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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06시 06분 등록

리어왕, 맥베스 

셰익스피어 



1. 저자에 대하여

지난주 북리뷰와 동일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리어왕>>

(1막 1장)

p13 글로스터 : 두 몫이 너무나 꼭 같아서 아무리 따져봐도 어느 쪽도 상대의 몫을 선택할 순 없으니까요. 

 

p14 글로스터 : 저 녀석은 부르기도 전에 좀 건방지게 이 세상에 나오긴 했지만 그 어미가 고왔고, 또 녀석을 만들 때 재미도 많이 보았으니 저 잡놈을 인정해야겠지요. 

 

p16 고너릴 : 전하, 제 사랑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시력이나 걸림 없는 자유보다 소중하게, 가장 값지다거나 희귀한 것 이상으로, 은총, 건강, 미와 명예 갖춘 삶에 못지않게, 일찍이 자식은 사랑하고 아버지는 받은 만큼, 입 열고 말하면 빈약해질 사랑으로 모든 한계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하옵니다. 

 

p17 리간 : 다만 크게 빠뜨린 부분은, 저는 가장 민감한 인간의 감각이 누리는 다른 모든 기쁨을 적이라 공언하고 오로지 전하의 귀중한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옵니다. 

 

p18 코딜리아 : 없습니다. 

리어 : 없음은 없음만 낳느니라. 다시 해봐. 

코딜리아 : 소녀 비록 불운하나 제 마음을 입에 담진 못하겠습니다.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코 :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 않겠어요. 

 코딜리아에게 사랑은 말이 아닌 침묵이고 행동이다. (이 앞의 두 번의 방백을 통해) 그리고 코딜리아는 ‘없습니다.’라는 말로 그녀의 진실을 표현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진실에 대한 집착이 컸기 때문이 이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가 가진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모든 사물을 있음과 없음, 진실과 허위, 선과 악, 미와 추 같이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하는 거의 본능처럼 굳어진 습관 말이다. 그녀는 사랑을 있음과 없음이란 두 가지 범주로 나누었고, 그중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고 우리 또한 그러하고 믿고 있는 ‘있음’ 쪽을 택하여 자신의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옳게 대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리어왕>>의 비극은 코딜리아로 대표되는 사랑의 있음이 없음으로 표현되어 허위처럼 들리고, 고러릴과 리간으로 대표되는 사랑의 없음은 있음으로 표현되어 진실처럼 들린다는 모순에서 시작한다. (작품해설 참고)


p18~19 리어 : 그래라. 그럼 네 진실이 네 지참금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과 헤카테의 비밀 의식과 밤에게 맹세코 우리가 존재하고 없어지는 근원인 저 모든 천체들의 영향에 맹세코 나는 네 부모로서 걱정근심 모두와 근친 혈연관계를 여기에서 부인하고, 지금부터 영원히 너를 나와 내 마음의 이방인 취급할 테니까. 스키타이 야만족 아니면 자신의 식욕을  채우려고 제 새끼를 잡아먹는 놈이라도 내 가슴엔 지난날의 딸자식 너만큼 가까울 것이며 내 동정과 구원을 얻으리라. 

리어는 가장 사랑했던 셋째 딸 코딜리아의 진심을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혈연관계를 끊는 장면이다. 사랑이 말로 표현되기를 바랐던 아비는 분노와 격정속에서 섣부른 판단을 한다. 분명 오랜세월 왕이라는 직분을 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표정을 보고, 보고를 받았을텐데 이런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은 지혜가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이란 존재는 ‘사랑’ 앞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일까? 


p20 리어 : 아비 마음 이제는 다른 데 줄 것이니 내 안식은 무덤이리.  


p20 리어 : 저 애는 솔직함이라는 오만함과 결혼하고, 난 자네들에게 내 권력과 최고 직위, 왕권에 따르는 화려한 표상들 모두를 공동 부여 하노라. 짐은 매번 한 달씩, 자네들 부담으로 백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순번 따라 거처를 정하겠다. 짐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다 가지고 통치권과 조세권, 그 나머지 집행권은 사랑하는 사위인 자네들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는 뜻으로 이 왕관을 두 쪽으로 나누노라. 

(비극을 선포하는 대목이다.)

 

p20 리어 : 활은 굽어 당겨졌다. 화살을 피해라. 

켄트 : 차라리 쏘십시오. 갈라진 살촉이 제 심장을 뚫더라도 리어가 미쳤을 땐 켄트가 무례하죠. / 주상이 우둔할 땐 직언이 명예로운 법이오. 


p21 (이어서) 목숨 걸고 판단컨대 막내딸의 사랑은 가장 적지 아니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공허한 말 않는다고 인정 없진 않습니다. 


p21 켄트 : 당신 의사 죽이고 더러운 병에게 사례비를 내리시오. 상속을 취소해요. 

바른 말은 울려퍼지고 있으나 소귀에 경읽기. 답답하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p22 켄트 : 새로운 나라에서 옛길 걸어가렵니다. 

 

p23 리어 : 꾸밀 줄 모른다는 저 물건의 일부가 또는 그 전부가 공작 맘에 든다면 추가된 건 오로지 짐의 불쾌뿐인데, 저기 저 여자는 당신 거요. 

 

p24 프랑스 : 바로 지금까지도 당신께서 최고로 아꼈고 칭찬의 주제요 노년의 위안이며 최고, 최상이었던 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일 저질러 겹겹의 총애를 잃어버리다니요. 그녀의 죄상은 분명코 천륜에 어긋나는 추악한 것이거나 아니면 당신께 앞서 공언하셨던 애정이 변질된 모양인데, 그녀 죄를 믿는 일은 기적 없이 이성만으로는 절대로 저에게 있을 수 없습니다. 


코딜리아 : 그래도 전하께 간청컨대 의도 없이 말로만 기름 치는 기술이 제게 없기 때문에 - 좋은 뜻이 있으면 전 말에 앞서 실천하니까요. - 이건 밝혀주십시오. 전하의 은총을 제게서 앗아간 건 사악한 오점이나 살인 혹은 추잡함, 부정한 행위나 천한 짓이 아니라 그것이 없기에 제가 더욱 부자인 늘 조르는 눈빛과, 못 가져서 전하의 사랑을 잃었지만 안 가져서 저는 기쁜 혀라는 사실을 


 

p25 프랑스 : 본질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계산에 얽혀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 자체로 지참금입니다. 

계산에 얽혀버린 사랑’. 결혼을 준비하다 혼수문제로, 집문제로, 양가의 반대로 깨지는 커플이 종종 있다. 결혼은 젊음이들 둘 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개입되면서 바라는 것들이 많아지고 결혼의 목적이 달라진다. ‘사랑=결혼’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 좋겠다. ‘그녀는 그녀 자체로 지참금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프랑스 왕은 코딜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 같다. 버건디 공작같으니라고!!!


p25~26 프랑스 : 가난하나 최고 부자, 버림 멸시 받았으나 최고 선택 사랑 받은 그대와 그대 미덕 이제 내가 취하리다. 

 

더 나은 곳 찾으려고 이곳을 잃는 거요. 

 

p27 코딜리아 : 시간은 숨어 있는 흉계를 드러내고 감춰진 잘못을 창피 주며 비웃지요. 잘해 봐요.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p28 고리널 : 최고로 건강했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성급하기만 했지. 그러니까 그의 노년에 우리는 오랫동안 몸에 밴 기질상의 결함뿐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허약함과 성마름 때문에 생기는 완고한 변덕까지도 예상해야지 돼.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1막 2장)

p28~29 에드먼드 : 자연이여, 그대는 내 여신이고 내 활동은 그대의 법칙만 따르오. 내가 무엇 때문에 고질적인 관습에 묶이어 내 권리를 까다로운 국법이 뺏어 가게 놔두지? 

 

p29 에드먼드 : 우리는 자연의 은밀한 욕정에 힘입어 지루하고 맥 빠지고 싫증난 침대에서 잠결에 생겨난 멍청이 한 족속을 낳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더 많은 자질과 맹렬한 정기를 부여 받았는데? 

 

p30 글러스터 : 없음의 본질은 그 자체를 숨길 필요가 없는 법

 

p31 글러스터 : 나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참아주기 때문에 지배하는 이 늙은 독재자의 억압이 쓸데없고 어리석은 예속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p32 에드먼드 : 그러나 형이 맞다고 주장하는 걸 여러 번 들었는데, 즉 아들 나이가 찼고 아버지가 노쇠하면 아버진 아들의 피보호자가 되고 수입은 아들이 관리해야 된다고 말입니다. 


p33 글로스터 : 최근에 일어난 일식과 월식은 우리에게 좋은 징조가 아냐. 

미신적인 글로스터. 


p34 글로스터 : 그런데 고결하고 진실된 켄트가 추방을 당했어. 정직이 죄라고! 이상해, 이상해! 


p34 에드먼드 : 이거야말로 세상 사람들의 탁월한 바보짓이 아닌가, 우리가 불운에 빠졌을 때 - 그건 종종 우리의 행동이 지나쳤기 때문인데 - 우리의 재난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들의 탓으로 돌리다니. 마치 우리가 불가피하게 악당이 되고, 하늘이 강요해서 바보가 되고, 천체의 우열로 나쁜 놈, 도둑놈, 배신자가 되며, 행성의 영향력에 강제로 복종당해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간통법이 되기나 하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의 못된 점은 죄다 하늘에 떠맡긴 것처럼. 자신의 호색하는 기질을 별 하나의 탓으로 돌리다니 색골 인간의 경탄할 오리발이로다. 내 아버지는 강교점 아래에서 어머니와 합궁했다. 그래서 내 출생은 큰곰좌 아래였다. 그러므로 난 당연히 거칠고 색정적이다. 쳇! 이 천출 자식을 만들 때 가장 순결한 처녀별이 저 창공에 반짝였다 하더라도 난 지금의 나였을 것이다.  

때맞춰 나오는군. 구식 희극의 결말처럼. 내 역할을 지독한 우울증에다 미친 거지 톰처럼 한숨짓는 거다. 

 

p36 에드먼드 : 지금은 그 불쾌감이란 놈이 아버님 안에서 너무나 사납게 날뛰어 형님 몸이 상한데도 조금도 누구러지지 않을 겁니다. 

 

p37 에드먼드 : 바보 같은 올곧음은 계책을 쓰기엔 안성맞춤, 갈 길이 보인다. 출생으로 안 된다면 꾀를 내어 땅을 갖자. 내 목적에 맞는다면 뭔 일이든 상관없다 

 

(1막 3장)

 p38 고너릴 : 늙은이 바보들은 다시 애가 된 거니까 망상에 빠졌을 땐 추어주며 눌러야 해. 내가 한 말 명심해라. 


(1막 4장)

p38~39 켄트 : 자, 추방된 켄트여, 사형선고 받은 데서 섬길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주인님은 네 노고가 많음을 언젠가는 아실 날 있으리라.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 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또 켄트의 재등장으로 나는 불안한 마음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시대에 켄트 같은 사람이 있었을까? 이런 사람을 바라고 쓴 것일까? 


p40 리어 : 나이가 몇 이냐?

