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세린
  • 조회 수 553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3월 18일 08시 25분 등록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

 

 

1. 저자에 대하여 _(두번읽기 때 북리뷰와 동일함)

셰익스피어.gif

 

1) 셰익스피어 연보를 보고

● 셰익스피어 생년 : 1564년

● 고향 :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영국의 전형적인 소읍.

● 유아세례 받은 날 : 4월 26일 (최초의 기록)

● 아버지(존 셰익스피어) : 비교적 부유한 상인, 피혁가공업과 중농을 겸함. 읍장까지 지낸 유지, 사회적 신분은 중산계급. -> 풍족한 소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음.

● 교육: 고향에 훌륭한 초․중급학교가 있었으므로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 고전교육을 받음. 이때 그에게 필요한 고전 소양도 얻을 수 있었음. 1577년 가운이 기울어져 학업을 중단. 집안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 그와 시대적 배경 : 학업을 중단하고 런던으로 나옴.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1580년대 후반 일 것으로 추정됨. 선배 극작가인 R.그린은 그가 유수한 극작가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1592년 밝혀줌.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다. 이러한 배경을 얻어 그의 천분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시대를 잘 타고남) 당시 연극은 중세 이래의 민중적․토착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되었음. 특히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소생시킨 르네상스 문화의 유입을 맞아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 내려는 때였다. 1592년~1594년 2년 간에 걸친 페스트 창궐로 인하여 극장 등이 폐쇄되었고, 대를 같이하여 런던 극단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때부터 신진극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 본격적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 직업 : 그는 당시의 극계를 양분하는 세력의 하나였던 궁내부장관 극단(당시는 유력자를 명목상의 후원자로 하여 그 명칭을 극단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의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 배우로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시인으로서 활동 : <<비너스와 아도니스 Venus and Adonis>>(1593) <<루크리스 Lucrece>> (1594)등 두 편의 장시를 발표하기도 했음. 극작가로서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 대략 24년간으로 봄. 이 기간에 그는 모두 37편의 작품을 발표함.

● 작품 구분을 시기별로 구분/ 다른 어느 작가보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특징

1) 습작적 경향, 영국사기를 중심으로 한 여사극에 집중

2)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3)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4) 만년에 가서는 호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

->그는 평생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 전력을 다함.

1599년 템스강 남쪽에 글로브극장을 신축하고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의 허락을 받아 극단명을 ‘임금님 극단(King's Men)’이라 개칭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러나 이런 명칭은 당시의 관례였을 뿐 상업적인 성격을 띤 일반 극단과 차이가 없었다. 1613년의 마지막 작품인 <<헨리 8세>>를 상연하는 도중 글로브극장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사망하였다.

출처 : 햄릿/ 맥베스/ 리어왕 - 민음사 작가 연보

 

2) 출판기획자이자 번역가인 박중서가 말하는 셰익스피어

셰익스 피어 2.gif .

만약 셰익스피어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존 헴이과 헨리 콘델이 그의 희곡 가운데 18편의 모아 세익스피어가 죽은 뒤 7년 후에 작품을 출간해주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전해지거나 평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존 헤밍과 헨리 콘델이 18편을 모아 출간해 준 그 작품짐이 [초판 2절판](퍼스트 폴리오) 작품집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셰익스피어의 희이 간행된 적은 있엇지만, [초판 2절판]은 그때까지의 여러 가지 판본을 비교함으로써 오류를 최대한 바로 잡은 최초의 비판본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현재 전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희곡 38편, 소네트 154편, 그리고 장시 2편등이고, 제목만 전해지는 작품도 있다. ‘희극’과 ‘비극’, 그리고 ‘사극’으로 분류되는 희곡 중에서는 [한여름 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폭풍우],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 왕], [맥베스], [햄릿], [오셀로], [줄리어스 시저] 등이 걸작으로 손꼽힌다.

작품의 완성 연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헨리 6세] 1-3부가 맨 처음이며, [헨리 8세]가 맨 마지막 작품인 것으로 추정한다. 운문 중 일부는 셰익스피어의 생전에 간행되었다. 장시 [비너스와 아도니스](1593)와 [루크리스의 능욕](1594)은 후원자 사우샘프턴 백작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간행되었고, 난해한 알레고리 시 [불사조와 비둘기]는 1601년에 다른 사람의 시집에 수록되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완벽하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격찬했던 소네트 역시 그의 생전인 1609년에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헌사에 나타난 헌정 대상인 이니셜 W. H.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두고 숱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T. S. 엘리엇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갖가지 틀에 맞춰 해석하려는 시도가 워낙 많았으므로, 이제 유일하게 시도되지 않은 방법은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오늘날 셰익스피어에 관한 연구, 저술, 공연 등의 활동은 엄연히 하나의 ‘산업’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과대평가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 가령 셰익스피어에 관한 최초의 기록 가운데 하나도 험담이었을 정도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갖가지 표현은 오늘날 영어에서 관용어구로 자리잡았다. 가령 “살과 피”(flesh and blood, 혈육), “마음의 눈”(in the mind's eye, 기억), “더러운 행실”(foul play, 반칙) 등이 그렇고, “지나간 것들의 기억”(remembrance of things past)과 “소리와 분노”(sound and fury)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각각 마르셀 프루스트와 윌리엄 포크너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 더욱 유명해졌다(물론 프루스트의 소설의 영어 제목은 이제 프랑스어 원제에 더 가까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로 대체되었지만).

셰익스피어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희곡은 중세의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면적이고 진부한 인물 대신 햄릿, 폴스태프, 이아고, 맥베스 같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3) 개인적 평가

셰익스피어에 관해 논할 때면 심심찮게 따라붙는 묘한 이야기가 하나 있단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추측이다. 물론 오늘날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극작가 겸 배우가 16세기 중후반에 영국에서 살았다는, 그리고 오늘날 전해지는 유명한 희곡 및 소네트의 작가라는 데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당대의 다른 인물의 필명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떠돌아다녔다. 어째서일까? 셰익스피어에 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가 극히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연구는 많이 되었지만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우리에게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그의 명성에 비해 알 수 있는 바가 적은 것 같다. 아마 그가 살았던 16세기까지만 해도 영국 내에서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기록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해지는 정보가 적은 것 같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셰익스피어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당대의 다른 저명한 극작가나 그들의 희곡에 관해서도 상당 부분을 ‘모르고’ 있다. 즉 셰익스피어만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스탠리 웰스는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주장들이 하나같이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즉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결코 대단한 이력이나 학력을 지니지 못한 시골 출신의 일개 극작가가 그런 걸작을 줄줄이 써냈다고는 믿을 수 없다는 오만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내가 읽은 3개의 작품으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햄릿>>을 읽으면서 많은 줄을 칠 수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문장을 기억하고 있어서 더 친숙한 책이었다. ‘햄릿’의 광기어린 지혜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 억울한 죽음을 알아차리는 명민함,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왕을 알아보는 눈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조연급 출연진을 활용하여 꼭 필요한 말을 하고 있는 세익스피어는 아마도 하나의 극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계산을 한 것 같다. 그의 출신을 모르고 그의 작품으로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평가 방법인 것 같다. 아마 그가 여러 사람이건, 다른 사람을 사칭한 거건, 상관없이 그의 작품은 오래남아 우리에게 총체적 인생에 대한 감정과 의식을 알려주는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며 많은 다른 작품에 인용 될 것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제1막 제1장

p9 바나도    누구요? 

정체성을 묻는 질문. <<햄릿>>의 시작을 ‘누구요?’로 했다는 것에 주목해본다. 바나도의 질문에 대답해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p11 바나도(왕의 근위대원) : 잠시 앉아

우리들 얘기에 드높게 담쌓은 자네 귀를 

이틀 밤에 걸쳐서 우리가 본 것으로 

다시 한번 공격해 보자고. 

 

저기 북극성 서쪽으로 떠 있는 저 별이 

지금 불타고 있는 곳으로 길 따라 흘러가 

그곳 하늘을 밝혔을 때, 

 

p13 호레이쇼(햄릿 친구이자 의논 상대) : 신에게 맹세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진실이란 보증이 없었다면, 

믿을 수가 없었을 거야. 

 

뭐라 딱부러진 생각은 할 수 없지만, 

내 어림짐작으로는 이게 우리나라에 

무언가 이상한 사건이 터질 징조야. (선왕의 유령을 보고)

 

마셀러스(왕의 근위대원) : 왜 이 같이 엄하고 철통 같은 경계로 

이 땅의 백성들이 밤마다 고생하며, 

왜 이렇게 날마다 청동대포를 주조하고

전쟁물자 얻으려고 대외무역 하는 건지, 

왜 이렇게 조선공을 징발하여 평일

휴일 안 가리고 고된 일을 시키는지.

뭐가 닥쳤길래 이렇게 땀흘리며 서둘러 

밤과 낮을 연이어서 일하게 만드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 누구야?

 

p15 호레이쇼 : 불꼬리를 매달고 피이슬 머금은 별들이 

태양의 재난을 예고했어. 그리고 

넵튠 왕국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젖은 별은

월식으로 종말이 온 것처럼 병들어 있었지 

그런 무서운 사건의 비슷한 전조를 

천지가 합심하여

언제나 운명에 앞서오는 전령이며

앞으로 다가올 재난의 서막으로, 

이 나라 강토와 사람들에게 보여줬어. 

 

p16 마셀러스 : 공기처럼 손상될 수 없기에, 

우리의 헛된 타격은 해치려는 시늉일 뿐이야. 

 

p17 호레이쇼 : 그때 그게 두려운 소환장 받아든 죄지은 사람처럼 소스라쳐 놀라더군. 

아침의 나팔수인 수탉은 높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낮의 신을 깨우고, 그 경고에 물이나 불, 땅이나 대기, 어느 곳이든 이탈하여 떠돌던 영혼은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간단 얘기를 들은 바 있는데, 그런 말이 진실임을 여기 있던 물체가 입증해 주었어. 

