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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05시 55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순자(荀子) BC323?~BC248?

 

중국 유학 발전에 공헌한 사상가

 

전국시대 조()나라에서 태어남. () ()이고 이름은 ().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여 순경(荀卿)이라고도 부르고 한()나라 때에는 선제의 이름을 휘하여 손경(孫卿)이라 부르기도 했다. 맹자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주자학(朱子學)에서 송()대 이후 도통론(道統論)을 내세운 뒤로 유가의 도통에서 벗어나 이단으로 취급되기도 함. 그러나 유학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순자는 맹자와 함께 중요한 사상가. [사마천의 <사기>열전] 특히 유가의 경학(經學)과 경전(經傳)의 전수 면에서는 맹자보다 공이 훨씬 크다. 이유는 순자가 맹자처럼 인의(仁義)와 왕도(王道)만을 철저히 떠받들지 않고 예의(禮儀)와 법도(法度)를 중시하고 패도(覇道)도 어느 정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결과 한비 와 이사 같은 법가의 대표적인 인물이 배출되기도 함.

 

손경(순자)은 조나라에서 태어나서 제나라 직하에서 공부를 하고(당시 직하에는 묵가, 도가, 법가, 명가 등에 속하는 전국의 학자들이 모여들어 자유로이 자기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고 있었음) 초나라 재상 춘산군에 의해 난릉의 수령에 임명되었다가 파면되어 다시 조나라로 돌아갔을 때가 BC265년경의 일이었다. 그 후 다시 춘신군에 의해 난릉의 수령으로 삼았으나 춘신군이 암살당하자 그는 자신도 수령벼슬을 내놓고 그곳에 머물다가 사망. 그의 제자들은 난릉에 순자를 장사 지냄. (조나라에서 태어나서 제나라에서 공부하고 초나라에서 벼슬을 살다가 다시 조나라로 왔다가 초나라에 다시 건너가서 그것에서 생을 마감함)

 

순자의 제자로는 법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한비자, 진시황의 재상으로 유명한 이사, 노나라에서 조용히 살면서 학문에 종사해 유학의 전승에 큰 공로를 세운 부구백 등이 있다.

 

순자2032편은 순자에 의해 씌어진 부분과 제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부분이 섞여 있다. 순자는 한대로부터 송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유행하던 [순자]의 판본에 차이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로 정리한 사람은 한대의 유향(BC77?~BC6) <교수중손경서록>에 의하면 순자의 글은 본디 322편이 있었는데 서로 중복되는 내용을 32편으로 정리하였다 함.  유향이 교정한 <순경신서>32편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순자>의 바탕이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순자>를 가장 먼저 연구해 주()를 단 사람은 당나라의 학자 양경이다.

 

유가(儒家)에서의 순자(荀子)의 위치

 

()나라는 서주(BC 1027- BC 771), 동주(BC 770- BC 256)로 나뉘고, 다시 동주는 춘추(春秋)(BC 770- BC 481)와 전국(戰國)(BC 480- BC 221)의 시대로 나뉨.

춘추시대의 공자(孔子)(BC 551- BC 479)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어짐()과 덕()을 바탕으로 한 사상의 체계를 세워 유교(儒敎)를 창설하고 그 가르침을 세상에 폄.

공자의 이상과 달리 세상은 전국 시대라 불리는 어지러운 세상으로 이어지고 세상이 혼란할수록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공자의 가르침은 후계자들에 의해 발전, 자기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로잡아 보려는 제자백가가 나타나기 시작함. BC350년을 전후해 맹자(BC372-289?), 순자(BC323?-238?)사상가가 나타남. 공자의 사상은 맹자와 순자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어 다른 학파들을 압도하고 오랫동안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해 왔다고 할 수 있음. 공자의 유가사상은 어짐과 의로움 또는 충성과 믿음 같은 덕을 숭상하는 내면적인 정신주의와 실행과 예의를 존중하는 외면적인 형식주의라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정신주의적인 면은 증자曾子를 거쳐 맹자를 통하여 발전.

 

형식주의적인 면은 자유(子游). 자하(子夏)를 거쳐 순자에게로 계승됨. 맹자가 주관적이고 이상적이었다면 순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허나 이러한 설명은 사상의 발전을 선을 긋듯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어서 공자의 사상을 물려받았음에도 오랫동안 유학자들에게 이단자로 취급되어왔다. 순자가 인간 도덕의 바탕으로 받들어져 온 하늘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인간과의 분계선을 그었고, 사람의 본성은 예의와 함께 형벌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하는 법가에 가까운 견해를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순자는 다른 여러 제자백가들을 비판함으로 그들의 사상을 널리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동안 다른 학파의 현실적인 사상들이 반대로 순자에게 영향을 미쳐 정통적인 유학과는 다른 독특한 사상체계를 이룩하기에 이른 것이다. 순자는 단순한 공자의 휴계자가 아니라 고대 중국 철학을 집대성한 사람이라는 영예를 누릴 수도 있음이다.

 

하늘 천() 이란 말로 표현되는 그의 독특한 자연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 순자에게 있어 하늘이란 좁은 뜻으로는 땅과 대조를 이루는 해와 달과 별과 구름이 있는 하늘이고, 넓은 뜻으로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자연이란 말에 가까운 개념을 지닌 것.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자연 속의 사람, 사람과 자연을 지배하는 하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분리시켰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고 사람들에게는 사람의 법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하늘에 대한 사상은 <하늘에 대하여 논함>편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유가임에도 인간 도덕의 바탕으로 받들어져 온 하늘天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인간과의 분계선(分界線)을 그었고, 사람의 본성에 대하여는 본래 악하다고 주장하며, 예의와 함께 형벌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하는 주장으로 이단으로 취급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순자는 다른 학파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당시 제자백가의 사상을 널리 공부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학파의 사상이 순자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정통적인 유학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상 체계를 이룩하기에 이른. 순자는 공자의 후계자기 보다는 고대 중국 철학을 집대성한 사상가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유가 경전에 대한 폭넓은 연구는 한대의 유향[교수중손경서록]에서 "순자는 시경(詩經), 예기(禮記), 역경(易經), 춘추(春秋)에 조예가 깊었다."고 말하고 있다. 청대의 학자 왕중의 [순경자통론]에서 고증한 바에 의하면 시경(詩經)의 모시(毛詩)를 비롯해 노시(魯詩)와 한시(韓詩)의 전승이 모두 순자의 손을 직접 간접으로 거치고 있으며, 춘추의 좌씨전. 곡량전, 대대례, 소대례의 많은 부분이 순자나 그의 제자들의 힘을 입어 전해진 것이다. 학문으로서의 유학이 경전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순자의 공로는 위대한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함性惡에 대하여 "곧은 나무가 댈나무를 쓰지 않아도 곧은 것은 그 본성이 곧기 때문이다. 굽은 나무가 반드시 밸나무를 대고서 불로 쩌서 바로잡은 다음에야 곧아지는 것은 그 본성이 곧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곧은 나무와 굽은 나무로써 사람의 본성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순자가 사람의 악한 면과 선한 면 모두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말한다. 전국시대를 감안하고 순자를 바라본다면 서로 해치고 죽이는 어지러운 정치와 그 밑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감한 나머지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성악설을 비롯한 예의와 형벌에 대한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공자의 이상실현을 위한 현실적응노력이 만들어낸 사상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순자를 바로 보는 시선이 아닐까 한다.

 

그의 사상은 자연론, 성악설, 인식론, 예론, 정치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연론

 

하늘에 대하여 논함 天論편을 중심으로 논하였는데 하늘과 사람을 분리시켜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잇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흘에는 지각과 뜻이 있어 착하고 악함에 따라 사람들에게 복과 화를 내린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생각을 부정하였다. "작위를 가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추구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것을 하늘의 직무라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론(禮論)편에서는 "하늘은 만물을 생성하기는 하지만 만물을 분별하지는 못하며, 땅은 사람들을 그 위에 살게 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다스리지는 못한다"로 말하고 있다. 왕제(王制)편에서는 "물과 불은 기운은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은 없고, 새와 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의로움이 없다. 사람에게는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의로움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 가장 존귀한 것이다."말한다. 하늘과 땅의 분리는 곧 사람의 우수성의 인식이라는 출발점으로 보인다.

 

성악설

 

본성과 지각은 각각 독립된 심리 작용이라는 전제 아래 성악설을 얘기하고 있음. 순자에게 있어 선은 적극적인 가치가 주어지고 악에는 소극적인 가치만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지금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기고 사양함이 없어진다. 나면서부터 질투하고 미워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며 충성과 믿음이 없어진다.사람은 나면서부터 귀와 눈의 욕망이 있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지나친 혼란이 생기고 예의와 아름다운 형식이 없어진다. 그러니 사람의 본성을 따르고 사람의 감정을 좇으면 반드시 서로 쟁탈을 하게 되고 분수를 어기고 이치를 어지럽혀 난폭함으로 귀결될 것이다….이로써 본다면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 분명하다<사람의 본성의 악함> 성악설의 근거가 사람의 욕망에 있다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선의 요소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도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바라면서도 얻지 못하면 곧 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곧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고 논한 것으로 보아 순자의 논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인식론

 

하늘과 사람의 존재를 명확히 갈라놓는 태도로부터 출발한다. 하늘의 권위를 빌려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던 일반적인 유가나 도가의 도는 순자에 이르러 사람을 기준으로 한 분명한 한계가 그어진다. 48편 유학의 효험 儒效편에 "도란 하늘의 도도 아니요,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의 근본이 되는 도이며, 군자가 지켜야 할 도이다."

11 16편 강국彊國편에서는 "도란 무엇인가? 그것은 예의와 사양과 충성과 믿음이다."

15 21편 해폐解蔽편에서 "모든 불확실한 애매한 근거를 가진 인식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였다. 사물의 관찰이나 판단을 정확히 하자면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마음의 맑고 깨끗함에서 언어진다. 내 생각이 분명하지 않으면 곧 그렇고 그렇지 않음을 결정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해지는 것으로 알게 된다.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한 것을 크게 맑고 밝다고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예론

 

사람이란 무리를 이루어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며, 그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며 원활히 살아가는 데에 사람의 특징이 있다 하였다. 사람은 여럿이 화합할 수 있다는 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를 떠나서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함. 그런데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의로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 의로움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분열과 규범으로 나타나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순자의 예는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발단"이라고 한 맹자에 비해 훨씬 외면적이고 형식적이다. 이러한 외면적이고 형식적인 성격은 개인의 수양이나 국가의 정치에 있어서도 맹자의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와 시종 대립관계가 유지된다.

 

정치론

 

6 10편 부국(富國)사람은 나면서부터 무리를 이룬다유추하면 인간의 사회성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국가나 정치 제도도 모두 사람들을 잘 모여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1927편 대략(大略)에 그리하여 "하늘이 백성을 낳은 것은 임금을 위한 것이 아니며,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위한 것이다"라고 하는 민본사상이 정치론의 바탕이 된다. 백성이 지지하는 나라는 흥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나라는 망할 것이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다해 백성들을 잘 살게 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제정책이 등장한다. 부유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감정을 길러 줄 수 없다는 말로 농업 생산을 바탕으로 부국을 역설하고 그 방법으로 생산에 힘쓰면서 절약해 쓰는 법을 주장함. 이는 묵자의 영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군도(君道)편에서 "법은 다스림의 발단이다."라는 말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법을 매우 중요시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왕제(王制)편에 "좋은 법이 있어도 어지러워지는 일은 있으나, 군자가 있으면서도 어지러워진다는 말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라고 하면서 법을 다스리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함. 이는 유가의 테두리 안에 있었음을 알려준다.

유가의 전통에 따라 덕을 위주로 하는 왕도를 이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힘으로 다스리는 패도까지도 품고 있다. 전국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패도정치라도 제대로 되어주기를 소망이 내재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유가와 법가가 혼재된 느낌이다.

 

순자의 사상은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다라는 말로 특징을 요학할 수 있다. 중국의 학자나 사상가들은 유교의 정통이 맹자로 이어지는 사회였기 때문에 순자와 같은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순자는 당시에 주류가 아닌 관계로 법가나 명가 같은 다른 학파들의 사상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고 유가경전의 연구와 전승에는 다른 어떤 학자보다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유가 경전의 연구와 전승에는 다른 학자들보다 큰 역할을 하였다. 중국의 고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순자>는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이다. 유학의 현대화가 추구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현실 감각이 뛰어난 순자에 대한 연구가 동양 문화의 새로운 발판을 얻게 되리라 본다.

