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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 05시 37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로 불림. 불꽃같은 정열과 격렬한 필치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힘. 그는 생전에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나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유화가 한 점이고 헤이그풍경을 담은 열두 점의 스케치를 그려서 20길더 를 받은 사실이 있다.

 

1853.3.30 네덜란드 브라반트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그루트 준더르트에서 엄격하고 보수적인 칼뱅파 목사 테오도루스 반 고흐와 온화한 성품의 안나 코르넬리아 카르벤투스 사이의 맏아들로 태어남. 어릴때 그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가족의 환경이 그림과 인연을 만들어 줌. 숙부 세 사람이 모두 화상畵商인 관계로 18697월부터 구필화랑의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됨.

 

1869(16)~1875년까지 미술품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함. 18728월 같은 일을 하게 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편지 왕래가 시작. 18736월 구필 화랑 런던지점으로 옮김. 이 무렵 19세의 하숙집 딸 유제니 로이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고 충격을 받음. 1875 5월 파리 본점으로 옮긴 그는 성서를 탐독하기 시작함. 이를 계기로 종교에 몰입함. 종교에 몰입하게 된 그는 미술품거래를 혐오하게 되고 고객과 동료직원들과 사이가 나빠져 1876 3월말 직장에서 해고됨. 부모 곁 에텐으로 감. 그 동안 기숙학교의 무보수 견습교사. 서점직원으로 전전함.

 

1877(24)에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공부를 하기도 함. 5월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갔지만 신에 대한 이론적 학습과 실제로 복음을 전파하려는 갈망 사이에서 방황함. 18877월 신학공부를 그만둔 그는 전도사가 되어 가난한 광부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벨기에의 탄광지역인 보리나주로 감. 그의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와 광적인 신앙심, 가난한 사람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인해 다른 종교인들과 마찰을 빚게 되고 힘든 생활을 이어감. 1987년 여름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어 테오에게 데생기법에 대한 책과 물감을 보내달라고 부탁함. 18814월 부모 곁으로 돌아온 고흐는 모델을 두고 하루 종일 인물데생에 몰두한다. 그 해 여름 사촌 케이에게 연정을 느껴 구혼. 거절당한다. 외숙부의 딸인 그녀는 미망인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케이의 거절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를 계기로 가족, 친척들과 갈등을 겪는다. 그 해 12월초 고흐는 에텐을 떠난다. 가축그림과 수채화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안톤 모베에게 수채화와 유화의 원리를 배우기 위해 헤이그로 향한다. 모베는 고흐에게 정물화를 그리게 한다. 그는 난생처음 화가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었으며 화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하다. 짐을 가지러 에텐에 들렀을 때 아버지와 언쟁을 벌임. 이유는 성탄절에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 발단이 됨.

 

1881(28) 12월에 화가로의 삶을 시작. 그가 전업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테오는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함. 18821월 모베와 구필 화랑의 지점장이던 테르스테이흐의 도움으로 헤이그에 아틀리에를 얻어 정착. 당시 상시에가 쓴 밀레의 전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농촌생활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함. 고흐는 죽는 날까지 밀레의 전기를 진정한 예술의 길잡이로 여겼다. 이 즈음에 그는 시엔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어 집으로 데려온다. 알콜중독자에 매독환자인 불행한 매춘녀인 시엔으로 회복되던 가족과의 관계가 다시 금이 가고 모베, 테르스테이흐와도 절교하게된다. 고흐는 당시 동생인 테오도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싸였으나 동생은 그가 죽는 날까지 곁을 지킨다. 다른 화가들과의 관계를 끊고 작업을 하던 그는 18827월 처음으로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화도 시작한다(고흐 29). 11월에는 처음으로 석판화를 제작함.

 

1883 9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고흐는 시엔과 헤어지고 드렌테로 간다. 시엔과 그녀의 아이를 버렸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곳에서 예술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황무지, 석탄구덩이의 작은집, 마을과 일하는 농부들을 그렸다. 드렌테 풍경은 마음에 들었지만 작업조건은 열락한 상태였다. 유화나 데생재료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테오의 경제적인 형편도 불투명했다. 고독을 견디지 못한 그는 석달 후  누에넨 있는 가족에게 돌아갔지만 부모와의 관계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면서 상황이 조금씩 좋아졌고 목사관 창고에 아틀리에를 마련하여 그림과 독서에 열중하게 됨. 1884 1,2월에는 직조공과 풍경을 소재로 유화와 수채화를 많이 그렸다. 그 해 여름 마르고트(10살 연상)와 사귀면서 결혼을 생각했으나 그녀 가족의 반대로 수포에 돌아감. 1885(고흐32)326일 아버지가 목사관 정문에서 쓰러진 후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큰 슬픔이 되었다. 4월말 [감자먹는 사람들]을 그림. 이것은 그가 처음 시도해보는 대규모 구성작품이었다. 어두운 색조를 띠고 있는 이 그림 이후로 밝은 색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188511월 도시풍경과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하려는 희망을 품고 앤트워프(지금의 안트웨르팬)로 떠난다. 떠들썩한 항구의 풍경이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듬해 1월 앤트워프의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 신경과민 증세가 심해져 2월이 끝나기 전에 그곳을 떠난다. 파리에 온 고흐는 탕기 영감이 운영하던 클로젤 거리의 그림물감 상점에서 툴루즈 로트레크, 앙크탱, 베르나르, 러셀 들을 만난다. 이들은 코르몽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4월에 이들과 합류하면서 인상주의 회화의 의미를 알게 된다. 넉 달 만에 화실을 떠나 여름에는 색을 다루는 연습을 위해 꽃을 다룬 정물화 연작을 그린다.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화풍에 변화가 생겼고 한때 점묘파의 기법에 심취하기도 한다. 베르나르와 가깝게 지내던 고흐는 클리시 거리에 있는 포세라는 대중식당에서 그와 함께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식당의 주인과 다투는 바람에 탬버랭이라는 선술집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그 선술집의 주인이며 이탈리아 화가의 모델이었던 세가토리와 사귀었지만 곧 헤어진다. 6월 뱅 화랑에 전시된 일본 그림에 강한충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그의 그림의 색채는 더 밝아지고 양식도 많이 변한다. 11월에는 샬레 레스토랑에서 [프티 불르바르의 인상파 화가들]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의 작품과 함께 앙크탱, 베르나르, 드코닝, 툴루즈 로트레크 등의 작품을 전시했고 이 전시회를 통해 고갱, 기요맹, 쇠라등을 알게 된다. 파리에 온지 16개월이 지나자 이 도시에 염증을 느끼게 되어 더 많은 빛과 색을 찾아 남프랑스의 아를로 떠난다. 파리에서 고흐는 자화상, 정물화, 몽마르트르 풍경등 2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다.