 

제1막 제2장

p18 왕(클로디어스) : 분별심이 우애심과 싸운 결과,/과인은 가장 현명한 슬픔으로 형님을 생각하며,/ 우리 자신들도 잊지 않았소/  

왕 : 그래서, 전에는 형수요 지금은 왕비인, 전운 감도는 이 나라의 왕권 분담자를 과인은 이를테면 꺾어진 기쁨으로, 한 눈은 행복에 또 한 눈은 수심에 차, 장례에 축가를 혼례에 만가를 부르듯, 환희와 비탄을 꼭 같은 무게로 달면서 부인으로 삼았소. 또 과인은 이 일에서 경들의 뛰어난 지혜를 막지 않았고 혼사에 기꺼이 반영했소. 모두 고맙소.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왕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음. 행복-수심, 장례-혼례, 축가-만가, 환희-비탄 등 자신의 죄를 가리고, 형수와의 결혼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헷갈리게 말하고 있는것 같다. 

 

p21 왕 : 좋은 때를 즐겨라 레어티즈, 네 시간을. 네 훌륭한 자질을 마음대로 발휘해라. 


햄릿 : 동족보단 좀 가깝고 동류라긴 좀 멀구나. 

(각주 : 촌수로 볼 때는 동족보다 가깝지만 같은 종류의 인간성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전혀 동류가 아니다.)

왕 : 어째서 왕자는 아직도 구름에 덮였는가?

왕비 : 착한 햄릿, 그 밤의 색깔을 내던지고/ 친구의 눈으로 덴마크 왕을 보려무나./ 영원히, 눈꺼풀을 내리깔고 흙 속에서/ 네 고귀한 아버지를 찾으려 하지 마라./ 넌 모든 생명은 죽으며, 삶을 지나/ 영원으로 흘러감이 흔한 줄 알고 있다. 

출생과 사망은 우리 곁에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출생은 경이로우며, 기쁜 일이다. 반면, 죽음은 늘 슬프고, 인간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흔한 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버리는 어미의 말은 아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 죽은 사람만 불쌍한 것인가. 

 

p22 햄릿 : 보이다뇨, 마마? 아뇨, 유별납니다/ 전 <보이는 건> 모릅니다. 어머니, / 저를 진실로 나타낼 수 있는 건 검정 외투, / 관습적인 엄숙한 상복,  힘줘 밷는 헛바람/ 한숨만도 아니고, 또 강물 같은 눈물과/ 낙담한 얼굴표정, 거기에다 비애의/ 모든 격식과 상태와 모습을/ 합친 것도 아닙니다. 그런건 정말 보이지요, /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행동이니까요. /허나 제겐 겉모습 이상의 무엇이 있으며, /그런건 비통의 옷이요 치장일 뿐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햄릿. 사실 죽음 뒤에 숨은 반역을 알고 있기에 그는 더 슬프다.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 때로 우리를 아주 고달프게 하고, 괴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근데, 왕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건가? 아들은 왜 어머니에게 ‘유령’을 보고, ‘진실’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안하는 걸까? 한통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유령’의 말을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뒤에 연극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잡긴 하지만) 햄릿은 이 대사 속에서 ‘보이는 것’에 대한 허구성을 고발하며 자신이 그 이상으로 슬퍼하고 있음, 그리고 진실을 알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p22~23 왕 : 그리고 유족들은/ 한동한 자식된 도리로 상례에 어울리는/ 슬픔을 보이게 되어 있지. 허나 끈질기게/ 집요한 비탄은 죄받을 옹고집의 길이고,/ 사내답지 못한 비애야. 그건 크게/ 하늘을 거스르는 태도, 약해빠진 심장, /조급한 마음, 단순하고 무식한 이해력을/ 보여주는 셈이야. 피할 수 없음을 알며/ 가장 흔해빠진 것처럼 눈에 띄는 일을-


망자를 거역하며 자연을 거역함이고, /가장 부조리한 논리인데, 자연법칙으로/ 흔히 조상이 죽으니, 최초의 시체에서/ 오늘 죽은 사람까지 <이건 할 수 없다>라고/ 자연이 항상 말해 주지 않느냐. 바라건대, / 무익한 비통을 땅에 던져버리고/ 나를 아버지로 생각해라. 

햄릿의 아버지는 자연법칙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 하늘을 거스르는 태도는 삼촌이 했다. 

 

p24 햄릿 : 오, 너무나 더럽고 더러운 이 육신이 허물어져 녹아내려 이슬로 화하거나, 영원하신 주님께서 자살금지 법칙을 굳혀놓지 않았으면. 오 하느님! 하느님! 이 세상 만사가 내게는 얼마나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가!/ 역겹다, 아 역겨워. 세상은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구나. 이 지경에 이르다니! 가신 지 겨우 두 달- 아니 아냐, 두 달도 안돼 - / 참 뛰어난 왕셨어. 이자에 비하면/ 태양신에 짐승격이지. 어머니를 / 너무나 사랑하여 바람이 얼굴을 드세게/ 스치지도 못하게 하셨지. 

나의 삶은 어떠한가?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 인생. 역겨운 세상.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나는 어떠한가? 발버둥치고 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가? 햄릿의 외침! 

1년이 지났다. 나의 삶은 점점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명제가 내 삶에도 펼쳐지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아둥바둥 살 필요 없다. 삶은 순리대로 가게 되어 있다. 


p25 햄릿 : 니오베처럼 울며불며 따라갈 때 신었던/ 그 신발이 닳기도 전에 - 아니, 그녀가 - 오 하느님, 이성 없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 더 오래 슬퍼했으련만

한 달 안에, 쓰라려 불그레한 그녀의 눈에서/ 가장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가시기도 전에/ 결혼했어. - 오 최악의 속도로다!/ 그렇게 민첩하게 상피붙을 이불 속에 뛰어들어! / 허나 가슴아 터져라, 입은 닫아야 하니까. 


p26 햄릿 : 헌데 대체 무슨 일로 비텐베르크를 떠났나?

호레이쇼 : 천성이 게으른 탓이지요, 왕자님

햄릿 : 자네 적이 그렇게 말한다면 듣고 있지 않을 테야. 자네 또한 자신을 비난하여 내가 그걸 믿게끔 만드는 폭언을 하진 않을 테고. 게으르지 않은 줄로 알아. 허나 엘시노아에 자네 볼일이 무언가? 떠나기 전에 흠뻑 취하게 가르쳐주지. 

호레이쇼 : 왕자님, 부왕의 장례식을 보려고요. 


p27 햄릿 : 제발 놀리지 말게, 학우여. 내 어머니의 결혼식을 보려고 온 것으로 생각되네.

호레이쇼 : 정말이지 왕자님, 연달아 있었지요. 

햄릿 : 절약이야 절약, 호레이쇼.

장례식 때 구운 고기, 혼례상에 차갑게 내놓았지. 호레이쇼, 그런 날을 맞느니 차라리 내 철천지 원수를 천국에서 만났으면. 아버님 - 내 아버님을 보는 것 같아 -

호레이쇼 : 어디서요, 왕자님?

햄릿 : 내 마음의 눈에서. 

호레이쇼 : 저도 뵌 적이 있습니다. 훌륭한 왕이셨죠. 

햄릿 : 참사람이셨지. 만사 완벽하단 뜻으로. 

 

 

p31 햄릿 : 악행은 천길 만길 파묻어도 사람 눈에 발각되리. 

우리는 흔히 말한다. 거짓말 하고 살면 안된다고, 나쁜짓 하고 살면 안된다고. 세상은 좁고,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제1막 제3장

p 31 레어티즈 (폴로니어스의 아들) : 햄릿 왕자와 그의 하찮은 호의란 건/ 유행이요 젊음의 객기이며 청춘의 꽃송이라, /빨리 피나 영원하진 못하고/ 달콤하나 오래가진 못하니, / 한순간의 향기요 시간 때우기 이상은 아니다. 

오필리아 죽음을 보며 햄릿은 오필리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아주 컸음을 알려준다. 이 부분은 레어티즈가 햄릿 왕자를 경계하는 부분인데, 햄릿의 마음을 알았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그레트헨의 오빠 발렌틴과 비슷하다. 


p32 레어티즈 : 인간이 자람에 근육과 몸집만/ 홀로 커지는 게 아니라, 그 신전이 넓어지면/ 마음과 영혼의 내적 봉사활동도/ 함께 커지는 법.

그는 싸구려 인간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이 나라 전체의 안녕과 번영이 /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 그러므로 그의 선택은 자기가 머리인/ 몸뚱이의 찬성과 동의에 묶일 수밖에./ 그래서 그가 널 사랑한다 말하면, / 넌 그 말을 그가 자신의 각별한 위치에서/ 행동으로 일치시킨 만큼만 믿는 것이/ 분별력에 맞다고. 

 

p33 레어티즈 :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젊음은 곁에 뉘 없어도 자기에게 반항해.

 

 

오필리아(폴로니어스의 딸) : 이 훌륭한 교훈의 골자를 제 마음의/ 파수꾼 삼을게요. 

은총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세요.

 

p34 폴로니어스(재상) :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아라./ 절도 없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도 말고. /친절하되 절대로 천박해지면 안 된다./ 그들을 네 영혼에 쇠고리로 잡아매라. / 허나 신출내기 철없는 허세꾼들/ 모두를 환대하느라 손바닥이 무뎌지면 안 된다./ 싸움에 낄까 조심해라. 허나 끼게 되면,/ 상대방이 널 알아모시도록 행동해라. /귀는 모두에게,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모든 의견을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해라./ 지갑의 두께만큼 비싼 옷을 사입되/ 요란하지 않게, 고급으로 야하지 않게./ 왜냐면 복장을 보고 사람을 아는 수가 많으니까./ 최고위급 프랑스 사람들이 그 점에서/ 단연 으뜸가고 가장 귀티나지./ 돈은 꾸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아라./ 왜냐하면 빚 때문에 자주 돈과 친구를 함께 잃고, / 또한 돈을 빌리면 절약심이 무디어진단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거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 / 축복으로 끝낸 말이 네 안에서 여물기를. 

유용한 교훈이다. 나에게도 적용시키고,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후에 자녀를 낫는다면 이 교훈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p35 오필리아 : 그건 제 기억 속에 가뒀으니, 오빠가 열쇠를 간직하고 계셔요. 


p36 폴로니어스 : 피가 끓을 때면 영혼이 얼마나 아낌없이/ 혀에게 맹세를 빌려주는지. 