 

참조: 순자, 김학주옮김, 을유문화사

 

나의 의견

 

신영복의 강의를 읽고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처음에는 노자의 도덕경이었고 주역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정작 서점에서 철학코너를 둘러보다가 내가 손에 잡고 나온 것은 순자였다. 성악설을 주장했다는 순자.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유가사상의 주류에서 밀려난 사상가. 그래서 더욱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사람.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 느껴졌던 탓일까. 두께는 1000쪽이 넘지만 글자가 커서 읽을만했다. 그리고 옮긴이의 몇 번의 개정판덕분에 더 좋은 교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순자는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글이 잘 읽혔던 것도 논리적인 글이어서 인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순자의 사상에 기초한 글이고 중간 중간에 공자의 이야기도 인용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고 나름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비판의 글도 눈이 뜨인다. 상례에 대한 자세한 기술 탓에 삼년상 일년상 등 그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생각도 정리가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에 대한 배려 탓이란 것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순자를 보면서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은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뿌리에서 연유했음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순자가 살던 시대는 전국시대이다. 서로 해치고 죽이는 그 시대의 어지러운 정치와 그 밑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감한 나머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성악설을 비롯해 예의와 형벌을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혼란 속에서는 어짊과 의로움 같은 덕이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에 민감한 순자로서는 불가피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순자는 공자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려 하였던 것이다. 역사는 동시대 사람들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 공자가 살다간 시대에서 유가사상이 생겼다면 맹자나 순자가 살다간 시대는 전국시대이다.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적인 토대보다는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는 뜻이다. 한가로이 사상만을 논할 수 없는 시대를 살다간 전국시대사람의 눈으로 보면 맹자의 이야기는 이상주의에 불과했을 수 있다. 후대에 의하여 계승 발전된 사상이 유가인 덕을 맹자는 톡톡히 보는 것이다. 이제 21세기는 맹자의 눈으로 보는 유가사상에 더불어 순자의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보는 사상을 심층연구 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역자의 말대로 유가사상이 순자로 맥을 이어졌다면 세계의 중심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발전이 가능했을 것이고 세계의 판도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2.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1편 학문을 권함

 

권학(勸學)

 

 

학문을 권장하는 글. 학문의 필요성과 방법을 논하고 있다. 순자가 그의 사상을 서술함에 있어서 이처럼 학문에 대한 기본 태도부터 밝히고 있다는 것은 그의 학자로서의 성실성을 보여준다. 그는 경전을 읽고 예()를 숭상하는 공부를 통해 사람은 완전해지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 따라서 순자의 학문에 대한 태도의 이해는 바로 순자의 사상 전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될 것이다.

 

40 군자들은학문은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푸른 물감은 쪽풀에서 얻지만 쪽풀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나무가 곧아서 먹줄에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굽혀 수레바퀴를 만들면 굽은 자에 들어맞게 되고, 비록 바싹 마른다 하더라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것은 굽혔기 때문이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군자도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계곡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하며, 옛 임금들이 남긴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올바른 길()로 교화시키는 일보다 더 크게 여기는 신명은 없으며,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해설] 42순자가 그의 책 첫머리에 학문에 대한 태도부터 밝히고 있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성실성을 증명해 준다. 학문이란 쪽풀에서 푸른 물감을 만들어 내거나 곧은 나무를 굽혀 놓는 것처럼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태어날 때엔 똑같은 사람들도 교육에 따라 뒤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성장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성실히 배우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미 성악설(性惡說)의 기본 개념이 보인다.

성실히 배우는 것과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동일하게 되는 것은 아닌듯하다. 배움의 의미를 현대는 협소하게 해석하는 경향도 많이 있다. 지식과 배움은 다르다. 배움을 놓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늘 배우는 자세가 학문을 하는 기본자세이겠고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은 타고나는 것이고 성인군자도 같을지니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배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42 나는 일찍이 하루 종일 생각만 해 본 일이 있었으나 잠깐 동안 공부한 것만 못하였다. 나는 일찍이 발돋움을 하고 바라본 일이 있었으나 높은 곳에 올라가 널리 바라보는 것만 못하였다. 높이 올라가 손짓을 하면 팔이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도 보이며, 바람을 따라 소리치면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들리며, 수레와 말을 타면 발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천 리 길을 갈 수 있으며, 배와 노를 이용하면 물에 익숙지 않더라도 강을 건너갈 수 있다. 군자는 나면서부터 남과 달랐던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잘 이용할 줄 아는 것이다.

 

[해설] 43 사람에게는 사색보다도 공부하는 것이 더욱 중용하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려면 좋은 환경에 좋은 방법을 써야 한다. 좋은 환경에 좋은 방법, 훌륭한 스승 아래 군자가 이룩되는 것이다.

 

44 군자는 반드시 고을을 가려 살고 반드시 선비들과 어울려 노는데, 이것은 악해지고 비뚤어지는 것을 막아 올바름으로 가까이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 환경에 영향을 주는 사람도 있다. 원효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진정으로 깨어있는 자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준다. 범인들의 세계에서는 물론 환경이 무지 중요하다.

 

46 나무숲이 무성하면 도끼가 쓰여지게 마련이고, 나무가 그늘을 이루면 새떼들이 와서 쉬게 마련이고, 식초가 시어지면 초파리가 모여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말은 화를 부를 수 있고 행동은 욕됨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군자는 그의 처지에 대해 신중한 것이다.

나무숲이 무성해지는 것인 인지상정이요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쉬게 하는 것이 주요기능이요. 쉬지 않은 식초는 식초가 아님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거스르는 것이 어쩌면 군자의 처신이 아닐까 한다. 군자됨이 쉽지 않음이요 공부가 필요한 이유리라.

 

[해설] 47 환경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자연히 형성되는 것이다. 풀과 나무가 같은 종류끼리 모여 살 듯,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군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 자기 환경을 훌륭하게 조성한다는 것이다.

 

47 반 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리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천리마도 한 번 뛰어 열 걸음을 갈 수 없고, 둔한 말도 열 배의 시간과 힘을 들여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를 수 있다. 공이 이룩되는 것은 중단하지 않는데 달려 있다. 칼로 자르다 중단하면 썩은 나무라도 자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으면 쇠나 돌이라도 자를 수 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힘센 근육이나 뼈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로는 티끌과 흙을 먹고 아래로는 땅 속의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한결같이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게는 여덟 개의 발에다 두 개의 집게를 지니고 있지만 장어의 굴이 아니면 의탁할 만한 곳이 없는 것은 산만하게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굳은 뜻이 없는 사람은 밝은 깨우침이 없을 것이며, 묵묵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인데 매일의 실천이 그리 어려울 수가 없다. 아주 가끔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본다. 하루하루의 실천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그리할 듯 하지만 나는 곁에 있는 사람이 로또 구매하는 것을 극구 말린다. 십중팔구는 당첨이 되지 않을 것이니  푼돈이라고 지속적으로 버리는 일이요. 혹시 많은 금액이 당첨이 된다면 이는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로 접어드는 길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좋은 일이 아니니 사지 말라고 말린다. 혹시 당첨되면 후회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결국에는 내 말을 따른다. 요즘은...재주 많은 사람이 성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재주가 없어서와 다른 이유이다.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자만심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재주가 없는 사람은 아예 마음을 먹지 않는 바가 아니면 모자라는 재주 때문에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이 결국에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며칠 전 지인이 책을 출간했다. 아직 저자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전해 듣는 말로는 그의 성실성이 오늘의 결과를 가지고 왔다라고 이구동성 이야기를 하는걸 보니 세상이치는 수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오늘 순자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1 학문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나는가? 그 방법에 있어서는 경문을 외우는 데서 시작하여 <예기禮記>를 읽는 데서 끝나며, 그 뜻에 있어서는 선비가 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성인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노력 오랫동안 쌓으면 그런 경지에 들어갈 수 있지만, 학문이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문의 방법에는 끝이 있지만, 그 뜻은 잠시라도 버려둘 수가 없다. 학문을 하면 사람이 되고, 학문을 버리면 짐승이 되는 것이다.

[해설]경전은 사람의 지식들을 이룩해 주고 예는 사람의 행동을 바르게 규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의 목표는 올바른 지식인으로서의 선비에서 시작해 훌륭한 덕을 갖춘 완전한 사람인 성인이 되는 데 있다. 순자가 학문의 텍스트로서 [시경]. [서경]. []. []. [춘추]의 다섯 가지 유가의 대표적인 경전을 든 것은, 그 곳에 하늘과 땅 사시의 모든 진리와 규범이 서술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53 군자가 학문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이고, 소인이 학문을 하는 것은 남에게 내 놓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하는 것을 시끄러움()이라 하고 하나를 물었는데 둘을 애기하는 것을 뽐냄()이라 한다. 시끄러움도 그르고 뽐냄도 그른 것이니, 군자는 소리가 울리듯 일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는 것이다. 군자는 학문을 비젼으로 소인은 학문을 실천강령으로 아나...요즘 학문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군자가 됨은 비젼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소인이 되기 위한 것으로 보이니...안타까울 따름이다.

 

[해설] 55 <논어>에서행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곧 그것을 가지고 글을 배운다고 한 공자의 행동 위주의 가르침과 부합된다. 학문이 행동과 일치하는 사람은 군자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 곧 학문을 출세하는 수단으로 아는 사람은 소인이라는 것이다.

 군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56 예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시경> <서경>만을 따른다면 그것은 마치 손가락으로 황하를 재거나 창으로 기장을 절구질하거나 송곳으로 병속의 음식을 먹으려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예를 존중한다면 비록 명석하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법도를 지키는 선비(法士)가 될 것이다. 예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비록 사리에 맑고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허튼 선비(散儒)가 될 것이다.

 

58 비루한 것을 묻는 자에게는 대답하지 말 것이며, 비루한 말을 하는 자에게는 묻지 말 것이며, 비루한 애기를 하는 자의 말은 듣지 말 것이며, 다투려는 자와는 말다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올바른 길을 좇아서 오면 그것을 안 뒤에야 그와 접촉하며, 올바른 길로 오지 않으면 곧 그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가 공손한 다음에야 함께 올바른 길의 방향을 얘기할 수 있으며, 말이 순리한 다음에야 함께 올바른 길의 원리를 얘기할 수 있으며, 얼굴빛이 종순한 다음에야 함께 올바른 길의 극치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얘기해서는 안 될때 얘기하는 것을 시끄러움[]이라 하고, 함께 얘기할 만할 때 얘기하지 않는 것을 숨김[]이라 하고, 기색을 살펴보지도 않고 얘기하는 것을 눈멀었다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시끄럽지 않고, 숨기지 않고, 눈멀지 않고, 삼가 상대방을 좇아 순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시경] "그분의 사귐은 허술하지 않으니 천자께서 상을 내리신다"하였는데,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60 절조 있는 덕이 있은 뒤에야 마음이 안정되며, 마음이 안정된 뒤에야 주위에 적응할 수 있게 되는데, 안정되고 적응할 수 있으면 이를 일컬어 완성된 사람이라 한다. 하늘은 그의 광명함을 드러내고 땅은 그의 광대함을 드러내듯, 군자는 그의 덕의 온전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해설] 62 학문에 대한 결론으로서 학문은 순수하고도 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그의 행동이 한결같이 완전할 때 비로소 학문의 완전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나 행동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됨을 강조하고 있다. 

 

2

 

자기 몸 닦는 법

 

修身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기 몸을 닦아야 하는가를 논하고 있다. 특히 군자로서 선과 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기를 다스리고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 예와 덕을 기르는 방법, 수신을 다한 군자의 행동등을 살펴보고 있다.

 

64 나를 비난하더라도 올바른 사람은 나의 스승이고, 나를 옳게 여기면서 올바른 사람은 나의 친구이고, 나에게 아첨하는 자는 나를 해치는 자이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심하게 난동을 부리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을 싫어하고, 매우 못났으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어질다고 여겨주기 바란다. 마음은 호랑이나 승냥이 같고 행동은 금수 같으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해치는 것을 싫어한다. 아첨하는 자와는 친하고 과감히 충고하는 자는 멀리하며, 수양을 쌓은 올바른 사람을 비웃음거리로 삼고, 지극히 충성된 사람을 자기를 해치는 자라고 여긴다. 비록 멸망하지 않으려 한다 해도 안할 수가 있겠는가!

