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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0일 23시 19분 등록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프랑스 경제학자, 작가, 정치가

 

1943년 11월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출생하였다. 그의 집안은 유대교로, 그의 아버지 시몬 아탈리는 독학으로 공부를 깨친 자로 향수업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알제리 독립 전쟁이 일어나자 그의 아버지는 파리로 이사하기로 결심하였다. 당시 아탈리의 나이는 13세였다. 자크는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거친 그를 두고,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단연 자크 아탈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한다고 한다. 자크는 1968년에 정부 부서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처음 미테랑 대통령을 만났다.

 

1970년 그가 27세가 되던 해, 그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였으며, 미테랑 대통령 집권 당시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1990년에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를 지냈다. 현재 제3세계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은 돕는 구호기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을 맡고 있으며 A&A 컨설팅 회사의 설립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로 세계 정부를 만드는 일에 주목하여 왔고 그 첫 단계로 생각되는 유럽 연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세계 수준의 헌법 제정의 필요성과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자본주의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법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핵심적 주장이다. 그의 저서는 단지 미래 예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창발적인 구상, 그리고 그러한 미래를 위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것이다. 자크 아탈리의 인생은 자신의 배우고 생각하여 옳다고 여기는 바를 실천해온 참 지식인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50권 이상의 저서를 썼으며 20개 이상의 언어러 본역되어 600만권 이상 팔렸다. 아탈리는 2008년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었다.


p.s.
자크 아탈리는 2012년 세계전략포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 인터뷰에서 아탈리는 한국에 20회 정도 왔으며 한국은 기술력 등 뛰어난 분야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직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위가 높은 여성의 지율이 낮은 것을 다음의 문제로 꼽았으며 낮은 출산율 역시 미래를 위해 좋지 않은 신호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인터뷰어로 나선 여자 아나운서가 참 어처구니 없는 준비 수준을 보여 쪽팔렸다.

 

p.s.

대학 교양 강의 시절,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교수님이 자크 아탈리를 많이 인용하곤 하였다. 훌륭하고 열정적인 젊은 교수님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크 아탈리에게도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미래 사회에 대한 그의 인식은 그 당시 큰 충격을 안겨주었었는데 나는 이 것이 프랑스의 환경에서 유도되는 특수한 문화의 단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는 점차 아탈리가 예견한 방향으로 가고 있고 앞으로 그의 저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7 이 이야기는 역사상 딱 한 번 있었던 일로서 기독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20년 동안의 시절에 관한 것이다. 역사상 딱 한 번(11세기에서 12세기 초까지), 딱 한 곳(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서 유일신을 믿는 세 개의 종교가 서로를 존중하고 찬양하며 서로에게서 자양분을 섭취하는 길을 택했다.

==> 자끄 아탈리의 글을 쓴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

==> 그의 상상력의 근원 : 언젠가 한 번은 세 개의 종교가 조화를 이루던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그 때의 모습은 어떠하였을 것이며 거기에서 오늘날 문화 대립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음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시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혹은 아브라함의 자식들(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이 아브라함임을 가리키는 말)이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이 전환기에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베로에스 아부 알 왈리드 무하마드 이븐 루시드 : 이슬람 철학자

마이모니데스 모세 벤 마이문 : 유대교 사상가

 

11-12 세 종교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의 묘사

 

13 그러나 코르도바의 새로운 주인이자 침략자인 알모아데왕(Almohade, 북아프리카에서 번성한 이슬람 왕조)의 명에 따라, 투구를 쓴 기사들과 베르베르족 보병부대가 푸른 제복을 입고 입성하는 행진을 보며 그들은 겁에 질려 말문이 막혔다.

 

16 그때 아라비아의 몇몇 현자들이 기고만장한 회교도들에게 경고를 했다. 안달루시아는 회교도의 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회교도들이 진정한 수도인 바그다드를 잃은 죗값을 치르러 안달루시아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강경파들은 알안달루스(안달루시아 따으이 이슬람 왕국을 일컫는 말, 아랍어의 알al은 영어의 정관사 더the와 같다.)’가 독실한 회교도들이 살기에 경건한 땅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이번에도 안달루시아 땅은 정복자를 정복하고 말아싿. 이 땅을 죄악으로부터 정화하겠다고 달려 온 알모라비데 사람들은 금세 코르도바의 감미로운 삶에 빠져들어싿. 그들은 회교 근본주의를 포기하고 음악과 시에 매료되어 세 개의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방치했다. 세상 어디에도 종교인과 학자, 의사와 장사꾼이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토록 자유롭게 교류하는 곳은 없었다. 비록 기독교인들에게 밀려서 다시 톨레도를 빼아식긴 했지만 그들은 이런 식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대서양에서 리비아까지, 코르도바에서 세네갈까지 지배하였다.

