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이선이
  • 조회 수 339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5년 4월 7일 21시 10분 등록
『 비단으로 해와 달의 빛을 되돌린 세오녀 細烏女 』

기이 紀異 제일 第一, <연오랑 세오녀 延烏郞 細烏女>조의 세오녀細烏女는
바위를 타고 남편인 연오랑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여성이다.

제 8대 아달라왕 4년 때, 동해가에 연오랑과 세오녀가 살고 있었다.
남편 연오랑이 바다로 가서 해초를 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위 하나가 와서 연오랑을 업고 일본으로 갔다.
세오녀는 해초를 캐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찾으러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 바위 위에는 남편이 벗어놓은 신이 있었다.
세오녀는 남편의 신을 보고 바위 위로 올라갔다.
바위는 연오랑 때처럼 움직여 연오랑이 있는 곳으로 세오녀를 데려다 주었다.
그러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과 빛을 잃는 괴변이 생겨났다.
점성가는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와 있다가 지금은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이러한 변괴가 생겨났다고 하였다.
신라에 해와 달의 빛이 없어지자 신라의 왕은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어
두 사람이 신라로 다시 돌아올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둘은 그곳에 간 것은
하늘의 뜻이니 돌아갈 수 없다고 하고, 세오녀가 짠 비단을 주며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지내라고 하였다. 사신은 이 말을 왕에게 전하였다.
왕은 그 말대로 비단으로 제사를 드렸다. 그러자 해와 달의 광채가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을 영일현 迎日顯 혹은 도기야都祈野라
한다고 하였다.
세오녀와 연오랑이 신적 존재임은 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지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세오녀의 남편인 연오랑은 해의 정령이며,
그녀는 달의 정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세오녀는 달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로서 인간을 도와주고,
그녀가 짜서 건네준 비단은 주물 呪物 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 삼국사기 』 신라본기 제2, <아달라이사금 阿達羅尼師今>
4년 조에는 이러한 기사가 없다. 다만, 5년 봄 3월에 왜인이 방문했다고
하는 기록과 20년 여름 5월에 일본의 여왕 비미호가 사신을 보내왔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이 이야기에서 달의 정령인 세오녀는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그가 짠 비단은 해와 달을 원래의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분명 달은 여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달에서 여성성을 느끼고, 달을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달이 '생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달의 생성성은 보통 달의 변화되는 모습, 곧 초승달로의 탄생, 만월, 소멸, 그리고 다시 초승달로의 재탄생의 모습을 통해 관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은 죽지 않는다. 매달 태어나고, 성장하고, 완성하고, 줄고, 다시 새로워진다. 규칙적인 리듬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고, 죽었다가도 살아난다. 죽었는가 싶으면 다시 살아나 변화하는 이러한 달의 생명력과 규척적인 리듬은 여성의 출산, 동물의 생산, 식물의 재배, 인간의 죽음과 재탄생에 대한 관념과 관계한다. 달의 규칙적인 생성성은 인간이나 동물, 식물의 탄생과 풍요로움의 원천인 셈이다. 이처럼 달이 탄생, 풍요, 창조의 의미를 내포함으로써 여성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달의 생성성은 옷감을 짜는 것으로도 인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mircea Eliade-이재성 옮김 『 종교사 개론 』(까치 1993 p 173)
수태하고 기르고, 성장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옷감을 짜는 것 또한 달이 살아있기 때문이며, 영원한 율동적 생성 속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달의 변화로써 시간을 지각한다. 과학적으로는 하루나 일년이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그것을 느끼는 것은 해가 뜨고 지는 것과 달의 모양과 위치가 변화하는 것을 통해서이다. 곧, 달의 번화를 통해서 시간이 분할되고 측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달의 변화를 통해 한달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한 달이 모여 한 해가 된다. 한 해는 다시 새로움으로 거듭나며, 생성과 소멸의 리듬 속에 있게 된다. 이같은 분할과 측정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 網 의 의미를 함의하게 된다. 