소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말하기보다 자기편이기를 원한다.

 

66 겉모양과 몸가짐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과 일을 행하는 데도 예를 따르면 우아해지지만, 예를 따르지 않으면 오만하고 편벽되고 저속하고 뒤떨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으로서 예가 없다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일을 하는 데 예가 없다면 일을 성취시킬 수 없으며, 나라에 예가 없다면 편안하지 못하다. <시경>예의에는 모두 법도가 있고, 웃고 얘기하는 것도 모두 이에 따르네라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위해 예를 강조한다. 예가 바탕이 되어야 개인생활, 국가와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68 선함으로써 사람들을 인도해 주는 것을 가르침이라 하고, 선함으로써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을 순조로움이라 한다. 선하지 않은 것으로써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을 모함이라 하고, 선하지 않은 것으로써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을 아첨이라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지혜라 하며,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한다. 훌륭한 이를 손상시키는 것을 모함이라 하고, 훌륭한 이를 해치는 것을 해로움이라 한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는 것을 곧다 하고, 남의 재물을 움치는 것을 도둑이라 하며, 자기 행동을 숨기는 것을 사기라 하고, 말을 바꾸는 것을 허풍을 떤다고 한다. 취하고 버리는 것이 일정치 않은 것을 무상하다 하고, 이익을 지키려고 의로움을 버리는 것을 강도라 한다. 들은 것이 많은 것을 박식하다 하고, 들은 것이 적은 것을 천박하다고 한다. 본 것이 많은 것을 제대로 안다 하고, 본 것이 적은 것을 비루하다고 한다. 나아가기 힘들어하는 것을 어설프다 하고, 잊기를 잘하는 것을 엉성하다고 한다. 적은 노력으로 다스려지는 것을 치안이라 하고, 많은 노력을 해도 어지러워지는 것을 혼란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좋고 나쁜 성질이나 버릇에 대하여 설명, 그것을 표현하는 용어정리이다.

 

72 뜻이 닦여지면 부유하거나 지위 높은 사람 앞에서도 교만할 수 있고, 도의(道義)가 중후해지면 임금이나 장관도 가볍게 보게 된다. 안으로 반성을 해 보아도 밖의 사물이란 경미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하는 말에군자는 외물(外物)을 부리지만 소인은 외물에 부림을 당한다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몸은 수고롭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일이라면 하고, 이익은 적다 하더라도 의로움이 많은 일이라면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농부는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든다고 해서 밭을 갈지 않는 법이 없고, 훌륭한 장사꾼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장사를 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 군자는 가난하고 궁핍하다고 해서 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상일을 같은 맥락이다. 행하는 것이 결과를 만들어낸다. 행하지 않고 결과가 있을 수 없다. 스스로 어떤 행함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외물에 흔들리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77 목표가 있어 내가 이룩하는 것을 기다리기 때문에 나는 그곳으로 가는 것이니, 혹은 늦기도 하고 혹은 빠르기도 하며, 혹은 앞서기도 하고 혹은 뒤지기도 하지만, 어찌 그곳에 함께 도달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쉬지 않고 반 걸음씩 걸으면 절름발이 자라라 하더라도 천 리를 갈 수 있다. 흙을 쌓는 일을 중지하지 않은다면 높은 언덕이나 산을 만들 수 있다. 물의 근원을 막고 물길을 달리 낸다면 장강(長江)이나 황하(黃河)도 말라붙게 된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하면, 여섯 마리의 준마가 수레를 끈다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재주와 성질이 어찌 절름발이 자라와 여섯 마리 준마의 발처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절름발이 자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여섯 마리 준마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쪽은 실행하고 다른 한쪽은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 길이 비록 가깝다 하더라도 가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일이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룩되지 않는다. 그의 생활에 한가한 날이 많은 사람은 남보다 뛰어날 수가 없다.

꾸준한 노력, 성실을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비범함을 좇기보다 평범함을 인정한다면 방법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우리속담이다. 홀로 흩어져있는 구슬은 소용이 없다. 꿰어서 목에라도 걸어야 목걸이가 되는 거다.

 

79 법을 좋아하여 그대로 행하는 것이 선비이다. 뜻을 독실히 하고 그것을 체득하는 것이 군자이다. 생각이 민첩하고 총명해 막힘이 없는 것이 성인이다. 사람이 법이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된다 법은 있으되 의로움에 대한 뜻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법을 따르며 모든 일을 깊이 이해해야만 윤택해진다.

[해설]법이란 예법을 뜻하는 말로 보아도 좋다. 순자는 늘 예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법을 중심으로 선비와 군자 성인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82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며 염치가 없고 먹고 마시는 일이나 좋아한다면 나쁜 젊은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방탕하고 흉악하며 남의 말은 따르지 않으면서 음험하고 잔악해 공경스러지 않다면 불량한 젊은 이라고 할 것이니, 비록 사형에 처한다 해도 괜챦을 것이다.

 

86 군자는 자기의 처지보다도 언제나 공의(公義)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3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

 

不苟

 

순자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공자의 가르침을 따른 교양 있는 이상적인 지식인인 군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논이 한창 유행하였다. 제목의 '불구'는 군자의 성격으로 순자가 첫째로 들고 있는 행동이나 말에 있어서 '구차하지 않다'는 뜻을 지닌다. 명예나 이익 때문에 구차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92 군자는 능력이 있어도 좋고, 능력이 없어도 좋다. 소인은 능력이 있어서 추하고, 능력이 없어도 추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럽고 곧음으로써 사람들을 계발하고 인도하며, 능력이 없으면 공경스럽게 움츠리고서 두려워하며 사람들을 섬긴다.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멋대로 오만하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남에게 교만하게 행동하며, 능력이 없으면 질투하고 원망하고 비방하며 사람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그러므로군자에게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배우는 것을 기뻐하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소인이 능력이 있으면 그에게 배우는 것을 천하게 여기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부끄러이 여긴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의 차이이다.

 [해설]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일에 대한 능력이나 재능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예와 의로움이 사람을 어떤 이는 군자로, 어떤 이는 소인으로 갈라놓는다는 뜻.

 

97 군자는 어떤 경우에나 발전하지만, 소인은 어떤 경우에나 나쁜 결과를 낳는다

 

102 정성이란 군자가 지켜야 할 덕성이며 정치의 근본이다. 오직 정성이 있는 곳에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정성을 지키면 일에 성공하지만, 정성을 내버리면 일에 실패한다. 정성을 지켜 일을 이루면 일이 가벼워지고, 일이 가벼워지면 독립하여 무슨 일이나 할 수가 있으며, 독립하여 무슨 일이나 하는 것을 중단치 않으면 모든 일을 이룰 수가 있고, 모든 일을 이루게 되면 재능을 다하여 언제까지나 일을 계속해도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게 되는데,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해설]군자의 정신 수양 방법과 그 효과를 논한 대목. 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중용(中庸)]사상과도 통한다. 정성은 맹자(孟子)도 중시하였고 [대학]에도 강조하고 있는 유가의 중요한 덕목의 하나이다.

 

109 자기가 바라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반드시 앞뒤로 그것이 싫어하게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익이 될 만한 것을 보았을 때에는 반드시 앞뒤로 그것이 해가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에 대해 저울질해 보고 잘 헤아려 본 다음에 자기가 바라고 싫어하는 것과 취하고 버리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언제나 실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보통사람의 환난은 편벽됨으로써 실패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선택후의 결과와 미래의 모습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요즘 대세인 강사의 말이 생각난다. 결혼할 때 불공정거래 하지 마라. 제일 불공정 거래를 바라는 경우가 혼인이다. 혹자는 혼인으로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고자 한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이나 자신이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숙고는 결여됨을 보인다. 세상에서 자기 몫을 계산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전제하에 생각해 본다면 어떤 거래이든 내가 조금 이익 봤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디론가 이익이 빠져나간다. 잘 생각해보자.

 

4

 

영예와 치욕

 

榮辱

 

113 교만한 것은 사람들의 재앙이 된다. 공경스럽고 검소한 것은 모든 무기를 물리칠 수가 있다. 비록 창칼의 날카로움이라 하더라도 공경스럽고 검소한 것의 날카로움은 당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훌륭한 말을 하는 것은 천이나 비단으로 싸주는 것보다도 뜨스하고, 사람들을 해치는 말은 창칼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안겨 준다. 그러므로 광대한 땅을 밟을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땅이 불안정해서가 아니다. 발길이 위험해 밟을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모두 자신이 한 말 때문이다. 넓은 길이면 남에게 길을 양보하고, 좁은 길이면 남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니, 삼가지 않으려 해도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 때문에 발길이 위험하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꼭 박힌다.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잘 못한다. 내 입에서 나갔던 말들이 창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냈었다는 것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제부터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다.

 

116 남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고 여긴다. 자기는 진실로 옳고 남은 진실로 그르다면, 곧 자기는 군자이고 남은 소인인 것이다.

[해설] 남과 다투는 것이 자기 자신을 잊고, 자기 부모를 잊고, 자기 임금을 잊는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어떤 종류이든 다툼은 악이라 생각한 것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인 것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120 피라미와 방어는 햇빛이 밝은 쪽으로 떠오르는 물고기인데, 그것이 지나쳐 모래 위까지 올라와 걸린 후에야 다시 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환난이 닥친 뒤에야 근신하려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운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궁지에 몰리는 자이고,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은 무지한 자이다. 자기가 실패했으면서도 남을 탓하는 것이 어찌 바보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모든 일에는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너무 늦지 않게 대처하기 위해 공부도 하는 것이다. 올바르고 현명한 지혜를 갖추기 위한 방편이지.

 

121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영예롭고, 이익을 앞세우고 의로움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치욕을 당한다. 영예로운 사람은 언제나 형통하지만 치욕스런 자는 언제나 궁하다. 형통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을 제압하지만 궁한 자는 언제나 남에게 제압당한다. 이것이 영예와 치욕의 원리이다. 성격이 성실한 사람은 언제나 편안하고 이롭지만, 방탕하고 사나운 자는 언제나 위태롭고 해를 입는다. 편안하고 이로운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평이하지만 위태롭고 해를 입는 자는 언제나 근심스럽고 험난하다. 즐겁고 평이한 사람은 언제나 오래 살지만 근심스럽고 험난한 자는 언제나 일찍 죽는다. 이것이 편안함과 위태로움의 이롭고 해로운 원칙이다.

영예와 치욕은 모두 사람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129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이 배고프면 먹기를 바라고, 추우면 따뜻하기를 바라고, 피곤하면 쉬기를 바라고, 이익을 좋아하나 해가 되는 것은 싫어한다. 이것들은 사람들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순자의 성악설에 근간이 되는 대목. 모든 인간은 생존본능에 가까운 본성이 있다.

 

131 비루하다는 것은 천하의 공통된 환난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큰 재앙이요 폐해이다.

 

135 군자의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비루한 식견을 타파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후천적인 교육과 예절을 중시하는 점이 맹자와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맹자와 순자를 구분하는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시선이 담겨있다.

 

5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

 

非相

 

사람의 길흉은 그 사람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고난 겉모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51 사람에게는 상서롭지 못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나이가 어리면서도 어른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신분이 천하면서도 높은 사람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어리석으면서도 현명한 사람을 섬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반드시 곤궁해지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윗사람이 되어서는 아랫사람을 아낄 줄 모르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그의 윗사람을 비난하기 좋아하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첫째 조건이다. 남을 대할 때는 종순하지 않고 남을 등지면 그를 함부로 업신여기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둘째 조건이다. 지혜와 행실은 천박하고 굽고 바른 정도는 남보다 훨씬 못한데도 어진 사람을 받들 줄 모르고, 지혜 있는 선비를 존경할 줄 모르는 것이 사람들이 반드시 곤궁해지는 셋째 조건이다. 사람으로서 이상과 같은 몇 가지 행실이 있는 자는 윗자리에 앉으면 반드시 위험할 것이고, 아랫자리에 있으면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 [시경] "눈이 펑펑 내리지만 햇빛만 보면 녹네. 겸손히 남을 따르려 하지 않고 늘 교만하게만 구네"라고 읊은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는 것.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것.

 실천해야 하는 덕목 중 하나이다.