열보다 빛을 더 발하는, 그 두 가지를/ 약속하면서 동시에 꺼지는 이 섬광을/ 불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햄릿 왕자로 말하자면, 그는 젋고,/ 네게 주어진 행동반경보다/ 더 넓게 움직일 수 있다고만 믿어라./ 한마디로 오필리아, 그의 맹세를 / 믿지 마라. 그 맹세란 놈은 겉옷과는/ 색깔이 다른 중매쟁이일 뿐만 아니라/ 불경한 청탁을 애원하는 자이며,/ 더 잘 속이기 위하여 성스럽고 경건한/ 뚜쟁이처럼 속삭이기 때문이야. 

 

제1막 제4장 

p39 햄릿 : 그게 자연의 조화든 운명의 장난이든,/ 단 한가지 결함의 딱지를 지님으로, / 그들의 미덕이 은총처럼 순수하고/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더라도,/ 바로 그 한 가지 결점으로 말미암아/ 일반인들이 썩었다고 평가할 것이야./ 한 방울의 악 성분이 종종 고귀한 본질/ 모두를 말살시키고, 치욕을 불러온단/ 말일세. 

원래 작은 불씨가 큰 불을 만들기 마련이다. 독약 한방울이면 사람이 죽고, 다툼도 아주 사소한 시비가 붙는 것에서 시작하여, 큰 싸움이 된다.

 

p41 왜, 두려울 게 뭔가? / 내 목숨이야 반 푼 값어치도 없고, / 내 영혼으로 말하자면 꼭같이 불멸인데,/ 그것이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다시 손짓하는구나. 난 따라가야겠다. 

죽음을 무릅쓰고 유령을 따라가는 햄릿. 아마 햄릿은 이때 그 유령이 아버지일 것이라 확신하고 가지 않았을까? ‘우리의 영혼은 꼭같이 불멸’이지만 인간에게 죽음은 두려운 법인데, 햄릿은 지금 그것을 초월한 상태다. 

 

호레이쇼 : 그 자리에 서기만 해도, 수십 길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고 파도의 굉음을 들으면, /다른 동기 없이도 절망적인 충동이/ 누구에게나 생깁니다. 

 

제1막 제5장

p44 햄릿 : 서둘러 알려주면 명상처럼/ 아니면 사랑의 상념처럼 빠른 날개로/ 복수에 돌입할 것입니다. 

 

유령 : 네가 이번 일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 넌 망각의 강변에 편안히 뿌리 내린/ 무성한 잡초보다 더 둔할 것이니라. 

 

p45 유령 : 내가 결혼했을 때 그녀에게 바친 맹세와/ 서로 견줄 만큼 가치 있는 사랑을 한 내게서, / 타고난 재능이/ 나보다 빈약한 비열한 놈에게로 내려가다니/허나 순결은 색욕이 천국의 모습으로/ 구애하더라도 결코 동요되지 않듯이,/ 욕정은 빛나는 천사와 맞붙어 있다 해도/ 천상의 침대에서 물리도록 만족한 후/ 쓰레기를 포식하리. 

내가 방심하고 있을 시간에 네 삼촌이/ 저주받을 독즙병을 가지고 몰래 들어와,/ 나병증을 일으키는 증류액을 내 귀에/ 쏟아부었는데, 그 효능이 사람의 피와는/ 극도로 상극이라, 수은처럼 재빠르게/ 인체의 정상 통로와 샛길로 번져나가,/ 마치 우유에 떨어뜨린 식초 방울처럼/ 갑자기 활기 있게, 묽고 건강한 피를/ 뻑뻑하고 엉기게 만든단다. 

난 자다가 동생 손에 의해/ 생명, 왕관, 왕비를 한꺼번에 빼앗기고/ 한창 죄업을 쌓고 있는 중에 잘렸으니,/ 성체 받고 기름 바르는 고해성사도 없이, / 죄를 청산하지도 못하고 온갖 결함을/ 내 머리에 인 채 심판대로 보내졌다. 

 

p47 햄릿 : 불쌍한 유령아, 이 혼란한 세상에/ 기억력이 자리잡고 있는 한. 잊지 마라? / 좋아, 내 기억의 수첩에서 젊은 시절/ 귀담아듣고 거기에 베껴놓은 /모든 시시껄렁한 기록들, 온갖 책의 격언들, /모든 문구들과 감상들을 지워버리고,/ 네 명령만 내 두뇌의 비망록 속에서/ 홀로 살리라, 저질 잡물과 뒤섞이지 않은 채./ 

 

p49 햄릿 : 둘 사이에 뭐가 있을까 알고 싶은 욕망은/ 자네들 능력껏 극복하게. 

 

p51 햄릿 : 인간의 철학으론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천지간에 많다네. 

인간의 한계를 이야기 하고 있음. 

 

그럴 때 나를 보고, 이렇게 팔짱 끼고/ 혹은 머릴 이렇게 흔들며, <글쎄, 우린 알지>,/ <알려면 알 수도 있>, <우리가 입을 열면>,/ <말할 사람 있지>와 같은 의심스런 문구를/ 발설하거나, 나에 대해 뭘 안다는 걸/ 나타내려고, 비슷한 암시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 것. 

 

p52 햄릿 :  그리고 햄릿처럼 가난한 사람이

사랑과 우정을 표할 길은, 신이 원하면, 

부족하진 않을 걸세. 같이 들어가지.

또한 항상 손가락을 입술에, 부탁이야. 

뒤틀린 세월. 아, 저주스런 낭패로다, 

그걸 바로 잡으려고 내가 태어나다니. 

 

제2막 제1장

p56 폴로니어스 : 젊음과 방종에 으레 따르며, 

잘 알려진, 짖궃고, 거칠고, 흔한 실수 

그런 것 말이야. 

레이날도 : 도박처럼요, 나리

폴로니어스 : 음. 혹은 음주, 칼질, 욕질, 싸움질, 계집질 

 

p58 폴로니어스 : 너의 거짓이란 미끼가 진실이란 잉어를

건진단 말씀이야. 이렇게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변죽을 울리고 옆을 찔러

간접 수단으로 직접 목적을 달성하지. 

이 부분은 햄릿이 배우의 대사를 통해 왕의 심리 변화를 목격하고자 할 때 쓰는 방법과 유사하다. 햄릿은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변죽을 울리고 옆을 찔러 간접 수단으로 직접 목적을 달성했다. 폴로니어스가 한 행동과 뒤에 햄릿이 하는 행동이 비슷하다. 

 

p60 폴로니어스 : 허나 의심도 한심했지! 우리 나이엔

너무 넘겨짚음이, 젊은 축들에게 흔히 

지각이 모자라듯 유별나서 말씀이야. 

자, 왕에게로 가자. 이건 알려야 돼. 

덮어두면, 사랑을 발설하여 살 미움보다 

감춰야 할 슬픔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가자. 

 

제2막 제2장 

p61 왕 : 그가 이토록 자기 인식에서 멀어진 이유가

아비의 죽음밖에 무엇인지 난 

상상을 못하겠네. 

햄릿이 ‘자기 인식’에서 멀어진 걸까? 햄릿은 자기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물론 왕의 입장에서는 햄릿이 자기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자기 인식’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인간은 늘 자기 자신을 인식하며 살아가야 한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말이다. 

 

p63 폴로니어스 : 분명히 말씀드리면, 전 제 영혼을 보호하듯

하느님과 자비로운 전하께 제 의무를 다합니다. 

(완전한 충성이 아닐까? 자신의 영혼을 보호하듯 의무를 다한다고 했으니.)

 

제 소식은 그 성대한 정찬의 후식이 될 것입니다. 

 

p65 폴로니어스 : 그러므로 기지의 핵심은 간결함이요

장황함은 팔다리와 겉치레인지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자님은 

미쳤습니다. 미쳤다고요, 왜냐하면

진짜 광기를 정의함에 있어 그런 상태를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p66 폴로니어스 : 원인이 있어야 이런 결함 있는 결과가 생기니까요. 

<거룩한 내 영혼의 우상, 최고로 잘 빠진

오필리아>- 이건 못된 표현, 상스런 표현입니다, 

<잘 빠진> 건 상스런 표현입니다. 허나 읽겠습니다. -

<이 글, 그녀의 빼어난 흰 가슴에 이 글을, 운운.> 

 

p68 폴로니어스 : 증거가 잡힌다면 진실이 감춰진 곳을, 

정말 지구의 중심에 감춰져 있더 해도, 

찾아내겠습니다. 

 

p69

폴 : 저를 아십니까, 저하?

햄 : 알다마다. 자넨 생선장수야. 

폴 : 아닙니다, 저하. 

햄 : 그럼 자네가 그 사람만큼 정직한 인간이길 바라네. 

폴 : 정직하라고요, 저하?

햄 : 그렇지. 지금 세상을 보면 정직한 사람이란 만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지. 

 

p71 폴 : 바람없는 곳으로 가실까요, 저하? 

햄 : 내 무덤 속으로?

폴 : 정말, 그게 바람 없는 곳이지요. 

이성이나 맑은 정신을 가지고는 이렇게 꼭 들어맞는 말을 할 순 없지. 

햄 : 여봐, 자네가 물러가는 것보다 내가 더 기꺼이 허락해 줄 일은 하나도 없어 

 

p72 햄 : 왜냐하면 좋거나 나쁜 건 없는데,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니까. 내겐 이게 감옥이야. 

생각의 힘. 생각의 힘에 대해 설명할 때 인용하면 좋을 부분. 

 

p73 햄 : 오 하느님, 난 호도알 속에 갇혀 있다 해도, 내 자신을 무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네 - 내가 악몽을 꾸지만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음은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힘이다. 덴마크가 감옥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무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는 햄릿의 말 속에서 인간이 가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길드스턴 : 그 꿈이란게 사실은 야망입니다. 왜냐하면 야망에 찬 사람의 바로 그 본질이 꿈의 그림자에 불과하니까요. 

햄 : 꿈 그 자체가 그림자일 뿐이지. 

로젠크란츠 : 옳습니다. 그리고 야망의 속성이란 공기처럼 너무나 가벼워서, 그림자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햄 : 그렇다면 거지들이 실체이고, 왕들과 허세부리는 영웅들은 거지들의 그림자란 말이군. 궁정으로 들까? 실토하네만, 난 이치를 따지지 못하겠어. 

