악은 사회적 사유를 지배한다. 표면적으로 정치적 자유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 미디어에 의한 정치적 예속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보라.

 

□ 거꾸로 민주주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계획 경제 시스템은 시장 메커니즘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가게 된다. (p. 44)

 

Ü 경제학자 장하준은 이 말이 매우 불편할 것 같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1988년 계획경제와 국가소유 원칙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글라스노스트 glasnost 에서 페레스트로이카 perestroika 로 전이 되고 정치적 자유가 생산수단의 집단 관리체제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그 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 평화를 가져온다.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수록 사회체제는 그만큼 더 민주화되며 내전이든 국제전이든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두 체제가 서로 무기를 들고 싸운 적은 결코 없었다. 이리하여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두 기둥인 민주주의와 시장은 시장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다. (p. 44)

 

Ü glasnost : 국가와 당의 이데올로기 독점을 철폐하고 정치적 표현을 허용하며 언론자유를 일정하게 수용한 개방정책

Perestroika : 정치자유와 시장 경제 요소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정책

 

□ 시장과 민주주의가 결합된 이러한 역동성은 오늘날 사회의 모든 동력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를 바꿀 수 있는 절대적이고 무제한한 권리를 전제하면서 모든 도덕을 초월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역동성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집권 가능성을 가진 정당은 모두 우파로 기울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면서, 사람을 대신하여 말하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 고독을 극복할 수 있으며 기술혁신을 통해 개인의 독립성을 높이고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게 된다. 인간 교류도 각종 도구에 맡겨져서 이야기꾼으로 라디오로, 빨래터는 세탁기로, 무대나 극장은 텔레비전으로 대체된다. (p. 45)

 

Ü 인간적인 체제를 꿈꾸지만 비인간적 시장사회로 진입한다. 지금은 아주 진행된 상태이며 익명과 개인이 공동체의 선을 잠식하는 수준이다.

 

□ 이처럼 시장과 민주주의는 개혁적임(한정된 범위 내에서 개선을 모색한다)과 동시에 혁명적이다(기존 사회관계와 관습을 뒤엎는다). 이 모든 변화 과정을 우리는 특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의 유럽에서 경험하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민주주의는 인접성에 따른 교류와 전이에 의해 동구 국가 전체에서 받아들여졌다. 지리학적 근접성은 페르낭 브로델과 프랑스의 아날학파에게 매우 중요한 개념 (p. 46)

 

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시대의 마감이나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고 단정하여서는 곤란하다. 자본주의의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또 다른 이상 사회의 실험이 절실함을 대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실패한 사회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동구권 국가의 자본주의 채택은 대안 없이 진행된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의 말로였을 뿐이다.

 

(각주) 페르낭 브로델 (1902~1985) 20세기 프랑스 문명 사학자로 인물과 사건 중심의 역사 연구를 넘어서 다른 인문사회과학, 특히 지리학과 경제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과감히 도입해 좀더 종합적이며 역사지리학적인 연구를 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현상과 개념을 발견한 최초의 경제사학자 15~18세기의 물질문명,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한 3부작은 그의 탁월한 업적이다. 미국 뉴욕대학에서 브로델 센터가 잇으며 여기서 이매뉴얼 윌러스틴 교수의 세계화 이론이 정립되었다. (p. 46)

 

□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과 예속국에서 점점 더 많은 돈을 차관으로 끌어들여 세계지배를 위한 재원으로 쓰고 있다. (p. 47)

 

□ 이처럼 시장 민주주의는 부정할 수 없는 삶의 형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에게 역사란 결국 자유를 가능케 하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삶의 양태가 지구상 다섯 대륙에서 점진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혼란스럽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p. 49)

 

Ü 어찌하여 그리 확신하는가. 그러나 세계는 엄연히 계급화 되어 있는 불합리를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계급간 불화는 드세지고 시장 민주주의가 확대될수록 체제 전복의 가능성은 높아 질 수 있다. 그런 때에도 아탈리의 저 말은 유효할까. 지금 나의 말이 유효하지 않을 것처럼 여기 듯이 말이다.

 

□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은 좀더 많고 좀더 낫거나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돌아설 채비가 항상 되어 있다.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고 버림받을 것 또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상품, 유행, 일자리, 기업, 관계, 명성, 정당 등의 지속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진다. 다가오는 세계에서는 국가 소속마저도 더욱 불확실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변해 갈 것이다. 국가에 부여하는 세금은 정당성을 잃어간다. (p. 51)

 

Ü 아탈리의 예측은 정확히 틀리다. 상품, 유행의 지속시간은 짧아지는 것이 맞지만 국가 소속은 공고해져 간다. 모든 나라에서 우파 정권이 득세하고 지리학적 영유권과 자본, 자원의 무기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의 국가적 보호주의는 날로 공고해 질 것이고 개발도상국의 개방주의는 날로 압력을 받을 것이다.

