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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09시 21분 등록
 

지중해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송은경옮김


저자에 대하여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883년 크레타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났다. 터키의 지배하에서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역사적 사상적 특이성을 체감하고 이를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과 연결시킨다. 1908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베르그송과 니체를 접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부르짖게 된다.

자유에 대한 갈망 외에도 카잔차키스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여행이었는데, 1907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두루 다녔고, 이때 쓴 글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다가 후에 여행기로 출간했다.

 1917년 펠로폰네소스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기오르고스 조르바와 함께 탄광 사업을 했고, 1919년 베니젤로스 총리를 도와 공공복지부 장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1922년 베를린에서 조국 그리스가 터키와의 전쟁에서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카잔차키스는 민족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적인 행동주의와 불교적인 체념을 조화시키려 시도한다. 이는 이듬해부터 집필을 시작한 『붓다』와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로 구체화된다. 이후에도 특파원 자격으로 이탈리아, 이집트, 시나이, 카프카스 등지를 여행하며 다수의 소설과 희곡, 여행기, 논문, 번역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의 하나인 『미할리스 대장』과 『최후의 유혹』은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맹렬히 비난받고 1954년 금서가 되기도 했다. 카잔차키스는 1955년 앙티브에 정착했다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온 뒤 얼마 안 되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 비견될 만큼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이탈리아

성 프란체스코

무솔리니

이집트

나일 강

카이로

피라미드

상이집트

우리 시대의 삶

시인 카바피스

시나이 반도

시나이

편지

예루살렘

약속의 땅을 향하여

예루살렘

파스카

오마르의 모스크

히브리인들의 한탄

약속의 땅

키프로스

아프로디테의 섬

영역자의 말

옮긴이의 말

니코스 카잔차키스 연보


프롤로그-암호랑이, 나이 여행친구

*** 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수복이 쌓인 종이들 앞에 구부리고 앉아 쓰고, 쓰고, 또 쓰고....나는 마치 산을 오르기라고 하듯 숨을 헐떡거리고 있엇다. 구원하려고 구원받으려고 발버둥치면서 단어들을 정복하기 위해 그것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단어들이 마치 암말처럼 저항하면서 내 주위로 거칠게 뛰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겁에 질 린 채 좀 전의 그 굴레로 다시 목을 떨어뜨리고 글쓰기를 계속햇다. 그러나 그 시선은 계속 정수리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나는 전융하면서 다시 한 번 눈을 들었고 난쟁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향해 머리를 흔들어대며 유감과 경멸을 드러내고 있엇다. 그 순간 갑자기 내 생애 처음으로 배 속 깊이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랏다. 내가 몰두했던 이 종이들, 책들, 잉크에 대한 분노- 아름다운 틀 속에 나의 영혼을 가두려 하는 나 자신의 신성하지 못한 몸부림에 대한 분노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지중해 기행중 7P)


***“너 자신이 전진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뿐이다. 우리는 다리를 놓을 수 없으면 무조건 심연이라고 하지. 하지만 심연따위는 없어. 끝이란 것도 없고. 단지  인간의 영혼이 있을 뿐이지. 그리고 이 영혼이 용감한가 비겁한가를 기준으로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인다. 예수, 붓다, 무함마드도 심연을 발견했어. 하지만 그들은 다리를 만들어 건너갔어. 그리고 인간의 무리들도 그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지 그들은 목자들이야. 그들은 영웅들이라고. (9P)


**** 죽음을 정복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승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몸부림에 있다. (11P)


이탈리아


성 프란체스코

***그는 가난이아먈로 최고의 덕목이다고 설파한다. 이 그리스도 의 미망인은 가는 집마다 문전에서 박대당하고 멸시 받으며 거리를 떠돌았고, 그녀를 원하는 자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는 그녀를 사랑하여 아내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청빈, 순종, 순결이 세 가지가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위대한 덕목이 되었다. (18P)


***그리고 얼마 후 무거운 슬픔이 프란체스코의 가슴을 짓눌렸다. 동지들이 그가 정해 놓은 규칙들을 어기기 시작한 것이다. 돈을 걷고 부잣집을 자주 드나들고 서적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어느 날 한 젊은 수도사가 자신의 찬송가 책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는 것을 본 프란체스코가 그에게 말햇다. “여보게 자네가 오늘 찬송가 책을 가지고 있다면 내일은 기도서를 가지고 싶을 것이며, 결국 높은 걸상으로 올라가 자네의 형제에게 ‘내 기도서를 갖다 달라’고 소리치게 될 걸세.”

소유욕, 배움에 대한 갈망, 자만과 불복, 여자-이런 모든 악의 늑대들이 성인의 수도처로 기어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역경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책 고통 속에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19P)


무솔리니

***“진정한 젊음”이란게 무슨 뜻이오?

이상을 위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세계를 통틀어 이 두 나라의 수도에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잇습니다. 무어라 규정할 수 없고 측량할 수도 없지만 당신이 공기중에서 들이마시고 있는 것-바로 신념과 각오지요. (27P)



이집트

나일강

*****만약 내가 성 프란체스코 시대에 이집트를 여행하고 있는 것이면 아마도 인간의 영혼이 우상 숭배의 죄악에 빠지는 소리를 듣고, r 영혼을 구해 달라고 그리스도에게 외쳤을 것이다. 만약 내가 괴테시대에 여행하고 있었다면 크고 시원한 교회들에서 솟아오르는 새로운 화음을 즐기고 황홀경에 빠진 졺은 그리스를 삶과 죽음의 신비로 입문시키는 사제들의 슬기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희열로 전율했을 것이다. (39P)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위대한 이집트의 신은 인간에게 마지못해 인색한 일당을 지급한다. 농부는 수천년에 걸쳐 밤낮없이 일하면서 이 신의 거칠고 무모한 힘을 길들이고자 애쓴다. 신은 범람과 배수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농부와 더불어 그의 이마에 돋은 땀과 더불어 이집트를 창조한다. (42P)


***예수 탄생 3천년 전에 세워진 한 피라미드에서 다음가 같은 구절이 발견되었다. “나일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벌벌 떨며 무너진다. 그러나 들판은 깔깔대고 강둑은 꽃을 피우고 신들의 제물(祭物)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신들의 마음이 기븜으ㅗ 춤춘다.(44P)


***나일강은 토지와 나무와 동물과 사람을 낳을 뿐 아니라 법률과 일차 과학을 낳는다. 나일의 범람이 항상 박애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면 범람은 재난으로 변해 버릴 수 있다. 다라서 사람들은 홍수를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직화하고 협동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장벽을 쌓아 올려야만 물의 위력을 저지할 수 있고, 그 잉여를 저수지에 저장할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사람들은 공동체를 조직하고 수력(水力)학을 발견한다. 곧이어 기하학도 발견하게 된다. 나일 강의 물이 해마다 들판으로 넘쳐 들어 지상의 경계를 파괴해 보리기 때문에 각 개인의 소유권을 확실히 구분하여 토지 대장에 정확하게 기록할 필요가 생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일은 ,법률>, 즉 판별하는 학문이 생긴 원인이 되엇다. (44P)



***이집트 최고의 시인 아마드 새우키도 똑같은 숭배의 태도로 나일을 찬미한다.


그대의 물이 금빛으로 바뀌고

그대는 대지를 익사시킨다.

