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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 12시 05분 등록

2013.04.23 리뷰 / 24일 수정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그리고 사랑

 



이름없는 사람들,

자신의 세상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직 긴 모험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다.

그러므로 이 위험한 대화를 기억하라.

 

너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느냐?”

불행을 찾아서지요.”

제임스 조이스,<율리시즈>중에서

 

*이 문구는 매우 선동적이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서 자신의 세상을 찾아떠나야 한다. 그때 만나는 것이 불행인가 보다. 나는 그렇게 겪어내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단한 삶을 한마디로 불행이라고 말한 제이스 조이스의 말을 인용한 것도 많이 생각하게 한다. 에필로그에서 시인은 영웅의 이야기를 찬양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불행에 대해서도 노래하는 존재라고 언급했다. 저자가 말하는 시인이란 공감력이 뛰어난, 노래하는 사람이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그 속성(때로는 자연까지 포함하여) 그대로 감탄하고, 그대로 이야기는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1.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

 

이 책의 날개 부분 저가소개에는 변화경영사상가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쓸 때는 변화경영시인으로 썼다. 책 속에 시인은 노래한다라는 구절이 여럿 있다. 그리스인의 모험, 사랑 이야기의 각각에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시와 노래로 적어 놓았다.

 

충청남도 1954 1 15일 공주 출생.2013 4 13일 별세.

 

부산에서 자랐고, 역사학을 전공했다. 젊어서는 역사학자가 되려 했으나 학자의 길을 접고, 한국IBM에 입사하여 20년 정도 근무했다. IBM에 근무할 당시 경영혁신 분야를 연구하였으며, 퇴사 이후 혁신을 개인의 혁신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본인이 연구한 것들을 매년 1권이 책으로 출간하여 2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주요 저서

<사자같이 젊은 놈들>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더 보스>

<사람에게서 구하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코리아니티>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떠남과 만남>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저자는 매년 3~4회 정도 워크숍을 열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의 재능과 미래의 직업을 연결시키는 활동을 해왔다. 미래의 직접과 미래(현재부터 약 10년 정도의 미래)에 맞이할 아름다운 풍광 10개를 써보게 함으로써 낮에 꿈을 꾸게 만들었고, 현실에서 그 실현을 모색하게 했다. 이 워크숍에 참여자들은 자신들을 꿈벗이라 부르며 커뮤니티를 계속 이어왔다.

 

10년간 매해 10명 안팎의 연구원을 선발하여 독서와 토론을 통하여 1년차 동안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연구할 분야를 탐색하는 공부를 하게 하고, 2년차에는 스스로 공부하여 자신의 책을 한 권 출간하여 자신이 연구한 것으로 사회에 공헌하도록 독려해왔다. 10년간 100명의 인력풀을 만들겠다는 저자의 이상은 실행해 가던 중 9년차에 폐암으로 세상을 뜨게 됨으로써 실행은 제자들 몫으로 남았다.

 

아래의 저자에 대한 소개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온 부분들이다.

 

옥타비오 파스는 호메로스가 되고 싶었다. 그는 시인이 영웅과 위인을 찬양하는 나팔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는 인간의 불행과 불운도 노래하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말과 사물은 같은 것이다. 그는 <활과 리라>에서 '말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 사물도 똑같이 피를 흘린다'라고 했다. 시인은 사물에 대한 공감력을 가진 사람들이다.(448p)’

옥타미오 파스가 시인이 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 자신이 변화경영시인이 되길 원했던 것을기억하여 요기에 옮겨 적었다.

 

나는 오랫동안 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왔다.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불렀다. 변화를 나의 삶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자기 계발과 자아 경영과 연결되게 되었다.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책을 쓰는 저작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의 개념을 나에게 적용하는 실험적인 삶을 살아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기업인 1인 기업을 만들었고,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현장을 중심으로 변화이론을 만들어온 전문가이며, 일년에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작가로 살아왔다. 자기 혁명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대상으로 대학원을 만들어 제자를 키우고 함께 공부하고 노는 기쁨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신화야말로 자기 경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거대한 상징체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 게 된 것이다.(450p)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스프를 끓여내는 것이다.(451p)


[451] 시인은 말한다.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 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둑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밑줄긋기)

 

프롤로그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11] 위대한 문명초자 칠흑 같은 원시를 품고 있다. 모든 문명은 모두 원시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4-15] “
발밑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는 자가 하늘의 일을 알려 하다니!”