 

p74 햄 : 얼굴에 <고백합니다>라고 씌어 있는데, 사람들이 고상하여 그걸 감출 만큼 교활하진 못하구만. 

 

햄 : 우리들 우정의 당연한 권리로, 우리들 젊음의 화합된 마음으로, 언제나 보존된 우리들 사랑의 의무로, 또는 이보다 더 나은 제안으로 자네들에게 간청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으로 내 자네들에게 엄숙하게 물을 테니, 불려왔는지 아닌지 사실대로 말해 주게. 

 

p75 햄 : 사실은 내 심정이 너무나 울적하여, 이 아름다운 구조물인 지구가 내게는 불모의 땅덩이로 보이고, 가장 빼어난 덮개인 저 대기, 보라고, 찬란하게 걸려 있는 저 창공, 황금 불꽃으로 수놓은 저 장엄한 지붕, 글쎄, 저런 것들이 내게는 더럽고 병균이 우글거리는 증기의 집합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네.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 여자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웃으면서 반대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서 햄릿은 르네상스의 회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천사와 동물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단다. 

 

p77 햄릿 : 내 부친이 살아 계셨을 때는 그에게 입을 삐죽거리던 친구들이 왕의 초상화 한 점에 스물, 마흔,쉰, 백 냥의 금화를 내고  있으니 말일세. 허 참, 이건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데가 있어, 학문으로 밝혀내면 알겠지만. 


p78 로젠크란츠 : 노인은 두 배로 어린이란 말이 있으니까요. 

 

p81 햄 : 만인을 기쁘게 하지 못했으니까. 대중들에겐 캐비어 같은 음식이었지. 

 

p84 배우1 : 독에 담근 혀끝으로 운명 여신 통치에 반역을 선포했을 것이오. 

 

p85 햄 : 왜냐하면 그들은 이 시대의 축소판이요 짧은 연대기이기 때문이오. 죽은 후 당신의 묘비명이 나쁘게, 살아 생전 배우들의 험단보단 나을 것이오. 

셰익스피어가 극단, 연극, 배우에 대해 생각하는 점을 햄릿의 대사로 읊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각자의 값어치대로만 대접하면, 태형을 피할 사람 있어요? 당신의 명예와 가치에 버금가게 그들을 대접하시오. 그들의 자격이 모자랄수록 당신의 선심은 더욱 값질테니까. 안으로 데려가시오. 

인간이란 존재의 값어치를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는 햄릿. 우리가 태형을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은 왜 악하지? 이부분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선악설을 따른 것 같다. 


p86 햄 : 여기 이 배우는 단지 이야기 속에서, 비탄이란 꿈 속에서, 영혼에게 상상을 강제로 주입시킨 결과, 얼굴은 온통 핼쑥 눈물은 글썽, 산란한 시선에 목소리는 잠기고, 모든 정신작용에 제 맘대로 형상을 부여함은 놀랄 일이 아닌가? 

그는 무대를 눈물로 채우고, 끔찍한 대사로 관객들의 귀를 찢어놓으며, 죄인은 미치게 무죄인은 섬뜩하게 만들고, 무식꾼을 혼동시키며, 눈과 귀의 기능을 정말 혼란시키리라. 

 


p87  햄릿 : 왜냐면 난 간은 콩알만 하고, 탄압을 쓰게 느낄 쓸개가 빠진 놈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옛날에 그 뒈질 놈의 창자로 하늘의 모든 솔개를 살찌워야 했었다. 잔인하고 음탕한 악당! 혹과 잔배신의 호색하고 비정한 악당! 아니, 이 무슨 못난이란 말인가! 거, 참으로 장하다. 고귀한 부친이 살해당한 아들, 천국과 지옥으로부터 복수를 재촉받은 내가 창녀처럼 말로만 내 가슴을 비우고, 순 잡년  잡놈처럼 저주를 퍼붓다니! 

 

p88 햄 : 죄지은 인간들이 연극을 보고 있을 때, 그 극적인 표현이 너무나 교묘하여 영혼을 때림에, 그들이 즉각 죄상을 공표한다 했었다. 왜냐하면 살인은 혀는 없어도 가장 기적 같은 수단으로 말을 할 것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아버님의 살해와 엇비슷한 연극을 삼촌 앞에서 시켜야지. 표정을 살피고 아픈 데를 찔러봐서, 만약에 움찔하면 내 할 일은 알고 있다. 내가 본 혼령은 악만지도 모른다. 그리고 악마는 제 모습을 보기좋게 위장할 힘이 있지. 맞아, 또, 내 허약함과 우울증을 빌미삼아, 심기가 그럴 땐 악귀가 큰 힘을 쓰니까, 나를 속여 파멸시킬 수도 있어. 좀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잡으리라. 연극이 왕의 양심 사로잡을 바로 그런 수단이다. 

삼촌이 자신의 죄와 비슷한 장면을 직면하게 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 햄릿은 복수를 감행할 것인지, 아닌지 정하려고 한다. (물론 계속 복수가 지연되지만) 

 

제3막 제1장

 

p 91 길든스턴 : 또한 저희들이 본인의 진정한 상태를 고백토록 유도했을 때, 선뜻 속마음을 터놓지 않고서, 교묘한 광기로 거리를 지킵니다. 


p93 폴로니어스 : 종종 우리들 탓이지만, 경건한 외모와 신성한 행동으로 우리가 악마조차 달콤하게 만듦은 너무 흔히 입증된 사실이다. 

왕 : (방백) 아, 너무나 진실이다. 그 말은 내 양심에 얼마나 아픈 채찍인가.

(각주 : 이전도 아니고 이후도 아닌 바로 이 시점에서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에게 클로디어스의 죄와 유령이 한 말의 신빙성을 확인시킨다.)

 

p94 왕 : 처바르는 기술로 고와진 창녀 뺨을 화장품과 비교해도, 가장 번드레한 내 말에 비한 행위만큼 추하진 않구나. 아, 짐이 무겁구나! 

 

햄 : 있음이냐 없음이야, 그것이 문제로다. 

(각주 :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역자가 <사느냐 죽느냐>로 옮겼다. / 그런데 원문은 <to be, or not to be>는 <사느냐 죽느냐>를 포함하는 존재와 비존재를 대립시키고 있기 때문에, 또 이 독백이 살고 죽는 문제를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명시하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고 모호하며 지극히 함축적인 일반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사의 선택으로 옮김은 미흡 하다고 생각된다. 원문의 뜻에 가장 적합한, 한자가 아닌 순수 우리말은 <있다>와 <없다>의 적당한 변형이 될 것이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각주 : 삶이란 거대한 고통의 바다에 대항하여 한 인간이 아무리 무기를 들고 덤벼봤자 중과부적의 헛된 싸움이 될 것이 뻔하므로 결과적으로 그는 고통을 <끝장내려다가> 자기 자신이  <끝장나게 될> 것이다.)


p95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람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하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 

잠을 자면 꿈을 꾸겠지. 필멸의 육신이 고리를 벗을 때 죽음의 꿈 속에서 어떤 꿈을 꿀지 몰라 우리를 망설이게 만든다. 


국경에서 그 어떤 나그네도 못 돌아온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의 의지력을 교란하고, 우리가 모르는 재난으로 날아가느니, 우리가 아는 재난을 견디게끔 만들지 않는다면?

p96 (이어서) 그리하여 양심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비겁자가 되어버리고, 그럼에 따라 결심의 붉은빛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기면서 행동이란 이름을 잃어버린다.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나라. 우리가 아는 재난을 견디게끔 하는 것. 아, 영원으로 들어가는 잠을 자면 세속에서의 고통, 번뇌, 고난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 후의 삶이 어떠한지 모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운명은 하늘에 속한 것.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알게 되는 부분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자고 일어나는 것에 대해 민감해 지면서 오늘 내게 호흡이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의 호흡은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필리아 : 준 사람이 불친절할 땐, 값진 선물도 고귀한 마음엔 초라하게 보이니까요. 

 

p97 햄 : 당신이 순결하고 고우면, 당신의 순결은 당신의 아름다움에게 어떤 대화도 허락지 마란 뜻이오. 

 

왜냐면 아름다움의 힘으로 순결을 뚜쟁이로 변신시키는 것이, 순결의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자기와 비슷하게 변화시키는 것보다 더 빠르니까. 

 

왜냐하면 미덕을 원줄기에 아무리 접목시켜도, 우리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소. 

오필리아가 자살하여, 장사지내러 가는 행렬을 보고, 오필리아를 묻기 위해 땅에 흙을 덮는 것을 보고 햄릿이 한 대사와는 상반되는 대사다. 사랑하지 않았소? 햄릿은 오필리아를 사랑한 게 맞지만, 자신의 복수 때문에 그녀를 놔주는 것인가? 사실 애매하다. 잘 모르겠다. 


p98 햄릿 : 수녀원으로 가. 아니 당신, 죄인들을 낳고 싶어? 나 자신은 그런대로 깨끗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스스로 문책할 수 있는 죄들 때문에, 어머니가 날 낳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난 대단히 오만하며, 복수심에 불타고, 야심만만하며, 내가 범할 수 있는 죄목은 생각을 해보거나, 상상 속에서 형체를 부여하거나, 시간을 두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숫자보다 더 많다고. 뭣 하러 나 같은 녀석들이 하늘과 땅 사이에 기어다닌단 말이야? 우린 모두 다시 없는 악당들이니 아무도 믿지 마. 수녀원 길에 오르라고. 


p99 햄 : 하느님은 여자들에게 한 가지 얼굴을 주셨는데, 여자들은 딴얼굴을 만들어. 삐딱빼딱 걸음에 혀찌래기 소리내며, 아무 데나 별 이름을 다 붙이고, 변덕을 무식으로 치부하지. 


오필리아 : 아, 얼마나 고귀한 정신이 무너졌나! 조신, 군인, 학자의 눈, 혀, 칼이요 아름다운 이 나라의 희망이요 꽃이며 예절의 거울이고 행동의 표본이요, 모든 존경의 귀감이 아주아주 쓰러졌어! 

 

p100 왕 : 그의 영혼 속에는 우울증이 무언가를 품고 앉아 있으며, 그것이 알을 깨고 드러나면 상당히 위험할 것 같소. 

