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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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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일 14시 39분 등록
민들레영토 희망 스토리 (김영한, 지승룡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005)

▶ 프롤로그 … 기찻길 옆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희망

신촌에 있는 민들레영토는 800평짜리 빌딩 전체가 카페이다. 10년 전 기찻길 옆 10평짜리 작은 가게에 뿌려진 씨앗이 지금은 무려 4,000평이 넘는 거대한 공간으로 발전했다. 10년 전에는 하루에 100명 정도의 고객이 찾아왔다지만, 지금은 하루에 1만 명이 찾아온다. 성직자였던 지승룡은 39세에 목회활동을 그만두고 나서야 자신의 몸속에 장사꾼의 피가 흐른다는 걸 깨달았다. 교회가 카페로 바뀌고, 신도는 고객으로 바뀌었다. 그의 절절한 종교적 사랑은 민들레영토를 성공으로 이끈 열쇠인 ‘어머니의 사랑’으로 발전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나’는 마케팅 컨설턴트 김영한이다. 본문에서는 지승룡 소장을 ‘나’로 등장시켜서 그의 생각과 행동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의 중심은 민들레영토 CEO 지승룡의 성공스토리와 전략이다.

▶ 1. 가장 안 좋을 때가 가장 좋을 때이다.

나 지승룡은 이혼과 함께 모든 게 달라졌다. 예수의 사랑과 진리를 세상에 전파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결심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주례를 부탁했던 청년이 다른 사람으로 주례를 바꿨다는 통보는 ‘이제 내가 교회 현장에서 목회를 한다는 건 불가능 하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 이후 나는 목회활동을 그만두었다.

이 사회 어느 곳에도 나이 서른여섯의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때 생각난 게 책이었다. 나는 매일 정독도서관으로 출근을 했고 신문부터 읽기 시작해서 잡지, 동화, 화집, 경제와 경영분야의 책을 포함하여 사회에 복귀하는데 필요한 책을 중점적으로 읽으며 3년을 보냈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약 2,000권이었다.

1993년 가을, 인사동 조그만 카페에서 30분 정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쫓겨나오는 길에 하나의 영감이 떠올랐다. ‘외로운 도시인들이 고향의 집이나 어머니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든다면 틀림없이 성공할거야.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

나는 돈이 단 한 푼도 없었다. 결심도 좋고 꿈도 좋고 다 좋은데, 자본이 없었던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던 어느 날, 노점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문득 ‘나만해도 30년이 넘게 먹어왔으니 떡볶이는 예사로운 음식이 아니라 신이 내린 음식이다. 이것은 분명히 돈이 될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가래떡을 팔아서 카페를 차릴 밑천을 벌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신사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고 강남이 고급 아파트단지 정문 앞에서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가래떡 장사는 내 생애의 첫 번째 장사치고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약간의 돈이 모이자 옷 장사를 시작했고 6개월 만에 2,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나는 꿈에 그리던 카페를 하기 위해 신촌 로터리에 있는 부동산중개소를 찾아갔다.
“2,000만원 가지고는 신촌에서 가게를 얻을 수 없어요. 적어도 억대는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신촌에 카페를 차리고 싶었고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신촌 일대를 누비고 다니다가 딱 맞는 장소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은 연세대 쪽 골목 안 기찻길 옆에 있는 양장점이었다. 6‧ 25 전쟁 직후 무허가로 지은 것이어서 보증금 1,500만원, 월세 70만원에 계약을 했다. 카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9개월 만에 10평짜리 가게를 열게 되었다. 그러나 무허가건물이라서 일반 카페처럼 영업을 할 수 없었고 간판을 달수도 없었다. 구청직원의 아이디어로 음료를 팔지 않고 자판기를 들여놓는 대신 음료 값에 장소 사용료를 포함시켰으며, 손님들에게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말하고 회원카드를 작성하게 했다. 간판 자리에는 영어로 ‘Break the Impossibility Habits! (불가능이라는 습관을 깨자)’라고 크게 써놓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나는 새벽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다. 하루 100명의 손님을 목표로 삼고 언제 그 목표를 달상할까 염려했는데, 한 달이 안 되어서 하루에 100명씩 손님이 왔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양장점 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원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돌아가신 건물주의 아들에게 평당 2,500만원에 계약을 했다. 계약금 1,000만원에 잔금은 1년 후에 주겠다는 조건을 건물주가 받아들인 것이었다.