 

1888 220일 아를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는 꽃이 핀 과일나무 연작을 그렸다. 1880년대말 모네가 여러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을 그렸던 것처럼 고흐도 꽃나무 그림을 각각 분리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연작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했다. 3월말에는 처음으로 그의 작품이 파리 앵데팡당살롱전[관선의 살롱에 대항하여 신파 화가들이 1884년에 창립한 전람회]에 다른 인상파 화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다. 아를에 와서도 테오를 통해 파리에 있는 젊은 화가들과 편지를 주고받던 고흐는 노란집을 아틀리에로 꾸며서 화가 공동체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하고 그 일환으로 고갱을 초대했다. 916일 고흐는 고갱이 와주기를 기대하며 노란집으로 이사했고 1023일 도착한 고갱과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작업에 몰두하여 많은 그림을 그렸으나 12월에 들어 예술에 대한 견해차이로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심해졌고 1223일 고갱과 심하게 다툰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 이에 위협을 느낀 고갱은 급히 파리로 떠났고 고흐는 2주 동안 병원신세를 진다. 18891월 회복한 그는 노란집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환각증상이 나타났고 그를 불안하게 여긴 주민들의 고발로 3월말까지 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417일 동생 테오는 결혼을 하고 아를 시절의 고흐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200여점에 이르는 그림을 그린다.

 

18895월 프로방스의 생레미에 있는 생폴 드 무솔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닥터 레이가 그를 맞아주었고 당시 고흐는 끝모를 죄책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해 9월에 파리 앵데팡당 살롱전에 <별이 빛나는 밤> <붓꽃> 두 점이 전시되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료 화가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테오의 집, 탕기 영감의 미술용품 가게에도 전시되었다. 그러나 고흐는 연말 일주일이나 계속된 발작으로 심한 고통을 받으며 발작이 진정되면 그림을 그리곤 하는 모습이 되었다. 1890 1 18일 브뤼셀의 20위전에 그의 유화 여섯 점이 전시되었고 권위 있는 평론가 알베르 오리에르의 지극히 호의적인 평론[고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르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 실렸다. 20위전에 전시되었던 <붉은 포도밭>이 안나 보흐라는 사람에게 400프랑에 팔렸다. 이는 고흐생전에 유일하게 팔린 유화작품이다.

 

1890131일 테오에게 아들이 테어났다. 테오는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 윌렘 반 고흐라는 이름을 지었다. 고흐의 간질성 발작은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생레미 요양원의 생활을 견딜 수 없었던 고흐는 테오의 권유로 파리의 피갈8번지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그해 5 17일이었다. 그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으려 했고 다시 떠나기로 한다. 의사이자 화가이며 피사로와 폴 세잔의 친구인 폴 페르디낭 가셰가 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였다. 이곳에서 고흐는 라부 여인숙에 방을 얻어 살면서 닥터 가셰의 치료를 받았다. 6월말 파리를 방문했던 고흐는 테오와 돈 문제로 다투고 오베르로 돌아왔다. 그후 그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의 교회>를 그렸다.

 

1890(고흐37) 7 27일 다락방의 침대 위에 피를 흘리고 누워 있는 그를 라부의 가족이 발견한다. 다음날 파리에 있던 테오는 가셰의 편지를 받고 오베르로 왔다. 형제는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날 밤 고흐는 의식을 잃고 729 0130분 동생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730일 테오, 베르나르, 탕기 영감. 가셰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베르의 묘지에 묻혔다. 8월에는 테오가 베르나르의 도움으로 몽마르트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고흐 추모전을 열었다.

 

고흐가 죽은지 6개월후인 1891125일 건강이 악화된 테오는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에서 숨을 거두었다.

(테오나이 33)

 

고흐의 서간집이 출간된 1914년에 테오의 유해는 형의 무덤 옆에 안치됨.

 

그의 작품은 모두 879점의 그림을 남김.

 

동생 테오, 어머니 여동생 윌. 동료화가 고갱, 베르나르등에게 보낸 편지들이 남아있다. 그 중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668통에 이른다. 이 책(영혼의 편지)은 그 중에서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잘 보여주는 편지를 선별하여 묶은 것임. 역자(신성림)은 고흐를 천재도 순교자도 광인도 아닌 고민하고 노력하는 소박한 화가라고 칭한다.