그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 달이 분할과 측정의 이미지를 함의함으로써 씨실과 날실을 엮어 만드는 옷감의 이미지와 연관을 갖게 된 것이다. 이집트의 달의 여신 네이트의 경우 직조공의 직업을 발명했고, 운명의 여신 아테나 역시 직조기술로 유명하다. 생물의 생사에 관여하고, 시간 분활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달의 상징은 시간과 운명에 관여하게 되고, 날실과 씨실을 엮어서 옷감을 짜는 행위 또한 시간과 운명의 의미를 내포함으로써 달의 생성성은 옷감을 짜는 것으로도 지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에서 달의 신 모이라이들은 옷감짜는 여자들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달의 힘에 지배되고 있는 그녀들은 운명의 화신으로까지 격상되낟. 대지신 역시 씨앗 뿐 아니라 시간을 지배하고 인간의 운명을 짜기 위한 방추를 그 속성으로 간직하게 된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앞의 책 177-179)
달의 정령인 세오녀가 짠 비단은 이러한 달의 힘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냈더니 해와 달의 빛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왔다는 것은 규칙적인 우주의 리듬을 회복하고, 그로 인하여 모든 생활이 질서있는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은 달의 생성성을 회복하여 풍요를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시간, 운명에도 관계하여 우주의 질서를 회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비단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만든 존재가 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물론이다.
달의 정령인 세오녀가 짠 비단을 통해 구축된 달과 여성, 비단의 의미망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주기적인 재생과 영원한 율동성, 풍요와 다산, 시간과 운명의 지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 삼국사기 』 권 1 신라본기 <유리이사금 儒理尼師今> 9년 조에는 가배 嘉俳 때의 의례에 대한 기록이 실려있다. 왕녀 두 사람은 양부 梁部, 사량부 沙梁部, 모량부 牟梁部, 본피부 本彼部, 한기부 漢祇部, 습비부 習比部 등 6부의 여인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가을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경까지 길쌈을 하게 하고, 마직막 날인 8월 15일 그 많고 적음을 평가하여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쪽에 베풀게 하였다. 그 자리에는 술과 음식뿐 아니라 노래와 춤과 온갖 오락이 다 벌어졌는데, 이를 가배 嘉俳 (아름다울 가, 광대 배)라 한다고 하였다.
이 기록을 보면, 가배 嘉俳 때의 길쌈 대회는 남성은 참여할 수 없는 여성만의 행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왕녀 두 사람을 비롯하여 6부의 여성만이 참가한 행사로 만월에서 조금 이지러지는 날에서 시작하여 다시 만월이 되는 한 달 동안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길쌈만 하다가 마지막 날은 여성들만의 음주가무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추수기인 가배嘉俳 때의 이러한 행사가 여성끼리 모여 단순히 즐기기 위해 마련된 것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농경이 시작되는 봄철에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듯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기 때에도 한해의 풍년에 감사하고 다음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가 행해진다. 만월에서 달이 작아졌다가 없어지고 다시 태어나 만월이 되는 기간동안, 여성들은 아침에 해가 뜨기 전에 길쌈을 시작해서 해가 지고 다시 달이 뜰 때까지 길쌈을 한다. 이 기간동안 달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하루동안에도 달은 죽었다가 그 모습을 달리하여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여성들의 그 한달 동아느이 길쌈은 곧, 한줄한줄의 우주의 시간을 짜 가는 행위이며 우주의 규칙적인 율동성을 회복함으로써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일이 굳이 여성의 일이어야 하는 것은 여성만이 출산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곧, 여성의 생생력으로 다산과 풍요를 배가시킬 수 있다. 길쌈이 여성이 하는 일 중 고귀한 일로 인정받는 것은 그것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만이 아니라 우주를 짜가는 행위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남아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여성으로서 모습을 나타내어 비단을 짜서 어둠을 극복하고 새로운 빛과 질서를 탄생시키도록 도와주는 세오녀에게는 이처럼 달이 함의하고 있는 재생과 율동성, 시간과 운명의 지배, 풍요와 다산의 의미가 고스란히 덧씌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길태숙 [ 삼국유사와 여성 ] 중에서..