얼마나 그럴 듯한 비난인가? 플라톤이 탈레스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런 비웃음은 철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진 것이다. 철학자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 무엇을 하는지, 자기가 인간인지 다른 존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철학자는 노예들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웃음을 살 것이다. 웅덩이뿐만 아니라 온갖 어려움에 빠질 정도로 서툰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란 인간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 또한 철학자가 되어야겠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말이다.



[16] 글을 모르는 한 사내가 아리스티데스에게 다가와 깨진 도자기 위에 아리스티데스리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도자기 파편은 도편추방제에 쓰이는 일종의 투표 용지였다. 당시 아테네는 누구든 시민들이 조자기 조각에 추방하고 싶은 정치가의 이름의 적어 투표하면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을 10년간 도시로부터 추방했다. 아리스티데스는 자신을 추방하고 싶어하는 사내게 아리스티데스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소. 사실 난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더군요. 나는 그게 지겨웠소.”

그는 사내가 내민 도자기 파편에 자신의 이름을 묵묵히 써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좋다. 아리스티데스가 정의로운 인간인 것을 알겠다.

 

[18]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화가 된 인간

 



[24] 생명은 심연 속의 더움, 즉 지하세계의 죽음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신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이것은 죽음, 지하세계로의 하강 그리고 재탄생의 농업적 주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미케네 모험의 시작

 

[29] 아비를 쫓아낸 제우스가 언젠가 다시 그 자손에게 쫒겨나리라는 것은 영원한 무의식의 강박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세대는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고 자식의 시대가 오며,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상징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시간의 비극이며 또한 축복이다.

* 이 해석이 좋다. 사부님께서는 늘 언제나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를 원하셨다. 그 제자가 스승을 빛나게 한다고도 하셨다. 스승의 그늘에서 사는 제자가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갈 제자를 원하셨다.

 

[30] 각각의 신들로부터 그 신만이 가진 가장 특별한 특성을 부여받은 이 여인의 이름은 판도라였다. 판도라는 ‘모든 선물’ 이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모든 것, 즉 강점과 약점, 저주와 축복 모두를 받은 여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한 사람 안에 너무도 많은 대립적 요소들을 넣어두면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에서 하루도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32] 시인은 노래한다.

 

생명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낱알 하나가 죽어 수십 배의 생명으로 솟아나듯

죽음의 어둠을 거치지 않은 탄생은 없는 법.

해는 아침마다 더움의 밤과 산에서 떠올라

한 번도 새로운 날의 약속을 어긴 일이 없으니, 다시 시작하여라.

 

미리 생각하는위대한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우아한 형상으로 남자를 빚고

모든 선물의 여인 판도라가 최초의 여인이 되니

우리는 모두 대지의 뼈로 만들어진 존재.

불행 속에서 뼈가 아직 부러지지 않았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

 

[43] 신화 속의 메두사는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모두 붙들어 품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메두사는 괴물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여인이다. 죽음이면서 또한 부활이다. 희생된 자이면서 죽인 자와 결코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은 이야기 속에 여러 모습으로 상징화되어 있다.

 

같은 몸에서 나온 피가 하나는 독약이고 또 하나는 신령한 생명의 피다. 의술의 힘으로 죽은 자를 살려냈으나 그것이 자신의 죽으므로 갚아야 하는 업보가 되고 말았다. 이런 이원적 대립 장치는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사유체계였다.

  

[47] 시인은 노래한다.

 

그때로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늘 닮아있는 법.