 

□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 대립적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개인의 고독을 사적 용도의 사물로써 메우는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꾸려가도록 하는 반면, 후자는 공공서비스를 기초로 하여 공동체 생활을 설계하고자 한다. 전자는 상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모든 경계를 상시로 넘나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후자는 행동의 폭을 규정하기 위해 영역 한계 설정을 필요로 한다. (p. 53)

 

Ü 이것은 통찰이다. 태생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시장은 사실상 민주주의보다 항상 강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까지 힘을 발휘한다. (p. 54)

 

민주주의가 국경의 한계 안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계를 부수고 쳐들어가서 뒤집어엎고 항상 더 넓은 영역을 포괄함으로써 발전해 가는 시장체제만큼 민주주의체제가 역동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p. 55)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하겠다. (p. 55)

 

Ü 반드시 그러하다. 경제적 자유는 공동선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적 재산을 최대한 축적하는 공헌하는 한편 민주주의는 사적 재산의 공적인 분배를 추구한다.

 

상품시장은 현재에 기준해서 가격을 책정한다. 금융시장은 이와 달리 시간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보들을 선별 취사함으로써 미래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한다. 세계가 불안정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평가는 높은 가치를 갖는다. 이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의 팽창이 가능한데 상품시장조차 금융시장의 지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들은 그 전체가 어울려 국경을 무너뜨리고 사회연대를 깨뜨리며 정부가 안전, 교육, 시민의 보건의료, 도시계획, 소외된 소수계층의 통합 등을 위해 확보하는 재정수단을 줄이고 있다. 국가기구에서 다양한 권력을 빼앗고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모색하게 하며 단 하나, 자본의 법칙에 세계를 종속시키고 있다. 공공서비스는 본래의 영역을 잃고 있다. 국가는 국가적 책임과 관련된 문제에서 결정권을 상실하고 있다. (p. 56)

 

Ü 오늘날 국가는 자본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아탈리는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공공서비스가 우파정권이 들어섬과 동시에 민영화 되는 현상은 자본 친화적 정부가 아니라 자본 하수적 정부다.

 

□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국가는 시장이 조장하는 소득과 자산의 불공평한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수단을 박탈당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투명성은 불공평에 대한 인식과 평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시장의 효율성은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 가지를 창조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민주주의는 원칙상 각 시민에게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만 시장의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역학적 관계는 국민 전체 소득 중 임금노동자의 몫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의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p. 57)

 

Ü 정치적으로 길항하며 경제적으로 길항한다. 그 반목의 큰 강은 서로를 건너지 못하게 한다.

 

□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지배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의 상대적 비율은 1973년 이래로 낮아지고 있다. 4100만 명의 미국인은 사회보장 제도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며 미국인 3100만 명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15년 사이에 창출된 부의 50퍼센트가 미국 전체가구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최고 부유층에게 돌아갔고 90퍼센트가 소득 순위에서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인구의 몫이었다. 영국에서는 전체 아동 중 4분의 1 이상이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곳에서 중산층과 부유층이 각종 정보 획득과 여가 생활을 위한 기본 조건을 장악하고 있고 사실상 주된 부이자 사회적 신분 상승의 핵심 조건인 지식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다. 교육이나 지식 획득과 관련한 이러한 불공평성은 소수 집단의 빈곤 문제를 악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거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p. 58)

 

Ü 이 구구절절하고 긴 설명은 시장이 민주주의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부가 확대 재생산 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모조리 기득권이 보유함으로써 신분 상승의 기회는 날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교육 자체가 무용하다. 교육은 부를 가진 일부에게 다수가 공헌하여 일부의 부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 당신이 그리고 내가 보기 좋게 헌신하고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 극빈국가들은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져 있다. 세계 인구의 11퍼센트를 차지하는 49개 극빈 국가는 세계 총 생산의 0.5퍼센트를 올리고 있을 뿐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비슷하다. 전 세계 88개 가문의 재산을 합치면 중국인 전체가 소유한 것과 맞먹는다. (p. 59)

 

Ü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사랑하지 못해 안달일까? 그네들의 재집권을 스스로 승인하게 하는 이 아이러니는 과연 무엇일까.

