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서연
  • 조회 수 317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12월 31일 02시 21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1943~ )

경제학자, 정치인, 관료, 저술가, 사회운동가, 소설가, 언론인….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남. ‘플래닛 파이낸스(빈민구제 국제기구)’회장으로 1998년부터 활동. 유럽 최고의 지성’ ‘학력으로만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탈리가 1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랑제콜에서 공학, 토목공학, 정치경제학 전공.소르본대 경제학 박사.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수의 경제고문으로 정치에 입문,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활동.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

 

후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트랜스 휴먼과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두개의 개념을 만들어냄.

 

저서: ‘호모 노마드’ ‘미래의 물결’ ‘위기 그리고 그 이후 50여권의 저서가 20개국 이상에서 출간됨.

 

한 국가가 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갖춰야 할 것들은?

 

l  그는 30년전 태평양시대에 대해 예측했다.

l  세계의 중심이 되는 나라은 미래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 나노, 에너지기술등을 확보하고 항구를 갖춰야 하는데 태평양지역에는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다.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는 한국, 건재한 일본, 중국의 성장잠재력 모두 주목할 만하다.

l  성장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공동시장등 경제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단일통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6지구촌전망인터뷰에서

 

신응하는 EU에 대한 진단

l  EU는 기이한 공동체이다. 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단일통화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통합되지는 못할 것이다.

l  저자의 전망은 유럽연합 내의 연합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등 몇몇 국가들이 제한적 소규모그룹을 형성하여 공동 군사력을 갖추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새로운 노마디즘

l  온난화, 물 부족등 환경재앙으로 곧 지구촌 인국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l  아프리카를 떠나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고,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인구가 늘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 보전이 잘된 시베리아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 중국_러시아국경은 인구 이동과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으로 21세기의 거대한 분쟁지역이 될 것이다.

 

인류미래예측

l  자본주의는 앞으로 3단계의 보편화과정을 거칠 것이다. 향후20~25년은 미국주도, 한국등 11개국 주도의 다국체제, 시장논리만 통하는 거대제국(Hyperempire)이 그것이다

l  거대제국 단계에서 국가, 민족, 도덕은 의미가 없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의 지배로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conflit)’시대가 온다.

l  그러나 인간은 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억압에 대항했듯이, 국제적 비정부기구(NGO)등이 중심이 돼서 합리적 돌파구를 찾는 초국적민주주의(Hyperdemocraie)’시대가 올 것이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동안의 키워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l  인류의 삶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다. 음악, 사랑, 죽음, 행복, 건강, 교육등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어서 이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민이 생긴다.

l  이러한 것들이 국가차원으로 넘어가면 새로운 이슈와 키워드가 추가되는데 향후에는 기후변화, 빈곤, 로봇의 발전을 들 수 있겠다.

l  그는 1980년대 몇권의 저서에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 위험의 증가, 기후 변화, 금융 거품등을 언급했고 다 현실화되었다. 남은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등 아시아로의 국제사회의 권력이동이다. 아시아중에서도 항구도시들이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세계를 주도했던 서구 도시들은 모두 항구도시였다(브뤼헤, 베니스, 제네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등)

l  학문은 가능한 한 많은 학문을 많이 배워야한다. 앞으로는 박사학위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석사나 학사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각광받는시대가 올 수도 있다. 통섭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다니고 외국어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것등이다. 분화된 사회는 시각을 편협하게 만든다. 저자가 디지털노마드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예쌍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l  ‘21세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그는 이타적인 것이 돈을 번다라고 말한다. 먼저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을 열매를 딸 수 있다는 말이다.

 

2012 세계전략포럼2012에서_

 

주제: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한 해법

 

경제위기의 원인

l  자본주의는 내재적으로 불안정성과 불평등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모순때문

l  이러한 모순을 규제해야하는 정부의 한계가 문제를 증폭시킴

l  최적의 배분시스템인 시장이 야생의 욕망에 노출돼 있다는 점

 

이번 위기는 시장은 이미 세계화 되어있는데 법 제도는 국가 차원에 머물면서 불일치가 촉발되어 무능력하고 탐욕스러운 시장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고삐가 풀리면서 반복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례1

미국발 금융위기_정부와 은행은 내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부채를 일으키면서 신용, 부동산 버블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소수가 복잡한 자산 증권화를 통해 부를 독차지했다. 이로 인한 버블붕괴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떠넘겨졌다.

 

대안

l  폐쇄되고 강력한 국가로의 귀환이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세계 경제가 통합된 상황에선 삶의 질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어서 새로운 글로벌 정부를 만들어 시장과 시스템의 위험을 정확한 수준에서 제어해야 한다고 설명. G20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를 아우르는 통합기구를 제시함수 있는 좋은 장 이기는 하나 구속력이 없어 비공식 포럼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l  스마트하면서 강력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큰정부나 작은정부보다 효율적으로 공적 개입에 나설 수 있느냐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긴축과 성장정책간 섬세한 조합이 필요, 친성장적이면서도 공공부채와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것.

 

한국경제에 대하여_아탈리의 생각들.

 

l  가장 큰 위험 요인: 저출산, 고령화이다. 놀라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신흥국의 모범이 되고 있지만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를 저해하는 가장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l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장기반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나노와 바이오, 신경과학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와 기업이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되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구조적인 면에서 폐쇄성을 극복, 외국인력에 대한 배타성을 극복해야 한다. 노후화된 사회운영시스템 개선,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참조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다> 자크 아탈리. 청림출판

 

[나의 의견]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군사력에 의한 지배가 가능했던 시기가 있고 현대는 군사력도 경제력과 같은 맥락이니 결국은 돈이다. 인류최초의 세계정부의 권력은 신에게서 나왔다. 스피노자에 이르러 신과 인간이 동격이 되고 지금은 인간이 중심이기보다 돈이 중심인 사회가 되었다. 돈이 곧 신인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며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었다 몰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의 미국에 대한 향후 진단과 함께 중국, 인도등 태평양시대를 예견하는 저자의 통찰은 시장에서 간간히 이야기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과거 저자가 이야기한 태평양시대를 원용하여 말하고 있겠다 싶기도 하다. 한나라 한 민족을 뛰어넘는 하나의 지구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하여 말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 맞이하게 될 재앙은 과연 어떤 것일 것. 2008년 금융위기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앞날이 보이질 않아 걱정이 태산인 사람들에게 희미한 길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청사진에 도달하기 전에 인류가 겪어야 하는 시련에 대하여는 구체적이지 않다. 다만 미래학자로서 과거에서 미래를 본다는 차원으로 이해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6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세계는 국가의 지배보다 시장의 지배를 더 많이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자명한 사실이 있다. 시장은 법의 지배 없이 올바로 기능할 수 없다.