아마 바다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풍경들이 그의 가슴에 뿌리 내린 무언가를 쫓아내지 않겠소. 

 

p101 왕 : 높은 자들의 광기는 방관하면 아니되오. 

 

제3막 제2장 

p102 햄 : 자신의 분별력을 교사로 삼으라고. 

그런데 이 일을 넘치거나 모자라게 하면, 식별력이 없는 자들을 웃길지는 모르지만, 안목 있는 사람들을 통탄케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자네들은 후자의 평가를 극장 가득한 전자의 평가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해. 

안목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 이것은 나의 글에 대한 평가를 받을 때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p104 햄 : 먹고 입을 재산으로 훌륭한 기백밖에 아무것도 없는 그대에게 내가 무슨 출세를 바라겠나? 왜 빈자에게 아첨해? 

가장 깊은 내 영혼이 선택의 주체 되고 인간들을 선별할 수 있게 된 이후로 그대를 자기 사람으로 확정했네. 왜냐하면 그대는 모든 해를 입으면서 아무 해도 입지 않고, 운명의 시련과 보답을 꼭같이 고맙게 맞이한 사람이니까

 

p107 햄릿 : 처녀 다리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건 즐거운 생각이오. 

오필리아 : 어째서요, 왕자님?

햄릿 : 빈 집이니까. 

오필리아 : 명랑하십니다, 왕자님

연극을 보면서 햄릿은 오필리아 무릎 위에 머리를 얹어 놓고는 계속해서 오필리아에게 수작을 거는 것 같은 말을 한다. 이유가 뭘까? 


p110 배우 왕비 : 여자들의 두려움과 사랑이란 비례하니, 양쪽 모두 비었거나 극닥으로 치닫지요. 

 

p111 배우 왕 : 우리들이 작심한 바 우린 자주 깨뜨리오. 결심이란 기껏해야 기억력의 노예일 뿐, 태어날 땐 맹렬하나 그 힘이란 미약하오. 그 열매가 시퍼럴 땐 나무 위에 달렸지만, 익게 되면 그냥 둬도 떨어지는 법이라오. 우리들이 자신에게 빚진 것을 잊어버려 못 갚는 건 정말이지 피할 수가 없는 거요. 격정 속에 우리들이 자신에게 제안한 건 그 격정이 사라지면 결심조차 없어지오. 

결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 이다. 행동없는 결심은 그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까지도 연구해 볼  문제다. 


슬픔이나 기쁨이나 격렬하면,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그 자체가 소멸되오. 기쁨 마음 광분하면 슬픔 마음 통탄하고, 별것 아닌 사건으로 슬픔 기쁨 엇갈리오. 이 세상은 영원하지 아니하며, 사랑조차 운에 따라 바뀌는 건 이상할 것 하나 없소. 왜냐하면 운과 사랑,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아직까지 안 밝혀진 의문이기 때문이오. 


높은 사람 떨어지면 측근 도망 눈에 띄고, 가난한 자 벼슬하면 적들조차 친구되오. 그렇다면 지금까진 사랑이 운 따라줬소. 

이 부분은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통해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일이 비일비재 한 것 같다. 특히 높은 사람이 떨어지면 측근 도망이 눈에 띄는 법이다. 


p112 (이어서) 왜냐하면 필요한게 없는 자는 친구 부족 절대 없고, 모자람이 있는 자가 속빈 친구 시험하면 그와 바로 원수지기 때문이오. 그렇지만 순서대로 시작에서 끝을 내면, 의도한 바 운명과는 정반대로 가는지라 우리들이 계획한 건 끊임없이 뒤집히오. 우리 생각 우리 거나, 그 결과는 아니라오. 그리하여 둘  남편 안 맞겠다 생각하나, 첫째 주인 죽었을 때 그런 생각 죽을 거요. 

 

p113 햄 : <<쥐덫>>이오. 거 참, 기가막힌 비유지요! 이 극은 비엔나에서 있었던 살인을 본뜬 겁니다. - 공작 이름은 곤자고, 그의 부인은 밥티스타이며- 곧 보시게 될 겁니다. 

악랄한 작품이지만, 그게 뭔 상관입니까? 그것이 전하와, 죄없는 영혼을 가진 저희들은 건드리지 못한다구요. 찔리는 게 있는 놈이 움츠리지, 우린 떳떳합니다. 

정곡을 찌르기 일보직전. 

 

p114 햄 : 내 칼날이 들어갈 땐 신음께나 할 거요. 

오필리아 : 더 고우나, 더 미워요. 

(각주 : 햄릿이 자기 말꼬리를 잡아 점점 더 <개선>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그 뜻은 점점 더 듣기 거북하게 되어간다는 말.)

햄릿은 오필리아와 말하고 있지만, 클로디어스를 겨냥한 말이기도 하다. 극이 진행 되면 진행될 수록 왕은 찔리는 마음에 표정관리도 못하게 되고, 결국 연극을 중단시킬테니 말이다. 


루시아너스 : <검은 마음, 능숙한 손, 맞는 독약, 적절한 때, 시간까지 공모하고 보는 사람 달리 없다. 한밤중에 거둬들인 독초 삶은 극약이여 헤카트의 마법 저주 삼세 번을 받았으니, 원래의 마력과 유독한 성분으로 건강한 생명을 당장에 빼앗거라.>


p115 오필리아 : 왕께서 일어나십니다. 

햄릿 : 뭐야, 공포탄에 겁먹었나? 

p115 햄 : 누구는 깨 있고 누구는 자면서 세상은 그렇게 도니까. 

 

p119 햄 : 자네가 날 얼마나 형편없는 물건으로 생각하나. 자넨 날 연주하고 싶지. 내게서 소리나는 구멍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자넨 내 신비의 핵심을 뽑아내고 싶어해. 나의 최저음에서 내 음역의 최고까지 울려보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 이 조그만 악기 속엔 많은 음악이, 빼어난 소리가 들어 있어. 그런데도 자넨 그걸 노래 부르게 못해. 빌어먹을, 자넨 날 피리보다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를 무슨 악기로 불러도 좋아. 허나 나를 만지작거릴 순 있어도 연주할 순 없어. 

비유. 

 

p120 햄릿 : <곧>이라, 말은 쉽지 - 친구들, 물러가게.

지금은 바로 마법의 밤 시간, 교회마당 묘지가 입벌리고 지옥 자체가 세상으로 역병을 내뿜는 때다. 난 지금 뜨거운 피 마시고, 낮에 보면 벌벌 떨 독한 짓을 할 수 있다. 그만, 이제 어머니에게로. 오 마음이여, 효성을 잃지 마라. 확고한 이 가슴에 네로의 영혼은 절대 들지 말게 하라. 잔인하되 불효는 말아야지. 칼같이 말하지만 칼을 쓰진 않을 테야. 내 혀와 내 영혼이 이 점에선 위선자길. 

즉 말로는 그녀를 어떻게 꾸짖든 그 말의 인준에는 내 영혼이 절대 동의 말기를. 



제3막 제3장 

p121 로젠크란츠 : 혼자만의 개인적인 삶도, 마음의 모든 힘과 무장으로 해를 입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하거늘, 그분의 안녕에 많은 목숨이 의지하고 머무는 옥체는 더 더욱 그래야 합니다. 국왕의 서거는 홀로 죽는 것이 아니고 소용돌이처럼 주변 것들을 끌어들입니다. 혹은 언덕 꼭대기에 고정된 육중한 바퀴처럼 거대한 살에 오만 가지 작은 것들이 아귀물고 연결되어, 그것이 떨어질 땐 모든 작은 무속품, 하찮은 물건들은 요란한 파멸을 따릅니다. 왕이 홀로 한숨 쉬면, 백성들은 신음하는 법입니다. 

 

p122 왕 : 난 지금 멋대로 활보하는 이 근심에 족쇄를 채우려 하니까. 

 

p123 왕 : 아, 내 죄 썩은 내가 하늘까지 나는구나. 

물론 의향은 의지만큼 뚜렷하나, 더 강한 죄의식이 내 강한 의도를 꺾어버리니, 난 두 가지 일에 매어 있는 사람처럼 어느 쪽을 먼저 할까 멈춰 서 있다가 둘 다 못하는구나. 

저주받은 이 내 손에 형의 피가 겹겹으로 묻었다 한들, 그걸 눈처럼 희게 씻어줄 만큼의 빗물이 저 자비로운 하늘엔 없는가? 죄의 얼굴을 마주보게 도와주는 것밖에 자비가 뭣 하러 있는가? 또 기도에 이중의 힘, 타락 전에 우릴 막고 후에는 용서하는 그 힘밖에 뭐가 있지? 난 위를 보리라. 과오는 지나갔다- 허나 아, 어떤 기도가 내게 맞을까? <더러운 살인을 용서하소서?> 그건 안 돼. 왜냐하면 난 내가 저지른 살인의 결과를 - 내 왕관과, 내 야망과, 내 왕비를 아직도 소유하고 있으니까. 사면받고 범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p124 왕 : 이 세상 부패한 흐름 속에서는 금칠한 죄의 손이 정의를 밀치고, 사악한 이득 그 자체가 법을 매수하는 걸 자주 본다. 그러나 저 위에선 안 그렇다. 거기에는 속임수란 없으며, 그곳에선 행위의 진정한 성격이 드러나, 우리는 과오의 이빨에서 이마까지 증거를 내놓도록 강요받는다. 그럼 어떡해? 뭐가 남았나? 참회로 되는 걸 해봐. 그걸로 뭘 못해? 허나 그걸로 뭘 해? 참회할 수 없는데? 오 비참한 처지! 오, 죽음처럼 검은 가슴! 오 끈끈이 밟은 영혼, 벗어나려 애쓸수록 더 잡히네! 천사들은 도우서소! 온 힘으로. 뻣뻣한 무릎아, 꿇어라. 철근 같은 심장아, 갓난애기 근육처럼 부드러워지거라. 만사 잘 될 수도 있다. 

왕의 죄가 왕의 입을 통해 확실히 공개되고 있다. 죄책감, 죄의식에 사로잡힌 왕. 자신의 죄 썩은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르고, 하늘까지 진동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죄를 참회할 수 없다고 계속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만사 잘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끝맺음한다. 인간이란 결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빠져나갈 구멍을 늘 만들어 놓는 것 같다. 진정한 참회란 신께 돌아가는 것. 돌이키는 것을 말한다. 탕자가 아버지께 돌아간 것처럼. 

