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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8일 10시 19분 등록
 

그리스 비극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테스 지음, 곽복록/ 조우현 옮김, 동서문화사


****세 번째 읽고 내 가슴에 무찔러 드는 문장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아이스킬로스 

1. 저자에 대하여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525년 무렵 태어났다. 아테네에서 서북으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데메테르 여신의 유명한 영지(靈地) 엘레시우스가 고향이다. 엘레우시스는 데메테르 여신을 섬기는 신비 제의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버지는 에우포리온에서 오래된 신직(神職) 가문에 속해 있었다.

아이스킬로스는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테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인 BC 499년에 처음 비극 경연에 참석한 이래, 모두 합쳐 13회나 우승했다. 첫 우승은 40대였던 BC 484년에 차지했고 마지막 우승은 60대였던 BC 458년에 ‘오레스테스 3부작’으로 차지했다. 50대였던 BC 468년에는 젊은 신인 극작가 소포클레스에게 아쉽게도 우승을 내주기도 했다. 

아이스킬로스가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90여 편에 달하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작품은 겨우 7편뿐이다.  ‘오레스테스 3부작’은 아이스킬로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동시에, 3부작의 형태로 지어진 그리스 비극 중에서는 유일하게 거의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아이스킬로스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아마 기원전 490년 무렵 제 1차 페르시아 전쟁에 출정하여 마라톤 평원에서 싸운 일일것이다. 그는 이것을 평생토록 자랑으로 삼앙ㅅ으며, 자찬(自讚) 묘비명에도 그것을 서술하고 있다.

기원전 470년 무렵 지중해 서쪽의 패구너을 잡고 대도시 시라쿠사의 참주로서 유명한 히에론의 초청을 받아 시칠리아(이 지방에는 그리스인이 많이 옮겨와 번영한 도시도 많았다)로 건너가 자작의 비극 <페르시아인>을 상연했다. 그는 또한 히에론이 건설한 아이토나 시를 위해 아이토나 조곡 4편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았으며, 기원전 467년에는 아테네에 있으면서 <테베로 가는 일곱 장군>을 포함한 3부작을 상연했고, 기원전 458년에는 <오레스테리아>극을 상연하여 우승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킬로스는 다시 시칠리아 섬으로 건너가 마침내 456년 그 섬의 젤라 시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들을 보면 매우 분방하고 웅대한 상상력을 지녔으며, 기개와 도량이 고매한 시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취한 가운데 정신없이 신의 힘을 빌려 비극을 제작했다고 전해지는 것도 옳은 말이다. 신인(神人) 프로메테우스의 하늘과 당에 대한 호소, 복수의 여신들의 광무(狂舞)또는 다레이오스 왕 망령의 출현 등은 그가 아니고는 생가해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시구가 덜 다듬어졋다든가 우아하지 않다든가 거칠다든가, 또는 웅대하고 장중하지만 너무 과장되고 조야(粗野)하며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평을 예부터 받아왔다.

사실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그리스인, 이테네시민들은 이윽고 아이스킬로스의 장중함과 엄숙함을 멀리하기 시작하여 소포클레스의 균형이나 에우리피데스의 화려한 격정의 전개로 치우쳤다. 그러나 아이스킬로스에게는 아르카이크 조각의 걸작과도 비교할 수 있는 아취(雅趣)로 있는 힘찬 아름다움, 도리스 원기둥의 신전과도 같은 장대함이 엿보인다. 참다운 시인, 위대한 사상가이며 예언자, 끝없이 솟아나는 공상과 구상력ㄱ의 소유자인 아이스킬로스는 힘차고 특히 남성적인 리듬과 가락에 몹시 뛰어나 옛날과 오늘날을 통틀어 그 예를 찾아보기 드문 그리스적인 힘과 정의의 문학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설명

오레스테이아 3부작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기원전 458년 봄에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대극장에서 상연되었다. 지금가지 남아있는 아이스킬로스의 희곡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의 것이다. 이 극이 그리스 비극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시되고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인의 대표작이며, 또한 그리스 비극의 전형적인 3부작 양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부작의 구성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한 제재의 3면을 나타낸다든가 세 가지 삽화를 다루는 게 아니라 가장 유기적인 구성, 바로 A의 결과가 필연적으로 B가 되고, C는 필연적으로 B의 전개가 된ㄴ 내용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극을 3막으로 이루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것이 3막이 아니고 독립된 3곡(曲)임은 하나하나의 곡이 지니는 독립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 비극은 관객이 그 줄거리를 대체로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가 d 3부작에서 나타내려 한 것은 단순히 이러한 사회극이나 윤리극이나 사상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종교 적인 바탕에 의해 도 정의에 대한 사랑으로 침투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들 이상으로 훨씬 강하게 3곡 다 저마다의 취향을 가지고 장대한 구상 아래 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힘찬 초자연적인 인물의 움직임을 화려한 환상의 비상(飛翔)과 늠름한 문구의 구사로 그리고 있다. 이 오레스테스 극을 가리켜, ‘인간의 심상이 만들어 낸 최대의 제작’이라고 하는 시인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결박당한 프로메티우스


힘: 제우스의 부하, 의인화된 악령


힘: 저 높은 낭떠러지 바위에 꼼작 못하게 해 놓으시오. 이놈이 훔쳐 저 인간들에게 넘겨준 것이 바로 그대의 꽃, 만물을 뜻대로 이루게 하는 기술의 빛인 불이었으니까. 그 죄 대문에 이놈은 신들에게 형벌을 받아야 하는 거죠. 제우스 신의 권력에 굴복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는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헤파이토스: (프로메테우스에게) 높은 바위 꼭대기에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청동 쇠사슬로, 그대를 묶어야만 하겠소. 누구 하나 얼씬도 못할 이곳에, 인간의 음성도, 인간의 그림자 한도 나타나지 않을 이곳에 말이오.

태양의 뜨거운 빛에 살갗이 이글이글 온통 변해버려겠구려. 별빛이 가득한 밤이 와서 햇볕을 몰아내 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먼동이 트면 태양은 또다시 새벽녘의 이슬 방울을 산산이 흩어지게 하고 말겠지. 견딜 수 없는 이 고역에 그대는 기진맥진하고 말거야. 바로 이것이 그대가 인간을 사랑한 데 대한 대가란 말일세. (16페이지)

****헤파이토스 : 그대는 신의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들에게 당치도 않은 선물을 주었네. 거기에 대한 벌로 그대는 이 무시무시한 바위 꼭대기에서 똑바로 선 채 잠도 못 자고, 한 번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보초를 서야만 하게 된거야. 그대 입에서 나오느니 신음분이고 말소리는 애통뿐이나,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걸세. 제우스 신의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테니까. 새로 왕이 되면 누구나 무자비해지는 법이니까. (16~17P)



힘: (프로메테우스에게) 이제 이 바위 위에서 마음껏 날뛰어 보시지. 신의 특권을 훔쳐 하루살이 인간에게 갖다 주어 보시란 말이야. 인간의 힘으로 네 놈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가 말 좀 해보렴. 네 이름이 ‘미리 생각한다’는 뜻이라지? 잘못된 이름이야. 너한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란 말이야. 이런 쇠사슬에서 벗어나려면 미리 생각을 꽤나 많이 해 두어야 할 테니까.(18페이지)



프로메테우스: 오, 하늘 나라의 대기여, 재빨리 날개치는 바람이여, 오 흘러내려가는 강의 물줄기여, 수없이 물결치는 바다 위의 파도여, 만물의 모체이신 대지여.

나 도한 신의 몸이건만 앞으로 천년만년 두고두고 그 어던 고문을 견뎌 나가야 하나 잘 보아 두시오. (19P)

현재의 이 고통을 슬퍼하노라. 앞으로 다가올 슬픔을 애통해하노라. 얼마나 가야 내 이 고통을 풀어주려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신음하노라. 

그 어떤 고통도 내가 예기치 않았던 것은 없어. 참고 견디는 수 밖에. 운명이 내게 보내 준 그것을 되도록 가볍게 견뎌 보아야지.

나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었지. 그래서 이같이 사슬에 묶인 것야. 불의 숨은 원천을 찾아냈거든. 그걸 인간에게 주었어. 이 불은 인간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고 훌륭한 자원이 되는거야. (19페이지)

☆☆☆ 인간을 자원이 되는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미움을 싸서 벌을 받게 된다. 우리 인간은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생활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였고,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차라리 제우스가 저 깊은 땅속에, 죽은 자를 맞이하는 끝없는 암흑의 땅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쳐 버리거나 했으면. 그곳에서라면 제 아무리 가혹한 쇠사슬이 나를 영원토록 묶어 놓는다 하더라도 신과 인간의 눈에는 뜨이지 않았을 것을. 그러나 이제 나는 바람의 노리갯감이 되어 버렸어. 내가 겪는 고역을 보고 적들은 기뻐 날뛰겠지. (20~21페이지)


프로메테우스:  나 자신의 일은 생각지 않고 인간을 동정했더니, 그만 그 누구의 동정도 못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어. 나엑 형벌을 가는 그는 무자비한 놈이니까. 그러나 이 광경이 언젠가는 제우스의 이름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말 거야. (23페이지)


프로메테우스: 당신네는 자유로운 몸이야. 그러나 내 발은 묶여있어. 불행을 모르는 사람이 고생하는 놈에게 충고를 하고 꾸짖기란 쉬운 것이야. 나는 내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 잇었어. 그리고 내가 죄를 범했다면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그랫던 거야. 그것은 부정하지 않지. 나는 인간을 도왔고, 그 때문에 고통에 빠지고 말았어. 그러나 설마 이처럼 외딴 바위 위에 외로이 매달려 고문을 당하리라곤 미처 몰랐네.(24P)


오케이노스: 틀림없이 내 간청에 따라 당신을 사슬에서 풀어줄 것이오. 나는 그걸 확신하고 있소.

프로메테우스: 내가 불행하다고 해서 남에게까지 불행이 다가오기를 원하지는 않으니까. 이마 내 형제들이 당한 운명을 생각할 때 내 가슴이 아픈걸. 아틀라스만 해도 저 서족 땅에서 당과 하늘을 받치는 기둥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 견디기 어려운 짐을 말일세. (27페이지)


프로메테우스 : 화가 가득 차 폭발할 지경일 댄 억지로 눌러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걸세.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러면 수그러질테니까. (27P)


코러스: 성스러운 아시아는 수난에 빠져버렸네. 그 속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대의 불행을 동정하여 애도하는구나.....  그리고 아라비아의 꽃, 용감한 무사들, 카우카소스 산 가까이 높은 낭떠러지에 요새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뾰족한 창을 휘두르며 전쟁을 기다리는 사나운 사나이들, 이 모두가 그대의 불행을 걱정하노라.

그대 이외에 또 하나의 티탄이 수치스럽게도 사실에 묶여 잇지요. 그는 바로 아틀라스 신, 나는 보았어요. 그는 하늘과 땅을 받치는 지붕을 어깨에 메고 그 밑에서 등을 구부리고 신음하고 있어요.

물결치는 파도가 그의 신음에 동굴조차도 슬픔에 잠겨 있어. 맑은 강물도 그의 애달픈 고통을 슬퍼하고 있네요. (29페이지)


프로메테우스: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완 대문도 아니고 고집 때문도 아니라오.

이와 같이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구려.

새로운 신들에게 영광을 돌려 준 것이 나 외에 그 누구란 말이오? 그 얘기는 그만 두기로 합시다.

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가. (29P)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인간을 보고 그들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주었지. 나를 통해서 그들은 이해력을 얻은 거요. 내가 그들에게 선심을 베풀고 훌륭한 선물을 주었다는 그 사실 분이오.

그들은 앞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를 들을 줄도 몰랐지. 마치 꿈속에서처럼 되는 대로 살고 있더군.

벽돌이나 잘 자란 나무를 가지고 태양을 가릴 만한 집 한 채도 지을 줄 몰랐어.

갸날픈 개미떼도 햇빛도 안 드는 저 땅 속 깊이 묻혀 살 듯이 인간들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지. 겨울이 다가오고 꽃이 피는 봄이나 과실이 무르익는 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왔지.

사계절을 가늠하는 별들이 떴다 졌다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나한테 배웠고, 무엇보다도 으뜸가는 기술인 셈하기와 문자의 사용법 같은 것도 가르쳐 주었어.

모든 예술의 어머니인 상상력도 주었지.

짐승을 붙잡아 멍에를 걸고 인간 대신 땅을 갈게 해 힘든 일을 시키도록 한 것도 바로 나였어.

고삐 달린 말을 마차에 매달아 부자들의 사치심을 충족시킨 것도 나야.

뱃사람들이 타고 있는 저 날개 돋친 배를 발명해 낸 것도 바로 나였지.

인간들에게 이러한 모든 것을 가르쳐 가며 도와 주었으나, 이제 와서는 나 자신을 구출할 만한 지혜조차도 없는 내가 말이야.(30페이지)

☆☆☆중국의 복희와 여와처럼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생활방식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 프로메테우스이다. 불로 인해 사람들의 사고가 그만큼 진화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코러스대장: 남의 질병을 모두 고쳐주신 그대가 이제 와서 정신은 흩어지고 마음은 희미해져 자기 병에 맞는 약을 찾아내지도 못하게 되었군요.

프로메테우스 : 내가 인간에게 준 선물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바로 병을 낫게 하는 기술이었다. 누구나 병에 걸리기만 하면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고, 먹는 약도 바르는 약도 없었다. 질병을 물리쳐 주는 약초를 고루 섞어 쓰는 방법을 가르쳐 줄 때까지 그들은 병만 나면 그대로 죽고 말았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정한 모임을 갖는 법과 미래를 알고자 신에게 바치는 제물의 내장이 어떤 색깔과 어떤 모양이어야 신의 마음에 든다는 것도 가르쳤어.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제사장에서 고깃덩이를 기름에 싸돌리고 긴 넓적다리 뼈 따위를 화롯불에 태우는 방법도 내가 가르쳐 주었지. 그뿐 아니라 인간을 이끌어 어려운 과학의 세계를 소개한 것도 바로 나였어.

땅 속 저 깊은 곳에는 인간에게 유익한 물건들이 숨겨져 있지. 금, 은, 동, 철 등이.

모든 기술, 모든 물건들이 바로 내 손에서 인간에게 넘어간 거야. (30~31)


코러스 대장: 불운한 그대여, 이제는 인간들 걱정은 그만하고 자신을 돌보세요.

프로메테우스: 모든 일을 매듭지을 운명의 신이 아직까지는 나를 석방시킬 그러한 결정을 하지는 않았어. 나는 오랜 세월을 두고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어야 해. 그렇게 해야만 사슬에서 풀려 나올 수 있을 거야.

그 어떤 재주를 부려 보아도 모두 필연 앞에선 어리석은 것에 불과할 테니까.(31페이지)


코러스 대장: 필연을 움직이는 신은 누구신가요?

프로메테우스 : 세 가지 얼굴을 가진 운명의 신과 그 무엇도 잊을 줄 모르는 복수의 여신이지.

코러스 대장: 제우스는 이들보다 힘이 없나요?

프로메테우스 : 이 비밀은 암흑 속에 잘 숨겨 두어야만 하는 거요. 그래야만 언제고 나는 이 수치와 슬픔과 속박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될 테지. (31P)


코러스 : 제우스의 이름을 듣고도 두려워할 줄 몰랐기 때문이로다. 제우스의 뜻대로 하지 않고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인간에게 과분한 선물을 보낸 탓이지.

친절을 베풀었건만 이제 무슨 보답이 있나요. 말해보아요. 그대여. 그대를 돕는 자가 어디 있는가를. 아침에 일어나 저녁이면 사라지는 이슬 같은 인생이 무슨 힘으로 그대를 돕겠나요? 보시지 않았나요?

그들의 연약한 숨소리, 꿈과도 같은 희미한 실에 엉켜버린 인간들, 눈먼 포로들을 말이오.

인간이 제 아무리 꾀를 내봐야 제우스의 법을 벗어나지는 못할 터이니. (32P)


프로메테우스: 겨울바다 같은 번민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지요.

이오: 평생토록 두고두고 고민하며 사느니 차라리 바로 죽어 버리는 게 나을 테니까.

프로메테우스: 한 번 죽으면 모든 고통이 끝나는 거죠. 그러나 내 운명은 죽지도 못하도록 되어 잇습니다. 제우스가 권력을 잃기 전에는 나한테는 끝이 없지요.(38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은 무덤 속에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죽음으로 마감하기 전까지는 고통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헤르메스: 불을 도둑질한 녀석. 신을 배반하고 인간에게 명예를 도려 준 네놈에게 얘기하는 거야. (44페이지)


프로메테우스 : 하지만 너 같은 노에 신세보다는 차라리 지금으 이 고통이 나으니 그리 알아라. (44P)


프로메테우스: 때가 되면 알겠지. 세월은 흘러가면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법이니까. (45페이지)


헤르메스: 아버지께선(제우스) 벼락과 번갯불을 가지고 이 험한 ks 바위를 쩍 갈라지게 하실거야. 그리고 그 갈라진 바위 틈에 끼어 네 몸뚱이는 깊이 깊이 묻혀 버리고 말걸.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너는 또다시 바같 세상을 보게 되겠지. 그러나 사냥개의 피로 벌겋게 물든 제우스의 날개 돋친 독수리가 내려와 네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 이 불청객은 매일같이 찾아와 고깃점을 뜯어가고  시커멓게 피로 물든 네 간 덩어리를 맛있다고 먹어 대겠지,

이런 고통이 끝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말란 말이야. 네 고통을 대신 지고 너 대신 저 검은 죽음의 골짜기로 햇빛을 볼 수 없는 암흑 구덩이로 들어가겠다고 나서는 신이 나타나기 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야.(46)


프로메테우스: 사나운 흙탕물아, 밀어올려라. 저 하늘으 별과 바다의 파도를 함께 반죽이라도 하려무나. 잔인한 소용돌이 속에 내 몸을 휘어감아 지옥의 구덩텅이에 내동댕이치려무나.

그래도 나를 죽이지는 못하리니.(47페이지)

☆☆☆ 어떤 고난도 다 이겨낼 수 있으며, 그 누구도 함부로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는 메시지이다.

프로메티우스: 말은 끝나고 이제는 행동이구나.

천지가 흔들리는 군.

벼락 치는 소리가 울려오는군.

제우스가 분풀이를 하는군.

제우스의 분노가 내게 공포와 광란을 내려 숨막히게 하는군.

나를 보라.

억울하도다.(47~48P)


아가멤논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서편(序篇)이다.

트로이 원정군 총수 아가멤논으 개선에 이어 왕비의 음모와 흉행의 성취를 거쳐 코러스를 이루는 아르고스 장로들의 불안과 공항, 그리고 함께 음모를 꾸민 왕비의정부 아이기스토스의 등장과 호언(豪言)으로 끝난다.

본편의 중요부분은 강인한 의지로 심한 증오와 원한을 능란한 말 솜시 뒤에 숨기는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움직임과 그와 반대로 본디 트로이의 왕녀였으나 지금은 포로로 굴욕을 당하는 아폴로무녀(신을 배반한 벌로 그 예언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절규에 있다. 등장에서 자신의 죽을 운명을 예언하며 성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카산드라의 행동과 비통한 부르짖음은 긴장과 불길한 예상으로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시인의 뛰어난 창조이다.

한편 아르고스의 장로들로 이루어진 코로스는 아이스킬로스 특유의 높은 모럴과 깊은 종교작인 사념으로 아트레우스 집안의 운명과 집념의 결말, 교만과 포만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 사람들은 오직 고뇌에 의해서만 배운다는 것, 행위에는 반드시 보답이 있다는 것을 노래한다. (50P)


클리타임네스트라: 반가운 소식은  속담에도 있듯 이 새벽은 따뜻한 어머니인 밤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오. 하지만 그대들은 예측보다 더 큰 기븜을 들을 것이오. 프리아모스의 도성을 아르고스의 병사들이 함락시켰다 하오. (61P)


클리타임네스트라: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요. 이데산에서 불을 밝혀 횃불에서 횃불로 불의 파발을 이곳까지 전해 온 것이오.(62P)


코러스1: 아무리 그 기세가 맹렬할지라도

         또 집안이 번성하고 재물이 넘칠지라도

         가장 알맞은 것은 정도를 넘지 않는 일.

         분별심이 충분히 갖추어진 인간은

         모든 게 충분할 만큼 곤궁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부나 재물이라도 교만한 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ㄷ.

         정의로운 신의 재단을 업신여기고

         결국 멸망을 불러일으키는 자에게는. (65P)


백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재난을 가져다 준다면

신도 그 기원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책망 들을 자를

죄인이라 정하신다.

파리스의 소행도 이와 같은 것

아트레우스 집안의 궁전에 와서 모처럼

손님을 환대하는 마음씨를

아내를 훔침으로써 짓밟고 모독했다.


꿈속에 나타나는 고뇌에 찬 환영은 있어도

그것은 헛된 위로를 가져다 줄 뿐

공허한, 손닿는 곳에 보인다 생각한 것이.......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 사이로 빠져 나가

잠 속의 꿈길을 따라 사라져 버린다.(66P)


특히 세상에서 행운을 칭송받음은

위험한 일, 높은 자리는 자칫하면

제우스의 벼락을 맞기 쉬우니

질투를 받지 않는  행운을 우리는 바라지.(68P)


전령: 아르고스군 생존자들에게는 저울에 달아보면 이익 쪽이 훨씬 크고, 괴로움은 훨씬 가벼울 터이니까요.

왜 죽은 자를 생각해야 합니까? 살아있는 자가 사나운 운명에 학대받고 있는데. 저 태양처럼 바다 위, 육지 위를 두루 날아다니면서 자랑스럽게 전합시다.

"트로이를 일찍이 아르고스 군대가 함락시켰는데, 이 전리품들은 그들이 신에게, 그리스 안의 모든 신전이란 신전에 바쳤던 오랜 전통의 기념품이라고.“ (71P)


클리타임네스트라: 그리운 나의 낭군이 돌아오게 되었으니 한시바삐 정성을 다해 맞이할 수 있게 해야겠소. 아내의 입장에서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는가. (72P)

전령: 트라키아로부터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쳐 배를 서로 부딪치게 하고, 질풍으로 아우성치는 산 같은 파도에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서투른 목동에게 쫓기는 양 떼처럼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기 시작할 때 우리가 본 것은 아이가이아의 바다 가득히 그리스군의 병사와 부서진 배의 잔해가 꽃처럼 흩어진 광경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 배만은 선체에 아무 탈이 없어, 누가 피하게 해주었는지 무사했지요. 행운의 여신이 구세주처럼 배에 올라타시어 무서운 기세로 닥쳐오는 파도가 배 안에 들어오거나 또는 암초에 걸리지 않도록 지켜 주었던가 봅니다. 이렇게 바다의 저승길을 가까스로 빠져 나온 뒤로도 대낮에도 아직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74P)


코러스: 처음 트로이의 도시로 헬레네는

        바람도 없는 잔잔한 날씨처럼 왔었다.

        건들건들 제멋대로 구는 부(富)의 우상

        그 눈썹에서는 부드러운 화살을 쏘아대어

        가슴을 찌르는 애련의 꽃과 같이

        하지만 순식간에 변해 버려 혼례의 뒤끝을

        쓰디쓴 종말로 만들었다.


