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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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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7일 19시 12분 등록
5. 맹자의 의義

흉년에 굶어죽은 시체가 길거리에 뒹굴고 있어도 곡식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휼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서도 ‘이것은 내 탓이 아니라 흉년 탓이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아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이 칼이 죽인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만약 왕께서 죄를 흉년탓으로 돌리지 않으신다면 천하의 백성이 왕에게로 귀의해올 것입니다. 222p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삶의 자세와 철학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반구제기의 자세란 IMF 사태에서 우리의 종속적이고 비자립적인 구조를 먼저 보는 것이지요. ... 사활적 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패권주의와 그러한 세계 경제체제의 중하위권에 편입되어 있는 우리의 경제적 위상을 아울러 보아야 하겠지만, 반구제기는 우리를, 나를, 내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운동의 원인은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이든, 국가든, 자기반성이 자기 합리와나 자의보다는 차원이 높은 생명 운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234p

지하철에서 내가 앉고자 하는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는 사례에서 본 것처럼 20분을 초과하지 않는 일시적 군집에서는 형성될 수 없는 정서가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러움은 관계가 지속적일 때 형성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피차 배려하지 않습니다. 소매치기나 폭행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잠시만 지나고 나면 그것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무관심과 냉담함을 도시 문화의 속성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러나 이것은 ... 한마디로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으로부터 야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문화 역시 자본주의가 만든 것입니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존재 형식인 셈이지요. 239p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 사회입니다. 상품 사회는 그 사회의 사회적 관계가 상품과 상품의 교환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입니다. 당연히 인간관계가 상품 교환이라는 틀에 담기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사람은 교환가치로 표현되고, 인간관계는 상품 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된 제도입니다. 240p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지속적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가 양보하게 되고 스스로 삼가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남에게 모질게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42p

6. 노자의 도와 자연

유가 사상은 서구 사상과 마찬가지로 진進의 사상입니다. 인문 세계의 창조와 지속적 성장이 진의 내용이 됩니다. 인문주의, 인간주의, 인간중심주의라 할 수 있지요. 그에 비하여 노자 사상의 핵심은 나아가는 것(進)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것(歸)입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노자가 가리키는 근본은 자연입니다. 노자의 귀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이란 문명에 대한 야만의 개념이 아님은 물론이고 산천과 같은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자의 자연은 천지인天地人의 근원적 질서를 의미하는 가장 큰 범주의 개념입니다. 254p

다시 한번 노자의 기본사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위의 사상과 상대주의 사상입니다. 무위란 작위作爲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개입하거나 자연적인 질서를 깨트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주의는 가치판단의 상대성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판단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작위이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273p

말없이 실천하고, 자랑하지 말고, 개입하지 말고, 유유하고 자연스럽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 실천론의 요지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그 성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277p

지금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소비가 미덕’이라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공리입니다. 절약이 미덕이 아니고 소비가 미덕이라니. 끝없는 확대 재생산과 대량 소비의 악순환이 자본 운동의 본질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당연히 욕망 그 자체를 양산해내는 체제입니다. 욕망을 자극하고 갈증을 키우는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수만은 화貨를 생산하고 그 화에 대한 욕구를 극대화합니다. CF 강고나 쇼윈도 앞에서 무심하기가 어렵습니다. 순간순간 구매 욕구를 억제해야 하는, 흡사 전쟁을 치르는 심정이 됩니다. 모든 사람이 부단한 갈증에 목마른 상태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 상품 생산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라고 해야 합니다. ... 돔지 無慾할 수 도 없고 無知할 수 도 업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와 현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노자]의 현대적 재조명이라고 생각하지요. 281p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 제8장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다툰다는 것은 어쨌든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목표 설정에 무리가 있거나 아니면 그 경로의 선택이나 진행 방식에 무리가 있는 경우에 다투게 됩니다. 주체적 역량이 미흡하거나 객관적 조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과도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에는 그 진행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고 당연히 다투는 형식이 됩니다. 무리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지요. 285p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이유는 먼저 약한 사람이 그 수에 있어서 다수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강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그가 지배하는 약한 사람들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강자의 힘은 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힘은 원래 약자의 것이지요. ... 강자가 다수일 수 없다는 사실 이것이 핵심입니다. 288p

다수 그 자체가 곧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수는 곧 정의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 원리입니다. 불벌중책不罰衆責, 많은 사람이 범한 잘못은 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 약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다수이기 때문이며 다수가 바로 현실이며 정의라는 것이지요. 2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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