 

참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역자 신성림. 예담

 

[나의 의견]

 

인간의 형태로 세상에 와서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은 몇 안 된다. 천재성을 발휘한 이들은 그 중에도 더더욱 적다. 그들 중에서도 고흐만큼 사랑을 받은 작가도 없다. 살아 생전에 그가 받은 고통을 보상하기라고 하듯이. 우리말에 "살만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죽음이 가까이오기 시작한 그 즈음에 점차 인정을 받게 되지만 그는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왔다갔다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돌아온 정신줄을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한다. 짧은 생애 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난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교과서를 본듯하다. 물론 내 기준의 교과서이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말을 거는 일. 그것에 충실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이다. 감당하기에 벅찬 현실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림이었다. 또 그의 곁에는 그 짐을 나누어지고 살다간 동생이 있었다. 무엇이 그들 형제에게 그 짐을 감내할 힘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화상이었기에 화가의 영혼을 알아보고 위로하고 곁을 지킬 수 있었던 테오의 아픔도 전달된다. 초기 그의 작품은 선이 분명하고 자연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그림이 위주였다면 후기로 갈수록 사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람의 영혼을 그려내려고 혼 힘을 쏟아낸 작품들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고민한 흔적들. 꽃과 나무 사람 태양과 바람 사이프러스나무 밀밭 그의 곁에서 모델이 되어 주었던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감사하게 되는 글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옮긴이의 말 '천재' '순교자' '광인'도 아닌, 고민하고 노력하는 소박한 화가

 

새장에 갇힌 새

화가 입문 이전부터 보리나주까지

18728-18814

 

13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14 죽은 듯 무심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게 얼마나 좋으냐. 정말 죽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우리 두 사람 모두 아직은 산 자의 땅에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너와 함께 산택을 하니 예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삶은 좋은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 인 것 같다.

 

15 내가 펌프나 가로등의 기둥처럼 돌이나 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다정하고 애정 어린 관계나 친밀한 우정이 필요하다.

 

새들에게 털갈이 계절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신의 깃털을 잃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지.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실패를 거듭하는 불행하고 힘겨운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털갈이 계절이 있기에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으므로 이 변화의 시기에 애착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지. 그리 유쾌한 일도 재미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18 이를테면 빵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책에 대해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정신을 고양하고 탐구할 필요를 느낀다.

 

19 나는 향수병에 굴복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네 나라, 네 모국은 도처에 존재한다고. 그래서 절망에 무릎을 꿇는 대신 적극적인 멜랑콜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슬픔 때문에 방황하게 되는 절망적인 멜랑콜리 대신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맬랑콜리를 택한 것이다. 그후 진지하게 독서에 몰두했다. 성경, 미슐레의 [프랑스혁명] 지난 겨울에는 셰익스피어와 빅토를 위고의 책, 그리고 디틴스와 스토, 최근에는 아이스킬로스와 좀 덜 고전적인 여러 작가들, 마이너 계열의 위해 단장....파브리티위스와 비다가 그 마이너 계열의 작가들에 포함되어 있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일에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처럼 그렇게 하는 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고독을 보장해 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고독이 너를 일에 몰두하게 하고, 네 생각 전부를 차지하면서, 꿈꾸고 생각에 잠기게 할 것이다. 지난 5년 가량의 세월 동안, 나는 안정된 직장 없이 늘 궁지에 몰린 채 방황해왔다. 너는 내가 그 동안 뒷걸음질만 치면서 나약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생각이 옳을까? 나도 이따금 밥벌이란 걸 했다. 그렇지 못할 때는 친구들이 선의를 베풀어 도와주었지. 좋든 싫든 얻을 수 있는 것을 취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 왔다. 내가 많은 사람의 신뢰를 잃었다는 건 맞는 말이다. 경제적인 형편도 좋지 않은 게 사실이고, 내 미래가 처량한 것도 부인할 수 없고,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맞다. 생계 유지를 위해 노력했어야 할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공부도 상당히 허술하고 빈약하며, 필요한 것을 모두 구하기에는 내가 가진 수단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옳다고 해서 내가 점점 퇴보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바로 나올 수 있는 것이냐?

 

20 왜 대학을 끝까지 마치지 않았느냐고, 왜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계속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그 문제라면 학비가 너무 비싸다는 대답밖에는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지금 내가 택한 길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했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21 이 모든 걸 고백하는 이유는 불평을 하기 위해서도, 변명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나의 기억을 너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나의 내면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굳이 변한 것을 말하자면, 당시에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22 어쩌면 네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밖에.

 

24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단지 실행할 수 없을 뿐이다. 그게 뭘까? 잘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는 알고 있어서 혼자 중얼거린다. '다른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운다.' 그러고는 자기 머리를 새장 창살에 찧어댄다. 그래도 새장 문이 열리지 않고, 새는 고통으로 미쳐간다. "저런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고." 지나가는 다른 새가 말한다. 얼마나 게으르냐고. 그러나 갇힌 새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박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잘하고 있고 햇빛을 받을 때면 꽤 즐거워 보인다. 자신의 처지를 새장에 갇힌 새와 동일시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에는 죽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이라는 그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그가 보인다.

 

25 본의 아니게 쓸모 없는 사람들이란 바로 새장에 갇힌 새와 비슷하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에텐에서

18814-188112

 

31 단지, 관계가 달라질 필요가 있을 때의 진정한 해결책은 오랜 우정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바꿀 수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33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그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을 테지.

 

34 계속해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

마침내 그녀도 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까지

그녀가 사라질수록 그녀는 더 자주 나타난다.

 

35 봄이 되면 종달새는 울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게 전부 아니겠니.

 

36 그림 몇 점을 보낸다. 네가 그걸 보면 하이케[브라반트 북부에 있는 에텐 근방의 마을]의 풍경을 떠올릴 거다. 그런데 이제는 제발 솔직하게 말해 다오. 왜 내 그림은 팔리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그림을 팔 수 있을까?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 "절대 안 된다"는 대답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갈 경비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아프다. 절대 너는 안 된다. 를 확인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그래서 그림을 팔아야 한다. 고흐의 글에는 돌려 말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탁월함이 있다.

 

37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면 익사할 위험이 크다고 말하지만, 나는 부인한다. 그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험의 한가운데에 안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38 상상이나 현실 속의 교회의 벽을 생각하면 냉기를 느낀다. 영혼까지 스며드는 그런 냉기를, 그런 치명적인 감정에 압도되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 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무언가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도 여자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사랑하는 여자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다.