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살려내기 위해

그대의 물살은 마치 우정과 사랑의 영원한 법칙처럼

쉼없이 흐르고,

그대의 포옹 속에서

계곡은 풍요로운 생명을 받누나! (47P)


카이로

****거리를 좀 더 내려가면 구리와 은제품을 제작하는 자그만 공방들이 시작된다. 여기에서 장인들은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작품에 몸과 영혼을 바친다. 옛 도안들을 금속 위에 놓고 해묵은 전통 연장들로 두드려 댄다.- 인어, 사자, 사이프러스, 코란에서 따온 구절들.

빛이 희미하게 드는 좁다란 시장 안 그 다음 줄에는 융단, 비단, 다채로운 색상의 보석, 우서 깊은 검, 상아와 진주모들이 펼쳐진다. 어느 오래된 기록에 묘사되어 있는 칼리프 모스탄세 벤 일라의 보물들이 문득 떠올랐다.(50P)


***사막은 매복한 채 도시를 포위하고 있었다. 나일의 물을 마시고 곷을 피우는 카이로라는 거대한 장미가 모래 위에 펼쳐져 있었다. 대기는 육욕과 죽음으로 충만했다.


***늘 그랫듯 두 개의 기준이 내 속에서 빛을 내며 인간 삶의 저 혼란한 장면에 위계질서를 부여했다.

첫째, 상대적인 인간적 기준. 이집트의 모든 삶이 수천 년동안 소수 지배자들-신, 사제, 왕, 고리대금업자들-의 사욕에 의해 규제되어 왔다는 사실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민중들은 저 장구한 세월, 자신들의 역사를 곰곰 되씹고 돌에 새기면서도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인 적이 드물었다. 자신드의 손으로 화강암에 새겨 넣은 저 가혹한 신드에게서 벗어나고자 단결해 본 일도 없었다. (53P)


***나는 삶과 죽음이 이처럼 격렬하게 관능적으로 만나는 것을 지구상으 그 어디에서도 느겨보지 못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바라보며 삶의 미미한 섬광을 좀더 깊이 즐기기 위해 연회장 한가운데에 미라를 갖다 놓곤 했다.

그들의 오래된 노래 하나가 양피지에 보존되어 있다.


하루하루를 기뻐하라. 향수로 몸을 적시라.

향기로 코를 채워라.

그대의 목구멍과 그대 옆에 앉은 사랑하는 육체를 위해

연꽃 화환을 엮어라.


유희를 대령시켜라. 걱정일랑 벗어던져라-

걱정거리가 그대를

침묵이 좋아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그 시각이 될 때까지.

명심하라. 그곳에서는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세상의 양면을 너무 사랑하는 나는 이집트의 두 얼굴을 깊이 즐긴다-녹음과 회색모래.

(54P)


피라미드

***몰 언덕을 따라 걷는다. 태야이 내 두개골을 k고들고 안개 너머는 완전히 사막이다. 공기가 모래 위에서 번득이며 요동친ㄷ다. 정오다. 쿠프(기자의 대피라미드를 건설한 이집트의 왕)의 아름다운 딸이 대피라미드에서 나온다는 마법의 시간이다. (56P)


***이 나라가 수천 년에 걸쳐 간직해 온 위대한 열정은 오직 하나 박에 없었다. 죽음과 사워 이기는 것,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같은 생을 이어가는 것. 영혼이 자신의 몸을 알아보고 다시 깃들 수 있도록 시신을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집트인의 집과 궁전은 잠시 머무는 거처익 대문에 진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무덤은 영원한 거주지이기 때문에 단단한 돌로 되어 있다. 수천 명의 일꾼들이 불멸의 작업을 돕는 가운데 시신의 내장을 비워내고 향기로운 약초와 타르로 몸을 채운다. 그 위에 부적을 매달고 <사자의 서>를 시신 옆에 둔다. 사후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어떤 액막이 주문을 외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57P)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무덤 벽면에는 무자비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마흔 두 명의 신이 그를 에워싸고 심판하는 장면, 정의의 여신이 시신에서 심장을 꺼내 저울에 얹는다. 겁에 질린 시신은 자신의 심장에게 소리친다. ‘내 어머니와도 같은 심장이여, 내가 태어난 그날, 이후로 나의 동반자였던 심장이ㅕ, 나의 행족을 너무 가혹하게 증언하지 마라. 저승의 신들 앞에 선 나를 불상히 여겨다오!“

그가 구제를 받으면 영원한 지하의 삶이 시작된다. 음식과 가구와 동물들이 그 영혼을 에워싼다. 초기에는 그의 자손들이 실제 음식을 무덤으로 날랐지만 나중에는 음식을 불태워 영혼이 그 냄새를 자양분으로 삼게 했다. 그러다 결국에는 음식과 가구와 동물들의 모습을 그려 주는 것으로 끝냈다. 사제들의 음성에는 이 그림들을 소생시키는 능력이 있다. 동물들, 고기, 방, 과일이 생명을 얻어 무덤 벽면에서 내려와 식탁 위에 차려지면 굶주린 영혼이 식사를 하며 즐거워한다. 잠시 후에는 그림 속에서 말이 끄는 마차가 내려오고 말들이 저절로 움직여 배불리 먹어 기분 좋은 영혼을 태우고 말들이 드라이브를 시켜 준다. 자기 소유의 들판과 자손들도 보고 귀중한 햇변 아래 강변을 다라 산책도 한다. (58P)


****<사자의 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대는 매일 아침 외출한다. 밤이면 다시 무덤으로 돌아온다. 밤에는 그대의 편의를 위해 커다란 초들이 밝혀지고 햇빛이 그대의 육신 위에 다시 빛날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 초들이 그대에게 외칠 것이다. 어서 오세요! 당신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58P)