켄트 : 여자가 노래 부른다고 좋아할 만큼 젊지는 않지만 아무 짓이나 해도 빠질 만큼 늙지도 않았죠. 등에 사십팔 년을 지고 있습니다. 


p42 기사3 : 전하, 막내 아가씨께선 프랑스로 떠나신 이후 바보가 몹쉬 초췌해졌습니다. 

(각주 : 이 섬세한 필치로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코딜리아와 리어, 그리고 바보의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p43 바보 : 왜냐고? 총애를 잃는 사람 편을 드니까 그렇지. 사실, 바람 따라 흘러가지 못하면 넌 머지않아 찬밥 신세가 될 거야. 

p44 (이어서) 이 친구는 자기 딸들 가운데 둘은 추방하고 셋째에겐 본의 아니게 축복을 내렸단 말씀이야. 

(각주 : 코딜리아를 추방함으로서 리어는 그녀를 프랑스 왕비로 만들어주고 버건디 공작과의 결혼은 막아준다.)

 

p44 바보 : 진실은 개 같으니까 개집으로 가야지. 아줌마 암캐는 난롯가에서 구린내를 풍기는데, 진실은 채찍 맞고 쫓겨나야 한다니까. 

 

p44~45 바보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걷느니 말 타고 다니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고/ 단판에 승부를 걸지 말고/ 술과 계집 버리고/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 스물의 이십 배보다/ 더 많은 걸 챙길거야. 

 

p45 바보 : 아저씨, 없음을 이용할 줄 알아?

리어 : 글쎄 몰라. 없음에선 없음만 나오니까. 


바보 : 당신 땅을 내주라고 조언한 신하 불러 내 곁에 세우고 당신이 그 사람 역을 하면 친절한 바보와 신랄한 바보는 바로 보여. 얼룩옷 바보는 여기에, 또 하나는 거기에. 

리어 : 너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거냐?

바보 : 다른 칭호는 다 줘버렸잖아. 그건 당신이 가지고 태어났고. 

p46 바보 : 당신이 왕관의 한가운데를 쪼개 양쪽을 다 줘버렸을 때 당신은 나귀를 등에 업고 진창 속을 걸어간 거야. 금으로 된 관을 줘버렸을 때 그 대머리 관 속에 지혜라곤 조금도 없었단 말이야. 내가 이번 일을 바보처럼 말하거든 그 사실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 채찍을 맞으라지. 

(리어 본인)


p46 바보 : 올해는 바보들 최악의 불경기다./ 똑똑한 이들이 멍청해져/ 머리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등신처럼 흉내만 내니까. 

 

p47 바보 : 그들은 깜짝 놀라 기쁨에 울었고/ 난 슬픔의 노래를 불렀지. / 그토록 훌륭한 왕께서 바보들과/ 술래잡기 놀이 하게 됐노라고. 

그들은 내가 진실을 말하면 채찍을 맞히겠다고 하고, 당신은 내가 거짓말하면 채찍을 맞히겠다고 하니까, 게다가 난 때로 침묵한다고도 채찍을 맞아. 난 바보만 빼놓고 아무거나 다른 게 됐으면 좋겠어. 그래도 아저씨, 당신은 안 될래. 당신은 정신머리 양쪽을 잘라버리고 가운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거든. 여기 잘라낸 것 가운데 하나가 오네. (고너릴 등장)

바보의 말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리어의 잘못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리어의 심정은 어떨까? 아직도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 걸까? 고너릴의 말을 듣고서야 후회할 건가? 리어는 왕인데 어찌 이렇게 된 걸까? 사리 분별이 잘 할 수 없는 늙은 나이이기 때문일까? 

 

p47 바보 : 그녀의 찌푸린 눈살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을 때 당신은 괜찮은 친구였는데, 이젠 값없는 숫자 영이 됐어. 난 지금 당신보다 낫다고, 난 바보지만 당신은 없음이니까. 


p48 바보 : 빵 조각,  빵 껍질 싫증나서/ 다 버려도 조금은 필요할 걸. 

 

지빠뀌가 뻐꾸기 너무 오래 키웠더니/ 그 새끼가 자기 머리 쪼아 먹은 사실을. 

 

p49 리어 :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점점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아 가고 있다.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신분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정체성을 묻고 있는 질문이다. 


p51 리어 : 오, 지극히 작은 잘못, 코딜리아가 범했을 땐 얼마나 추했기에 기계처럼 내 굳은 본성을 비틀어 뽑아내고 내 가슴의 사랑을 모조리 짜내어 담즙과 뒤섞어 놓았나. 오 리어, 리어야! (머리를 치며) 어리석음 들이고 소중한 판단력을 내보낸 이 대문을 때려라. 


 

(1막 5장) 

p55 바보 : 사람 머리가 발뒤꿈치에 달렸다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잖을까? 

리어 : 물론이지. 

바보: 그럼 기뻐해, 당신 정신머리는 동상 때문에 실내화 신지는 않을 테니까. 

 

p56 바보 : 당신은 사람 코가 왜 얼굴 중간에 있는 줄 알아? 

리어 : 몰라

바보 : 그야 코 양쪽에 눈을 두자는 거지. 그래서 냄새로 알아내지 못하는 건 들여다 볼 수 있게끔. 

 

바보 : 달팽이에게 왜 집이 있는지는 알아.

리어: 왜? 

바보: 그야, 자기 머릴 집어넣으려고. 집을 딸뜰에게 줘버리고 자기 뿔 넣을 데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p56~57 바보: 북두칠성에 별이 일곱개밖에 없는 이유는 참 그럴듯하지. 

리어 : 여덟이 아니니까. 

 

p57 바보 : 내가 갈 때 웃는 처녀 곧 처녀성 잃을 거야. 물건들이 다 질리지 않는다면 말씀이야. 

 

(2막 1장)

 p63 콘월 : 우리가 방문한 이유를 모르지요?

리간 : 이렇게 때 아니게, 어두운 밤 헤매며, 글로스터 백작, 꽤 중대한 사태가 벌어져 백작의 권고를 들어야만 되겠어요. 아버지가 다툰 일로 편지를 썼는데 - 언니도 썼지만 - 집을 떠나 답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답니다. 사신들이 제각기 급파되길 기다려요. 오랜 친구께서는 이 일은 즉각적인 처리가 요구되니 기운을 내신 다음 필요한 조언을 해주기 바랍니다. 


(2막 2장)

p65 칼을 뽑아라, 이 불한당아. 밤이기는 하지만 달빛이 있다. (자기 칼을 뽑는다.) 네놈을 포육 떠서 달빛에 말리겠다. 

 

p66 켄트 : 넌 국왕에게 불리한 편지를 가져왔고, 부왕 전하에게 적대하는 허영이란 이름의 꼭두각시 편을 들고 있어. 뽑아라. 이 악한아, 아 그러면 네 정강이 살로 산적을 만들겠다. 

 

p67 켄트 : 놀랄 거 없지. 용기를 너무 과하게 냈으니까. 이 겁쟁이 불량배야. 조물주는 너하고 관계없대. - 넌 양복쟁이가 만들었어. 

콘월 : 이상한 녀석이군. 양복쟁이가 사람을 만들어?

켄트 : 예, 양복쟁이요. 석수나 화가라면 자기 업종에 두해만 있었어도 녀석을 저렇게 못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켄트 : 압니다만 화났을 땐 특권이 있습니다. 

 

p69 콘월 : 바로 이런 녀석이 무뚝뚝하다는 칭찬을 받고 나서 일종의 오만한 거칢을 흉내내 내며 직언의 본질을 왜곡해. 그는 아첨 못하지. 암, 마음이 정직해서 진실을 말해야 돼. 받아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솔직하지. 이런 유의 악당들은 내가 아는 바로는 그 솔직함 이면에 우습게 굽신거리며 꼼꼼히 임무를 다하려는 시종 스무 명보다 더 많은 술수와 더 불순한 목적을 품고 있어. 

 

p72 켄트 : 뜬눈으로 힘든 길을 왔습니다. 얼마간 자다가 나머지 휘파람 불지요. 착한 사람 발에도 옴 붙을 수 있답니다. 좋은 아침 되십시오. 

켄트 : 하늘의 축복을 마다하고 뙤약볕에 나선다는 속담이 맞음을 입증하시다니요. 

 

(2막3장)

p73 에드거 : 그래서 여태껏 가난이 인간을 경멸하여 동물로 전락시킨 최고로 천하고 최고로 볼품없는 형상을 취하리라 생각했다. 


(2막 4장)

p74 바보 : 가혹한 대님을 매고 있네. 말은 머리를, 개나 곰은 목을, 원숭이는 허리를 그리고 사람은 다리를 잡아매는 법이지. 

 

p76 바보 : 넝마 걸친 아비는 자식들이 눈 돌리나 주머니 찬 아비는 자식들이 친절하지. 최고 창녀 운명여신 거지에겐 문 안 열어.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딸들 때문에 일 년을 세어도 못다 센 슬픔이 있을 거야. 

주머니 찬 아비에게 친절한 자식들. 나는 어떤가? 아비 또한 사람임을, 그도 보호받아야 할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마음, 도리를 설명할 때, 인용하면 좋을 것 같다. 사춘기 학생들은 부모에 대한 생각이 아주 가벼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p76 리어 : 오, 울화통이 내 심장을 치받고 올라온다! 화병이여, 차오르는 슬픔이여, 내려가라. 네 자리는 저 아래다. 

 

p77 바보 : 이득을 챙기려고 봉사하고 겉만 보고 따르는 자, 비 오기 시작하면 짐 싸들고 폭풍 속에 널 버려도 난 기다려, 이 바보는 남는다고, 똑똑한 놈 가게 하고, 도망가는 나쁜 놈 바보 돼도 이 바보는 나쁜 놈 절대 안 돼. 

 

p78~79 리어 : 허약하면 건강할 땐 필수였던 임무도 다 게을리 하는 법. 심신이 억눌려 우리 몸과 마음이 함께 고통 받을 때는 정신을 못차리게 되니까. 참겠다. 그러고 보니까 내 격한 충동에 화가 난다. 편찮아서 병이 나서 폭발시킨 감정을 건강하다 여겼으니 (켄트가 눈에 띈다.) 내 왕권이 죽었어! 왜 그가 여기 앉아? 이 행위로 보건대 공작과 그녀가 나타나지 않은 건 계책일 뿐이라고 믿는다. 내 하인을 꺼내놔. 가서 공작 부부에게 내가 지금, 당장, 얘기하고 싶다고 해. 나와서 내 말 듣지 않으면 침실 앞에서 북 두들겨 잠자겠단 생각은 죽여주겠노라고 해. 

체력은 국력!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더 건강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영적이며 정신적이고 육체적인데, 이 세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 가지라도 허약해지면 다른 것들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중대한 사안을 결정해야 한다면 전날 푹 자두는 것이 좋다. 

 

p79 바보 : 팔푼이 아줌마가 뱀장어들을 산 채로 국솥에 넣었을 때처럼. 그녀는 막대기로 놈들의 대가리를 두들기며 ‘내려가, 짓궃은 것들아, 내려가.’ 그렇게 소리쳤대. 그 아줌마 남동생은 있잖아. 자기 말에 순수한 친절을 베푼답시고 건초에 버터를 발랐대. 