        사람의 행복이 너무 커져 버리면

        자식에게 저주를 가져온다고 했다.

          더욱이 기막히게 좋은 행운으로부터는 그 자손에게 아무리 해도

          가라앉힐 수 없을 만한 불행이 싹터 자란다고.


           바르고 늘 정의를 지키는 집에서는

          언제나 변함없이 훌륭한 자손을 얻게 될 운명이라고.(77P)


클리타임네스트라: 내 님이 돌아온다는 횃불이 행여나 오를까 밤마다 기다리며, 도무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한탄했었어요..... 낭군을 양치는 개처럼 맞이하려 합니다. 배를 무사히 지켜주는 밧줄, 높은 지붕을 버티는 튼튼한 굵은 기둥, 또 아버지에게 있어 단 하나뿐인 외아들처럼 폭풍 뒤의 화창한 햇빛처럼 길을 가는 목마른 나그네가 맑은 물이 솟는 샘을 만난 것처럼 어쨌든 모든 고통이 지나갔다는 것은 기쁘기 한이 없는 일입니다. (81P)


아가멤논: 찬란하게 꾸민 비단 위를 언젠가는 죽어야 할 인간의 몸으로 걷는다는 것이 나는 두렵소. 나를 신이 아닌 남편으로서 공경해 주오.

발을 엮은 깔개와 취향껏 꾸민 비단은 없을 지라도 사악하지 않은 사려가 가장 좋은 신의 선물이니, 행복 속에서 세상을 마친 자를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이것이 나로서 안심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인 거요.(82P)


아가멤논: 국민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비판에는 큰 힘이 있소.

클리타임네스트라: 남에게서 질투를 받지 않는 자는 부러움도 못 받는 자이옵니다.

아가멤논: 그대가 꼬 그렇게 바란다면, 누가 이 발의 신을 빨리 벗겨다오. 발의 종 노릇하는 이 신을. 이 보랏빛 갈개 위를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 멀리서부터 신의 질시의 눈초리가 던져오지 않기를. 귀중한 부(富), 은으로 바꾼 비단을 모독으로 물들여, 흙 묻은 신으로 집 안의 보물을 짓밟는 것은 그야말로 삼가야 할 일이다.

  여기에 내가 데려온 여인이 있소. 이 여인을 정답게 궁 안으로 맞아주기 바라오. 이 처녀는 수많은 보배로운 재물 가운데에서 가려진 꽃으로 온 군대의 선물로 보내져서 나를 따라온 것이오. 그러면 이제 그대의 말을 따라야 한다면 보랏빛 비단 위를 밟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겠소.(83P)


코러스: 어찌하여 이렇듯 변함없이 두려운 마음이 떠나지 않는가.

앞날을 점치는 내 마음을 쉴새없이 지배하며

부탁도 받지 않고, 돈도 받지 않은 채 노랫소리는 에언하는가.

그러면 이루기 어려운 꿈처럼

침을 뱉어 버릴 수도 없으니

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

그저 믿음으로써 간직해 둘까.

닻줄을 물 속에 던져넣을 때

바닷가 모래가 날아오른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던가, 트로이를 향해.

원정의 군선들이 떠나가고 나서부터. (84p)


코러스: 나의 마음은 거문고 소리도 없이

        복수의 여신들의 슬픈 노래를

        절로 깨달아 가슴 속으로 은근히 노래한다.

        희망이주는 충분히

        고마운 안도감도 간직하지 못하고서

        오장육부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쌓아올린 재물만 해도 조심스러운 염려가

        분수를 알아채고 적당히 내려놓으면

        정도에 넘치는 재물의 넉넉함 때문에

        모든 집들의 몰락을 막고

        그 배도 바다에 침몰치 않게 된다. (85P)


카산드라: 이 무슨 혼례인가, 파리스의 혼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파멸을 가져다 주고 아 슬픈 조국의 스카만드로스 강이여,

지난날 네 강둑에서 이 가엾은 몸을 키워왔는데,

이제는 목놓아 슬피우는 강가, 황천길의 강기슭

그 언저리를 아무래도 나는 신의 신탁을 노래 부르며 갈 것인가.(91P)


카산드라: 올 것은 꼭 오고야 마니까요. 진실로 당신이 당장 이 자리에서 너무나도 진실한 예언이었다고 가엾이 여기면서 말할 겁니다. (93P)


코러스: 행복하다는 것도 알고 보면 그림자와 같은 것.

        또한 운이 나쁘다 해도

        젖은 걸레로 한두 번 훔치면 당장에 지워질

       그림과 다를 바 없다.(96~97P)


코러스 :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만족한 시기를 알지 못하는 것, 비록 그 집을 가리키면서

누구 한 사람 “결코 들어오지 말라”고 하며

행운을 물리치는 자는 없다.(97P)


클리타임네스트라: 지하에 계신 죽은 자의 수호신 하데스에 대한 감사기도를 겸하여서.

수없이 많은 재앙의 저주를 이 사람은 궁전 안에서 술잔에 채워 놓고 귀국해서 자신이 마셔 버렸으니까요.(99P)


코러스: 아, 어떤 죽음이 빨리 와 줄 것인가.

        큰 괴로움도 없이 병석에 오래 눕지도 않고

        우리에게 한없는 숙면을 항상 변함없이 가져다 주는 죽음이. (101페이지)


코러스: 삼라만상을 일으키고 모든 것을 다스리는

거룩한 신께 기대하지 않고

그 무엇을 인간 세상에서 성취시킬 수 있으리.

이들 중 그 어느 하나도 신의 뜻에 의하지 않는 것이 있으리.

아아, 우리의 영주여

어덯게 당신을 위해 슬퍼하며 울어야 할 것인가.

당신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당신은 거미줄에 걸려

이처럼 신을 두려워 않는 죽음에 의해

일찍이 세상을 떠난 것을

슬프도다. 이처럼 욕많은 안식으로  모략의

손에 굴복당하고 쓰러져

자기 아내의 손에 들린 칼에 찔리어 죽음을 당하다니. (103페이지)


코러스 : 문책(問責)에 문책으로 응수해 오니

이 논쟁에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구나.

빼앗은 자는 빼앗긴다, 죽인 자는 그 보상을 벋는다.

제우스 신이 옥좌에 계시는 한, 일을 저지른 자가

그 벌을 받음은 정해진 운명, 그것이 법칙인 이상에는,

그 누가 이 저주의 씨앗을 궁전에서 제거하겠는가. (105페이지)

☆☆☆인과의 법칙은 우주의 법칙이다.

아이기스토스: 뾰족한 말뚝에는 발길질하지 말라. 부딪쳐서 오히려 아프다고 울 것이니.(107페이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오레스테이아>극의 제 2곡. 원명 코에포리는 무덤에 바칠 제주(祭酒)를 나르는 사람들이라는 듯이다. 이때 제주는 대개 술을 섞지 않은 꿀과 우유와 기름으로 만든다. 이 극의 코러스를 이루는 여인들의 명칭에 나와 있다.

이 극의 절정은 어머니와 아들의 심한 응수(應酬), 투쟁, 그 뒤에 다음 곡에 대한 복선으로서 오레스테스의 광기와 복수의 여신들의 집요함이다. 오레스테스는 그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라고 명령한 아폴론의 구원을 청하러 델포이 신전을 간다.(111P)


코러스: 정의란 저울은 빛이 비치는 사람들만

조속히 저울질하지만

어둠 속을 헤매는 고뇌가 기다리고 있어

꾸물거리는 사람

또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해

밖에서 붙잡히는 사람도 있네. (115페이지)


엘렉트라 : 이승과 저승의 신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존귀하신 전령의 신이신 지하의 헤르메스 신께 바랍니다. 부디 지하에 군림하는 신들게서 내 기원을 들어주시게 해 주소서. 궁전에 흘린 아버지의피를 보신 그 신령과 스스로 만물을 낳고 기른 다음 다시 그 시를 거두시는 대지도 들어주소서. 나는 돌아가신 분을 위하여 이 제주를 부으며 아버지께 호소합니다. 부디 나와 사랑스러운 오레스테스를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가 본디대로 집안의 주인이 되게 해 주소서, (117페이지)

☆☆☆무덤에 제주를 뿌리는 의식은 세계 공통인 것 같다. 망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코러스: 제우스의 위력으로 정의가

우리 편으로 찾아와 모든 일이 종말을 고하게 해 주소서.

증오의 말에는 증오의 말로써

보상케 하겠다고 누구에게나 당연한 빚을 재촉하는

정의의 여신을 소리 높이 부르짖네.

피묻은 칼에는 피묻은 칼로 보답하라.

사람을 헤친 자는 보복을 받는다.

예부터 속담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123페이지)

☆☆☆복수란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하늘이 알아서 해 줍니다. 죄를 지은 그 사람이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기에 우주의 에너지가 그 마음에 불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오레스테스: 차라리 아버지는 트로이 성벽 밑에서

 리키아 병사들의 창끝에 쓰러진 편이 나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훌륭한 명예를 고향 집에 전했을 것이고

자식들의 앞날에까지도 국민들로부터

우러러보이는 생애를 남겨주시고

아버지께서는 우둑 솟은 봉분을 무덤의 표지로

바다 건너 이국 당에 가지시게 되셨을 것을

자식들도 은밀히 찾아가기 쉽도록. (124페이지)

☆☆☆자식의 애끓는 슬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사람의 운명을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으랴. 신탁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랴.


코로스: 도련님, 왕성하게 타오르는 화염의 이빨도

죽은 이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뒷날에 그 원한은 세상에 나타나게 마련이고

죽은 자가 정중하게 애도를 받으면

반역한 자들의 모습은 뚜렷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를, 육친인 어버이를 애도하는

자식의 한탄은

사정없이 그 보상을 찾을 것이다.

원한에 사무쳐 끝끝내 쫓아가며. (123P)


오레스테스 : 자식이란 최후를 맞은 무사에겐 그 이름을 지켜 나가는 실마리지요. 말하자면 어망을 뜨게 하는 부표와 같은 것이니, 그물이 바다 깊이 가라앉는 것을 막아 줍니다. (129페이지)


오레스테스 : 무엇대문에 어머니가 제물을 새삼스레 보냈는지를.... 그 제물을 어떻게 비유해야 좋을지 모르겟으나. 저지른 죄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한 선물이다. 이미 흘린 한 사람의 피의 대가로 있는 모든 것을 털어바친다 해도 그것은 노력의 낭비일 뿐이지.

코러스 대장: 밤에 찾아드는 꿈 때문에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님께서 이와 같은 제물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혹은 모시고 있는 자신이 만든 신에 불과하다. 자신이 지은 죄과에 대한 신의 노여움을 고작 제물로 덮어려 하고 제물로 신의 분노를 달래려고 하다니......


코러스 : 대지가 기르는 무서운 괴물 종류는

수없이 많다.

바다 깊은 곳에는

인간에게 적대하는 큰 고기와 괴물들

하늘과 땅 사이 하늘에는

불을 뿜는 수많은 유성들

날개 돋친 새, 땅을 가는 짐승들은

휘몰아치는 질풍의 노여움을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끝없이 커지는

인간의 교만심을 그 누가 알랴.

도한 무참한 여인의 가슴에서 솟아나

인간 세상의 재난을 늘 함께하는

대담무쌍한 그 애욕을

정들었던 부부의 인연도

여심을 사로잡는 끔찍한 욕망 때문에

깨어짐은 짐승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


들뜬 마음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배운 이는 모두 다 일리라.

무참히도 아들을 죽인 알타이아 역시

아들의 생명이 깃든 것

그것을 불태운 그 착상을.

아궁이 뒤에서 주운 타다 남은 나무토막

그것은 멜레아그로스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갓 태어나 소리를 질렀을 때

그 생명을 같은 길이로

운명의 여신이 정해 준 날가지 보존될 터

또 한 가지 전설에는 또 하나의 처녀

불길한 피에 물든 스킬라 역시 적을 위해 사랑하는 아버지를 멸망시켰다. 크레테 제품인

황금 팔찌에 매혹되어.....

그것은 미노스의 뇌물이엇다.

경솔하게도 아버지 니소스의

생명을 영원토록 지켜주는 머리칼을 자른 것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헤르메스가 그녀를 저승으로 보내긴 했지만,

인정사정 없는 옛날의 예를

늘어놓은 것도 가문을 위해 좋지 않은 부부의 인연을 원치 않기 때문

그것도 음모를 꾸며

원한을 품은 원수놈을 남편으로

바꾸어 무장한 용사, 훌륭한 남편을 살해했다.

한때 아늑했던 보금자리가 차가워졌으며

이제는 여자의 비겁한 창이 집안을 다스린다. (132~133P)


오레스테스 : 급한 소식을 갖고 왔다고 잠시도 늦어선 안돼. 검은 밤의 수레가 급ㅎ 다가오니 나그네가, 이미 손님을 맞아들이는 집에 닻을 내릴 시각이다. (134페이지)


코러스대장 : 슬픔을 가득 담고, 그 슬픔은 삯도 받지 않고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구려.

☆☆☆행복도 우리에게 삯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우리는 왜 행복해지려고 하지 않을까? 불행한 마음을 품으면 불행은 반드시 그에 대한 삯을 요구한다. 불행을 그 대가로 던져 준다. 어두운 마음엔 어두움이 찾아오고 밝은 마음엔 밝음이 찾아온다.


코러스 : 동굴 속의 거창한 사당에 계시는

         신(아폴론)이시여, 아무조록 탈없이 저분의 집이

         복귀될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래야만 밝은 자유의 빛을 기쁜 눈초리로

         어두운 장막을 벗기고 보실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 신께서도

         이 일이 잘 되도록 도와 주소서.

         여러 가지 숨은 일을 즐겨 계시하시겠지만

       분간도 할 수 없는 말로

       인간의 눈에 밤의 어둠을 덮으시면

       한낮에도 밤낮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시는 신이니

      또한 동굴 속의 거창한 사당에 계시는

      신이시여, 아무쪼록 탈 없이

      저분의 집이 복귀될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래야만 밝은 자유의 빛을 기쁜 눈초리로

      어두운 장막을 벗기고 보실 수 있습니다. (139페이지)


클리타임네스트라: 나는 너를 길렀다. 함께 살며 늙어 가고 싶구나.

오레스테스 : 아버지를 죽여놓고도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요?

클리타임네스트라: 이렇게 된 건 다 운명이 거들어서 그렇단다, 얘야.

오레스테스 : 그렇다면 이 최후의 채비를 거들어 준 것도 운명이겠지요.(143페이지)

☆☆☆ 운명이라는 말은 우리를 체념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운명(運命)이란 한자를 해체시켜보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러스: 머지않아 모든 일을 해내는 ‘시간’이

       성관의 문을 지나갈 것입니다.

       모든 더러움이 난롯가에서 말끔히 없애지고

       재난을 쫓는 의식이 거행될 때

      그 뒤엔 오직 아름다운 행복만 보면 될 뿐

      우리들 모두 드높이 노래 부르며

      성관에 있던 이방인은 또다시 쫓겨납니다. (146페이지)


오레스테스 : 마차를 타고 고삐는 잡았으나 차가 길 밖으로 뛰어나가듯 설치는 것은 마음뿐, 나를 억지로 끌고 가고 있소. 그러나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소. 내 심장 앞에. 언제든지 노래를 부르려고. 그래서 내 마음도 그 장단에 맞추어 춤추려 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아직 내가 제 정신으로 있는 동안에 나의 후원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하리라. 내가 어머니를 죽이긴 했으나 그것은 결코 정의에 어긋난 일은 아니라고. 아버지의 피로 더럽혀진 자, 신들로부터도 미움을 받은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게 만든 원인, 촉진제가 되었던 것은 델포이의 예언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소. 그 말씀에는 내가 비록 복수를 해치울지라도 심한 벌은 받게 되지 않으리라는 분부였소.(148P)

자, 나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 올리브 나뭇가지로 엮은 관을 쓰고 세계의 한복판에 안치된 아폴론의 신궁으로 가렵니다. 꺼지는 일이 없는 영원의 불이라는 불리는 광명을 향하여 육친을 죽인 죄를 씻기 위하여. 아폴론신께서 나더러 가라고 명령하신 곳은 그곳이었습니다.(148P)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 그야말로 “신의 뜻대로 하소서” 이다.


자비로운 여신들

제 3곡 <자비로운 여신들, 이곡은 코러스가 단순히 코러스일 분만 아니라 구성의 요점을 이룬다. 이 곡은 또 오레스테스와 열두 심판자 외의 등장 인물이 모두 신의 속성이나 악마의 속성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며 특히 첫머리의 아폴론 신전 안에서 복수의 여신들이 미친 오레스테스를 둘러싸고 졸음이 와서 자고 있는 부분은 뛰어나 작자의 웅대한 환상이 춤춘다. 힘찬 대사의 응수와 함축성의 깊이는 대시인의 작품임을 긍정하게 한다. (151페이지)


제 1경 이른 아침. 델포이 신전에 종사하는 무녀가 오른편에서 등장, 신탁을 전하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집 앞에 서서 기도를 드린다.(153페이지)

☆☆☆신전의 의례를 엿볼 수 있다.


나오는 사람들-

무녀, 아폴론신, 망령, 코로스, 아테나여신, 심판관들

오레스테스 : 죽은 아가멤논의 왕의 아들. 어머니를 죽이고 미쳐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닌다.


무녀:  방금 내가 금줄로 장식한 신전에 들어갔더니, 성스러운 신의 돌 온파로스 옆에 죄로 더럽혀진 사내가 용서를 비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핏방울이 떨어지는, 땅에서 갓 뽑아든 칼을 들고 있었으며, 또한 손에는 우거진 올리브의 우듬지 가지를 들고 있었다. 그것에는 무척 큰 금줄이 둘러져 있었다. (155P)


아폴론 : 내 결코 그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계속 지금처럼 그대를 지킬 것이며, 멀리 떠나도 그대를 보호하리라. 그대에게 적의를 품는 자에겐 결코 상냥한 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보는 바대로 여기 있는 이것들, 이 악귀들은 사로잡혀서 잠에 빠져 있다. .......이들은 악을 위해 태어난 것, 불길한 암흑 속에서 살며 지하의 타르타로스(망령세계)를 거처로 삼고 인간세계로부터도 올림포스의 신들로부터도 미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쟀든 지금은 피하도록 하여라. 절대로 마음을 늦추지 말고. ....팔라스의 도성(아테네)에 당도하거든 무릎을 꿇고 그곳 여신의 유서 깊은 신상에 매달려라. 그러면 거기서 이 사건을 위한 재판역을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이 변명하여 이 고난으로부터 그대를 오래오래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 줄 것이다. 그대에게 어머니를 죽이라고 설득한 것도 바로 나였으니까. (155페이지)

☆☆☆그리스 시대의 신의 역할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보편적인 도덕성을 지니지 않았고, 윤리 도덕적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내 마음에 들면 악을 선으로 돌리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을 악으로 돌리는 그런 신들이었을까?



코러스 : 젊은 신들이 하는 일들은 이렇다.

모든 것을 권한 이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니

살인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왕좌를

다리 둘레에, 또 머리 옆에

세계의 중심인 성스러운 초석

그것이 무참히도 피로 물들어

더럽혀진 것을 볼 수 있으리라. (158P)


아폴론: 이 신전에서 썩 물러가라. 점을 치는 이 신전에서 냉큼 물러가란 말이다. 이 황금의 활에서 퉁겨나가는 날개 돋친 흰 살촉이 독사가 달려들듯 너희들의 심장을 꿰뚫어 고통에 못 이겨 검은 거품을 뿜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인간의 몸에서 빨아먹은 선지피를 토하면서 고통을 맛보기 전에. 처음부터 이 신전에 손을 대려는 생각부터 너희들의 잘못이었어. (159P)


코러스 : 어머니의 살해범을 모든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 임무이지요.

아폴론 : 그렇다면 남편을 죽인 아내는 어떻게 하겠느냐?

코러스 : 그 죄는 피를 나눈 가까운 사람을 죽인 것과 다를 것입니다.

아폴론 : 헤라와 제우스의 굳은 맹세마저 업신여기고 사랑의 신마저 멸시하여 내몰자는 심보로구나. 그 신에 의하여 인간들 사이의 사랑도 생기는 것인데, 혼인이야말로 부부에게는 맹세로 두 사람의 운명을 규정하는 것, 그러므로 정의의 이름 아래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160페이지)


아폴론 : 나는 몸을 의탁해 온 그 젊은이를 지키고 머지 앟아 그 죄도 씻어주리라. 신들이나 인간들이나 기원이 배반되었을 때의 노여움은 무서운 것이니까. 나부터도 만일 그를 버린다면 당하게 될 것이다. (160~161P)


코러스대장 : (오레스테스) 너를 산 채로 말려 저승으로 끌고 가리라. 어머니를 죽인 죄로 갖은 고통을 다 받게 해서.(162P)


오레스테스 : 저는 많은 불행을 겪으며 마음을 씻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경우에 말을 할 것이며 어떤 경우에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은 가를.

그래서 이번 사건ㅇ 관해 총명한 가르치의 스승에게서 입을 열어 호소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이렇게 서 있습니다. 핏자국은 색채마저 없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해 받은 저주도 깨긋이 씻겨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핏자국이 아직도 생생할 때 아폴론 신전의 난롯가에서 돼지를 희생 제물로 바쳤을 때 깨끗이 씻어버렸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옛것으로 만들어 모든 것을 밝혀줍니다. 이제 깨끗해진 입으로 경건하게 이 땅의 주인이신 아테나 여신께 기원합니다. (162P)


코러스 : 또한 사람의 마음속에 감시꾼이

         들어앉아 있는 것도 소중하다고 한다.

         고통당하기 싫어서

         도리를 지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171페이지)

☆☆☆ 이 세상에 나쁜 사람들보다는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은,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만 년 동안 우리의 유전자는 그렇게 기억하고 그렇게 진화해왔다.


코러스 : 무엇보다도

         정의를 모신 신전을 공경하라.

         결코 신을 저버린 발끝으로

         이익에 눈이 멀어 정의를 무시하고

         발길질하지 마라. 벌을 받는다.

         언젠가 반드시 벌 받을 날이 오리라.

         그러니 각자 부모를 공경하고,

         집을 찾아드는 손님들을

         후히 대접할 것을

         꿈에도 잊지 마라.

☆☆☆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요 책임이다. 경전을 비롯한 성현의 책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가르침은 끝없이 나온다. 그런데 부모를 요양원에 버리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이다 보니 ‘효’라는 단어마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코러스 : 이거야말로 위대하신 운명이 여신께서

정하신 임무로서 단단히 지키도록 명령하셧다.

스스로 죄를 범한 자에게

그자들이 저승에 가더라도

달라붙어 떨어지지 말라고

그들은 죽은 뒤에도

영원히 피할 수 엇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물로 바쳐질 자에 대한 노래

이성과 의지를 물러서게 하는

광기 어린 에리스에스들의 축제의 노래이다.