 

□ 국가는 여태껏 책임지고 관장해온 분야를 하나씩 망각해 갈 것이다. (p. 64)

 

□ 최고의 부자들은 여전히 생산수단, 자금, 정보, 시간을 더욱 여유 있게 독점한다. (p. 64)

 

상품화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어 세계는 서로 적대적인 무리들이 휩쓸고 다니는 장터로 변해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장사회라고 부른다. (p. 65)

 

□ 매년 우리는 70억톤의 탄산가스를 대기에 쏟아내고 있다. 매년 벨기에 정도의 면적이 아프리카에서 사막으로 변한다. 기상 온난화 현상으로 2100년이 되면 대기 온도가 적어도 평균 4도쯤 상승하고 강수량이 20퍼센트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사회는 자신이 조금도 흔들림 없이 존속하기 위해 외형적 민주주의조차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사회는 조금씩 새로운 전체주의 형태로 흘러갈 게 틀림없는데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감시 당하고 제재 받을 것이며 자유의 형태조차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p. 67)

 

Ü 이렇게 되면 히말라야의 빙하는 녹게 될 것이고 정상부의 만년설은 희미해져 갈 것이다. 눈이 사라지고 얼음이 사라지면 빙벽과 설벽이 사라지고 암릉만이 남을 것이고 캠프 2 이상에 형성된 설사면은 대부분 수직의 암벽으로 바뀌어 정상 등정은 어려워 질 것이다.

 

□ 모든 형태의 인간관계가 조금씩 상품화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사회는 상업적 목적으로 모든 것이 거래 가능한 상품사회로 이전해 간다. 몸에서 아이디어까지, 패스포트에서 인체기관까지, 시간에서 사랑까지, 위로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상품화되며 이런 것들을 공개무대에 올려놓는 쇼 행위도 판매하려 들것이다. 인간은 다시금 식인종, 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으로 변해 갈 것이다. (p. 70)

 

Ü 일리 있다. 시장인간의 종말, 미래 인간의 모습이다. 제 자신이 상품이 되고 그 상품이 다시 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이 되는 사회.

 

□ 유럽인들은 평화주의자연하고 있을 뿐이다. (p. 75)

 

세계 속의 프랑스

 

60년 동안 핵무기는 프랑스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주었다. (p. 79)

 

Ü 핵무기가 있어야 지켜지는 자유와 독립은 진정한 것인가. 허울에 쌓인 프랑스 지식인이 지금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하는가. 프랑스는 핵부터 포기해야 그네들이 주장하는 똘레랑스의 본원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스위스와 일본과 더불어 최근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p. 80)

 

□ 가장 부유한 10퍼센트 인구의 수입과 가장 빈곤한 10퍼센트 인구의 수입 사이의 상대적 비율이 50년 동안 2.5분의 1로 줄었다. (p. 81)

 

Ü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을 향하는 사람의 수를 누적백분율로 하여 가로축으로 나타내고 그 사람들의 소득에 대한 누적 백분율을 세로축으로 나타낼 때 그려지는 대각선을 현()으로 하는 활 모양의 곡선인 로렌츠곡선과 대각선으로 둘러싸인 면적을 대각선 아래쪽의 직각 삼각형의 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

 

30년 전부터 프랑스는 일본, 스위스와 더불어 선진국 중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평생 보장된 일자리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할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는 그런 일자리가 일곱 개 중 하나인데 프랑스는 넷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실업자를 보유한 국가에 속한다. (p. 83)

 

□ 선진국을 통틀어 프랑스는 대학생 한 명보다 고등학생 한 명에 대한 투자액이 높은 유일한 나라이다. (p. 85)

 

□ 인종적 혹은 종교적 차별의 피해자로서 매우 낙후된 구역에 몰려 산다. (p. 87)

 

Ü 현대판 게토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여전히 살아 있다.

 

□ 동일한 졸업장을 갖고도 유색인 소수집단 출신은 다른 계층 출신보다 취업, 보건의료, 주택문제 등에서 다섯 배나 높은 실패율을 보인다. (p. 89)

 

Ü 프랑스가 이렇다면 이 나라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차별이 상존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득해진다.

 

□ 프랑스 정부는 적어도 20년 전부터 인플레이션 방지를 정책적 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이로 인해 금리 수익자가 이득을 보았으며 청년 실업률 증가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p. 90)

 

Ü 금리 수익자가 이득을 본 이유,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물가상승률은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을 것이고 금리인상은 없었겠다. 그렇다면 안정적 금리 운용이 가능하고 자본은 불확실한 대체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안정적 금융자산에 투자하였을 것이다. 물가는 금리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랑스 정치지도자층은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비교해서 최고령이라는 개탄할 만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 (p. 91)

 

Ü 정책입안자의 처지가 노령화 연금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견인했다. 정책입안의 대상이 되어야 할 자들이 정책입안의 당사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언뜻 해방 후 반민특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 나라가 텅 빈 호텔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점 (p. 95)

 

Ü 적절한 표현이다.

 

□ 세계와 직면하기를 피하다가 스스로 위축되는 것 : 극우와 극좌

세계화 흐름에 적극 참여하여 비용을 줄이고 생계취약 문제의 확대를 받아들이면서 경쟁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 : 자유주의자

시장사회가 내포한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 부를 좀더 잘 분배하는 것 : 시장 사회민주주의

시장이 지닌 최선의 측면을 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히 제공할 수 있는 것과 결합시키는 것 : 인간적인 길

 

어설픈 좌파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써 시장 체제의 유해한 결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목표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칸디나비아에서 탄생할 때부터 사회민주주의는 시장 민주주의를 틀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았다.