 

22 지진이 발생하고 석 주 동안 일어난 이 혼란의 와중에서 알모라비데의 에미르는 이븐 함딘이라는 평범한 장교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 장교는 자신을 회교도의 왕이자 지고의 이맘이라 선포하고 기독교도들과 발레아레스제도로 도망친 알모라비데족을 지지하는 자들에게 성전을 수행하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사방 천지에 적이 너무 많음을 느낀 장교는 기독교로 개종했고, 이것이 코르도바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시민들은 장교를 몰아낸 뒤 도시를 포위하고 있던 기독교도들을 물리친 베르베르족 기사들에게 성문을 활짝 열었다.

==> 전쟁의 바탕이 국가나 국민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종이라 함은, 한국과 일본이 싸우는 과정 중 한국인이 일본인으로 국적을 바꾸는 것에 필적하는 행위였을 것.

 

30 그들은(천문학자) 며칠 동안 밤낮으로 처형의 날짜와 방법에 관해 토론을 거듭했다. 어떤 이는 교수형을, 어떤 이는 십자가형이나 말뚝형을 주장했지만 화형 쪽이 낫다는 사람도 있어서 결국 에미르가 결론을 내야 했다. 변절자와 공모한 회교도는 말뚝형, 기독교도는 십자가형, 유대인은 화형, 여자들은 가장 빨리 숨이 끊어지는 교수형에 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 명에게만은 일종의 특혜를 내리기로 했는데, 엘리파르 아부 알레프 이븐 아타르에게 교수형(마이문의 처남, 유대교에서 회교도로 개종, 위장개종)을 언도한 것이다.

 

31 도시의 세도가 중 한 명으로 왕의 뒤쪽 세 번째 줄에 앉은 스물세 살의 젊은이가 사형수 행렬이 당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부 알 왈리드 무하마드 이븐 루시드, 일명 아베로에스였다.

 

32 젊은이(아베로에스)는 눈앞의 광경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하지만 새로운 정권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과거의 정부는 부패한 정부였다. 그리고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정권이 유화정책을 쓰기 전까지 잠깐 동안 가혹한 시절을 겪어야 함도 알았다. 이븐 루시드는 알모아데족도 바그다드와 코르도바의 영광인 학문과 철학을 오랫동안 금지하지는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을 검열할 수는 없을 것인데, 왜냐하면 그리스 철학 없이는 이슬람이 진보할 수도 없고 세계를 정복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슬람 발전을 위해 안달루시아가 감당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을 새 군주에게 설득하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이븐 루시드는 자신이 안달루시아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교도인 것도 자랑스럽지만 그보다도 안달루시아 사람인 것이 더욱 자랑스러웠다.

==>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의 사람. 안달루시아와 회교도 중 어디에 정체성을 두는가? 이것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34 아버지(마이문)은 아들(모세)을 이런 고통의 현장에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중병에 걸린 그의 아내 사라 벤아타르는 두 아들 중 적어도 장남이라도 데려 가라고 종용했다. 그녀는 오라버니의 사형을 지켜본 아들이 오라버니의 마지막 말을 듣고 와서 자기에게 전해주길 바랐다.

모세는 며칠 전부터 항상 지니고 다니던 금화를 오른손에 꼭 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오는 길에 마이문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결코 잊지 말아라. 천오백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던 우리를 저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모아라! 우리의 집은 오로지 하느님을 함께 하는 성령 안에 있을 뿐이다. 지상 어느 곳에서도 우리에게는 평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잊을 때마다 불행이 찾아와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 줄 것이다.”

 

37 유대교는 관용과 개방의 종교라서 누구라도 간절히 원하면 입교할 수 있다고 아버지는 설명햇다. 개종자라 하더라도 원래 유대인으로 태어난 사람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유대교인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흐르는 피가 아닌 상징적 혈통에 따른 것이며, 또 신에 대한 봉사에 힘을 집중하는 유대 민족의 가장 큰 유대감은 신성한 의무의 구체적이며 가시적인 현상인 계율의 준수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리고 계율에는 아무런 마술적 힘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에 대한 봉사가 목적 그 자체이며 그것이 곧 보상이라는 것이다.

 

38 마이문은 백 년쯤 전 코르도바의 유대인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유명한 토론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학자들의 견해는 세상은 오로지 신앙으로만 이해도리 수 있다는 쪽과 신도 이성을 통해서 말씀을 한다는 쪽으로 양분되었다.