 

162 군자는 자기를 헤아리는 법도로는 똑바른 먹줄을 쓰지만 남을 대하는 법도로는 굽은 활도지개를 쓴다. 자기를 먹줄 같은 똑바른 법도로 헤아리기 때문에 충분히 천하의 법도가 될 수가 있다. 남을 활도지개 같은 굽은 법도로 헤아리기 때문에 너그러울 수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을 부려 천하의 대사를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현명하지만 무능한 자도 받아들이며, 지혜가 있지만 어리석은 자도 받아들이고, 박식하지만 천박한 자도 받아들이며, 순수하지만 잡된 자도 받아 들인다. 바로 이것을 모두를 아울러 받아들이는 술법이라 한다. [시경] "먼 서()나라가 동화된 것은, 천자의 받아들이는 공로일세"라 읊은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해설] 군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면서도, 다른 사람은 너그럽게 대해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모두를 아울러 받아들이는 술법이라 하는데, 이 모두를 아울러 받아들이는 술법으로 군자는 천하의 대사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소인은 자신에게는 활도지개를 쓰고 타인에게는 먹줄을 쓴다. 자신과 타인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힘이 든다. 하물며 군자의 잣대는 언제나 생각이나 해볼까 싶다.

 

6

 

12명의 학자를 비판함

 

非十二子

 

 179 믿을 만한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다. 의심스런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현명한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것은 어짐이다. 못난 자를 천하게 여기는 것도 어짐이다. 말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은 지혜이다. 침묵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도 지혜이다. 따라서 침묵할 줄 아는 것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말을 많이 하면서도 모든 표현이 바르다면 성인이다. 말을 적게 하면서도 법도가 없고 종잡을 수가 없다면, 비록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소인이다.

[해설] 순자는 말과 논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던 듯하다.

 

183 <시경>하느님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은나라가 옛 법도 따르지 않은 때문이네. 비록 나이 많고 훌륭한 사람은 없다 하나 여전히 옛 법도는 있거늘, 전혀 그것을 따르지 않으니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 것일세

 

185 옛날의 이른바 벼슬을 안하는 선비는, 덕이 많은 사람이었고, 조용히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었고, 올바르게 수양하는 사람이었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고, 옳은 일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이른바 벼슬을 안하는 선비는, 무능하면서도 유능하다고 내세우는 자이고, 무지하면서도 아는 것이 많다고 내세우는 자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만족을 모르면서도 욕심이 없는 체하는 자이고 행실은 거짓되고 음험하고 더러우면서도 신중하고 바르다고 억지로 큰소리 치는 자이며, 속되지 않은 것을 속되다 하고 세상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짓을 하는 자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현재보다는 과거에 더 훌륭한 무엇이 있었다고 하며 현재를 한탄한다. 이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현실불만족 현상 아닐까? 현실만족에 머무르면 발전이 없다고 하지만 늘 현재의 부족함만을 바라보는 시선은 왠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7

 

공자의 가르침

 

仲尼

 

중니(仲尼)는 공자의 자이다. 덕으로 백성들을 다스려야만 세상은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가의 전통적인 덕치주의를 역설한 것이다.

 

206 젊은 사람은 어른을 섬기고, 신분이 낮은 사람은 신분이 높은 사람을 섬기고, 못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을 섬기는 것이 천하에 통용되는 의리이다. 어떤 사람이 권세는 남의 윗자리에 있지 않은데도 남의 아래에 처신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간사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그의 뜻은 간사한 마음을 면치 못하고 그의 행실은 간사한 도를 면치 못하면서도, 군자나 성인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마치 엎드려서 하늘을 혀로 핥으려 하고, 목맨 사람을 구해 주려고 그의 발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 이론은 절대로 행해질 수가 없으며, 애를 쓸수록 목적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굽히고 있어야 할 시세라면 굽히고 몸을 뻗치고 있어야 할 시세라면 뻗치는 것이다.

[해설] 간사한 사람의 마음가짐은 군자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8

 

유학의 효험

 

儒效

 

 유효란 선비의 공효 곧 유작자의 공적을 뜻하는 말이다.

 

212 ()나라 소왕(昭王)이 순자에게 물었다. “선비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무익한 사람이겠지요?” 순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비란 옛 임금들을 본받고 예의를 존중하며, 신하나 자식들에 대해서는 삼가게 하고 그의 윗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존경하도록 하는 사람들입니다. 임금이 그를 등용하면 곧 조정의 직위를 따라 모든 일을 합당하게 할 것이며, 등용치 않으면 물러나 백성들 틈에 끼어 성실히 지내 반드시 순종할 것입니다. 비록 곤궁해 헐벗고 굶주린다 하더라도 절대로 사악한 길에 들어서서 탐욕해지지 않을 것이며, 송곳을 꽂을 만큼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국가를 지탱하는 대의에는 밝습니다. 소리쳐 불러도 아무도 응해 주지 않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만물을 풍부하게 하고 백성들을 기르는 법에는 통달해 있습니다. 권세를 잡아 남의 위에 서면 임금이 될 제목이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국가의 신하이며 임금의 보배가 될 인재들입니다. 비록 가난한 마을 비 새는 집에 숨어산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에게 올바른 도리가 정말로 전재하기 때문입니다.

실로 격세지감이다. 돈이 인격인 시대에는 소 귀에 경읽기 정도의 말이 되지 않을까?

 

223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라 불리고, 그것에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232 <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뜻이다. <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일이다. <예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행실이다. <악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조화이다. <춘추>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은밀한 뜻이다.

 244 학문은 실천할 때에 이르러야 종착점에 다다른다. 실천해야만 분명해지며, 분명해지면 성인이 된다.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모든 것은 메아리와 같이 실체가 없게 된다. 누구도 그것에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된다.

 

251 사람들의 종류를 살펴보자. 자기 뜻은 이기적이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공평하다 여겨 주기를 바라며, 자기 행동은 지저분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수양이 잘 되었다고 여겨 주기를 바라며, 자기는 어리석고 무지하면서 남들이 자기를 지혜가 있다고 여겨 주기를 바란다. 이들은 바로 보통 사람이라 할 수가 있다. 자기의 뜻은 사사로움을 참는 뒤에야 공평해지고, 자기의 행동은 정욕과 본성을 참은 뒤에야 재능을 지니게 되어, 그의 공평함과 수양과 재능을 지니게 된다. 이들은 작은 선비라 할 수 있다. 자기의 뜻은 공평함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기 행실은 수양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지혜는 모든 종류의 사물을 관할하는 데에 통달해 있다. 이들은 위대한 선비라 할 수가 있다. 위대한 선비는 천자의 삼공이 되고, 작은 선비는 제후의 대부와 사()가 되며 보통 사람은 공인이나 농부나 상인이 된다. 예라는 것은 임금이 여러 신하들을 헤아리고 검색하는 기준이다. 사람들의 종류는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해설]올바른 학문의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9

 

올바른 정치 제도

 

王制

 

261 신분이 고르면 세상이 다스려지지 않을 것이고, 세력이 고르면 세상이 통일되지 않을 것이며, 대중이 고르면 부릴 수가 없을 것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위아래의 차별이 있듯이 밝은 임금이 서야만 비로소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제도가 있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양편이 모두 귀한 사람이면 서로 섬길 수가 없고, 양편이 모두 천하면 서로 부릴 수가 없는데, 이것은 하늘의 섭리이다. 세력과 지위가 같으면서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같으면 물건이 충분할 수가 없을 것이므로 반드시 다투게 된다. 다투면 반드시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반드시 궁해질 것이다.

 

284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리니, 군자란 하늘과 땅의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며 만물을 아울러 거느리는 것이며 백성들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해설] 올바른 정치란 정의에 입각한 올바른 신분의 구별을 통하여 가능하다는 것이다.

 

289 때에 알맞게 기르면 여러 가지 가축이 자라나고, 제때에 죽이고 살리면 풀과 나무가 무성해지고, 적절히 정령을 내리면 백성들이 통일되고 어진이와 훌륭한 이들이 복종하게 된다.

 

296 정치가 혼란한 것은 총재의 죄이고, 나라의 풍속이 나빠지는 것은 벽공의 잘못이며, 천하가 통일되지 못하고 제후들이 배반하는 것은 천왕이 합당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301 권세는 무겁고 군대는 강하고 명성은 아름답다면,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천하를 통일할 때에도 이보다 털끝만큼이라도 더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권모술수를 쓰고 나라를 기울어뜨리는 사람을 물리치면 어질고 훌륭한 사람과 지혜 있고 덕 있는 선비들이 스스로 나올 것이다. [해설] 왕자는 백성들이 적극 지지해 주어야 나라를 지탱한다.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면 그 나라는 망한 것과 다름없다.

 

309 패자의 요건은 남보다 강한 군사력과 뛰어난 경제력과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있다.

 

311 다섯 가지 등급은 잘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왕자, 패자, 안락한 존속, 위태로움, 멸망의 요건들은, 잘 선택하는 사람은 남을 제압하게 되고, 잘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에게 제압당하게 된다. 그 것을 잘 선택하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그것을 잘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망한다. 대체로 왕자와 망하는 자의 관계는 남을 제압하는 것과 남에게 제압당하는 차이에서 생긴다. 이 두 가지의 거리는 정말 먼 것이다.

 

313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바탕으로 하여 예의라는 형식적인 규범으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정치를 규제하려 했던 순자로서는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법술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순자도 덕을 바탕으로 하는 왕도 정치를 이상으로 받들기는 하였지만, 공자나 맹자처럼 덕은 하늘로부터 타고난 내재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외재적인 사회의 규범이나 예의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밖으로부터 남을 규제하려는 패도 정치가 쉽사리 받아들여진 것이다. 후세 학자들이 유가 이외의 법가를 비롯한 이단의 학설적인 근원을 순자에게 두는 것도 이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10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富國

 

예의로 사회를 바로잡고 정치를 올바로 하면 포악한 나라들을 굴복시켜 자연히 부유한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315 천하의 폐해는 욕심을 마음대로 부리는 데서 생겨난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 싫어하는 대상은 같은데, 바라는 것은 많고 그 대상은 적은 것이 실정이다. 그 대상이 적으면 반드시 서로 다투게 된다. 다툼이 없을 수 없는 이치이다.

 

317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살지만 서로 돕지 않으면 곤궁해지고, 여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살지만 분계가 없다면 서로 다툴 것이다. 곤궁하재는 것은 환난이 되며, 다투는 것은 화근이 된다. 환난을 면하고 화근을 없애려면 분계를 분명히 하고서 무리 지어 살도록 해야 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협박하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위협하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뜻을 어기고, 나이 적은 이가 어른을 업신여기며, 덕으로써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에는 노인과 약한 사람들은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며, 튼튼한 사람들은 분계를 지키지 않고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을 싫어하고 공리만을 좋아하며 직업에 분계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이 자기만을 위한 일을 내세우는 환난이 생기고, 공로를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남자, 여자의 결합과 부부사이의 분별과 혼인하여 폐백을 드리는 일과 신부를 전송하고 마중하는 데 예의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남녀가 결합하지 못하는 걱정이 생기고, 배필을 구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러한 일에 분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해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제각기 일하는 분계가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분계는 예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부국론 서설의 연장이다.

 

319 나라를 풍족하게 하는 도리는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주고, 그 남은 것들 잘 저장하는 것이다. 예의로써 쓰는 것을 절약하고, 정치로써 백성들을 넉넉하게 한다. 백성들이 넉넉해지면 여유가 많아진다. 백성들이 넉넉하면 백성들이 부유해지고, 백성들이 부유해지면 밭은 비옥하고 잘 가꾸어진다. 밭이 비옥하고 잘 가꾸어져 있으면 곡식의 생산이 백 배로 늘어난다. 임금은 법에 따라 세금을 받고, 백성들은 예에 따라 쓰는 것을 절약한다면 남은 것이 언덕이나 산처럼 많아지고, 때때로 태워 버리지 않으면 그것을 저장할 곳이 없을 정도가 된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것이 풍족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327 어진 사람이 임금자리에 있으면 백성들은 그를 하느님처럼 귀하게 여기고 부모처럼 친근하게 여기며, 그를 위하여 죽을 힘을 다하고 목숨을 바치면서도 즐거워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그가 진실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진실로 큰 것을 얻도록 해주며, 진실로 많은 이로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한다. 그것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어떤 것에라도 플러스요인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군자는 덕을 내세우고 소인은 힘을 내세우는데, 힘은 덕의 부림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해설] 329 백성들이 임금을 이처럼 존경하고 따르며 그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임금이 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의 감화보다도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순자의 현실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335 묵자는 이름이 묵적이다. 전국 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송나라 대부가 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다 같이 사랑한다는 겸애와 함께, 물건을 절약해 쓸 것을 주장하여 그에게 동조하는 이가 많았다. 순자가 살아 있을 때 묵가는 거의 유가와 대등한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술로는 <묵자>15권이 있다.