 

p82 리어 : 넌 인간 본연의 임무와 자식 된 도리와 예의 범절, 감사의 표시를 걔보다 더 잘 알아. 

 

p86 리어 : 더 사악한 게 있을 땐. 최악이 아니란 게 칭찬을 좀 받는구나. 

오, 필요를 따지지 마! 가장 천한 거지들의 쓸데없는 물건에도 여분은 있는 법. 인간에게 본능만 채우라고 한다면 사람 목숨 짐승 값이 아니냐. 

 

p87 울 이유는 충분하나 울기 전에 이 심장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질 것이다. 

 

p88 리간 : 고집불통들에겐 자기들 스스로 불러오는 피해가 스승이 되어야만 합니다. 

 

(3막 1장)

p89 기사 : 사나운 자연과 싸우고 계십니다. 바람에게, 땅을 바다 속으로 다 불어넣든지 큰 파도로 육지 덮어 만물을 바꾸거나 멈추게 하라고 명령하고, 맹렬한 강풍이 맹목적인 분노로 광포하게 붙잡아 버릇없이 흩날리는 흰 머리칼 뜯으면서 밀고 또 밀리는 비바람의 싸움을 소우주의 폭풍으로 이기려 하십니다. 젖 먹이는 곰도 쉬고 사자와 굶주린 늑대도 털을 말릴 이 밤에 맨머리로 내달리며 ‘끝장이다’ 하십니다. 


p90 기사 : 바보 혼자 농담으로 그 가슴의 상처를 지우려 애쓰고 있답니다. 

 

(3막 2장)

p92 리어 : 조물주의 틀을 깨고 배은의 인간 빚는 모든 씨앗 한꺼번에 엎질러라! 

리어 : 실컷 으르렁 거려라! 불 내뿜과 비 쏟아라! 비, 바람, 천둥이나 번개도 내 딸은 아니다. 난 너희 자연을 불친절로 고발 안 해. 왕국을 준 일도, 자식이라 부른 일도 절대 없고 충성을 바칠 일도 없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끔찍하게 쏟아져라. 난 너희 노예다. 불쌍하고 허약하며 경멸받는 노인이야. 하지만 너희를 비굴한 앞잡이라 부르겠다. 이처럼 흰머리 늙은이와 싸우려고 하늘에서 소집한 대군을 사악한 두 딸과 합치려고 하니까. 암, 그건 더러워. 


p93 바보 : 자기 머리를 넣어둘 집이 있는 자는 훌륭한 머리 통을 가졌어. 

머리 집도 구하지 못하면서/ 자지 집 찾는 놈은/ 그 머리 그 몸에 이가 끓고/ 계집 많은 거지 되지./ 심장으로 삼아야 할 부분을/ 발가락 삼는 놈은/ 티눈 박혀 슬피 울며/ 잠 못 들고 깨 있을걸. 

왜냐하면 예쁜 여자치고 거울 앞에서 입을 쫑긋 거려보지 않은 여자는 없었으니까. 


p93 리어 : 난 모든 인내의 표본이 되리라. 

바보 : 여기 왕과 불알 가리개, 즉 현명한 사람과 바보가 있답니다. 

 

p94 켄트 :  인간은 이런 고통, 공포를 견딜 수 없습니다. 

리어 : 궁핍이란 이상한 재주가 있어서 천한 것을 귀하게 만들 수 있단다. 

 

p95 바보 : 재주가 쪼금밖에 없는 자는 / 어야디야, 비바람이 불어도 / 팔자대로 만족하고 살아야지./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리더라도. 

 

(3막 3장) 

p96 글로스터 : 국왕께서 지금 당하고 있는 여러가지 모욕은 철저히 되갚아질 거야. 

 

(3막 4장)

p98 리어 : 큰 병이 자리를 잡았을 땐 작은 건 못 느껴.  


p98~99 리어 : 이 태풍은 내가 더 상처 받을 일들을 숙고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무정하게 강타하는 이 폭풍을 견디는 불쌍하고 헐벗은 자들아, 너희들이 어디 있건 쉴 곳 없는 머리와 먹지 못한 허리와 숭숭 뚫린 누더기로 이 같은 계절에 어떻게 몸을 보전하느냐? 아, 이런 일에 난 너무 소홀했다. 허식이여, 치료를 받아라. 자신을 노출시켜 가엾은 자들을 느껴라. 그래서 넘치는 건 그들에게 떼어주고 하늘이 더 정당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p100 리어 : 인간의 죄악 위에 운명처럼 떠도는 전염병은 이제 네 딸들에게 다 옮아라. 

아비의 저주. 

 

p101 리어 : 부모 피 빨아 먹는 펠리컨 딸 낳은 건 이 몸이야. 

 

p102 에드거 : 여자는 터키인 뺨치게 많았지. 그릇된 마음, 가벼운 귀, 피비린 손에다 게으름은 돼지, 도적질은 여우, 탐욕은 늑대, 광기는 개, 약탈은 사자와 같았어. 신발 끄는 소리나 비단옷 스치는 소리 때문에 가엾은 네 마음을 여자에게 넘겨주지 마. 


p102 리어 : 벌거숭이 몸으로 극도로 매서운 하늘과 맞서느니 넌 차라리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이냐? 얘를 잘 고찰해 봐. 넌 누에에게 비단도, 동물에게 가죽도, 양에게 양털도, 고양이에게 사향도 빚진 게 없구나. 하! 여기 우리 셋은 변질됐어. 넌 물(物) 그 자체이고, 문명을 떨쳐버린 인간은 바로 너처럼 불쌍한 알몸의 두발짐승에 지나지 않아. 벗자 벗어. 빌린것들을! 자, 여기 단추 좀 끌러다오. 

리어 왕은 이때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있다. 알몸의 두발짐승. 그리고 우리가 입고 있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인간답게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빌린것들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p104 글로스터 : 전하, 우리들의 혈육이 너무나 야비해져 낳아준 부모를 미워하고 있답니다. 


(3막 5장)

p106 에드먼드 : 공작님, 제가 이렇게 효성을 버리고 충성심을 택해서 무슨 욕을 먹을지 생각하면 좀 두렵습니다. 

에드먼드의 진짜 속내를 살짝 보여주고 있다. 아비와 형을 배신한 댓가를 무엇으로 받게 될지 걱정이 되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하는 인간의 사악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욕심? 욕망?’  


p109 에드거 : 더러운 악마가 소쩍새 목소리로 불쌍한 톰을 괴롭혀. 

 

p110 리어 : 여깄다. 뒤틀린 모습에서 그 마음 됨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또 한 여자. 

 

(3막 6장)

p111 리어 : 다음엔 리간을 해부해서 심장 근처에 뭐가 자라는지 모라고 해. 조물주가 이런 돌 같은 심장을 만드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이 질문에 대답을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리어. 번지수를 잘못 찾았기 때문이다. 고너릴과 리간의 돌 같은 심장은 조물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만든 것이니까. 이와 같이 리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원인 규명의 범위만 확대하고 분노의 목소리만 키운다. 


p112 글로스터 : 안아 올려. 반 시간만 헛되이 보내면 그분 목숨, 자네와 그분을 지키려는 모든 이의 목숨은 꼼짝없이 잃은 거야. 

켄트 : 심신이 짓눌려 주무신다. 이번의 휴식으로 당신의 요절난 신경이 아물 수도 있지만 호기를 놓치면 치유하기 어렵겠죠. 

 

p113 에드거 :  널 욕하는 못된 생각 정직으로 판명되어 추방은 철회 되고 화홰 또한 이뤄질 때 중대사를 주목한 뒤 네 자신을 드러내라. 

 

(3막 7장) 

p 116 글로스터 : 잔인한 당신 손톱 불쌍한 노인의 눈을 뽑고 흉포한 당신 언니 기름 부은 옥체를 곰 이빨로 긁는 꼴 보고 싶지 않아서요. 바다라도 그분이 지옥같이 검은 밤 맨머리로 견디었던 그런 폭풍 만났다면 불타는 별들을 솟아올라 껐을 텐데. 불쌍한 노인은 폭우에 눈물을 더하였소. 그 험한 시각에 늑대들이 문 앞에서 울었대도 당신은 ‘문지기야, 열어줘라.’ 해야 했고 그 어떤 야수라도 같은 말을 했을 거요. 하지만 난 복수 혼이 그 같은 자식들을 날아가 붙잡는 걸 보고야 말 것이오.  

 

p119 하인 2: 저 남자가 잘된다면 사악한 짓이라도 내 맘대로 할 거야. 

하인3 : 저 여자가 오래 살고 마지막엔 제 명대로 죽음을 맞는다면 여자들은 모조리 괴물이 될거야. 

 

(4막 1장)

p119 에드거 : 이렇게 멸시 받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이 겉 아첨에 속 멸시보다는 낫구나. 

운명의 여신이 포기한 맨 밑 바닥 인생은 언제나 희망 품고 공포 속에 살진 않아. 통탄할 변화는 최상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최악은 웃음으로 돌아가는 법. 

 

p120 글로스터 : 갈 길이 없으니 눈은 필요 없다네. 보았을 땐 넘어졌어. 자주 눈에 띄지만 우리는 있으면 자만하고, 순전한 결핍도 쓸모가 있는 법. 오, 내 아들 에드거, 현혹된 이 아비의 분노의 희생물, 살아생전 너를 만져볼 수만 있다면 난 눈을 되찾았다 말하리. 

눈 먼 장님. 리어가 눈뜬 장님이라면 글로스터는 눈 먼 장님이다. 

 

p121 글로스터 : 지난밤 폭풍 속에 그런 녀석 보고 나서 인간은 벌레라고 생각했어. 

신들은 인간을 짖궃은 소년들이 파리 잡듯 다룬다네. 그들은 장난삼아 우릴 죽여. 

 

p122~123 에드거 : 욕정의 오비디컷, 멍청한 왕자 호버디단스, 도둑질하는 마후, 살인하는 모도, 찡그리고 인상 쓰는 플리버티지빗이 그들이야. 

 

p123 글로스터 : 내가 이리 비참한 게 너에겐 복이다. 하늘은 늘 그러소서! 과소유와 쾌락 좇아 당신 명령 홀대하는, 자신이 못 느끼면 안 보려는 인간은 당신 힘을 재빨리 느끼게 하소서. 그리하여 넘치는 건 공평하게 분배하고 각자가 충분히 가지도록.  

 

(4막 2장) 

p124 오스왈드 : 최고로 싫으신 게 유쾌하고 좋은 건 불쾌한 것 같았어요. 

 

p125 올바니 : 당신은 그 얼굴을 때리는 무례한 바람 속의 먼지만도 못하오. 그 성질이 두렵소.  자기의 근원을 경멸하는 성품은 분명한 한계 안에 갇혀 있기 어렵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가지에서 자기 몸을 잘라내는 여자는 반드시 말라 죽어 땔감으로 사용될 것이오. 