****죽음이란 무엇인가?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한다. 죽음은 중병을 털고 일어난 사라가도 같다.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한다. 죽음은 향기를 들어마시는 것과 같고, 도취케 하는 땅에 있는 것과 같다.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한다. 하늘이 잠시 개어 그물을 들고 새롤 잡으러 나갔던 사람이 갑자기 미지의 땅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죽음은 바로 그 순간과 같다.!(59P)


***대스핑크스-그녀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상이다. 예수가 태어나기 4천년 전에도 이 자리에 잇었다. 모래 위로 높아 솟아 매일 아침 소통 속에 해돋이를 기다렸다. 그녀는 본래 붉게 칠해졌다. 입술이 넓고 육감적이여 농부처럼 동물적이다. 웨손된 그녀의 널찍한 얼굴에는 신념과 공포의 분위기가 감돈다. 활짝 열린 채 무아경에 바진 그녀의 눈은 겁에 질려 사막을 응시한다. (60P)


***이집트의 한 시인이 대 스핑크스에게 바친 구절이 떠오른다.


그대는 그대의 수수께끼로 인간들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말하라. 그리고 역사의 가르침으로 우리를 일깨워라. 그대는 알렉산드로스의 영광과 카이사르의 치욕을 목격한 자 아니던가? 오늘 그대의 눈은 한낱 초라한 마을 너머를 보지 못하는구나.


스핑커스의 질문도 존재하지 않지만 대답도 존재하지 않는다. (61P)


상이집트

****삶은 무한한 죽음의 대양위에 세워진 자그만 섬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여기 이집트에 견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물과 땅과 인간의 육체와 눈물로 이루어진 섬, 여기 이집트의 국경을 바라보노라면 인간의 노고와 고통이 그 얼마나 용감하면서도 무용한가를 뼈아프게 느기게 된다. (63P)


****나는 기원전 1420년 전에 죽은 아멘호프 2세의 무덤으로 들어간다. 열기로 숨이 막힐 듯하다. 빛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벽화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매 형상을 한 신들, 죽음의 배, 제물로 바쳐진 자의 장례, 불멸의 여신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왕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이 기둥마다 묘사되어 있다. 다채로운 식물과 동물들도 보이고 노란 벽에는 저승의 서가 상형문자로 쫙 펼쳐진다. 천장은 노란 별들이 박혀있는 담청색 하늘이다. 그 아래 가장 깊은 비밀의 방에 왕의 미라가 여전히 장례 화환들로 장식된 채 평화롭게 누워있다. (66P)


****무성한 검은 머리칼의 무희가 허리를 완전히 뒤로 젖혀 양손을 바닥에대고 몸을 궁형(弓形)으로 만든다. 고대의 어느 시인이 이 무희에게 바친 열렬한 노래가 노란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남아잇다.

 오, 기쁨을 담고 있는 육체여,

 달콤함은 네 방의 향기로구나.

사람을 취하게 하는 네 입은

포도밭의 열매보다 달고,

만개한 꽃밭보다 향기롭구나.

굶주렸을 때 먹는 것보다,

지쳤을 때 쉬는 것보다,

네 옆에 너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아! (67P)


***죽음의 계곡에서 나일 강까지 줄곧 나를 따라온 두 허깨비는 바로 국왕 아멘호테프 4세(아크나톤)아 그의 아내 네페르티티였다. 예수보다 1370년을 앞서 살았던 이 신비로운 국왕 부부만큼 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산 사람 중에도 몇 없다. 아멘호테프의 육체는 발육을 저지당했다. 그는 수두를 앓았고, 튀어나온 턱, 좁은 이마, 길게 휜 코, 육감적인 입술, 병자처럼 가녀린 목, 허약한 어깨, 가슴과 허리와 발은 여자 같았다. (

그러나 남녀가 뒤석인 이 기형적인 육체 속에 희열에 찬 두려움 없는 영혼이 살았다 그는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 이집트의 전능한 신 아몬을 옥좌에서 몰아내거 그 자리에 아톤신-태양신-을 앉혔다. 그가 왕좌에 올랐을 때는 열다섯 살의 어린 소년이엇다. 왕이 되자마자 카르나크의 가장 성스러운 아몬신전 바로 한가운데에 붉은 화강암으로 예배당을 신축하여 태양신에게 바쳤다. 초기의 태양신은 인간의 몸과 매의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69P)


****태양을 숭배하는 이 변절자 파라오는 태양이 건물 사방으로 침투하여 빛을 내릴 수 있도록 널찍하고 탁 트인 신전들을 세웠다. 중앙에 둥근 기둥들이 서 있는 안뜰은 옥외 제단이자 신성한 상징-검붉은 태양의 눈과 무수한 팔들-이었다. 음울한 죽음의 의식들도 더 이상 행해지지 않았다. 안뜰에 갈린 타일과 벽을 비롯해 신전 곳곳이 다채로운 새들과 강, 물고기, 깡충깡충 뛰는 동물들, 바람결에 춤추며 떨어지는 나뭇잎들로 장식되어 있다. (72P)


***새로운 신은 육체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들은 페기되었다. 조각품들도 이제는 신이 아닌 인간을, 특히 최고 형태의 인간인 파라오를 묘사했다. 이 짧았던 이집트의 르네상스가 남겨놓은 모든 작품들에서 길고 육감적이고 희열에 찬 아크나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72P)


***태양신을 찬탄한 시들


지평선 위로 올라오네.

오 생명의 부여자, 아톤이여!

완전한 원형으로 지평선 위로 오르며

당신의 아름다움으로 대지를 가득 채우네.

당신은 아름답고 위대하고 현명하며

지상에서 가장 높나니, 당신의 광채는 이 세상을 포옹하고

 당신이 창조한 모든 것을 품나니,

당신은 저 멀리 있으나 당신의 광채는 지상을 더듬네. (75P)

우리 시대의 삶

**** 서구 문명이 몰락하고 그 엄청난 구조가 해체되는 그날, 동양세계는 비로소 과거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에 새로운 씨앗을 제공하는 위치 말입니다.