 

7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세계를 지배했으니 신들이 최초의 세계정부인 셈이다.

 

8 그들은 신과의 결합을 굳게 하기 위해 종교를 조직했고 사제들을 그들의 지배하에 두었다.

 

10 제국은 부()의 통제와 끝 모를 야망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했다.

 

11 사람과 사상을 이동시키는 기술은 큰 변화를 맞았다. 19세기 말 세계 일주는 80일이 걸렸다.

 

1896년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탄생했다.

 

12 19세기 말과 마찬가지로 세계화에 대한 낙관론이 국제사회를 지배했다. 대륙이 서로 문호를 개방하고 통합되었다. 시장은 글로벌화하였으며 기업은 국제화되었다.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이 사람과 사물, 사상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더욱 줄여주었다. 개인의 자유를 위시한 서양의 가치는 시장과 민주주의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보편적으로 추구되었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가 그 예다. 세상은 문화적 차이를 무너뜨리며 획일화되는 듯하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아랍권에서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계층 상승을 이루었다. 전 세계의 기술, 정치, 경제, 문화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수많은 공공 및 민간, 공식 및 비공식 국제단체들인 것 같다. 그 단체들은 다수의 조율되지 않는 세계의 행정기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정부라고 하지 않고 거버넌스라고 부른다. 오늘날 약 200명의 국가원수들이 매년 참석할 수 있는 정상회의의 수는 4000개에 달한다. 19세기에는 그런 회의가 평균2개에 불과했다. 참가국과 회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14 지역 전체가 무법지대로 타락하며 권력을 잡은 금융, 보험, 오락 산업은 실질경제와 전체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화는 혼란에 빠졌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이민이 가속화 되며 환경이 파괴되고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를 파괴할 수 있는 핵, 생물학, 화학, 유전학적 수단이 증가하고 있고 체계적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서 있는 곳은 세계적 경제성장과 혼돈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이다.

 

16 이미 전체주의적 성향을 띤 두 개의 이데올로기가 그런 야망을 품고 등장했다. 바로 환경과 종교다.

 

역사는 어떤 소설가보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가.

 

17 딱 한 가지 모자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효율적인 민주주의 정부다.

 

18 바람직한 세계정부는 지구와 인규 전체의 이익을 돌보아야 한다.

 

1장  인류 최초의 세계정부

 

27 고대사회에서 세계를 다스린 존재는 신이었다. 그 뒤 인간은 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인간은 자기가 세계의 전부라고 믿었거나 적어도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러 세계에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야망을 천지창조론과 결부시켜 종교적 의미를 불어넣었다. 우리는 그 긴 역사를 이야기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역사로 인해 현대적 의미의 세계의 운명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또 그 역사를 이해해야 제국의 형성과 철학의 탄생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왜 어떤 민족이 특정한 시기에 온 세상, 또는 적어도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 역사는 오늘날의 세계지배 방식을 결정했고 미래의 더 나은 세계 지배 방식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29 중국에서 아메리카, 인도에서 유럽, 아프리카에서 시베리아까지 모든 신들은 비, 바람, , 사랑, 생명, 건강, 죽음 등 모든 것을 관장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신의 변덕 때문에 인간은 신과 협상했고 평화, 건강, 재산 또는 저세상에서 주릴 혜택을 위해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30 기원전 3000년 전에 아시아에서는 말과 바퀴, 야금술의 결합이 획기적은 정치혁명을 낳았다. 짐과 텐트를 옮기는 데 썼던 말이 전차를 끌기 시작했고 다시 큰 수레를 끌었다. 히말라야 산맥과 힌두쿠시 산맥의 고원에서는 말이 곧 권력이었다.

 

31 황제는 외적과 전쟁을 벌일 때 최고의 수장이었고 국내의 평화를 주관했다. 황제는 세상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질서 있게 만드는 태양이었다.

 

32 기원전 1000년경 이집트 왕국은 내부적문제(관리의 부패, 기아, 약탈등)와 외부적 요인(해상 침략)으로 다시 분열되기 시작했다. 노예로 잡혀 있던 히브리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것은 제국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33 2500년 전 전후의 히브리 민족 유대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중국까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종교적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예루살렘과 바그다드에 최고 법원인 산헤드린을 설치했다. 흩어진 민족을 규합하는 최초의 중앙정부였던 셈이다. 각 공동체의 재판소는 산헤드린 산하에 놓였다. 인류를 다스리러 올 메시아를 기다리며.

 

34 기원전5세기 아테네에서는 변론술을 가르치던 소피스트들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리스인과 비그리스인을 구분하지 않았다. 특히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히피아스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중에서 프로타고라스는 페리클레스의 부탁으로 투리오이라는 그리스 식민지의 법제도를 마련했다. 소피스트들의 역맛살은 자국 문화권이 갖는 윤리적 가치, 과학적 믿음, 종교적 믿음을 상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주었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같은 종족이라고 믿었다. 그리스인이라는 것은 특권이 아니었다.

 

35 인간은 이성적 삶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어느 공동체나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룰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디오게네스가 말한 세계정부의 유일한 근간을 이룬다.

 

2장  신권이 지배한 세상

 

48 사람들은 보편적인 카톨릭으로 개종하면 신의 아들이 되었다. 사도들은 복음을 전할 지역을 분담했고 이러한 전통을 곧 교회사가들이 이어받았다. 예수가 명시적으로 교회를 건설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사도드에게 둘러싸여 베드로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교회가 지배하는 세계정부를 생각했을 것이다.

 

49 카톨릭의 어원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50 이승과 저승을 모두 다스리는 정부인 기독교는 특히 예수의 정체를 둘러싼 수많은 신학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가장 큰 종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교회와 황제의 관계가 가까워진 때는 3세기다. 로마제국의 엘리트 계층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제국의 기반을 흔들기 시작했다. 콘스탄티누스1세는 312년에 벌어진 밀비우스 다리전투 직후 개종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로마제국과 기독교의 관계를 공식화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이듬해인 313년 콘스탄티누스1세는 밀라노 칙령을 내려 기독교인들에 대한 관용을 장려했다. 같은 해 교회는 황제의 세속권을 인정했다.

 

53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로마인들은 로마의 몰락을 기독교 탓으로 돌렸다. 오늘날의 알제리 지역에 살고 있던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런 이들에게 신의 도시지상의 도시가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두 개의 사랑이 두 개의 도시를 세웠다. 신을 무시하고 자기를 사랑한 사람은 지상의 도시를 세웠고, 자기를 버리고 신을 사랑한 사람은 천상의 도시를 세웠다.