 

p125 햄 : 놈은 아버지를 그가 육욕에 푹 빠지고 모든 죄악이 활짝 핀 오월처럼 싱싱할 때 앗아갔다. 그리고 하늘말고 그의 벌이 어떨지 누가 아랴?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하늘말고 그 살인자의 벌이 어떨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같다. 

허나 우리 입장에서 생각할 땐 무겁다. 그럼 내가 복수했어? 영혼을 씻고 있을 때, 하직하기 알맞게 무르익었을 때 놈의 목숨을 뺏는다면? 아냐. 아서라 칼아. 더 끔찍한 상황을 만나자. 놈이 취해 잠자거나 광란하고 있을 때, 침대에서 상피붙어 쾌락을 즐길 때, 경기 도중 욕하거나 구원받을 기미가 전혀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바로 그때, 다리를 걸자. 그래서 놈의 발꿈치는 하늘을 박차고, 영혼은 목적지 지옥만큼 시커멓고 저주받게. 어머니가 기다린다. 그 약

(클로디어스의 기도)은 네 병든 날을 연장할 뿐이니라. 

여전히 복수를 미루고 있음.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왕이 혼자 있으므로)

 

p126 왕 : 내 말은 날아가고 생각만 남았구나. 생각 없는 빈 말은 절대 하늘 못 가는 법

 

제3막 제4장

p127 햄 : 제가 거울을 갖다 놓고 어머니가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볼 때까진 못 갑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본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햄 : 피비린 행위. 왕을 죽이고 그 동생과 결혼한 것만큼이나 나쁘지요. 어머니 

왕비 : 왕을 죽여? 

햄릿 : 예, 마님, 제가 한 말입니다.- 

한심하고 성급한 주제넘은 바보. 잘 가. 

네 윗사람인 줄 알았다. 운명을 받아들여. 

너무 바쁜 것도 위험한 줄 알았겠지-

p128 햄 : 손을 쥐어짜지 마세요. 가만, 앉으세요, 제가 어머니 심장을 짜볼게요. 그렇게 할 겁니다, 만약 그게 부드러운 물질로 돼 있다면. 망할 놈의 습관이 쌓아놓은 철저한 무감각의 철옹성이 아니라면. 


p128 햄 : 정숙함의 품위와 수줍음을 흐려놓고, 미덕을 위선이라 부르며, 순수한 사랑의 고운 이마에서 장미꽃을 앗아가고 거기에 창녀 낙인을 찍으며, 혼인서약을 노름꿈의 거짓 맹세처럼 만드는 그런 행동 - 오, 계약이란 몸체에서 혼을 뽑아버리고, 종교의식을 한낱 말치레로 만드는 그런 행위 말입니다. 하늘이 얼굴을 붉히고, 이 단단한 지구가 최후심판 맞은 듯 슬퍼하는 모습을 내려보며, 그 행동에 가슴 아파합니다. 


p129 햄 : 여기 이 그림과 이 그림, 두 형제의 초상화를 보십시오. 이분의 이마 위에 어떠한 미덕이 서려 있나 보시라고요. 

태양신의 머리칼, 주피터의 이마에 군신처럼 위협하고 호령하는 눈과, 전령신 머큐리가 하늘 닿은 언덕 위에 갓 내린 듯한 자태를. 모든 신들이 각자의 인장을 찍어 세상 사람들에게 참사람을 증명해 주려고 만든 듯한 진정한 융합체를. 이분이 어머니 남편이셨죠. 

 이제 그 다음을 보세요. 

곰팡난 옥수수 자루처럼 건강한 형님을 썩게 하는 여기 이 남편을. 눈 있어요? 이 고운 산을 버리고 이 늪에서 먹고 살찔 수가 있어요? 하, 눈 있어요?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순 없지요. 왜냐면 그 나이엔 한창때 혈기가 길들고 순해져 분별력을 따르는데, 무슨 놈의 분별로 여기서 여기로 갑니까? 감각, 분명 있죠. 없으면 동작을 못하니까. 허나 분명코 졸중 걸린 감각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차이에는 미쳤어도 실수하지 않을 거며, 감각이 설사 환각의 노예가 됐더라도 약간의 선택은 남았을 테니까요. 

 

p130 햄 : 어머닐 그렇게 술래처럼 눈가린 건 어떤 놈의 악마였죠? 촉각 없는 눈, 눈 없는 촉각, 손도 눈도 없는 귀, 무감각의 후각 혹은 진실된 한 가지 감각의 병든 일부라도 그렇게 헤맬 순 없지요. 오, 수치심아, 네 붉은 뺨은 어딨느냐? 역적같은 욕정아,  네가 중년 여인 몸에서 반역할 수 있다면, 불타는 청춘에겐 순결함이 양초처럼 자기 불에 녹게 하라. 충동적인 열기가 돌진해 오더라도 부끄러워 말아라, 왜냐하면 찬서리가 활활타고 이성이 욕망의 뚜쟁이니까. 

 

p133 햄 : 제 맥박은 어머니 맥박처럼 박자 맞춰 건강하게 노래해요. 

어머니, 은총에 맹세코, 자기 죄는 조용한데 제 광기가 떠든다는 아첨 같은 고약을 영혼에 바르진 마세요. 그건 단지 곪은 데를 막 씌울 뿐이며, 썩은 고름은 밑으로 파고들어 안 보이게 퍼집니다. 하늘에게 고백해요. 지난 일은 뉘우치고 앞일은 피하세요. 그리고 잡초에 퇴비를 뿌려 더욱더 무성하게 만들지 마시고. 제 덕행을 용서하세요. 왜냐면 바람들어 띵띵해진 이 시절엔 미덕이 몸소 악덕에게 용서를 빌고, 예, 잘해줘도 좋다는 허락을 간구한답니다. 

 

p133~134 햄 : 악습에 대한 감각을 모조리 잡아 먹는 습성이란 괴물도 이 점에선 천사랍니다. 

즉 좁고 착한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놈이 쉽사리 입을 수 있는 외투나 예복 또한 준답니다. 오늘 저녁 자제하면 그 때문에 다음번 금욕은 조금 쉽고, 그 다음은 더 쉬워질 것입니다.  

p134 햄 : 왜냐하면 습관은 천성의 각인조차 바꿔놓을 수 있으며, 악마를 누르거나 놀라운 힘으로 그놈을 내던집니다.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인용할 수 있는 부분. 

 

저의 잔인성은 오직 친절일 뿐입니다. 이건 악의 시작이고 더 악한 게 남았어요. 

 

p135 왕비 : 말은 숨 때문에, 숨은 생명 때문에 있다면, 네가 한 말을 숨쉴 내 생명은 없을 것이다. 

 


제4막 제1장

p140 왕비 : 누가 더 힘센지 싸우는 바다와 바람처럼 미쳤어요. 

 

p141 왕비 : 그래서 악성 비방이 과녁을 정조준한 대포가 온 세상에 독물탄을 쏘아대듯 수군댄다 할지라도, 과인 이름은 비껴가고 아무 끄떡 없는 공기만 때리도록. 

 

제4막 제2장 

p142 로 : 저하, 시체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햄 : 흙에다 합쳐놨지, 서로 친척뻘 되니까. 

 

햄 : 내가 너희들의 비밀은 지키고 내 비밀은 못지킨다는 걸. 더구나 스펀지 같은 인간의 요구에 - 왕의 아들이란 사람이 뭐라고 응답해야 할까? 

 

햄 : 그럼 왕의 총애와 보답과 권세를 빨아들이는 물건이지.  허나 그런 하수인들이 결국 왕에게 가장 잘 봉사하는 거야. 그는 원숭이처럼 그들을 입 한구석에 - 처음엔 넣고 있다가 마지막엔 삼키지. 그가 너희들을 긁어모은 게 필요할 땐, 짜기만 하면 너희들 스펀지는 다시 마를 거라구. 

 

p143 햄 : 악담은 멍청한 귀 속에선 잠자는 법이거든. 

 

제4막 제3장 

p143 왕 : 그들의 판단력보다 눈으로 좋아해서 눈에만 든다면, 죄인의 범행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처벌만 생각합니다. 


p144 햄릿 : 그가 먹는 곳이 아니라 먹히는 곳에서. 정치꾼 같이 버러지 한 무리가 회동, 이 간순에도 그를 차지하고 있지요. 먹는 데에는 구더기가 유일한 황제랍니다. 우린 우리가 살찌려고 다른 모든 짐승들을 살찌우며, 우리 자신은 구더기를 위해 살찌웁니다. 뚱보 왕과 마른 거지란 다양한 식사에 불과한데 - 음식은 둘이나, 한상에 오르지요. 그렇게 끝난답니다. 

 

제4막 제4장

p148 햄 : 이천명의 인명과 이만의 금화로도 이런 하찮은 문제를 해결치 못하는구나! 이건 큰 부와 평화가 안으로 곪아터져, 겉으로는 사람이 왜 죽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경우로다. 참으로 고맙소이다. 

 

햄 :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판 主소득이 먹고 자는 것뿐이라면, 짐승 이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넓은, 앞뒤를 내다보는 사고력을 넣어주신 분께서, 그 능력과 신과 같은 이성을 쓰지 않고 썩이라고 주신 건 분명코 아니다. 헌데 이 무슨 짐승같은 망각인지, 혹은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시간을 판 주소득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먹고 자는 것 말고, 나는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짐승 이상이 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햄릿은 계속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미루고 있는 스스로에게 질책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생각을 쪼개봤자, 반에 반만 지혜이고 나머지는 비겁함이겠지만 - 난 내가 왜 이건 하리라고 살아 말하는지 모르겠다, 해치울 명분과 의지, 힘과 수단이 있음에도. 흙처럼 흔한 예가 날 훈계한다. 그 증거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왕자가 이끄는 이 대규모 호화판 군대를 보라. 그의 마음은 하늘 같은 야심으로 부풀어 예측 못할 결과 따윈 코웃음치면서, 죽기 쉽고 불확실한 목숨을 게딱지만한 땅 때문에, 온갖 운명과 사망과 위험에 내맡긴다. 