첫 번째 쪽에 선 위대한 유대 시인이자 형이상학자 이븐 가비롤은 생각하지 말고 믿고, 진실이 아니라 선을 생각해야 하며, 신에게 전적으로 귀의하고, 직접적 회개와 고해를 통해 신의 용서를 구하면서 자만심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세도 이런 구절을 좋아했다. “말은 혀 끝에 있고 이해는 가슴 속에 있으며 기도는 육체에 있고 집중은 영혼이 있다.”

 

44

==> 외삼촌 엘리파르가 처형당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그를 찾고 있는 모세. 외삼촌을 발견. 그리고 외삼촌이 자신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는지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런데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나도 소설 중 이러한 부분이 있는데 이야기 속에 설명형의 정적 부분을 자연스럽게 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46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야 그는 목소리를 낮춰 여러 책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한 권의 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절대적 영원성이나 미프타 알 가이브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것을 여는 열쇠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대인 제자가 썼거나, 혹은 유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코르도바에 왔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라고 했다. 아니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실은 코르도바의 유대인이었는데 신분을 위장하귀 위해 그리스로 이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인간이 쓴 수많은 책들 주엥서 가장 중요한 책임에 틀림없는데, 왜냐하면 우주와 시간의 진정한 속성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유의 불멸성과 물질의 불안정성 사이의 타협 가능성, 더 나아가 물질을 정신만큼 불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열쇠를 건네는 책이었다.

 

48 동네가 발칵 뒤집혀 아이를 찾는 동안 모세는 외삼촌에게 까다로운 질문들을 퍼부어 댔다. 왜 신은 인간이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인간이 나쁜 짓을 하도록 방치하죠? 우주는 영원토록 지속되는 건가요? 만약 신이 우주를 더 이상 지속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어떻게 되죠? 인간의 자유는 전지전능한 신과 병존할 수 있나요? 영혼은 육체와 동시에 죽나요, 아니면 영원한가요? 이승에서 사랑했던 사람들을 저승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모든 예언자는 유대인이었나요?

 

49 만약 책을 너에게 넘겨주기 전에 내가 불행한 일을 당한다면 톨레도로 가서 어떤 사람을 찾아 내가 보냈다는 말을 하여라.

==> 조셉 캠벨의 영웅의 특성으로 놓고 본다면, 모세는 영웅. 그리고 책은 진리. 톨레도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은 스승이 되겠지.

==> 크레모나의 제라르도라는 번역가.

 

51 엘리파르는 모세에게 동전을 준다.

==> 동전 = 징표

 

==> 자끄 아탈리의 묘사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필요한 부분만 발췌한 엑기스와 같다. 불필요한 구석이 전혀 없다.

 

54 외삼촌의 처형. 이 장소에서 23살의 이븐 루시드는 법관의 위치에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모세와 이븐 루시드의 만남(직접 만난 것은 아님).

 

그와 동시에 집에 돌아와보니 중병을 앓던 어머니(사라)가 죽어 있다.

==> 위기. 그러나 모세는 그리 슬퍼하지 않는다. 성숙의 단계.

 

54 모세는 슬픈 마음이 들지 않는 자신에 놀랐다. 적어도 생각했던 것만큼 슬프지는 않았다. 그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져도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58 (마이문)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영혼을 빼앗길 테고 흉내만 내던 모습이 진짜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개종이란 오로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곳으로 언젠가 떠나기 위한 준비 작업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떠날 수 있다면 개종하지 말고 떠나십시오.

 

65 모세는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떠나야만 할까? 개종만 하면 괜찮을 텐데 왜 죽음을 무릎써야 하는 걸까? 우리는 안달루시아 사람이고 아랍 나라에 살고 있으며 우리 이웃도 우리와 같은 신을 믿고 있는데, 이곳을 떠나야 할 만큼 유대인으로 남는 것이 중요할까?

 

69 이븐 루시드가 마이문을 찾아와 페스 대신 톨레도로 가라고 추천함.

 

81 새 집에 자리를 잡자마자 모세는 외삼촌이 만나라고 했던 크레모나의 제라르도를 찾아 나섰다. 그 지방 말을 모르는 소년에게는 힘들고 무모한 일이었지만 몇 주간의 고생 끝에 그런 이름을 가진 남자가 물시계 근처의 대저택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모세는 단숨에 달려갔다. 하지만 번역자라는 이 남자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얼마 전 긴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마치 외삼촌이 다시 죽은 느낌이었다.