 

55 7세기에 이탈리아와 이집트를 다시 빼앗긴 동로마제국은 비잔티움제국이 되어 천천히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비잔티움제국은 1000년이나 존속했다.

 

69 1095년 교황 우르바노2세는 그이 정통성을 주장하려고 최초의 십자군 파병을 시작했다.

 

75 몽골족은 젊은 남자라면 동지와 적을 가리지 않고 조상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어야 했던 희한한 민족이었다. 칭기즈칸은 자식들에게 비전이 없는 남자는 자기 인생을 다스릴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인생은 더욱 더 다스릴 수 없다고 가르쳤다.

 

78 역사가이자 외교관이었던 튀니스 출신의 이븐할둔이 티무르의 명령으로 <역사소설>을 썼는데, 이 책에서 그는 인류의 역사를 최초로 정의했다. “역사학이 다루는 것은 그 문명의 성격, 다시 말해 야생적 생활과 사회적 생활, 패거리 정신에 기인한 특수주의, 한 인간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3장  경제 중심 세계의 확장

 

81 전쟁은 제국을 확장하는 데 쓰인 주된 방법이었다. 반면 경제 중심의 세계가 확장되는 데 필요한 조건은 평화였다. 군대는 부를 정복하고 무역망을 보호해야 했다. 세계정부는 곧 군인에게 부르주아에게로 넘어갔다.

 

82 통신망과 확대일로의 시장을 장악한 도시가 100년마다 한 번씩 등장했다. 도시의 영향력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중국과 아프리카 그리고 머지않아 아메리카로 명명할 대륙까지 뻗어갔다. 100년마다 패권을 차지한 도시는 무역이 지배한 세계의 정부, 그 중심이 되었다. 그 중심에서 상선과 대상이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이 조직되어 나머지 세상에 물건의 가격과 유행, 사상을 강요했다. 그리고 연맹 체제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84 당시 피렌체에는 베네치아와 비잔티움에서 흘러들어오는 부가 쌓이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무역의 확대에 필요한 건 평화고 황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수단은 전쟁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1313년 겔프 백당의 수장 중 한 명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최초로 세계정부를 언급했다. 그는 피렌체 시협의회 회장직을 맡았고 시에나와 볼로냐를 거쳐 베로나에서 망명 중이었다. 그 곳에서 <신곡>을 집필하기 시작했던 그는 같은 시기에 <제왕론>을 쓰면서 황제에 대한 지지르 재천명했다. 그는 인간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본래 사회적 존재라고 설명하면서 지구적 차원의 시민 제국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종교적 세계정부, 이성에 근거한 인류의 보편적 사회가 시민의 자유를 신장하리라고 덧붙였다. 기독교 세계에서 비종교적인 세계정부가 언급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단체는 신성로마제국을 비종교적 세계정부의 모태로 보았다. 신성로마제국이 로마법으로 전 세계를 다스릴 수 있으며 보편적 평화의 조건인 인류의 단합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단테는 역사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면 어떤 민족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결국 신의 뜻이며 보편적 제국을 향한 거스를 수 없는 진보였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는 세계정부가 필요한 진짜 이유였다.

 

86 인도 상인들이 향신료와 향수, 보석, 상아, 향 등을 중국으로 들여갔다.

 

91 베네치아는 인도양과 레반트에서 후추와 향신료를 사들였고 동양과 이집트에서 면과 비단을 구입했다.

 

95 에스파냐는 원주민들에게 영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조사위원회까지 파견했으며 원주민들은 백인들의 시신이 부패하는지 보려고 끓는 물에 산 채로 집어넣었다.

 

15세기 중반 베네치아는 투르크족 때문에 세력을 잃었고 안트베르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자체적으로 군대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동로마제국의 주요 항구였던 안트베르펜은 금융시장을 관리하고 그것을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알게 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다른 중심들이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96 안트베르펜은 이후 나타날 새로운 중심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기술적 혁신을 최초로 도입한 산업도시였다. 1450년경 마인츠에서 재발견된 중국의 발명품 활자 인쇄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고 믿었던 교회와 로마제국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해주리라 믿었다. 모든 민족이 라틴어를 읽고 말할 줄 알게 되면 로마제국은 그들의 언어를 만국어로 삼을 수 있게 되고 교회는 또 교회대로 성경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초기에는 그런 생각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쇄술은 이내 각 언어의 문법체계를 펴낼 수 있게 해주었고 그로 인해 각 언어의 지위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자 라틴어 사용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고 제국의 통일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성경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은 성경의 내용과 사제들이 말하는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교묘하게 감추어졌던 히브라이, 그리스, 로마, 아랍, 페르시아의 지식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쇄술은 유럽을 그들 중심으로 통일하겠다던 교회와 신성로마제국의 꿈을 단 수십 년 만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뒤이어 유럽에는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권력을 강화시킬 줄 알았던 기술이 오히려 권력을 약화시킨 것이다.

 

98 모순적인 것은 세계정부의 구상이 가능해진 시점에 민족주의가 등장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발견들이 세계의 규모를 인식하게 만들었지만 세계시민적 사고는 어려워졌다. 세상은 지극히 다양하기 때문에 통일성 있는 세계를 꿈꾸기란 불가능해 보인 것이다. 인쇄술로 인해 국가는 저마다 다른 욕망을 표현했다. 인도인이라고 잘 못 생각했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단순히 인간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개종시키거나 활용해야 할 자원일까? 비토리아, 소토, 수아레스 등 에스파냐 신학자들은 그들을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이 개종해야 할 대상이며 식민 열강에 필요한 자연법적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그저 특이한 종에 속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나의 인류, 하나의 세계정부는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102 유럽에서 가장 넓은 영토와 인구를 보유했던 프랑스가 이때 중심으로 떠오를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부르주아, 상선 해병 그리고 무엇보다 지중해나 북해에 큰 항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처럼 나라가 큰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내수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공산품이든 농산품이든 해외로 수출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107 17세기 초 제노바도 세력을 잃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공략해오는 경쟁자들에 맞서기에는 인적 자원도 금융자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안트베르펜과 마찬가지로 제노바도 에스파냐의 경제 침체에 영향을 받았다. 카를 5세와 펠리페2세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과 벌인 전쟁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또 네덜란드에 해상무역의 지배권을 빼앗긴 것도 문제였다. 이제 아메리카의 풍부한 자원은 네덜란드로 모조리 흡수되고 있었다. 1555년 안트베르펜을 몰락시킨 금융업의 발달로 탄생한 제노바는 1610년 암스테르담이 부상하면서 빛을 잃었다. 베네치아의 쇠락 이후 자본주의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다시 한 번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그것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지중해는 그 이후 영영 중심을 되찾지 못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쇠약해갔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새롭게 떠오른 열강들보다 못했다. 돈이 지배하는 세계정부는 개신교도들의 손에 넘어갔다.