지상의 심금을 울린 모든 종교-즉 모든 씨앗들-는 동양에서 나왔으며 나는 이것을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양은 광기에 홀려 불타 버리죠. 서양은 수용하고 양육하고 정제하고 분석합니다. 다시 말해 불꽃을 빛으로 바꾸어 놓죠. (83P)


시인 카바피스

****나는 몇 마디 말로 내 신조를 밝혀 보려고 합니다.

“나는 일원론(一元論)자입니다. 나는 물질과 정신이 하나라는 것을 깊이 느낍니다. 오직 하나의 본질을 마음으로부터 느낍니다......게다가 인간의 감각이란 것이 무한하고 개연성으로 가득한 현실의 그 모든 측면을 혹은 근원들로 인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두 가지만 구분하는 바입니다. 이른바 물질이란 것과 정신이란 것.

물질이나 정신 한 단어만으로는 일차적 본질의 일부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dhosi하면 이 단어들 각각이 그 동안의 관레에 의해 어떤 구체적이고 편협한 내용을 담게끔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98P)


*****나는 정신이란 말 대신 <정념>을 사용하니다. 정신이란 말에는 이데올로기적이고 관념적으로 걸러진 내용이 담겨있는데, 내가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에는 유물론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물질이 담겨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물질에도 관념론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99P)


시나이 반도


시나이

***살아오서 그런 유의 행복을 종종 맛본 적이 있다. 여행 끝에 마시는 한 잔의 물, 소박한 은신처, 세상 어느 귀퉁이에서 남모르게 살아가는 인간의 다듯하고 소모되지 않은 마음, 그 마으은 낯선 이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갈의 끝에서 낯선 이가 나타날 때 인간을 발견한 그 마음은 기븜으로 설렌다. 그리하여 마치 사랑에 바진 것처럼 지극히 환대한다. 학실히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107P)


***꾸준히 진동하는 낙타의 규칙적ㅇ니 움직임이 온몸을 휘어잡는다. 이 운동에 맞추어 팓 스스로를 율동적으로 조절하고 피가 흐르듯 사람의 영혼도 흐른다. 합리적인 서구의 사고방식에 억눌려 비좁은 수학적 공간들에 갇혀있던 시간도 행방된다. 사막의 배가 둥실둥실 움직이는 이곳에서 시간은 자기 본래의 리듬을 회복하여 물 흐르듯 흐르는 불가분의 본질로 사고를 몽상과 음악으로 바꾸어 버리는 가볍고 신비로운 현기증으로 변한다. (109P)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몇 시간이 흐르자 나는 아나톨리아 사람들이 코란을 읽을 때 맟 낙타를 탄것처럼 몸을 앞뒤로 흔드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바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영혼과 교통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단저로운 움직임이 그들의 저 거대한 신비의 사막-황홀경-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109P)


***은밀한 기븜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이 모든 낭만-사막, 아라비아, 천막, 베두인족-을 잠재욱자 애썼다. 걷잡을 수 없이 쿵쿵대는 내 가슴을 껄껄거리며 비웃었다. (110P)


****이튿날 새벽, 우리는 다시 길을 출발해 산으ㅗ 들어갔다. 인간을 경멸하여 내쳐버리는 황페하고 물도 없고 박정한 산이다. 이다금 울퉁불퉁하고 컴컴한 동굴 속에서 재색의 야생자고새들이 금속성 소리를 내며 제 날개를 때린다. (110P)


****오늘날 우리는 우리 신의 저 무시무시한 원조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신의 풍요, 자가당착, 애증, 기쁨과 슬픔, 거대한 능력과 불치의 박약을 모두 아우를 수 있 있는 소박한 말씀을 어떻게 하면 찾아낼 수 있을까? 진정한 신은 두려움의 산물인 우리 인간의 미덕들을 경멸하고 못본 체한다. 그는 파괴의 신이며 동시에 창조와 죽음과 사랑의 신이기도 하다. 그는 자손을 낳고 임신시키고 살해한다. 그리고 또다시 논리와 미덕과 희망의 경계너머에서 영원히 춤추며 자손을 낳는다. 신은 모든 가능성을 안은 어두운 미지의 폭발력이다. 그것은 물질의 가장 작은 입자 속에서조차 폭발을 일으킨다. (114P)


****유대인들은 선행을 행하면 메시아가 온다고 믿는다 만약 유대인들이 나태와 불충에 빠지면 메시아는 오지 않는다.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다. 선하고 관대한 행위 하나하나가 그를 조금씩 글어당기며, 악하고 비열한 행위를 하나씩 할 때마다 그를 멀어지게 만든다. 따라서 메시아는 인간의 모든 행위에 영향을 받는다. 그는 이간에 의해 크고작은 모든 인간들에 의해 창조된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구원은 메시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는 각 개인들의 행위에서 집단적으로 민족의 행위에서 온다.(116P)


****어느 민족이든 영웅은 항상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 그런데 대중들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임시방편적인 작은 목표들을 재빨리 창안해 내어 구제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중들은 보래 저 나름의 길을 찾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 근접할 수 있는 이상에 자신들의 필요와 능력을 적응시킨다. 그러나 이상이 더 높은 곳에서 빛날수록 대중은 더욱 크게 향상되고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소소한 신들도 보이지 않는 존재의 장엄한 얼굴에 보다 더 근접하게 된다. (지중해 기행/117P)


****나는 천국의 문이 잠시 열리며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만의 천국, 이슬람교를 믿는 베두인족의 천국, 태양 아래 푸른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어린 낙타들과 암양들, 낙타 털로 만든 온갖 색상의 천막들, 바깥에는 적갈색 헤나와 먹으로 화장하고 양 볼에 연지를 찍고 발목과 팔에 은팔찌를 찬 여인들의 재잘거림, 음식에서는 김이 피어오른다. 우유와 쌀, 흰 빵, 대추야자, 한 주먹, 그리고 냉수 한 주전자. 천막 세 개가 다른 것들보다 유난히 크고 낙타 세 마리도 다른 놈들보다 재빠르며 여자 셋도 남들이 아름답다. (118P)


***시나이 수도원이 오디 덤불에 둘러싸인 채 마치 요새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여행의 목적지. 내 평생 이 순간을 얼마나 그려 왔던가. 마침내 고된 노동의 결실이 손에 들어온 지금,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기쁨을 만끽했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한 순간 되돌아가고픈 충동을 느꼈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기쁨이 얼마나 강렬한지 이 갈망의 결실을 수확하여 맛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꽃 피운 나무들의 향내가 실린 한 줄기 미풍이 불어왔다. 아몬드나무인 것 같았다. 내 영혼의 정상이 정복당하고 말았다. 기쁨과 달콤함을 받아들이려 하는 내면의 존재가 승리한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122P)