 

82 너의 가족과 동포 그리고 모든 인간을 위해, 네가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을 더 이상 찾지 마라.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네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끔찍한 불행이 닥쳐 죽음에 이를 것이다. 불행이라면 이미 충분히 겪었을 터.

깨어있는 자들로부터.

==> 궁금증을 유발시킴.

==> 이 책의 제목과 연결되는 사건이 처음 발생.

 

85 이 청년은 우주에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또한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할 것 같아서 불안했따.

 

86 무엇보다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제는 이것이었다. ‘인간의 존재는 무슨 쓸모가 있을까?’

 

87 모세는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모든 면을 닮고 싶어서 왼손에 쇠공을 쥐고 며칠씩 밤새워 공부했다. 조다가 손에 힘이 풀려 그릇 속에 쇠공이 떨어지면 화들짝 놀라 깨곤 했다.

 

91 “너는 메시아를 기다리고 나는 술이 싫어질 날을 기다리고! 둘 다 가능성은 희박하고......”

 

메시아는 어떤 자연 법칙도 바꾸지 않을 거야. 병과 가난과 불의, 그 어느 것도 사라지게 하지 않을 거고. 또한 사막에 꽃이 피거나 산이 낮아지거나 바다가 메워지지도 않을 거야.”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면 메시아는 무슨 일을 할까?”

 

이스라엘을 다시 세상의 왕으로 세우고 정의롭고 폭력 없는 사회의 전범으로 만들거야.”

 

너는 사는 게 뭔지 몰라! 사는 거란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어 여자를 유혹하고 친구와 더불어 저녁 내내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게 사는 거야. 지금, 여기에 천국이 있는 거야!”

 

102 “그분 이름은?”

크레모나의 제라르도입니다.”

수년 동안 마음에만 담고 있던 이름을 처음으로 입 밖에 냈다는 생각에 모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은 시큰둥하게 오랫동안 창밖만 바라보더니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따.

크레모나의 제라르도라... 알아요 십 년 전에 죽은 내 동생의 친구였지요. 사자에게 평화를! 제라르도는 죽었습니다.”

 

104 기독교인들은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바아들이지만, 권력자들은 우리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우리를 증오하게 될 거야.

 

110 모세 역시 그들 가족이 머지않아 알렉산드리아로 떠나야만 하리란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 이븐 에즈라가 달려와 두 주 전에 이상한 여행자가 마을에 들어왔고, 지금 소코도베르 근처의 화려한 저택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귀띔해 주었다. 크레모나의 제라르도였다.

 

112 (이븐 루시드) 가장 단순하며 가장 덜 물질적인 본질인 신은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릿토텔레스가 말한 제일 동인에 불과한 어떤 대표적 존재에게 그 운영을 위임했을 뿐이라고 했다.

 

119 이븐 루시드는 이마에 맺히는 식은땀을 느꼈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지적 방담을 겸한 재판, 어쨌거나 여기에서 살아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과감한 수를 던졌다.

저는 선생님 소설의 주인공처럼 신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성의 길도 다른 길 못지 않게 값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의 알맹이는 칼날 같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이븐 루시드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요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 멋진 표현이다!

 

120 “두려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두려워한다면 나는 당신이 자신의 생각을 진심으로 믿지 않고 그저 남의 눈에 띄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사교계의 작은 광대 정도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건가요?”

 

123 “종교는 진리의 부차적 표현입니다. 직관으로 파악할 수 없는 우월한 형식은 오로지 철학과 과학의 엘리트들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127 “회교를 단순한 신비주의로 바꿔 버릴 위험이 있는 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공식적 사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멍청한 극단주의자들은 수행에만 집착한 나머지 학문의 발전에는 귀머거리인데, 만약 그런 자들이 득세한다면 회교는 죽음을 맞이할 테죠. 상업적 부의 추적이 없다면 정치적 힘도 없고, 기술적 발명이 없다면 상업적 부도 생기지 않으며, 학문이 없다면 이성도 사라집니다.”

 

129 “톨레도에서 뭘 하란 말씀입니까?”

크레모나의 제라르도란 사람을 찾으세요.”

==> 모세와 이븐 루시드를 잇는 사람!

 

130 이븐 투파일은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궁전 입구를 지키는 보초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금화 한 닢을 꺼냈다. 앞면에는 사람의 옆얼굴이, 뒷면에는 앉아 있는 사람 주위로 알 수 없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동전을 이븐 루시드에게 내밀었다.

==> 동전이 한 개가 아니다.

 

==>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그리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왜 자끄 아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선택하였을까?