 

4장  대서양 중심의 세계정부

 

113 힘은 늘 돈에서 비롯되듯 거대한 범선을 보유한 네덜란드 함대는 유럽 최강의 함대로 거듭났다. 발트 해에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까지 세력을 뻗친 네덜란드인들은 서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일본에 기항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함대는 아메리카의 귀금속이 상륙하던 세비야도 장악했다. 동인도회사와 암스테르담의 주식시장 및 은행은 해상 강대국인 네덜란드를 금융, 무역, 산업의 강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1602년 회사들이 최초로 주식을 이용해 산업에 투자한 것도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114 1650년 이후 바뤼흐 스피노자는 감히 신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생각했다. 그 어떤 도덕도 강요받지 않은 인간은 오로지 자유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평화는 가장 중요한 세계적 공공재가 되었고 대서양은 가장 중요한 세계의 바다가 되었다.

 

115 머지않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힘의 세계 균형이 판가름 나는 무대였던 바다에도 법의 우위를 적용하게 된다.

 

116 국제법을 신봉하는 새로운 이상주의자인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는 <프롱드 당원들에게 반하는 편지>에서 마자랭 추기경의 편을 들며 1651년에 이렇게 썼다. “정직한 인간은 프랑시인도 독일인도 에스파냐인도 아니다. 그는 세계의 시민이며 그의 조국은 전 시계다.”

 

122 자유로운 통행권을 인정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여행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인류가 단일한 종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하고 어디에서든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23 암스테르담은 30만 면의 인구로 유럽과 세계를 다스렸고 외교적으로도 자신의 선택을 강요했다. 해군은 바다를 장악했으며 산업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었다. 은행업자들은 환율을, 상인들은 상품가격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124 중국에서는 벼의 삼모작으로 인구가 4억명까지 증가했다.

 

1700년 세계 1인당 소득은 중국을 넘어섰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서유럽의 60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청이 지배했던 중국은 표면상으로는 전례 없는 경제적 도약을 이루었다. , 비단, 칠기의 수출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은이 대거 유입되었다. 새로운 수입 작물(옥수수, 땅콩)의 보급으로 척박했던 토지를 활용하면서 농업이 더 발달했다. 그러나 유럽 상인에게 문을 열어준 곳은 광저우가 유일했다. 그곳에서 유럽인들은 가격과 수량을 결정해주는 공행(公行)과 거래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18세기말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전쟁과 지방에서 일어난 봉기로 중국의 세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1755년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섯 번째 세계정부는 권력을 잡은 지 1세기 반 만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암드테르담을 앞섰던 모든 제국이나 중심과 똑 같은 이유에서였다. 네덜란드의 해군은 더 이상 최고가 아니었고 바다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무역로 보호에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고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원이자 선박 건조에도 필요했던 목재는 점점 고갈되었다. 사회적 분쟁도 격화되었다. 암스테르담의 모직물은 가격이 상승했지만 염색 기술과 해상 무기 기술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고 대신 빚만 쌓여갔다. 들어오는 수입도 예전만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최고의 금융업자들에 이어 선주들도 암스테르담을 떠나 런던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런던은 가장 안전하고 역동적인 도시였다. 1788년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대혁명이 발발하기 직전, 자본주의의 중심은 북해를 지나 민주주의와 시장이 나란히 발전하고 있는 영국에 건너가 둥지를 틀었다.

 

129 빠른 속도의 기술 발전은 통신의 혁신을 불러왔다. 1792년 클로드 샤프는 통신기를 발명했다.

 

133 1822-1830년 베를린 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모은 <역사철학 강의>에서 헤겔은 20년 전 베를린에 개선했던 나폴레옹을 세계의 영혼으로 소개했다. 그는 여러 개의 공화국을 모다둔다고 해서 전쟁을 몰아낼 수는 없으며 또 전쟁을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역사는 혼란과 모순의 연속이다. 각자 목적을 추구하는 개인이 모여 원하지도 않는 사건과 제도, 혁명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보편적인 인과성, 역사의 영향을 따른 것이다. 헤겔은 국가는 통일성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전체 의지의 구현이자 절대적 진리의 수탁자인 국가는 정신의 세계적 제국을 준비한다. 독재, 전쟁, 정열은 절대적인 것을 실현하려면 필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세계 통합이고 세계 통합만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통합된 세계정부 없이는 평화도 없다. 통합된 세계정부는 각국의 진리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해결 할 때 실현될 것이다. 헤겔은 그 순간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다양한 종교가 일관성과 방향성을 갖고 서로 연결되어 세계의 절대적 종교, 자유의 종교를 실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종교란 루터의 개신교를 가리킨다.

 

134 유럽에서 수백 년 간에 걸친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유토피아에 대한 구상이 나타났다가 불가능한 꿈처럼 사라진 1815년 평화는 명실상부한 공공재로 인식되었다. 이제 가장 뛰어난 세계질서는 계약이 되었다.

 

나폴레옹의 첫 번째 하야 이후 영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러시아, 러시아, 루이18세가 다스리던 프랑스는 유럽 차원의 정부를 설치하기 위해 비엔나에서 회동했다. 연합한 열강들이 모여 가장 먼저 한 일은 나폴레옹의 정복지 나눠 먹기였다.

 

5장  대륙을 넘나든 세계정부

 

139 19세기 초가 되자 통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의 크기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교통수단이 수송 속도는 수천 년간 거의 변하지 않다가 갑자기 빨라졌다. 이제 세계 일주는 몇 년이 아니라 몇 주면 충분했다. 메시지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했다. 수많은 혁신은 그 출처가 어디이든 오직 한 나라의 산업에만 활용되었다. 바로 영국이다. 1803년 미국인 로버트 풀턴이 센 간에 최초의 증기선을 띄웠다. 대서양 최초의 증기선은 1809년 필라델피아와 뉴욕 사이에 띄워졌다. 1814년에는 최초의 증기기관차가 영국의 철도 위를 달렸고 1825년에는 최초의 여객 기차가 역시 영국에서 운행되었다. 이때부터 인간과 화물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상과 말은 더 빠르게 이동했다.