***지난 사흘동안 내가 마주친 것은 그와는 정반대의 얼굴이었다. 무섭고 암석으로 가득하고 꽃 한송이 피우지 못하는 얼굴.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이것이 진정한 신이다. 타오르는 불길, 인간의 바람대로 조각되지 않는 암석. 그런데 지금 나는 울타리에 기대어 꽃 만발한 과수원을 들여다보며 고행자들이 한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하느님은 한줄기 떨림이며, 조용한 눈물 한 방울이다” (123P)


****수도원 정원이 눈과 햇빛 속에 반짝인다. 올리브나무들이 나직하게 부스럭거리고 검은 이파리들 속에서 오렌지가 반짝이고 새카만 옷차림의 사이프러스들이 고행자처럼 고고하게 솟아 있다. 그리고 이모든 것들에 침투해 있는 기괴한 느낌. 곷 피운 아몬드나무의 향이 숨을 쉬듯 천천히 춤을 추듯 날아와 이방인의 코를 휘젓는다. 코뿐 아니라 이성까지 휘젓는다. (125P0


***나는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성채같은 수도원이 어떻게 그 오랜세월동안 이 평온한 봄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어느 봄날 무너져 버렸을 법도 하건만 강철같이 단단한 은자, 성 안토니우스의 말씀이 그 깊은 인간적 고뇌와 더불어 오랫동안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막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참새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마음은 예전과 같은 평온을 누릴 수 없다.”(125P)


***정상에 도착하자 나는 가슴이 뛰었다. 내 눈이 그런 광경을 즐겨보기는 난생처음이었다. 어스레한 짙은 청색의 산들과 함께 암석의 아라비아 전체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 너머로 풍요로운 아라비아의 바위투성이 담청색 산들과 터키옥처럼 반짝이는 청록색 바다가 보였다. (139P0


****바로 여기에서 절망한 혹은 당당한 누군가의 영혼이 절대적인 기쁨을 찾아낸다. (139P)


****과거를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고, 서글픈 열정에 푹 빠져 발길 닿는 곳마다 생명을 찾아내어 정지시키고 고정시키는 이 천진난만한 영혼을 지켜보자니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139P)


****호메로스의 자그만 책자를 들고 다니던 나는 마치 주님에게 심술부리고 싶은 사람처럼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그 긴 6보격 구절들을 큰소리로 읽었다. 그리스의 해안이 내 앞에 펼쳐지고 올림포스의 신들이 어른거렷다. 완전한 육신을 가진 여신들이 내려와 즐겁게 깔깔대고 지상의 사내들과 모을 합쳤다. 하지만 그 결하으로 탄생하는 것은 괴물과 마귀들이 아니라 영웅들이었다. (140P)


***산 전체에 기운이 배어있다. 이제 그것은 모새의 기운이 아니라 내 평생 지극히 사랑했던 소박한 노동자, 기어오르고스 조르바의 기운이다. 나에게 있어 그는 새로운 십게명을 들고 지금 막 시나이에서 내려오는 사람이다. (142P)


****누가 감히 나더러 밤낮으로 경의를 표하면서 푼돈이나 끌어모으는 우리의 사제에 비해 신과 덜 닮았다고 말할 수 있겠소?

신은 주연에 바지고 살인하고 불의를 범하오. 그도 나처럼 사랑하고 일하고 여자를 쫓아다니지.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아무 여자나 마음대로 취하오. (143P)


***모세스신부가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지금가지 20년을 지냈소. 무슨 일을 하느냐? 세상에 있을때 하던 일,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오. 그럼 똑같은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젆 똑같지가 않소. 이곳에서 나는 행복하지만 저쪽 세상에 있을 때는 그렇지 못해쓰니까. (146P)



****크레타의 한 마을에 사는 안드레아스 아저씨는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언젠가 이 안드레아스 아저시가 나에게 주인의 정의를 들려주었다.

“주인이란 전 세계를 여행하고 나서 권총을 움켜잡고 자살하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가지 살아오면서 느겼던 가장 처절한 공포는 바로 이것이다. 다른 땅과 다른 사람들을 알고 싶은 갈망, 그와 동시에 그들을 남겨둔 채 황급히 떠나버리고픈 갈망에 사로잡힐 때의 공포. 이 공포를 견뎌 내자면 대단한 힘과 초인적인 자제력이 요구된다. 포근하고 사사로운 일상 속에서 노예화된다. 사람과 사물들 속에 휘말려 절규한다. (159P0


****동이 트자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변함없이 신성한 리듬과 더불어 낮과 밤들이 지나갔다. 산세는 점점 험악해졌고 널따란 녹색 층들이 붉은 화강암 속에 박혀있었다. 우리는 자그만 샘과 마주쳤다. 샘 주위로 늘어선 등나무, 야자수, 사향나무들 사이로 물이 잠시 어른거렸다. (160P)


****우리 앞에 펼쳐진 그 막막하고 불그스름한 공간은 바다가 아니라 사막이었다. 맹렬한 바람이 사막을 휘저어 뜨거운 진홍색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는 숨을 멈추고 모래 폭풍 속으로 진입했다. 타에마의 노래도 멈추었다. 그는 하얀 버누스를 야무지게 몸에 두르고 길을 재촉햇다. (161P)


***수도원 별관 대문에 서 있는 테오도시오스 수도원장-사랑으로 사막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161P)


편지

***우리는 한 뼘의 땅을 위해 떼 지어 몰렸다가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지상의 전쟁과 사랑의 연극을 공연합니까? 도 누구를 위해 먹고, 일하고, 사상을 사랑하고, 울부짖고, 서로를 포옹하는 인간들을 흉내내는 것입니까? (166P)


*****인간의 영혼은 불꽃이 이는데도 타지 않는 떨기 수풀입니다. 어느 것도 그것을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아프리카 어느 전설에 나오는 작은 전갈과도 같습니다. 당신도 이 전갈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몬티타, 여행길 내내 녀석은 내 속에서 껑충껑충 뛰었답니다.