 

145 자발타리크 해협을 금세라고 침몰할 듯 어렵게 헤치고 나아가는 배에서 이븐 루시드는 줄곧 헤라클레스에 대한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 12개의 과업을 이뤄낸 헤라클레스

 

158 “너의 그리스 친구는 바보야! 그보다 어리석고 서글픈 말이 어디 있겠어. 촉감! 그거야말로 가장 멋진 감각이야. 꽃잎, 피부, 양피지를 만지는 기분이란! 아리스토텔레스란 친구는 틀림없이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썼을거야.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인도의 승려가 떠오르곤 하지. 혹시 그 사람이 비단길을 따라 여행하지는 않았을까?”

 

164 그런데 이성이란 그리스적인 것이죠. 원래 유대적이었으나 예루살렘 함락 이후 그리스의 것이 되었습니다.

 

168 이븐 에즈라는 아랑곳 않고 시구를 읊었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운명의 신이 안장을 빼앗더라도 지식을 찾아 말을 타고 떠나리. 나의 가슴은 운명에 허리 숙이지 않고 기어코 그 소원을 성취하리라.”

 

175 “방대한 세계는 우주에 떠도는 한 점의 먼지에 불과하네. 인간의 모든 학문은 말에 불과하네. 일곱 계절의 사람과 짐승과 꽃도 모두 그림자일 뿐. 기나긴 명상의 유일한 결론은 허무라네.”

 

182 이븐 에즈라는 불안해졌다. 의사라고 나서더니 경찰처럼 협박하는 이자는 대체 누구일까? 뱀이 모세를 문 사고와 그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 도움을 주는 자의 특성. 의심.

 

186 “이제 치료비를 청구해도 되겠나?”

모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븐 에즈라가 펄쩍 뛰었다.

뻔뻔하기가 그지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살인미수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다니!”

잠깐.” 무언가를 눈치챈 모세가 끼어들었다. “얼마를 원하오?”

금화 한 닢일세.”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테트라드라크마를 꺼냈지만 단서를 달았다.

보여주기는 하겠지만 줄 수는 없소.”

==> 매우 위트있는 장면이다.

 

187 “자네가 찾으러 온 그것을 주겠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비밀 결사단의 일원이 되는 거지.”

결사단이라니?”

==> 깨어있는 자들인가?

 

189 “그러면 나처럼 살면 되잖아. 카르페 디엠! 삶을 만끽하란 말이지! 방금 북었다면 네 인생에서 어떤 즐거움을 놓쳤을 것 같니? 아무것도 없지! , 여자, 어느 것도 즐기지 못했잖아. 책도 한 권 쓰지 못했을 테고. , 실패한 인생이지.”

나는 이 세상에 즐기려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 뭔가를 전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그렇다면 우선 생명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다. 얼른 결혼하고.”

==> 중요한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198 그는 어릴적부터 할아버지처럼, 그리고 아버지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잡는 사람이 되기를 꿈꿨다. 행동하고 힘을 행사하고 개혁해서 시대의 흐름에 흔적을 새길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205 “철학이라니! 철학이 신앙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신학과 의학, 이것이야말로 학문입니다.”

 

216 강의를 통해서 이븐 루시드는 그 책을 자신에게 넘겨주게끔 그를 설득해야만 햇따 .물론, 이븐 투파일이 눈치채지 않게 해야만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븐 투파일이 자기를 이용해서 책을 얻으려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용가치가 없다면 자신을 없애버릴 것이다.

 

219 이 구절의 해석은 오로지 신, 그리고 심오한 학문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신에게서 온 것임을 믿는다.’라고 해석되죠. 이것은 현자들이 생각을 할 경우에 신과 동등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20 이성이 오류로 인도한다고 해서 이 오류 때문에 사유를 금지한다는 것은 마치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을 갈증으로 죽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21 “누구도 이성의 활동을 금지하길 원치 않느다.” 구석에서 다시 금속성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성의 이름으로 맒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미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고발해야 할 때도 있다. 그들이 모두 깨어 있는 자들은 아니다. 그리고 너의 이름이 진리를 뜻하는 루시드라고 해서 네가 반드시 진실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이성을 통해 신이 내린 계신의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일부분만을 파악한다고 한들 전혀 불경하지도 않습니다. 학문이 우리에게 섹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신앙심에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앙과 이성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항상 공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 회교도의 방식은 진리를 추구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닙니다. 학문은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 이렇게 자기 할 말을 다하면서 이븐 루시드는 자신이 꿈꿔왔던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224 “하느님은 우주를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미천하나마 학문을 통해 잠시 동안 자신처럼 생각할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첫 번째 지성을 만들고 생각하셨으며, 그것으로부터 천구의 모든 지성이 도출되었고, 그중 가장 미천한 것이 인간의 이성, 사유하는 인류, 인간 정신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점강적으로 열 단계가 있습니다. 우리를 신과 연결시키는 이 고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법을 배운다면 신처럼 사유함으로써 천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생각만해도 행복하네. 낭만적이다.