 

141 영국은 네덜란드 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올랐다. 20년간 유럽을 황폐하게 만든 전쟁을 유일하게 피했고, 미국 독립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메리카 식민지의 짐을 벗어버린 상태에서 누구보다 앞서 신기술을 받아들였다. 영국이 직접 발명한 기술도 아니었다. 섬유, 철강, 은행은 모두 영국 손에 넘어갔다. 세계 각국이 파운드화를 거래수단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파운드와는 국제통화의 지위를 얻었다. 영국은 세계의 시험무대가 되었다. 1846년 곡물법을 철페하고 자유무역을 받아들인 것이다. 값싼 외국 농산물을 아무런 제약 없이 수입할 수 있게 되자 산업가들은 임금 비용을 줄여 상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했고 고부가가치 상품은 수출했다.(당시 수출상품의 80퍼센트가 완제품이었다) 1851년 만국박람회로 잘 알려진 만국 산업생산품 대박람회가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렸다. 185151일부터 1015일까지 개최된 만국박람회는 최초로 열린 진정한 의미의 국제행사였다.

 

142 영국 함대는 바다를 완전히 장악했다. 영국은 아테네, 베네치아, 암스테르담에 이어 새로운  바다의 지배자가 되기를 꿈꿨다. 슈퍼파워가 되려면 역시 큰 항구가 필요했다.

 

이때 영국이 세계에 내세운 이데올로기가 있다. 바로 자유무역이다. 영국은 자유무역이 국가 간 교역을 형성시켜 인류를 하나로 묶어 줄 것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 기업들이 새로운 식민지 아프리카와 인도를 약탈해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방법이었다. 예전에 아메리카 대륙을 착취했듯이 말이다.

 

146 쾰른에서 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을 썼다. “부르주아는 세계 시장을 활용해서 모든 국가의 생산과 소비가 세계적 성격을 띠도록 한다.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지역 및 국가의 고립은 사라지고 보편적 관계와 국가 간 보편적 상호의존성이 발달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이여, 단결하라!” 마르크스는 세계를 생각했다. 그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인류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봉건주의의 멋진 해방자 자본주의가 얼마나 엄청난 운신의 폭을 가졌는지 금세 깨달았다. 마르크스는 가끔 국가 차원의 혁명이 성공하는 것을 바라기도 했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나지 않는 사회혁명에는 아예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에게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이후에 건설되는 것이지 자본주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었다.

 

149 학자들의 여행은 인류의 기원이 하나인가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논쟁의 의미는 더 커졌다. 모든 인종이 평등하다면 백인종이 단독으로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통성을 잃게 된다. 노예를 착취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1833년 영국 의회가 노예제도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윌리엄4세가 이를 비준했다. 1848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식민지에 대한 노예제 폐지 법령을 채택했다. 수천년 동안 인간이 노예로 삼는 일이 당연시되어 왔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155 국제 교역의 확장은 주요 교역국 통화의 상대적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요구했다. 은값과 금값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유지되었던 불안정한 시기가 지난 뒤 캘리포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1851)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영국과 미국에서는 금본위제가 일반화되었다. 그렇게 해서 각국의 화폐발행이 금 보유량에 따라 정해지는 고정환율제가 도입되었다. 각국은 물가 안정과 고정환율을 얻는 대신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경제성장을 희생시켰다. 원하는 만큼 돈은 찍어낼 수 있었던 나라는 영국이 유일했다. 강대국 영국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에 파운드화로 발행된 채권은 세계 어디에서나 금과 똑같이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런던 금융시장과 은행들은 세계 경제체제의 중심축이었다. 유럽의 모든 유동자산은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영국 중앙은행은 금본위제 내에서 통화 간의 긴장을 조절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자신의 법을 강제했다.

 

170 스포츠 경쟁이 가상의 전쟁인 셈이었기 때문이다. 1892년 쿠베르탱 프랑스체육협회연합 창설 5주년을 기념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전쟁을 없애기 위해 올림픽을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171 1894 6월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쿠베르탱은 독립체인 올림픽위원회 창설안을 통과시켰다. 그리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향력을 확보했다. 1896년 열릴 제1회 올림픽을 아테네에 유치한 것이다. 쿠베르팅은 세계 각국의 수도에서 차례로 올림픽이 개최도기를 바랐다.

 

172 노별평화상은 민족 간 우애 증진, 상비군의 철폐 또는 축소 평화수립 또는 확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노벨의 유언장은 국적이 수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173 유언장을 집행하는 노벨재단은 1900년에 설립되었고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첫 노벨평황상은 30년간의 침묵과 망명에서 벗어나 국제적십자위원회를 창설한 스위스의 앙리 뒤낭과 평화증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프랑스의 프레데리크 파시에게 돌아갔다.

 

1875년 미국의 산업생산이 영국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1880년이 되자 경쟁자인 프로이센, 프랑스, 미국이 더욱 압박해왔다. 영국 금융시장은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해 수익성을 유지하려 했고 결국 토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1882년 일어난 금융 버블은 런던의 수많은 은행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다. 1900년에는 독일마저 영국의 산업생산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860년 세계 교역의 25퍼센트를 차지하던 영국의 교역 규모가 1913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영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수출국의 자리를 유지했다.

 

174 프랑스는 미래 제1의 경제성장 동력이 될 자동차 산업을 가장 먼저 발달시킨 산업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마차의 연장선으로만 생각하고 대량생산을 거부했다.

 

175 20세기 초 매년 150만 명의 유럽인이 신대륙을 향해 떠났다. 그들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은 미국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세계의 지배권을 잡았고 지금까지도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6장  미국이 차지한 세계 패권

 

183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이 수많은 재산과 수백만 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동안 미국은 새로운 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다졌다. 

 

195 1928년 브라질은 상임이사국의 자격을 얻지 못하자 국제연맹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1929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국가 간 교류는 단절되었다. 금본위제의 유지는 차츰 서양을 경제 침체의 늪으로 빠트렸다. 1930년 국제연맹은 베르사유조약으로 독일에 지웠던 짐을 줄여 줄 수도 없었고 완전히 탕감해줄 수도 없었다.

 

198 1차 세계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전후 다시 그려지는 세계 판도에 대비하기 위한 회담이 전쟁중에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열렸다. 미국은 사반세기 전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다. 전시경제로 대공황에서 탈출한 미국인들은 국제무대에서, 적어도 전체주의에 종속되지 않은 세 개의 세계에서 힘을 다졌다. 세계의 중심은 보스턴에서 새로운 미국의 중심 뉴욕으로 이동했다.