악기도 없이 영혼을 죄어

생명을 말려 버리는 노래. (165P)


아폴론 :  어머니란 그 어머니의 자식이라 불리는 자의 혈친이 아니라, 그 태내에 새로 깃든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한 것이다. 자식을 만드는 것은 아버지이며 어머니는 오직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듯 그 어린 싹을 보육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이치의 증거라고 하면 어머니는 없더라도 아버지는 있을 수 있는 예가 세상에 적지 않으며,

☆☆☆ 아폴론은 그 어머니가 열 달 동안 태중에 담고 있기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지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낳을 때의 고통, 키울 때의 고통, 이 세상의 어머니가 겪는 고통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


코러스 : 절도 없는 생활이나

압제하의 생활도

바람직하지 못하나니,

신은 무엇보다도 중용에

승리를 주었으나, 각각

그 형편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도에 알맞은 것.

무릇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진실로 교만에서 생기는 것,

건전한 분별로부터 모든 사람이

구하는 바람직한 행복이 온다. (171P)


코로스 : 스스로 자진해서 정의를

숭상하는 자에게는 복과 덕이 있으리라.

또한

재난의 구덩이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만하여 재물을 쌓은 자,

이런 자는 때가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돛을 내릴 것이다. 돛대 끝이

부러져 어려움이 닥칠 터이니. (172P)


오레스테스 : 남편을 죽이고 내 아버지를 살해하였소.

코로스 : 하지만 너는 살아있어. 네 어머니의 살인죄는 이미 없어진 거디.

오레스테스 : 나도 어머니의 피를 나누고 있단 말인가요?

코러스 : 너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며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이 파렴치한 살인자 좀봐. 가장 소중한 어머니의 피를 부인하겠다는 말인가? (174페이지)


아테네 : 나는 시민들에게 무질서나 포학한 전제 정치를 결코 환영하지 말도록 권하는 것이오. 도한 두려움을 아는 마음을 이 도성 밖으로 내던지지 말도록. 사람으로서 두려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몸을 옳게 처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같은 외경심을 간직하고 정도에서 벗어남을 두려워한다면, 향토의 수호와 국가의 안녕은 기필코 기대될 수 있을 것이오.

또한 이 판정은 금전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고,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분노에 대해 예민하고 잠든 이들을 위해 항상 눈을 뜨고 국토를 감시 하게끔 만들어야 하오. (177페이지)

☆☆☆국가나 사회를 위해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은 곧 국가와 사회가 안정되고 질서가 유지된다면 사회구성원들 역시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아테네 : 최후의 심판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그러니 나는 이 투표를 오레스테스 쪽에 던지기로 하겠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없으므로 모든 일에 있어 남성의 편을 들겠다. 가장인 남편을 죽인 여자의 죽음을 중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178페이지)

☆☆☆ 설득력이 많이 부족한 대사다.




코러스 :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에서

        기쁨을 나누어 갖도록 하여 주소서.

        이것이야말로 인간 세상에서는

        모든 것의 구원이 되는 것. (186페이지)


저자라면

  저자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구상하면서 어떻게 극을 끌어갈 것인지 수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본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결말을 낼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심했을 것이다. 정부와 짜고 전장에서 막 돌아온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오레스테스의 행위에 대해 아폴론의 힘을 빌어 정당성을 부여했다.


코러스 : 어머니의 살해범을 모든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 임무이지요.

아폴론 : 그렇다면 남편을 죽인 아내는 어떻게 하겠느냐?

코러스 : 그 죄는 피를 나눈 가까운 사람을 죽인 것과 다를 것입니다.

아폴론 : 헤라와 제우스의 굳은 맹세마저 업신여기고 사랑의 신마저 멸시하여 내몰자는 심보로구나. 그 신에 의하여 인간들 사이의 사랑도 생기는 것인데, 혼인이야말로 부부에게는 맹세로 두 사람의 운명을 규정하는 것, 그러므로 정의의 이름 아래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160페이지)


극 속에서 아폴론은 결혼서약을 매우 중요시하여 서약을 파괴한 죄를 강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관객들을 납득시키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오레스테스를 법정에 세워서 재판관과 아테네의 심판에 맡긴다.


그리고 가장 나쁜 악신들을 내세워 오레스테스를 비난하고 있다. 다음은 코러스와 오레스테스의 대화이다.


오레스테스 : 남편을 죽이고 내 아버지를 살해하였소.

코로스 : 하지만 너는 살아있어. 네 어머니의 살인죄는 이미 없어진 거다.

오레스테스 : 나도 어머니의 피를 나누고 있단 말인가요?

코러스 : 너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며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이 파렴치한 살인자 좀봐. 가장 소중한 어머니의 피를 부인하겠다는 말인가? (174페이지)


저자는 왜 악녀들을 내세워 오레스테스를 비난하게 만들었을까? 관객들로부터 무엇을 끌어내기 위해서일까? 오레스테스의 죄악을 약화시키기 위한 계산에 의한 것이고, 더 큰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오레스테스를 법정에 세워, 인간과 신의 심판에 의해 선과 악을 저울질 하는 것 또한 반전을 노리기 위한 방법이다.

  재판의 결과는 오레스테스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재판의 결과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머니를 살해한 오레스테스는 스스로가 죄책감에 빠져 미쳐버렸는데. 나는 이 극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쓰면서 신들의 권능 위에 인간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성이 앞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극 중간 중간에 도덕교과서적인 대사를 많이 집어넣었다. 그 당시 사회가  연극의 역할 중 계몽적인 성격까지도 요구한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신들을 앞세워 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자신의 철학을 교묘하게 숨기고서 결말을 끌어내었다. <오레스테이아>는 단일구조인 것 같지만, 결말을 내는데 있어서는 이중의 구조를 가지고서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든다.

  소설이나 영화를 비롯하여 결말을 독자 혹은 관객에게 맡겨놓는 것, 생각의 여지를 주는 것이 훌륭한 작품이라 한다. 나도 이러한 작가로 거듭나고 싶다.




소포클레스


저자에 대하여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에 아테네 교외의 콜로노스 히피오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부유한 무기 상인이었으므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아름다운 용모와 재능을 타고났고, 집안이 기사(騎士)신분에 속하였으므로 작가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명예로운 일생을 보냈다. 음악을 란푸로스에게, 비극을 아이스킬로스에게서 각각 사사하였다.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 축제 때는 하프를 연주하면서 무용단을 선도하였다.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식견을 지녔으며, BC 443∼BC 442년 델로스 동맹 재무장관에 임명되어 페리클레스와 더불어 10인의 지휘관직에 선출되었다. 또한 BC 413∼BC 411년의 아테네 내정의 동요기에는 국가의 최고위원 10인의 한 사람으로 선출되어 국가에 공헌하였다. 이같이 영예스러운 지위는 이온의 회상록 가운데에서 소포클레스가 직접 말하고 있듯, 그가 군사나 재정에 유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인 및 문학로서 그에 대한 아테네시민들의 존경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소포클레스는 또한 의신(醫神)의 신관으로서 아스클레오피스 신을 아테네에 받아들여 그 신전이 완성될 때까지 자기 집을 신의 거처로 내놓았다. (일설에는 신앙심도 두터워 아스클레오피스의 신전을 자기 저택 내에 세웠다고도 전해진다.) 죽은 뒤 덱시온(영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존경받았다고 한다. 90세의 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창작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으니 걸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의 유작이다.

  BC 468년, 28세 때 비극 경연대회에 응모하여 스승인 아이스킬로스를 꺾고 첫 우승한 이후로, 123편의 작품을 씀으로써 18회(일설에는 24회)나 우승하였다. 자기 후배인 에우리피데스가 사망하였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는 배우와 합창대의 관(冠)을 벗게 하고 자기 자신도 상복으로 갈아입어,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외국의 초청도 거절하고 평생을 아테네에 살았는데, 이러한 애국심과 진지한 인품은 온 시민의 경애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비극 작법은 3기로 나눌 수 있는데, 초기는 아이스킬로스풍의 장중 화려한 작풍이고, 중기는 엄밀한 기교주의이며, 후기는 원숙기로서 등장 인물의 성격과 일치하는 문체로 씌어 있다. 현존하는 7편을 연대 순으로 보면 《아이아스 Aias》 《안티고네 Antigone》 《오이디푸스왕 Oidipous Tyrannos》 《엘렉트라 Elektrai》 《트라키스의 여인 Trāchiniai》 《필로크테테스 Philoktetes》 《콜로노이의 오이디푸스 Oidipous epi Kolōnōi》인데, 《콜로노이의 오이디푸스》는 원숙기에 속하는 것이지만, 《아이아스》와 《안티고네》만은 중기의 특징을 남기고 있다.

이 밖에 사티로스극(劇) 《추적자》 외에 많은 단편이 남아 있다. 한편 배경화를 고안하기도 하고 소도구를 채용하는 등 상연 형식도 연구하였으며, 합창단을 종전의 12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또 배우도 종전의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그리고 이 3명의 배우의 대화를 통하여 각자의 성격을 생생하게 부각시키고 그들의 성격이 서로 충돌하고, 보복하고,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복선(伏線)을 교묘하게 배치해 가면서 비극적인 긴박감으로 끌어올려 기막히게 묘사하였다.

<오이디푸스왕>은 똑같이 지은이가 냉혹할 만큼 자기 감정을 숨기고 플롯을 위해 작중 인물을 오나전한 포석으로 다룬 탓으로 아이스킬로스와 같은 인간적 따뜻함이 결여되어 있다. 지은이는 무서울만큼 깊이 파고들어 인간과 신의 상극을 추구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고귀하고 성급한 자기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신은 냉혹하고 인간의 착한 마음 따위는 달걀껍질처럼 짓밟아 버린다. 여기에 무서운 비극이 생겨난다.

아이스킬로스이 3부작을 해체한 소포클레스는 비극의 구성을 더욱 긴밀히 했고 하나하나를 주옥과 같은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완전한 구성력과 언어로 조성한 박력에 무서울 만큼 위력이 있다. 여기에는 냉엄하고 다다가기 어려운 엄격함이 있다. 그러나 늘그막의 작품에서는 이것을 깨뜨렸다. 우리는 소포클레스의 위대함을 이 늘그막의 작품의 아름다움을 통해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오이디푸스왕

   오이디푸스는 자기의 지혜와 정의에 가슴 속 가득히 신뢰를 두고 있는 사나이다. 이 자신 때문에 그의 언동에는 때로 너무나 성급하고 너무나 교만한 점이 보인다. 그러나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사람으로서 왕으로서 항상 옳은 모습이다. 그는 자기가 정당하다고 믿을 때는 무슨 일이든 겁내지 않고 돌진한다.

   이 극에서 무서운 것은  사람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신들의 길이다. 이오카스테의 온갖 선의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의 신은 냉혹하고 무정하게 자기의 길을 달성한다.

특히 무서운 것은 신의 의지가 분명하게 미리 표시되고,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다. 신들 세계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소리없이 돌아가 보잘것 없이 작은 인간은 모두 그 속에 휘말려 들어가 버린다. 소포클레스는 마치 인간의 모든 덕의 무가치함을 나타내려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결코 완전한 패배자는 아니다. 그는 분노한 나머지 고통에 못 이겨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지만, 닥쳐올 운명에 감연히 맞설 용기를 지니고 있다. 어떤 운명이든지 올 테면 오너라, 나는 그것에 견디어 내 보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그의 불공평한 재앙에 짓눌린 참혹한 모습 뒤에 깃들여 있다. 오이디푸스는 숙명론자는 되지 않았던 것이다. 조용한 체념 같은 경지에는 결코 편안히 들어앉지 못한다. 신들의 길은 신들의 길이고, 사람인 나는 나대로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소포클레스의 무서울 정도의 사람으로서의 비애와 용기가 이 불윤한 왕을 통해 우리에게 육박해 온다. <오이디푸스왕>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195P)


코러스 : 제우스의 따님, 거룩한 아테네여

우선 당신을 부르리이다.

도한 우리나라를 지키시고 둥근 장터 한가운데

그 이르도 높은 옥좌를 차지하신 이 나라의 여신이며

당신의 동생인 아르테미스를

그리고 멀리서도 활을 소시는 포이보스를

오오, 죽음을 물리치는 세 겹의 힘으로 나타나시옵소서.

(201P)


코러스 : 젊은 아내들과 백발의 노파들은 여기저기의 제단 층계에서

         재앙에서 구원받으려 빌며 탄식한다.

         제우스의 황금의 따님이시여,

         당신의 화사한 구원의 얼굴을 보여 주소서. (201P)


지금은 강철의 방패는 없어도

외치는 싸움 소리 속의 불같은 입김으로

닥쳐오는 사나운 아레스를

우리나라에서 재빨리 돌아서서 달아나

임피트리테의 넓은 거처로

또는 의지할 길없는 트라키아 해의 파도로

질풍을 타고 쫓겨나게 하옵소서.

밤이 이루지 못하였다면 낮이 이룰 것이니,

오, 불꽃의 번개의 힘을 스시는

아버지 제우스 신이시여, 당신의 벼락으로

그 신을 멸망케 하여 주소서. (201~202P)


오이디푸스 : 말할 수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하늘의 일이건 땅의 일이건, 모든 것에 통달하고 있는 테이레시아스님이여. 포이보스께서는 우리가 그 가르치심을 받들러 보낸 사람에게 라이오스왕의 살해자를 찾아내어 사형에 처하거나 나라 밖으로 추방하는 것이 이 재앙을 면하는 단 하나으 길이라고 대답하셨소. 그러나 점치는 새의 소리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그대가 아는 온갖 점복술을 아끼지 말고 그대 자신과 나라와 이 몸을 위하여 그의 죽음으로 인해서 일어난 모든 재앙에서 구해주오.

테이레시아스 : 지혜가 아무 쓸모도 없을 때, 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205P)


테이레시아스 :나 때문에 당신이 쓰러지는 것이 운명은 아닙니다. 그건 아폴론 신으로 충분하고, 그 분의 손으로 이 일은 이루어질 터이니까.

오이디푸스 : 그건 크레온의 계책이냐, 아니면 네 자신의 것이냐?

테이레시아스 : 크레온님은 당신의 재앙이 아닙니다. 당신 자신이 당신의 재앙입니다.(207페이지)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야기한 것이며, 그 해답도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테이레시아스 : 오늘의 이 날이 당신을 낳고, 당신을 망칠 것입니다. (208페이지)

☆☆☆우리는 날마다 나를 낳고 날마다 자신을 향상시키거나 망치곤 한다.


코러스: 델포이의 바위에서 나온 신의 말씀이

피비린내 나는 손으로 형언치 못할

죄악을 저질렀다고 말씀하신 것은 누구냐.

질풍같이 빠른 말의 다리보다도 강하게

그를 도망가게 하라.

불붙은 번개로 무장한 제우스의 아드님은 달리어

저 무섭고 피할 길없는

복수의 여신과 함께 그를 덮친다. (209P)


이오카스테 : 그 신탁이란 왕과 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왕께서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으로는 그분이 큰 삼거리 한복판에서 다른 나라 도둑들의 손에 살해당하셨다는 것입니다. 아들이 태어난지 겨우 사흘밖에 안 되었을 때, 왕께서는 그 아들의 두 발꿈치를 뚫고 그것을 한데 엮어서 사람을 시켜 인적이 없는 산 속에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폴론신은 그 애가 아비를 죽이는 자가 되지 않고 또 그것을 매우 두려워하시던 라이오스 왕께서는 아들의 손에 죽는 일이 없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217P)


오이디푸스 : 나이 아버지는 코린토스의 폴리보스 왕이였고, 어머니는 도리스 사람인 메로페였소. 나는 나라 안에서 가장 훌륭한 사나이로 알려져 있었지. 그런데 한 잔치 자리에서 한 사람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나에게 내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떠들어 댔던 것이오.

포이보스신께서는 내가 묻는 일에 관해서는 가르쳐 주시지 않고 괴롭고 무섭고 비참한 다른 이야기를 알려 주셨소. 그건 내가 내 어머니와 결혼해서 차마 볼 수 없는 자손을 세상에 내놓고 나를 낳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것이었소. 그 말을 듣고 나는 코린토스를 피하여 오직 별들만을 위지해 그곳의 위치를 재며 내게 대한 그 비참한 신탁의 불길한 일이 이루어지지 앟을 곳으로 달아났소. 그렇게 길을 가고 있던 중 당신이 왕게서 돌아가셨다고 말한 바로 그곳에 이르렀던 거요........(219~220P)


이오카스테 : 인간이 걱정해 본들 무엇하겟어요? 인간에게는 운명이 절대적이라서, 무엇 하나 앞일을 분명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머니와의 결혼이라는 것도 무서워할 것이 못 돼요. 꿈에 어머니와 동침했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이디푸스 : 전에 록시아스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내 어머니와 결혼하고 내 손으로 내 아버지의 피를 흘릴 운명에 있다는 것이오. 그래서 나는 코린토스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이오, 과연 행복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어버이의 얼굴을 뵙고 싶은 마음이 그지없구려. (225페이지)

☆☆☆왕비는 무언가 직감한 것이 있어 자신과 오이디푸스를 애써 변호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이만큼 실마리가 잡혔는데도 내 출생을 밝혀내지 않고 버려둘 수는 없어.

이오카스테 : 제발 당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시거든 그렇게 들춰내는 일은 그만두세요. 이젠 더 견딜 수가 없군요. (227페이지)

오이디푸스: 이 여자에게는 그 고귀한 지체를 자랑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이오카스테 : 아 가엾은 분, 이것이 당신께 대한 제 마지막 말입니다. 다시는 아무 말도 않겠습니다.(228페이지)

☆☆☆ 관객들은 그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데, 오이디푸스만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들은 오이디푸스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낼 수밖에 없다.


코러스: 아 사람의 아들들이여

너희들은 하루살이 목숨

그는 누군가, 누군가, 저 행운도 이름뿐

속적없는 행운

행운보다 더한 것을 얻은 자는 누군가?

좋은 훈계다, 그대의 운명은

그대의, 그대의 운명은

아, 불행한 오이디푸스님이여

이 세상 일, 무엇을 행운이라 하랴!(232P)


오이디푸스 : 여자들에게는 흔히 잇는 자존심 이상으로 그 여자는 틀림없이 나의 천한 출신을 부끄러워하고 있겠지. 내 동기간인 변천하는 달과 더불어 나도 때로는 흥하고 때로는 기울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 내 출신을 밑바닥까지 들추기를 두려워하진 않겠다. 그 무엇도 나를 달리 만들 수는 없다.(228페이지)


사자 : 왕께서는 오락가락하시면서 ‘칼을 달라.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니고, 자기와 자기 애를 낳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외치셨습니다. 그렇게 미친듯이 외치시는 동안 아무도 보진 못했지만, 인간 이외의 무슨 힘에 이끌렸던지 왕께서는 소리를 지르면서 문에 덤벼들어 빗장을 비틀어 벗기고 방안으로 뛰어드셨습니다. 이미 왕비께서는 몸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밧줄의 고리로 목을 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게서는 그 모습을 보시자 목이 멘 소리를 내시면서 밧줄을 풀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가엾은 시체를 내려 눕히고 나서 차마 못 볼일이 일어났습니다. 왕께서는 왕비가 입고 계신 옷에서 황금으로 된 장신구를 빼어 높이 치켜드셨다가 당신의 두 눈알을 콱 찌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내게 덮친 수많은 재앙, 내가 저지른 수많은 죄업을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내가 보아서는 안 되었던 사람을 보고,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던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영원한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234페이지)


오이디푸스: 아, 슬프다, 재앙의 이 몸!

           나는 어디로 가나?

           내 목소리가 지향없이 날아가다니!

          아아, 내 운명이여. 너는 어디로 가느냐?

코러스 : 무서운 곳으로

         차마 보기도 듣기도 처참한 곳으로

오이디푸스 : 아, 무서운 먹구름의 이 어둠!

             손을 슬 수도 없고 형언할 수도 없이

             점점 죄어오는 구나.

             아아, 비참도 해라

             상처의 아픔과 불행한 기억이

             얼마나 이 마음을 깊이 찔렀던가!(235페이지)


크레온 :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자를 더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만물을 키워주시는 태양의 불길을 공경하고 땅도 하늘의 거룩한 비도 햇빛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런 부정을 숨김없이 누구에게나 들춰내기를 삼가야 한다. (238페이지)


코로스: 저 이름 높은

        수수께끼를 알고 권세가 이를 대 없었던 사람

        누구나 그 행운을 부러워했건만

        보라, 이제는 저토록 거센 비운의 풍랑에 묻히고 말았다.

        그러니 마지막 날을 보기를 기다려

        괴로움을 벗어나서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누구든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행복하다고 부르진 마라. (241페이지)

☆☆☆관에 못을 박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지금 좀더 많이 가졌다고, 좀더 많이 누린다고 해서 우쭐대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주의 것을 내가 좀더 많이 가졌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오만방자한 자신을 항상 단속해야 한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가 세상을 떠난(기원전 406년) 뒤 기원전 401년에 그의 손자에 의해 비로소 상연된 유작으로  시인의 마지막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의 피를 흘린 부정한 사람으로서 쫓겨났는데, 그때 그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러나 맏딸 안티고네는 방랑의 나그네 길에서 눈먼 아버지의 손을 잡고 비렁뱅이 생활 속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함께 고생하다가 마침내 아티카의 콜로노스에 있는 어느 신전 숲에 이르렀다. 오이디푸스는 이곳이 에우메니데스 여신의 신역으로 자기의 마지막 휴식지이며, 자기의 시체는 잠들고 있는 곳의 수호신이 된다는 것을 신탁에 의해 알고 그를 쾌히 맞아준 아티카의 왕 테세우스에게 보호를 청하고 그 대신 자기가 죽은 뒤 아티카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

극은 아버지가 쫓겨난 뒤 테베의 왕좌를 다투는 그의 두 아들이 오이디푸스가 줄 수 있는 은혜를 신탁을 통해 알고,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노력과 그에 대한 오이디푸스의 노여움과 거절에서 생기는 갈등을 거쳐 마침내 그가 신들의 부름에 다라 천둥 번개 아래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기적을 그리고 있다.

소포클레스가 이 극에서 다룬 전설이 무엇에서 유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오이디푸스의 무덤이 아티카의 수호가 되고 있는 이 전설은 적어도 소포클레스가 태어난 콜로노스에 있었을 것이다. 이리하여 이 위대한 극시인은 인생의 마지막에 있어, 신들과 오이디푸스를 화해시키고 자기 고향을 찬미했다.

소포클레스는 신들의 길이 인간의 어떠한 생각도 뛰어넘는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생각한 시인이다. 신들은 잔인해서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그것이 옳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에 관계없이 신들이 정한 길을 바꾸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오이디푸스를 신들과 화해시켰다. 이 화해는 신들 쪽에서 제의한 것이며 오이디푸스는 끝까지 의연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포클레스가 생각한 길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그린 어둡고 무서운, 내일이라는 날에 대해 아무 안심도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덧없음도 이 인간성의 강함을 통해 버티어지고 있다. 인간은 신들에게 굴복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소포클래스는 꿋꿋한 사람이었다. 그의 유명한 원만하고 온화한 인격은 이와 같은 꿋꿋함에서 나오고 있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지니는 형언할  없는 정밀함은 이러한 뒤받침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243~244페이지)


오이디푸스 : 앞 못 보는 이 늙은이의 딸 안티고네야. 우리는 어느 곳에 어떤 사람들의 나라에 와 있느냐? 떠돌아다니는 우리에게 오늘은 누가 얼마 안되는 동냥이나마 줄까? 조금밖에 바라지 안지만, 바란 것만큼 얻지도 못하는 구나. 그래도 그것으로 족하다. 고생도 했고, 오랜 세월을 함께 다녔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고귀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나에게 참을성을 가르쳐 주니까. (246페이지)


오이디푸스: 내가 영원히 땅 위에서 가장 아픈 일을 당해야 할 은혜받지 못할 자라면 아폴론님의 말씀대로 내 일생의 마지막인 저승으로의 길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부디 태고의 아름다운 따님들이시여! 부디 위대한 팔라스 나라라고 불리고 모든 나라 중 가장 영광스러운 아테네여. 오이디푸스의 이 가엾은 허깨비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저는 옛날의 그 사나이는 아니니까요.(249페이지)


오이디푸스: 세상의 칭찬이나 훌륭한 명성이 그저 헛되게 끝난다면, 그것이 무슨 이로울 것이 있을 까. 흔히 말하듯이 아테네야말로 신께 경건하고 이 나라만이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이 나라만이 그런 사람을 도울 수 있다 한들, 대체 내가 어디서 그런 것을 찾아 볼수 있단 말이오.