 

p126 올바니 : 지혜와 선함도 악당에겐 악하게 보이며 개 눈엔 똥만 뵈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책을 봐도 독자가 알고 있는 것들 안에서 글귀가 해석되고 읽혀지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답답하다.  

깊은 바다 괴물처럼 인류가 스스로를 잡아먹을 수밖에 없을 땍. 


p126 고너릴 : 간이 작아 때리고 욕하면 뺨과 머리 다 내밀고 명예와 치욕을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갖추지 못한 사람. 악당들의 악행을 사전에 처벌하면 바보나 동정한단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 당신 북은 어딨어요? 조용한 이 나라에 프랑스 왕이 깃발 펴고 깃털 달린 투구로 위협하고 있는데, 

바보 같은 도덕군자 당신은 가만 앉아 ‘그가 왜 그럴까?’ 하는 군요. 


(4막 3장) 

p129~130 신사 : 격분하진 않으셨고, 인내과 슬픔은 최고의 표현 놓고 다퉜는데, 비와 햇빛 한꺼번에 본 것처럼 미소와 눈물은 좋은 사이 같았지요. 무르익은 입술 위를 행복하게 노니는 미소는 눈을 찾은 손님이 진주가 금강석 이별하듯 가시는 줄 모르는 것 같았어요. 한마디로, 슬픔이 모두에게 그리 잘 어울리면 진품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신사가 묘사하는 코딜리아의 모습은 리어의 광기 치료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녀는 자신의 상반되는 감정을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녀를 압도하려는 슬픔은 그녀의 인내심에 감동받아 진주로 화하고 그 진주는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에 작별을 고한다. 이는 두 상반되는 감정의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변형을 통한 승화라고 말할 수 있다. 코딜리아는 여기에서 리어의 존재론적 딜레마- 같은 여성 안에 신과 악마가 공존하는 불가사의한 형상-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p131 켄트 : 크나큰 수치심에 밀려서죠. 무정하게 축복도 안 내리고 낯선 나라 재난으로 그녀를 내쫓아 버리면서 소중한 그녀 몫을 개 같은 심보의 딸들에게 넘긴 일이 마음을 너무 찔러, 불타는 수치심 때문에 코딜리아 가까이 못 갑니다. 

 

(4막 4장) 

p132 코딜리아 : 들판의 높은 풀밭 샅샅이 뒤져보고 짐 앞으로 모셔 오라. 인간의 지식으로 그분의 감각 손실 복구할 수 있다면 도와주는 사람에겐 내 재산을 다 주리라. 

없다고 했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 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 없으나 있음인 사랑을 조금 알것 같다. 


p132 신사 : 마님,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를 기르고 보살펴 주는 건 휴식인데 그게 부족하시므로 그런 데 효험 있는 여러 가지 약초로 격렬한 통증의 눈 잠재울 수 있습니다. 


p133 코딜리아 : 군대를 일으킨 건 허황된 야심이 아니라 오직 사랑, 소중한 사랑과 늙으신 아버님의 권리 때문입니다. 곧  뵈올 수 있기를. 

 

(4막 6장)

p137 에드거 : 그의 절망 이렇게 가벼이 다루는 건 그것을 고치려 함이다. 

 

p138 에드거 : (방백) 하지만 생명이 스스로 약탈에 응할 땐 상상은 혼자서도 생명의 보물을 뺏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떨어졌다 생각해도 이제는 그 생각도 지났으리.  

 에드거 : 나리가 얇은 천, 깃털이나 공기라면 모를까 수십 길 아래로 곤두박질쳤다면 계란처럼 박살이 났을 텐데, 여전히 숨을 쉬고 무거운 몸 피 안나고 말을 하며 온전하오. 돛대 열을 이어도 나리가 수직으로 떨어진 고도에는 못 미칠 것입니다. 나리 생명 기적이오. 

 

글로스터 : 비참한 사람은 죽음으로 자신을 끝장낼 혜택도 못 받나요? 불행한 사람이 폭군의 진노를 자살로 따돌리고 오만한 그의 뜻을 꺽을 수 있음은 위안이 되는 일이었소. 

 

p139 글로스터 : 지금부턴 견딜거요. 고난이 ‘됐다 됐어.’ 외치고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p141 리어 : 그들은 나에게 개같이 아첨하며 내 턱에 검은 털이 나기도 전에 흰털(지혜의 상징)이 났다고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예, 예.‘라고만 대답하는 건 올바른 신학이 아니었단 말이야.

절대 긍정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리어는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보기 시작한다. 


p142 리어 : 선웃음 치고 있는 저 여자 봐, 가랑이 사이의 얼굴은 찬 눈을 예고하고 정숙한 채 내숭 떨며 쾌락 얘기 들으면 고개를 흔들지만-

방탕한 색욕으로 그 짓을 하는 데는 족제비도 살 오른 말도 못 당해. 그들은 허리 아래로는 짐승이야. 그 위로는 다 여자지만. 허리띠까지만 신들이 그 아래는 모조리 악마들이 소유했어. 거기엔 지옥이, 어둠이, 유황불 구덩이가 있어. 타고, 지지고, 악취, 부패! 퉤,퉤 퉤! 파, 파! 사향 한 숟갈만 줘라. 약제사야. 내 상상력을 향기롭게 하련다. 돈 여깄다. 

 리어가 아무리 여성 성욕을(그리고 의식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낳은 자신의 성욕을) 악마들이 태우는 지옥 불에 비유할 만큼 혐오한다 해도 그가 부패한 여성이 내뿜는 악취를 피할 길은 없다. 그 악취는 리어 스스로가 불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을 신과 악마,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으로 갈라놓고 오직 어두운 지옥 쪽으로만 내려가기로 결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리어 자신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리어는 코딜리아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는 지금 여성성의 지옥 가운데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천국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다. 리어가 바깥 세계를 공격할 때는 그래도 뚜렷한 대상이 있었기 때문에 시원하기라도 했다. 그러나 이제 탈출구 없는 광기는 바로 리어의 지옥이다. (작품 해설)


p143 리어 : 눈이 없어도 세상 돌아가는 건 볼 수 있어. 귀로 보란 말이야. 

 

p144 리어 : 넓고 넓은 바보들의 무대로 나왔다고 태어날 때 우는 거야. 괜찮은 모잔데. 이 천으로 말에게 신발을 말들어 신기면 기막힌 계략이 될 거야. 시험 한번 해보고 요 사위 놈들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p147 오스왈드 : 눈 빠진 그 머리는 내가 출세하라고 뭉쳐진 최초의 살덩이다! 

 

공포된 역적 편을 왜 드느냐? 물러나. 그자의 악운이 옮겨 붙어 같은 꼴 되지 않으려거든. 

 

p149 글로스터 : 국왕은 미쳤는데 내 몹쓸 감각은 얼마나 무디기에 선 채로 거대한 슬픔을 의식한단 말인가? 혼 빠진 게 더 낫겠다. 그러면 내 생각은 내 슬픔과 분리되어 망상으로 생겨난 비탄 그 자체를 못 알아볼 테니까. 

 

(4막 7장)

p150 코딜리아 : 내 삶은 너무 짧고 어떻게 비교해도 난 모자랄 테지요. 

켄트 : 인정받는 것만도 과분한 상입니다. 

 

p151 코딜리아 : 당신의 지식을 따르고 뜻대로 일을 진행하시오. 

 

자기들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도 이 백박은 그들의 동정심을 일으켰을 것이다. 

 

p152 리어 : 무덤에서 날 꺼낸 건 잘못한 일이오. 그대는 열락 속의 영혼이나 이 몸은 불수레에 매달려 눈물이 납물처럼 나를 지지는구려. 


p153 리어 : 난 대단히 어리석고 멍청한 노인이오. 한 시간도 안 빼놓고 팔십이 넘었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온전한 정신이 아닐까 두렵소. 

3막 2장, 4장에서 리어는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자각이 있었기에 코딜리아 앞에 무릎을 꿇은 리어의 자세를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의 솔직한 자기 인정은 설득력을 지닌다. 


p154 코딜리아 : 없어요 없어요. 

리어의 광기는 코딜리아의 사랑으로 눈 녹듯이 사라진다. 

코딜리아의 사랑과 리어의 자각으로 비워내기의 세 번째 단계인 있음과 있음의 만남은 긍정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리어의 광기 소멸은, 수치심과 딸을 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리어에게 코딜리아의 사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 다가온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해설)

 

p155 켄트 : 내 목숨과 내 목표는 오늘의 전투가 승리냐 패배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5막 1장) 

p156 올바니 : 정직할 수 없을 때 난 절대로 용감하지 않았소만 이번 일엔 마음이 움직이오. 프랑스가 국왕과 더불어 정당하게 반항하는 듯한 그 일행을 격려 않고, 우리 땅을 침범하기 때문이오. 


p158 에드먼드 : 두 자매 모두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그들은 독사에 물린 자가 독사 보듯 서로를 경계한다. 누구를 택할까? 둘 다? 하나만? 다 버려? 둘 다 살면 어느 쪽도 못 갖고 놀겠지. 과부를 택하면 언니가 약 올라 미치게 될 테고 그 남편이 살았으니 내 약속을 이행하긴 대단히 힘들거다. 그렇다면 그의 권위는 전투에만 이용하고 상황이 긑나면 없애고 싶어 하는 그녀더러 신속히 제거할 수단을 찾게 하자. 리어와 코딜리아에게 그가 베풀 자비심은 전투가 끝나고 그들을 우리 손에 넣으면 사면까진 절대 연결 안 될 거다. 왜냐하면 내 지위는 따져볼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니까. 

흐음.. 에드먼드의 속 마음은 꼭 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선택 앞에 때론 비열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단순함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나눠지는 마음으론 에드먼드는 행복할 수 없다. 한 마음으로 살아야 함. 두 마음을 품은 자의 전형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5막 2장) 

p160 에드거 : 인간은 가는 것도 온 것처럼 견뎌야만 합니다. 다 때가 있지요

 

(5막 3장)

p160 코딜리아 : 최선의 의도로 최악을 부른 건 우리가 처음은 아니에요. 시달린 왕이시여, 전 당신 때문에 풀 죽었지 혼자라면 엉터리 운명의 인상쯤 우스워요. 이 딸들과 언니들을 만나보실 건가요? 


p161 리어 : 그러한 희생은, 코딜리아, 신들이 스스로 향을 태워 기린단다. 내 너를 잡은 거냐? 

우리 떼어놓으려면 하늘의 불 막대로 여우처럼 몰아내야 하리라. 눈물을 닦아라. 그놈들이 우리를 울게 하기 이전에 염병이 놈들을 통째로 삼킬 거다! 그놈들이 먼저 굶어 죽을 거다. 가자. 


p162 에드먼드 : 이 사실을 알아둬. 사람은 시류를 따라야 해. 연약한 마음은 칼잡이에게는 안 맞아. 자네가 할 큰일은 질문을 용납 못 해. 하겠다고 말하거나 달리 출세하라고. 

에드먼드 다운 대사다.  


p162 대장 : 전 마차를 끌지도 귀리를 먹지도 못합니다. 사나이의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p167 에드거 : 그 칼을 뽑아라. 내 말이 고귀한 마음에 거슬리면 무기로 화를 풀 수 있도록. 내 칼은 여기 있다. 