 

199 영국과 미국은 전쟁이 끝난 뒤 패전국의 영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민족의 자결을 조직할 것이다. 이것은 국제연맹이 실현하지 못했던 두 가지 과제였다.

 

201 뉴햄프셔의 작은 도시 브레턴우즈에서는 대서양헌장에 나와 있는 국제금융기구설치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소련도 참가했다. 미국 대표로 참가했던 해리 덱스터 화이트 재무부 차관은 달러와가 기축통화를 인정받기를 원했다. 베르사유조약 협상에도 참여했고, 브레트우즈에 영국 대표단 단장으로 참여한 존 케인즈는 국제 단일 통화로 방코르를 제안했다. 무역거래에 쓰일 방코르에 대해 각국의 통화가치는 고정 환율로 정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방코를 발행기관으로 국제청산동맹이라는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기관이 시중 은행을 위해 유동자산을 보유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매년 적자나 흑자가 많은 나라에 대해서는 처벌(이자)를 내린다. 미국은 당연히 이 제안에 반대했다. 헨리 모겐소 재무장관이 유니타스라는 새로운 국제통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곧 이 제안을 철회하고 다시 달러화를 내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국제통화기금 IMF창설이 결정되었다.

 

212 1954년 아인슈타인과 러셀은 각국 정부에게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재차 종용했다. 1955년 두 사람은 9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류의 파멸을 경고했다. 그들은 대량살상무기의 감시와 국가의 주권 제한을 요구했다.

 

213 1962 10월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하자 핵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효과적인 통신 수단의 부재는 비극을 낳을 뻔했고, 이로 인해 두 초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핫라인을 개통하게 되었다. G2는 바야흐로 절정기를 맞았다. 그 해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베스트셀러가 된 <침묵의 봄>에서 산업오염이 환경에 미칠 비극적 영향을 경고하고, 지구 생태계에도 한계가 있으며 인간의 활동이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223 해빙의 시대가 왔지만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국들은 더 이상 홀로 세계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지구의 인구는 1930 20억명에서 2011 70억명을 넘어섰다. 새로운 강대국들이 차츰 자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는 중국을 시장의 강력한 독재자로 만들었고, 정치적 자유는 독재국가를 비롯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225 2001 9월 발생한 테러는 세계화가 내포하는 서구화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226 두 번째 충격은 인터넷, 검색 엔진, 휴대전화, SNS의 출현과 그 놀라운 발전이 인류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온라인 네트워크와 그 콘텐츠를 제어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힘들게 노력해왔다.

 

세 번째 충격은 2008년 누구도 멈추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 경제성장고, 흔들리지 않으리라 믿었던 미국의 슈퍼파워가 캘리포니아 발 금융위기로 주춤했다는 것이다.

 

227 피츠버그, 런던, 워싱턴, 서울 그리고 파리에서 회의를 가진 G20은 전시효과만 노린 정상들의 빈 수레만 요란한 모임이다. 그들이 가진 힘이라고는 최강자의 결정을 공고히 하고 최강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뿐이다. 금융의 절대강자 미국은 금융체계 쇄신을 거부했고, 중국은 국제수지 흑자를 줄이길 꺼리고 있다. 유럽은 재정부채를 관리하라는 소리에 투덜거리기만 한다. 빈곤이나 기아, 인권, 민주주의, 환경, 범죄적 경제활동 등 전 지구적 문제가 된 중요한 사안들을 두고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이다.

 

네 번째 충격은 1989년 동구권에서 시작된 자유의 물결이 2010년 튀니지와 이집트의 쿠데타로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어떤 국제기구도 민주화의 길목에 서 있는 그들을 도우려 나서지 않는다. 바레인, 알제리, 예멘에서는 시위대 무력진압이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리비아에서는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독재자의 탄압을 억제하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28 다섯 번째 충격은 20113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다. 진도 9.6의 지진은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와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을 초토화하고 수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낳았다. 또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노심을 녹이고 발전소 외벽을 파괴하는 바암에 방사능이 방출되면서 수백만 명의 인명을 위협했다. 이 재앙의 보건 및 경제적 영향은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것이다. 25년 전에 발생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있었지만 이번 대참사는 원자력의 안전성 문제와 좀 더 광범위하게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전세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최초롤 깨닫게 마든 사건이었다. 어느 때보다 세계정부에 중요해진 사안은 세계정부의 존재 자체가 아니었다. 세계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7장  하나로 얽힌 세계정부

 

232 인류의 존재 이유는 태곳적부터 절대적인 철학적 미스터리였다. 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누군가가 어느 날 인류의 존재를 원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류가 존재해야 할 이유에 대해 서도 설명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주 생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내기를 거는 것 외엔 답을 찾지 못했다.

 

233 1980년대말 출현한 인터넷은 그 뒤 세계정부를 뒤흔들어 놓았다. 오늘날 세계에는 50억개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고, 30억명의 텔레비전 시청자, 20억명의 인터넷 사용자, 15,500만명의 블로커, 5억명의 능동적인 페이스북 사용자, 1억명의 마이스페이스 사용자, 1억명의 링크드인 사용자, 7000만명의 트위터사용자가 있다. 지구상에 있는 누구와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알 수 있다. 어떤 독재체제도 어떤 개인도 증인들에게 협박을 하거나 아예 모조리 죽이지 않는 한, 숨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졌다. 기술의 변화는 개인주의 진작의 뛰어난 도구이기도 하지만 투명성, 민주주의, 인류의 정체성 인식을 가속화시키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아직 그의 존재, 그가 하는 일, 그가 건설하고 파괴한 것을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 대략적으로라도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는 것조차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쯤에서 2011년을 결산해보자.

 

234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다. 그 중 4%는 인구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서 거주한다. 평균 기대수명은 68.9(남성 66.9 여성71). 65세 이상 인구는 5억 명을 헤아린다. 15세 이하는 세계 인구의 27.4%를 차지하며 숫자로 보면 18억 명이다. 2억 명의 사람이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고, 300만 명의 학생들이 해외에서 유학 중이다. 관광객 10억명이 2010년 여행을 다녔고, 1일 비행기 이용객 수는 50만명이었다.

 

235 , 구리, 알루미늄은 가장 소비량이 많은 광물이다.

 

241 2009년 앤 마리 슬로터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포린 어페이스>에서 문제를 명확하게 짚어냈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적 권력이 아니라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다.” 결국 세계의 서양화는 아직까지 대부분 미국화를 의미한다. 미국이 이끄는 세계정부는 얼마 전부터 새로운 파트너와 대화를 갖기 시작했다. 그 상대는 함께 G2를 이루었던 영국도, 러시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럽연합도 아닌 바로 중국이다.