나를 이 바위에서 일으켜 세운 다음, 오직 내 이름이 두려워서 나를 쫓아낸다면, 정녕 나라는 사람이나 내 소행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오.

내 소행이란 적어도 내가 했다기보다는 당한 일이오. 내 부모의 이야기르 당신들에게 말해야 한다면 말이외다. (254P)


오이디푸스: 그 쾌심한 놈들은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왕위가 더 대단했다더냐?

이스메네 : 그런 말씀은 듣기가 괴롭습니다.

오이디푸스 : 그렇다면 그놈들의 숙병적인 사움을 신들께선 말리지 마시옵고, 그들이 지금 서로 벌이고 있는 싸움의 결판을 저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지금 왕의 자리에서 권세를 떨치는 자도 길지 않고 도한 쫓겨난 자도 다시는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들은 내가, 귿르의 아비가 그렇게도 욕스럽게 내 나라에서 쫓겨날 때 그것을 막으려 하지도 않았고 나를 지켜주지도 않았어. (259페이지)


오이디푸스 : 착한 뜻을 가지고 간다면 한 사람으로도 천 사람을 위한 빚을 갚기에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261페이지)

☆☆☆불가에서는 깨친 사람을 공양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 백 명을 공양하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훌륭한 리더 한 사람을 잘 선택한다면 패망의 길을 걷던 회사가 살아날 수도 있고, 국가의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


테세우스: 지금의 당신과 같은 다른 나라 사라들을 피하거나 돕기를 거절하거나 하지는 않겠소이다. 나는 내가 인간임을, 그리고 내  신세가 당신 못지않게 내일 어떻게 될는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263P)

오이디푸스 : 나는 이 비참한 몸을 당신에게 선물로 바치려고 왔습니다. 보기엔 별로 신통치 않지만 거기서 생기는 이득은 아름다운 모습보다 훨씬 좋습니다. (264P)

테세우스: 그렇다면 그 혜택이란 언제 밝혀지겠소?

오이디푸스 : 내가 세상을 떠나고 당신이 나를 묻어줄 때.(264P)

테세우스 : 어리석기도 하오. 불행한 때에 화를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오.(264P)


테세우스 : 그렇다면 인간의 슬픔을 넘어선 슬픔이란 무엇이오?

오이디푸스 : 그건 이렇습니다. 나는 나라에서 내 자식들의 손으로 쫓겨났지요.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죄 때문에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신세입니다. (264P)


오이디푸스 : 오직 신들만이 늙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온갖 것을 극복하는 시간에 굽히고 맙니다. 땅의 힘도 쇠퇴하고 몸의 힘도 기울어집니다. 신의는 죽고 불신이 생겨납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햔결같은 마음이 결코 오래 가지를 않습니다.

어떤 자는 당장에 도 어떤 자는 나중에, 즐거움은 괴로움으로 그리고 도다시 사랑으로 바꿉니다. 테베와 당신 사이가 오늘은 햇빛 아래에서 아름답다 해도 숱한 세월에도 많은 낮도 밤도 있으며, 그 동안에는 하찮은 일에서 오늘의 화목의 맹세가 창끝으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265P)


코러스 : 여기 꾀꼬리는 쉴새없이 와서

         푸른나무 그늘에서 우짖는다

         포도빛 짙은 그늘에

         숱한 열매 맺어

         햇빛이 찾아들지 못하니

         비바람에도 끄덕없는

         인적없는 신의 숲의 괴고리가

        여기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기를 키운 여신들과 함께

        늘 거닌다.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키워져

        탐스러운 꽃송이의 나르키소스는

        아침마다 피어나는

        위대하신 여신(곡신의 여신 데메테르)들의 예부터의 화환이다.

        금빛나는 크로코스도 꽃핀다.

        잠들줄 모르는 샘물은 케피소스(아티카를 흐르는 강으로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함)          의 흐름을 키우고

        일찍이 줄어든 일 없이

        나날이 언제나 맑은 물을 담아

        부푼 대지의 가슴을 달려

        풍요를 가져다준다. (267P)


테세우스 : 정의를 존중하고 매사에 법을 따르는 나라에 왔으면서도 이 나라의 권위를 무시하고 함부로 침입해서 제멋대로 사람을 데려가고 폭력으로 납치를 했다. 이 나라엔 사람도 없는 듯이, 노예의 나라인 것처럼, 그리고 나를 있으나마나로 생각했던 것이야.

그러나 테베가 너의 그 천한 마음을 가르친 것은 아니다. 그 나라는 무도한 사람을 키우길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네놈이 내 것을 빼앗고 신들의 것을 범하고 그 가엾은 애원자들을 억지로 끌고 가려던 것을 알면, 그 나라도 너를 칭찬하진 않을 게다. (275P)


안티고네: 제발 저희들에게 양보를 해 주세요. 옳은 소원을 가진 자를 너무 애태우는 것도, 친절을 받고서 갚을 줄 모르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 아닙니다.(283P)


코러스: 적당한 수명에는 만족하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이다.

        오래 살면 기쁨보다

        슬픔이 많고,

        지나치게 오래 살면 어디서도 즐거움은 없다. (283P)


        마지막으로 구원의 손길이 누구에게나 고르게 나타난다.

        결혼의 축가도, 칠현금 소리도, 춤도 없이

        하데스의 운명이 나타날 때,

        분명 마지막은 죽음이다.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지만,

        태어난 바엔 온 곳으로 속히 되돌아감이 둘째로 좋은 일이다.(283P)



경망스러운 어리석음에 청춘이 지나면,

어떤 괴로움 불행을 면할 수 있을까?

어떤 고통이 덮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질투, 내분, 싸움, 전쟁,

그리고 살인. 마지막으론 누구나 싫어하는 힘없고

친구 없고,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늙음이

온갖 불행과 함께 닥쳐온다.(284P)


오이디푸스 : 고약한 놈 중에서도 고약한 놈아, 네놈의 아우가 테베에서 쥐고 있는 왕위와 왕권을 네놈이 가지고 있을 때, 너는 아비를 쫓아내어 나라를 잃게 하고 이런 옷을 입도록 했다. 그러고서는 이제 제놈도 나와 같은 궁지에 빠지니까 이 옷을 입도록 했다. .......네 놈대문에 이렇게 떠돌아다니면서 그 날의 끼니를 남에게 구걸하고 있다. 이 딸애들이 태어나서 나를 도와주지 않았던들, 네놈 따위의 도움이야 어떻든 나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287P)

오이디푸스 : 이렇게 나는 네 놈을 저승으로 데려가라고 저 타르타로스의 무서운 조상 대대의 어둠을 부른다. 이 말을 듣고 물러가라. 그리고는 가서 모든 카드메이아 사람들에게, 또 네놈의 충실한 동맹자들에게 전해라. 오이디푸스가 자기 자식들에게 이런 상을 나눠 주었다고. (288P)

☆☆☆ 아들에게 퍼붓는 무서운 저주이다. 악신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달려들면 어떤 장사도 맞설 수 없을 것이다.


코러스: 새로운 재앙이 또 왔구나.

        무거운 운명을 띠고서, 저 앞 못보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서,

        아니면 운명이 그 마지막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인가.

       신들의 선언이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선 안된다.

       보고 있다, 보고 본다. 언제나 세월이 어떤 것은 망치고

       또 어떤 것은 이튿날 다시 일으키고,

       오, 제우스님. 천둥이다! (290P)


오이디푸스: 제우스의 이 날개 돋친 벼락은 나를 곧 하데스로 데려갈 것이다. 어서 빨리 모셔 오너라.(290페이지)


오이디푸스 : 왕(테세우스)이 오시길 고대했습니다. 이렇게 다행스럽게 여기 오신 것은 오직 신의 은혜입니다.

오이디푸스 : 내 목숨의 저울이 기울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약속한 것을 당신과 이 나라에 믿음직스럽게 지키고 죽으려 하는 것입니다. (291페이지)


테세우스: 노인장,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고 있단 말씀인가요?

오이디푸스 : 당할 자가 없는 신의 손에서 던져주는 저 쉴새 없는 벼락소리, 끊임없이 번뜩이는 번갯불이지요. (291페이지)



오이디푸스 : 아이게우스의 아드님, 세월도 해를 입히지 못하는 이 나라의 보배가 될 것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제 곧 아무런 도움도 없이, 혼자서 내가 죽을 곳으로 인도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에게도 말씀해선 안 됩니다. 그것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도, 어떤 지역에 있는지도 그렇게 하면 그 당은 수많은 방패보다도, 이웃나라가 도와주는 창칼보다도 영원한 방비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신을 섬기기에 소홀하고 미쳐 날 뛸 때는 신들은 느리긴 하지만 어김없이 벌을 내리십니다.

길잡이하시는 헤르메스와 저승의 여신께서 나를 이리로 이끌어 가시니까.

아아, 빛없는 빛이여, 전에는 그대도 내 것이었는데, 이제는 내 몸에 그대의 손이 닿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로구나. 나는 지금 내 일생의 끝을 하데스에게 숨기러 가기 때문이다. (292P)



코러스: 딸들을 불러서 몸도 씻고 신께 물도 바치기 위해서 어딘가 샘터에서 물을 길어오라고 일렀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보이는 푸른 호수의 신인 데메테르의 언덕으로 가서 아버지의 분부대로 물을 길어다가 그를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294페이지)

왕(테세우스)께서는 땅에 입을 맞추시고 동시에 신들의 자리인 올림포스를 향해서 손을 치켜들고 기도드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294페이지)


코러스 : 그분을 그때 마지막으로 가게 한 것은 신의 벼락불도 아니고 갑자기 일어난 바다의 비바람도 아니었습니다. 신들께서 보내신 길잡이라도 왔었는지, 아니면 저승이 그분을 환영해서 괴로움이 없도록 대지가 열렸는지 그분은 번뇌도 없고 병고를 치르는 일도 없이 사람으로서는 가장 놀라운 마지막을 보내셨습니다.  (295페이지)


코러스: 훌륭한 자매, 신들께서 내리신 것은 참아야 한다.

        너무 슬퍼할 것이 아냐. 그렇게 불평할 것이 아니다.

안티고네 : 그래도 불행이 그리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있을 동안에는 즐거울 이유가 없는 것도 즐거웠지요.

        아버지, 그리운 아버지, 지하의 어둠으로 싸이신 분,

        비록 저 세상에 게시더라도,

        저와 이 동생의 사랑을,

        그 사랑을  결코 저버리실 일은 없겠지요. (296페이지)


안티고네 : 영원히 무덤 속에서

          잠드는 땅을 가지시어,

          가슴 아픈 슬픔을 가득 찬 내 눈은 아버지를 슬퍼하고,

          이 불행한 나는 아버지 때문에 생긴 슬픔을

          어떻게 지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슬퍼라, 남의 당에서 돌아가시길 바랐지만,

          정작 돌아가셨을 때, 내 손으론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구나. (297페이지)


안티고네


이제까지 남아있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가운데 연대순으로 두 번째 것으로 추정되는 <안티고네>. 아마도 기원전 441년이나 442년에 상연한 것으로 지은이가 쉰서너 살 때 슨 것이 되므로 원숙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떤 뜻에서 이것은 무제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인위법과 자연법, 인간이 제정한 법칙의 힘과 신이 또는 인성(人性)이 스스로 구하는 것과의 대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불관용에 대한 훈계라고도 해석할 수 잇을 것이다. 또 왕에 대해 안티고네가 하는 말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도록, 다같이 사랑하도록 태어났습니다. 우리의 천성은’이라는 구절은 그즈음 벌써 격화되어 왔던 그리스 정치 정세에 대한 프로테스트(레스키)라고도 일컬어진다.

하이몬의 대사에도 꽤 정치적인 색채가 짙다. 어쨌든 이 곡이 특히 지은이의, 그리고 고전적인 아테네 휴머니즘의 고백이며 주장이 되고 있음은,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302페이지)


안티고네 :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아버지인 오이디푸스 왕 대문에 일어났던 온갖 재앙 중에서 제우스 신이 우리에게 내리시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겠지? 온갖 고난과 파멸과 부끄러움과 욕스러운 일치고 너와 나의 불행 중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란 없구나. (304P)

이스메네 : 우리 두 오바들이 서로 싸워 단 하루 만에 다 죽고 만 다음부터는,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친근한 분들의 소식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304P)




안티고네 : 내 손으로 그 분의 장례를 치르겠다. 그 일로 해서 내가 죽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고귀한 죄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분과 정답게 함께 죽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을 섬겨야 하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쉬겠다. 그러나 신들께서 귀하게 하시는 일을 비웃고 싶거든 실컷 비웃으려무나.(305P)


안티고네: 아무튼 날 내버려 둬라. 그런 무서운 일을 당해도 그건 나 혼자만의 바보짓이다. 어쨋거나 비루하게 죽는 일보다 더 무서운 일은 당하지 않을 테니까. (306P)


크레온: 사람들 사이에 돈처럼 나쁘게 통하는 것도 없다. 돈은 나라를 망치고, 사람을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며, 정직한 마음을 부끄러운 일을 하도록 까지 돌려서 비틀어 놓는다. 게다가 돈은 사람들에게 흉악한 일을 행하고, 온갖 경건하지 못한 짓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312P)


파수병 : 귀에 거슬리십니까, 마음에 거슬리십니까?

크레온 : 어디가 거슬리든 그건 알아 무엇하느냐.

파수병: 일을 저지른 자는 마음에, 저는 귀에 거슬리시겠지요.(313P)


코러스 : 이상한 것이 많기는 해도

사람보다 더 이상한 것은 없다.

그 힘은, 거센 남풍에 몰려

그를 삼킬 듯 물결쳐 오는 파도를 헤치고

흰빛 바다를 걷는다.

또한 신들 중의 최고의 신이시며,

불멸의, 피곤을 모르는 대지까지도 그는 고달프게 부리고,

해마다 쟁기가 나가는 대로 노새와 함께 흙을 파헤친다.(313~314P)


코러스 : 가벼운 마음의 새 족속도, 사나운 짐승 족속도,

깊은 바다 속의 족속도

슬기로운 인간은

고아서 만든 그물을 걸어

둘러싸서 잡는다.

또한 들판의 굴 속에 살며 언덕에서 헤매는 짐승도

사람의 재주 앞에 지배당하고,

저마다 사나운 말도 길들여 멍에를 씌우고

지질 줄 모르는 들소도 길들인다. (314P)


말하는 것도, 바람같이 날쌘 생각도, 나라의 기틀이 되는 모든 분별도

스스로 배워 알며, 맑은 하늘 아래에서

모진 서릿발도, 억수 같은 소나기도 피할 줄 안다.

그는 모든 일에 방책을 가졌고, 방책 없이는 어떤 일도 겪지 않는다.

오직 죽음만은 피할 길 없지만

불치의 병조차 고칠 길을 짜낸다. (314P)


빠른 생각은 교묘하고 능하여

사람을 때로는 선으로, 대로는 악으로 이끈다.

나라의 법을 존중하고, 신들게 맹세한 정의를 지키면

나라는 번영한다. 그러나 경솔하게도

옳지 않은 일에 마음을 기울이는 자는 자라를 망친다.

원컨대 그런 자와 더불어 살지 말며, 나와 생각을 함께하지 않기를. (314P)


파수병 : 사람이란 어떤 일이건 다시는 안한다고 맹세할 것이 못됩니다. 나중 생각이 처음 결심을 바꾸는 수가 있으니까요. (315P)


안티고네: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불멸한 것이며, 그 시작은 아무도 모르지요. 인간의 어떤 생각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신들 앞에서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수는 없어요. 왕의 그 포고가 있었건 없었건 어차피 나는 죽어야 할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나같이 나날을 괴로움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차라리 죽는 편이 이득이라고 어찌 생각하지 않겠어요?(317페이지)


크레온 : 너무 기승을 부리면 꺽이기도 쉽다는 것을 알려주마. 불에 달구어 강한 쇠일수록 가장 잘 부러지거나 부스러진다는 것은 알겟지. 사나운 말도 조그만 제갈 하나로 순해진다. 남의 노예에게는 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317P)


안티고네 : 그래도 하데스는 그의 장례식을 바라고 있어요.


크레온 : 그러나 선량한 사람은 악인과 같은 대접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

안티고네: 저승에서는 그것이 옳게 보일는지 누가 아나요.

크레온 : 원수는 죽어서도 결코 친구가 못된다.

안티고네: 나는 서로 미워하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도록 태어났어요. (318P)


코러스 : 트라키아의 바닷바람이 거친 입김으로 저 깊은 곳의 어둠을 크나크게

        물결처럼 밀어젖힐 때조차,

        새까만 모래를 바다 밑에서 몰아 일으키고,

        폭풍의 매질에 시달린 바닷가에서는 성난 파도의 노호가 들린다. (321P)


코러스: 오오, 제우스여, 사람이 어찌 당신의 힘을 넘어설 수 있으리요?

        모든 것을 유혹하는 잠도, 신들의 지치지 않는 세월도

        당신의 힘은 정복하지 못한다.

       시간도 당신을 늙게 못하고

       당신은 통치자로서 올림포스의 눈부신 빛 속에 사신다.

       가까운, 또한 먼 미래를 통하여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 법은 변치 않는다.

       사람의 세상에서는 무엇이고 도에 지나치면

       재앙도 피할 수 없다.(321P)


코러스 : 희망은 그리도 멀리 헤매어

        숱한 사람에게 위안이 되자만,

        한편 많은 사람에게 들든 욕망의 그릇된 매력도 된다.

        그리하여 뜨거운 불에 발을 데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실망을 준다. (322P)

☆☆☆ 희망의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희망은 우리의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막연한 욕망에 들뜨게 하여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크레온: 복종치 않는 것보다 더 심한 악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안을 피멸시킨다. 불복종 때문에 동맹군의 진영도 흩어져 패주하게 된다. 공정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안전케 하는 것은 복종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서를 소중하게 지켜야 하고, 무슨 일이 있든지 일개 여자에게 굽혀서는 안된다. (323P)


하이몬(크레온의 아들이며, 안티고네의 약혼자) : 신들께서는 사람에게 이성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서 가장 귀한 것입니다. (323P)

........그렇지만 남도 쓸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버지를 위해서 남들이 말하는 것, 행하는 것, 또는 비난하려는 것을 다 주시하려는 것은 저의 타고난 직분입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불평하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귀한 행위 때문에 그렇게 부당하게도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 그 여자의 운명을 탄식하는 소리입니다. (324P)

하이몬 :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하시지는 마십시오. 자기만이 현명하고 말에서나 정신에서나 자기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알고 보면 언제나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때에 따라 굽히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압니다. 아시다시피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가는 물가에서 거기에 굽히는 나무는 잔가지 하나도 꺾이지 않지만, 고집 센 나무는 뿌리째 뽑혀서 쓰러지고 맙니다. 또한 배의돛을 팽팽하게 펴두기만 하고 조금도 늦출 줄을 모르는 사람은 배를 뒤엎어, 그 다음에는 뒤집힌 용골(龍骨)을 타고 그 항해를 끝마칩니다. (324P)


크레온 : 내가 이 나라를 내 판단이 아니라 남의 판단으로 다스려야 하느냐?

하이몬 :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건 국가가 아닙니다.

크레온 : 국가가 통치자의 것이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막을 혼자서 훌륭하게 다스리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325P)


하이몬 :전 천한 일에는 굴복하지 않습니다. (325P)

크레온 : 살아서는 결코 그 여자와 결혼하지 못한다.

하이몬 : 그러시다면 그 여자는 죽는 거죠. 죽음으로써 도 다른 사람 하나를 죽이는 겁니다. (325P)


코러스: 사랑이여, 싸움에서 질 줄을 모르는 사랑이여, 재물도 파괴하고,

처녀의 보드라운 볼에서도

밤샘을 한다.

바다 위에서도, 깊은 산골 오두막집들 사이에서도 헤맨다.

불멸의 신들도, 덧없이 사는 자도 그대를 피할 길 없고,

그대에게 걸려서 미치지 않는 이가 없다. (327페이지)


바른 사람도 그대로 하여 마음이 빗나가고 몸을 망친다.

지금 이 집안 간의 사움을 일으킨 것도 바로 그대이다.

아리따운 새색시의 두 눈에서 불붙어 온 사람의 빛은 의기양양하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과 나란히 지배하는 위력이다.

대적할 수 없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힘을 떨치셨기에. (327페이지)


안티고네 : 모든 것에 잠을 주는 하데스가

           나를 산 채로 아케론의 기슭으로 이끌어가오.

           신부를 데려오는 노래도 못 듣고,

           결혼의 축가를 부를 사람도 없이

           아케론의 주인에게 시집을 가오.(327페이지)


코러스 : 그래도 그대는 영광과 찬양을 받으며

        죽은 자들의 깊은 곳으로 떠납니다.

        몸이 야위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칼의 갚음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뜻대로 행동하여

        인간으로서 단 한 사람,

        하데스로 살아있는 목숨이 내려갑니다..(328페이지)

☆☆☆ 자신의 의지대로 산다는 것은 숭고하다. 자신이 귀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하는 것, 숭고하다.

안티고네 : 프리지아에서 시집 온 탄탈로스의 따님이

시필로스의 산마루에서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정없이 달라붙는 담쟁이덩굴처럼

돌이 자라서 그 아가씨를 둘러쌌습니다. 야위어 가는 몸에

비도 눈도 내리어, 눈꺼풀에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은

목을 적셨다 합니다. 내가 죽어가는 운명도 꼭 같습니다. (328페이지)


테이레시아스 : 저는 모든 새가 시야에 모여드는 예부터 점치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새들의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불길한 사나움으로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발톱으로 할퀴는 것을 알았습니다. 날개소리로 보아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려 빨갛게 불타고 있는 제단에, 익힌 제물을 바치고서 점을 쳐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제물에서 헤파이토스는 불길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다리의 고기에서는 끈적끈적한 물이 스며 나와서 타다 남은 것 위에 떨어지고, 눌어서 튀어 담즙이 공중에 날고, 그 물이 흘러 떨어지는 다리에서 그것을 둘러쌌던 기름기가 다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333페이지)

☆☆☆점복술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할 것없이 있었다. 불안한 인간이 미래를 알고 싶은 마음에 동물을 불에 태워서 그 형태와 그 연기와 그 색깔로 닥쳐올 미래를 예언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심각했을 것이다.