소고가 겉,숨어 있는 것과 드러나는 것,

그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는 법

서로 거울 속 자기라서 깜짝 놀리지.생명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54] 싸우기 전에는 페르세우스에게 가장 위험했던 메두사의 머리가, 일단 페르세우스가 승리하여 그의 전리품이 되자 적들을 물리치는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 머리는 페르세우스의 영광이 되었다. 위험이 명예가 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63] 제우스는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빛과 창공의 신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제우스가 우주의 질서를 의인화한 신이라고 말한다.

[65] 학자들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지배신이 이미 있는 도시에 그리스인들이 들어가 영향력이 커지면 제우스 숭배도 함께 퍼지게 되면서 원래의 토속신과 하나로 융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 토속신의 아내 역시 제우스에게 양도된다. 이 과정이 바로 제우스의 끝없는 외도 행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2장 크레타 : 탐욕의 끝

미노스는 죽어서도 지하 세상의 판관으로 법과 정의를 집행하고 있다.

 

[88] 시인은 말한다.

 

신의 은총으로 권력을 얻게 되면

더 이상 개인일 수 없는 공인

만인의 재산을 개인의 이익으로 취하지 말라.

서임 의식을 치루는 동안 신의 대리인이라는 겉옷을 입은 것이니

공익을 탐하면 신의 분노로 재앙을 입게 되리라.

 

이것은 내 것, 저것도 내 것.

탐욕은 황폐의 참상을 낳게 되느니

한때 탐욕으로 얻어 자랑한 것이 뼈아픈 후회가 되리니.

미노스가 죽어 저승의 판관이 된 것은

살아서 못한 것을 죽어서 제대로 해보라는 신의 숙제.

 

[96] 현명하구나, 아리아드네요.

너는 작은 귀를 가졌으며, 너는 나의 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 지혜로운 말 하나를 담아두어라.

자기가 사랑한 것을 자기가 먼저 미워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

 

[97]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으라.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으리. 그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인간은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고,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다. 나는 너의 미로인 것이다. 아리아드네야말로 이로 탐험 전문가가 아닌가?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며,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마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67]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영웅이며, 미궁으로 들어서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는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 길을 통과하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 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니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99] “아들아, 이 비행에서는 고도가 중요하다. 너무 낮으면 습기가 날개를 무겁게 하여 추락할 것이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 열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부러질 테니까 말이다. 내 뒤만 따라 오너라.”

 

[102] 다이달로스는 바로 이 두 명의 위대한 기술과 기예의 신으로부터 직접 사사한 직계 제자인 셈이다. 그러나 장인의 대명사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 작품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주로 주문을 받는다. 헤파이스토스 역시 그랬다. 자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장차 물건의 주인이 될 사람의 주문에 따를 뿐이다. 그러므로 기술자들은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주문받아 제작된 물건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건 그 물건의 주인이 알아서 할 뿐이다. 장인은 오직 어떻게 만드는가에 신경을 쓸 뿐이다.

 

[103] 사람들과의 연결은 혁명적으로 증진되었으나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을 버려두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를 모독한다.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고 노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시를 잊었다. 결국 메모리를 잊어버렸다.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104] ‘악의 평범성’,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는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

 

3장 아테네 : 문명이 꽃피다

 

 

[123] 시인은 노래한다.

….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141] 나는 메데이아가 아이들을 죽이는 순간,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철저히 파괴되는 순간 괴테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승리의 기쁨에 충만한 순간 외치는 멈추어라 시간아. 너 참 아름답구나는 여기서도 등장한다. 바로 이때 악마는 우리의 영혼을 넘겨받게 되어 있다. 악마에게 영혼이 넘어가는 수간 신은 영혼을 악마의 손에서 구원한다. 그레첸 역시 그랬다. 파우스트에게 버림받고 미쳐서 제 손으로 제 자식을 죽이고는 가장 비참한 나락에 떨어졌을 때 신은 그녀를 구원해주었다. 시은 인간의 바닥에 존재한다.