 

251 오늘날 세계 GDP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국제 금융기구에서 행사하는 투표권은 4%를 넘지 않는다.

 

258 G20은 미국의 슈퍼파워와 중국의 새로운 파워를 감추고 있는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모든 나라의 모든 부처가 모든 사안과 관련하여 G20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266 지난 50년간 국제법, 민족 간 관계, 민주주의의 진보, 경제에 대한 접근은 큰 변화를 겪었고, 그 중심에 NGO가 있다. NGO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 부녀자와 아동의 보호, 사형제도 철폐, 노동권, 대출받을 권리, 주거에 대한 권리 등을 위해 가장 열심히 투쟁을 벌였다. 지속적인 개발의 개념을 만든 것도 NGO였고, 그것을 위한 투쟁의 의미를 부여한 것도 NGO였다. 다양성의 보호, 언어, 문화, 동물종과 식물종, 기후, 희귀자원의 보전을 위한 투쟁의 선두에 NGO가 있다.

 

269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히 입 밖으로 표현하지 못할 목적 달성을 위해 은밀히 움직이는 세계정부가 존재하리라 믿는다.

270 음모론을 제기하는 자마다 그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가장 믿을 만하고 완벽하며 철저한 자료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외친다. 그러나 음모론이야말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모든 권력과 압력집단 그리고 특히 몰락 직전의 저항집단은 계속 살아남기 위해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또 비밀스러운 권력이나 음모를 고발하고 그 주동자를 적발해서 단죄하려 한다. 원인을 찾지 않고 책임자만 찾는 격이다. 세계화 속에서 모든 권력은 어떻게든 몰락해간다. 어떤 세력도, 그에 대한 견제세력도, 또 지금까지 살펴본 기구들도 역사의 흐름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인류는 자기 손으로 만든 시스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시작이 시장이다. 세계정부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 장악의 음모를 상상하는 것이다. 세계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모론은 그런 운명을 직시한 인류의 무기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부터라도 게이머가 아닌 게임의 규칙을 바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게임이 피비린내 나는 살육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

 

8장  시장 중심 세계정부의 도래

 

275 미국은 앞으로도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를 고수할 것처럼 보인다. 한편 다자간 기구들은 오늘날 일관성 있는 세계정부를 구성하며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각 나라는 국내 통치를 강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것이 겉모습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많은 나라가 해체 일로에 놓여 있다. 미국은 당분간 세계 최강의 군대, 화폐, 경제를 쥔 강대국이겠지만 그 영향력은 상대적일 것이다. 인구도 지나치게 많아지고 모든 것이 복잡해져 제어가 되지 않는 상태의 세계에서 미국은 더 이상 주인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7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은 당시로서는 가장 대규모의 통신망을 제어할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그 수단이 군대이든 돈이든 말이다.

 

미국은 카이사르가 죽고 난 뒤에도 500년이상 명맥을 유지했던 서로마제국처럼 생존할 것이다. 서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1000년이상 생존한 동로마제국처럼 또 그후 300년 이상 유지되었던 독일체국처럼 살아남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신기술로 새로운 성장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네 번째로 세계의 중심을 갖게 될 것이다. 세계의 열번째 중심을 방위 분야에서도 미사일 방어 체제를 수립하고 대 게릴라 전을 홍보하며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이다.

 

278 그러나 무엇도 미국의 쇠퇴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미국은 장기적으로 쇠퇴할 것이다. 우선 상대적인 가치에서 퇴보할 것이다. 그것은 다른 나라들이 더 빨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2030년 미국의 인구는 세계인구의 6%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GDP는 세계GDP 26%를 차지하지만 2030년이 되면 20%로 줄어들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의 대내외 부채다. 다른 모든 중심과 마찬가지로 통신망 장악과 자국 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수단을 점점 잃게 될 것이다. 독재체제의 출현을 막을 수도, 테러 활동을 저지할 수도, 경쟁국이나 적군의 등장을 미리 막을 수도 테러 활동을 저지할 수도, 경쟁국이나 적군의 등장을 미리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업 증가와 불평등 심화, 낙후된 사회간접자본, 사회보장제도의 부재는 결국 사람들이 더 이상 미국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지 않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 사회 모델을 반대하고 미국의 세계 지배를 거부한다. 자유의 제국에 고립주의가 복귀할 것이다.

 

284 세계는 점점 더 세계화되는 반면 민주주의는 이미 존재하는 곳이든 앞으로 존재하게 될 곳이든 국지적인 현상으로 머물 것이다. 국가의 권력은 점점 더 하챦아지고 그것은 최강대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의 자본, 경영, 전략이 점점 더 국가적 기반과는 멀어진다. 기업은 법적 제한을 가장 덜 받는 곳, 세금이 가장 낮은 곳으로 본사를 계속 옮길 것이다. 간부들과 연구자들은 늘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모든 규칙을 벗어나고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을 생산기지로 선택할 것이다. 기술 발전은 현실 또는 가상의 노마디즘을 가속화할 것이다. 자본과 간부들의 지속적인 배신을 견딜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권위에 대한 거부와 엘리트 계층에 대한 불신, 권력에 대한 분노는 증가할 것이다. 세력이 약화된 21세기의 정부는 무시를 넘어서 20세기 권위적 정부들이 야기한 증오의 대상이 될 것이다.

 

세계도 20세기 말과 달리 여러 시장경제들이 나란히 함께 하면서 서로 통합되는 형태가 아니라 시장경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하고 완벽한 시장경제가 될 것이다.

 

285 특히 보험회사들은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바람직한 행동, 관용 또는 거부당하는 행동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 보험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오락산업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힘을 잃어가는 국가는 잘해야 자국 내 영토에서만 법 준수를 담보할 수 있고 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넓고 많은 공간을 그대로 방치할 것이다. 무기, 마약, 매춘, 장기의 불법거래는 지금보다 더 성행할 것이다. 남반구의 젊은 빈곤층은 북반구의 돈 많은 늙은이들에게 먹이가 될 것이다. 범죄적 경제활동은 무기와 강력한 외교 수단을 갖춘 제대로 된 정치권력이 될 것이다.

 

287 전 세계의 체계적 위험 중 가장 첫 번째 위험은 작은 불씨가 어딘가에게 인플레이션이라는 큰 화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발행한 6조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유동성, 날로 증가하는 공공부채,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88 인구는 지역적 문제가 세계적 문제로 악화될 수 있는 두 번째 분야다. 인구가 바로 두 번째 전 세계의 체계적 위험이다.