테이레시아스 : 우리나라는 왕의 짧은 소견 때문에 이렇게 병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들께서는 희생을 바치는 기도조차도 듣지 않으시고, 고기의 제물을 굽는 불길도 받지 않으십니다. 어떤 새도 그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분명한 징조를 내리지 않습니다. 죄없이 죽은 사람의 피의 기름기를 이미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333~334페이지)

모든 사람이 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는 합니다만,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 잘못을 고치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 사람은 이미 어리석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바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함을 압니다. (334페이지)

☆☆☆자신의 잘못을 알고 뉘우치거나 고치려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요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사람은 바보인 것이다.


테이레시아스 : 모든 것 중에서 충언만큼 값진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크레온 : 어리석음이 가장 해로운 것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지. (334페이지)


테이레시아스(예언자) : 지금부터 태양의 빠른 수레바퀴가 여러 번 들기 전에 당신이 피를 나눈 사람 중의 하나를, 죽은 시체들 다신에 시체로 만들어 내놓게 될 것입니다. 땅 위에 잇어야 할 자를 땅 밑으로 던져넣고, 몰인정하게도 살아있는 생명을 무덤 속으로 처넣고, 땅밑의 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시체는 묻어주지도 않고 천대를 하여 모두 더럽혀진 채 이 세상에서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들에 대한 당신의 폭행입니다. 그래서 복수하는 파괴자들인 하데스와 신들에게 복수하는 에리니에스 여신들이 이와 똑같은 재앙 속으로 잡아넣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335P)


코러스: 신들의 재바른 채찍은 어리석은 인간들을 당장에 때려눕힙니다. (336P)


코러스 : 불꽃을 뿜는 별들 중의 가장 으뜸가는 그대,

         밤의 모든 소리들의 주인이시여,

         제우스의 친아드님이시여,

         오, 왕이시여, 좋은 선물을 주시는

         이아코스 앞에서 밤을 지새워 미친 듯 춤추는 그대의 시녀

         티아이(여기서는 님프를 가리킨다.) 들을 이끄시고 어서 오시옵소서.  (338P)


사자 : 사람이 즐거움을 잃고 나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지요. 그저 숨을 쉬고 있는 시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338P)


사자 : 무덤 속 깊은 곳에서 그 아가씨는 가는 끈으로 목을 졸라매고 숨져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허리를 팔로 껴안고 엎드려 새색시가 죽어 혼인도 허사가 된 일, 아버지께서 한 일과 불행한 사랑을 저주하며 비통하게 울고 계셨습니다.

왕자님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한 마디 대답도 없이 십자로 된 손잡이의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재빨리 피했기 때문에 칼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불쌍한 왕자님은 흥분한 채로 그 즉시 온몸으로 칼 위에 엎어져 칼은 절반이나 옆구리를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숨이 있는 동안, 그 아가씨를 억지로 껴안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 아가씨의 핼쑥한 볼에 왈칵 피를 토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시체가 되어 시체 위에 겹쳐 누웠습니다. 불쌍하게도 이 세상이 아니라 하데스의 대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인간의 온갖 불행 중에서 분별없는 것보다 더 심한 불행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 준 셈입니다. (339~340P)


크레온 : 아 우둔한 마음, 죽음을 부르는

        고집스러운 마음의 죄여!

        아, 같은 피를 나눈 죽인 아버지와

        죽음을 당한 아들을 보라.

        아, 맹목적이었던 비참한 나의 생각이여!(340~341P)

☆☆☆우둔하고 어리석은 마음이 자신을 죽인다.

크레온 : 아, 뼈에 사무친 공부를 했다. 아, 신께서

         내 머리를 지독한 힘으로 내리쳐서,

         파멸의 길로 던져 넣으셨다!

         아, 내 기쁨은 짓밟혀 뒤집히고 말았구나.

         아아, 인간을 괴롭히는 지겨운 고생이여.


크레온 : 내 운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여,

        내 마지막 날을 가져오는 것,

        가장 좋은 운명, 어서 오게 하라.

        다시는 내일의 빛을 못 보게! (342페이지)


코러스  : 이제 더 기도하지 마십시오.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은 피할 길이 없으니까요. (342             페이지)


코로스 :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

         신들께 향한 공경은 굳게 지켜져야 한다.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언제나 큰 천벌을 받고,

        늙어서나 지혜를 깨닫는다. (343페이지)

☆☆☆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여신이 필요하다.



엘렉트라

이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의 제 2부인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과 같은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둘 다 오레스테이아와 그의 친구 필라테스의 등장으로 극이 시작된다. 또한 이 작품은 에우리피테스의 같은 이름의 작품과도 내용이 주옥된다. 그리스의 고전 작가들은 같은 전설을 가지고 저마다 개성이 강한 창작 세계를 열고 있엇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군의 총 지휘관으로 출정했다가 10년 만에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고 돌아온 아가멤논왕은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 정부인 왕의 사촌아우 아이기스토스의 공모로 욕실에서 살해당했다. 이극은 간단히 말하면 왕의 달 엘렉트라와 아들 오레스테스가 함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이지만, 살해자가 바로 그들의 어머니요, 당숙이라는 특수한 사정에서 복잡하고 심각한 비극성을 띠게 된다.

이 극 가운데에서 어머니와 딸의 대화로도 알 수 있지만,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트로이 원정길에서 풍랑을 피하기 위하여 아버지가 희생물로 바친 데 대한 어머니의 원한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아가멤논이 트로이의 공주를 사랑한 일이 아내의 복수심에 불을 질럿다고 전해지고 있다.

소포클레스는 적극적인 기질을 가진 엘렉트라가 아우 오레스테스를 격려해서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엘렉트라와 그의 여동생인 크리소테미스의 성격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연상시키는 대조적인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이 작품에서 냉혹할 만큼 자기 감정을 감추고 극 속의 인물들은 마치 돌조각처럼 끄떡도 않고 있어, 지은이의 체온 같은 것은 느껴보기 어렵다. 그것은 이 작품을  꿰뚫는 것이 어디까지나 정의(dike)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리스테스는 아폴론 신을 믿어 서슴지 않고 태연하게 정의를 행동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호메로스와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이 서로 통하고 있는 듯 보인다. (346페이지)


오레스테스 : 내가 어떻게 하면 암살자들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까 해서 피톤(델포이의 옛이름)에 신탁을 들으러 갔을 때, 포이보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네. 방패나 군대를 쓰지 말고 계략으로 은밀하게 제 혼자의 손으로 원수를 갚으라고, 이런 신탁을 받았으니, (347페이지)


코로스 : 그러나 슬퍼해도, 빌어도,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하데스의 늪에서

아버지를 다시 모셔올 수는 없습니다.

그렇죠,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언제까지나 슬퍼만 한다면,

마지막엔 구원받을 수 없는 괴로움에 몸을 망칩니다.

불행을 벗어날 길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런 괴로움을 자청하나요? (350P)


엘렉트라(아가멤논의 딸) : 하지만 별이 반짝이는 빛과

대낮의 우러러보는 동안엔

한탄과 슬픔의 외침을 결코 그치지 않겠지.

이 아버지의 집  문턱에 서서,

스스로 제 새끼를 죽인 꾀꼬리처럼

모든 사람에게 소리쳐 울기를 그치지 않으렵니다. (349페이지)


코러스 :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십니다. (353페이지)


엘렉트라 : 죽음을 당한 자가 땅에 쓰러져

불쌍하게도 먼지가 되고 무(無)가 되고

버려진 채로 아무도 돌보지 않고,

피의 앙갚음을 갚는 자가 없다면

이 세상에선 부끄러움도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자취를 감출 거예요. (354페이지)


클리타임네스트라 : 아버지를 죽인 것은 나만이 아니고 디케 신께서 하신 일이니까. 너도 올바른 정신이었다면, 그 신을 도와서 일했을 것이다. 네가 늘 슬퍼하고 있는 너희아버지라는 사람은 헬라스 사람 중에서 자기만이 네 언니(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신들께 희생으로 바치고도 태연했단다. 그 애가 태어났을 때 배아픈 고생을 나만큼 하지도 못한 주제에. 또 자기 아우인 메넬라오스를 위해서 내 딸을 죽였다면 내게서 응분의 갚음을 받아도 마땅하지 않으냐? (361~362P)

☆☆☆여자의 마음이 한 번 돌아서면 얼마나 혹독하고 냉혹하고 뻔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엘렉트라 : 제가 들은 바로는 언제인가 아버지가 여신의 숲에서 놀고 계셨을 때, 발소리에 놀라서 튀어나온 꽃사슴을 쏘아 죽였는데, 그때 뭔가 그 일을 자랑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레토의 따님(아르테미스 여신)께서 화를 내며, 그 짐승에 대한 보상으로, 아버지께서 딸을 바치게 하려고 아카이아 군대를 저지시켰다는 것입니다. 언니는 이렇게 희생이 됐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았으면 헬라스 군대는 집으로 돌아오지도 일리온으로 가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많이 고민하신 끝에 하는 수 없이 언니를 희생시킨 것이지, 메넬리오스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362~363P)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남편을 죽인 것은 자신의 맏딸을 메네리오스를 위해 희생양으로 바쳤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자기변호를 하였다. 이것에 대해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열심히 설명함으로서 어머니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


크리소테미스: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죽고 싶을 때 죽지 못하는 것이 무서우니까요. (374P)

엘렉트라 : 이 슬픈 나그네길 끝에 나를 죽이고 말았구나. 정말 나를 죽였어. 그리운 동생아. 그러니 헛된 그림자를 그림자 속에 넣어 내 앞으로, 지하에서 너와 함께 지내도록 나도 너의 이 항아리 속에 넣어다오. 그러니 이제는 나도 저승으로 가서 네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구나. 죽은 사람에겐 고생이란 없을 테니까. (379P)


코러스 : 헤르메스님께선 계략을 어둠으로 감추시오

        뜻을 이루도록 이끄시고, 늦추질 않으신다. (386P)


오레스테스 : 네놈을 네 마음대로 죽ㅈ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네게 죽음의 고통을 맛보게 하겠다. 누구나 무도한 짓을 저지르려는 자에게는 당장에 이 벌이 내려야 한다. 죽음이라는 벌이 그렇게 하면 못된 짓을 하는 일도 늘진 않겠다. (391P)

***꺼림칙한 꿈을 꾸면 이튿날 그것을 태양신께 이야기하여 화를 피하려는 관습이 있었다.


저자라면 


소포클레스의 작품 중 <안티고네>의 작품도 우리들에게 큰 슬픔을 자아낸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티프가 되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음은 <안티고네>중 가장 슬프고 목이 메이는 장면이다.


사자 : 무덤 속 깊은 곳에서 그 아가씨는 가는 끈으로 목을 졸라매고 숨져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허리를 팔로 껴안고 엎드려 새색시가 죽어 혼인도 허사가 된 일, 아버지께서 한 일과 불행한 사랑을 저주하며 비통하게 울고 계셨습니다.

왕자님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한 마디 대답도 없이 십자로 된 손잡이의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재빨리 피했기 때문에 칼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불쌍한 왕자님은 흥분한 채로 그 즉시 온몸으로 칼 위에 엎어져 칼은 절반이나 옆구리를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숨이 있는 동안, 그 아가씨를 억지로 껴안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 아가씨의 핼쑥한 볼에 왈칵 피를 토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시체가 되어 시체 위에 겹쳐 누웠습니다. 불쌍하게도 이 세상이 아니라 하데스의 대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인간의 온갖 불행 중에서 분별없는 것보다 더 심한 불행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 준 셈입니다. (339~340P)


그런데 등장인물 소개를 통하여 안티고네와 하이몬이 약혼자 사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을 뿐, 그들의 내밀한 사랑이야기는 극중에서 전혀 없었다. 안티고네와 하이몬이 어떻게 사랑을 만들어갔는지를 한 두 번 정도라도 언급했더라면 관객들은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전혀 없고, 안티고네의 죽음에 대해 번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같은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하이몬의 행동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하이몬의 행동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기에 이 극적인 장면에서 관객들의 슬픔과 측은함이 증폭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왜 안티고네와 하이몬의 사랑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극적인 반전을 위한 노림수였다면 실패했다고 본다.

‘나’라면 안티고네와 하이몬의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든 극중에 넣을 것이다.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을 넣어서,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거나, 하이몬의 죽음에 대해 관객들로부터 눈물을 쏟게 만드는 것이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것이 전체 극을 통해 허락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하는 것이다. 최소한 극중에서 하이몬이 안티고네를 찾아나서는 장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몬의 자살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여 극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에우리피데스

에우리피데스는 부유한 지주 계급으로 어머니도 상당히 좋은 가문 출신이엇다고 추측된다. 그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며, 또 당시로선 드문 장서가(藏書家)였다고 한다. 기원전 480년 쯤 아테네에서  출생했다.

 므네사르코스의 아들로 3대 비극시인 중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보다 뒤에 출생하였으며, 그의 전기적 자료는 다른 동시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빈약한 데다가 소크라테스와 같이 당시에 여러 모로 문제가 되었던 인물이어서 여러 가지 추문이 유포되어 있지만 사실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에우리피데스는 같은 이름으로 극작가가 된 셋째 아들을 비롯, 아들 3형제를 두었다고 한다.

  BC 455년 극작가로서 극단(劇壇)에 데뷔하였고, 그 작품 총수는 92편이라고 전한다. 그 실적으로 말하더라도 그가 아테네 극단에서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다만 생전에 겨우 네 번 밖에 1등상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새로운 사상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만년(BC 408?)에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의 아르켈라우스왕 궁정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2년 후에 죽었다. 오늘날 그의 이름으로 전하는 작품의 총수는 19편인데, 그중 《레소스 Rhēsos》는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간주된다.

  다른 비극 작가보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훨씬 많이 보존된 이유는 기우너전 4세기 뒤의 압도적인 인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나머지 18편 중에는 유일하게 완전히 전해지는 사티로스극(劇) 《키클로프스 Kyklōps》도 포함된다. 소포클레스를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생각하는 견지에서 본다면, 에우리피데스는 여러 면에서 정통을 벗어나 오히려 데카당스적 요소를 다분히 지닌 작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소피스트의 세례를 받은, 당시로서는 대표적인 진보적 사상가의 한 사람이며, 그 사실은 작품의 여러 곳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사실성(寫實性)과 아이러니를 내포한 합리적 해석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또한 프롤로그나 국면해결을 위해 막바지에서 신(神)을 등장시키는 장치 ·수법 등 극적 수법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고안이 시도되어, 그리스 비극은 그와 더불어 커다란 변모를 이루었다.

  에우리피데스는 본디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그 시대의 젊은이로서 소피스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것도 당연하며 아낙사고라스나 소크라테스와 교우 관계를 유지햇던 것도 사실이리라. 자연히 모든 면에서 인습적인 것에 대한 합리주의적인 비판과 반발이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났고, 이것이 보수파로부터 시한 반감을 사는 결과가 되었다. 특히 희극 작가의 심한 공격을 받은 것은 소크라테스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에우리피데스는 작품의 제재를 관습대로 신화와 전설에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우이라기보다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분석, 묘사에 이르러서는 고대작가로서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본디 제사적인 기원에서 시작되는 따라서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아티카의 비극 속에 너무나 강하게 인간적 요소를 넣은 에우리피데스는 어떤 면에서는 그리스 비극의 정통을 깨뜨렸다는 비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새로운 문학조료의 위대한 선각자였으며, 그 점은 두시나의 문학에 미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가장 엿볼 수 있다.

  상연 연대가 분명한 작품으로는, 《알케스티스 Alkēstis》(BC 438) 《메데이아 Mēdeia》(BC 431) 《히폴리토스 Hippolytos》(BC 428) 《트로이의 여인 Trōades》(BC 415) 《헬레네 Helenē》(BC 412)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Iphigeneia he en Taulidi》(BC 405) 《바카이 Bakchai》(BC 405) 등이고, 그 밖에 《안드로마케 Andromachē》 《헤라클레스의 후예 Hērakleidai》 《헤카베 Hekabē》 《구원을 청하는 여인들 Hiketides》 《엘렉트라 Ēlektra》 《발광한 헤라클레스 Hēraklēs mainomenos》 《타우로이의 이피게네이아 Iphigeneia en Taurois》 《이온 Ion》 《페니키아의 여인 Phoinissai》 등이 있다. 인간의 정념(情念)의 가공할 작용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것은 그의 두드러진 특징이며, 특히 여성심리를 묘사하는 기법에서는 고대작가들 중에 따를 사람이 없다. 생전에는 비교적 불우했던 것으로 전하지만, 사후에 그의 명성은 다른 2대가를 압도하기까지 하였으며, 후세 문학에 끼친 영향도 절대적이다.

  세상과 인정을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풍속극으로서의 ‘새로운 희극’은 에우리피데스의 영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로마 희극을 통해 근세 연극에 이어진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메디아

<메디아>는 기원전 431년 봄, 대 디오니시아 제전 때 상연되었다. 기원전 431년이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 해이며, 페르시아 전쟁 뒤로 한결같이 번영의 길을 걸어온 아테네에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메디아>를 상연했을 때에는 아직 아테네는 평화의 영광 속에 있었기 때문에 824행 이하의 코러스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아테네에 대한 찬미가 아직도 불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절박감을 느끼게 하는 불화와 불신의 공기를 이 같은 극 속에서 읽을 수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 극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이아손의 배신행위이며, 410행 이하의 코러스 등 역시 전쟁 전야의 도시국가 사이의 공기를 느끼지 않고 읽어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극의 1378행 이하에서 메디아가 아이들을 헤라 아크라이아의 신전에 묻고, 그 뒤 엄숙한 제전을 마련하겟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그즈음 현실적으로 그런 무덤과 제전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 극은 그러한 제전의 유래를 풀이하는 것으로 된다. (398~399)


코러스 : 어째서 그렇게도 끔찍한

         죽음의 잠자리를 그리워하시나요.

         죽음이란 언젠가는 오는 법,

         행여 바라질랑 마세요.

         낭군님의 마음이

         다른 여자에게 향할지라도

         노여움만 거두십시오,

         죽고 싶도록 원망스러울지라도.

         심판을 하시는 이는 제우스님이시니,

         쓸데없이 상심하여

         낭군님을 원망하지 마세요. (405페이지)

메디아 : 이 세상에 삶을 누리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가 바로 우리 여자들일 거예요. 첫째 만금(萬金)을 쌓아 돈으로 남편을 사야하고, 몸을 바쳐서 그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이혼을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 할 일이 못되며, 그렇다고 남편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한 번 아이를 낳기보다는 세 번이라도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 나을 테니까요. (408페이지)

☆☆☆그 당시 그리스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디아 : 영리하다는 소문 때문에 모진 변을 당한 것은 전에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영리하다고 해서 아무 이득도 가져오지 못하거니와 남에게서 적의 있는 시기를 받기 고작이니까요........공연히 영리하다는 이유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원한을 사고, 어떤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욕을 먹으며 또 그 반대로 생각되거나 다루기 힘든 여자라는 말을 듣기도 하죠. 제가 그렇게 똑똑할까요? (410페이지)

☆☆☆남자들은 왜 멍청한 여자를 좋아하고, 영리한 여자를 싫어할까? 아니, 틀렸어요. 똑똑한 남자는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고, 멍청한 남자 혹은 자신감이 없는 남자는 좀 멍청한 여자를 좋아한다. 결국 유유상종, 끼리끼리 만나는 셈이다.

크레온 :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잠자코 가슴 속에 생각을 담고 있는 인간보다는 바로 벌컥 화를 내는 편이 더 다루기 쉬운 법이지.(410페이지)

☆☆☆화를 안으로 삭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다루기 어렵다. 그런데 쉽게 벌컥 화를 내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어 다루기 쉽다. 그래서 목소리가 크지 않고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두고 무섭다고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코러스 : 강물의 흐름도 방향을 바꾸고

        사물이 모두 변하는 세상이여,

        거짓을 차 있는 것은 사나이의 마음 속,

        신을 두고 맺었던 굳은 맹세도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네.(410페이지)


코러스: 백녀가약의 굳은 맹세는

하늘 저 멀리 날아가서

이제 이 넓은 그리스 천지엔

없어졌도다, 분병있는 염치심.

가엾게도 그대에게는 이제

시름에 잠겨서 쉴 고향 땅의 집마저 없고,

지아비 곁에는 다른 여인이 지금 때를 만나 앉아 게시네. (414P)


이아손 :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다는 데 대해서는 내게서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거요. 그 이유를 가르쳐주지. 첫째, 그대는 야만인들의 땅에 살지 않고 그리스 땅에서 살았소. 정의를 배워 힘이 닿는  대로가 아니라 법을 사용하게 될 줄 알았던 거요. 그리스 사람들은 모두 그대가 영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당신이름도 높아졌소. 만일 변경에서 살았더라면 어떻게 당신 이름 따위가 사람들의 입에 올랐겠느냐 말이오. 나 같으면 집 안에 금은보석을 쌓아놓거나 오르페우스보다 더 아름다운 가락을 연주할 수 있다 해도 그보다는 차라리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 되는 편을 택하겠소. (417페이지)

☆☆☆다른 여자와 재혼한 이아손의 변명을 듣고 있으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야만인의 땅에서 데려와 유명인사 반열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엄청 생색을 내고 있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것이 금은보화를 쌓아두는 것보다 낫고, 수금을 오르페우스보다 더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 보다 낫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명성을 가질 것이고, 안으로 내밀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수금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코러스 : 분수 넘치는 사랑의 불꽃,

         미칠 듯이 심하게 타오르면

         사람의 몸에 영예도 사라진다.

         그러나 키프리스신(아프로디테의 별명)이

         알맞게만 찾아오신다면

         그 신보다도 인자하신 신

         또한 없을 것을.

         여신이여, 황금 활의

         임 그리는 사모의 정을 담은

         피치못할 사랑의 화살을

         이 몸엘랑 돌리지 마옵소서.(419~420페이지)


코러스 :  더할 나위 없는 하느님의 선물

         분수를 아는 절제심이여,

         이 몸을 불쌍히 여기소서.

         어긋난 사랑에 가슴의 불길 돋우어서

         말다툼으로 들끓는 노여움과

        끝날 줄 모르는 싸움을

        무서운 여신님이여,

        제게는 갖다 주지 마옵소서.

        백년가약 굳은 맹세,

        아내의 길 고이 인도해 주소서.(420페이지)


코로스: 케피소스의 맑은 흐름,

        아프로디테 여신께서

        이 물을 떠서

       훈풍에 실어보내어

       이 나라를 적셨다던가.

       언제나 장미꽃 화고나을

       머리에 쓴 이 신께서는

       예지의 힘을 가진 에로스들을

       인간을 위해

       이 나라에 보냈다던가.(427페이지)


메디아 : 솔직히 말해서 저는 여자예요. 여자란 어리석은 것 아니겠어요. 남자는 여자 같아서는 안 되지요. 여자가 어리석다 해서 어리석음으로 대해서는 안됩니다. 아무튼 용서하세요. 아까는 정말 잘못햇어요. (428P)


이아손 : 왜 분별없이 이런 물건을 남에게 주려는 거요. 왕가에 입을 옷이 없는 줄 아오? 아니면 황금이 없는 줄 아오....... 드리지 않아도 되니 그냥 가지도록 해요.