 

p149 햄 : 진정으로 위대함은 큰 명분이 있고서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명예가 걸렸을 땐 지푸라기 하나에도 큰 싸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진정으로 위대함은! 햄릿의 정의 

그럼 난 어떤가? 아버지는 살해되고 어머닌 더럽혀지고, 내 이성과 내 혈기가 강력히 미는데도 모든 걸 잠재우는 한편, 창피하게도 이만 병사의 임박한 죽음을 보지 않는가? 그들은 명성이란 환상, 속임수 때문에 침실처럼 무덤으로 가며, 그만한 숫자가 시비를 가리거나, 전사자를 파묻을 묏자리로도 충분치 않은 땅을 위하여 싸우지 않는가? 오, 지금부터 내 생각이 피비리지 아니하면 아무 소용 없으리라. 

햄릿은 계속해서 갈등하고 있다. 복수, 삼촌을 죽이는 것에 대한 명분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제4막 제5장 

p151 왕비 : 죄의 참된 본질이 그렇듯, 병든 내 영혼에겐 사소한 일들이 커다란 불행의 전주곡 같구나. 죄의식은 서투른 걱정에 가득 차서, 엎지를까 겁내다가 스스로 엎지른다. 


p152 오필리아 : 주님, 우린 지금의 우린 알지만 어떻게 될진 몰라요. 


p154 왕 : 슬픔이란 첨병은 한 사람씩 오지 않고 대부대로 몰려오오

 

p155 사자 : 경계를 넘보며 치솟는 바다가 해안을 더 성급히 삼키지는 못합니다. 폭동의 선두에 선 젊은 레어티즈가 전하의 관리들을 위압하는 것보다. 폭도들은 그를 왕이라고 부르며 천지가 개벽하 듯-

 

p158 레어티즈 : 인간의 본성은 사랑으로 맑아지고, 본성이 맑은 사람은 그 귀한 일부를 사랑하는 이에게 딸려보내는 법이

(각주 : 레어티즈는 오필리아가 실성한 이유를 그녀가 맑아진 본성의 일부를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음에 딸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발상이 레어티즈의 성격에 맞지 않음은 여러 비평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p159 오필리아 : 만수향 여깄어요. 그건 기억하란 말이지요. 

 

p161 왕 : 그리고 죄 있는 곳에는 철퇴가 내려야지. 

 

제4막 제6장

 

p162 호레이쇼 : 자넨 죽음에서 도망치듯 빨리 내게로 오게.  

 

 제4막 제7장 

p163 왕 : 그리고 내 영혼과 내 생명에 너무나 직결되어, 별이 궤도 밖으로는 움직일 수 없듯이

p164 (이어서) 나 또한 그녀 밖을 못 벗어나. 

그에 대한 대중들의 크나큰 사랑인데, 그들은 그의 모든 허물을 애정에 담그고, 나무를 돌로 바꾸는 샘물처럼 마음쓰며 곰보조차 보조개로 미화시켜. 

 

p166 왕 : 청년의 모자에 달린 장식에 불과하지 - 허나 꼭 필요해. 왜냐하면 청년이 걸치는 가볍고 격식 없는 복장은, 노인이 입는 안정가 위엄을 뜻하는 모피 예복만큼 어울리는 법이니까. 


p168 왕: 사랑의 발단은 시간임을 알며, 그 불꽃과 열기도 시간 가면 줄어듦을 실제 증거를 통하여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길 속엔 그것을 약화시키는 일종의 심지나 검댕이 자라는 법이며 언제나 꼭같이 좋은 것도 없는 법이다. 왜냐하면 좋은 것도 넘치면 홧병처럼 제풀에 죽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픈 일 하고 플 때 해야 돼. 왜냐면 <하고픔>은 말이 많고 손이 많고 사건이 많은 만큼 변하고 줄어들고 지연되며, <해야 됨>도 한숨이 피 말리는 것처럼 누그러지면서 우리를 해치니까. 허나 궤양의 뿌리로 (각주 : 문제의 핵심으로. 이 극에 나오는 많은 질병의 비유 중의 하나로, 클로디어스의 악한 의도를 무의식적으로, 그러나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햄릿이 돌아온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버지의 아들임을 보여주기 위해 넌 뭘하겠느냐? 

레어티즈를 부채질하여 자신이 제거하고 싶은 햄릿을 제거하게 유도하는 왕. 비열하다. 

또 햄릿이 삼촌에 대한 복수를 지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왕의 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해야 됨>도 한숨이 피 말리는 것처럼 누구러지면서’의 부분이 특히 그러하다.  


p172 레어티즈 : 가련한 오필리아, 넌 물이 너무 많아. 내 눈물은 삼가겠다. 하지만 인간이니 울 수밖에. 창피야 뭐라 하든 본성의 습관은 못 버린다. 

인간의 본성. 셰익스피어는 우리 자신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제5막 제1장

p176 광대 : 내 말 좀 들어봐. 여기 물이 있어 - 좋았어. 여기 사람이 서 있어 - 좋았어. 만약 사람이 물로 걸어가서 빠져 죽으면, 그건 싫건 좋건 자기가 가는 거여. 그 점을 주목해. 허나 만약 물이 사람에게 다가와 그를 빠뜨리면, 그는 빠져 죽는 게 아녀. 고로 자기 죽음에 무죄인 사람은 자기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고. 

 

p178 광대 : 둔해빠진 당나귀 놈 때린다고 걸음이 빨라지진 않을테니까. 

 

호레이쇼 : 습관 때문에 자기 일에 무심하게 되었나봅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습관 때문에 자기 일에 무심하게 되어 사는 것만큼 재미없는 인생도 없을 것 같다. 

햄릿 : 할 일 없는 손의 감각이 더 예민한 법이니까. 

 

p179 햄 : 저 해골에도 한때는 혀가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겠지. 

 

지금은 턱 떨어져 구더기 마나님 밥이 되고, 묘파기꾼 삽질에 대갈통을 얻어맞네. 알아볼 재주만 있다면, 세상이 기막히게 도는 이치 여깄구만. 저 뼈다귀들을 키운 값이 던지기 노리갯감밖에 안 돼? 생각하니 내 뼈가 쑤시는군. 


p180 저기 또 하나. 아니, 저건 어떤 변호사 해골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의 고상한 궤변과, 사건과, 소유권 변론과 속임수는 어디 있단 말인가? 왜 저 친구가 이 미친 녀석에게 더러운 삽으로 통박을 얻어 맞고도, 녀석의 폭행죄에 대해서는 말이 없을까? 흠, 이 사람은 살아 생전에 담보증명, 차용증서, 이전증서, 이중증인, 양도확인으로 굉장한 땅장사였는지도 모르지. 담보물만 가득하던 그 머릿속이 진흙이란 담보물로 가득 찼으니, 이게 그의 담보 중 최고 담보이며, 양도확인 중 마지막 양도확인인가? 증인소환으로 보증될 수 있는 그의 토지구매가, 이중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가로 세로 계약서 한 장 크기 밖에 안 된단 말인가? 저 관 속에는 자기 땅의 땅문서조차 다 들어가지 못할 판이니, 매입자 자신은 더 이상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말인가? 

죽은 위대한 학자보다 산 땅파기 양반이 낫다. (그런것 같다.)


p184 햄릿 : 알렉산더 대왕도 땅 속에선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나? 

호: 물론이지요. 

햄 : 냄새도 이렇고? 퉤!

호 : 물론입니다. 왕자님. 

햄 : 우린 얼마나 천한 쓰임새로 돌아가나, 호레이쇼! 흠, 알렉산더 대왕의 고귀한 유골이 술통 아가리를 막을 때까지 상상으로 추적해 보면 안 되는 걸까? 

호 : 그런 식의 고찰은 너무 세밀한 고찰일 것입니다. 

햄 : 아, 세상을 떨게 하던 그 흙덩어리 몸뚱이가 겨울 바람 쫓으려고 벽 구멍을 때우다니 허나 잠깐, 허나 잠깐만. 왕과, 왕비와 조신들이 오는군.  


p186 레어티즈 : 이제 죽은 자와 산 자 위에 흙을 쌓아 평지에 산을 만들어라. 옛 필리온 혹은 하늘 닿은 저 푸른 올림포스 산정보다 더 높아질 때까지. 

햄릿 : 자신의 애통함을 그렇게 강조하는 자, 슬픔의 언어로 행성들을 매혹하고 정지시켜, 그들이 놀라 듣게 하는 자가 누구냐? 난 덴마크 왕 햄릿이다. 


p188 햄릿 : 천하장사 헤르쿨레스가 어떻게 하더라도 고양인 울 것이고 개는 때를 만날 것이다. 

(각주 : 1) 각각의 동물이 본성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햄릿은 헤르쿨레스와 같이 기고만장한 레어티즈를 내버려 둔다. 한편 개가 때를 만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속담을 고려할 때 햄릿은 레어티즈의 헤르쿨레스와 같은 장담을 무시하고 자신의 승리를 자랑한다. 2) 헤르쿨레스도 레어티즈의 성공적인 허풍을 막을 수 없다. 혹은 햄릿이 레어티즈를 경멸의 뜻으로 개가 아니라 헤르쿨레스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즉 이 꼬마 헤르쿨레스가 제멋대로 까불게 내버려두자, 나의 때가 올 테니까.)


 

제5막 제2장

p189 햄릿 : 가슴속에 모종의 싸움으로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p191 나도 한때는 이 나라 정객들이 그리하듯 매끈한 필체를 속되다 여기고, 어떻게 그 공부를 잊을까 힘깨나 썼지. 허나 지금은 그게 충복의 역할을 해주었어. 뭐라고 썼는지 알고 싶나? 

공부는 남는 법.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씌일지 모르는 법이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시간과 돈, 에너지를 아끼는 길이다.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뜻을 발견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p192 햄릿 : 저급한 인간들이 두 망각한 적대자가 독이 올라 주고받는 칼 틈에 낀다는 건 위험한 일이지. 

 이 손으로 빚갚음이 양심상 떳떳하지 않겠어? 

또 이런 암적인 존재가 악을 계속 범하도록 내버려두면 저주받지 않겠어?