삼국유사를 읽어가기가 어려워서 쉬운 말로 씌여진 이 책을 함께 보고 있다.

기이 제 1
금와는 괴이하게 여겨 유화를 방안에 남몰래 가두었더니 햇빛이 비추었다.
그녀가 (몸을)피하자 햇빛이 또 따라와 비추었다.
이로 인해 임신하여 알을 하나 낳았는데* 크기가 다섯 되쯤 되었다.
왕이 이것을 개, 돼지에게 던져 주었지만 모두 먹지 않았고,
길에게 버렸으나 말과 소가 그 알을 피해 갔으며, 들판에 버리니 새나
짐승이 알을 덮어 주었다. 왕은 그것을 깨뜨리려고 했지만 깨어지지
않았으므로 유화에게 돌려주었다. 유화가 천으로 알을 부드럽게 감싸
따뜻한 곳에 두자 어린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골격과 겉모습이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나이 겨우 일곱에 용모와 재략이 비범했으며,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백 번 쏘아 백 번 맞추었다. 나라의 풍속에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였으므로 이로서 이름을 삼았다.

주) * 알의 원형은 태양의 상징이므로 이 알에 상서로운 기운이 비추었다는
것은 태양 신화에 속한다.

흥법 제 3
순도가 처음으로 고구려에 불교를 전하다

순도공 다음으로는 법심, 의연, 담엄등이 잇따라 불교를 일으켰으나
고전에는 글이 없으므로 감히 그 사실을 순서에 넣어 엮지 못한다.
자세한 것은 승전(僧傳)에서 볼 수 있다.

요수는 일명 압록(鴨 오리, 압 綠 푸를 록)이라고도 하며 지금은
안민강(安民江)이라 부른다. 다음과 같이 기린다.

압록강에는 봄이 깊어 물풀이 선명한데,
백사장 갈매기들이 한가롭게 조는구나.
문득 멀리서 노 젓는 소리에 놀라니,
어느 곳 고깃배인지, 나그네는 안개 속에 왔구나.


민장사 敏藏寺

우금리에 사는 가난한 여자 보개(寶開)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장춘 長春
이라고 불렀다. 그는 바다의 장사꾼들을 따라다녀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민장사 관음보살 앞에 나아가 7일 동안 기도를 드리니,
장춘이 갑자기 돌아왔다. 그 동안의 일을 묻자 장춘이 말하였다.
“바다 한가운데서 큰 바람을 만나 배가 부서져 함께 탄 사람들은 빠져 나오지
못했는데, 저는 판자조각을 타고 떠내려가 오吳나라 바닷가에 이르렀습니다. 오나라 사람들이 저를 가두어서 들에서 밭을 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스님이 마치 고향에서 온 것처럼 은근히 위로 하더니
저를 데리고 함께 갔습니다. 앞에 깊은 시내가 나타나자 그가 저의
겨드랑이를 끼고 건너뛰었는데, 어렴풋이 우리 마을의 말 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리기에 보니 바로 여기었습니다.
해질 무렵에 오나라를 떠났는데, 여기에 도착한 것은
겨우 술시 戌時쯤이었습니다.”
이때가 바로 천보 天寶 4년 을유년 (745) 4월 8일이었다.
경덕왕이 그말을 듣고 절에 전답을 시주하고 또 재물과 패물을 바쳤다.

민장사 : 경주에 있던 절. 이절은 민장 각간이 자기 집을 내놓아 세운 것이다.




IP *.72.66.253

프로필 이미지
이선이
2005.04.14 00:17:08 *.42.252.177
모르는 부분을 계속 넘어가면서 전체를 훑기가 정말 어렵다. 이 책 삼국유사.. 간간히 신화와 전설과 불교신앙이 나오면 조금 쉬었다가 줄기차게 마태복음이나 저기 민수기 신명기처럼 낳고 낳고의 연속이다. 아마 그 낳고 낳고 싸우고 죽이고 정벌하고 차지하는 역사가 지겹기만하는 것은 그 계보속의 이름자들이 나와 너무 먼 시간대에 살다가고 그들 자신의 생각을 글자를 통해 남기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만약, 김수로왕의 말이 그대로 적혀져 있다면... 요임금 순임금은 말이나 글이 아니라 행동을 남겼다. 대부분의 역사속의 영웅들은 거대한 업적을 세우다보니, 세세히 쓸시간이 없었을 것이고 세대를 건너온 자, 그 누군가가 대신 쓸 수 밖에 없다. 공자나 맹자의 바로 그 제자들, 그 스승의 말을 기록의 형태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그들이 몇 천년을 거슬러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라 여겨진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