메디아 : 선물은 신의 마음도 움직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백 마디 말보다는 한 조각의 황금이라 하였습니다. 그분은 지금 운이 대통하여서 하느님도 축수하는 젊고 지체 높으신 처지의 몸입니다. 저는 지금 금품은커녕 목숨과 바꾸더라도 아이들이 추방을 막고 싶은 몸입니다. (430페이지)

☆☆☆ 이아손의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는 이아손을 미워할 수가 없다.


코러스 : 몇 번인가 저는

여자의 몸으로서는 넘치는

어려운 일을 생각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이야기도 해 보았죠.

저희 여성들에게도 뮤즈가 찾아와

덕택에 지혜를 얻을 수가 있지요.

모두가 다라고는 하지 않아요.

다만 몇 사람 안되지만

지혜를 지닌 여자들도 있습니다. (434P)



코로스: 무엇보다도 사람에게 무서운

불행의 씨를 말씀드리죠.

돈을 넉넉하게 모았고

자식도 자라나서 올바른

사람이 되었다 치세요.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라면

죽음의 신이 자식을 앗아가 저승으로 보내 버린답니다.

가지가지 불행 중에

자식을 없애야 한다는

이 으뜸가는 슬픔을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내리심은 무슨 이유일까요.(435P)


이아손 : 그때는 몰랏지만, 아비를 배반하고 잔뼈가 굵어진 고향땅을 저버린 그대를 무서운 화근인줄도 모르고 외지에서 이 그리스땅 내 집으로 데려왔을 때엔 몰랐었지만. 그렇다. 그대에게 붙어다니는 원령(怨靈)을 내 위에 신들께서 내리신 것이다. 뱃머리가 아름다운 아르고호에 오를 때, 그대는 집안에서 육친인 남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것이 바로 죄의 시작이었어. 그래서 지금 내 아내가 되어 내 자식까지 낳고서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대문에 그 자식들을 죽인 것이다. 그 숱한 여자들을 제쳐두고 하필이면 나는 그대를......... 인간의 여자가 아닌 암표범, 시칠리아 바다에 사는 여괴 스킬라(여섯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보다도 사나운 천성을 가진 그대를 아내로 맞아 가증스러운 화근의 인연을 맺었던 것이었을까.

☆☆☆ 한 번 배신을 한 사람은 언젠가 또 한다고 한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또 다시 그런 방식으로 자기 욕심을 충족시키려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사람 보는 눈을 좀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혜안, 혹은 안목도 그냥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독서를 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메디아: 여러분 이미 결심은 되어 있지요. 아이들을 내 손으로 없애고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 아이들을 더 혹독한 사람의 손에 죽게 해서는 안돼요. 그 아이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에요. 그렇다면 어미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 마음을 돌같이 먹고.....(439P)


이아손: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는 몰랏었지만. 아비를 배반하고 잔뼈가 굵어진 고향 땅을 저버린 그대를 무서운 화근인 줄도 모르고 외지에서 이 그리스 땅 내 집으로 데려왔을 때엔 몰랏었지만. 그렇다. 그대에게 붙어다니는 원령을 내 위에 신들께서 내리신 것이다. 뱃머리 가 아름다운 아르고호에 오를 때 그대는 집안에서 육친인 남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것이 바로 죄의 시작이었어, 그래서 지금, 내 아내가 되어 내 자식까지 낳고서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그 자식들을 죽인 것이다. ....인간의 여자가 아닌 암표범, 시칠리아 바다에 사는 여괴 스킬라보다도 사나운 천성을 가진 그대를 아내로 맞아 가증스러운 화근의 인연을 맺었던 것이었을 까. (442P)


코러스 : 이 세상 모든 일의 근원이로다,

         올림포스에 게신 제우스 신은,

         신들은 인간의 생각을 넘어

         모든 일을 이룩하시노라.

         인간이 생각한 일을 이루어 주시지 않고

         신명(神明)께서는 생각하지 않은 일은 이루시노니, (445페이지)


트로이 여인들

오늘날 전해지는 그리스 비극 30여편 가운데에서도 <트로이 여인들>만큼 절망적이고 철저하게 구원이 없는 작품은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비극적‘이라고 부른 작가의 역량을 여기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읽는 이에게 거의 육체적인 고통마저 느끼게 할 만큼 암담한 이 비극이 그 전편에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잇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 유명한 비평가의 말을 빈다면 가능한 모든 불행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뒤에 찾아오는 일종의 평화, 아니 영광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이 괴상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고나 할까.

에우리피데스의 평화에 대한 강렬한 소망은 지금가지 남아있는 작품에서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으며 또한 잃어버린 작품의 단편(斷片)에도 그러한 구절에서도 몇몇 남아있다.

<트로이 여인들>은 기원전 415년 봄에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다. <알렉산드로스>, <필라메데스>와 함께 삼부작을 이루었으며, 사티로스 극은 <시시포스>였었다.  <알렉산드로스>, <필라메데스>두 작품은 흩어져 조각조각 밖에 전해지고 있지 않으며, 시티로스 극에 이르러서는 거의 완전히 없어졌다.

  제 1곡은 알렉산드로스 파리스가 주인공이다. 트로이 전쟁의 근본 원인이 된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숙명적인 탄생과 이데 산 속에 버려졌으나 양치기가 주워서 길러 주는 바람에 다시금 운명의 장난으로 트로이로 돌아갔다가 파멸의 원인이 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제 2곡은 트로이 전쟁 중의 한 삽화로서, 그리스군 장수 팔라메데스가 그의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성ㄱ겨에도 불구하고 간웅(奸雄) 오디세우스의 질투를 사게 되어 비명의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다. <트로이 여인들>은 삼부작의 끝 작품에 해당하며, 트로이 성이 함락된 바로 뒤 트로이 부녀자들의 비참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특히 왕비 헤카베를 중심으로 그녀 가족들이 처참한 처지가 차례로 펼쳐져 나가는 것이다. (447~448P)


포세이돈 : 그 옛날 이 트로이 당에 포이보스(아폴론)와 내가 힘을 합쳐 규격도 정확하게 돌 성벽을 둘러 싼 이후, 이 프리기아 땅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이 내 마음을 떠난 적이 없다. 그 고을이 그리스인의 칼날에 함락되어 이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파르나소스의 기슭, 포키스 땅에 사는 에페이오스라는 자가 팔라스(아테나의 별칭)의 조언으로 목마를 만들어 여기에 무사들을 가득 실어 성안에 들여보낸 것이 트로이가 파멸한 원인이 되었다. (451P)

  세상에 둘도 없이 가엾은 여인의 모습을 보고 싶은 자는 성문 앞에 엎드려 잃어버린 수많은 생명을 위해 눈물도 말라버릴 만큼 애통ㅎ하는 헤카베의 모습을 보라. 그녀의 달 폴릭세네는 방금 아킬레우스이 묘 앞에서 애처롭게도 젊은 목숨을 잃었고, 프리아모스와 그의 아들들도 이미 죽고 없으며, 또 아폴론조차도 영묘한 예언의 재능을 허락해 주고 끝끝내 손대지 않았던 처녀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은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엄한 대담성으로 무자비하게 강제로 제 첩을 삼으려 하고 있다.

지난날에는 그토록 번영하던 고을이여, 훌륭하게 구축된 성이여, 이제는 영원히 사라졋구나. 제우스의 딸 팔라스(아테나)가 그대를 멸방시키지만 않앗던들 아직도 튼튼하게 우둑 솟이 있었을 것을. (452P)


헤카베: 일어서자 불운한 헤카베여, 땅에 수그린

머리를 들고 고개를 들라.

이미 트로이는 없으며,

우리 또한 이제 트로이의 주인이 아니로다.

운명이 바귀는 대로 참고 견디어라.

운명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거라.

변천되는 숙명에 생명의 배를 맡기고

격랑에 거스르질랑 아예 말아라.  (454P)


헤카베 : 나라를 잃고 남편과 자식들을 잃은 가엾은 내가

         비탄에 젖은들 무엇하랴.

         조상들이 쌓은 영광도 지금은 사라지고

         허무하여라.

         이야기하자니

         할 길 없고

         침묵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애달픈 이 슬픔이여.

         돌바닥에 이 몸을 눕히노라.

         혹독한 나의 운명이여. (454P)


헤카베 : 불상한 내 딸 카산드라는 누구의 것으로 정해졋는지 들려주구려.

탈티비오스 : 아가멤논 왕께서 원하시어 데려가게 되었소.

헤카베 : 아폴론을 섬기던 처녀가.... 황금빛 머리칼의 아폴론이 영원한 처녀성을 허락하신 카산드라에게 수청을 들게 하다니.(459P)


헤카베 : 그렇다면 늙어서 지팡이 없이는 일어서지도 못하는 이 나는 대체 누구의 종이 되나요?

탈티비오스 :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의 종으로 배당되었소.

헤카베 : 이럴수가! 오디세우스라고.

        그 고약하고 간악한 사내의종이 되다니,

        정다운 사이를 이간질하여 증오를 가져오는

        저 두 개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사내를 섬겨야 하다니.

        오! 모두들 나의 비운을 함께 울어다오.

        이보다 더 가혹한 불운이 또 있을까.(460P)


카산드라 : 어머니 앞날을 축복하여 제 머리에 화한을 씌워주시고, 적의 왕비가 되는 제 혼례를 부디 기뻐해 주세요.

만일 내가 머뭇거리는 기색이라도 보이거든 억지로라도 내쫒아 주세요. 아폴론이 진실로 계시다면 아카이아(그리스의 다른 이름)의 명성 높은 왕 아가멤논은 헬레네보다 더욱 불길한 왕비를 맞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를 죽이고 그의 일족을 멸망시켜 돌아가신 아버지와 형제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어요. (463P)


카산드라 :아폴론 신의 무녀였던 이 몸이......

아, 어느 신보다도 사모하는 아폴론 신의 성스러운 표지, 이 머리의 댕기와도 작별인가. 더없는 기븜에 충만하여 봉사하던 제전도 이제는 한낱 슬픈 추억. 내 살이 더럽혀지기 전에 이 머리를 잘라서 바람결에 아폴론신께로 돌아가도록 날려보내자. 대장님의 배는 어디 잇나요.....그대들이 델려가는 것은 카산드라가 아닌 복수의 여신임을 잊지 말아요.(466P)




헤카베 : 카산드라여, 신들과 더불어 환희의 춤에 도취하였던 그대가 처녀의 자랑을 버려야 하는 이 비운. (467P)

☆☆☆ 아폴론을 섬기는 무녀인 카산드라는 이미 아폴론과 영혼과 정신적으로 결혼한 몸이기에 그렇게 애달파하는 것 같다. 순결한 아폴론의 무녀가 더럽혀진다는 것에 몸서리치는 그 장면이 인상깊다.


코러스 :그리스인들이 야생의 소나무를 파서

그 속에 저주스러운 칼날을 감춘 목마를,

트로이의 파멸을 불러오는 줄도 모르고

처녀 신에게 바치려고

웅성거렷네.

검은 배를 끌 때처럼

새끼줄을 목마에 휘어감고

바위 위, 팔라스 여신의 신전으로 날랐다.


기쁨 속에 운반하고 나서

저녁놀이 깃들었다.

리비아의 피리 소리가

프리기아의 노래를 연주하니,

처녀들은 발소리도 요란하게 춤추며

흥겹게 노래 불렀다.

집 안은 대낮같이 밝은 횃불,

그 불빛 앞의 난로에서 타는 불은

희미하게 조는 것만 같았지. (468~459P)


그때 마침 우리들은

산에 사는 여신이며 제우스의 따님

아르테미스를 축복하기 위해서

신전에서 춤을 추고 있었거늘,

별안간 일어나는 환호 소리는

순식간에 트로이의 구석구석에 울려퍼지고

어린아이들은 겁을 먹고

어머니의 옷자락에 매달렷었지.

복병들은 차례차례 목마에서 뛰쳐나와

싸움이 시작되니,

이것도 다 팔라스가 꾸민 음모.

제단은 트로이의 아들들으 피로 물들고

의지할 사람을 잃은

처녀들이 방 안에서 자른 검은 머리는

그리스인들의 승리의 영예,

트로이로서는 끝없는 원한의 표지건만.(469P)


안드로마케 : 어머니, 생각건대 예전에 파리스님께서 잃었어야 할 생명을 구하신 뒤부터, 저희들은 여러 신들의 미움을 사게 되어 마침내 그 얄미운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나라를 망치는 근원이 되었습니다.(472P)


안드로마케 : 이제는 아무리 슬퍼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폴릭세네는 살아있는 저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헤카베 : 얘야, 그러나 죽는 것과 사는 것은 역시 다르단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지만

살아만 있으면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법.

안드로마케 : 저는 죽는 것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같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참하게 살아가느니 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고민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요. 행복했던 사람이 불행해지면 옛날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고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질 것입니다. (472P)

☆☆☆살아있는 것 그 자체가 행복임을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극한 상황에서도 행복한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 존재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안드로마케 :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망조차도 저에겐 없습니다. 이제부터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조차도 없습니다. 비록 덧없는 환상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을. (473P)


안드로마케 : 흔히들 하룻밤의 인연이 여자의 마음을 싫어하는 사내도 좋아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새로 시집가서 본남편을 잊어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는 그런 여자는 질색입니다. 말과 같은 짐승도 한 외양간에서 자란 말과 떨어지면 좀처럼 수레를 끌려고 들지 않는 법입니다.

아아, 그리운 헥토르여, 부귀와 가문, 그리고 용맹과 지헤가 다 남보다 뛰어났던 당신은 저에게는 과분한 남편이었습니다. 부모의 집을 떠나 당신한테 시집와서 처녀의 자랑을 바친 당신이었지만 당신은 저승으로 떠나고 저는 이렇게 포로가 되어서 먼 헬라스 땅으로 천한 종노릇을 하기 위해 뱃길을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473P)


헤카베 : 배가 폭풍을 만나더라도 그다지 심하지 않을 때는 선원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난관을 뚫고 나가려고 키를 잡는 자, 돛을 말아 올리는 자, 물을 퍼내는 자 등등 저마다 힘을 다하지만, 바다가 뒤엎어지는 듯 거세게 풍랑이 일면 그때는 모든 운을 하늘에 맡기고 다만 거센 풍랑에 스스로를 맡겨 버린다더라. 그와 같이 나도 숱한 괴로움을 짊어지고 이제는 말할 기력조차 없어졌구나. 여러 신들이 일으키신 저 무서운 풍랑 속에 빠져버린 거나 다름이 없다. (474P)

☆☆☆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이런 것을 두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내려앉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헤카베 ; 며늘아가 (안드로마케) 이제는 헥토르를 잊어버리도록 해라. 네 눈물로 헥토르가 소생하는 것도 아니니, 새로운 주인을 소중히 섬기며 타고난 상냥한 마음씨를 미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그것이 성공만 한다면 마침내는 우리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며, 이 손자를 훌륭하게 키워만 준다면 조국에 대해서 더할 나위 없이 충성이 될 것이다. 아이의 자손이 또한 일리온을 재건하여 조국이 다시 본래대로 도리 수도 있을 테니. (474P)

탈티비오스 : 이 아기를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오. 트로이에서 으뜸가는 용사의 자식을 살려 두어서는 안된다고..........(475P)

☆☆☆인생을 오래 산 헤카베는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전환을 꿈꾸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그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의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현명한 사람이다. 손자를 통해서 일리온의 영광을 회복하려고 한 희망도 잠시, 그리스진여에서 손자를 죽이려고 한다. 아테네신은 끝까지 트로이왕가를 철저히 파괴, 멸망시키려 하고 있다. 신의 노여움을 사지 말라. 


안드로마케 : 헬레네여, 그대가 제우스의 딸이라니 당치도 않은 일, 그대의 아버지는 한 두 사람이 아니오. 첫째는 재앙의 신, 둘째는 증오의 혼령, 또는 피에 미친 악귀나 죽음의 신, 나아가서는 대지가 기르는 모든 악령을 아버지로 하여 그대는 이 세상에 태어났거늘, 그리스인이고 누구고 할 것 없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의 씨가 된 그대가 제우스의 달이라니, 나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련다. 제발 죽어 없어져라. 너의 아름다움으로 해서 이 이름난 트로이의 옥토가 무참히도 황폐되고 말았거늘.  (476P)


코러스 : 꿀벌을 기르는 살라미스 섬,

그 옛날 여신 아테나가 찬란한 도성

아테나의 숭고한 장식이 되라고

푸른 잎의 올리브 나뭇가지를 인간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그 성스러운 아티카의 연안을 따라 더 있는 섬 살라미스,

그 섬을 다스린 텔라몬이

알크메네의 아들, 용맹으로 이름난 헤라클레스와 겨루어

우리의 조국 일리온을 치려고

헬라스의 나라를 떠났던 옛날


거부된 준마로 화가 난

영웅 헤라클레스는 바다를 건너

흐름도 맑은 시모이스 강변에 배를 멈추고 닻을 내렸다.

배에서 쏘아대는 솜씨 좋은 화살은

단숨에 라오메돈의 목숨을 끊고

아폴론이 샇은 성채도 진홍색 불길에 사여

트로이는 정복되고 망하였도다.

이렇듯 다시 무참한 전쟁에

타격받은 다르다노스의 옛 성. (477~478P)



코러스 : 오오, 화창한 이 햇빛, 오늘이야말로 내 아내 헬레네를 되찾을 수 있도다. 이제껏 이 메넬라오스는 물론 그리스 전군이 겪은 노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트로이에 온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한 여자 때문이 아니라 나그네로서 후하게 대접받은 은혜를 저버리고 내 집에서 아내를 앗아간 그 발칙한 사내를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는 신의 뜻에 따라서 조국과 더불어 우리 헬라스의 창끝에 굴복하여 스스로 범한 죄를 보상하게 되었다.  (479P)

헤카베 : 그 여자의 얼굴은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만나면 다시 그리움에 사로잡고 나라를 망하게 하며, 집을 불사르게 하고 마는 무서운 마력을 지녓소. 나는 그 여자의 본성을 다 알고 있소.  (480P)

헬레네 : 당시니 내 죄과로 생각하고 계시는 일들을 나는 내 나름대로 내 입장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 보겟어요.

먼저 불행한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은 파리스를 낳은 어머니에게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은 트로이를 망하게 하고 나를 이 지경에 처하게 한 노왕 프리아모스가 아직 알렉산드로스라 불리고 있던 파리스를 갓난아기 때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반딧불만한 불시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입니다.

아프로디테가 다른 두 여신을 이기고 내가 파리스의 아내가 된 것은 그리스에 잇어서 퍽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랫기 때문에 그리스는 야만인의 침공을 받지 않았으며 정복되지도 않앗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스에 도움을 주엇는데도 나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팔려가서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같으면 화환을 선사받고 칭찬받아야 할 공을 세우고도 도리어 그로 인해 비방과 책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내(파리스)를 집에 남겨 둔 채 스파르타를 떠나 크레타로 가버린 당신도 너무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어요.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조국도 가정도 버리고 이방의 남자를 다라 집을 나갔던 것일까 하고, 그러나 아프로디테를 응징하거나 제우스를 능가할 자가 도대체 이 세상에 어디 있겟는가? 다른 신들은 뜻대로 할 수 있는 제우스도 아프로디테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나에 대한 모든 것도 용서해 주실만한 일이 아니겠어요?(481~482P)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헬레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것이 궤변에 가깝다. 그곳에는 자신의 잘못이 하나도 없고, 파리스, 파리스의 아버지, 전남편 메넬라오스, 여신 아프로디테 등 모든 것이 네 탓이다. 뻔뻔한 헬레네의 태도에 대해 신들은 어떤 응징을 내릴지 궁금하다.

헤카베  : 내 아들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미남, 내 아들을 본 그대의 마음이, 바로 키프리스가 된 것이다. 그리스에서 궁색하게 살던 그대는 보지 못한 호화로운 의싱과 황금 장식으로 빛나는 파리스를 보자 금방 마음이 혹해서 스파르타를 버리고 이 황금으로 넘치는 프리기아 고을에 와서 한껏 사치를 누려 보자고 원햇던 게지. 그대에게 메날라오스의 집은 사치를 탐닉하기에는 부족했엇지.

피를 보는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메넬라오스가 전과(戰果)를 올리면 아들에ㅔ게 만만찮은 연적을 가진 자의 괴로움을 맛보게 할 양으로 메넬라오스를 칭찬하고, 트로이 쪽에 운이 트이면 메넬라오스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한 그대였었다. 그대의 태도는 형세가 유리한 쪽에 붙으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고, 절조를 지키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481~482P)

☆☆☆파리스의 어머니요 시어머니의 반격이 적나라하다.


코러스 : 이리하여 마침내 일이온의 신전도,

         향불 피어오르는 제단도

         오오, 제우스여, 당신은

         아카이아(그리스)사람의 손에 넘겨 주었다.

         그와 더불어 제물을 태우는 불꽃,

         하늘에 오르는 몰약의 연기도.

         또한 성스런 도시 페르가몬,

         그리고 눈석임물이 흘러내리는

         담쟁이 뒤덮인 이데이 산골짜기,

         그 이데의 제일 먼저 새벽 햇살 받아 빛나는,

         성스러운 신께서 사시는 봉우리 또한

         지금은 적의 손에 떨어지고. (485P)


헤카베 : 오늘의 행복을 변함없는 것이라고 기뻐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 사람의 운명이란 변덕쟁이인 것을,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법이로다. (490P)

☆☆☆행복에 대해서 너무 믿지 말라. 행복과 불행은 손바닥 뒤집기와 같은 것, 이러한 교훈은 너무나 많지만,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헤카베 :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들 그것이 죽은 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국은 살아남은 자들의 헛된 허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491P)

☆☆☆정성을 다해서 장례식을 치러지 않으면 죽은 자가 산자들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이 두려워 섭섭하지 않게 예를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코러스 대장 :  하늘 높이 사라지는 연기와 같이

              전쟁의 잿더미에 짓눌리어 멸망해 가는 조국.

              타오르는 불길과 흉포한 칼 밑에서

              궁전도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493P)


코러스대장 : 이 땅의 이름조차도 머지 않아 잊혀질 것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사라져 가고,

             아아, 트로이 나라도 이제는 없네.(494P)


바쿠스의 여신도들


기원전 408년에 <오레스테스>를 상연한지 얼마 뒤 에우리피테스는 마케도니아 왕 아르켈라오스의 초청을 받아 아테네를 떠났다. 2년 뒤인 기원전 406년 봄에 그의 부음이 아테네에 전해졌다. 그때 이미 70세를 넘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끝 무렵 점점 더 험악해져가는 아테네의 정세가 시인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으며, 특히 이 진보적 예술가이자 사상가였던 그에게 숙명이기도 햇던 완강하고 사리에 어두운 보수파들로부터의 악의에 찬 비판과 비웃음이 세상 인심의 퇴폐와 더불어 더욱더 심해져 마침내 강인한 그의 정신력으로도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 시련이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마케도니아로부터의 초빙이 이런 상태에 있던 시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며, 그의 몇몇 작품 속에서 아름다운 서정을 담고 노래 부른 것 같은 시인의 소망, 바로 속세를 멀리 떠나 조용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려는 꿈을 현실의 마케도니아에 품고 아테네를 떠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마테도니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기록이 남아잇지 않다. 그러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바쿠스의 여신도들>이라는 우수한 두 작품이 이 동안에 씌어졋단ㄴ 사실은 새로운 생활환경이 노시인의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활력을 주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바쿠스의 여신도들>은 디오니소스 신화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이야기에서 취재하고 있다. 중부 그리스의 옛도시 테베는 페니키아의 시돈에서 건너온 카드모스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카드모스가 이 땅에서 큰 용을 물리치고 그 이빨을 땅에 뿌렸더니, 무장한 건장한 사나이들이 그 이빨에서 생겨났다. 대부분은 카드모스의 손에 죽었으나 일부는 살아남아 테베 백성의 시조가 되엇다. 살아남은 사람 가운데 하나인 에키온과 카드모스의 딸 아가우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주인공 펜테우스이다.