 

[142] 인간은 영원한 기쁨의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타락한다. 그러나 그 타락이 없었다면 구세주도 없었을 것이다. 이때 이승화는 그냥 낙원에 머룰 때의 의식보다 더 높은 의식의 수준에 도달하게 한다. 그 타락이 없었다면 거 높은 영혼으로의 승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죄악이 얼마나 달콤한 타락인가! 죄악. 바로 육체의 죽음없이는 정신적 존재로의 재생도 없다. 선불교 스승 육조 혜능은 그리하여 기가 막힌 명언 하나를 남겨두었다.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151] 시인은 까마귀를 비웃어 노래한다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이 되지 말지니

사랑할수록 미움도 크고

복수가 지나칠수록 후회도 크니

언젠가 분노 속에서 저지른 일을 뉘우칠 때

그 일을 전한 자를 가장 미워하리라.

 

 

[154-155] 시인은 의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노래한다.

 

아쉽구나,신의 분노 속에서 태어나고

다시 신의 분노로 운명을 다하는구나.

현실을 아는 자들은 신이 그에게 허락한 것을 즐길 줄 알고,

그 천직의 즐거움이 삶임을 믿는다.

일 외에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운명을 따르라. 투덜거리지 마라.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 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

 

….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진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4장 테베 :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

 

최선을 다하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길일 것이다.

 

[179] 오이디푸스는 미약한 존재로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우주가 전하는 부름을 받고 가장 불운한 삶의 길을 견뎌갔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이 불행에 협력하여,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고국에서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게 되자 그를 그렇게 몰아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그 너머로 들어선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시체는 아테네와 그리스 전체를 수호하는 성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이제 한 인간이 기나긴 고난을 지나온 후 자신의 지독한 운명을 용서하고 화하게 되었다.

 

안티고네 : 비극과 함께한 불멸의 여인

 

[183-184] "그 법을 내리신 이는 신이 아니며, 확고한 하늘의 법을 왕의 법이 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신들 앞에서도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수는 없어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도 치러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나는 죽을 몸, 두렵지 않아요."

"하나는 나라를 망치려는 놈이었고 하나는 나라를 위해 싸웠다. 악인과 선인이 같은 대접을 받길 원하느냐?"

"저승에서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원수는 죽어서도 친구일 수 없다."

"나는 증오를 나누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그러면 저승으로 가서 그놈들을 사랑하려무나."

* 안티고네와 삼촌의 대화.

[185] 신은 인간이 자신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용기와 믿음으로 스스로를 넘어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저멀리 밀어낸 사람들의 추락과 파멸을 다룬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평은 바로 이런 영웅들의 부딪힘에 의해 알려진다. 어느 영웅이 넓혀 놓은 경계는 다른 영웅이 나타남으로써 다시 조금 더 확장된다. 모든 영웅의 공통점은 그때까지 알려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척후병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변방을 넓혀왔다.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들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간다. 그러나 물로는 비극을 쓸 수 없다. 비극은 피로 쓰일 수밖에 없다.

 

[186] 비극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모여준다. 비극은 끝나는 법이 없다. 비극이 태어나게 된 조건들이 존재하는 한 비극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도 여전히 열려있다. 열려 있는 그 문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다.

 

[187] 시인은 참을 수 없어 또 노래한다.

 

물로 쓰인 비극은 없다.

그것은 오직 피로 눈물로 쓰일 뿐.

영웅이란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끝까지 간 사람들.

그 끝에서 인간과 신을 가르는

황금 장벽 앞에서 좌절되는 것, 비극.

인간의 법은 늘 바뀌는 것, 신의 법은 영원한 것.

북극성 같은 양심을 법으로 심판함으로써 법은 스스로 타락하는 것이니

미덕을 가슴에 품은 자들은

인간성에 대항하는 독재자의 법을 거부하노니

역사는 그렇게 ㅈ유를 키워왔나니.

 

2부 트로이의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203] 트로이만큼  감동적인 인생을 살아간 이 사람의 이름은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미쳐 살던 그는 자신의 일생을 고고학의 신화로 만들어버렸다.