 

336 묵자는 세상의 물건이란 아껴 쓰지 않으면 뒤에는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의 물자가 부족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점을 순자는 비평하고 있다. 세상의 물자는 본시부터 풍부하여 절대로 부족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순자의 견해이다. 순자는 자원이 부족해질까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나라를 더욱 풍요하게 만들기 위하여 물자를 절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339 묵자는 세상 사람은 신분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절약하는 한편, 누구나 부지런히 일하며 생산에 종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음악 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것, 곧 비생산적인 것이라 하여 부정하였다. 인간이해의 부족을 느낀다.

 

364 강하고 포악한 나라를 두려워하며 섬기기보다는 스스로 어짐의 덕을 닦고 예의를 숭상하여 정치를 올바르게 함으로써, 반대로 그들이 나를 섬기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손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진 사람은 부적이기 때문이다.

 

11

 

왕도와 패도

 

王覇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왕도, 패도, 망도의 세 가지가 있다. 물론 이 가운데서 왕도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올바른 길이지만, 그것이 알 될 때는 최소한 패도라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366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의로움이 행해지면 왕자가 되고, 신용이 알려지면 패자가 되고, 권모술수가 행해지면 망자가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지혜로운 임금이라면 삼가 가려야 할 일이고, 어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힘써 해야 할 일이다.

 

379 인재를 능력에 따라 잘 쓰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자기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능력을 따지지 않고 쓰는 사람은 패자가 되며,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사람은 망하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380 나라에 예의가 없으면 바르게 다스려지지 않으니, 예라는 것은 나라는 바르게 다스리는 근본이다. 그것은 마치 저울이 무겁고 가벼운 것을 가늠하는 근본이 되고, 먹줄이 곧고 굽은 것을 가늠하는 근본이 되며, 그림쇠와 굽은 자가 네모와 동그라미를 가늠하는 근본이 되는 것과 같다. 이미 그런 근본이 놓여 있으니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것을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시경>서리와 눈이 내려 쌓이듯, 해와 달이 밝게 비치듯, 예의를 지키면 존속되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

 

381 사람들의 감정이란, 눈은 색깔을 추구하려 하고, 귀는 음악을 추구하려 하며, 입은 맛을 추구하려 하고, 코는 냄새를 추구하려 하며, 마음은 편안함을 추구하려 한다. 이 다섯 가지의 추구란 사람들의 감정으로서는 절대로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의 추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다섯 가지의 추구는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국가 통치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덕목들이다.

 

384 임금이란 사람들을 관직에 임명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는 사람이다. 보통 남자란 자기의 능력으로 일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는 사람이다. 임금은 다른 사람을 시켜 일을 할 수가 있으나, 보통 남자들은 그의 일을 맡길 사람이 없으니, 백 묘의 땅을 지키며 농사짓다가 일하기 어려워져도 일을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이다. 지금 임금은 한 사람이 천하의 모든 일을 주관하면서도 시간의 여유가 있고 다스리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을 시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기본원칙도 이와 같다. 자신이 늘 시간을 내어서 일을 해야하는 사람은 큰 돈을 벌 가 없다. 손발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이치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임금은 지금으로 말하면 ceo와 같은 맥락이다.

 

392 양주는 갈림길에서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에서 반걸음만 잘못된 방향으로 향해도 뒤에는 천 리나 어긋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슬퍼서 우는 것이다. “ 모든 일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의 문제이다.

 

400 탕임금은 이윤을 썼고, 문왕은 여상을 썼고, 무왕은 소공을 썼고 성왕은 주공 단을 썼던 것이다.

 

405 명철한 임금은 요점을 파악하기를 좋아하지만 어리석은 임금은 모든 것을 상세히 처리하기를 좋아한다. 임금이 요점을 파악하기를 좋아하면, 모든 일이 상세히 처리된다. 임금이 모든 것을 상세히 처리하기를 좋아한다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된다. 임금은 한 사람의 재상을 검토하여 임명하고 한가지 기본법을 시행하며 한가지 지침만을 분명히 한다. 그리하여 온 천하를 감싸주고 밝혀 주어 이룩되는 성과를 살피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행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직이란 것이 있고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

 

12

 

임금의 도리

 

君道

 

임금의 도리를 논한 편이다. 순자는반드시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꼭 다스리게 하는 법은 없다면서, 법이나 제도보다 사람을 더 중시한다.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임금이 자신의 몸을 잘 수양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데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423 남편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부인과 화합하되 아무렇게나 행동하지 않으며, 위엄을 가지고 부인을 대하되 분별이 있어야 한다. 부인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남편이 예의를 잘 지키면 부드럽게 따르면서 시중을 하고, 남편이 무례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까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삼가야 한다.  잘되나 못되나 부창부수라는 말이 맞겠지.

 

455 사람들을 가려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임금의 도라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13

 

신하의 도리

臣道

 

신하로서 임금을 섬기는 근본적인 조건과 마음가짐 또는 몸가짐을 해설하고,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켜 군자로서 임금을 섬겨 안락을 누려야 함도 역설.

 

472 공경은 예의를 이루고, 조화는 음악을 이룬다. 근신하는 것은 이익이 되고, 성내며 싸우는 것은 해가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예의와 음악으로 편안히 지내고, 근신하여 이익을 얻으며, 성내 싸우는 법이 없다. 그런 까닭에 어떤 행동에도 잘못이 없게 된다. 소인은 이와 반대이다.

 

14

 

훌륭한 선비를 끌어들이는 법

 

致士

 

치사란 현명한 선비들을 자기 나라에 불러오는 것을 뜻한다.

 

479 냇물이나 연못이 깊으면 물고기와 자라가 모여들고, 산이나 숲이 무성하면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고, 법과 정치가 공평하면 백성들이 모여들고, 예의가 잘 맞추어져 있으면 군자들이 모여든다. 본디 예의가 몸에 갖추어지면 행실이 잘 닦여지고, 의로움이 나라에 잘 갖추어지면 정치가 밝아지는 것이다.  예의를 잘 지키면 존귀한 명성이 밝게 드러나고 온 천하가 그를 따르게 되어, 명령이 실행되고 금령이 지켜져 왕자로서의 정사가 다 이룩될 것이다.

[해설] 군자야말로 정치를 올바로 하는 근본이다. 임금이 정치를 공정히 하고 예의를 잘 갖추면, 사람들이 그 나라로 모여들고 군자도 그 나라로 모여들게 되어 나라는 자연히 번창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동일하다. 자신이 살 만한 곳을 찾아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여들게 되어 있으니.

 

486 강물이 깊으면 소용돌이치게 되고,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에 거름이 된다. 제자가 학문을 통하고 출세를 하면 스승을 생각하게 된다. <시경>에 이르기를어떤 경우이든 말에는 응답이 있고, 어떤 경우이든 덕에는 보답이 있다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해설] 제자가 학문을 이루면 절대로 스승을 잊지 말아야 함을 역설.

 

15

 

군사를 논함

 

議兵

 

순자는 시종 군사와 용병의 근본은 백성들의 마음을 잡는 데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용병의 근본도 덕을 가지고 백성들을 친근히 함에 있다는 것이다. 유가적인 군사론이라 할 수 있다.

 

490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탕임금이나 무왕이라 할지라도 도저히 싸움에 이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을 잘 따르게 하는 사람이 바로 용벙을 잘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병법의 요체는 백성들을 잘 따르도록 하는 데 있을 따름입니다

 

497 예의를 존중하고 공로를 드러내는 것은 상급의 방법입니다. 봉록을 중히 하고 절의를 귀중히 여기는 것은 중급의 방법입니다. 공로만을 숭상하고 절의를 천히 여기는 것은 하급의 방법입니다. 이것이 나라가 강해지고 약해지는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506 효성왕과 임무군 "훌륭하십니다! 장군에 대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순자왈.

"장군이라면, 지혜에 있어서는 의심스런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행동에 있어서는 잘못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은 후회하지 않도록 하면 그뿐이지, 반드시 성공을 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장군은 제도와 명령이 엄하고 위엄이 있어야 하며, 시상과 형벌이 반드시 신의가 있도록 해야 하며, 군영과 군용품의 저장은 빈틈없고 견고해야 하며, 부대의 이동이나 전진 후퇴는 편안하면서도 신중해야 하고 빠르면서도 신속해야 하며, 적군을 정탐하고 변화를 살핌에 있어서는 몰래 길이 들어가 살피게 하고 그 결과를 종합 참작해야 하며, 적과 맞붙어 싸울 때는 반드시 자신이 명확하게 세운 전략을 따라야 하며 자신이 의심스럽게 여기는 전략을 따라서는 안 됩니다. 이상이 장군의 여섯 가지 술법입니다.

 

장군이 임금의 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일이 세 가지 있습니다. 임금을 위해 병사들을 죽일 수는 있으나 불완전한 곳에 진을 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임금을 위해 병사들을 죽일 수는 있으나 이기지 못할 적을 공격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임금을 위해 병사들을 죽일 수는 있으나 백성들을 속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은 장군의 세 가지 지엄한 책임입니다.

 

513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하는데, 남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이 백성들을 해치는 것을 싫어한다. 의로운 사람은 이치를 따르는데, 이치를 따르기 때문에 남이 백성들을 어지럽히는 것을 싫어한다. 그의 군대는 포악함을 막아 폐해를 없애려는 수단이지 싸워서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515 어진 사람의 군대는 해를 막고 악을 처벌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지, 싸워서 남의 땅이나 재물을 빼앗기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임금은 전쟁을 하더라도 백성들을 사랑하고 정의를 따른다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진 임금이 군사를 일으키면 가까운 곳 먼 곳 가릴 곳 없이 온 천하가 호응하여 힘들이지 않고 승리를 거두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 군대나 전쟁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남의 나라를 쳐부수고 빼앗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쟁의 정당화가 말이 되는 일일까. 누구나 대의 명분을 가지고 전쟁을 시작한다. 사사로이 또는 타인의 재물을 빼앗기 위함이라고 선언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잘 포장된 포장지에 공갈빵 같은 것을 간지고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전쟁이란 명분은 어떤 그럴듯한 포장지로 포장을 해도 그것이 풀리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빼앗는다.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서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빼앗아도 되는 타인의 행복이 있는가. 악이라고 하는 프레임은 그래서 만만한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악하면 누구나 징벌해도 좋은 것일까 하는 많은 이의 원함이 그것이 대의가 될 수 있다고 우기지는 말아야 할 터.

 

522 모든 사람이 상을 받기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라면 손해를 입으면 그만둘 것이다. 그러므로 포상이나 형벌 또는 권세와 속임수로는 사람들의 힘을 다하게 하고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도록 할 수가 없다.

 

527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데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즉 덕으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 힘으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 부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가 있다. 21세기의 방법 중에는 부로써 병합하는 경우와 문화로써 병합하는 경우가 많은 듯 보인다. 눈에 보이는 무기를 장착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더욱 병합 당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무력으로 병합하는 사례가 아직 우리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제 뉴스에 우리말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국적불명의 외래어속에 조사만 존재하는 현실을 말이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닐까. 나도 이 정도의 단어는 잘 알 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이런 것 말고 정말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다분히 지금 세상은 내 것을 뽐내기 원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527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데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즉 덕으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 힘으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 부로써 다른 나라를 병합하는 경우이다.

 

530 본디 선비들은 예의로써 안정시키고, 백성들은 정치로써 안정시키는 것이다.

 

531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뺏는 것보다 나라를 안정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자기 나라만 잘 안정시키면 다른 나라들도 모두 귀복케 되고, 그 나라들을 모두 안정시키면 온 천하가 그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왕자가 되는 기본 원리는 예의를 잘 닦는 일에서부터 비롯됨을 강조하고 있다.

 

16

 

나라를 강하게 하는 법

 

彊國

 

순자는 힘에 의한 정치를 배격하는 한편 예의를 바탕으로 하여 도의에 의한 정치를 해야만 나라가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다. 그것은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데 대한 순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 밖에도 올바른 상벌의 사용과 왕자와 패자를 논한 대목이 있으며 순자의 정치 사상의 특징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다.