그 작은 전갈이 말했습니다. “나 작은 전갈은 결코 신의 이름에 호소하지 않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 고리로서 해낼 것이다.” (168p)


예루살렘


약속의 땅을 향하여

*****참배자들의 예루살렘으로 데려가고 있는 바다로 잔잔하고 하늘에 뜬 얇은 구름들은 신비스러운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리스의 해안선, 섬, 갈매기, 장난치는 돌고래, 배 삭구들 사이에서 퍼덕대며 끼룩거리는 작은 새들- 오늘은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특별한 따뜻함과 매력을 발산했다. (173p)


****검정 숄을 걸친 노파들이 회오에 젖어 고개를 가로젓고 한숨을 지어가며 열심히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순한 양처럼 조용히 계획해서 음식물을 씹어대면서 말이다. 이 소박한 가슴들 소에서 신은 다시 인간이 되고 있었다. 저 끔찍한 삽작에 다시 못박혀 또 한 번 인류를 구원하고 있었다. 여인들을 등진채 웅크리고 앉은 한 노인이 낭독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양치기용 지팡이에 새의 머리를 조각하고 있었다. (174P0


*****오늘날 인류의 의무는 무엇인가? 이것이 크나큰 고민이다. 지난날 신이 다오니소스, 야훼, 예수, 아리만(조로아스터의 악신), 브라만의 형상을 가졌다면 오늘날에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에 불과하다. 피와 눈물로 우리의 가슴을 비트는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 시대 신의 형상이다.(176P)


****오늘날의 대중이 공장에서 오두막에서 그리고 죄지은 마음속에서 빚어내는 신의 형상이 진정 그들을 장악하려면 그들 자신의 형상과 닮은꼴이어야 한다. 굶주림 속에 일하는 불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맞서 싸우는 노동자를 닮아 잇어야 한다. 신은 발에 양가죽 신을 신고 가죽 허리띠에 양날 도기를 찬 저 옛날의 아나톨리아니들 같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배고픈 부족을 이끌고 탐욕스러운 자들의 곳간을 약탈하고 성불구자들에게 속박된 하렘들을 강탈하는 칭기즈칸이 되어야 한다. (176P)


****자그만 격자창으로 멀리 탁 드린 전원을 내바보며 고뇌에 찬 여인의 한탄을 듣고 있자니,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 이여인은 그 남자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신에게 절규하며 묻어놓았던 슬픔과 한탄을 바다 위에 쏟아내고 있다. 바다가 그 심정을 선동한다. 신선한 녹색 풀은 어지러운 마음과 의문을 달래지만 바다는 그것을 깨워 일으킨다.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은 무감동했다. (177P)

****모래, 정원들, 미끈한 아랍여인들, 야생 무화과, 대추야자, 성도로 올라가는 자동차들이 요란하게 터널거린다. 사람들의 심장이 방망이질치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햇빛에 잠겨 흐르는 듯한 바위같이 무뚝뚝한 광경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선창들, 총안이 있는 흉벽들, 요새의 문들, 하얀 젤라바, 녹색과 붉은 색의 숄, 동방의 향신ㄹ 냄새, 썩은 과일 냄새와 사람 땀 냄새, 수천년 묵은 듯한 사나운 고함소리들, 무덤들 속에서 솟아오르는 유령들, 피로 물든 바위들이 모두 소생하면서 절규한다. (180P)


예루살렘

****교회는 기둥에 기어오르고 신도석에 걸터앉고 여자들 구역 위에 매달려 있는 숭배자들로 넘쳐난다. 흥분과 희열에 사로잡힌 모든 눈들이 교회 중앙의 자그만 덮개에 못 바겨있다. 총주교는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이제 몇 초 후면 거기에서 신성한 빛이 뛰쳐 나올 것이다. (183P)


***기도가 시작되고 종이 울리면서 온갖 색상의 머리들 위로 신성과 광란의 바람이 휩쓸고 간다. 나는 인간 십장의 전능함, 그 따뜻함을 다시 한 번 느긴다. 손들이 위를 향해 뻗고 춤추고 심장이 뛰면서 구세주를 향해 절규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허공을 곽 채운다. 이 교회에 사제들과 문명인들만 없었다면 농부들이 예수를 부활시켰을 것이다. 농부들은 허공에서 예수를 응축시켜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을 것이다. 그 예전처럼 관념이나 유령의 모습이 아닌 살과 목소리를 가진 형태로 말이다. 그에게 물고기와 꿀을 주어 먹게 했을 것이다. 들이 그를 만지면 두 손이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그가 걸으면 타일 바닥이 울렷을 것이다. (186P)


****인도의 어느 철학자가 말햇다. “신에게는 귀가 없었다. 신은 듣지를 못했다. 그러나 고통에 바진 인간이 절규하자 신은 마지못해 억지로 인간의 불행을 들어줄 귀를 만들어 냈다.”


*****총주교가 상체를 굽히고 홀로 성스러운 무덤의 거룩한 덮개로 들어갓다. 바다같은 군중이 전율하는 가운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들이 아기에게도 보여주려고 아기를 어깨 위로 들어올리고 농부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침을 주르르 흘리고 유럽인들도 발끝으로 서서 호기심 속에 지켜보았다. 일각일각이 우리의 머리 위로 둔탁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허공이 탱탱하게 긴장하여 북가죽처럼 찢어졋다. 그러던 어느 순간 성스러운 무덤의 나직한 문에서 난데없이 광채가 퍼져 나왓다. 총주교가 하얗게 불 밝힌 초들이 꽂힌 커다란 촛대를 들고 나타낫다. (186P)


파스카

****나는 기둥에 기대서서 그 여인의 알 수 없는 한탄에 한참 귀를 기울였다. 희망을 놓아버리고 바다를 향해 매끄러운 조약돌 위를 흘러가는 물줄기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깊은 감정으로 녹아내리는 그렇게 처절한 체념 속에 남자를 향해 흐르는 여인의 마음을 느껴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189P)


***내가 아토스 산에 간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활짝 꽃핀 황야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어둠이 내리거나 일몰의 순간에 나도 내 문간에서 주님을 맞이하고 싶었다. 자제할 수 없는 불길이 내 속에서 타올랐고 여자와 신과 사상들을 향한 형언할 수 없는 성욕이 솟구쳤다. 나는 그런 것들의 차이점을 느길 수 없었다. 나의 욕망들 중 어느 것도 견고한 형태를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89P)


****사랑과 침묵이야말로 창조의 순간에 신을 보조했던 태고의 힘들이다. 나는 사회라는 단조로운 쳇바퀴에서 멀리 떨어져 인간 가축 떼의 우리를 뛰쳐나와 이렇게 홀로 자유롭게 존재한다. 갇고 도 덜어도 태양과 바다와 암석들만 보인다. 내 뱃속이 마치 신의 위대한 나무에 달린 두 갈래로 짖겨진 잎사귀들처럼 흔들리는 것을 느긴다. (190P)


****처음 마주친 수도원으로 들어가 낡고 닿은 문턱을 넘어 바깥족 안뜰로 들어섰을 때 알 수 없는 따듯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주여! 나는 침묵 속에 외쳤다. 당신이 누구이든 나를 도와주소서! 내 정신이 기쁨과 행복을 초월하여 상승할 수 있도록! 지고의 만족을 추구하도록, 극기와 고통의 길을 따라가도록!”