한편 카드모스의 또 다른 달 세멜레는 제우스 신의 사랑을 받고 잉태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제우스의 번갯불에 빛나는 위용을 보고 싶다고 졸라대어 마침내 벼락을 맞아 타죽는 바람에 뱃속의 아이를 조산한다. 제우스는 스스로의 허벅다리를 칼로 째어 거기에 아기를 넣고 달이 찰 때까지 기른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디오니소스이다.

이 이야기의 중대한 요점은 첫머리에서 디오니소스가 말하는 머리말로 거의 알 수 있다. 세멜레의 자매들이 디오니소스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므로 신은 그녀들을 미치게 만들어 무조건 그의 가르침에 따르게 하엿는데, 마침내, 여자들뿐 아니라 테베 온 시민들이 바쿠스의 영감에 사로잡힌다. 오직 펜테우스만이 한 나라의 질서를 지키는 책임자로 끝가지 저항하나 마침내 신의 벌을 받고 무참한 최후를 마친다.

연애도, 주신(酒神)이 일으키는 열광도 마침내는 자연의 원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힘을 넘엇므로 그 도량 앞에서 인간은 아무 힘이 없다. 따라서 그것은 도 인간의 윤리, 선의 의 테두리 밖에 있게 된다. 그리스인의 신들에게 그리스도교나 불교의 신이나 부처 개념의 유추를 미치게 하는 오류를 여기서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요컨대 <바쿠스의 여신도들>은 이같은 초인간적인 힘이 미쳐 날뛸때 인간세계에 일어나는 무서운 비극을 풍부한 환상을 섞어가며, 그러나 무서울 만큼 사실적인 필치로 그린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야성적인 아름다움과 박력은 노시인이 마케도니아의 자연에서 얻은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497~499페이지)


디오니소스 : 황금으로 가득한 리디아와 vflrl아를 지나, 뙤약볕 내리죄는 페르시아고원과 성벽을 둘러친 박트리아, 서릿발 차가운 메디아, 풍요한 알비아의 나라들을 방문하고 이어 바다를 따라 그리스인과 이방인이 섞여 사는 아름답게 이룩된 아시아의 고을들을 샅샅이 돌아보았도다.

그리하여 아시아를 내 가르침에 따르도록 하 senl에 이 그리스의 고을로 왔노라. 내 소망은 인간들에게 내가 지닌 신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다.

헬라스 땅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테베 백성들에게 몸에는 아기사슴 가죽을 걸치게 하고, 손에는 담쟁이 덩굴로 감긴 저 영험스러운 지팡이를 쥐게 하여, 오로루의 목소리도 드높게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도록 만들었다.(501P)

디오니소스 : 카드모스는 이미 왕위를 딸의 아들 펜테우스에게 물려주엇지만, 펜테우스는 인간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신인 나를 거슬러 제물도 바치지 않고 기도조차 하려 들지 않는도다. 그러므로 그는 물론 테베 백성 모두에게 나의 본체를 보여주리로다. 이곳을 탈없이 평정하면 또 다른 땅으로 옮겨가 신의 위엄을 알려 주리라. 만일 테베의 관리들이 무력으로 나의 여신도들을 산에서 쫓으려 할 대는 내가 신도들의 앞장을 서서 싸울 것이다. 그 때문에 신의 몸을 숨겨 사람의 모습으로 온 것이로다.


코로스 : 달이 차서 황소 뿔이 난

신이 태어나자,

아버지 신께서는 화환 대신

그의 머리에 뱀을 감앗도다.

여신도들이 즈금도

머리에 뱀을 감는 습관은

여기서 비롯되었노라.


세멜레의 고국 테베 백성들이여,

다같이 포도덩굴을 장식하고

푸른 잎 그늘에 붉은 열매 충성한

말라코스의 덩굴을 둘러

떡갈나무와 전나무 지팡이 높이 들고

바쿠스에게 귀의하라.

알록달록한 아기사슴 가죽옷에는

양털같이 흰 머리털 늘어뜨리고,

영검한 신의 지팡이

다같이 손에 들고

바쿠스를 축보하며 춤추네.


바람직한 신의 모습이여. 깊은 산에 여신도들 달려가

대지에 엎드릴 때

작은 사슴가죽은 신의 옷,

양의 생피를 마시고

날고기를 먹는 즐거움이여,

프리기아의 그리고 리디아의 산을 향해

우리를 이끄심은 블로미오스,

에우 호이.


모두 일어나

트몰로스의 황금 봉우리

그 영화 깃들이고

울려퍼지는 북소리에 맞추어

바쿠스를 찬미하라.

에우 호이,

프리기아식 고함을 지르며

우리의 신을 숭상하라.

듣기 좋은 성스러운 피리소리

산으로 산으로 한결같이

오르는 여신도의 발길에

장단 맞추어

거룩한 가락을 연주할 때,

여신도들의 마음도 즐거워

마치 어린 망아지가

어미 말을 따르듯

발걸음도 경쾌하게 춤추면서 오르네. (502~506페이지)


카드모스 :이렇게 신의 옷차림으로 내 딸의 태 안에서 이 세상을 구제하는 신으로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우리는 모두 힘을 다해 지켜나가야 하니까요. (507P)


테이레시아스 : 신령 앞에 인간의 지혜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이어받은 전통이란 영겁의 시간과 더불어 오래된 것, 제 아무리 머리를 짜서 똑똑한 이치를 생각해 낸다 해도, 인간의 재치 따위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508P)


펜테우스 : 여자들이 바쿠스제인가 원가로 집을 비우고 낮에도 어두운 산을 헤매며 디오니소스라나 뭐라나 하는 새로 온 신을 숭상하여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는군. 그들 한가운데에 술독을 놓고 저마다 은밀한 곳을 찾아 사내들의 욕정을 채워주고는 신을 섬기는 무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오히려 바쿠스가 아니라 아프로디테의 축제 같은 꼴이었다고 한다.

리디아 땅에서 왔다는 수상한 마법사 녀석은 황금빛 머리칼에 향내를 풍기며, 연분홍 볼에 음탕한 눈초리로 밤낮 가리지 않고 바쿠스의 은밀한 의식을 미기로 처녀들과 정을 통하고 있다는구나.

적어도 여자들이 식사 때 술을 마신다는 것은 어떤 경우이건 그 행위에 불순한 것이 있는 증거요. (508~509페이지)

테이레시아스 : 이 세상에 나타난 세멜레의 아드님이 이번에는 포도열매에서 액체로 된 음료를 만들어 인간에게 주셨습니다. 이 포도 액체가 몸 안에 가득 차 비참한 인간의 고뇌도 멈추고, 나날의 노고를 잊게 하는 잠이 찾아옵니다. 걱정을 털어 버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영약은 없습니다. 술이 바로 이 신의 본체라 한다면, 우리 인간들이 신들 앞에 신주(神酒)를 바쳐 행복을 얻는 것도 이 신 디오니소스의 덕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 신은 예언자이기도 하십니다. 신들린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강한 예언의 힘이 생겨납니다. 즉 이 신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인간 몸속에 옮겨지면 신들린 사람은 앞날을 예언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또한 군신 아레스가 지닌 권능의 일부도 갖추고 있습니다. 대오를 지어 싸우려는 군사들이 난데없는 공포에 사로밥혀 미처 싸우기도 전에 전멸되는 수가 있는데, 이것도 디오니소스가 일이킨 광기의 탓입니다. 곧 이 신은 온 헬라스 땅에서 위대한 신으로 받들어질 것이며 바위산이 솟아있는 델포이에서도 횃불을 들고 바쿠스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파르나소스의 두 산 봉우리 사이를 뛰어다니는 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생각이 잘못되었을 경우, 스스로 분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됩니다.

신을 테베로 받아들여 신주를 바치고, 머리를 꽃관으로 꾸며 바쿠스의 제사를 모시도록 하십시오. 디오니소스는 여자들에게 색정의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도니다고 특별히 엄하게 훈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디 모든 일에 있어 몸가짐이 좋고 나쁨은 저마다 타고난 성질에 의하는 것임을 잊어선 아니됩니다. 절개바른 여자라면 바쿠스 잔치에 참가할지라도 몸을 더럽히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510~511페이지)


코러스 : 많은 신들 가운데서도

        즐겁게 축복하는 잔치에는

        이 신 만한 신이 없으니,

        춤추며 노래 부르면

        마음이 서로 통하여

        피리소리와 함께 모두 웃네.

        또는 신들의 향연에

        윤기 흐르는 신의 술 따라져

        술잔이 돌고 도는 동안

        잠이 사람을 엄습하면

        번민도 걱정도 사라지니,

         이 모두 신의 공덕이라네.(513페이지)


코러스 : 사람들이 말을 삼가지 않고

         무엄한 행동을 할진대,

         종말에는 기어코 화근을 부르리라.

         조용한 삶을 보내며

         명심해서 절도를 지키면

         위험한 재난을 만나지 않고

         집안 또한 평안하리라. (513P)


코러스 : 사람의 생명, 그것은 짧은 것이니

         너무 큰 것을 추구하면

         눈 앞의 것마저 잃게 되도다.  (513P)


코러스 : 제우스의 아들, 이 신은

향연을 좋아하니

총애하는 여신의 이름은 ‘평화’

복을 주고 젊은 생명을 지키는 신.

잘 사는 자, 가난한 자 구별없이

슬픔을 덜어주는 술이 주는 더없는 행복을

나누어 주시건만,

밤낮으로 살아있는 한

즐겁게 살아가기를 꺼려하거나,

마음이 비뚤어진 자를 피하여

마음이 건전하게 유지할 것을

게을리하는 자는

이 신의 미움을 사리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지켜온 것을

우리 또한 계승해 나가리라. (514~515P)


펜테우스 : 제사를 지내는 건 밤이냐, 낮이냐?

디오니소스 : 대개 밤에 합니다. 어둠에는 잠엄함이 있으니까요.

펜테우스 : 여인들에게 위험하고 나쁜 시간이지.

디오니소스 : 낮에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음탕한 짓을 할 수 있습니다. (517P)


코러스 : 아, 디오니소스,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들짐승이 모여 사는 니사의 숲에서

신도들을 이끄시고 지팡이를 휘두르십니까?

아니면 코리키아의 꼭대기에 게십니까?

또는 올림포스의 산 속

우거진 숲 속 깊이 계십니까?

그 옛날 오르페우스가

하프를 타며 영묘한 가락으로

나무들을 움직이고 짐승들을 보았던 곳.

오 복된 피에리아여,

바쿠스는 너를 존중하사

신의 춤을 출 자리를 이곳에 마련코자

흐름도 빠른 악시오스,

그리고 이당에 부귀를 가져와

둘도 없는 맑은 흐름에

말을 기르는 들을 비옥하게 만든다는

아버지인 강 리디아스를 넘어

광란의 춤추는

여신도들을 이끌고 오시리라. (520P)



디오니소스 : 제우스의 아들 디오니소스가 참된 신이며, 사람에게 이토록 상냥한 신도, 도 이토록 무서운 신도 없다는 것을 그도 곧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530P)


코로스: 어느 날엔가

밤새워 춤출 날

다시 오려나.

어두운 밤에 흰눈 같은 다리 들고

이슬 머금은 산 속에서

목을 휘두르면서.

소리 높여 개를 쫓는

사냥꾼의 목소리 아랑곳없이

둘러친 그물 뚫고

몰이꾼의 눈을 피해

신나게 도망쳐 와

푸른 들판에서 즐겁게 노는

어린 사슴과 같이

한결같이 바람처럼

강기슭 들을 달려

인적 없는 숲 속에서

푸른 잎 그늘을 즐기는 아기사슴과 같이.

인간 세상에서는 무엇을 지헤라 부르는가.

아니 오히려

적을 무찌르는 통쾌함,

그보다 더 좋은

신의 선물이 또 잇으랴.

좋은 것이란 항상 기분 좋은 것. (530P)


코로스 : 신의 힘이 나타남은

급하지 않네.

인간의 마음을 미치게 하고

아집에 빠져

신을 숭상치 않는 자 있으면

신의 뜻은 이를 벌하신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의 걸음걸이

교묘하게 숨기고, 신들은

불경한 무리들을 징벌하신다.

예부터 지켜 온 법을 넘어서 생각을 달려 사리를 탐색함은 옳지 않도다. (531P)


코로스 : 행복은 바다의 폭풍을 벗어나

무사히 항구에 들어갈 때,

행복은 힘든 일 끝내고 될 때,

또한 여러 가지 재물을 구하고

이름을 얻어

남을 능가함은 통쾌하도다.

사람은 제각기 희망이 있어

그 희망이 이뤄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이 도한 있네.

그러므로 오늘 그리고 내일,

그날그날에 행복이 있으면

그것을 참된 복이라고 우리는 부르네.(531~532P)


코러스 :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혀 노여움에 불타서

바쿠스여, 그대분이랴, 어머니 제사까지

경멸하여 횡포로구나.

인간의 힘을 가지고

이길 수 없는 신을 이기려고

날뛰는 어리석은 마음이여,

오직 죽음만이 그 어리석은 마음을 고쳐 주리라.

적어도 신령에 관해서는 거역하지 않고

한결같이 인간의

분수를 지켜야 만이

걱정없는 삶을 누리리라.

이치를 탐구함이 어찌 나븐 일이겟는가.

나 도한 이치를 좇는 기븜을 모르는 바 아니로다.

그러나 보다 작고 보다 큰 일이 있음이로다.

밤낮없이 밝고 경건한 마음으로

그릇된 관습을 버리고 신을 숭배하라.

그래야만 사람들 모두

복된 삶을 누릴지니라. (535~536P)


카드모스 : 너희들은 바쿠스님의 영기(靈氣)로 미쳐서 산에 올라갔었지. 아니, 너희들뿐 아니라 테베나라 전체가 바쿠스 신에게 홀려 있었다.(544P)

☆☆☆ 어느 시절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처럼 주신을 숭배하는 민족도 드물 것 같다. 


코로스 : 신의 듯은 신비로움으로 나타나고,

신께서는 수많은 뜻밖의 일 하시네.

인간이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뜻밖의 일을 신은 이룩하시네.

이렇게 하여 지나가노라, 오늘 일도. (547P)


히폴리토스


나오는 사람들

아프로디테 : 사라의 여신. 키프리스라고도 부름.

히폴리토스 : 테세우스의 아들

시종들

코러스 : 트로이젠의 여성들로 구성

유모

파이드라 ; 테세우스의 부인이자 히폴리토스의 계모

테세우스 아테네와 트로이젠의 왕

전령

아르테미스


무대 ; 트로이젠 궁전 앞 광장. 광장 양쪽에는 아르테미스 여신과 아프로디테 여신의 입상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아프로디테 : 나는 온 천하에서 존경받는 키프리스이다. 흑해에서 아틀라스 산맥 끝에 이르는 곳에 살며, 햇빛을 받는 인간들 가운데 내 힘을 칭송하는 자를 보호하는 것은 내 의무이며 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거만한 잘ㄹ 쓰러뜨리는 것은 내 권리이다. 사실 누구나 자기에게 복종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 세계에서나 신의 세계에서나 마찬가지이다. (551페이지)


아프로디테 : 테세우스의 아들, 아마존의 후손인 히폴리토스는 현자 피테우스에게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트로이젠에 사는 여러 무리 가운데 유별나게 저 혼자만 나를 가장 악한 신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많은 신 중에서 유독 나만을, 그 사내는 사랑 따위엔 눈을 쳐들지도 않고 결혼을 업신여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폴론의 누이 동생이며 제우스의 딸인 아르테미스를 여신가운데 가장 위대한 여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히폴리토스는 언제나 숲에서 이 처녀 여신 아르테미스와 함께 지내며 영리한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하며 세월을 보낸다.

요사이 그는 처녀신인 여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이 두 사람에 대해 질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러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격으로 히폴리토스의 모욕을 받았으니 이제 나는 오늘 중으로 벌을 주지 않을 수 없도다. (551페이지)

☆☆☆ 신을 무시하거나 배신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 그리스신화에서부터 유래된 것 같다.신관들이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성하여 신을 공경하게 하고 신전에 돈을 바치게 하고 그들은 부를 얻게 된다. 우매한 백성, 우매한 信徒를 만드는 정치 지도자들, 종교 지도자들이 언제쯤 이땅에서 사라질까?


얼마 전 그 사나이(히폴리토스)가 피테우스 성을 떠나 판디온 땅에 와서 제사 지내고 돌아가려 할 때, 그의 아버지의 훌륭한 아내 파이드라(히포리토스의 계모)가 그를 보았다. 그러자 내가 계획한 대로 파이드라의 마음은 그 사나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파이드라는 트로이젠 땅에 오기 전에 이 키프리스를 위하여 저 파라스의 바위 위에 신전을 세우고, 지금 곁에 있을 수 없는 한 사나이를 향해서 기도하고 불타는 듯한 가슴을 달래려고 하였다. 이 일이 있은 뒤 그녀는 이 사랑의 여신의 신전을 히폴리토스의 신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불행한 파이드라는 사랑의 화살에 맞아 슬픈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 곁에서 시중을 들던 하녀조차도 이 상사병을 눈치 채지는 못하였다. (551~552페이지)


히폴리토스 : 오! 나를 다스리는 그대, 이 아름다운 꽃다발을 그대에게 바치나이다. 양 치는 목동들이 아직 한 번도 양 떼에게 풀을 먹이지 아니한, 또 낫이 한 번도 닿은 일이 없는 처녀들판에서 따 모은 꽃들입니다. 단지 꿀벌들만이 봄이 되면 그곳을 날아다니며, 순결의 여신 아도니스가 맑고 차디찬 초록의 물로 목을 축이게 한 꽃들입니다. 무엇이든지 배움으로 익히지 아니하고 다만 소박한 자연으로 온갖 지혜를 터득한 사람만이 그 녹색의 들판에서 꽃을 따 모을 수가 있습니다. (553P)


코러스: 오케아노스의 물 흘러내려 샘솟아 오르는 이름 높은 바위 있도다. 우리 가운데 한 사람, 그 흐르는 물에 보랏빛 옷을 씻어 햇볕비치는 기슭에 말리었도다. 우리의 와비님, 마님, 병색이 완연하시고 여위어 궁궐 안에서 두문불출하시며 엷은 베일로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리운 채 고뇌의 침상에 누워 계시다고 한 시녀가 말해주었다오.

지금 늙은 유모가 왕비를 궁궐에서 문으로 모시고 오는 구나. 먹구름이 양 눈썹에 걸리었도다. 무엇이 왕비의 아름다움을 시들게 했는지 알고 싶구나. (554~555P)


유모 : 인간의 생활이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잇습니다. 그뿐인가요? 그 불행은 떠날 때가 없어요. 산다는 것보다 즐거운게 있다 하더라도 어두움이 그것을 휩싸고 우리 눈 앞에서 감춰 버리지요. 땅 위의 존재들이란 찬란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에요.

우리는 말이라는 존재에 묶여서 말의 노예가 되고 말죠. (556P)


파이드라 :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좋은가? 내 마음은 어디로 헤매고 있는 걸까?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어. 틀림없이 마귀의 그물에 걸려들었나 봐.

유모 : 인간에게 서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지 못하는 어중간한 정은 곧 깨부수는 게 낫지요. 쉽사리 굳어 버리는 애정이 오히려 마음에 편하게 느껴질 거예요. (557P)

☆☆☆ 아프로디테의 화살을 맞았는데, 파이드라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한 대가를 치루야만 여신이 벌한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유모는 정말 모르는 말만 하고 있다.


파이드라: 대체 사랑이란 뭘까?

유모 : 아씨, 그건 가장 즐겁고도 가장 쓰라린 것이랍니다.

파이드라 : 그런데 나에겐 즐거움보다도 쓰라림만 절실한 것 같아.

유모: 아시 뭐라고 말씀하셨죠?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고......?

유모 : 도저히 견딜 수가 없군. 가증스런 햇볕 때문에 몸을 내던져 버리고 싶구나. 죽으면 살아서보다 오히려 편하게 되겠지. 나도 이젠 마지막 아주 현명한 사람들도 자기들이 모르는 사이에 저주스런 정욕에 홀리게 된다. (560~561P)


파이드라 : 사랑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대 나는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그 사랑을 견디려고도 했지.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불행을 숨겼어. 그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비난하고 흉볼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많은 불행을 가져오는 혓바닥을 믿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미칠 듯이 솟아오르는 정열을 영기로 억제하려 했고, 지혜로 길들이려고 결심하기도 했지.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키프러스를 정복할 수 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가 할 일은 그저 죽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 (562P)


유모 : 어느 여신의 분노가 당신 위에 덮여 잇는 것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키프러스가 무서운 힘으로 습격해 올 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키프리스는 자기를 따르는 자는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그러나 키프러스를 경멸하고 욕하는 자는 가차없이 꺾어 굴복시킵니다. 키프로스는 하늘을 날고 넘실거리는 바다의 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 그녀의 은혜를 받아 태어납니다. 키프리스는 사라의 씨를 뿌리고 그것을 불러일으킵니다. 땅 위에 살고 있는 것들은 모두 거기에서 나왔답니다. 옛 자취가 엿보이는 향수를 동경하고 있고, 문학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옛날 제우스 신이 세멀레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찬란한 별빛 같은 에로스가 사랑했던 케팔로스를 신들 가운데 두려고 어떻게 강탈해 왔는가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563P)


유모 : 나쁜 것을 감춘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집의 기둥과 대들보, 문설주가 모두 직선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인간은 너무 엄격하게만 살려고 하면 안됩니다. (564P)


유모 : 아씨, 아씨께서 당하신 운명을 박착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시 마음 가운데 선이 악을 이기고 있다면, 아씨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으니까 더욱 그것을 기뻐해야 하겠어요.