*자신의 삶을 신화로 만든 사람이구나.

 

5. 아테네->트로이 :  출항

 

[223] 신화 속의 예언자들

미래는 인간에게 늘 불안하며 궁금한 영역이었다.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알 수 없음에 다가가야 하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미래란 한때 운명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이미 정해진 운명'이 무엇인지 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 때가 되면 그것은 가능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계몽주의를 거쳐 혁명의 시대에 이르게 되면 미래는 인간의 무한함에 대한 슬로건으로 바뀌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예측이 가능한 기술적 진보에 의해 설계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원시적 그늘에 머물러 있다.

 

 

6장 트로이 : 격돌

 

[234] 모든 전쟁은 참혹하다. 그러나 <일리아스>는 아름답다. 아킬레우스는 <일리아스>의 수많은 영웅들 중 가장 빛나는 용장이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추한 전쟁은 예술과 문학이 되었다.

 

[245] 시인은 노래한다.

 

햇빛이 꽝꽝 쏟아지는 날

전장에 서면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서 잊으려 하네.

 

인간이 모여할 수 있는 일이 전쟁만은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3부 혹독한 귀환

 

7장 아테네 : 운명의 굴레

 

[280] 시인은 노래한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 외유내강한 삶을 사신 분을 만났으니 나는 행복하다. 자신의 왕이 될 수 있는 자를 만났으니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사는 세계의 왕이 되어야겠다.

 

[298] 시인은 노래한다.

 

신은 용서했으나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구나.

무죄를 선고 받았으니 양심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오직 스스로의 땀으로만 씻어낼 수 있으리라.

요행이 없는 고행의 길을 걸어라.

 

비극이 시작된 곳으로 달려가라.

아비가 딸을 죽이자 원한에 찬 어미가 아비를 죽이고

다시 아들이 어미를 죽여 아비의 원수를 갚으니

첫 원한의 매듭을 풀어라.

보복은 끝이 없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되나니, 바로 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바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이 그 고리 속 한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감으로써 복수라는 연쇄고리를 끊어낸다.

 

8장 트로이->이타카 : 승리한 자의 고난

 

[305] 영약하고 치밀한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인 오디세우스는 당시 가장 모범적 인간이었다. 시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노래했고 아테나 여신조차 그를 좋아했다. 여신은 손으로 툭툭 그를 치고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신이라도 그대를 이기려면 교할한 망나니가 되어야 할 거야. 영악하고 치밀한 사기꾼인 그대는 고향에서도 마음 속 깊이 품은 계략과 속임수를 멈추지 않겠지."

* 트로이의 오디세우스 : 가장 그리스적인 그리스인

 

[310] 시인은 노래한다.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을 때 죽게 되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품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것이니 1020년 동안, 어쩌면 더 오래.

무엇이 돌아오지 않은 그리운 것을

오늘도 기다리게 하는가?

바로 어제까지 기다린 그 기다림 때문이지.

하루하루 쌓여 100일이 되고 1000일이 되어

이제 강물 같은 그 기다림을 그칠 수 없게 되었네.

기다림이 새로운 하루가 되어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되었으니.

* 이것은 페넬로페이아의 기다림을 노래한 것인데, 나는 이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사부님을 생각했다.

 

[316] 시인은 노래한다.

....

 

신들은 물을 휘몰아쳐 고초를 겪게 하여

전쟁이라는 어리석음을 자초한 자들에게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내게 한 짓임을.

* 시인의 노래에는 '전쟁'은 참혹한 것이며, 전쟁에는 승리나 패배 모두가 결국은 패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읽었다면 영웅의 모습에 집중해서 보다가 전쟁의 참담함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기술하는가에 따라서 기본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이 시대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일까? 아니면 이전에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전쟁의 참담함이 묘사되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의 '시인은 노래한다'로 시작하는 부분을 모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331] "하지만 그대는 먼저 다른 여행을 마쳐야 해요. 그대는 저승의 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아직도 정신이 온전한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령에게 집으로 가는 안전한 길을 물어보아야 해요. 페르세포네는 그에게만은 죽은 뒤에도 슬기로운 통찰적을 가질 수 있게 했으니까요."