어둑어둑하고 서늘한 교회는 성인과 천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둥 꼭대기마다 석조 비둘기들이 문자들과 양머리, 탐스러운 돌 포도송이를 매단 줄기들과 뒤얽혀 있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영기로 둘러싸인 느낌이엇다.

서늘한 어둠 속에서 성모 마리아의 연민과 슬픔에 찬 커다란 두 눈이 빛을 내고 향냄새 가득하고 어스레한 공중에서 그녀의 강인한 턱이 반짝거렸다. (191P)


****나는 나 자신을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었다. 상층과 하층,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영혼과 육체, 그리고 이 두 진영 사이에서 전쟁을 벌였다. 육신의 욕망들을 최대한 진압할 것이다. 나는 추론했다. 육신이 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깨어 잇을 것이다.

육신이 먹고 싶어하는가? 나는 단식할 것이다.

육신이 추워하는가? 나는 발가벗고 암석들 사이를 돌아다닐 것이다.

★★★ 카잔스키는 이곳에서 삼 개월간 단식을 했다. 지독한 사람이다. 자신의 정신적 상승을 위해서

나는 차츰차츰 더 높은 수준의 전리품을 목표로 정했다. 육체를 정복하고 나면 영혼으로 방향을 돌려 그것도 두 진영으로 나눌 것이다.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 인간의 측면과 신의 측면, 나는 소소한 지적 기쁨들-책, 예술, 논리, 학식-과 싸울 것이다. 기정사실로 공인된 미덕들-정의와 자비, 인내, 공경-과 싸울 것이다. (193P)



***내가 겪은 고통과 거기에서 오는 형언할 수 없는 달콤함을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게 석달이 지나자, 나는 단식과 고통으로 인해 일어설 수도 없게 되었다. 두 눈은 쑥 들어가고 귀에선 윙윙대는 소리가 나고 팔다리는 메뚜기의 팔다리처럼 변해버렸다. 그렇게 고통 속에서 밤이 가고 낮이 갔다.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내 속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난 떠날거야.”

나는 앙심을 품고 맞받아쳤다.

“너의 허락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 그래 난 떠날거야.” (194P)


**** “난 너와 함께 처박혀 있는 게 정말 지긋지긋해.“

“넌 누구지?”

“나는 네 뱃속에서 끝가지 자지 않고 지켜보는 눈이지. 네가 좋든 싫든. 네가 앞으로 나아가든 뒤로 물러나든 너의 파멸 속에서 너의 노예상태 속에서 냉혹하게 너와 함께 걸어가지!”

“난 널 원하지 않아! 나는 인간이야. 살과 진흙과 정신이 모두 하나로 합친 존재야. 그런데 지금 나의 모든 것이 심자응ㄴ 물론 이마와 그 위가지 모조리 불타오르고 있어! 고독은 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해. 에수는 더 이상 내 영혼을 구해 줄수 없어 준엄한 목소리가 나를 부리고 나는 그것을 다르지 나는 연극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따라서 관객도 필요없어. ”

“나는 너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야. 난 네 속에서 있어. 나는 너를 타고 가는 마부야. 다만 나는 소멸되지 않지만 너는 떠나게 되어 잇지. 물과 흙과 불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덧없는 노리개여!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나뿐이야!”

“대체 너는 누구지?”

“가엾은 인간, 그토록 오랜 세월 너와 함께해 온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목소리는 이렇게 조소하고 탄식하다 점차 사라졌다. (194P)


오마르의 모스크

*****기독교적 이상을 받들어 지상을 경멸하고 지상을떠나왔건만 이 오마르의 모스크가 흙으로 내 마음을 위로하고 화해시킨다. 햇빛 속에서 찬란하게 즐거움에 가득 차 온갖 색상으로 반짝이는 모스크가 마치 거대한 수컷 공작새 같다. (196P)


****저 너머로 모아브 산맥이 부드러운 기운을 내붐고 있다. 산들이 가만히, 어른어른 흔들거리다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바로 앞에 있는 목마른 올리브 산은 바싹 말라 먼지로 덮여있고 그 밑으로 타오르는 햇볕에 부식된 도시가 펼쳐진다. 검은 색 창구멍들을 가진 민둥민둥한 도시의 가옥들은 마치 두개골 같다. (196P)


***나는 완전히 매료돈 채 다가갔다. 화환나처럼 엮인 아라비아 문자들이 코란의 금언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들이 서로 얽혀 포도덩굴처럼 기둥을 기어오르고 둥근 지붕을 장악하며 만발해 있었다. 그들은 이게 지상에 만발한 야생 포도밭 속에서 신을 포옹하고 사로잡았다. (197P)


****문턱을 넘어 다채롭고 신비로운 신전의 그늘 속으로 들어서자 눈이 시원해졌다. 쨍쨍한 햇빛 속에 있다 들어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 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어떤 감미로운이 위에서 쏟아지면서 마치 목욕물처럼 긴장을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내 육신을 공이어 내 정신을 나는 기븜과 기대감으로 전율하며 게속 걸어갓다. 독실한 이슬람교도가 사후의 암흑속을 그리고 정당한 보상으로 받은 시원한 낙원을 걸어갈 때의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듯 싶다. (197P)


*****예수는 명령한다. “지상과 지상의부를 경멸하라. 저 현상 너머에 본질이 있고 이 덧없는 삶 너머에 영생이 반짝인다.”

아폴론은 대리석 위에 굳건하게 서서 명령한다. ‘네 마음을 지상과 조화시키라. 하루살이 같지만 견고한 사물의 질서 속에서 차분하게 기쁨을 누려라. 네 정신의 조화 너머에는 혼돈뿐이다.“

깊고 유혹적익 뱀같은 눈을 가진 붓다는 입에 손가락을 넣고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리를 혼돈 속으로 끌어당긴다. (199P)


***냉정한 정신과 타오르는 상상력, 기하학적 견고함과 정확성, 열망의 신비한 불꽃을 넘어서지 않고 그 안ㅇ 머무르는 것. 나도 신자처럼 모스크의 둥근 천장을 오래 응시한다. 아랍인들의 장난기가 동물과 식물들을 장식으로 바꾸고 장식들을 문자로 바꾸면서 신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치 왕궁 정원의 무성한 잎사귀들 사이로 군주를 보듯 신을 본다. (199P)