▶ 2. 고객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라.

가게 대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1년 안에 2억원을 벌어야 했다. 나는 가게를 확장하기로 했다. 너무 낡아서 살기 어려운 집에 미분양 빌라를 구해드리고 점포를 100평으로 넓혔다. 100평으로 오픈한 카페는 매출이 크게 늘어나서 매달 수천만원씩 순익이 남아서 그 돈으로 은행에서 빌린 융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나갈 수 있었다.

카페에 손님이 늘어나자 몸은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는 한결 안정이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서울시의 '아름다운 서울‘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한 ’신촌 명물거리 조성안‘에는 연세대 앞길을 상가거리로 만들고, 기찻길 옆 건물들을 헐고 공영주차장과 공공시설을 건립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우리 카페가 철거되고 피해 주민들은 거리로 나앉게 될 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단골고객인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사이버공청회를 요구했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생대표가 항의방문을 했다. 연세대생들이 서대문구청장에게 보낸 항의메일은 결정적으로 힘이 되었다.
‘민들레영토는 신촌 주변 대학생들의 휴식처이자, 열린 토론의 장소입니다. 이곳은 대학문화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자리를 행정 편의적 입장에만 맞추어서 없앨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이 공부하고 대화하는 값진 공간을 지켜주십시오…’
마침내 서울시로부터 계획을 철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민들레영토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도시인들이 문화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문화카페가 되려면 도시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도시문화연구소’를 만들었다. 또한 민들레영토를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카페로 설계했다.

▶ 3. 고객은 주인공이다.

민들레영토가 대학생을 위한 문화공간이라면 서울의 모든 대학생이 모이는 대학로에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로의 민들레영토는 건물전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대학로를 헤매고 다니다가, 내가 원하는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니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만난 지점장과 건물 대금의 90%까지 대출 약속을 받고 경매에 응했고 운 좋게 낙찰되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IMF가 터지면서 그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 넘어갔고 그 지점장은 갑작스레 명예퇴직을 해버린 것이다. 미친 듯이 금융기관이란 금융기관은 다 찾아다녔지만 아무데도 돈을 빌려주지 않아 비싼 이자를 주고 사채를 빌려야 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한 신용금고회사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우연히 내 사정을 알게 된 카페의 단골이었던 여비서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사장에게 기적적으로 대출을 받았고 대학로의 민들레영토는 만들어졌다.

대학로에는 TGI, 베니건스, 스타벅스 등의 외국 브랜드들이 밀집해있다. 나는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었다.
‘하루에 3,000명의 고객이 오는 문화카페를 만들자’ 그것이 내 목표였다. 우리 카페는 손님이 머무는 동안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그러면 손님들은 차만 마시는 게 아니라 다른 메뉴를 찾고 책도 구입한다. 손님이 오랫동안 머무르면 자리회전이 되지 않아서 매출이 부진해야 할 텐데 우리 카페는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

고객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항상 고객이 옳다고 생각하며,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하기 위해서 자신을 낮춘다. 우리 카페의 설계개념은 손님을 공주와 왕자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생각만 해도 즐겁고, 직접 보면 맥박이 빨라지는 대상인 여성의 미소, 강아지, 꽃, 중세의 성(城), 책, 이 5가지 소재로 우리 카페를 꾸민다.