 

□ 스위스 사회당(스위스는 사회민주주의를 아직도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얼마 되지 않는 서구 국가 중 하나다)의 지도자급 인사는 사회민주주의 미래를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것은 철학자나 유토피아주의자의 사상이 아니라 정부 지도자에 의해 현실적으로 얻어진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p. 103)

 

Ü 사회주의의 실천력을 강조

 

2004 3월 집권한 스페인 사회주의노동당의 방향 선회, 1991~1994 사이 잠깐 우파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가 재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내걸었던 조건, 1997 3월 집권 이후 영국 노동당의 정책 (p. 103)

 

Ü 시장 민주주의로의 전향, 전선의 분산 또는 무너짐.

 

□ 사회민주주의 체제가 오래 전부터 가장 잘 정착된 스웨덴의 경우, 시장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적 약자의 시간에 대한 일률적 보호로 규정된다. 빈곤의 최소화, 매우 좁혀진 소득격차, 높은 취업률, 여성의 높은 사회활동, 사회복지보험의 공적 관리체제에 의한 보호장치 (p. 104)

 

□ 우파 경제정책 혹은 좌파 경제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하는 정책과 성공하지 못하는 정책만 있을 뿐이다. (p. 106~107)

 

Ü 케임브리지 대학 앤서니 기든스, 좌우 대립을 초월한 민주주의 현대화 주창, 의 주장.

 

□ 사회민주주의 정책이란 시장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고 따라서 적절한 방법을 말한다고 이들은 정의한다. 사회민주주의라는 명칭마저 저버린다. 토니 블레어는 3의 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신중도라는 말을 각각 사용한다. (p. 107)

 

Ü 시장에 포섭되는 사민주의

 

□ 이들은 우리는 시장경제에 찬성하지만 시장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p. 109)

 

□ 전 세계 사회민주주의 정당 (많은 국가에서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남미에서 그러하다)을 포괄하는 사회주의 인터네셔널 2003 10월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위와 같이 원칙과 논리를 비준했다. (p. 110)

 

Ü 계급은 국가 차원의 개념이 아닌 만큼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겠다.

 

만일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자유주의 사회의 유연한 관리 정도나 제안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생계취약에서 근근이 지켜내는 데 그친다면 시장 사회민주주의로는 생계불안을 유발하는 사회의 본질 자체를 개선할 수 없다. 결국 사회 민주주의는 끝없는 혼란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시장 사회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어설픈 사회민주주의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p. 112~113)

 

□ 겉으로 볼 때 프랑스 사회당은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유럽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지키고 있다. 이들은 사회연대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국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 전체 산업을 경쟁에서 제외시키거나 세금을 상당히 인상하는 일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의 모든 민주적 좌파 정당과는 달리 이들은 유토피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취해낼 만한 가치를 지닌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회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p. 113)

 

Ü 이들을 고리타분한 이상주의자처럼 이끌어가는 아탈리의 이 분위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 읽어 내린다.

 

바뵈프 (1760~1795)

프랑스 혁명기의 급진좌파 지도자로 최하층 무산 계급을 대변하면서 봉기를 계획하고 주도하다가 여러 번 투옥되었으며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 와중에 처형되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지구상 최초의 공산주의 지도자로 지목했다. (p. 115)

 

생시몽 (1760~1825)

산업발전을 통한 평등이념을 제시해 프랑스 사회주의 사상의 원조가 되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저술 산업입문은 산업혁명의 후유증을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교과서로 유명하다.

 

푸리에 (1772~1837)

생시몽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산업사회주의 학파의 우두머리로 활동한 프랑스 사상가다. 1829산업과 사회의 새로운 세계를 저술해 무산계급과 노동계층을 위한 처방을 제시했다.

 

프루동 (1809~1865)

소유란 무엇인가 1840 라는 저술에서 소유는 도둑질이다라고 주장한 사회주의 사상가이며 정치인. 1848년 혁명에 참여한 행동파 정치인으로 조합주의와 국가 해체를 주장한 무정부주의로 기울었다. 1846년 그가 빈곤의 철학이라는 저서를 펴내자 다음해 마르크스가 철학의 빈곤이라는 책으로 그를 비판했다. (p. 115)

 

□ 사회주의 인터네셔널 프랑스 지부 (SFIO) (P. 114)

 

Ü (각주) 20세기 초반에 프랑스 사회당은 제3인터네셔널 프랑스지부라는 이상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 사회당의 전선은 사상적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중도파까지 섞인 혼합정당이었다. 소련의 레닌이 사망하고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세계의 사회주의 정당들은 소렴의 지령을 받는 제3인터네셔널의 지부라는 지위를 받아야 했다. 1920년 투르전당대회에서 격렬한 토론 끝에 SFIO는 프랑스 공산당 PCF 과 프랑스 사회당 PSF으로 분당되었다. 소련의 위성정당을 찬성한 쪽이 공산당이 되었고 독자노선을 주장한 쪽이 사회당이 되었다. (P. 115)