 

536 도덕에 의한 위세는 나라의 평안과 강함을 이룩하고, 난폭하고 빈틈없는 위세는 나라의 위험과 약화를 이룩하고, 망령된 위세는 나라의 멸망을 이룩한다.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과 개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어쩌면 같은 이치일 게다. 자신에 대한 잣대가 분명한 사람은 도덕에 의한 나라를 다스리는 꼴과 같지 않겠는가. 자유롭지만 분명한 경계가 존재하는 사람의 삶. 그 모양새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당금질이 필요하겠는데 글을 읽을 수록 멀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교과서나 정답이 있는 삶을 꿈꾸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갈 길은...?

 

538 공손자가 말하였다. "초나라의 자발은 장수가 되어 채나라를 정벌하여 쳐부수고 채나라 제후를 포로로 잡았다.....중략"

지금 자발을 보면 홀로 그렇지 못하다. 선왕의 도를 위반하고 초나라의 법을 어지럽히며, 공로를 세운 신하들의 기를 죽이고 상을 받은 사람들은 부끄럽게 하고 있다. 집안 살마들 중에 사형을 받은 이가 없는데도, 그의 후손들을 억눌러 비천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는 홀로 자기만은 결렴하다고 여기고 있으니, 어찌 잘못이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자발이 돌아와 임금에게 보고하는 태도는 공손하다 하겠으나, 그가 상 받는 것을 사양한 것은 변통성이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541 상벌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어야 나라가 잘 다르려진다는 것이 순자의 지론이다.

무엇이나 사람이 문제이고 사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키이다.

 

544 다른 사람을 이기는 도란 모든 일에 의로움을 쫓는 것이다.

 

545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더럽고 속이고 남의 것을 다투며 빼앗고 이익을 탐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예의와 사양과 충성과 신의입니다.

 

546 마치 엎드려서 하늘을 혀로 핥으려 하고, 목맨 사람을 구해 주려고 그 발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본디 사람에게는 삶보다 더 귀중한 것이 없고, 안정보다 더 즐거운 상태는 없습니다. 그러한 삶을 보양하고 안정됨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예의보다 더 위대한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삶이 귀중하고 안정됨이 즐겁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의를 버리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오래살려고 하면서도 자기 목을 자르는 것과 같습니다. 어리석음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없습니다. 본디 임금이란 백성들을 사랑하면 안정되고, 선비들을 좋아하면 영화로워지며, 두 가지 중 한가지도 없다면 망하게 됩니다. <시경>훌륭한 군인은 나라의 울타리요, 삼공은 나라의 담일세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548 다른 사람을 이기는 도란 예의와 충성과 신의임을 강조하고 있다.

 

551 지금 세상에서 영토를 늘리는 일은 신의를 늘리는 일만큼 중요하지 않다.

 

552 무력에 의한 정치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의로움과 신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여야 나라가 발전하고,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556 미세한 것을 쌓아 가는 데 있어서는 달月이 날日을 이기지 못하고, 철時이 달을 이기지 못하고 해歲가 철을 이기지 못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은 일은 가벼이 보고, 큰 일이 닥친 뒤에야 흥분하여 대책에 힘쓴다. 그래서는 늘 작은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 사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작은 일은 자주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많아서,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크다. 큰 일은 드물게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적어,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작다. 그러므로 날을 잘 쓰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철을 잘 쓰는 사람은 패자가 되고, 일이 잘못된 후에야 보충하는 사람은 위태로워지고, 매우 태만히 구는 사람은 망하게 된다.

 

557 재물이나 보물은 클수록 존중되지만, 정치와 교화와 공적과 명성은 이와는 반대로 미세한 것들을 잘 쌓아 가는 사람이 빨리 그것을 성취시킨다. <시경>덕은 터럭과 같이 가벼우나,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잘 들어 올리는 이가 드무네.”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558 작은 일부터 잘해가야 큰 공적을 이룰 수가 있다.

 

558 간사한 사람이 생겨나는 것은 임금이 의로움을 귀중히 여기지 않고 의로움을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로움이란 사람들이 악하고 간사한 행동을 못하도록 막아 주는 것이다. 지금 임금이 의로움을 귀중히 여기지도 않고 공경하지도 않는다면 곧 백성들도 모두 의로움을 버리려는 뜻을 갖게 되어 간사함으로 나아가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이것이 간사한 사람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560 대청 위를 청소하지 못한다면, 교외의 풀도 뽑을 새가 없을 것이다. 칼날이 가슴에 겨누어져 있다면, 그의 눈은 날아오는 화살을 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갈라진 창이 목에 겨누어져 있다면, 열 손가락이 끊어지는 것도 가리지 않고 목을 감싸려 할 것이다. 모두 뒤의 것에 힘쓰기 때문이 아니다. 아픈 것과 가려운 것, 느슨한 것과 다급한 것에 의하여 먼저 하려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561 모든 일에는 우선 주의할 다급한 일이 있다. 이 중요하고 다급한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임금에게 다급한 것이란 순자에 의하면 예의다.

 

17

 

하늘에 대하여 논함

 

天論

 

하늘은 지각도 의지도 없이 다만 영원 불변한 원리에 의해 운행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은 사람에게 화나 복을 내려 줄 수 없으며, 그것은 모두 사람 자신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분수를 완전히 분리하고 사람은 하늘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곧 사람은 예의 법도를 만들어 하늘을 제어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의 그늘에 있으면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순자를 만날 수 있는 대목이다. 정통에서 밀려난 이유도 이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563 하늘의 운행에는 일정한 법도가 있다. 요임금 때문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걸왕 때문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다스림으로 호응하면 곧 길하고, 거기에 어지러움으로 호응하면 곧 흉하다.

 

[해설] 하늘은 아무런 의지도 없이 일정한 원리를 따라 운행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하늘이 사람의 운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이 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빈부나 길흉 또는 사람들의 건강까지도 모두 사람들 자신이 어떤 상태로 만드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하늘을 오히려 잘 이용해야 한다. 이처럼 하늘과 사람의 구별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을 지극한 사람至人이라 한다. 현대어로 하늘은 자연이란 말로 바꿀 수 있다. 이 자연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사람은 타고난 재질이나 부귀보다도 그의 노력에 의해 후천적으로 얻어진 수양이나 덕행과 그의 의지 등이 더 중요하고 군자와 소인의 구별도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적인 인간에 걸맞는 정의이다. 다시 원시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갈고 닦는 성실이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을지 모르나 사람이 타고나는 기질에 관련해서는 바뀌지 않고 이미 주어진 것을 가지고 세상에 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565 작위를 가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추구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것, 이것을 하늘의 직무라 한다. 이러한 것이 비록 심원하다 하더라도 올바른 사람은 거기에 대해 생각을 더하지 않고, 그것이 비록 위대하다 하더라도 능력을 더 보태려 하지 않으며, 그것이 비록 빈틈없다 하더라도 더 살펴 주지 않는다. 이것을 두고 하늘과 직무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해설] 567 하늘의 조화는 위대하지만 그 원리는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할 일을 잘하면 될 뿐 하늘의 원리까지 알려고 넘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568 하늘의 작용에 의해 사람이 이루어졌지만, 사람은 하늘의 작용을 알고 간섭하려 하지 말고, 사람의 도리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584 사물의 한 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신자, 노자, 송자, 묵자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순자는 하늘과 사람을 분리시켜 냉정히 전체를 관찰할 때 올바른 도를 파악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유가에서도 공자나 맹자는 하늘이나 하늘의 명에 대해 독실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나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하늘이나 자연에 대한 순자의 견해가 공자나 맹자보다도 과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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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이론

 

正論

 

법가, 묵가의 이론과 송형등 여러 학파들의 그릇된 견해를 비판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펴고 잇다. 또한 옛 성왕에 관한 그릇된 속설들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편명을 정론이라 한 것은 그러한 그릇된 이론과 견해 및 속설을 타파하고 유가의 올바른 이론을 확립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587 임금이란 백성들의 선창자이며, 지배자란 아래 사람들의 의표이다. 그들은 선창하는 것을 듣고 호응하며, 의표를 보고 움직인다. 선창이 잠잠하면 백성들은 호응이 없고, 의표가 숨겨져 있으면 아래 사람들은 움직임이 없을 것이다. 호응이 없고 움직임도 없다면 위아래가 서로 의지할 것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니, 불행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란 백성들의 근본이다.

 

600 순자는 예의와 함께 상여와 형벌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더구나 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면 세상은 죄의식이 없어져 혼란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608 혈기와 근력은 쇠해지지만 지혜나 생각에 의한 판단은 쇠함이 없다.

 

609 “제후들에게는 늙음이 있지만 천자에게는 늙음이 없다. 나라를 남에게 물려줄 수는 있어도 천하를 남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요임금과 순임금이 선양을 하였다"고 하는 것은 바로 헛된 말이며, 천박한 자가 전하는 말이요, 어리석은 자의 이론이다. 거꾸로 되고 바로 되는 이치와 크고 작은 지극하고 지극하지 못한 변화를 알지 못하는 자인 것이다. 그들은 함께 천하의 위대한 이치를 논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614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그 목적이 있다. 부족한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풍족한 경우에는 여유를 더 늘리기 위해서이다.

 

공자께서도천하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게 되면 도둑들이 가장 먼저 변화될 것이다. “

 

619 비록 모욕을 당하는 것을 욕되게 여긴다 하더라도 싫어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비록 모욕을 당한 것이 욕되지 않음을 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싫어하면 반드시 싸운다.

싫고 그렇지 않음에 따라 다툰다는 말인데 모욕보다 싫음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다. 싫음을 참는 것이 모욕을 참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인가?

 

622 마음과 뜻을 닦고 덕행이 두터우며 지혜와 생각이 밝으면, 이런 사람의 영예는 안으로부터 우러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것을 의로움에 의한 영예라 한다. 벼슬과 지위가 높고 받는 공부와 봉록이 두터우며 지위와 위세가 뛰어나서, 위로는 천자와 제후가 되고, 아래로는 경상과 사대부가 되는 경우, 이런 사람의 영예는 밖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바로 이런 것을 권세에 의한 영예라 한다. 문란한 짓을 함부로 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짓을 하며, 분수를 넘어 사리를 어지럽히고 교만하고 포악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면 이런 사람의 치욕은 안으로부터 우러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것을 의로움에 의한 치욕이라 한다. 욕을 먹고 모욕을 당하고 머리를 잡히고 손찌검을 당하며, 매를 맞고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받기도 하며, 목을 잘리거나 사지가 찢겨지는 형벌을 받기도 하며, 쇠사슬에 묶이고 재갈을 물리기도 한다면, 이런 사람의 치욕은 밖으로부터 오는데, 바로 이것을 권세에 의한 치욕이라 한다. 이것이 영예와 치욕의 두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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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에 의하여 논함

 

禮論

 

유가에서는 산 사람보다도 죽은 이에 대한 예를 매우 중시. 다만 그의 제사에 대한 기본 태도는 죽은 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해석이 눈길을 끈다.

 

630 예는 어디서 생겨났는가?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바라면서도 얻지 못하면 곧 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곧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 옛 임금들께서는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의를 제정해 이들의 분계를 정함으로써,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케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은 반드시 물건에 궁해지지 않도록 하고 물건은 반드시 욕망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 이 두 가지가 서로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예가 생겨난 이유이다. 그러므로 예란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633 사람이 구차히 삶만을 찾는다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구차하게 이익만을 찾는다면 반드시 손해를 볼 것이다. 구차하게 게으름 피고 놀고 먹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면 반드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구차하게 감정적으로 기뻐함을 즐거움으로 삼으면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예의 하나로 통일되면 두 가지를 다 얻게 되고, 감정과 성질 하나로 통일되면 두 가지를 다 잃게 될 것이다.

 

641 모든 예는 소탈함에서 시작하여 형식적인 수식에서 완성되면 쾌락에서 끝을 맺는다.

 

643 먹줄을 잘 치면 굽고 곧은 것을 속일 수가 없고, 저울을 잘 달면 가볍고 무거운 것을 속일 수가 없고, 굽은 자와 둥근 자를 잘 대면 모나고 둥근 것을 속일 수가 없듯이, 군자가 예를 잘 알면 거짓으로 속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먹줄이란 곧음의 표준이고 저울을 공평함의 표준이며 굽은 자와 둥근 자는 모꼴과 동그라미의 표준이듯이 예란 사람들의 올바른 도의 극점이다.