 

40 그림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요즘, 작업을 방치해 둔 채 감상에 젖거나 낙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봄에 딸기를 먹는 일도 인생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건1년 가운데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고, 지금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조용한 싸움

헤이그에서

 188112-18839

 

 

44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50 내가 풍경을 그릴 때도 그 속에는 늘 사람의 흔적이 있다.

 

59 그녀에게 특별하나 점은 없다. 그저 평범한 여자거든.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숭고하게 보인다.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에게 사랑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인생이 아무리 어둡다 해도.

 

60 내가 깊은 좌절을 이겨내고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64 인문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고뇌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금 사람.....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이 야망은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원한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왔고, 열정이 아니라 평온한 느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끈질기다'는 표현은, 일차적으로 쉼 없는 노동을 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자신의 견해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65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은 자연의 말이지 화가의 말이 아니거든.

 

67 지붕과 지붕의 선이 엮어내는 굴곡과 그 사이에 자라는 풀들을 바라본다.

 

그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림 이외의 어떤 것에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69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 자신을 억제할 수 없고, 손을 뗄 수도, 잠시 쉴 수도 없었다.

 

70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면 몸을 사려서는 안 될 테니까. 잠시 탈진해서 보내는 시기가 올지라도 그건 곧 지나갈 테고, 마치 농부가 직물을 수확하듯 아주 자연스럽게 많은 작품을 얻게 될 것이다.

 

71 바람이 어찌나 사납게 불던지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주변에 온통 모래가 날 려서 잘 볼 수도 없었지. 하지만 모래언덕 뒤의 작은 여인숙에 가서 자리를 잡은 후 모래를 털어내고 바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다시 바다를 바라보기 위해 해변으로 돌아오면서 말이다. 그 덕분에 집에 추억거리를 가지고 올 수 있었는데, 그 추억거리에 감기도 딸려 있더구나. 다시 감기에 걸려서 며칠 간은 집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

 

72 처음부터 경솔하게 유화에 뛰어들어 기술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아무런 발전 없이 비싼 도구만 쓰다 망쳐버려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의 슬픈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처음부터 성가신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73 더러운 비누거품 같은 색으로 일렁이던 바다 끝에 작은 고기잡이배가 하나 있었고 어둠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인물 몇몇이 아주 작게 보였다.

 

74 비가 내렸지만 기름 먹인 종이에 그것을 다시 그리기도 했다. 원하는 만큼 잘 그리려면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겠지만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온 세상이 비에 젖어 있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가 오기 전에도, 비가 올 때도, 그리고 비가 온 후에도, 비 내리는 날에는 꼭 그림을 그려야겠다.

 

78 너무 일찍 싹을 틔운 풀이 모진 서리를 견디지 못하고 뿌리까지 얼어서 시들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자신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고, 자신이 넌더리 내고 싫어하는 오락을 계속했다. 그의 삶에서 공감하는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밀레나 루소 도비니의 전기를 읽는 쪽이 더 유익한 것 같다. 빌더스의 책이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과는 달리 상시에가 밀레에 대해 쓴 책을 읽으면 용기를 얻게 된다. 밀레의 편지에도 늘 그가 봉착한 여러 문제가 보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러저러한 일을 꼭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일을 해 나갔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다.

 

79 무엇보다 내가 돈 버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그 목적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니겠니. 참되고 가치 있는 작품을 그리는 게 가장 기본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되려면 작품이 팔릴 수 있을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작업할 것이 아니라, 작품에 정말 훌륭한 어떤 것이 들어 있어야 할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정직한 탐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80 나의 목표는 더 엄밀하고 강렬한 표현을 하는 것이다.

 

81 그래도 너무 비싸다. 네가 이른 시일에 얼마라도 보내줬으면 한다.

거의 매번 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돈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같다. 너를 볼 면목이 없다. 그래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등등등등등...그의 고뇌가 느껴진다.

 

84 어린 나무들이 대지 위에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 나무들부터 칠하기 시작했는데, 바탕이 되는 대지는 이미 두텁게 칠해두었기 때문에 한 번의 붓질로 나무들이 대지 속에 뿌리를 내리게 만들었다. 뿌리와 줄기는 튜브에서 짜내면서 바로 모양을 만들고 약간의 붓질로 다듬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나무들이 그림 속에 서 있다. 그림 안에서 솟아오르고, 그림 속에 강하게 뿌리내리고 서 있다.

 

85 기억 속에는 낮에 본 장관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도저히 그 그림에 만족할 수 없었다.

 

86 너의 변함없는 도움에 말로 다 하지 못할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은 네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더욱더 내 그림이 활기 있고 진지하고 강렬하게 되어 너에게 빨리 기쁨을 주고 싶다.

 

내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은데, 너는 어떠냐? 내 치료법이 너에게도 통하리라 생각하는데, 그건 툭 트인 야외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잘 지낸다. 피곤할 때도 더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식사를 간소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주된 치료법은 그림이다.

세속의 기준으로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물론 힘들게 처절하게 아프게 살다간 천재는 맞는데 그래도 좋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행복한 삶도 살았다. 사랑을 알고 무엇이 자신을 구원해주는 것인지도 알았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재능도 가지고 있는 삶이었다. 진정으로 부럽다.

 

바다 풍경을 담은 스케치에는 황금색조의 부드러운 느낌이 있고, 숲 그림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띤다. 인생에 이 들 모두 존재한다는 게 다행스럽다.

 

87 대부분 왜소한 노파들이었는데, 하는 일과 생활수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발버둥치켜 간싢히 버텨왔다는 게 확연히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무리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어서 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복권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과 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그렇지 않겠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자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 보렴.

 

88 자연이 우리에게 말 걸기를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고 했지?