이건 내 기사의 명예와 맹세와 선서의 특권이다. 네 힘과 젊음과 드높은 지위와 신분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칼, 신품 행운, 용맹심과 상관없이 나는 네가 역적임을 확실히 말한다. 

 

p169 에드거 : 신들은 정당하여 우리가 즐기는 악덕을 우리를 징벌하는 도구로 삼는단다. 

에드먼드 : 맞는 말씀, 사실이오. 운명은 한바퀴를 다 돌았고 난 여깄소. 

p170 에드거 : 오, 생명은 달콤하여 우리는 한 번에 죽기보다 죽음의 고통을 매시간 당하려 하지요! 

p이런 성공 바랐으되 확신은 못하면서 제가 무장 끝냈던 약 반 시간 전까지는 절대로 저 자신을 - 아, 실수로!-안 밝힌 채 그 때 전 그의 축복을 구했고 우리 순례 역정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씀드렸는데 그의 금 간 심장은, 가엾어라, 기쁨 슬픔 두 감정의 극한 갈등 견디기에 너무 약해 웃으면서 터졌어요. 

 

p171 에드거 : 슬픔이 싫다는 이에게 부친 일은 하나의 마침표와 같겠지만 또 다른 슬픔은 부풀리면 점점 커져 극단을 넘어설 것입니다. 제가 울부짖었을 때 누군가 들어와서 최악의 상태인 저를 보고 혐오감에 사귐을 피했지만, 그렇게 견딘 게 누구인지 알고서는 강한 팔로 제 목을 꽉 붙잡아 안은 다음 하늘을 찢을 듯이 고함을 질렀고, 부친 위에 몸 던지며 한번도 못 들어본 리어와 자신의 정말로 가엾은 얘기를 들려주는 도중에 비탄이 점점 커져 그의 심장 근육이 끊어지기 시작했죠. 그때 전 두 번째 나팔에 실신한 그를 두고 나왔지요 

 

p172 올바니 : 이 하늘의 심판에 우리가 떨리긴 하지만 동정심은 일어나지 않는다. 

 

p175 켄트 : 운명이 사랑하고 미워한 두 사람을 자랑하면 여기에 그 하나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변하고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그 슬픈 발길을 따랐던. 

모든 것이 어둡고 죽은 듯하군요

 

p177 켄트 : 이 험한 세상의 형틀에 더 묶어두려 하면 미워하실 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버티신 게 놀랍지요. 당신의 허울만 살아 계셨었는데. 

 

올바니 : 이분들을 모셔 가라. 우리에게 닥친 일은 전반적인 애도이다. 

 

에드거 : 이 슬픈 시국의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해야 할 말은 두고 느끼는 걸 말하시오. 최고의 노인이 최고로 견디셨소. 젊은 우린 그만큼 보지도 살지도 절대 못할 것입니다. 


<작품해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의 갈등에서 출발한 리어 왕의 비극은 중반부의 모든 혼란을 거쳐 이제 삶과 죽음의 갈등으로 모아지고, 리어의 죽음은 그 갈등을 총체적으로 부정한다.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는 바로 이때, 여기에서 생긴다. 우리는 리어가 ‘보라고’ 가리키는 것을 사랑의 있음도 없음도 아닌 비어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어의 죽음을 맞이하여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도 강렬했던 소용돌이가 한순간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마치 태풍의 눈 속으로 갑자기 들어간 느낌이다. 이런 공백 상태에서 우리는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조용하고 순수한 기쁨이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이 일으켰던 모든 혼탁한 감정들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코딜리아가 행동으로 보여준 사랑의 진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그녀의 없음은 그것이 아무리 진실이라해도 이분법적 사고로 말미암아 오해를 낳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녀의 없음까지도 벗어난 순수한 진실, 사랑의 비어 있음에 도달하였다. 

 


























<<맥베스>>

(1막 1장)

p15 장교 : 운명의 여신도 그자의 괘씸한 싸움에 추파를 던지며 역적 놈의 창녀가 된 것 같았습니다만. 왜냐하면 용감한 맥베스가 (명성에 걸맞게) 운명을 무시하고 피비린 살상으로 김이 서린 칼 휘둘러 용맹의 총아처럼 길을 뚫고 나아가 몹쓸 놈과 맞섰고 악수나 작별의 인사도 전혀 없이 그놈의 배꼽에서 턱주가리까지 실밥을 확 자르고, 그자의 모가지를 우리의 성벽 위에 꽂아놓았으니까요. 


p16 장교 : 태양이 비치기 시작하는 곳에서 난파의 폭풍과 불길한 천둥이 터지듯이 안도의 샘물이 솟는 듯한 곳에서 불안이 터졌죠. 왕이시여 주목해 주소서. 용맹으로 무장한 정의의 사자가 용병들을 줄행랑치게끔 하자마자 기회를 간파한 노르웨이 국왕이 무기를 정비하고 신병들을 공급받아 새 공격을 시작했답니다. 

 

(1막 3장) 

p19 마녀1 : 건초처럼 그놈을 말릴 거야. 초가집 지붕 같은 눈꺼풀에 밤낮으로 잠은 아니 올 거야. 금단의 인간으로 살 것이고. 아홉에 아홉 번 지겨운 일곱 밤에 깡말라 비틀어질 것이야. 그놈 배를 빠뜨릴 순 없어도 폭풍우로 뒤흔들고 말 테야. 

 

p20 맥베스 : 이렇게 더럽고 고운 날은 본 적이 없구려. 

 (각주 : 더럽고 고운 날 - 날씨 자체로만 볼 때 더럽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선 마녀들의 대사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1막  1장 1행)와의 연결성을 고려하여 이렇게 옮겼다. 맥베스의 이 말을 두고 다음 세 가지 해석이 있다. 1) 맥베스가 아직 마녀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말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영혼이 마범에 의하여 이미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 ‘고운’것은 그날의 승전을, ‘더러운’ 것은 날씨를 가리킨다. 3) 악마는 마녀들 주변의 대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눈으로 그들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반적인 날씨는 화창하지만 마녀들이 있는 지역은 탁해 보인다.)


p21 마녀1 :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마녀 2 :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 3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p21 뱅코 : 내 동료는 당신들이 현재의 작위와 예견된 고귀한 지위와 왕권의 희망을 주면서 맞이하여 넋이 나간 것 같은데, 나에겐 말이 없다. 당신들이 시간의 씨앗을 살펴보고 자라고 안 자랄지 알아낼 수 있다면 나에게 말하라, 당신들의 호의나 미움을 부탁도 두려워도 하지 않을 테니까. 

 

p22 맥베스 : 코도의 영주는 살아 있고 번성하는 분이며, 왕이 될 가망은 코도 되는 것보다 믿음의 가능성이 더 없는 일이다. 이 괴이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말하라. 그리고 왜 이 메마른 황야에서 예언의 인사말로 우리 길을 막는지도 - 말하라, 명령이다. 


p23 로스 : 국왕께선 장군의 승전보에 흐뭇해하셨고, 역적과의 싸움에서 장군의 개인적인 모험을 읽었을 땐 경탄과 칭찬의 두 마음이 앞을 다퉈 어쩔 줄 모르셨소. 


p25 뱅코 : 하지만 이상하죠, 어둠의 수족들은 우리를 해치려고 가끔씩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고 소소한 정직으로 우리를 유인하여 중대한 결말에서 배반한단 말입니다. 


맥베스 : (방백 ) 두 진실이 밝혀졌다. 왕권을 주제로 한 웅대한 연극의 상서로운 서막으로. - 고맙소, 여러분.- 

여기서 쓰인 ‘진실’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님은 자명하다. 자기의 진실은 부풀려졌으며 실제와는 거리가 먼 허구임을 그가 쓰는 연극의 비유에서 곧바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재 시간적으로 두 번째 사실(예언)이 확인된 현재와 세 번째 예언이 실현되기를 꿈꾸는 미래 사이에 위치한다. 이런 중가자의 위치 때문에 맥베스의 진실은 어느 쪽에나 소속될 수 있으며 동시에 어느 쪽에도 소속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불확실성의 지점이고 태풍의 눈이며 맥베스 비극의 시발점이다. 강력한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러한 마음은 내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끔찍한 환상이 그의 심신을 무력화시키는 ‘없음의 혼돈’이다. 

(방백) 이 불가사의한 간청은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없구나. - 나쁜 것이라면 진실에서 출발하는 성공의 계약금을 왜 내게 주었을까? 난 코도 영주이다. 좋다면, 왜 내가 끔찍한 모습을 띤 유혹에 빠져 들어 머리칼이 쭈볏하고 안정된 내 심장이 정상을 벗어나 갈비뼈를 두드리지? 눈앞의 공포보다 끔찍한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살인은 아직도 환상에 지나지 않건만 그 생각이 내 온몸을 거세게 뒤흔들어 심신의 기능이 억측으로 마비되니 없음밖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p26 뱅코 : 그에게 새 영예가 찾아오니 생소한 의복처럼 입어 버릇 않고서는 몸에 맞지 않답니다 .

맥베스 : 올테면 오라지,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세월이 흐르는 것이 인간에게 약이 될때가 많다. 두렵고 떨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에게 도움이 되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월은 흐르니까.

 

p27 맬컴 : 이 세상을 뜨는 게 최고로 어울렸던 그는 마치 죽음을 외우며 연습해 온 사람처럼 죽었으며 가장 귀한 소유물을 하찮은 물건처럼 팽개쳤다 합니다

 

p28 덩컨 : 그대는 너무 앞서 보답에 가장 빠른 날개를 달아도 느려서 그대를 못 잡겠소. 모든 걸로 갚아도 그대 몫을 못 갚는단 이 말만 하겠소. 

 

p29 덩컨 : 크나큰 내 기쁨이 차올라 넘치면서 슬픔의 물방울 속으로 숨으려 하는구려. 

 

맥베스 : 내 길을 막았으니 이건 내가 걸려 넘어지든지 아니면 넘어야 할 계단이다. 

p30 눈은 손을 못 본 척 하지만 끝났을 때 논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 

 

(1막 5장)

p31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 - 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싶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 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위대한 글래미스 당신은 “날 갖고 싶으면 이렇게 해야만 돼.” 이렇게 외치고 있는 걸 갖고 싶고, 실행은 두렵지만 없었기를 바라지는 않을 일을 하고 싶죠. 어서 이리 오세요. 그래서 당신 귀에 내 혼을 불어넣고 운명과 초자연이 씌워줄 것 같은 금관에 당신의 접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용맹스러운 내 혀로 꾸짖을 수 있도록. 

양 극단은 아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맥베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p32~33 맥베스 부인 : 자 너희 악령들아, 흉계 따라 나를 지금 탈성시킨 다음에 최악의 잔인성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득히 채워다오! 내 피를 탁하게 만들어 동정심의 접근과 통로를 막아다오, 그래서 본성 중의 측은심이 날 찾아와 잔인한 내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것이 달성될 때까지 편하지 못하도록! 내 가슴의 담즙 젖을 빨아라, 살귀들아, 안 보이는 몸으로 어디에서 너희들이 자연의 악행을 시중들든! 오너라 짙은 밤아, 지옥의 가장 검은 연기로 네 몸을 휘감아 내 칼이 내는 상처 내 칼이 못보도록, 하늘이 어둠의 장막 새로 엿보고 ‘멈춰라!’고 외치지 못하도록! 