 

토레즈 (1900~1964)

자크 뒤클로와 함께 프랑스 공산당을 이끈 좌파정치가로 1939년 히틀러와 스탈린의 불가침 조약이 체결되자 공산당원 대부분이 탈당해 당이 위기에 몰렸지만 그는 소련에 충성했다. 프랑스 경찰의 수배령이 내리자 독일을 거쳐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1944 8월 프랑스가 해방되자 드골의 사면으로 귀국해 공산당수가 되었다. 그는 드골의 임시정부에 공산당 각료를 다수 참여시켜 전후 프랑스 사회보장제도확립에 기여했다. (P. 117)

 

로마조약

1957 3 15일 서독, 이탈리아, 프랑스와 베네룩스 3(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여섯 나라가 유럽공동체 (EEC)를 설립하고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맺은 조약이다. 로마조약은 오늘날 유럽연합의 모태가 되었다. 중세부터 시작되었으나 거듭 실패했던 유럽 통합 운동은 2차 세계대전 후 재개됐다. 서독이 과거를 사죄하고 프랑스도 전승국이지만 베르사유 조약에서 독일에 가혹한 배상금을 물린 것을 반성하자고 장 모네와 로베르 슈만 등이 주장해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다. 1947년의 파리조약에 따라 구성된 이 ECSC가 유럽 통합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베네룩스 3국의 공동시장 창설 주장을 서독, 이탈리아, 프랑스가 받아들여 EEC가 출범한 것이다. (P. 117)

 

파비우스 내각

1981 5, 사회당, 공산당, 급진좌파 등 좌파 3당은 공동집권 강령을 유권자에게 지시해 사회당 미테랑 후보를 당선시켰다. 1958년 드골이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후 최초의 좌우 정권교체였다. 미테랑은 총리에 사회당의 피에르 모루아를 임명했고 공산당이 입각함으로써 좌파연합정권이 출범했다. 모루아 내각은 공산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은행과 틈슨 전자그룹, 그리고 미라주 전투기로 유명한 마르셀 다소 항공회사를 국유화 했다. 모루아 내각의 개혁은 마르크스적 이상을 따르는 공산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영미의 자본 공격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외국자본이 빠져 나갔고 로스차일드 은행 사주가 런던에 망명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프랑화는 폭락을 거듭했으며 외국투자가 중단되었다. 경제가 크게 흔들리자 미테랑은 사회주의 개혁을 일부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3의길을 선택했다. 모루아 내각이 퇴진하고 파비우스 내각이 등장했으며 공산당은 각료 전원을 철수시켜 정책 수정에 항의했으나 미테랑은 사회주의 노선을 지양하고 중도좌파노선 즉 사회민주주의 정책으로 선회했다. (p. 119)

 

Ü 이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다시 한번 상황을 상상하며 새겨 보자.

 

사회당은 사회연대에 의해 완화된 자본주의를 지향했고 공산당은 여전히 부의 절대분배를 주장하고 있었으며 녹색당은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생명을 존중하는 세계를 꿈꾸었다. 쉽게 말하면 사회당은 선출된 정치가의 정당이고 공산당은 노동 투사들의 결사이며 녹색당은 온갖 종류의 시민단체 대표들의 집합이었다. (p. 121)

 

Ü 집약했다.

 

리오넬 조스팽(1937~)

대학교수 출신 사회민주주의 정치인으로 1981년 대통령이 된 미테랑의 후임으로 사회당 서기장을 맡았으나 정부에 중용되지 않았다. 교육장관의 경력으로 1995년 대선에 나가 실패한 후 1997년 총선에서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의 새로운 좌파연합전선을 구성해 승리했다. 이 때문에 시라크 대통령은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했고 조스팽은 총리로서 21세기로의 대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2 5월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1차 투표에서 우파 시라크, 극우파 르펭 후보에게 패배해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었다. 그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유력한 좌파 대선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p. 122)

 

□ 모든 것이 우리의 것! 그들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1995 12월 시위 군중의 외침을 이들은 여전히 깊은 곳으로부터 듣고 있었던 것이다. (p. 124)

 

Ü (각주) 자크 시라크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알랭 주페 내각이 사회복지예산 삭감, 고용조건 개정, 국영기업 해외매각, 임금 동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위 주페플랜을 시행하려 하자 노조, 공무원, 젊은이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으로 몇 주에 걸쳐 대대적인 파업과 데모를 벌였다.