 

89 초원이나 구름을 그리는 일보다 인간 존재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생각하게 만들며, 직접적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기 때문이다.

 

91 규칙은 지켜졌을 때에만 인정받을 수 있고 가치가 있다. 깊이 생각하고 늘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은, 그런 자세가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다양한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93 규칙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규칙을 통해서도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지만, 네가 언급한 사람들은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하면서 산다면 위대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일이란 그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서 이루어진다.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니?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결코 우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94 이곳의 풍경은 한 편의 시와 같지만 종이에 옮기는 일은 그냥 바라보는 것처럼 쉽지 않다.

 

95 사랑에 빠지면 태양이 더 환하게 비추고 모든 것이 새로운 매력을 갖고 다가온다. 깊은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데, 그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난 사랑이 명확한 사고를 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랑할 때 더 분명하게 생각하고 이전보다 더 활동적이 되거든.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물론 그 외양은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 전과 후의 모습은 마치 불 꺼진 램프와 타오르고 있는 램프만큼이나 다르다. 어느 쪽이든 램프는 거기 존재하는 것이고 그게 좋은 램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램프는 빛을 발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램프의 기능 아니냐. 그리고 사랑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자기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 되어간다. 늙고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세상에는 '더 많은 것을 원하면서 모든 것을 잃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촛불을 끌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미리 소화기를 들이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97 모든 사람이 모델을 알아보게 될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다.

 

쉽게 말해 내가 그리려는 대상은 아버지의 초상이 아니라 병자를 방문하러 가는 가난한 시골마을의 전형적인 목사다.

 

98 인물을 잘 표현하는 일은 얼굴 생김새를 닮게 그리는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얼굴 표현은 정말이지 싫다.

 

99 고난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릴 마음은 없다. 내가 더 오래 살든 짧게 살든, 그건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어느 정도 양의 작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만 알뿐, 다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니까. 그러나 될 수 있으면 정기적으로, 집중하면서, 핵심에 접근해서, 완벽한 평온과 안정 속에서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 빛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100 나는 내 그림을 제각기 다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그걸 모두 합칠 때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드렌테, 누에넨에서

18839-188511

 

103 내 경험에 비추어 가정생활의 즐거움과 슬픔을 그리고 싶기 때문에, 그 생활을 맛보고 싶다. 암스테르담을 떠날 때는 내 사랑이, 그토록 순수하고 강했던 사랑이 문자 그대로 죽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한 후에는 죽은 자로부터 일어나게 된다.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105 끝없이 단조롭게 펼쳐진 검은 땅, 라일락색과 흰색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 하늘, 대지는 틀 속에 넣어 짜내기라도 하듯 어린 곡물을 키워낸다. 그것이 드렌테의 비옥한 토지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듯 흐릿하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조용한 기쁨이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본능적으로(의식적으로라고는 말하지 않겠다)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덩치가 크고, 털이 많으며, 집 안에 지저분한 발로 드나들 게 분명한 개를 집에 두기 망설이는 것처럼 나를 집에 들이는 걸 꺼려 한다. 그래, 그 개는 모든 사람에게 걸리적거리고, 짓는 소리도 아주 큰, 불결한 짐승이다. 그래 좋다. 그러나 그 짐승은 사람의 내력이 있고 사람의 영혼이 있다. 게다가 다른 개와는 달리 아주 예민해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106 개는 이곳에 돌아온걸 후회한다. 그들이 친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황야를 떠돌 때도 이 집에서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불쌍한 짐승이 돌아온 것은 생각이 모자란 탓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1883.12.15

 

자신이 거두었던 시엔과 그의 아이를 버렸다는 자책감을 떨치지 못한 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돌아온 집에서 자신의 처지가 황야를 떠돌 때보다 더 외롭다고 하는 그다. 사랑의 부재가 가지고온 고독으로 마음에 와 박힌다.

 

107 자연을 떠난 자는 머릿속이 늘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살다보면 더 이상 검은 것과 흰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 십상이다. 그러고는 결국 애초에 원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겠지.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111 나는 헤르코머가 이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미수학교를 열었을 때 한 말이 마음에 드네. 그는 학생들에게 부디 자신이 그렸던 방식에 따라 그림을 그리지 말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리라고 격려했지. 그리고 "내 목표는 헤르코머의 학설을 따르는 사도 집단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확립하는 것이다"라고 했다네. 사자는 원숭이 짓을 하지 않는 법이지.

 

115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을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캠퍼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 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16 "그것은 [사람들의 무관심]내가 값비싼 구두를 신고 신사의 생활을 원한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막신을 신고 나갈 거니까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결국 그렇게 되었지.

 

118 훌륭하고 유용한 일을 해내려는 사람은 대중의 승인이나 평가를 기대하거나 추구해서는 안 되며, 열정적인 가슴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들의 공감과 동참만을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 모르지만.

 

119 가끔은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는 게 뭐냐. '행동하고 창조하는 것'아니냐.

 

120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122 또한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 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125 테오야, 나는 미래를 예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법칙은 알고 있다.

 

134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생명이 깃든 색체

앤트워프, 파리에서

188511-18882

 

 

137 성당보다는 사람의 눈을 그리는 게 더 좋다. 사람의 눈은, 그 아무리 장엄하고 인상적인 성당도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다. 거지든 매춘부든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138 인상적이게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샴페인은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슬프게 해요." 그 순간 나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알 것 같았고, 관능적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쥐어뜯을 것 같은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같은 모델을 놓고 옆모습으로 두 번째 습작을 시작했다.

 

144 사람들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히도 항상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146 어디선가 리슈팽이 그랬지. "예술에 대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을 잃게 만든다"고 그건 정말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 역시 예술에 대해 넌더리를 내게 만든다.