 

p192 햄릿 : 인간의 삶이란 <하나>를 셈보다 길진 않아.  허나 여보게 호레이쇼, 레어티즈에게 내가 이성을 잃은 건 대단히 유감이네. 내 처지로 미루어봤을 때 그의 심정을 아니까.  용서를 구하겠네. 허나 그의 화려한 비탄에 내 격정이 치밀어 올랐지. 


p195 햄릿 : 허나 다른 사람을 잘 안다 함은 자기를 아는 것이지요

 

p197 햄릿 : 자기에게 바치는 건 잘하는 일이지. 자기를 위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호레이쇼 : 댕기물떼새처럼 알껍질을 쓴 채로 도망갔습니다. 


p198 햄릿 : 아무 상관 없어. 우린 전조를 무시해.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른다.’는 말이 와 닿는다. 살아 있는 동안에 충실하자. 그 이후는 우리 몫이 아니다. 


p199 햄릿 : 햄릿이 자기 자신과 분리되어 자기가 아닐 때 레어티즈에게 잘못하면, 그건 햄릿 짓이 아니라고. 햄릿은 그걸 부인하네. 그럼 누가 했지? 그의 광기야. 그렇다면 햄릿은 피해를 입은 쪽에 속한 거지. 그의 광기가 불쌍한 햄릿의 적이야. 

 

p200 햄릿 : 내가 미숙하니, 자네의 재주는 칠흑 같은 밤 진짜 별처럼 타오를거야. 

 

p204 레어티즈 : 도요새처럼 내 덧체 걸렸소. 오즈릭. 내가 배신하였기에 당연히 죽는 거요. 

 

p205 레어티즈 : 용서를 나눕시다. 햄릿 왕자님. 

 

p206 햄릿 : 남은 건 침묵일 뿐. 

 

p207 포틴브라스 : 이 시체더미는 대살육을 외치는구나. 아, 오만한 죽음이여, 그대의 영원한 암실에서 무슨 잔치 벌이려고 이 많은 왕족들을 저리도 무참하게 단 일격에 쓰러뜨렸느냐? 

 

호레이쇼: 아직 모르는 세상에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게 해주시오. 그러면 음탕하고 피비리며 천륜을 어긴 행위, 우연 천벌, 우발 살인, 간계와 술책으로 빚어진 죽음과, 이번 결말에서 모사꾼의 머리 위에 떨어진 빗나간 목표에 대해 들으시게 될 겁니다. 제가 이 모든 걸 진실되게 전달 할 수 있습니다. 

 

<햄릿> 작품 해설

 햄릿만큼 작품의 성격을 특징짓는 인물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햄릿 없는 <<햄릿>>은 상상 불가능하고, 우리가 <<햄릿>>을 읽고 보는 이유도 햄릿과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햄릿에 끌리게 되는 걸까? 그것은 햄릿에서 볼 수 있는 양극의 <신비로운 > 공존 때문이다. 

 햄릿의 이분법적 사고와 함께 그것을 뛰어넘는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에 신비롭다고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령이 찾아옴으로써 있음과 없음, 선과 악으로 양분된 덴마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면서 회의하고 갈등하던 햄릿은 5막 2장에서 드디어 초월적인 경지에 이른다.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초탈하여 <마음의 준비가 최고>이며 <순리를 따라야지>라고 말한다. 이런 무심한 마음가짐 때문에 우리가 햄릿이 이분법의 세계에서 속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햄릿은 끝까지 고통받는 인간의 차원에서 살다 죽으며, 이 점이 우리가 햄릿을 동정할 수 있고 그에게 끌리는 커다란 이유이다. 

 햄릿이란 주인공을 통하여 셰익스 피어가 <<햄릿>>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비극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극이 인간의 존재문제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이 놓여 있기 때문에 존재문제를 다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또한 복수라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와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행위의 본질을 추구한다. 

 <<햄릿>>은 존재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 하는 삶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3. 문장 50개 중 20개 선정

1. 악행은 천길 만길 파묻어도 사람 눈에 발각되리. 


2. 햄릿 왕자와 그의 하찮은 호의란 건/ 유행이요 젊음의 객기이며 청춘의 꽃송이라, /빨리 피나 영원하진 못하고/ 달콤하나 오래가진 못하니, / 한순간의 향기요 시간 때우기 이상은 아니다. 


3. 은총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세요.


4.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거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 / 축복으로 끝낸 말이 네 안에서 여물기를. 



5. 인간의 철학으론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천지간에 많다네. 


6. 왜냐하면 좋거나 나쁜 건 없는데,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니까. 내겐 이게 감옥이야. 


7. 오 하느님, 난 호도알 속에 갇혀 있다 해도, 내 자신을 무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네 - 내가 악몽을 꾸지만 않는다면. 


8.  사실은 내 심정이 너무나 울적하여, 이 아름다운 구조물인 지구가 내게는 불모의 땅덩이로 보이고, 가장 빼어난 덮개인 저 대기, 보라고, 찬란하게 걸려 있는 저 창공, 황금 불꽃으로 수놓은 저 장엄한 지붕, 글쎄, 저런 것들이 내게는 더럽고 병균이 우글거리는 증기의 집합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네.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 여자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웃으면서 반대하는 것 같지만. 



9.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람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하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 


10. 국경에서 그 어떤 나그네도 못 돌아온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의 의지력을 교란하고, 우리가 모르는 재난으로 날아가느니, 우리가 아는 재난을 견디게끔 만들지 않는다면?


11. 그리하여 양심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비겁자가 되어버리고, 그럼에 따라 결심의 붉은빛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기면서 행동이란 이름을 잃어버린다. 


12. 결심이란 기껏해야 기억력의 노예일 뿐, 태어날 땐 맹렬하나 그 힘이란 미약하오. 그 열매가 시퍼럴 땐 나무 위에 달렸지만, 익게 되면 그냥 둬도 떨어지는 법이라오. 우리들이 자신에게 빚진 것을 잊어버려 못 갚는 건 정말이지 피할 수가 없는 거요. 격정 속에 우리들이 자신에게 제안한 건 그 격정이 사라지면 결심조차 없어지오. 

결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 이다. 행동없는 결심은 그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3. 악습에 대한 감각을 모조리 잡아 먹는 습성이란 괴물도 이 점에선 천사랍니다. 

즉 좁고 착한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놈이 쉽사리 입을 수 있는 외투나 예복 또한 준답니다. 오늘 저녁 자제하면 그 때문에 다음번 금욕은 조금 쉽고, 그 다음은 더 쉬워질 것입니다.  


14. 왜냐하면 습관은 천성의 각인조차 바꿔놓을 수 있으며, 악마를 누르거나 놀라운 힘으로 그놈을 내던집니다. 


15.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판 主소득이 먹고 자는 것뿐이라면, 짐승 이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넓은, 앞뒤를 내다보는 사고력을 넣어주신 분께서, 그 능력과 신과 같은 이성을 쓰지 않고 썩이라고 주신 건 분명코 아니다. 헌데 이 무슨 짐승같은 망각인지, 혹은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16. 진정으로 위대함은 큰 명분이 있고서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명예가 걸렸을 땐 지푸라기 하나에도 큰 싸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17. 죄의 참된 본질이 그렇듯, 병든 내 영혼에겐 사소한 일들이 커다란 불행의 전주곡 같구나. 죄의식은 서투른 걱정에 가득 차서, 엎지를까 겁내다가 스스로 엎지른다. 



18. 인간의 본성은 사랑으로 맑아지고, 본성이 맑은 사람은 그 귀한 일부를 사랑하는 이에게 딸려보내는 법이지.



19. 사랑의 발단은 시간임을 알며, 그 불꽃과 열기도 시간 가면 줄어듦을 실제 증거를 통하여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길 속엔 그것을 약화시키는 일종의 심지나 검댕이 자라는 법이며 언제나 꼭같이 좋은 것도 없는 법이다. 왜냐하면 좋은 것도 넘치면 홧병처럼 제풀에 죽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픈 일 하고 플 때 해야 돼. 왜냐면 <하고픔>은 말이 많고 손이 많고 사건이 많은 만큼 변하고 줄어들고 지연되며, <해야 됨>도 한숨이 피 말리는 것처럼 누그러지면서 우리를 해치니까. 허나 궤양의 뿌리로 (각주 : 문제의 핵심으로. 이 극에 나오는 많은 질병의 비유 중의 하나로, 클로디어스의 악한 의도를 무의식적으로, 그러나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햄릿이 돌아온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버지의 아들임을 보여주기 위해 넌 뭘하겠느냐? 

 

20.  아무 상관 없어. 우린 전조를 무시해.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IP *.142.242.2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 [1] 레몬 2013.03.18 3132
» [세번읽기] 햄릿 _ 셰익스피어 [1] 세린 2013.03.18 5530
1410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 file 용용^^ 2013.03.18 4201
1409 # 46 [3번 읽기]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file 샐리올리브 2013.03.18 3511
1408 그리스 비극-세 번째 읽기 file [1] id: 깔리여신 2013.03.18 3978
1407 장자(세 번 읽기) 학이시습 2013.03.18 3616
1406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캐런 킹스턴 콩두 2013.03.18 5903
1405 #47_순자 세번읽기. 김학주옮김 을유문화사 서연 2013.03.25 3556
1404 [세번읽기] 리어왕,맥베스 _ 셰익스피어 세린 2013.03.25 4440
1403 3번 읽은 파우스트 file 레몬 2013.03.25 2892
1402 47. 나의 이야기(변경연 칼럼Review)_한젤리타 지음 한젤리타 2013.03.25 2074
1401 # 47 융 [3번읽기] 기억 꿈 사상 file 샐리올리브 2013.03.25 3840
1400 지중해기행-니코스 카잔스키지음 id: 깔리여신 2013.03.25 3911
1399 게리 해멀의 경영의 미래(두번 읽기) 학이시습 2013.03.25 4466
1398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세번 읽기) -조셉 캠벨- file 용용^^ 2013.03.25 5350
1397 #48_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옮김 서연 2013.04.01 4317
1396 1. 인생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콩두 2013.04.01 3982
1395 48.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_에너 퀸드러 지음 한젤리타 2013.04.01 3666
1394 # 48 부자 마인드 수업 - 월레스 와틀스 지음 / 정현섭 옮김 file [1] [1] 샐리올리브 2013.04.01 5358
1393 히타이트 id: 깔리여신 2013.04.01 7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