 

228 이븐 루시드는 평생 이토록 큰 위험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피조물 중에서 인간의 개별성, 신의 손으로 창조된 유일한 존재의 기원을 문제 삼는 것은 신앙에 대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이었다. 이제 결말을 지을 시간이 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결론 맺었다.

우주는 신을 향한 지속적 진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성이 제게 믿으라고 말하는 것을 믿습니다. 특히 이성이 신의 기획에 감탄할 근거를 제공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강의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강의를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 이 소설의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우주는 신을 향한 지속적 진화 과정에 있습니다.”

==> 자끄 아탈리의 말이다.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모양.

 

229 “용기는 이성의 발현입니다. 신앙의 발현이기도 하고요.”

 

238 모세는 첫눈에 이 집이 싫었다. 문을 둘러싼 나무 장식에는 열세 개의 잔이 조각되어 있었다. 열네 개가 아니었다. 그러니 나쁜 징조였다. 누군가 그들에게 편지를 전하고 갔다는 여관 주인의 말을 듣고 모세는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봉투도 뜯기 전에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두 번씩이나 반복된 살해 협박이 떠올랐다. 모세는 봉투를 뜯었다.

==> 자크 아딸리의 소설은 흐름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급하지는 않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맞는 성향 같다.

 

251 두 사람 모두 세상을 통틀어 열네 개밖에 남지 않은 아주 희귀한 금화를 갖고 있지. 두 사람은 천 년 동안 지켜온 규칙에 따라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전수되는 책을 달라고 나를 찾아온 것인데... 그러니 내가 놀랄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 주게. 둘 중에 어느 쪽이 화형에 처해 마땅할 가짜인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둘 중하나가 이 금화를 훔쳤다면 필경 우리의 비밀도 훔쳤을 테고, 몇몇 이름도 알아냈거나, 그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네..

==> 모세와 이븐 루시드는 서로 대적되는 상황

 

255 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비록 한 명이 죽어야 살 수 있는 처지에 처했지만, 그들은 서로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상대방이 오래 전부터 가장 친한 친구일 수 있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고 생각했다.

 

265 모세가 의사로서 빡세게 산 부분

==> 불쌍하다.ㅠㅠ 하지만 덕분에 명성을 얻었겠지.

 

273 아버지는 레일라에게 계속 히브리어로 기도하라고 했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맹세도 함께 받아냈다. 딸이 우리의 조국이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조국은 없으며 자신의 조국은 레일라라고 했다.

 

274 그녀의 고백을 모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건강이 날로 악화되어 걱정스러운 아버지나, 걸핏하면 싸움질을 하려는 동생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 이븐 에즈라가 곁에 있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친구이자 경쟁자가 된 이븐 루시드는 그를 대신할 수 없었다.

==> 안타깝다. 이븐 루시드와 모세가 친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286 제라르도는 약탈을 당해 황폐해진 로마의 한 도서관에서 당신의 친구(이븐 에즈라)를 만났다고 했소.

==> 헤이스팅스는 이븐 에즈라가 그 문제의 책을 찾아낸 후 자살을 하였다고 전함.

==> 모세는 자살이 아니라 살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책을 찾는 것이 모세나 이븐 루시드가 아닌 것이 반전!

==>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소식. 사실이냐, 아니냐!

 

289 그리고 자신은 매 순간마아 이븐 투마르트를 사사으이 스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븐 투마르트에 따르면 신성한 계율에 이성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했다.

이것은 철학을 공부하고, 추론을 하고, 과학에 헌신할 권리를 철저히 폐기하는 선고나 다름없었다.

 

290 이븐 루시드는 공포와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에게 아리스토텔레스를 전파하라는 임무를 맡겼던 왕이 어떻게 근본주의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294 첫 번째 질문이네. 세 개의 유일신교를 대립시키는 게 무엇인가?

==> 핵심 질문이지만, 모세와 이븐 루시드는 종교의 차이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그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

 

298 두 번째 질문이네. 무엇이 우주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가?

 

300 세 번째 질문이다. 진리는 예언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현시될 수 있는가?

 

==> 이 질문들은 종교에 관한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모세와 루시드의 대답은 엇갈리는데, 각자가 표방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하진 않다. 루시드의 생각은 이성에 기반한 것이고, 그렇다면 모세는? 혹은 둘은 그저 모세 = 유대교, 루시드 = 회교도를 표방하는 것인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지?