 

p33 맥베스 부인 : 당신의 편지가 이 무식한 현재의 너머로 이 몸을 데려가, 난 지금 이 순간 미래를 느껴요. 

영주님, 당신의 얼굴은 책과 같아 낯선 걸 읽을 수 있어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처럼 보이세요. 눈과 손과 혀로써 환영을 표하세요. 순진한 꽃 같지만 그 밑의 뱀이 되는 겁니다. 

 

p34 뱅코 : 여름의 길손인 사원을 즐겨 찾는 제비가 사랑의 둥지로 구애하듯 향기로운 이곳 하늘 숨결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추녀와 기둥머리 버팀벽과 전망이 좋은 곳 모두에 잠자리와 새끼 칠 둥지를 매달아 놓았는데 제 관찰에 의하면, 이 새의 번식처엔 공기가 좋습니다. 

 

p35 덩컨 : 과인을 뒤좇는 호의가 때로는 귀찮아도 호의기에 고마워합니다. 따라서 교훈은 부인을 귀찮게 한 과인을 포상해 달라고 신께 비는 겁니다. 

맥베스 부인 : 저희들이 봉사를 모든 곳에 두 번씩 두 배로 할지라도 폐하께서 이 가문에 하사하신 깊고 넓은 그 영예와 맞서기엔 초라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1막 7장)

p36~37 맥베스 : 여기, 바로 여기, 시간이 여울지는 강변에서 내세 걸고 뛰어보리. 

p37 맥베스 : 즉 유혈을 가르치면 배운 자가 되돌아와 교사한 자 괴롭히고, 공평한 정의의 법관은 우리가 탄 독배를 스스로가 마셔보라 종용한다. 이중의 신뢰로 그는 여기 머문다

첫째로 나는 그의 친척이며 신하로서 그 행위를 극구 반대해야 하고, 다음으로 주인인 내 자신의 칼을 들 게 아니라 자객을 막아야 할 것이다. 

맥베스의 양심이 가장 강렬하게 빛나는 부분이다. 덩컨 왕의 갑작스러운 후계자 선포 후 맥베스는 예상치 못했던 왕의 인버네스 방문으로 그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그리고 맥베스는 거사 후에 자신이 직면해야 될 사태를 미리 내다보며 “이 일을 끝냈을 때 그것으로 끝이라면”이라는 독백을 시작한다. 그런데 암살의 후유증을 점검하고 시해 결심을 굳히려 했던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마음은 곧 왜 자신의 암살 행위가 인간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부당하며 따라서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로 가득차고 있다. 

게다가 덩컨 왕은 너무나 겸손하게 왕권을 행사하고 그 권좌가 너무나 깨끗하여, 그 덕행은 이 크게 저주받을 암살에 맞서서 나팔 혀 단 천사처럼 그를 변호할 것이며, 연민은 벌거숭이 갓난아기 모습으로 돌풍에 걸터앉아, 아니면 천사처럼 형체 없는 기류의 말 등에 올라 앉아 이 끔찍한 행위를 만인 눈에 띄게 하여 눈물은 바람을 잠재우리

덩컨 왕의 덕행을 알리는 금속성의 나팔 소리, 그 광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동정심이 저절로 일어나는 바람에 노출된 벌거숭이 갓난아기, 그리고 부는 바람을 멎게 할 만큼의 눈물과 같은 심상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매겝스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에 대항하여 싸우는 선한 마음의 엄청난 감수성이고, 눈과 귀가 시릴 만큼 날카로운 단죄의 이미지들을 감당할 수 있는 그 마음의 수용결기앋. 그러나 아무리 맥베스라 할지라도 이 시점에서 더이상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일단 사태를 수습하려고 해본다. (작품해설)

내 의도와 옆구리를 찌르는 박차는 오직 하나 치솟는 야심인데, 너무 높이 뛰어올라 건너편에 떨어지- 

여기에서 맥베스는 보이지 않으면서 힘을 행사해 온 자신의 권력욕을 표면으로 부상시켜 ‘야심’이란 이름을 붙여주며 그 존재를 마지못해 인정하는 휴전 제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욕심은 너무나 압도적인 양심의 힘에 눌려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패를 예상하고 행동하기 두려워하는 풀 죽은 야심이다. 결국은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말자고 부인에게 제안한다. 

 

p38 맥베스 :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p39 맥베스 부인 :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취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있으면 무엇을 하든 더 결정하기 쉬워지는 것 같고, 하려고 했던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현재 상황은 악한 것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변에 좋은 것을 부추기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p40 맥베스 부인 : 용기를 꽉 붙들어 요지부동 만들면 실패하지 않아요. 

그러면 두뇌의 감시원인 기억력은 연기로 화하고 이성을 담아야 할 그릇은 증기류가 됩니다. 

 

p41 맥베스 : 이 무서운 모험 위해 온 힘을 모으리다. 자, 가장 고운 모습으로 세상 사람 현혹하고 알고 있는 못된 것은 가면으로 가립시다. 

 

(2막 1장)

p41 뱅코 : 천상에도 절약이 있구나. 그들의 촛불이 다 꺼졌다. 

무거운 졸음이 납처럼 날 눌러도 자고 싶지 않구나. 자비로운 천사여! 잠이 들면 못 막는 저주받을 생각들을 억제해 주소서! 

 

p43 뱅코 : 늘리려 하면서 영예를 잃지 않고, 마음은 늘 자유롭게 충성심은 결백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협의에 응하겠소

 

p44 맥베스 : 이 시각, 세상의 절반은 만물이 죽어 있는 것 같고 사악한 꿈들은 잠을 현혹시킨다. 헤카테의 의식을 마술사는 치르고, 움츠렸던 살인자는 파수꾼 늑대의 울부짖는 암호에 깜짝 놀라 저렇게 은밀한 걸음으로 타르퀸의 겁탈하는 걸음으로 제물을 향하여 유령처럼 움직인다. 

말이란 행위의 열기를 식히는 냉기일 뿐. 

 

(2막 2장)

p47 맥베스 : 맥베스는 잠을 죽여버렸다 고. - 순진한 잠, 엉클어진 근심의 실타래를 푸는 잠, 하루 삶의 멈춤이고 노고를 씻음으며 다친 마음 진정제, 대자연의 주된 요리, 이 삶의 향연에서 주식이고. 

 

p48 맥베스 부인 :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 

 

맥베스 : 하! 손이 눈을 뽑는구나. 

(각주 : 행위(손)의 의미를 의식(눈)이 깨닫는 순간 너무나 강렬한 죄책감으로 의식이 송두리째 뽑히는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2막 3장)

p51 문지기 : 우린 둘째 닭이 울 때까지 진탕 들이켰습죠. 나리, 술이란 세 가지를 크게 자극합죠. 

문지기 : 딸기코와 잠과 오줌이랍니다. 색욕은 그놈이 일으켰다 없앴다 하지요. 

 

p52 맥더프 : 장군에겐 이 일이 즐거운 줄 압니다만 수고이긴 하지요. 

맥베스 : 기뻐서 하는 일은 고생이 아니지요. 


p53 맥더프 : 혼란이 이제서야 걸작을 완성했소! 신성 모독 살인마가 주님께서 기름 부은 신전을 부숴 열고 그 건물의 생명을 빼앗아 갔소이다! 


p54 맥더프 : 죽음의 모조품인 솜털 잠을 떨쳐내고 죽음 자체를 보시오! - 자 일어나서 보시오. 대 심판의 모습을! 맬컴! 뱅코! 무덤에서 일어나듯 일어나 유령처럼 걸어와 이 공포를 지켜봐요!


p55 맥베스 : 이 사건 한 시간 전에만 죽었어도 난 축복받았을 것이오, 지금 이 순간부터 삶에서 중요한 건 전혀 없을 테니까. 만사가 하찮고 명예와 미덕은 죽었소. 삶의 즙은 다 빠지고 남아 있는 자랑거린 찌꺼기들뿐이오. 

 

p56 맥베스 : 놀란 신중, 온화한 격분에 충성의 중립을 한꺼번에 지킬 사람 어디 있소? 


p57 뱅코 : 부인을 보셔라. - 그리고 노출되어 고생하는 우리들의 연약한 알몸을 가린 뒤에 만나서 극도로 피비린 이 사건을 조사하고 더 알아봅시다. 

맬컴 : 넌 어찌할 거냐? 저들과 어울리진 말자고. 거짓된 자들은 안 느끼는 슬픔도 쉽사리 보이는 법. 

 

p58 맬컴 : 살기 어린 이 화살은 날아가는 중이니 표적물이 안 되는게 최고로 안전하다. 그러니 말에 올라 작별 인사 한답시고 까다롭게 굴지 말고 살짝 빠져나가자. 자비심이 없을 때는 몰래하는 도망도 정당성이 있단다. 

 

(2막 4장) 

노이 : 육심하고도 십 년을 난 분명히 기억하오. 그 세월의 책에서 끔찍한 시절과 이상한 것들을 봐왔지만 무서운 지난밤은 옛 지식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로스 : 하늘이 인간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기는 듯 지상을 위협하고 있소이다. 시간은 낮인데 검은 밤이 운행하는 태양을 목 조르오. 생명의 햇빛이 대지에 입 맞춰야 할 때에 무덤 같은 이 어둠은 밤의 기승 탓입니까. 앚의 창피 탓입니까?

 

p59 노인 : 순리에 어긋나오. 저질러진 그 일처럼. 지난 화요일에는 사냥매 한 마리가 한껏 높이 솟았다가 쥐나 잡는 올빼미에 습격당해 죽었다오. 


p60 로스 : 삶의 근원을 삼키려는 무절제한 야심이여!


맥더프 : 새 옷보다 헌 옷이 더 편하지 않기를!

노인 : 신의 축복 받으시오. 또 악을 선으로 원수를 친구로 바꾸려는 사람들도!


 

(3막 1장) 

p61 뱅코 :  자 이제 당신은 왕위와 코도와 글래미스 모든 것을 가졌다. 운명의 여인들이 약속했던 그대로. 또 그것을 얻기 위해 가장 추한 반칙을 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후손이 아니라 내 자신이 수많은 왕들의 시조가 될 것이란 그런 말도 있었다. 

 

p62 뱅코 : 폐하께서 저에게 명령만 내리시면 제 의무는 거기에 절대로 풀지 못할 영원한 매듭으로 묶이게 되옵니다. 

 

p63 맥베스 : 이런 삶은 안전하지 못하다면 헛것이다. 뱅코에 대한 내 두려움은 깊이 박혀 있으며 제왕 같은 그 성품엔 두려운 게 군림한다. 그는 실로 과감하다. 그리고 그 불굴의 기질에 덧붙여 용맹을 이끌어 안전하게 행동케 만드는 지혜 또한 가졌다. 


p65 자객1 : 폐하, 저희들도 사냅니다. 