우리 카페에 오면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어도 느낌으로 얻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심은 ‘내가 최고다’라고 느끼는 거지만, 자존감은 ‘내가 가장 소중하다. 내가 가장 귀중하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자존감을 주는 것처럼, 우리 카페는 고객들에게 자존감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손님들이 우리 카페를 찾는 이유는 자신의 소중함과 자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 4. 먼저 직원에게 서비스하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걸고 손님에게 서비스하자’ 이것이 나의 출발점이었다. 10년 전 내가 최초에 했던 서비스정신을 우리 직원들이 이어가야만 민들레영토가 유지될 수 있다. 손님들이 우리 카페에서 감성을 충전할 수 있으려면 서비스를 하는 도우미들부터 감성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도 그러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신입도우미들은 5일간의 서비스교육과 현장실습교육을 받는다. 5일 중 3일 동안은 본사에서 경영철학, 조리, 제과교육 및 선배와의 대화시간 등의 내용으로 교육을 받고 나머지 2일은 지점별로 자체교육을 받는다. 중간직원교육 및 점장교육 그리고 조리제과실교육도 있다. 나는 서비스교육만은 철저하게 시킨다. 민들레영토의 이념과 철학을 충분히 이해해야 올바른 서비스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제도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 다른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직원에게 ‘마스터작위’를 수여하는 것으로 1년 이상 근무자 중에서 민들레영토의 경영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성실하게 근무를 하여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선발해서 수여한다. 마스터작위는 명예직이지만 승진의 혜택과 이익에 대한 소정의 배분을 받을 수 있어서 직원들의 관심이 많다.

서비스의 질을 일정수준으로 높이고, 서로의 지식을 나누려면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식이나 감성을 잘 표현할 도구가 필요했다. 나는 인터넷으로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서로 나누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쓰게 하고, 여러 명이 함께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김치운동이다.

김치(KIMCHI)는 ‘Knowledge & Insperation Motivate Creative Humanism Interactive'의 약자로 ’감동지식은 창조적인 상호간의 휴머니즘을 유발하고 촉진시킨다‘는 뜻이다. 이 김치운동은 어려운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서비스 3배 향상, 매출 30% 향상, 경비 30% 절감을 목표로 했다(330운동). 330운동의 실천과제로 휴먼세라피 상담하기, 홈페이지 글쓰기, 댓글쓰기, 업무보고 등을 정했고, 과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5인 이상의 셀(Cell)조직을 구성했다. 셀조직은 우리 카페의 네트워크 구조의 기초로, 상호간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토론하고 건의, 보고하는 작은 공동체이다. 김치운동은 힘들고 복잡하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이다.

우리 카페의 도우미는 손님과 항상 가까이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나를 대신하여 감성서비스를 한다. 이런 직원들의 문화적인 감성을 키우기 위해서 ‘문화이벤트’, ‘야간영화’, ‘책 만들기’, ‘일출구경’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한다. 나는 우리 카페의 도우미들이 단순히 차를 서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들의 마음을 읽고 감성으로 다가가서 작은 감동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감성서비스맨이라고 생각한다.

▶ 5. 하루를 두 번 사는 디지털 전략

카페는 1년 내내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여러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연출되는 일종의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카페는 오프라인이지만, 온라인에도 카페라는 명칭의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민들레영토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그 중 하나인 ‘갓피플(GODpeople)'행사에서 나는 4일간의 교육을 진행하였고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커뮤니티회원들이 내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소감을 빼곡히 적은 흰색 티셔츠였다. 아날로그세대에게 버림받았던 내가 디지털세대에 의해서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온라인에 별도의 카페를 만들었고 내 미니 홈피에 많은 글을 남겼다.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우리 카페의 단골손님들은 ‘민들레영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민사모)’을 만들어서 홈페이지 대화방에 자주 모였고 카페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 홈페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민들레영토이다. 이제 그곳에서 매일 매일 고객들과 친분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대화하는 일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여러 지방의 민들레영토 팬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고자 「민토신문」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흑백 4면으로 발행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지면이 늘어나서 지금은 컬러 16면까지도 발행한다.