 

308 모세는 하늘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단지 율법을 지킬 뿐, 인간이 처한 불행으로 신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신이 이 세상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심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것이며, 정의와 진리와 사랑만이 그 자체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311 십육 년 전, 코르도바의 대성전에서 심신이 탈진한 아버지가 똑같은 주제로 설교를 해야만 했던 그 끔찍한 날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생명은 모든 재산 중에서 가장 신성하기 때문에 불가항력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자고 했다.

 

318 하지만 자신(이븐 루시드)이 순교자 체질은 아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리란 걸 알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삶을 한순간에 무의 세계로 넘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이 번에 살아남으면 다시는 할 일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 살아남는 이유가 죽음을 각오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

 

325 종교전쟁의 허구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네. 전쟁의 문제는 서로 싸운다는 것보다 힘의 과시라는 데 문제가 있네. 그것을 인정하는 건 내가 믿는 모든 걸 부정하는 것이야.

 

328 모세는 이븐 에즈라가 자주 읊어 주던 오마르 하이얌의 멋진 구절을 떠올렸다.

신이여, 당신은 나의 술잔을 깨뜨렸습니다. 신이여, 당신은 나의 쾌락의 문을 닫으셨습니다. 당신은 나의 순수한 술을 바닥에 흘려버렸습니다. 혹시 당신 취하신 건 아닙니까?”

 

336 “(아리스토텔레스)이 책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는 예언서란 말인가요?”

==> 이게 자크 아딸리의 상상력의 본산. 아리스토텔레스가 마호메트나 예수에 필적할 메시아일 수 있다?

 

그보다 더한 것일 수도 있죠. 새로운 복음서일 수도 있고, 심지어 우주의 수학적 법칙을 설명한 책일 수도 있어요. 이븐 투파일도 인간이 쓴 것 중 가장 중요한 책이라 했꼬, 당신 외숙부도 그런 말을 했지요. 우주 법칙을 설명하면서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리소트텔레스는 과학이 신의 말씀이며 신은 종교뿐 아니라 이성을 통해서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대단한 폭로입니다.”

==> 거의 사이언톨로지교네.

 

337 “신은 과학을 통해 이야기하며 종교는 이성 앞에서 사라져야만 한다고 주장한 사람, 우주의 법칙을 전수받았던 비유대인 예언자, 그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다면. 용납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군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 내용을 숨길 만한 이유가 넘쳐나는군요.”

==> 이 부분에서 자끄 아탈리 = 무신론자 임을 확신하였다.

==> 마음이 매우 훈훈해졌다. “깨어있는 자들!” 그 의미를 알고 나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347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다음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네. 혹은 내가 소설가인 양 자네에게 내 다음 소설의 주제를 털어놓은 뒤에야.”

다음 소설에는 자전적인 어떤 것이 들어 있을 법한데, 그렇습니까?” 이븐 루시드는 단단히 마음먹고 파고들었다.

전혀. 나쁜 소설만이 자전적이네. 좋은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쓰이지. 그리고 그 본성이란 허구 속에서만 찾을 수 있고.”

 

352 “인간이 이 책을 이해하고, 수학 공식을 파악하고, 책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불사를 감다할 능력이 생기고, 과학이 우리를 신에게 인도함을 수락하고, 모든 종교들이 하나의 믿음의 표현임을 인정하며, 살아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정신의 영광을 기리는 마음으로 뭉치게 되었다고 열네 명의 형제가 만장일치로 결의할 때까지.”

천사백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형제들 가운데 제가 알만한 이름도 있습니까?”

내 소설에는 정의의 사도, 예수, 성 바오로, 성 아우구스티누스, 마호메트, 엘로이즈, 힐데가르트 폰 빙겐 그리고 알베릭 드 몽파라고 불리기도 한 위대한 알베르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모두 읽은 것을 발설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책에서는 영감을 받은 내용을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서 얘기할거네.”

예수, 마호메트... 이븐 루시드는 생각했다. 이븐 슈샨이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이븐 슈샨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안이라 깨어있는 자들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 결사단의 일원이었다.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셈이다.

 

362 헤이스팅스도 다가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악수를 청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븐 루시드는 그에게 금화를 넘겨주었다. 마치 이제 삶이 종착지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 이븐 루시드와 이븐 투파일의 대화에서 의문은 모두 해결된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앞으로도 죽일 여지가 남아 있는 이븐 투파일과 허심탄회하게 한치도 밀리지 않고 대화하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366 “책을 찾으면 무엇을 할 생각이오?” 이븐 루시드가 물었다.