 

151 잘 익은 곡식이라고 모두 흙으로 돌아가 싹을 틔우고 잎을 피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도 곡식에 비유할 수 있다. 한 알의 곡식에도 싹을 틔울 힘이 있는 것처럼,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 자연스러운 삶이란 싹을 틔우는 것이거든, 사람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싹을 틔우지 못한 곡식알이 힘없이 맷돌 사이에 놓이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자연스러운 성장이 저지되고 아무런 희망 없는 상황 속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곤 하지.

 

152 문명화된 사람들 대부분은 우울증과 비관론이라는 병에 걸려 있다. 나도 웃고 싶은 마음을 잃고 살아온 게 몇 년인지...

 

졸라. 플로베르, 모파상, 공쿠르 형제, 리슈팽, 도네, 위스망스 등 프랑스 자연주의자들의 소설은 정말 훌륭하다.

 

153 옛것이 아름다운 만큼 새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과거나 미래는 우리와 간접적인 관계밖에 맺지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서는 직접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그 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은 탓에 빨리 늙어버린 것 같다. 주름살, 거친 턱수염, 개의 의치 등을 가진 노인이 되어버렸지. 그러나 이런 게 무슨 문제가 되겠니? 내 직업이란 게 더럽고 힘든, 그림 그리는 일 아니냐. 스스로 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비록 내 젊음은 놓쳐버렸지만 언젠가는 젊음과 신선함을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불확실하게나마 미래를 상상하며 지낸다.

 

154 내가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은, 글을 쓰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네 믿음이다. 제발 그러지 말아라, 내 소중한 동생아. 차라리 춤을 배우든지, 장교나 서기 혹은 누구든 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렴. 한 번도 좋고 여러 번도 좋다.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그래 차라리 바보짓을 몇 번이든 하렴. 공부는 사람을 둔하게 만들 뿐이다. 공부하겠다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다. 나는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연애사건을 일으키곤 한다. 대개는 그런 사건으로 창피와 망신만 당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 것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종교나 사회주의에 심추치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실은 사랑에 빠졌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랑에 빠지지 못해서 종교나 이념에 깊이 몰두하게 된 것이지. 그때는 예술도 지금보다 더 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종교나 정의나 예술이 그렇게 신성할까?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어떤 이념을 위해 희생시키는 사람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더 거룩한데, 그건 그렇다 치고, 글을 쓰고 싶다면 행동을 해라.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담고 있는 그림을 그리든지.

 

네 건강을 돌보고 힘을 기르고 강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공부다.

 

155 작년에는 회색, 분홍색, 부드럽거나 환한 녹색, 밝은 청색, 보라색, 노란색, 오렌지색, 찬란한 빨간색 외의 색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주로 꽃 그림만 그렸다. 그 덕에 올 여름 아시니에르에서 풍경화를 그릴 때, 과거보다 더 많은 색을 볼 수 있었다.

 

156 나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비뚤어지고 적의에 차서 성을 잘 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알지 못할 때라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약국에서 파는 약보다 더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전하게 돼 있다. 그러니 너무 기를 쓰고 공부하지는 말아라. 공부는 독창성을 죽일 뿐이다. 네 자신을 즐겨라! 부족하게 즐기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즐기는 쪽이 낫다. 그리고 예술이나 사랑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라. 그건 주로 기질의 문제라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57 예술가가 되려는 생각은 나쁘지 않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과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억누를 수가 없지. 소망하는 것을 터뜨리기보다는 태워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내게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우리 본성에는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은 악이 존재한다고 하지 않더냐? 나는 현대 작품이 이전의 작품처럼 도덕적인 설교를 하지 않아서 아주 좋다. "선과 악도 설탕이나 황산처럼 화학생성물에 불과하다"란 말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기겁을 하고 분개하겠지만.

 

내 영혼을 주겠다

아를에서

18882-18895

 

 

161 형이 지난 일요일에 남부로 떠났다. 우선 아를에 가서 그 지역을 둘러본 후 아마도 마르세유로 갈 것 같다. 2년 전 형이 여기로 왔을 때만 해도 난 우리가 이토록 서로 의지하게 될지 몰랐단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에 나 혼자 남고 보니 텅 빈 느낌이구나. 적당한 사람을 구해 함께 지낼 생각이지만, 형을 대신할 만한 사람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형의 지식과 세상에 대한 명석한 시각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란다. 그러니 형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유명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형 덕분에 난 많은 화가들을 알게 되었지. 그들 역시 형에 대해 아주 좋게 생각한다. 형은 새로운 생각의 챔피언이거든.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생각한다면, 더 정확히 말해 낡은 생각들을 뒤집는 일의 챔피언이라 해야겠지. 평범함 때문에 퇴보했거나 그 가치를 잃어버린 생각들에 대해 말이다. 게다가 형은 항상 남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란다. 형의 편지는 정말 재미있어. 형이 더 자주 쓰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마추침이 일어나고 나면 그렇게 될 줄 몰랐던 관계가 형성된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난다.

 

165 요즘 모파상의 [피에르의 장]을 읽는 중인데,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문을 읽어보았니? 서문에는 "소설가에게는 소설을 통해 자연을 더 아름답고, 더 단순하며, 훨씬 큰 위안을 줄 수 있게 과장하고 창조할 자유가 있다"고 씌어 있다. 그 다음에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나고, 창의성은 강한 의지와 충실한 관찰을 통한 노력으로 생긴다"라는 플로베르의 말의 의미하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

 

167 일본 판화의 양식에 따라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다. 쇠가 뜨거울 때는 두들기는 수밖에 없지 않겠니. 과일나무 그림은 20, 25, 30호 캔버스에 그리고 있어서 작업을 끝내면 많이 지칠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많이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168 사이프러스나무 옆으로, 혹은 잘 익은 밀밭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싶다. 이곳의 밤은 지독하게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걸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말을 해라. 즉시 유화를 그만두고 경비가 덜 드는 데생을 하마. 별다른 이유 없이 너를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안 될 테니까. 원하는 곳에 잠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파리와 달리, 이곳에서는 그림 그릴 소재가 아주 많고 여러 방식의 습작이 가능하다.