 

□ 극좌파가 사회당을 우파에 대한 생래적 동조세력으로 간주하는 것도 공산당 논조와 같다. (p. 127)

 

Ü 이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시장경제 속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와 고질의 공공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권을 철저히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p. 128)

 

□ 개혁주의자는 시장의 우위를 인정하되 그 횡포를 막기 위해 사회보장과 사회통합에 의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려 한다. (p. 129)

 

Ü 이 나라 좌파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런 개량주의 같은 개혁주의자들을 극좌에 포진시키는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 실업을 하나의 병으로 취급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 (p. 130)

 

Ü 이 나라 에서는 심각한 병이다. 쌍용차 사태를 보라. 실직했을 뿐인데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회 안전망이 최소한의 쿠션이 없는 복지정책이 실업을 병으로 만든다.

 

다니엘 콘벤디트 (1946~)

1968 5월 파리 학생혁명의 주역으로 당시 독일 유학생이었다. 드골 우파정부가 5 22일 그를 독일로 추방했으나 학생시위는 진정되지 않았다. 서독에 돌아간 그는 환경운동을 주도 했고 독일 사민당 이론가가 되었다. 미테랑 좌파연합정부가 프랑스 입국을 허용했으며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p. 132)

 

인간적인 길

 

공공서비스에 할애하는 국가소득의 정도, 기업의 조직형태, 헌법 체제와 형법 규정, 출판 및 보도와 미디어의 자유의 양태, 국민 사이의 사회적 연대의 정도, 외교적 협력의 방향 선정 등과 같은 문제에 있어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따라서 우파와 좌파에게는 아직 일할 여지가 남아 있다. (p. 135)

 

정치는 다만 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도록 많은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p. 137)

 

□ 세계화는 개인을 점점 더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모두를 위협하는 고용불안과 생계취약 문제를 낳으면서 저마다 시간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도록 충동질한다. (p. 139)

 

시장 우파는 경찰과 사법조직을 강화하고 모든 형태의 무상제공에 대해 투쟁을 벌이며 중앙집권제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특히 에너지와 통신 분야 등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둘러싼 마지막 투쟁을 전개하되 재산과 각종 아이디어와 특허의 소유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유용한 공공서비스만 유지하며 소득세를 대대적으로 삭감하되 깍은 액수만큼 간접세를 올리고 비활동인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대신 기업 창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한다. (p. 140)

 

Ü 어찌 이리 같은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안기는 효익은 과연 무엇일까. 개인적 부의 확대인가. 사회 경쟁력의 확대인가. 무엇인가.

 

□ 이로써 토크빌의 예언이 성취되는데 그는 시장사회에서는 저마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사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법적 여건을 지키려 할 것임을 내다보았다. (p. 141)

 

□ 월가에 저항하여 포르토 알레그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p. 143)

 

Ü 포르토 알레그레

브라질 남부에 있는 도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여 2001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면서 반세계화 혹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유토피아에 대한 고찰은 노동에서 출발해야 한다. 노동이 만일 노동자의 생산품에서 얻는 소득을 위해서만 행해진다면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수단의 소유주가 되더라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시장경제에서 노동이란 고통스러운 작업과정에 불과하여 노동자는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돈을 받는 셈이 된다. (p. 144)

 

Ü 현재의 노동의 모습이다. 그 이후 아탈리는 이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유토피안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각자가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함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할 수 있다.

시장 민주주의는 이러한 유토피아를 실현할 수 없으며 인간적인 길로 이끌 수도 없다. (p. 145)

 

Ü 아탈리가 말하는 인간적인 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데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떻게 인도할 지 살펴보자.

 

□ 시장의 저쪽에는 생산재화의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 있다. 민주주의의 저쪽에는 전체에 대한 소수 혹은 소수에 대한 전체의 독재가 아니라 책임성이 있다. 쇼의 저쪽에는 선전이 아니라 지식이 있다. 이것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다. (p. 146)

 

Ü 이거 이상하게 흘러간다. 어정쩡하게 넘어가겠다는 말같이 들리는데

 

□ 유토피아는 자본주의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실현되리라고 생각하는 측과 그것을 빨리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측 그리고 자본주의를 우회하여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측으로 나뉘었다. (p. 150)

 

□ 시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며 그 뒤에 이 둘을 동시에 넘어서는 것 (p. 153)

 

Ü 그것이 있다면 오직 좋겠는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 사회주의, 좌파, 3의길, 급진주의, 새로운 좌파, 공화주의, 공동체주의, 초좌파? 인간적인 길.

인간적인 길로 가는 실천을 지칭하는 데 사회민주주의 라는 멋진 명칭을 버리지 않는 것이 좋을 성싶다. 나는 이것을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고 명명할 것이다. (p. 155)

 

Ü 명명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내가 방법을 확, 제시해 버릴라니까.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 경쟁 네트워크에서는 저마다 타자에게서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획득하려 애쓴다. 재산, 생산요소, 여자, 자리, 직업, 권력, 특권, 지위 등이 대상이 된다. 시장은 경쟁 네트워크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p. 159)

 

Ü 경쟁하느라 보내는 시간, ~ 아깝다.