 

644 예를 들어맞게 사색할 줄 알면 이것을 일컬어 생각할 줄 안다고 하고, 예에 들어맞게 지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것을 일컬어 절조가 굳다고 한다. 생각할 줄 알고 절조를 굳게 지킬 줄 알며 더욱 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바로 성인이다. 그러므로 하늘은 높음의 극치이고 성인이란 올바른 도의 극치이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이란 본디부터 성인이 되는 길을 배우려는 것이지 법도 없는 백성이 되기를 배우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배움은 성인이 되는 길을 배우려는 것이다. 명예를 위함이나 권력이나 부를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요원하다.

 

648 예란 삶과 죽음을 다스리는 일을 삼가는 것이다. 삶은 사람의 시작이고 죽음은 사람의 마지막이다. 마지막과 시작이 모두 훌륭하면 사람의 도리는 다한 것이다.

 

667 무덤 속과 무덤의 모양은 집과 방을 본뜬 것이다.

 

670 상처가 큰 사람은 아무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아픔이 심한 사람은 더디 낫는다.

외상이나 마음의 상이나 마찬가지이다.

 

20

 

음악에 대하여 논함

 

樂論

 

유가에서 음악은 예와 함께 그들 사상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예로는 사람의 행동과 겉모양을 규제하고 음악으로는 사람의 성정을 다스렸다. 순자는 특히 예를 중시하고 있지만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음악에 대한 그의 견해다. 묵자(墨子)에는 음악을 부정하는 비악편이 있는데 순자는 그의 이론을 반박하는 데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음악은 천지 자연의 형상을 본뜬 것으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물론, 음악이 그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684 음악이란 즐기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으로서는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서는 음악이 없을 수가 없다. 즐거우면 곧 그것이 목소리에 나타나고 행동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사람의 도인 목소리와 행동과 본성의 작용변화가 모두 여기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즐김이 없을 수가 없으며, 즐기면 곧 겉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가 없고, 겉으로 표현도어 올바른 도리에 맞지 않으면 곧 혼란이 없을 수가 없다. 옛 임금들께서는 그러한 혼란을 싫어하셨다. 그러므로 우아한 아() ()의 음악을 제정하고 이끌어 주어 그 음악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어지러움을 흐르지 않게 하고, 그 형식은 충분히 분별되면서도 없어지지 않게 하고, 그 소리의 복잡하고 단순한 가락과 뾰족하고 둥그스름한 장단은 충분히 사람의 착한 마음을 감동시켜 저 사악하고 더러운 기운이 가까이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옛 임금들께서 음악을 제정하신 이유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묵자에게는 부족했었던 것 같다. 음악이 가지는 순 기능을 보면 바로 이해가는 부분이다.

 

693 군자는 귀로는 음란한 음악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여색을 보지 않으며, 입으로는 악한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군자가 신중히 하는 것이다. 

 

694 군자는 올바른 도를 터득함을 즐기고, 소인은 그의 욕망을 채우게 됨을 즐긴다. 올바른 도로 욕망을 통제하면 곧 즐거우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되고, 욕심만 내고 올바른 도는 잊어버린다면 곧 미혹되어 즐겁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음악이란 즐거움으로 인도하는 방편이다.

 

702 난세의 징후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의 옷은 사치스럽고, 그들의 차림새는 여인들 같으며, 그들의 풍속은 음란하고, 그들의 뜻은 이익만을 추구하며, 그들의 행위는 난잡하고, 그들의 노래와 음악은 바르지 못하며, 그들의 무늬와 장식은 지저분하면서도 화려하고, 그들의 생활에는 법도가 없으며, 그들이 죽은 이를 장사 지낼 때에는 박하고도 공경스럽지 못하다. 예의를 천하게 여기고 용기와 힘을 귀중히 여기며,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고, 부유하면 남을 해친다. 잘 다르려지는 세상은 이와 반대다.

 

21

 

가려진 마음은 열어야 한다.

 

解蔽

 

사람이란 가끔 마음 한편이 가려져 콱 막힌 것처럼 비뚤어진 견해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이 편에서는 이처럼 가려진 것을 벗겨 주어 마음을 탁 트이게 하고 올바른 사고를 갖게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마음이 가려져 있는 경우의 여러 가지 병폐를 논한 다음, 마음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마음이 가려지지 않게 하는 데 필요한 도와 마음의 수양등에 역점을 두어 논하고 있다.  

 

705 올바른 도리와 질투에 미혹되어 사람들은 그가 좋아하는 대로 유인당한다. 자기 자신이 해 놓은 것에 대해서는 다만 그것이 나쁘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고, 그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사람이 하는 방법을 보고는 다만 그것이 훌륭하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다스림과는 멀리 떨어져 달리고 있는 데도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어찌 한 모퉁이가 가려져 있어서 올바름을 잘못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욕심에 가려지기도 하고, 미워하는 마음에 가려지기도 하며,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일을 끝낸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멀리 있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넓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얕다는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며, 옛것의 생각에 가려지기도 하고, 현재의 생각에 가려지기도 한다. 모든 만물을 서로 다른 한편만을 생각하면 서로 가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이 마음을 쓰는 술법의 공공연한 환난이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단면만을 보는 것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인듯하다. 타인의 시선에 의하지 못하고 자신의 편견에 사로잡혀서 범하는 우이다.

 

711 현명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을 밝다고 하고 현명한 사람을 돕는 것을 유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데 부지런히 힘쓴다면 그는 많은 복을 누릴 것이다.

 

713 도라는 것은 일정함을 본체로 해 변화를 다하는 것이니, 한 모퉁이로는 그것을 다 드러낼 수가 없다. 일부분만을 아는 사람은 도와 한 모퉁이만을 보는 것이어서 그것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자신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이론을 꾸미면 안으로는 스스로를 어지럽히고 밖으로는 남을 미혹시키며, 위에서는 아랫사람들을 막히게 하고 아래에서는 윗사람들을 막히게 한다. 이것이 마음이 가려지고 막혀진 재난이다.

 

717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쌓여 있으나 텅 빈 상태가 있다. 마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다. 마음은 계속해서 움직이지만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기억이 있게 된다. 기억은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텅 빈 상태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이미 쌓여 있는 것들 때문에 새로 받아들이려는 것들이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텅 빈 상태라 한다. 마음은 생겨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분별하게 된다. 분별하는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는 것이다. 저쪽의 하나 때문에 이쪽의 하나가 방해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한결 같은 상태라 한다.  마음은 누워서 잠잘 때는 꿈을 꾸고, 멍청히 있을 때는 스스로 아무 곳이나 가게 되며, 그것을 부리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때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몽상이나 번거로운 생각 때문에 지각이 어지러워지지 않는 것, 그것을 고요한 상태라 한다.

 

721 마음이란 육체의 임금이며, 신명의 주인이다. 명령을 내리기는 하지만 아무 곳으로부터도 명령을 받는 일이 없다. 마음은 스스로 금하고 스스로 부리며 스스로 뺏고 스스로 가지며 스스로 행하고 스스로 멈춘다. 입은 협박하여 침묵을 하거나 말을 하게 할 수 있고 육체는 협박하여 굽히거나 뻗게 할 수가 있으나, 마음은 협박하여 뜻을 바꾸게 할 수가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받아들이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물리친다. 그러므로마음은 그가 선택한 것을 받아들이는 데 금하는 것이 없고, 반드시 스스로 보고 택하는 것이며, 그것을 잡다하지만 그의 정신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는 헷갈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시경>나물을 뜯고 또 뜯어도, 납작바구니에도 차지 못하네. 아아. 내 그리운 님 생각에 바구니도 한길 위에 내던지네.”라고 읊고 있다. 납작바구니는 채우기 쉬운 그릇이고, 나물을 뜯기 쉬운 풀이다. 그러나한길로 떠나간 님 생각때문에 다른 일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마음이 갈라지면 아는 것이 없게 되고, 마음이 기울어지면 깨끗하지 못하게 되며, 마음이 헷갈리면 의혹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참고하고 고증하면 만물은 아울러 알 수가 있게 된다 몸으로 일에 대해 성의를 다하면 곧 아름다워진다. 모든 일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하나를 택해 한결같이 하는 것이다. 일정하지 않지만 일정한 것이 마음이요 부리지 않지만 스스로를 부리는 것이 또한 마음이다. 천리길도 마다 않는 것이 마음이요 한걸음도 마다하는 것 또한 마음이다.

 

724 사람의 마음은 마치 쟁반의 물과 같은 것이다. 그것을 바르게 놓고 움직이지 않게 한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맑고 밝은 것은 위에 있게 된다. 그러한 물에서는 수염과 눈썹까지도 비추어 보고 잔주름까지도 살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풍이라도 불어오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이 아래편에서 움직이고, 맑고 밝은 것이 위편에서 어지러워져, 큰 형체조차도 올바르게 비추어 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부단히 노력하는 것으로 흔들려도 부유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마음상태를 갖을 수 있는 것인가. 원초적인 정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방편이 학습으로 가능한가?

 

735 천하는 두 가지 할 일이 있다. 그르다고 할 때는 옳은 것은 없는가 살피고, 옳다고 할 때는 그른 것은 없는가 살펴야 한다.

 

22

 

올바른 명칭

 

正名

 

 명은 이름. 명칭. 명분의 여러 가지 뜻을 포함한 말이다. 이러한 명칭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올바른 사고와 논리를 세운다는 뜻이다. 전국 시대에는 궤변을 잘하는 명가라는 논리적인 학파가 있었는데 이 편은 그러한 비과학적인 경향을 부정하려는 순자의 논리학의 집성이다.

공자도 제자가만약에 임금이 선생님께 나라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반드시 명칭을 바로잡는 일부터 하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논어> 자로

 

742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명칭은 나면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나면서 조화되어 생겨난 것이 안의 정기와 합쳐지고 밖의 감각과 호응하여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한 것 또한 본성이라 한다. 본성으로부터 나타나는 좋아함과 싫어함,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감정이라고 한다. 마음이 생각해 그것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작위라 한다. 생각이 쌓이고 능력이 익숙해진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을 인위라 한다. 이익을 올바르게 추구하는 것을 사업이라 한다. 의로움을 올바르게 추구하는 것을 행위라 한다. 사람에게 지각의 원인이 되는 것을 앎이라 하며 앎이 모여 있는 것을 지혜라 한다. 사람에게 지혜의 원인이 되는 것을 재능이라 하며 재능이 합쳐져 있는 것을 능력이라 한다. 본성이 상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우연한 때에 당하는 것들 운명이라 한다. 이것이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명칭이며 후세의 임금들이 완성시킨 명칭이다.

 

747 기꺼워하고 체하고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신매는 것은 마음으로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다. 마음은 인지 능력이 있다. 인지 능력으로 귀를 통해 소리를 알 수 있고, 눈을 통해 형체를 알 수 있다.

 

750 명칭이란 본디 좋은 것들이 있는데, 간단하고 알기 쉬우면 그것을 좋은 명칭이라 한다.

 

755 명칭을 들으면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이 명칭의 쓰임이다.

 

761 본디 지혜 있는 사람의 말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기가 쉽고, 그것을 실천해 보면 쉽고도 편안하며, 그것을 지키고 보면 자기입장이 편안해진다. 말한 것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그가 좋아하는 것을 얻게 되고, 그가 싫어하는 일을 당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의 말은 이와 반대가 된다.

 

763 사람의 욕망이란 다 얻어질 수는 없지만, 추구하는 것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얻어진다. 사람의 욕망이 다 얻어질 수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하늘로부터 타고난 것이기 때문이며,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얻어 진다는 것은 그것이 마음에 의해 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범위라는 것은 인간의 노력에 의한다는 의미인가. 마음으로 원하는 것. 욕망이다.

 

769 그의 의지로 이치를 가볍게 보면서도 밖으로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밖으로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안으로 걱정이 없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그의 행실이 이치에 벗어나면서도 밖으로 위태롭지 않은 자는 있을 수가 없다. 밖으로 위태로우면서도 안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23

 

사람의 본성은 악함

 

性惡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순자의 독특한 이론으로 같은 유가인 맹자의 성선설과 대조되어 유명하다. 순자의 정치 사상이나 예의 존중 같은 학설이 모두 이 성악설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순자의 독특한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편이다. 이 성악설 때문에 순자는 후세 유가들에 의해 유학의 정통에서 제외되었다고 할 수 있다.