 

290 다른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인구 이동이다. 10억명 이상이 태어난 국가를 떠나고 있다.

 

297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 평균 기온은 5C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인류는 멸종할 것이다.

 

302 보험과 오락에 종사하는 기업은 세계시장의 주인이 될 것이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새로운 위협과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전반적인 무능력 상태에 대한 책임자로 비난 받을 것이다. 보험과 오락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혼란은 질서를 요구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전체주의일지라도 말이다.  안정을 약속하는 정체성 운동이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두면 다시 국경이 나타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9장  공존하기 위하여

 

307 고대 사회에서 칭송 받던 이상적인 왕은 통치하겠다고 나서는 자가 아니라 백성이 원하는 자였다. 그것이 이상적인 세계정부의 모습일 것이다. 세계정부는 인류 전체의 바람으로 전면에 나서는 정부여야 한다.

 

309 역사는 어떤 작가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현실은 어떤 이상향보다 창조적이다.

 

319 최선의 세계정부는 연방 형태의 민주주의 정부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국가들이 대륙별로 규합하는 형태다.

 

320 인류는 과거에 살았고, 현재에 살고 있으며, 미래에 살게 될 모든 인간들의 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3만년 전부터 인류는 유일종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정의는 어렵지 않다. 혹자는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 명하고 그냥 인류라고 하기도 한다.

 

328 세계정부는 체계적 위험을 최대한 배제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모든 잠재력을 발현시켜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창조물인 세계정부가 탈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존하는 연방정부의 경험이 관료주의, 비효율성, 부패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내부의 적이나 분리 독립 세력에 의해 와해될 수도 있고 체계적 위험을 막아낼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를 염두에 두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또한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모든 것이 해체되고 구축되는 행동 속에서 세계정부를 구상해야 한다.

 

10장                  미래 세계정부를 위한 전략

 

331 심각한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면 초국가적 세계정부는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일본, 유럽 중 누구도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과 경쟁을 원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정부를 만들 수 없고, 또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날 강대국들은 기존 질서를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설사 변화를 원한다 할지라도 그럴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편 새로운 강대국들은 세계 경제와 기존의 국제기구에서 응당 차지해야 할 자리를 요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들은 초국가적 세계정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힘을 잃어가는 강대국들이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음모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을 강구해볼 만하다. 그것이 세계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340 인류의 첫 번째 투쟁 목표는 인류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 투쟁은 같은 인간끼리 서로 존중하는 개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과는 전혀 다르다. 이 투쟁은 각 개인이 특정한 생물종에 속한다는 자각과 그 생물종을 보호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국제사회라는 애매한 자기인식보다 훨씬 더 많이 나아가야 한다. 인류의 운명이 하나라는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 인규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분열되었을 때보다 힘을 합쳤을 때 훨씬 더 이룰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위험을 물리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빨리 그리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한 인식은 세계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자들의 행동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는 그들을 하이퍼 유목민이라 불렀다.

 

358 세계 삼부회가 실현 가능하려면 먼저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또 세계정부에 대한 구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을 막는 구실이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 함께 할 때, 또 가장 가까운 이웃을 위할 때 세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란 제목은 하나의 역설이다. 세계의 지배자가 없어질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타난 단어라는 생각이다. 이미 많이 진행되어가고 있다. 21세기 현재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에 대하여는 저자도 천천히 몰락해 갈 것이란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도 동로마제국이 멸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상으로 버틸것이다란 이야기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기원전3000년에 말과 바퀴가 획기적인 정치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현대는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정보의 여과가 없는 것이 또 다른 정보의 왜곡을 만들 수도 있다. 국가간, 민족간, 이념간, 인종간 어떤 이유 때문에 정치가 왜곡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역사는 자기 갈 길로 갈 것이다. 오랜 시간 인간의 권력구도를 꿰뚫는다. 급하면 걸음이 빨라진다고 했다. 세계정부라는 해법이 결국에는 호된 시련을 겪고서야 탄생할것이란 저자의 말은 우리앞에 닥친 고통이 얼마만한 상황일지 가늠이 잘 아는 상태이다. 근래 음모론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더랬는데 이 책 말미에는 시장에 나와있는 음모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선택도 음모론과 연관하여 보면 그럴듯한 논리는 모두 있다.

믿음의 영역이지 싶다. 음모론은 음모에 하나의 기우일까! 그랬으면 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인류 최초의 세계정부

2장  신권이 지배한 세상

3장  경제 중심 세계의 확장

4장  대서양 중심의 세계정부

5장  대륙을 넘나든 세계정부

6장  미국이 차지한 세계 패권

7장  하나로 얽힌 세계정부

8장  시장 중심 세계정부의 도래

9장  공존하기 위하여

10장 미래 세계정부를 위한 전략

 

IP *.39.134.22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2 35. 살아남기 위하여_자크 아탈리 한젤리타 2012.12.30 2349
1511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_ 자크 아탈리 레몬 2012.12.30 48016
» #35_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서연 2012.12.31 3174
1509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자크 아탈리 [12] id: 깔리여신 2012.12.31 4513
1508 살아 남기 위하여 - 자크 아탈리 세린 2012.12.31 2443
1507 # 35. 미래의 물결 - 자크 아탈리 file 샐리올리브 2012.12.31 3597
1506 마르크스 평전 - 자크 아탈리 콩두 2012.12.31 3752
1505 세계는 누가 재배할 것인가 - 자크 아탈리 file [3] 학이시습 2012.12.31 4486
1504 한국신화 새롭게 쓰기 - 임금복 file 콩두 2013.01.06 3501
1503 36. 꾸뻬씨의 행복여행_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1] 한젤리타 2013.01.06 4603
1502 #36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file 샐리올리브 2013.01.06 9249
1501 니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 임익 세린 2013.01.06 14396
1500 어느 등산가의 회상 -에밀 자벨- [1] 파에톤 2013.01.07 3119
1499 알베르 카뮈 _ 이방인 레몬 2013.01.07 4592
1498 #36_투자,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 마크 더를라스 서연 2013.01.07 4386
1497 여자의 심리학-베르벨 바르데츠키지음 id: 깔리여신 2013.01.07 7825
1496 경영이란 무엇인가 [2] 학이시습 2013.01.07 4560
1495 창조하는 경영자 - 피터 드러커(Managing for Results) [1] [8] 학이시습 2013.01.14 5475
1494 37.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_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2] 한젤리타 2013.01.15 3448
1493 #37_ 사람-중심 상담 (A way of Being) 칼 로저스 [3] 서연 2013.01.15 5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