 

□ 핵심 재화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양질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누구나 필요로 하는 재화 전체이다. 기본 생산물 (, 공기, 환경, 주거, 의료, 운송, 교육), 비물질 재화, 곧 안전, 관용, 민주주의, 균형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p. 161)

 

□ 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 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첫째가는 자산이 네트워크에의 소속이 될 것이다. 이것은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선적 조건이 될 것이다. (p. 167)

 

Ü 그럴까?

 

□ 공정성에 대한 정서는 빈곤의 과잉과 재산의 분산에 비해 부의 과잉에 덜 의존한다. 이러한 정서 문제의 개선은 부자를 제거함으로써가 아니라 집단의 구성원에게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하게 하는 수단이나, 재능을 발휘하고 거기서 정당한 수입을 얻거나 핵심 재화를 갖출 수 있게 하는 수단을 제공하면 가능해진다.

인간관계성 환경의 질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척도 중 하나가 공동체의 혁신 능력이다. 좋은 인간관계성 환경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공동체가 바로 혁신 사회이다. 그러한 혜택이 없을 경우엔 모방사회에 머문다. (P. 168~169)

 

Ü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여느 메니페스토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으로 아탈리는 이류 미래학자의 면모를 보이는 것 같다.

 

상품성을 띤 인간관계 재화 : 서적, 레코드, 상품성을 띤 인간관계성 서비스 : 음악, 연극, 영화, 비상품성을 띤 인간관계성 재화와 인간관계성 서비스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인간관계로서 말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나누어 갖고 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뿐 아니라 논쟁을 벌이고 더불어 결정을 내리는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 (p. 170)

 

Ü 오늘날 회자되는 개념xx, 착한xx가 모두 아탈리가 말하는 인간관계성 재화, 서비스에 가깝겠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사민주의의 핵심 개념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견문발검아닌가.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

 

1. 국가 공동체에 대해 재고한다.

 

□ 어떠한 학생도 출신국가 혹은 선택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는 의무교육 과정을 마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p. 175)

 

Ü 단선적 국가주의를 경계하라. 국가는 모든 삶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순혈주의를 꿈꾸는가.

 

□ 우리가 문화적 예외라고 흔히들 잘못 부르는 것은 사실 문화적 절대필요성으로서 공동체의 견고한 유대를 가능케 한다. (p. 175)

 

Ü 그렇다고 다양성이 압살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사민주의 전제 조건은 분명 아닐 터인데

 

□ 국가는 국내 거주 소수집단을 사회적으로 동화시키는 데 긍정적 차별도 실시한다. (p. 177)

 

Ü 민족 국가의 재생산인가. 전체주의로 흐르는가. 그러나, 미국의 affirmative action은 긍정적 차별의 좋은 예다.

 

□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소득과 자산의 형성 메커니즘을 바꿈으로써 그리고 자본수익과 임금을 적절히 분배하고 (p. 178)

 

Ü 가능한가.

 

2.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 임금이 매우 낮은 근로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적어도 혁신을 추진하는 나라에서는 최선의 해결책이랄 수 없다. 이는 교육기관이 초래한 실패를 임시변통으로 모면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각 사람의 인간관계성 자산과 개인의 지식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모든 공동체의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p. 181)

 

3. 노동을 재구성한다.

 

□ 노동은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 무상제공, 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p. 182)

 

사람들은 평생 총 10만 시간(40년에 걸쳐 매년 2500시간)을 속박된 시간, 다시 말해 소외되고 찢기고 스트레스를 주는 노동과 출퇴근 시간에 바쳐야 하는데 이 전체 시간을 각자가 좀더 자유롭게 분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p. 182)

 

Ü 안타깝다. 이럴 수 밖에 없을까.

 

4. 개개인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킨다.

 

어린이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울 수단을 얻거나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상상에 의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그려내며 자유의 한계와 나눔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p. 187)

 

Ü 어린 아이에게 교육이 필요할까.

 

□ 부부가 원해서 얻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들을 억지로 기르도록 할 수는 없다. (p. 188)

 

□ 자신의 아이를 교육하는 일도 진정한 직업으로 간주해야 한다. 입양을 지원하되 동성애 커플도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p. 188)

 

Ü 전적으로 동의한다.

 

5. 사회유용성소득 RUS, le revenue d’utilite sociale의 도입을 통해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으로부터 보호한다.

 

시장 민주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 위험의 정도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주된 위험, 곧 소득과 사회적 신분을 위협하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p. 193)

 

6. 무상제공을 확대한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시장과 무상제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이다. 근본재화의 무상제공 영역을 점차 확장할 필요가 있다. (p. 196)

 

Ü 무상급식을 자신의 시장 자리를 걸면서 반대하는 나라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7. 국가의 역할을 재고한다.