이 말을 듣고 오디세우스는 그 험하고 먼 길을 가야 하는 운명에 낙담하고 울었다. 하지만 그는 실컷 울고 난 다음 키르케에게 하데스의 집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렵지만 가야 하고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거부하지 않으리라. 금빛 찬란한, 우아하고 큼직한 겉옷을 입고 허리에 아름답고 날렵한 어리띠를 두른 키르케는 저승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저승으로 가야하는 것이라니 실컷 울만도 하다. 그리고 울음을 그치고 회복하는 모습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333] 시인은 노래한다.

 

밤은 사랑을 부르고

사랑은 참을 수 없는 황금 침대와 자줏빛 포도주.

그러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가장 위험한 모험은 살아서 저승을 탐험하는 것.

죽어본 자만이 다시 태어나는 법.

 

먼저 가 기다리는 정든 사람이 있으니

저승을 무작정 무서워 피할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올 때도 먼저와 기다려주었고

저 세상으로 갈 때도 먼저 가 기다려주니

부모와 자식, 신이 손수 자은 운명의 줄.

 

[347] 청년은 바로 아테나가 오디세우스를 도와주기 위해 변신한 것이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아테나가 그의 어깨를 다정히 토닥이며, 그 유명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신이라 하더라도 그대의 계략을 이기려면 영리하고 교활해야 할 것이다. 이 가혹한 거짓말쟁이여, 꾀 많은 자여, 계략에 물리지 않는 자여, 그대는 자신의 나라에 와서도 그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만과 교언을 멈추려 하지 않는구나."

 

[362] 우주에 작용하여 대립하는 두 가지 힘의 상호 보완적 성격을 보여준다. 두 마리의 뱀은 결합과 해체, 선과 악, 불과 물, 상승과 하강, 남성과 여성 등 대립적인 요소를 상징한다. 그러니 헤르메스는 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대극적 가치의 쌍방을 넘나들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신이기도 한 셈이다.

 

9장 트로이->로마 : 위대한 로마의 탄생

 

[390]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은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부름을 받는 것,

부름이 끝나 한곳에 머무는 순간

삶은 저녁처럼 저문다.

그러니 풍랑과 폭우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떨림의 기쁨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니.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과,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니.

 

* 왜 이리 화가 나는 것일까.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 얼마전 내가 책을 쓰지 않아도 돼냐고 물었다. 그런데 답변은 괜찮다, 쓰지 않아도 나는 이곳에 머물러도 누구라도 나를 뭐라하지 않는다 였다. 그 당시에 이 답변은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다시 곰곰히 그 말을 되새기는데, 몹시 화가났다. 사우는 사우의 '삶에 대한 모독을 참아주어서'는 안된다.

 

[400] 사랑이 타오른다. 물처럼 빨갛게 날름이며

'여자는 남자의 몸에서 머물 산을 찾고,

남자는 여자의 몸속에서 배를 찾는다.

갈곳을 잃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미지의 불안으로 가득한 신세계를 그리며.

 

미친 듯 더듬어 서로 찾아 타오르는 절정에서

사랑의 길은 갈린다.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으로.

세상 모든 남자의 사랑은 바닷가에 묶인 배,

세상 모든 여자의 사랑은 그 배를 묶어둔 밧줄.

천둥 치는 만남은 잠시, 이내 영원한 엇갈림의 운명이여.

 

[410] 시인은 노래한다.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 난 길을 멋모르고 달리 듯이 걷다보면

문득 길이 끊기고 어두운 숲,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 때쯤 알게 되리

인생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을.

살면서 가장 큰 모험은

죽음을 미리 겪어보는 것.

황금 가지를 꺽어 손에 들고 700년을 산 시빌라의 안내를 받아

지난 삶을 건너 새로운 포구에 이르면

살아야 할 새 삶이 나타나는 법.