 

169 오늘 아침, 꽃이 핀 자두나무가 있는 과수원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멋진 바람이 불어오더니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을 보았다. 그럴 때면 작고 하얀 꽃잎들이 햇빛을 받아 불꽃처럼 반짝이곤 한다.

 

인상주의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모두 쉽게 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과감하게 아주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색채는 아주 부드러워진다.

 

174 이 세상은 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 제정신이 아닌 불행한 시기에 서둘러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180 그늘이 전혀 없는 한낮의 밀밭에서 작업하는 게 매미처럼 즐겁네.

 

182 언제쯤이면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친구 시프리앙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압도될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함 앞에서 아무리 큰 무력감을 느끼더라도 우선시작은 해야겠지.

 

184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좋아한다. 그걸 다시 구성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예술은 예술가들에게! 이건 위대한 혁명이다. 그게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면 할 수 없지. 인생은 너무 짧고 너무 빨리 지나간다. 화가라면 그래도 그림을 그려야겠지.

 

그림 한 점을 완성해서 돌아온 날이면, 이런 식으로 매일 계속하면 잘 될 거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반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그래도 먹고 자고 돈을 쓰는 날이면, 내 자신이 못마땅하고 미친놈이나 형편없는 망나니, 혹은 빌어먹을 영감탱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188 이따금 그림이 아무리 돈을 들여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정부(情婦)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미리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는데,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너무 급하게 그림을 그린다고 할 것이다.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말아라. 우리는 이끌어 주는 것은 우리의 감정, 그리고 자연에 대한 진지한 느낌 아니냐. 그런데 이런 감정이 너무 강할 때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한 채 뭇을 휘두르게 된다. 그럴 때는 연설이나 편지에 나오는 낱말들이 그렇듯이, 붓질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서로 관련을 맺는다. 그런 순간이 늘 오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답답한 날이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지. 쇠방망이를 얻으려면 쇠가 달구어졌을 때 두드려야 하지 않겠니.

 

189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육체적으로 나는 그와 비슷해지고 있다. 뛰어난 선생 지엠에 따르면, 남자는 더 이상 발기할 수 없는 순간부터 야망을 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발기하느냐 마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면, 나는 야심을 품을 수밖에 없지.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191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94 급하게 그린 그림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복잡한 계산을 많이 해둔 덕분이다.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것"이라고 말해 주어라.

 

[수확]을 그리는 동안 밭에서 직접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보다 결코 편하지 않은 생활을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그림을 그린 캔버스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보다 더 가치가 있다. 그 이상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사실이 나에게 그림을 그릴 권리를 주며,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래, 나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196 이곳에 오면서 겪었던 발작 후에 나는 더 이상 어떤 게획도 세울 수가 없고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건강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희망이나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망은 완전히 부서져버렸다. 이제는 오직 필요에 의해,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고통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그림을 그릴 뿐이다.

 

198 가족이나 조국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매력적인지 모른다.

 

199 기차를 타고 빨리 전진할 때면, 아주 가까이서 지나치는 대상도 분간할 수 없고 무엇보다 기관차 자체를 볼 수 없다.

 

200 농부를 그릴 때는 파란색의 무한한 하늘에 창백한 별 하나가 신비롭게 반짝이는 것을 그리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내가 그리려는 훌륭한 농부가 찌는 듯한 한낮의 열기 속에서 곡식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빨갛게 달궈진 다리미처럼, 빛나는 오렌지색과 황금색의 반짝이는 톤을 담고 그림을 그렸다.

 

농부를 그린다면, 우리가 읽은 작품이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01 나는 성공이 끔찍스럽다. 인상파 화가들이 성공해서 축제를 열 수도 있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 축제의 다음날이다. 지금의 이 힘든 나날이 후에는 '좋았던 시절'로 기억되겠지.

 

202 내 그림에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가 곧 멈춰버렸다. 그런 짓이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나 바다 그림에는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는 붉은색으로 내 이름을 넣었다. 녹색 배경에 붉은 색을 집어넣고 싶었기 때문에. 1888.8

 

206 그러나 인생은 너무 짧고, 특히 모든 것에 용감히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210 이 편지를 쓰고 있는데, 아버지와 닮은 초라한 농부가 카페로 들어왔다. 정말 놀랄 만큼 닮았다. 특히 속을 알 수 없어 보이고 권태로워 보이는 분위기나 분명히 않은 입모양새가...그 모습을 그리지 못한 게 아쉽다.

 

217 너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될 수 있으면 아주 많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우리가 써버린 돈을 다시 벌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전혀 업다. 그림이 팔리지 않는걸....

 

219 형 편지를 보니 건강도 별로 좋지 않은데다 아주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기회에 형에게 확실하게 말해 두고 싶은 게 있어. 난 돈 문제와 그림을 파는 문제, 그리고 경제적인 것과 결부된 모든 일을 존재한 적이 없는 일처럼 생각해. 설령 존재한다 해도 질병 같은 거라고 말이야. 돈 문제는 거대한 혁명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분명해. 그러니 돈 문제에 부딪힌다면 그걸 천연두 같은 걸로 치부할 필요가 있어. 물론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필요한 만큼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하지만 그 문제로 너무 머리 아파하지는 마.

 

220 우린 둘 다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너무 많은 짐을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하지만 그 정도만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아무것도 팔지 않더라도 말이지. 형이 자신을 위해 일할 필요를 많이 느낀다면 계속 그렇게 해. 하지만 그 많은 그림을 한 점당 100프랑으로 계산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어. 그 그림이 100프랑씩에 팔리기를 바란다면 그건 아무 가치가 없다는 말이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사회는 그걸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 편이거든.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우리도 사회가 하는 대로 하면서 이렇게 말하자고. 우리도 그거 필요 없다고 말이야.