8.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의 차원으로 옮겨간다.

 

□ 시민의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확립해야 한다. 아동의 권리,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에 대한 권리, 보호 및 망명의 권리, 교육의 권리, 석방과 침묵의 권리, 자발적인 죽음에 대한 권리를 거론해야 하며 부모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차세대의 행복을 준비할 의무, 핵심 재화의 보전과 양도의 의무 또한 지적해야 한다. (p. 205)

 

9. 유럽의 시대

10. 세계 정부의 탄생에 힘을 모은다.

 

□ 이 기구가 설립되기 위해서 우선 오늘날 민주주의자들이 테러리즘과 벌이고 있는 투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다. (p. 211)

 

Ü 왜 이리 테러에 민감한가. 테러에도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먼저 각성해야 할 것.

 

□ 우리는 하나의 세계정부와 같은 새로운 국제기구를 꿈꾸어 볼 수 있다. 이것은 세계정부위원회로서 세계적 차원의 기구 (p. 212)

 

□ 지구촌 전체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미래 어느 날 실현 가능하다면 더 윤리적이고 더 과감한 목표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구촌 전체에 걸친 근본재화 보호, 무상제공과 책임성 확대, 지식에 대한 권리의 보편화, 세기말에 지구촌에서 살아갈 100억 인구 사이의 지적 네트워크 설치를 목표로 꼽을 수 있다. (p. 216)

 

Ü 君子不器(군자불기)를 잘못 해석한 베버의 후예다.

 

□ 이러한 개혁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적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우 위험한 충고자인 두려움은 우리를 이기주의와 폐쇄적 태도로 몰고 가거나 순진한 평화주의에 빠뜨리든지 맹목적 보복을 부추기기 쉽다. (p. 217)

 

Ü 세계는 다양하고 다른 습속과 신화와 역사를 각 공동체는 가진다. 하나의 체제로 예속시키려는 노력은 또 다른 전체주의다.

 

실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집단생활에 어떤 형태로든 참가하지 않고 소외된 삶을 자의로 선택하는 사람은 여기에서 제외한다. 유토피아에서 강제수용소로 이어진 길은 매우 미끄럽다. (p. 218)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 상상의 섬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꿈꾸었을 때 그 같은 희망이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의 땅 영국에서 실현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달성하는 데는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별로 대단한 세월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에 진입하기 위한 선사 단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 있다. 순간의 폭력과 일상의 조촐함과 이상의 과잉 속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이 길에서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p. 221)

 

Ü 이상 아탈리의 메니페스토였다. 당신은 어떤가?

 

 

3. ‘아탈리 메니페스토(내가 저자라면)

공동체는 진보되는가, 후퇴하는가. 민주주의 개념이 생겨난 지 3천 년이 넘었으나 초기 민주주의에 비하면 오늘날 민주주의는 결코 진보되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노예나 여성에 대한 약자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보자면 옛 제도에 비하면 월등한 권리 진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시민 하나하나의 발언과 개별 의견이 국정에 반영되거나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균형 있게 견제되는 것에 비하면 현재,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에서 시행되는 대의 민주주의는 후진적이다.

 

지구상 정치적 진보의 최 선두에 있다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과 서유럽의 군소 국가들은 민주주의 진보를 항상 추구해 왔다고 자인하고 있다. 그 중 프랑스는 여전히 인간에 기댄 민주주의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저자는 이런 프랑스에서 과거 좌파 정권이라 불리던 미테랑 정권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하며 국정의 전반에 참여한 이력을 가진 미래학자다.

 

경제적 혜안과 사회학적 주관을 가지고 있다. 그가 지은 인간적인 길은 프랑스와 아탈리의 절묘한 믹스다. 사민주의가 시장과 맞버티는 힘이 점차 약해져 갈 무렵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은 힘을 발하며 세상에 튀어 나왔다. 그의 혜안이 빛나는 저서다.

 

그러나 미흡하다. 그가 제시한 10가지 메니페스토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사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시장 효율성을 제2의 과제로 앞세운다. 아직도 민족과 국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주의, 민족주의 색체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빈민과 약자에 대한 배려는 이전만 못하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자크 아탈리 만큼이라도 정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가. 열악하고 후진적인 이 나라 정치적 지형을 그의 사유만큼이라도 진전해 낼 자신은 과연 있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아탈리의 메니페스토는 이 나라 정치인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해야 한다. 시장 사회민주주의라도 두 손들어 환영해 마지 않아야 한다. 나라의 새로운 수장이 선택되었다. 많은 숙제가 있을 줄로 안다. 국가의 왼쪽은 어루만지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지 않으면 빗나가 버리는 사춘기 소년과 같다. 왼쪽을 사랑하라. 시장과 경제적 관점에 매몰되어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신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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