* 9기 연구원 장례식 유서 쓰기를 하고 있다. 나는 꼭 그들이 새로운 포구에 다다라서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죽음을 이기는 힘은 죽는 것이다.

 

[435] 2000년간 호려하가 살아 숨 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묵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 왔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실비아)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에필로그 :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447] 누군가 커서 호메로스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영웅 아킬레우수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알렉산드로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질문은 나에게 나팔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나팔이 찬양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영웅이 되고 싶다."

알렉산드로스는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옥타비오 파스는 호메로스가 되고 싶었다. 그는 시인이 영웅과 위인을 찬양하는 나팔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는 인간의 불행과 불운도 노래하기 때문이다.

* 변화경영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셨던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 시는 영웅을 찬양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의 불행과 불운도 노래하기 때문에그러하기 때문에 변화경영시인이 되고 싶어했는지도 몰른다.

 

[448] 시인에게 말과 사물은 같은 것이다. 그는 <활과 리라>에서 '말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 사물도 똑같이 피를 흘린다'라고 했다. 시인은 사물에 대한 공감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450] 나는 오랫동안 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왔다.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불렀다. 변화를 나의 삶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자기 계발과 자아 경영과 연결되게 되었다.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책을 쓰는 저작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의 개념을 나에게 적용하는 실험적인 삶을 살아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귬의 기업인 1인 기업을 만들었고,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현장을 중심으로 변화이론을 만들어온 전문가이며, 일년에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작가로 살아왔다. 자기 혁명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대상으로 대학원을 만들어 제자를 키우고 함께 공부하고 노는 기쁨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신화야말로 자기 경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거대한 상징체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 게 된 것이다.

 

[451]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사라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스프를 끓여내는 것이다.


[451] 시인은 말한다.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 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둑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 이 책의 맨 마지막 구절. 항해, 출항이다.

 

3.  내가 저자라면

 

1)구성

1. 신화가 된 인간

2.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3. 혹독한 귀환

 

1, 1모험의 시작은 프로메테우스와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2장은 미노스왕과 다이달로스라의 이야기 속에서 탐욕과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3장에서 다룬 인물들은 친숙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4장은 비참하고도 장엄한 삶을 산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의 삶이 중심이다.

2, 5장은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와 비정한 아버지 아가멤논을 다룬다. 6장 격돌편은 트로이전쟁의 주요 인물인 아킬레우스, 파리스, 헥토르 등을 다룬다.

3, 7장은 운명의 굴레라는 제목으로 딜레마와 불행속에서 운명에 맞선 사람들을 다룬다. 8장은 승리한 자의 고난으로 오디세우스의 귀환에서 만난 사람들과 시련을 다룬다. 9장은 위대한 제국 로마의 탄생을 다룬다.  

 

모험과 격돌과 귀환이라는 3개의 커다란 구성안에 각각의 장의 구성을 기밀하게 연결시키는 못하겠다. 각 장에서 다루는 것들이 인간이 갈망하다가 상승하는 것, 추락하는 것의 속성들과 운명에 매였으나 끝내 그들의 선택이 삶 전체를 고귀하게 만든 것이나, 운명을 거스리지 못한 안따까움 등을 모두 다 다루어서 각각을 개별로 음미했으면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등장인물과 사건과 호메로스의 일이아드와 오딧세이의 인물과 사건을 한데 풀어서 섞어 다시 재구성한 것 같다. 그리스의 탄생, 문명의 번영, 그리고 격돌, 이후에 로마 제국의 탄생까지 시간순으로 구성한 듯 하다. 그러나 뚜렷하게 시간을 구별하여 드러내지는 않았다.

 

각 장 끝에는 각 장에 연관된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에 대해서 Tip라는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그리스 로마신화는 보는 듯하다.

 

2)시인은 노래한다

각장의 각각의 모험이나 사건은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 같다. 각 장의 뒷부분에 시인은 노래한다로 시작하는 요약과 감흥을 실은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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