****단테도 이러햇으리라. 지친 나머지 따뜻한 지상의 포옹에 굴복하려는 순간, 베아트리체의 고결하고 거룩한 표정이 그의 마음에 떠올랐으리라. (199P)


***나는 모스크의 서늘한 귀퉁이에 앉아 나읨 hems 희열이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삶이 갑갑하고 무거워졌다. 현대의 매 순간은 기쁨으로도 슬픔으로도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지나가버린다. 우리는 순간들을 거칠게 밀쳐내 버린다. 어서 빨리 다음 순간을 보려고. (201P0


약속의 땅

***이윽고 해가 졋다.  아프로디테의 별과 아스타르테가 dpt 유대의 검푸른 산맥 위에 걸려 반짝엿다. 랍비들이 이만하면 흡죽하다는 듯 책을 덮였다. 그들은 줄지어 자리를 뜨면서 늙은 손으로 천천히, 더듬더듬 통곡의 벽을 어루만졌다. (209P)


****사람도 살지 않고 새 한 마리 푸른 잎사귀 하나도 보기 힘든 이 잿빛 산야를 지나가노라면 가벼운 광기의 푸르스름한 섬광이 사람의 정신을 뜨겁게 핥아댄다. 머리 위에서 퍼덕대는 배고픈 까마귀의 난데없는 울음이나 밤이 되어 모래 속을 파고드는 자칼들의 가까운 울부짖음이 전부이다. (210P)


***오늘날 히브리 민족이 득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소. 모든 조화의 파열이야말로 이 민족의 본질 그 자체니까. 최고 지성들과 행동파 지도자들이 유대인인 이유도 여기에 잇소. (217P)


키프로스

아프로디테의 섬

***키프로스는 과연 아프로디테의 고향 땅이다. 이처럼 아슬아슬하고 감미로운 설득력으로 충만한 공기를 호흡해 본 적도 없다. 해가 지고 바다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오후, 가벼운 나른함이 나를 덮친다.

졸음과 달콤함, 어린아이들이 재스민을 한 아름 든 채 해변으로 쏟아져 나오고 소형범선들이 바다에서 자우로 가볍게 흔들릴 때 내 마음은 속박에서 풀려나 판메모스 아프로디테처럼 몸을 내맡긴다. (221P)


****다른 곳에서는 간혹 무기력한 순간들에나 느낄 수 있는 것을 여기에서는 귾임벗이 느끼며 산다. 당신이 천천히 느기는 사이 그것은 마치 재스민 향기처럼 깊숙이 침투한다. “생각은 삶의 방향과 반대로 가는 노력이다. 영혼의 고양, 정신의 각성, 높은 것을 향한 돌격, 이 모든 것들이 신의 의지에 반하는 조상 전래의 큰 죄악들이다. (221P)


****변화무쌍하지만 소멸되지 않는 저 액체 성분의 포말에서 아프로디테라는 여인의 신비한 가면이 탄생한 현장으로. (222P)


****헤아릴 수 없이 심오한 존재의 숨결은 인간보다도 동물과 식물들ㅇ게 더 자명하다. 그들은 그 위대한 절규를 온몸으로 충실하게 따른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과 죽음은 동일한 것이다. 머리도 가슴도 없이. 생명의 출산으 통해 죽음을 이기려고 몸부림치는 벌레들을 볼 때 우리는 우리 안에도 똑같은 절규가 들어있음을 경외감 속에 인정한다. 그 현기증, 죽음의 확실성, 그러나 그 위에는 기쁨이 있다. 죽음에 깃든 광기와 여원불멸을 향한 돌진이 있다. (228P)



내가 저자라면

<지중해 기행> 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뛴다. 짙푸른 바다 풍광이 떠오르면서 낭만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지중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감각적이고 비주얼한 여행서가 넘쳐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다. 이 책은 얕지만 카잔스키의 철학과 신념이 담긴 기행집이다.

 이 책엔 동양의 지중해-이탈리아, 시나이, 예루살렘, 키프러스를- 여행하고 쓴 책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예루살램을 여행하면서 프로드로모스 수도원에서 3개월간 단식을 한 것이다. 여행 중에 단식을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독자들의 이해와 인정을 구하지도 않지만 카잔스키는 “기정사실로 공인된 미덕들-정의와 자비, 인내, 공경-과 싸울 것이다.”라고 했다. 일차 세계대전전후는 참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열강들의 각축전으로 약소국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게 정국에 대해 가연 악은 정말 악인지, 선은 정말 선인지를 따져보고 싶은 것이 카잔스키이다. 

   카잔스키는 단식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었다. 상층과 하층,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영혼과 육체, 그리고 이 두 진영 사이에서 전쟁을 벌였다. 육신의 욕망들을 최대한 진압할 것이다. 나는 추론했다. 육신이 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깨어 잇을 것이다.

육신이 먹고 싶어하는가? 나는 단식할 것이다. 육신이 추워하는가? 나는 발가벗고 암석들 사이를 돌아다닐 것이다.”


<지중해 기행>은 일인칭 화법으로 Tm인 직선적이고 독창적이고 신선한 기행집이다. 기록들에는 예리한 역사의식과 함께 꾸밈없고 생생한 저자의 느낌들이 담겨있다. 그는 당면 현실에 대한 그의 설명이 ,역사적 필연>의 맥락을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마주치는 땅과 사람들을 포괄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의 연속선상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빚어내고 다가올 시대(혁명의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카잔차키스에게 있어 여행은 창조적 영감이 원천이었고, 그것을 필요불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치를 다질 수 없는 귀중한 원천이었다.’ 나에게도 역시 여행은 문학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카잔차키스는 이 책에서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묘사햇으며 자신의 관심사인 종교부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기행집이라 그런지 스쳐지나가듯 가볍게 묘사한 부분이 독자입장에서는 아쉽기는 해도 기행집이라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구 세계의 정신적 어머니 헬레니즘 속에서 태어난 그는 청년시절부터 여러 나라를 편력하며 철학과 문학, 예술 등 세상을 폭넓게 흡수했지만 특정 사상이나 종교에 안주하지 못한 채 평생 영혼의 갈등을 채우고자 몸부림쳤다. 카잔스키는 격동과 파란의 20세기 전반기를 동시대인들과 함께 고뇌한 현실적 지식인인 동시에 절대적 자유를 추구한 구도자였기에 그에 대한 추앙은 지금까지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

작가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시대정신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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