 

774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니 그것이 선하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기고 사양함이 없어진다. 나면서부터 질투하고 미워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며 충성과 믿음이 없어진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귀와 눈의 욕망이 있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지나친 혼란이 생기고 예의와 아름다운 형식이 없어진다. 그러니 사람의 본성을 따르고 사람의 감정을 좇으면 반드시 다투고 뺏게 되며, 분수를 어기고 이치를 어지럽히게 되어 난폭함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스승과 법도에 따른 교화와 예의의 교도가 있어야 하며, 그런 뒤에야 서로 사양하게 되고 아름다운 형식을 갖게 되어 다스림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로써 본다면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 분명하며 그것이 선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해설]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의 욕망과 감정을 근거로 해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는 것이다. 본성이 악하다는 사람은 교육과 법을 통해 예의와 충성. 믿음 같은 덕을 억지로라도 가르치려 할 것이고, 본성이 선하다는 사람은 법이나 예의를 통한 규제보다는 사람의 훌륭한 본성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잘 발전시키려 할 것이다.

 

777 배워서 행할 수 없고 노력해 이루어질 수 없는데도 사람에게 있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배우면 행할 수 있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람에게 있는 것을 작위라 한다.

 

788 댈나무가 생겨난 것은 굽은 나무가 있기 때문이며, 먹줄이 생겨난 것은 곧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며, 임금을 세우고 예의를 밝히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이다.

 

798 요임금이 순에게 물었다. “사람의 정이란 어떤 것이오?” 순이 대답하였다.

사람의 정이란 매우 아름답지 못한 것인데, 어찌하여 물으십니까? 자기 처자식이 생기면 어버이에 대한 효도가 시들고, 바라던 욕망이 채워지면 친구에 대한 믿음이 시들고, 작위와 봉록이 차면 임금에 대한 충성이 시드는 법입니다. 사람의 정이여, 사람의 정이여! 매우 아름답지 못한 것인데 어찌하여 묻습니까? 오직 현명한 사람만이 그렇지 않습니다.”

 

24

 

훌륭한 군자

 

君子

 

814 <시경>훌륭한 군자는 그의 행동이 그릇되지 않네, 그의 행동이 그릇되지 않으니, 온 세상 바로잡은 것일세.”

 

25

 

()가락의 노래

 

成相

 

817 신하들의 잘못을 따지 때는 자신이 한 일을 먼저 반성할지니라.

 

818 어떤 이를 현명하다 하겠소? 임금과 신하의 도리에 밝고 위로는 임금을 존귀하게 받들며 아래로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지.

 

 제26

 

로 노래함賦

 

857 구멍을 뚫고 다니며 밤낮으로 떨어져 있는 것들을 합쳐 아름다운 무늬 이룩하네. 세로 합칠 줄도 알고 가로 잇기도 잘한다네. 밑으로는 백성들을 입혀주고 위로는 제왕들을 장식해주며, 그의 공적은 매우 넓지만 어질다고 뽐내지 않네. 써 둘 때면 그대로 존재하지만 써 주지 않으면 숨어 버린다네. 중략, 왔다 갔다 하면서 꼬리를 맺음으로써 일하고 깃도 날개도 없지만 위아래로 매우 빨리 움직이며, 꼬리가 생기면 일이 시작되고 꼬리가 감기면서 일이 끝나네. 비녀는 아버지뻘이 되고 바늘통은 어머니뻘이 되며, 옷 겉을 다 꿰매고 나서는 또 안을 대어 주네. 이런 것을 두고서 바늘의 이리라 하는 것이네 _바늘_

 

27

 

위대한 학문의 개략

 

大略

 

883 “공경히 경계하며 태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뜰 앞에 일을 축하하는 사람이 있을 때, 대문 앞에는 불행을 위문하려는 사람이 와 있는 법입니다. 재난과 행복은 바로 이웃하고 있어서, 그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가 없는 것입니다. 힘쓰고 힘쓰십시오! 만백성들이 모두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887 신하는 간하는 말은 하더라도 비방하지는 말아야 하고, 간하는 말 때문에 다른 나라로 도망칠지언정 원망하지는 말아야 하며, 원망은 할 수 있으나 노여워해서는 안 된다.

 

890 예란 사람들이 밟고 나가는 길이다. 밟고 나가는 길을 잃으면 반드시 걸려 넘어지고 깊은 곳에 떨어지거나 물에 빠지게 된다. 잘못은 미세한 듯하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큰 것이 예이다.

 

899 천하에 나라마다 뛰어난 인재가 있고, 어느 시대건 현명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미혹된 자는 그들에게 길을 묻지 않고, 물에 빠진 자가 얕은 지점에 대해 묻지 않으니, 망하는 사람은 독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경>내 말 잘 따르고, 비웃지 말기를! 옛 분들 말씀에 나무꾼에게도 일을 물으라 하였다네

 

933 벗을 사귈 때는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어야만 하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덕의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시경>에도큰 수레를 밀고 가지 마라, 오직 먼지만 자욱이 일어날 것을!”이라 하였는데, 이것은 소인들과 함께 지내지 말라는 뜻이다.

 

936 근거 없는 말은 없애 버리고 재물과 여색은 멀리해야 한다. 그것들은 재난이 생겨나는 바탕으로 자질구레한 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찍이 그런 것들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937 말에 신의가 있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과 의심스러운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의심스러운 것은 말하지 말고, 물어서 확인하지 않는 것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

 

937 속담에흘러간 탄환은 움푹한 구덩이에서 멈춰지고, 근거 없는 말은 지혜 있는 사람에 의해 멈춰진다고 하였다. 그것은 비뚤어진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자들이 유학자를 미워하는 까닭이다. 

 

940 많은 말을 하면서도 모두가 합당하다면 그는 성인이다. 말을 조금 하면서도 모두 법도에 들어맞는다면 그는 군자이다. 많은 말을 하는데 법도에도 들어맞지 않고 비뚤어지고 멋대로라면, 비록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소인이다.

 

28

 

평상시의 교훈

 

950 공자왈 사람에게 악한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도둑질도 그 속에는 끼지 않는다. 첫째는 마음이 만사에 통달하면서도 음험한 것.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면서도 완고한 것. 셋째는 거짓말을 일삼으면서도 말을 잘하는 것. 넷째는 아는 것이 추잡하면서도 광범한 것.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윤택해 보이는 것이다.

 

29

 

자식의 올바른 도리

子道

 

977 말에 요령이 있다면 지혜로운 것이고, 행동에 원칙이 있다면 어진 것이다.

 

981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군자는 언제나 즐기며 걱정하기 않고, 반대로 소인은 즐거움 없이 걱정하며 산다는 것이다.

 

30

 

법도에 맞는 행동

 

法行

 

984 증자가 병이나서 아들 증원이 아버지의 발을 잡고 있었다. 증자가 말하였다.

"원아! 이걸 마음엥 새겨 두어라! 내 네게 얘기해 주마. 물고기와 자라. 큰자라. 악어는 깊은 못도 얕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 다시 굴을 판다. 매와 솔개는 높은 산도 낮다고 생각하고 그 위에 다시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그것들이 잡히는 것은 반드시 먹은 미끼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진실로 이익때문에 의로움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 그러면 치욕스런 일이 닥칠 수가 없는 것이다.

 

제31

 

공자와 애공의 문답

 

哀公

 

1009 안연이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새는 궁지에 몰리면 주둥이로 쪼고, 짐승은 궁지에 몰리면 발로 할퀴며,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거짓말을 한다 했습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의 백성들을 궁지에 몰아넣고도 위험하지 않았던 임금이란 없습니다.

 

32

 

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

 

1017 군자는 소처럼 힘이 세다 하더라도 소와 힘을 겨루지 않고 말처럼 달리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말과 달리기를 겨류지 않으며, 관리들과 같이 아는 것이 많다 하더라도 관리들과 아는 것을 다투지 않는 법이다. 그가 다툰다는 것은 비슷한 사람들을 대적하려는 기세 때문인데, 그대는 또 그것을 찬미하고 있다.

 

1022 "남보다 몸가짐을 낮게 하는 것 말인가? 그것은 마치 땅과 같은 것이다. 그곳을 깊이 파면 단 샘물이 솟아난다. 거기에 심기만 하면 오곡이 무성해지고 풀과 나무가 자라나며, 새와 짐승도 거기에서 생육되고, 살아 있는 것들은 그 위에 서 있으며, 죽으면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공로는 많으나 그 은덕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남보다 몸가짐을 낮게 하는 사람은 마치 땅과 같은 것이다.

 

1026 순자 자신도 어지러운 세상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었던듯하다. 그의 성악설을 비롯해 후왕 사상 등은 세상의 혼란을 의식하고 있었던 데서 우러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순자는 뒤에 덕을 존중하는 유가의 정통에서 맹자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3.     저자에 대하여

 

목차와 뼈대

 

개정판을 내면서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순자>는 어떤 책인가?

1권 학문을 권함/자기 몸 닦는 법

2권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영예와 치욕

3권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12명의 학자를 비판함/공자의 가르침

4권 유학의 효험

5권 올바른 정치 제도

6권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7권 왕도와 패도

8권 임금의 도리

9권 신하의 도리/훌륭한 선비를 끌어들이는 법

10권 군사를 논함

11권 나라를 강하게 하는 법/하늘에 대하여 논함

12권 올바른 이론

13권 예의에 대하여 논함

14권 음악에 대하여 논함

15권 가려진 마음은 열어야 한다

16권 올바른 명칭

17권 사람의 본성은 악함/ 훌륭한 군자

18권 상의 가락의 노래/부로 노래함

19권 위대한 학문의 개략

20권 평상시의 교훈/자식의 올바른 도리/법도에 맞는 행동/공자와 애공의 문답

       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

 

순자는 공자의 사상에서 정통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맹자의 사상과는 여러면에서 상충되었고 그로 인하여 오랜시간동안 주목받지 못한 사상사중의 하나였다. 오히려 근대에 와서는 순자 한비자로 이어지는 사상이 더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책속에는 자신의 사상을 다른학자를 비판함으로써 드러내고자하는 부분도 있다. 주류가 아니어서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연구를 제일 많이 한 사람중의 하나라고 한다. 본인에 의해서 쓰여진 부분과 제자들에 의해서 쓰여진 부분이 혼재된 내용이다. 중국인들의 마음을 지배해온 공자 맹자의 주류와 달리 순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른 유가사상과 분명한 경계선은 하늘과 인간을 구분했다는 것이고 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순자의 사상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감동적 장절

 

556 미세한 것을 쌓아 가는 데 있어서는 달月이 날日을 이기지 못하고, 철時이 달을 이기지 못하고 해歲가 철을 이기지 못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은 일은 가벼이 보고, 큰 일이 닥친 뒤에야 흥분하여 대책에 힘쓴다. 그래서는 늘 작은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 사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작은 일은 자주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많아서,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크다. 큰 일은 드물게 닥치고, 거기에 쓰이는 날도 적어,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성과는 작다. 그러므로 날을 잘 쓰는 사람은 왕자가 되고, 철을 잘 쓰는 사람은 패자가 되고, 일이 잘못된 후에야 보충하는 사람은 위태로워지고, 매우 태만히 구는 사람은 망하게 된다.

 

557 재물이나 보물은 클수록 존중되지만, 정치와 교화와 공적과 명성은 이와는 반대로 미세한 것들을 잘 쌓아 가는 사람이 빨리 그것을 성취시킨다. <시경>덕은 터럭과 같이 가벼우나,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잘 들어 올리는 이가 드무네.”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717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도를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 텅 비고 한결같아지고 고요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쌓여 있어서 텅 빈 상태가 있다. 마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다. 마음은 계속해서 움직이지만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기억이 있게 된다. 기억은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텅 빈 상태가 있는 것이다. 마음에 이미 쌓여 있는 것들 때문에 새로 받아들이려는 것들이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텅 빈 상태라 한다. 마음은 생겨나면서부터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분별하게 된다. 분별하는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한결 같은 상태가 있는 것이다. 저쪽의 하나 때문에 이쪽의 하나가 방해 받지 않는 것, 그것을 한결 같은 상태라 한다.  마음은 누워서 잠잘 때는 꿈을 꾸고, 멍청히 있을 때는 스스로 아무 곳이나 가게 되며, 그것을 부리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때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고요한 상태가 있다. 몽상이나 번거로운 생각 때문에 지각이 어지러워지지 않는 것, 그것을 고요한 상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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