 

236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 그림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우리는 모두 한 사슬에 연결된 고리에 불과하다. 고갱과 나는 서로를 아주 잘 이해한다. 만일 우리가 약간 미쳤다면, 그래서 어떻단 말이냐? 우리는 부슬 이용해서 온갖 혐의에 반박하는 철저한 예술가 아니냐? 어쩌면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노이로제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해독제도 존재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들라크루아에게서,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에게서 그런 해독제를 얻는 것 아닐까? 나 역시 예술가의 광기에 감염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생겨나는 해독제와 위안물이야말로 조금의 선한 의지와 함께 충분한 보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생레미에서

18895-18905

 

 

253 게다가 형의 그림들 속에서는 싸구려 그림들에게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힘이 있어. 그 그림들은 시간이 흘러 물감의 층이 안정되면서 더 아름다워질 거야. 언젠가는 분명 큰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피사로, 고갱, 르누아르, 기요맹 등의 그림이 팔리지 않는 걸 볼 때, 우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못하는 걸 기뻐해야 하는지도 몰라. 지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자라도 영원히 그걸 유지하진 못할 테니까. 게다가 시대가 아주 빨리 변화하고 있거든. 살롱전과 만국전람회의 그림들이 얼마나 볼품없는지를 본다면, 형 역시 그들이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할 거란 의견을 가지리라 생각해.

 

260 사이프러스나무들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 한다. 다른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이곳의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263 형 편지가 오지 않는 동안, 왠지 모르게 형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여기로 와서 우리를 놀래주려 한다고 말이야.

 

264 불안한 마음일 때는 매사를 더 나쁘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같아.

 

271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희망이 뭔지 아니? 가정이 너에게 의미하는 것이, 나에게 흙, , 노란 밀, 농부 등 자연이 갖는 의미와 같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너에게 가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할 이유가 될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너를 위로하고 회복시켜 주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탁하는데, 너무 일에 찌들지 말고 너 자신을 돌봐라. 너희 부부 모두 말이다. 아마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276 고갱과 베르나르에게도 썼지만 나는 화가들의 의무가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79 화가는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빠져 있는 사람이어서, 살아가면서 다른 것을 잘 움켜쥐지 못한다는 말.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1890521-729

 

298 지난 삶의 기억들, 이별한 사람들이나 죽어버린 사람들, 영원히 지속될 것 가던 시끌벅적한 사건들.....모든 것이 마치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기억 속으로 되돌아올 때가 있지요. 과거는 그런 식으로만 붙잡을 수가 있는가 봅니다.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그림 그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 받지 못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저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거든요.

 

303 사람들은 자연의 서로 다른 단편들이 서로를 설명하고 강화시켜 주는 흥미로운 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그 관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1890729일 고흐가 사망할 당시 지니고 있던 것인데 그동안 그가 쓴 마지막 편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1890 724일 이전에 씌어진 것으로 내용이 너무 우울해서 부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테오에게

 

다정한 편지, 그리고 50프랑 고맙게 잘 받았다.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지만 다 쓸데 없는 일이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그 사람들이 네게 호의적이기를 바란다. 네 가정의 평화 문제에 대해 나를 안심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그 화복을 봤으니까. 4층에 있는 집에서 사내아이를 기르는 일이 제수씨뿐 아니라 네게도 힘겨운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잘 되고 있으니 내가 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겠니? 침착하게 사업 얘기를 나누려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화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든, 돈 이야기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그래, 정말 우리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하는 동생아, 내가 늘 말해왔고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나는 네가 단순한 화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너는 나를 통해서 직접 그림을 제작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그 그림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위가 처한 위기상황에서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죽은 화가의 그림을 파는 화상과 살아 있는 화가의 그림을 파는 화상 사이에는 아주 긴장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그런 건 좋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너는 사람을 사고파는 장사꾼이 아니다. 네 입장을 정하고 진정으로 사람답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도대체 넌 뭘 바라는 것이냐?

 

3. 내가 저자라면

 

목차

 

옮긴이의 말

 

새장에 갇힌 새, 화가 입문 이전부터 보리나주까지 18728-18814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에텐에서 18814-188112

조용한 싸움, 헤이그에서 188112-18839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드렌테, 누에넨에서 18839-188511

생명이 깃든 색체, 앤트워프, 파리에서 188511-18882

내 영혼을 주겠다, 아를에서 18882-18895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생레미에서 18895-18905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1890521-729

 

주요인물소개

 

천재 예술가의 삶을 그가 썼던 편지글과 그의 작품을 함께 엮어낸 글이다. 깊은 고뇌를 다 전달할 수 있기는 불가능 할테지만 화가라는 특징과 편지글이라는 도구로 엮어진 글에서는 고흐의 고민과 깊은 아픔이 잘 나타나 있다. 때를 같이하여 작품화된 그의 그림들은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독백처럼 마음에 와 닿기에 충분했다. 전업작가로의 길을 선택하면서 동생 테오는 긴 시간을 형과 함께해주었다. 형의 작품세계를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유화를 그리면서 물감걱정을 해야 하는 화가가 얼마나 절망감에 빠져 작업을 했을지에 대하여까지 알 수 있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유화보다 데생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고희의 편지글에서는 나의 마음에도 아픔이 전달된다그리기과 읽기 쓰기와 더불어 사랑이 고흐삶의 전부로 읽혔다. 한 사람의 인생이 겪어냈던 고뇌와 설렘 화가로의 사명감이 시대순으로 엮여져있어서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성이다구간별로 나뉘어진 시기의 작가의 근황을 설명하고 편지글을 싣고 당시에 작업했던 작품들을 싣는 구성을 택했다. 단지 고흐를 좋아해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엮은이는 행복한 작업이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방대한 양의 소화하느라 힘은 들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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