아씨......, 슬픈 생각은 버리세요. 사랑을 비난하지 마세요. 신은 사랑하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을 북돋아 줄 것입니다. 이 사랑이 아시에게 타격이 되지 않고 이 불행을 행복한 결과가 되도록 하세요. (564P)


히폴리토스 : 인간은 그대의 신전에 금이나 쇠에 동을 바치고 대신 자신이 바친 노력의 대가를 받는다. 그러면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네 마음대로 살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재앙과 같은 여자를 집에 들여놓자마자 재산을 모두 날려 버린다. 확실히 여성이 저주스럽다는 것은 딸을 낳아 길러 낸 아버지가 출가 때가 되면 쓰일 지참금을 마련하려 쩔쩔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영리한 여잔 죽도록 싫단 말이야. 지금 우리집에는 필요 이상으로 현명한 여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 잇지. 그런 여자들은 키프리스가 썩어빠지게 만든 영리한 무리야. 바보처럼 생긴 여자는 지헤가 모자라기 때문에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아내라는 것은 말수가 적고 자기 추억을 지껄이지 않을 정도로 버릇을 길러 놓아야 해. 많은 게집애가 차츰 건방져 가고 있어. (569P)


코러스 : 아프로디테는 그녀에게 죄많은 사랑을 불어넣어 그 마음에 상처를 입혔노라. 무서운 고통에 괴로워하며 그녀는 혼례를 치른 방의 벽에 불길한 띠를 달아 그것으로 하얀 목을 감고자 하니, 여신의 무서운 분노에 지고 정직한 명성을 택하노니, 그 마을 가운데에 스스로를 그렇듯 괴롭힌 사랑을 쫓아버리려는 것이리라. (572P)


테세우스 나 역시 아무 것도 생각지 않고 죽고 싶구나. 땅 속에서, 지옥의 밤의 어두움 속에서 살고 싶다. 나는 그리운 아내를 잃었도다........ 궁궐은 공허해지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어 버렸다. 그대는 나를 버린 거야. 가장 정다운 사람, 여성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던 사람, 밤하늘의 별이 빛내주던 그대는 나를 버렸도다. (574P)


테세우스 : 정다웠던 이 손에 매달린 이 편지는 무얼까? 어쩌면 새로운 불행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이 봉인을 찢고 편지판에 무어라 적혀있는지 보자.  (574P)


테세우스 : 아! 불행한 도시여! 히폴리토스는 제우스의 신성한 눈을 피해서 완력으로 내 침실을 더럽혔다. 오, 포세이돈이여, 나의 아버지! 당신이 일찍이 이루게 해 주시겟다던 세 가지 소원 중에 하나로 제 아들놈을 죽여 주십시오.  (575P)


테세우스 : 인간이란 진지한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다른 목소리, 두 개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가 거짓 목소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되지. 우리가 속아 넘어가서는 안돼. (576P)


히폴리토스 ; 그 여자의 아름다움이 모든 여자보다 그렇게도 뛰어납니까? 제가 아버지의 침대에서 아버지의 대리 노릇을 하면서 이 궁궐의 주인을 꿈꾸었단 말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저는 미쳤을 게고 이성을 잃은 행동일 것입니다.

저는 올림픽 경기에 나서지 않은 이성 첫째 자리를 바라진 않습니다. 이 땅위에 사는 이상 둘째 자리에 만족하고 있으며, 언제나 좋은 벗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사람 대열에 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위험없이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다스림이 주는 기쁨보다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여유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저는 결코 아버지의 아내에게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단지 마음속에서라도 말입니다. (578~579P)


히폴리토스  : 오 궁궐의 벽이여! 왜 입을 다물고 있느냐?

 테세우스 : 네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증인의 도움을 청하고 있다. 너에게 죄가 있음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야. (580페이지)

☆☆☆ 결백을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더욱 불리해지는 이 상황, 슬퍼서 지켜볼 수가 없다.


코러스 : 신들의 의지가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여 행복한 삶과 슬픔없는 나날을 주시옵기를. 너무 빛나지 않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명예를 지니게 하기를 ! 또 우리로 하여금 행복한 일생을 마치게 하소서! 그러나 아테네의 빛나는 별이 아버지의 분노로 추방되는 것을 보니, 우리 마음 또한 편치 못하도다.

우리는 그대의 불행 때문에 일생을 눈물로 보내리니. (580페이지)


전령 : 바닷물결이 몰아치는 기슭에서 저희는 울고 있었지요. 히폴리토스는 이젠 절대로 이 땅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당신께서 그를 가혹한 추방형에 처했다는 것을 저희는 듣고 있었습니다. ..... 그는 슬픈 비명으로 소리쳤습니다.

 “아 멈춰 줘! 아, 살려 줘. 아 무서운 아버지의 저주다. 아무라도 나를 도와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줘”라고 외쳤습니다. 저희는 도우러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는 기절하고 말았지요. (583~584페이지)


코러스 대장 : 운명과 불가능에서 빠져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로다.

테세우스 : 그렇게 괴로워해야 했던 인간에 대한 증오 때문에 나는 그 얘기를 즐겨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그가 내 아들이었다는 점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련다.

테세우스 : 내 눈으로 호가인하고 싶다. 신들이 내리신 벌로 그를 부끄럽게 만들어주고 싶다. (584페이지)


코러스 : 신과 인간의 완고한 마음을 인도하시는 키프리스여!

         에로스는 금빛 날개를 타고

         쾌락을 충동질한 마음을 어지럽히는 구나.

         태양빛이 빛나는 땅위의 샘물을 길어내고

         또 인간의 마음을 설레게 하노라.

         오! 키프리스여, 그대는 만물에 최고의 힘을 미치도다. (584페이지)


아르테미스 : (울음)

나는 레토의 딸 아르테미스이다. 불쌍한 테세우스여, 왜 그토록 잔인하게 아들을 북이고 기뻐하고 있느냐? 너는네 아내의 거짓 고발을 믿고 불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너무도 끔찍한 불행을 초래했다. 어째서 낯을 붉히며 땅 속으로 숨지 않느냐. 나는 네 아들의 무죄를 알려 주려고 이곳에 왔다. 그릭 네 아내의 무서움과 그의 관대한 싸움을 알게 하려는 게다. 네 아내는 처녀를 숭상하는 우리에게는 몹시 가증스런 신이 바늘에 찔려 네 아들에 대한 맹세를 하고 그녀의 불행을 네 아들에게 털어놓은 유모의 행동 때문에 그녀는 뜻하지 않게 죽어간 게다. 파이드라는 배신당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엉터리 거짓고발을 했고 그래서 너는 네 아들을 죽인거야. 파이드라는 완전히 너를 설득시킨 거다.  (585페이지)


아르테미스 : 신들의 율법이다. 아무도 다른 신의 소원에 반대할 수는 없어. 그래서 우리들은 언제나 양보를 하지. (586페이지)


아르테미스 : 비록 네가 어두운 땅 속에 있더라도 키프리스 여신은 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피할 길없는 화살로 그 여신의 가장 사랑하는 자에게 복수를 하겟다. 히폴리토스여, 네가 괴로워하는 고통의 대가로 트로이젠에서 가장 큰 명에를 너에게 주겠다. 바로 처녀들은 결혼 전에 너의 명에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너에게 슬픔과 눈물, 노래를 바칠 것이다. 파이드라가 너에게 품엇던 사랑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588P)


저자라면 

<히폴리토스>는 아프로디테의 신이 주도하는 데로 이끌려 가는 느낌이 든다.  다른 극들도 신의 개입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히폴리토스>는 별 스토리 없이 아프로디테의 주도 하에 비극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인생관이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신에게 맡겨버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비극이지만 그다지 슬픔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극 전체를 끌고 나가는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싸서 재앙을 받게 히폴리토스,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화살을 맞은 계모 파이드라. 파이드라가 아들 히폴리토스를 좋아하게 되는 그 이유도 너무 단순하고 생략되어 있다. 아무리 신의 장난이라지만, 한 번 슬쩍 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혹독한 상사병에 걸리다니, 관객을 납득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좀더 디테일한 사건과 묘사가 필요하다.

히폴리토스를 너무 결백하고 순수하게 등장시켰기 때문에, 파이드라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아예 배제시켜버렸다. 그래서 이극은 전체적으로 힘이 없고, 관객을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떨어진다.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나쁜 계모의 술책에 의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게 된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불과하다. 저자는 아버지 테세우스의 어리석음을 관객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중국영화 <황후花>처럼 왕비와 의붓자식과의 사랑을 리얼하게 끌고나가면서 서로가 배신하는 그런 관계를 엮어나가다가 두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는 그런 극은 어떨까?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의 싸움 속에서 두 사람도 계속 갈등을 일으키면서 스토리가 전개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히폴리토스>를 다 읽고 난 느낌은 김빠진 맥주를 마신 느낌이랄까 긴박감과 간장감이 없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뿔 끌로델-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은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사상이나 영상의 방대함 때문에 양적으로도 거대하며 또한 구조나 운동면에서도 거대한 작품이다.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테스는 라틴연극과 프랑스 연극에는 더욱 크고 깊은 영향을 주어왔다. (591페이지)

***인간의 마음에 있어 본질적인 문제의 하나인 죄와벌의 문제에 관한 뜻 깊은 토론이다. 그리스도교 이전에는 모세의 율법 아래에서도 인류는 이 문제에 관해 유일한 해결, 즉 같은 죄의 형벌이라는 해결밖에 몰랏으며, 이 방식 자체가 우리의 도덕적본성의 가장 깊숙한 속에 자리하고 있는 원칙, 바로 전환성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592페이지)

***폭력적인 행위가 갖는 재생력은 끝이 없다. 그래서 그것은 필연적으로 스스로의 단죄를 내포하고 또 낳는데, 그와 칼의 단죄는 또한 보복에 못지 않는 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가멤논>의 코러스가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생각한다. 부정은 석녀(石女)로 끝나지는 않는다. 부정에서는 자연히 끝없는 불행이 생겨난다.” (592페이지)

***죄는 개인의 독립선언이므로 그는 일반적인 질서를 희생시키고 스스로를 제 자신의 행동 우너리로서 세우는 것이다. 이리하여 외부 세계의 무엇인가가 휘말려 들고 또 요동하게 되엇, 그것이 이번에는 본디대로 복귀할 것을 요구해 온다. 혼돈스런 암흑의 힘을 짊어진 존재에 대한 도전이 이루어진 것이며, 바야흐로 그와 같은 존재가 우리의 운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고 그 개입이 가능해진다. (592~593페이지)


안티고내 대립과 소포클레스의 인간 예찬  C.P. 시갈

***<안티고네>는 분명 상반과 대립의 드라마이다. 그 대립의 상황은 두 주역이 심하게 대립하는 형식으로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이이처럼 완전하게 석이고 결합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 고전시대 작품의 정수요, 놀라운 장점일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이 특질에 있어 특히 뛰어나다.

***<안티고네>에서는 나오는 사람이 바로 논쟁점이고, 논쟁점이 바로 나오는 사람이다. 그들은 의지와 상황, 분노와 애타주의 , 범죄 행위와 순결의 복잡한 교착 속에서 누구나가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이다. 그들의 탐구, 고뇌, 인식에의 도달, 죽음은 철학적 문제에 인생의 숨결과 실체를 준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리의 현실을 이루는 보편과 특수, 상실과 달성, 관념적 행위의 얽힘을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우리를 감동시킨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희곡의 초점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들은 저마다 이 희곡의 두 중심이다. 어떤 비평가는 이것을 작품에 있어서의 ‘두 개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대문에 드라마에 긴박감과 풍부함이 더해져 극적행위가 복잡한 방법으로 극적 행위 그 자체에 반사한다. (600페이지)

***이 비극의 핵심은 한 편 인물이 다른 편 인물을 낳고, 두 사람이 보충적인 부분으로 공존하는데 있다. 끝없이 복잡하고도 복잡한 그 무엇, 정신과 절대에 대한 개념적인 공식보다 앞서는 더 기본적인 그 무엇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성이고 세계에 있어서의 인간 상황이며 인간 행위의 가능성과 한계일 것이다. (601페이지)

***안티고네는 제약이 있는 상대적인 인간의 법령에 대하여 제우스의 영원한 법칙, 기록되어 있지 않는 신들의 법칙을 끌어낸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절대적인 법칙의 주장을, 스스로의 죽음을 결연히 받아들이는 일과 결부짓는다. 이리하여 그녀는 두 사람의 대립을 보다 넓은 시야를 갖는 문제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녀는 인간의 강제보다도 신의 명령을 택하고 타협을 필요로 하는 인생을 거부하고 죽음이라는 절대를 취한다. 그녀의 역설적인 표현에 의하면 이런 절대야말로 늘 살아있는 것이다, (601페이지)

***크레온은 인간의 힘과 지배력의 한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에게 잇어 인간의 방식을 아는 일은, 동시에 신들의 방식을 아는 일이 된다.(604페이지)

***안티고네는 아자크스처럼 타협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여웅적 이미지의 기준에 이르지 않을 때에는 생존을 체념한다. 크레온에게 중대한 발언을 한 바로 뒤에 안티고네는 이스메네에게 말한다. 이스메네도 스스로 바란 합리주의를 지키는 크레온도 훨씬 뒤쪽에 남겨진다. (607페이지)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이다. 행위의 뜻을 이보다 광범위한 수준으로 호가대하고 최초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뚜렷이 나타내는 것은 이 작품의 제 1스타시몬, 유명한 인간에 대한 송가이다. (609페이지)

***송가가 소포클레스 시대의 낙관적 합리주의를 다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예를 들면 자기 환경에 창조적으로 작용하는 인간의 능력에 관한 소피스티식의 견해, 또는 국가나 도시는 법과 정의와 더불어 인간이 창조한 것이므로 악의에 찬 세계, 또는 무관심한 세게에 대하여 인간이 자기를 주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무대라고 하는 프로타고라스식의 관념이다. (610페이지)

***소포클레스는 송가를 통해 희곡의 극적 행위 속에 합리주의적 견해를 던져넣고 비극적인 진행이라는 저울로 그것들의 무게를 재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 타당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610페이지)

***크레온이 인간 관계를 동물처럼 다루는 일이 이렇게 해서 스스로에게 되돌아왔다. 그는 자기 주위에 대하여 익숙해질 것과 복종을 구했지만, 크레온은 전에 자기가 인간 일반에게 짊어진 인간 멸시에 대한 지불을 아들을 통해 치르는 것이다.  (617페이지)

***안티고네가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는 일은 신의 기록한 성품에 대한 옹호와 크레온이 호가신하는 인간의 독립과 지배의 주장보다도 더 확실한 인간존중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621페이지)

***소포클레스가 인간 시체의 모독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극을 쓴 것은 때마침 파르테논 신전에서 일하고 있던 같은 시대 사람들이 그 이전에는 표현되지 않았던 인체의 아름다움이나 고귀함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622페이지)

***인간이 지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유일한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인간이 지닌 위대성의 최대의 시금석이요, 인간성의 주장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24페이지)

***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특질은 그 위대한 순간에 있어서 신들의 실재를 인식하는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점에서 세계적인 비극시인이다.(625페이지)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 -K. 케레니-

***소포클레스는 보기 드문 성스러운 시인이었다. 그는 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집에 맞아들여 그가 죽은 뒤 아스클레피오스와 더불어 영웅으로서 숭배되었다. (627페이지)

***디오니소스는 이카리아 지방에는 포도주를 선물한 사람, 포도 재배의 도입자로서 또 아티카 지방에는 많은 신비한 의식의 도입자로서 훨씬 전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엇다. 그러나 이제 그의 도착은 제 2의 디오니소스, 바로 테베의 디오니소스의 출현이라는 형식을 취하여 그리스적 전승 속에 안배되어  들어간다. (630페이지)

***도취는 망념으로 변화할 수 있다. 존재도 가상도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632페이지)

***바쿠스적인 의상을 입은 테베여자들을 마을에서 산속의 초원으로 데리고 가, 그녀들의 선두에 서서 춤을 추었다. 그녀들은 거기에서 남자도 없이 자기네들끼리만 잠자고 눈을 뜨면 들사슴이나 늑대의 젖을 먹었다. 그녀들의 영험있는 지팡이 티르소스로 두드리면 바위에서는 물이 솟아나고 땅에서는 포도주가 쏟아져 나왓다. 그녀들의 손가락이 마법을 쓰면 땅 속에서 우유가 넘쳐 나왔고, 지팡이의 담쟁이 덩굴 장식에서는 꿀이 흘럿다. 이것은 디오니서스적 기적이며 부정된 이 신의 힘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633페이지)

***관객들이 견뎌낼 수 있건 견뎌낼 수 없건 간에 그것들을 신의 수난의 신화로부터 분리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636페이지)

***<바쿠스의 여신도들.은 디오니소스의 자기 자신과의 오래된 만남, 말하자면 수염소의 오래된 희생물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이 희생물이 또한 신의 수난과 죽음을 되풀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637페이지)


그리스 비극 극장 상연 관객


1. 그리스극 상연의 장소에 대하여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장대한 토목공사를 일으켜서 아크로폴리스를 장식하면서 여신 아테나의 대제(大祭)를 거국적으로 행하는 한편, 디오니소스를 위한 새로운 제사를 웅장하고 화려한 규모로 창설했다.

1) 대 디오니시아-이 제례는 많은 디오니시아 중에서도 마지막인 3월 중순, 이 무렵이 되면 11월말부터 시작된 음울한 겨울이 가까스로 끝난다. 어두운 하늘 밑에서 무섭게 파도치던 에게해도 봄날의 햇빛 아래 출렁대고 해상의 항로도 열리게 되어 다가올 좋은 게절을 기다리는 들뜨는 때가 된다. 대디오니시아는 이 좋은 계절의 시작을 이루는 제사(祭事)였다. 이 제사에 특히 국제적인 색채를 주었다.

제례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엘레우테라이에서 이 신을 맞아들인 고사에 다라 디오니소스 엘레우데레우스의 신상은, 한 번 교외의 아카데미아 부근에 있는 신전에 옮겨졌다가 거기서 화려한 횃불 행렬에 전송되어 시내 극장의 신전으로 맞아들여진다.

비극작가가 배우와 코러스를 동반하고 조립한 무대에 올라가서 자기가 상연하고자 하는 극의 제목과 줄거리를 소개한다. 배우도 코러스도 그저 머리에 화관(花冠)을 썼을 뿐이다.(641페이지)

2)레나이아-레나이온이라는 곳에서 가멜리온 달(대개 1월)에 거행되었다. 이 제사에도 비극과 희극이 상연되었다.

3)시골의 디오니시아- 포세이데온의 달, 즉 한겨울인 12월에 거행되엇다.


2. 상연의 절차

***비극에서는 시인은 세 가지 비극과 한 가지의 사티로스 극을 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 시인의 작품이 각각 하루를 채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644페이지)

*** 연습은 엄격한 것이어서 대원은 노래나 춤 연습뿐만 아니라 음식과 그 밖에 몸의 조절을 위한 트레이닝도 받지 않으면 아되었다. 이 밖에 극일 경우 코레고스는 의상이나 그 박의 여러 가지 것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어서 그 비용이 막대하였다. (645페이지)


3. 판정

승리를 얻은 시인의 이름은 포고사(布告使)가 발표하고, 시인에겐 담쟁이 덩굴으 잎으로 엮은 관이 수여되었다. 정말로 상품을 타는 것은 코레고스인지라 표면상으로는 작자는 코러스의 감독으로서만 이 경연에 참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판정의 기준도 작품자체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연방법에 중점이 있었던 것 같이 생각된다.  (647페이지)


4. 코러스

***비극에서 코로스의  수효에 대해서는 50명이었던 것이 아이스킬로스에 의하여 12명으로, 소포클레스에 의하여 15명으로 바뀌엇다고 전한다.  (647페이지)


5. 배우

***배우는 아이스킬로스가 두 사람으로 하였고, 소포클레스가 세 사람으로 늘렸다. 아이스킬로스도 만년의 작품에서는 세 사람의 배우를 쓰고 있다. (649페이지)

*** 배우의 의상에 관해서는 아직 많은 점에 의문이 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구두 밑바닥이 높은 코토르노스라는 구두를 신고, 마스킁의 머리 위에 높다랗게 온코스라고 하는 두발을 쓰고 가슴과 허리를 크게 보이도록 옷 속을 채우고 긴 소매가 달리고 발까지 닿는 긴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비극은 영우 시대에서 제재를 가져왔기 때문에 무대 위의 인물은 모두 영웅 호걸이나 신들이므로 그리스인들의 생각으로는 이런 인물은 모두 보통 사람을 훨씬 능가하는 거인이어서 이를 무대 위에 재현하기 위한 연구였다고 한다. (650페이지)


6. 극장

아테네 최고 시대의 극장은 디티람보스를 위한 무도장이엇다. 이것은 원형으로 밟아 다져진 땅바닥으로서, 기원전 6세기에 대 디오니시아가 설치되었을 때도 아크로폴리스 남서에 있는 이와 같은 무도장이 설치되었을 것이다.

작자가 이용할 수 있는 무대 장치가 이같이 단순한 것이었기 때문에 작자는 무대 면을 옥외에 둘 수 밖에 없엇고, 코러스는 한 번 등장하면 퇴장시키기가 어려웠다. (652페이지)


7. 관람객

*** 관람객 중에는 남자 말고도 여자, 아이들, 노예까지도 있엇던 것은 확실하며, 정면의 몇 줄은 특별석으로 되어 잇어서 시민들 중의 주요한 사람들이나 외국에서 온 사절 등의 자리로 배당되고 중앙의 자리는 디오니소스 신관의 것이었다. (653페이지)

***하루 종일 앉아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좌석에 쿠션을 깔았으며, 술이나 먹을 것을 충분히 준비해 왔다. 개중에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으로 아리스토파네스는 <새>에서 날개가 있다면 이런 것도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하고 있다. 관람객은 배우가 서투르면 먹다가 남은 마른 과일을 집어던졌다.


8. 그리스 극의 구조

***그리스 극은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하부분과 노래하며 춤추는 코러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잇다. 완성된 형식에서는 처음에 프롤로그, 이어서 코러스의 입장, 다음에 플롯을 전개하는 에페이소디온이라 불리는 대화와 스타시몬이라는 코러스만의 부분이 몇 번 거듭된 뒤 마지막 부분(엑소도스)으로 끝난다. (654페이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극의 주요인물의 대화 속에서 자연히 상황이 밝혀지는 방법인데 이것을 가장 능란하게 사용한 것이 소포클레스이다.

***그리스 비극은 현재의 영화가 대사를 극단적으로 단축시켜서 배우의 행동에 따라 줄거리의 진전을 알리려고 하는 것과는 반대로, 독백이나 대화로 줄거리를 알렸으며,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의지나 음모 같은 마음속의 일을 독백으로 나타내는 일은 적으며, 그리스 극에 있어 독백이란 관람객에 대한 일종의 프로그램 역할을 하여 신들에 대한 기원의 형식에서도 독백이 말하는 자의 감정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일은 드물다. (656페이지)

***코러스가 옛시대의 극에서는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극에 봉납하는 신인 디오니소스가 코러스를 좋아하였으며, 비극이 신의 제사 행사라고 하는 종교상의 생각에서 유래한다. (657페이지)

***코로스는 배우와 대화를 한ㄴ 수도 있다. 코러스는 무대의 감정이 고양되어 왔을 때에 배우와 번갈아 노래를 부르는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콤모스(Kommos)라고 불리는데 이 말은 어원적으로 ’가슴을 친다‘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이 동작은 슬픔의 표시였다.

***배우의 기법이 발달하면서 콤모스에 있어 배우가 노래한ㄴ 부분이 차츰 많아지게 되어 마침내 배우의 독창으로 진행되는 아리아(monoidia)가 된 것같다. (658페이지)


9. 로마극

남녀배우들은 현재의 영화 배우와 마찬가지로 인기가 대단했으며 막대한 수입을 얻었다. (66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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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10:23:50 *.85.249.182

사부님! 

세 번째 읽기는 초록색으로 했는데

홈피에서는 구분이 되지 않아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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