맥베스 : 그렇지. 

목록에선 너희들이 사나이로 통하지. 사냥개, 회색빛 사냥개, 잡종개, 삽살개, 똥개, 털개, 물개와 늑대개 모두가 개라고 불리듯. 

 p66 맥베스 : 하지만 감정서엔 빠른 놈, 느린 놈, 똑똑한 놈, 집개와 사냥개 등 풍요로운 자연이 각자에게 넣어준 재능 따라 모두가 구별되어 적혀 있어. 그래서 그 전체를 싸잡아 써놓은 명단과는 별도의 호칭을 부여받고 있는 거지. 사나이도 꼭 같아. 자, 너희들이 문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사나이 말단이 아니라면 말을 해봐. 그럼 내가 그 가슴에 일거리를 안겨주고 그것이 성사되면 너희들은 원수를 없애고 과인의 총애를 철석같이 부탑게 돼. 그가 살면 내 건강은 병자와 같지만 죽으면 완벽해.  

 

자객2 : 저는 이 세상의 더러운 풍파에 너무나 격분하여 세상을 괴롭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p67 맥베스 : 그와 나 양쪽 친구 몇 명의 호의를 내가 잃지 않으려면 내가 때려눕히고 그 죽음을 비통해해야만 하니까. 

 

(3막2장)

p69 맥베스 부인 : 소득 없이 기진맥진 만족 없는 욕심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이고 불안한 기쁨을 느끼느니 죽음을 당하는 게 더 편한 법이다. 

해결책이 없는 일은 고려하지 마세요. 끝난 일은 끝났어요. 

 

맥베스 : 우린 뱀을 죽이진 못했소. 상처만 입히고. 그놈이 회복되면 우리의 서투른 악행은 옛 이빨의 위험을 못 벗어날 것이오. 지만 하과인이 공포 속에 식사하고 이 무시무시한 악모으이 고통 속에 밤마다 떠느니, 차라리 우주는 해체되고 천지는 무너져라. 마음의 고문으로 안절부절 얼빠진 채 누워 있는 것보다 마음 편해 보자고 침묵시킨 죽은 자와 동거함이 더 낫겠소. 

악은 계속 악을 낳는다. 살인은 살인을 부르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처럼 맥베스는 왕을 살인한 범죄를 가리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고 있다. 

 

p70 맥베스 : 최악의 대역죄 덕분에 칼이나 독약이나 내우나 외침이나 어떤 것도 그를 더 건드릴 수 없게 됐소! 

 

한동안은 불안하니 우리의 명예를 아첨의 냇물에 담그고 얼굴을 가면 삼아 우리의 본심을 감춰야 할 것이오. 

 

수도원 박쥐가 날개를 펴기 전에, 거름 먹은 풍뎅이가 헤카테의 부름 받아 졸리는 목소리로 저녁 종을 치기 전에 몹시도 흉한 일이 벌어질 것이오. 

 

p71 맥베스 : 오너라 밤이여, 인정 많은 낮님의 순한 눈을 가리고 그대의 피 묻은 안 보이는 손으로 날 질리게 만드는 생명 보증 파기하고 갈기갈기 찢어라! 

 

(3막 3장)

p72 자객 1 그럼 함께 일합시다. 줄무늬 석양빛이 서쪽 하늘 물들이니 길 늦은 나그네는 여관에 닿으려고 잦은 박차 가하고, 우리의 표적도 가까이 오는구나. 

 

(3막 4장) 

p75 맥베스 : 내 발작이 도지는군. 안 그러면 완벽한데. 티 없는 대리석. 부동의 바위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주위의 대기처럼. 하지만 난 지금 건방진 의심과 두려움에 구속, 감금되었어. 


p75 맥베스 부인 :  국왕 폐하, 환대의 표시가 없으셔요, 향연 중에 잘 오셨단 그 말을 자주 않는 만찬이란 사 먹는 것입니다. 먹기야 집이 제일 낫지요. 집 밖의 식사에선 예절이 양념이며 그게 없는 모임은 맛없어요.  

 

p80 맥베스 : 피를 부를 겁니다. 피는 피를 부를 거요. 돌들이 움직이고 나무가 말한 적이 있으며 까치와 갈까마귀, 당까마귀 등을 통한 점술과 예언으로 깊이 숨은 살인자를 밝혀낸 일도 있소. - 밤은 어찌 되었소?

 

p81 맥베스 부인 : 당신은 만물을 보존하는 잠이 모자랍니다. 


p81 맥베스 : 괴이한 내 망상은 풋내기의 공포이며 단련이 필요하오. 행동에는 우린 아직 철부지에 불과하오. 

 

(3막 5장)

p82 헤카테 : 너희들이 어찌 감히 수수께끼, 죽음 등의 문제로 맥베스와 거래, 왕래 트면서 너희들의 마술의 여왕이요 온갖 악행 모사꾼인 이 몸은 내 몫이나 신기를 보이도록 부르지도 않았단 말이냐? 

남들처럼 그자도 너희가 아니라 제 것만 좋아해. 

저기 저 달 한구석에 신비한 증기 방울 걸렸구나. 땅 위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 마술로 그것을 증류하면 인조 유령들을 만들 수 있는 데 그들의 속임수의 힘을 빌려 그자를 파멸로 이끌 거야. 

p83 헤카테 : 그자는 운명을 걷어차며 죽음을 비웃고 지혜, 자비, 공포보다 자신의 소망을 더 위에 둘 거야. 

 

(4막 1장) 

p91 환영 2 : 잔인, 대담, 꿋꿋하라, 인간의 능력 따윈 우습게 생각하라. 여자에게 태어나서 맥베스를 해칠 사람 절대 없을 테니까. 

맥베스 : 하지만 난 확신을 재확신할 셈으로 넌 살지 못한다는 운명의 보증을 받겠다. 창백한 내 심장에게 거짓말 마라 하고 천둥 쳐도 잠들 수 있도록. - 


p92 맥베스 : 높이 앉은 맥베스는 천수를 누리다가 시간과 숙명 따라 숨을 거둘 것이니라. 

 

p95 맥베스 : 시간이 내 무서운 위업을 미리 알고 막았어. 쏜살같은 목표는 행동이 없으면 절대 잡지 못하는 법. 바로 이 순간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손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생각에게 행위로 보답하기 위하여 내 생각을 실천하자. 

 

(4막 2장)

p96 맥더프 부인 : 도주는 미친 짓이에요. 행동은 않더라도 공포심에 역적이 됩니다. 

로스 : 도주한 게 지혜 때문인지 공포심 때문인지 모르시죠. 

 

맥더프 부인 : 저 가엾은 가장 작은 굴뚝새도 둥지 안의 새끼 위해 부엉이에 맞서서 싸우는데 말이에요. 모든 건 공포이고 사랑은 없다고요. 너무나 사리에 맞지 않게 도주를 했는데 그 무슨 지혜가 있겠어요.

 

로스 : 더 이상 감히 얘기 못하지만 시절은 잔인하오. 자신도 모르는 역적이 되고 있고 두려워서 풍문을 믿지만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는 채 거칠고 사나운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는 때입니다. 

 

p97 맥더프 부인 : 얘야, 네 아버진 죽었다. 넌 이제 어쩔래? 어떻게 살 거냐?

아들 : 새들처럼 살지요. 

맥 : 뭐, 벌레나 파리 먹고?

아 : 닥치는 대로지요. 새들도 그래요. 

 

p98 아들 : 역적이 뭔데요? 

맥더프 부인 : 음, 맹세하고 거짓말하는 사람. 

아들 : 그럭하면 다 역적인가요? 

 

p99 맥더프 부인 : 해 입힌 적은 없다. 그러나 생각하니 난 속세에 살고 있고 여기선 해 입힘이 자주 칭찬받으며, 착한 일이 때로는 위험한 바보짓이라고 여겨진다. 

 

(4막 3장)

p100 맬컴 : 그럼 우리 인적 없는 그늘을 찾아가 슬픔 가슴 울어서 비웁시다. 

맥더프 : 그보다는 치명적인 칼을 잡고 올바른 사람처럼 쓰러진 조국 위해 싸웁시다. 아침마다 새 과부들 신음하고 새 고아들 울부짖고 새 슬픔이 하늘 치니 하늘은 스코틀랜드와 공감하듯 반향하며 비슷한 통곡이 되울려 퍼집니다. 

맬컴 : 난 믿는 건 통탄하고 아는 건 믿겠으며 시정할 수 있는 건 때가 무르익으면 그리할 것이오. 아마도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름만 불러도 혀가 타는 이 폭군도 한때는 정직하다 그랬죠. 당신은 그를 많이 좋아했고 그는 아직 당신을 안 해쳤소. 난 어리나 나를 팔아 챙길 것이 있을지도 모르며 노한 신을 달래려고 연약하고 순한 양을 바치는 행위도 현명하죠. 

 

p101 맬컴 : 훌륭하고 덕 있는 사람도 왕명에는 굴복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용서를 빕니다. 내 생각이 당신의 본성을 바꾸진 못할 테니. 가장 빛난 천사가 타락해도 천사는 빛나고 더러운 것 모두가 미덕의 탈을 써도 참미덕은 그대로죠. 

 

p102 맥더프 : 조국이여 피 흘려라! 거대한 폭정이여 기반을 확립하라. 정의가 널 안막는다! 부정을 드러내라, 네 권리는 확실하다. 


p102 맬컴 : 나 또한 조국은 압제에 짓눌리어 울고 또 피 흘리며 밝아오는 날마다 새 상처를 입고 있다 생각하오. 

 

p103 맬컴 : 나도 그가 잔인하고 음탕하며 욕심 많고 거짓되고 잘 속이며 성급하고 사악하며 온갖 죄의 냄새를 풍긴다고 인정하오. 

 

맥더프 : 무절제한 방탕은 내면의 폭정으로 행운의 옥좌를 졸지에 비우게 하였고 수많은 왕들을 몰락케 했지요. 하지만 자기 것을 갖는 걸 두려워는 마십시오. 쾌락을 은밀히 충분히 즐기고도 차갑게 보일 수가 - 세상 눈은 그렇게 가릴 수가 있답니다. 

 

p104 맬컴 : 가질수록 돋우어진 내 입맛은 나를 더 배고프게 만들어, 충신들을 대상으로 싸움을 날조하여 재산을 빼앗고 파멸시킬 것이오. 


p104 맬컴 : 왕에게 어울리는 정의감, 진실성, 절제와 안정감, 관대함, 끈기와 자비심, 겸손한, 경건함, 인내심,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기미도 안 보이고, 풍성한 죄악을 제각각 세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범하고 있소이다. 내가 만일 집권하면 화합의 꿀물은 지옥으로 쏟아 붓고 안녕을 깨뜨리며 이 세상 모든 조화 파괴할 것이오. 

 

p105 맥더프 : 권리 없는 폭군이 피의 왕홀 잡았으니 언제 다시 네 건강을 회복하게 되겠느냐. 

그 옥좌의 진정한 후손이 자신을 김치산자라고 고발하며 자신의 혈통을 능멸하고 있으니? 