읽어야죠. 그리고 깊숙이 숨겨 두고 깨어 있는 결사단의 전통을 지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필사본을 만들 생각입니다.”

==> 읽어야죠. 최고다.ㅠㅠ 책 한권을 읽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다니!

 

367 “책을 찾은 다음엔 이집트에 정착해서 일반 지식 수준을 뛰어넘는 엘리트를 위한 집필 활동을 해서 존재의 의미, 윤리의 법칙, 사물의 본질 그리고 우리의 적들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사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려고 해요. 외삼촌이 즐겨 인용했지만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토끼가 사자에게 법을 부과할 수 없다.’ 형은 무엇을 할 생각이죠?”

==> 토끼가 사자에게 법을 부과할 수 없다. , 지식인에게 지식이 아닌 것에 기반한 권위를 부과할 수 없다.

 

368 “? 나는 세비야에 정착해서 글을 쓸 생각이야. 어떻게 코란을 포기하지 않고 과학을 이용할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야만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신의 뜻은 우리 개개인의 마음에 있으며, 왕이나 지옥에 대한 두려움으로 행동하지 않고, 누구도 이것은 모두 내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으며, 각자가 신에게서 받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싸울 거라네...”

 

374 “나귀 등의 한쪽에 그의 시신을, 다른 쪽에 그의 저서를 실으니 균형이 잡혔다. 그의 소망이 실현되었는지 참으로 알고 싶구나!”

 

376 오늘날 이스라엘에 있는 모세의 무덤은 생전에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미신 행위인 순례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저자라면

 

 

 

소설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저자의 소설 중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며 나는 그저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라는 제목에서 어떤 뭉클함을 느꼈었다.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감정적 쏠림이 분명 있었다.

 

자크 아탈리와 깨어 있는 자들이라는 용어는 참 잘 어울린다. 그는 혜안 이상의, 창의적인 눈을 가진 사람이다. 일명 제 3의 눈이라 부를 만하며, 이 눈이 깨어있기 때문에 아탈리는 분명 깨어 있는 자이다. 동시에 당연히 보아야 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상 항상 깨어있는 자들은 소수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것 때문에 위험에 쳐해져 있었고 맨 가슴을 창칼 앞에 내놓기 위해 용기를 키워야 했다. 그런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고 그들에게서 연민과 감정이입을 느껴본 자라면 이 제목에 끌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아탈 리가 이 소설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추론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간결 명료한 편인데, 소설 처음에 그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는가? 라는 발상에서 출발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발상의 시작이자 결론이 모두 예상된다.

 

소설의 구성은 여느 고전들과 비슷하다. 조셉 캠벨의 영웅 전기처럼 영웅이 등장하고 시련을 맞이하며 도움을 주는 자가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역시 주요 주인공이 두 명의 남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정확히 양분되는 중요도를 보이고 있다. 특별히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이 둘은 각각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상징한다. 그러나 둘은 모두 깨인 자들이며 공통의 목표를 향해 귀결한다. 일반적인 남자 둘의 구도 데미안과 싱클레어,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등 와는 다르다.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이다. 특히 이븐 루시드에게 더욱 매력을 느꼈다. 그의 인물 묘사는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모세는 극중 51%의 지분을 가진 주인공이기는 하나 임무를 완수하는 동안 캐릭터의 특색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버렸다. 그는 그저 주인공일 뿐이다. 아탈리는 등장인물을 다듬는 데에는 큰 의믜를 두지 않은 것 같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사상에 있다. 아탈리는 이 책을 통해 이성과 신앙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그 이름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거론하고 있으며(내 생각에 아리스토텔레스를 고른 이유는 이븐 루시드라는 실존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구했기 때문일 뿐, 가장 적합한 존재가 아리스토텔레스였기 때문은 아닐 것 같다. 내 짧은 견해로는.) 그러므로 각각의 신앙 간의 화해와 공존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받은 인상은, 아탈 리가 소극적인 무신론자라는 것이다. 그는 신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신이 과학의 언어로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인격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는 나와 같이 과학에 기반하여 세속의 종교를 부정하는 자들에 관한 책이며 이들 비종교자들의 성서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내용일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으며 종교 이야기인 것을 알고 적잖이 실망도 했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묘사는 매우 간결하다. 그리고 설명은 간혹 어렵다. 그러나 정말 재미있었다. 특별히 다른 서술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 역시 이처럼 가벼운 필체로 담백하게 써내려 가는 법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소설 작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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