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볼때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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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과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고 있었는데 늘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다발과 마늘 20개를 주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하였다. 곰과 범이 근신한지 3.7 일 (21일) 만에 곰은 변하여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호랑이는 능히 기(忌)하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인이 되고 난 후, 웅녀는 신령한 나무(壇樹) 아래서 축원하여 아이를 가지기를 바랐다. 하늘의 아들 환웅은 잠시 변하여 웅녀와 결혼하여 아이를 나으니 이름을 단군왕검(壇君王儉) 이라했다 ’

이 이야기는 일연의 ‘삼국유사’ 고조선 조에 나오는 단군신화 중 곰이 변하여 여인이 되고 하늘의 아들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게된 대목을 옮긴 것이다. ‘삼국유사’는 고려 때 1281년에서 1283년까지 인각사에서 일연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87년에 편찬되어 비슷한 단군신화를 담고 있는 이승휴의 ‘제왕운기 보다 4년 정도 일찍 만들어 진 것이다.

신화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화학자인 조세프 켐벨( Joseph Campbell)은 ‘신화는 거짓말이 아니라 은유’라고 말한다. 은유라는 말의 뜻이 중요하기 때문에 켐벨이 어느 방송 속에서 토론할 때 적대적인 공격자에게 썼던 방식을 소개해 보자.

토론자 :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겠습니다. 나는 법을 전공했습니다. 신화는 거짓말입니다.
켐벨 : 그렇지 않습니다. 신화는 거짓말이 아닙니다. 신화란 상징적인 이미지와 이야기 들을 조합해 놓은 것입니다. 인간 경험의 가능성에 대한 은유이며, 특정한 시대 이루어진 문화적 성취입니다.
토론자 : 신화는 거짓말입니다.
켐벨 : 신화는 은유입니다.
토론자 : 거짓말입니다.
켐벨 : 나는 은유라고 말했습니다. 은유의 예를 한 번 들어보십시오.
토론자 : (망설이고 거절하다 이렇게 말했다 ) 한번 해 보지요. 내 친구 존은 빨리 달립니 다. 사람들은 그가 사슴처럼 빨리 달린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은유입니다.
켐벨 : 그것은 은유가 아닙니다. 은유는 이렇습니다. ‘존은 사슴이다’

신화는 ‘우주의 신비로운 떨림’(mysterium tremendum)을 향해 의식을 깨우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은유이며 문화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상징적인 존재 (Homo Symbolicum)로서의 인간은 언어와 종교, 예술과 과학, 역사와 제도 외에도 신화와 전설을 만들고 전달해 왔다. 신화는 ‘나’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신비로운 공감이다.

켐벨은 이것을 ‘네가 그것이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인 Tat tvam asi 로 표현한다. 그는 ‘근원적 자아는 현실 속에서 다양하고 구체적인 생명으로 활동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의 표현을 빌면 ‘ 나의 참된 내적 존재가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 안에 실제로 존재하며...’ 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신화에 나타나는 은유들은 근원적 자아가 자신을 들어냄으로써 해당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이 마음으로 혹은 감성으로 하나가 되게 하여 그에 따라 살게 한다. 그것은 우주의 신비로운 떨림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나’ 속에 자리 잡게 된다.

단군신화 속의 곰은 꿈을 꾸는 곰이었다. 그 꿈은 여인이 되는 것이었다. 꿈은 이루어졌다. 어두운 굴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근신했고, 노력했고, 인내했다. 그리고 자신이 인간의 여인이 되고 아이를 낳게 될 것을 밤낮으로 꿈꾸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원이 너무도 간절하여 100 일 예정이었던 고행을 21일로 마치고 조기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곰을 부족의 토템으로 하는 곰 부족이 마늘과 쑥을 신령스러운 것으로 섬기는 또 다른 부족에게 통합 흡수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 과정을 통하거나 보다 부드러운 이해관계를 통해 - 예를 들어 제사장의 그룹과 정치적 수장의 집단이 사회적 결합을 하는 경우 - 결합되는 이런 합병과 제휴는 고대 사회가 확장되고 하나로 결속되어 가는 방식이었다. 서로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하나의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수장이 된다는 이야기는 상이한 두 집단이 새로운 하나의 집단으로 융화되며, 동일한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동질체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훌륭한 빗댐이다. 신화는 역사적 사실의 은유인 것이다.

오늘날 두 개의 국가가 이렇게 통합이 된 경우는 독일과 베트남이다. 앞으로 한국이 서로의 불화를 이기고 ‘굴속에서 마늘을 먹고 지내야하는 어렵고 어두운 인내의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성공적 사례를 만들게 될 것이다.

국가의 통합과는 달리 기업의 세계에서 제휴와 합병은 일반적이다. 두 개의 기업이 통합되고 두 개의 기업문화가 병존한다. 혹은 세계화 속에서 다른 나라에 새로운 공장과 지사를 설립하게 될 때, 두 개의 문화가 만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군신화가 얼마나 의미 있는 상징과 은유인지 금방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