 

p106 맬컴 : 우리가 합류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이 싸움의 정당성과 같은 거요. 

맥더프 : 이렇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한꺼번에 조화하기 어려워서. 

 

p108 맬컴 : 가장 최근 슬픔은? 

로스 : 한 시간이 지난 건 야유의 대상이죠. 매 순간 생기니까. 

 

p110 맬컴 : 비탄이 입 못 열면 미어지는 가슴에게 터지라고 속삭인답니다. 

 

(5막 1장) 

p115 맥베스 부인 : 아직도 여기에 피 냄새가 남았구나. 아라비아 향수를 다 뿌려도 이 작은 손 하나를 향기롭게 못하리라. 오! 오! 오! 

전의 : 저 무슨 한숨인가! 마음이 무겁게 짓눌려 있구나. 

시녀 : 내 가슴에 저런 마음을 지니지는 않겠어요 저 몸값 전부를 다 준다 하여도. 

맥베스가 왕이 되기 전에 그에게 왕이 되라고, 부추겼던 부인에게 교활함,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고, 살인의 흔적만 남았다. 그녀는 미쳤다. 돌이킬 수 없는 끝날일에 대해 마음을 뺏겼다. 


p115 전의 : 이상한 행위는 이상한 문제를 일으키니 그걸 본 자들은 귀먹은 배게에다 비밀을 토할 거요. 

 

(5막 2장)

p116 멘티스 : 복수에 불타는 그들의 사무친 원한이면 마비된 자라도 일어나 혈전 속에 뛰어들 것입니다. 

p117 멘티스 : 폭군은 무얼 하오? 

캐스니스 : 던시네인 언덕을 강화하고 있소이다. 어떤 이는 미쳤다 말하고, 미움이 덜한 이는 만용의 광기라고 하지만 분명한 건 불만에 찬 이 나라를 질서라는 혁대로 묶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앵거스 : 은밀한 살인에서 손을 뗄 수 없다는 걸 지금에야 느낄 거요. 반란이 시시각각 배신을 꾸짖고 그의 하수인들은 명령에만 움직이지 충성심은 없소이다. 지금에야 그 왕권이 거인의 예복처럼 난쟁이 도둑 몸엔 헐렁함을 느낄거요. 


p117 캐스니스 : 정말로 바칠 곳에 충성을 바칩시다. 병든 이 나라의 치료제를 만나서 그와 함꼐 우리 피를 이 나라의 정화에 남김 없이 쏟읍시다. 

 

(5막 3장)

p119 맥베스 : 내 인생의 결과는 시들고 노래진 낙엽으로 전락했고 늘그막에 따라야 할 명예, 사랑, 복종과 많은 친구 같은 것을 가지게 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되며, 그런 것들 대신에 낮지만 깊은 저주, 입 발린 아첨을 들으니 마음으론 부인하고 싶으나 감히 못해. 

 

p120 맥베스 : 전의는 마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어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슬픔을 뽑아내고 뇌수에 각인된 고통을 지우며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사용하여 왕비의 심장을 짓누르는 위험한 것들을 답답한 가슴에서 못 씻는가? 

 

전의 : 그 일은 환자가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5막 4장)

p122 맬컴 : 마음 없이 강요당한 것들 외엔 누구도 그를 돕지 않으니까.

 

(5막 5장)

p124 맥베스 : 무서움의 맛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난 공포를 포식했어. 

 

맥베스 :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 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맥베스는 자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드러내고 한다. 적어도 지금 그의 처지에서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은 다르다. 왜냐하면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둟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p125 맥베스 : 내 결심은 약해지고, 거짓을 진실처럼 모호하게 말했던 그 악마의 궤변이 의심되기 시작한다. 

 

p126 맥베스 : 태양이 지겹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온 우주가 이제는 끝장나면 좋겠다. - 경종을 울려라! - 바람아 파멸아, 오너라! 과인은 적어도 무장은 갖추고 죽으리라. 

 

(5막 7장) 

p127 칼 따위는 우습고 무기는 가소롭다. 

 

p128 맥더프 : 맥베스 네놈이 아니라면 내 칼날은 깨끗하게 아무 일도 않은 채 칼집으로 돌아간다. 

 

(5막 8장)

p129 맥더프 : 돌아서라, 지옥 개야! 

맥베스 : 모든 사람 가운데 난 너를 피해 왔다. 하지만 물러서라, 내 영혼은 너의 피로 이미 너무 꽉 차 있다. 

맥더프 : 말은 하지 않겠다. 이 칼이 내 목소리다, 너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한 놈! 


p130 맥베스 : 네놈은 헛수고를 하고 있어. 예리한 네 칼로 허공에 자국을 내는 것이 내 피를 보기보다 더 쉬울테니까. 그 칼로는 깰 수 있는 투구나 내려쳐라. 난 불사신,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자에게 굴복할 순 없느니라. 


맥더프 : 불사신아 절망해라. 네가 항상 섬겨왔던 수호신이 말할 거야, 맥더프는 때 이르게 제 어미의 자궁을 찢고 나왔노라고.  

 

(5막 9장)

p131 로스 : 장군의 슬픔을 그의 가치만으로 헤아리면 안 됩니다. 그러면 끝이 없으니까요.


p133 맬컴 : 과인에게 요구되는 그 밖의 일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시간, 장소, 무게 따라 처리할 것이오. 그러므로 두루두루 한꺼번에 감사하고 스쿤의 대관식에 초청하는 바이오. 


<작품해설>

p135 이 비극의 주인공 맥베스는 명백하고 의도적인 살인을 여러 번 되풀이 하기 때문이다. 


p136 하지만 맥베스의 덩컨 왕 시해는 마녀들의 유혹과 아내의 부추김이 있었다고는 하나 분명히 계획적인 범죄이다. 

 맥베스가 자신의 살인을 통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그의 죽음에 환호하기보다는 그 비극적인 종말에 안타까워하는가? 우리가 맥베스를 동정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햄릿과 오셀로와 리어 왕이 그랬듯이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우리에게 인식시켜 주는가?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그의 명약 관화한 악행에 대한 우리의 반감을 누르고 우리의 동정을, 심지어는 존경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소중한가? 만약에 그렇다면 맥베스의 비극의 본질은 ‘고귀한 악행’이라는 하나의 모순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모순의 의미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p138 혼탁에 혼탁을 더하는 상황의 변화로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한 발 한 발 악의 세계로 들어간다. 


p139 이와 같이 맥베스는 그가 처한 정치적 현실과 결부된 초자연적인 세력의 신비로운 개입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악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저에서 생겨날 수 있는 비난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린다. 


아무리 외적인 자극이 강하다해도 내적인 호응이 없다면 그 자극은 아무런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맥베스의 비극은 자신의 욕망이 초래한 것이며 근본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내적 사건과 외적 사건의 일치 여부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나, 어떤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 크게 달라진다. 또 내적 사건은 외적 사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외적 사건도 내적 사건에 영향을 주게 된다. 


p140 맥베스의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욕망은 중립적이다. 


맥베스의 이분법적인 갈등이 치열하면 할수록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 싶어 하는 그의 선한 마음 때문이다. 


p142 그렇다면 맥베스는 왜 진실이란 말을 쓰고 그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이 그의 머리칼을 쭈뼛하게,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그를 점점 더 커다란 혼란으로 빠뜨려 결국에는 넋을 빼놓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그에게 진실의 편에 서고 싶은 마음, 살인의 환상을 일으키는 악의 힘에 대항하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p145 맥베스의 갈등은 그의 죽음으로 극이 끝날 때까지 때로는 선한 힘이 때로는 악함 힘이 전면에 부각되지만 언제나 이분법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그 치열하고 생생한 묘사로써 우리에게 악의 위력 못지않게 끈질긴 선의 힘을 보여준다. 


p146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5막 5장 23~28행)

 맥베스는 여기에서 자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드러내고자 한다. 적어도 지금 그의 처지에서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은 다르다. 왜냐하면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대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 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3. 50개 문장 고르기 

<리어왕> 

1. 시간은 숨어 있는 흉계를 드러내고 감춰진 잘못을 창피 주며 비웃지요. 잘해 봐요. 


2. 착한 사람 발에도 옴 붙을 수 있답니다. 


3. 넝마 걸친 아비는 자식들이 눈 돌리나 주머니 찬 아비는 자식들이 친절하지. 최고 창녀 운명여신 거지에겐 문 안 열어.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딸들 때문에 일 년을 세어도 못다 센 슬픔이 있을 거야. 


4. 조물주의 틀을 깨고 배은의 인간 빚는 모든 씨앗 한꺼번에 엎질러라! 


5. 궁핍이란 이상한 재주가 있어서 천한 것을 귀하게 만들 수 있단다. 


6. 과소유와 쾌락 좇아 당신 명령 홀대하는, 자신이 못 느끼면 안 보려는 인간은 당신 힘을 재빨리 느끼게 하소서. 그리하여 넘치는 건 공평하게 분배하고 각자가 충분히 가지도록


7. 자기의 근원을 경멸하는 성품은 분명한 한계 안에 갇혀 있기 어렵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가지에서 자기 몸을 잘라내는 여자는 반드시 말라 죽어 땔감으로 사용될 것이오


8. 지혜와 선함도 악당에겐 악하게 보이며 개 눈엔 똥만 뵈지.


9. 인간은 가는 것도 온 것처럼 견뎌야만 합니다. 다 때가 있지요. 


<맥베스>

10.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취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11. 용기를 꽉 붙들어 요지부동 만들면 실패하지 않아요. 

그러면 두뇌의 감시원인 기억력은 연기로 화하고 이성을 담아야 할 그릇은 증기류가 됩니다


12. 삶의 근원을 삼키려는 무절제한 야심이여!



13. 내 발작이 도지는군. 안 그러면 완벽한데. 티 없는 대리석. 부동의 바위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주위의 대기처럼. 하지만 난 지금 건방진 의심과 두려움에 구속, 감금되었어


14. 아들 : 역적이 뭔데요? 

맥더프 부인 : 음, 맹세하고 거짓말하는 사람. 

아들 : 그럭하면 다 역적인가요? 


15. 해 입힌 적은 없다. 그러나 생각하니 난 속세에 살고 있고 여기선 해 입힘이 자주 칭찬받으며, 착한 일이 때로는 위험한 바보짓이라고 여겨진다. 


16. 왕에게 어울리는 정의감, 진실성, 절제와 안정감, 관대함, 끈기와 자비심, 겸손한, 경건함, 인내심,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기미도 안 보이고, 풍성한 죄악을 제각각 세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범하고 있소이다. 내가 만일 집권하면 화합의 꿀물은 지옥으로 쏟아 붓고 안녕을 깨뜨리며 이 세상 모든 조화 파괴할 것이오. 



17. 내 인생의 결과는 시들고 노래진 낙엽으로 전락했고 늘그막에 따라야 할 명예, 사랑, 복종과 많은 친구 같은 것을 가지게 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되며, 그런 것들 대신에 낮지만 깊은 저주, 입 발린 아첨을 들으니 마음으론 부인하고 싶으나 감히 못해. 


18.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 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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