카페의 영업이 끝난다고 하루가 끝나는 게 아니다. 나는 매일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서 고객을 만나고 전국에 있는 도우미들을 만난다. 우리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하루에 2회 이상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직원게시판, 근무공간게시판, 자유게시판, 방명록 등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2~3일에 한 번은 댓글을 올려야 하고 이러한 참여도는 근무성적에 반영된다. 약간의 강제성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서비스교육의 연장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읽지도 않는다. 읽지 않으면 무관심해진다. 무관심해지면 살아있는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1인 미디어인 미니 홈피와 블로그가 보편화되면서 나는 직원들과 고객들의 홈피로 매일 밤 2시에 마실을 떠나 새벽 4시가 되어야 돌아온다. 서비스리더는 고객과 같은 생각을 하고 직원과 한 몸이 되어야한다. 내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캐주얼을 고집하고 색다른 모자를 쓰는 이유는 사고의 유연함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인지 내 나이를 50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마치 큰형처럼, 큰오빠처럼 생각한다.

내 꿈은 항상 세계를 향해 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려서 중국으로 가고 미국으로 가고 나아가 전 세계로 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민들레 홀씨가 휴전선을 넘어 평양으로 날아가 그곳에도 감성문화공간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 에필로그 … 감성고객을 잡는 감성리더십

때론 강한 쇼크가 자신의 잠자고 있는 능력을 깨워놓는다. 먹고살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밑바닥 삶으로 떨어지는 충격에서 지소장은 책을 들었다. 자신의 부서진 모습을 책 속에서 찾았고, 살아남을 방법을 책 속에서 보았다. ‘경영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진정한 문제는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못 찾는데 있다. 문제는 마침표가 아니다. 문제로 인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해결의 시작이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장애물을 피할 수 없으면 그것들을 창조적으로 헤쳐나갔다. 그에게는 시장이 곧 학교인 셈이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한 경험도 없지만, 시장을 관찰하고 고객을 연구해서 새로운 사업방식을 만들어냈다. 지승룡은 시장이라는 학교에서 고객이라는 스승에게 배워 비즈니스를 한 것이다. 민들레영토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경영방식을 창조했다.

***

이혼경력 때문에 목표였던 성직자를 할 수 없게 된 36세의 지승룡은 3년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운명을 바꾸었다. 무시무시한 독서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일구어가는 모습은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한 개의 지점을 새로 오픈하기 전에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을 조사하면서 그 지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피고, 그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지역의 특성과 주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실내공간을 설계하고 테마를 설정한다는 민들레영토의 홈페이지를 찾아가보았다. ‘사장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소장님’이라 불리는 감성리더와 감성사원들의 젊음이 느껴지는 공간이 그곳에 있었다. 현재 중국과 미국에 해외지점을 준비하고 있는 민들레영토의 20개가 넘는 지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수많은 길 가운데 당신은 하나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을 돌보세요. 그리고 이제 그 길을 성실히 가세요.’
소자본, 무경험에서 출발한 민들레영토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치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표현이리라. 종교적인 기도를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것, 그것을 말하고 글로 적어 남기는 것, 그것을 통해 경제적인 가치로 전환하고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파시키는 것. 절묘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가 개성출신이라 장사꾼의 피를 타고난 것 같다는 지소장의 꿈은 ‘최고로 훌륭한 다방마담’이었다. ‘좋은 장사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기독교정신과 문화를 경영에 도입하여 ‘희망은 구호가 아니라 직접 발로 쓴 스토리’이며, ‘아이디어는 반짝거리는 머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에서 오는 것’임을 실천에 옮기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간다.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모습인 스타벅스와 차별화된 민들레영토는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 지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검색 중에 택시와 슈퍼사업 진출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와 슈퍼라니? 절묘한 장사꾼 지승룡 소장의 또 다른 꿈이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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