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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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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0일 20시 31분 등록
도서 정리 3 - 강의

1. 인용

한 개인의 삶에 그 시대의 양이 얼마만큼 들어가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삶의 정직성을 판별하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노촌 선생은 참으로 정직한 삶을 사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p

미록지대자야糜鹿之大者也에서처럼 스스로 깨치는 방식, 하루 종일 걸려서 그제야 깨닫는 그런 비능률적인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 과학적 방법이나 첩경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암기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성과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요. ...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27p

인간을 인간人間, 즉 인人과 인人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인간관계라는 관계성의 실체로 보는 것이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간입니다. 이 사회성이 바로 인성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41p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47p

초상지풍草上之風 초필언草必偃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
수지풍중誰知風中 초부립草復立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이니 메기를 넣는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전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불편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씹어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75p

유목 문화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동일한 공간에서 반복적 경험을 쌓아가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단히 새로운 초원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 그러나 인류의 정신사는 어느 시대에나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모색해가게 마련입니다. ... 할머니 가설이 그렇습니다. ... 나이 든 세대의 경험과 역할이 현생인류의 양적 팽창과 질적 발전을 가져온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77p

제가 감옥엣 만난 노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는 의미는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82p

주역은 점치는 책입니다. 점쳤던 결과를 기록해둔 책이라 해도 좋습니다. 나는 점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88p

우리가 보통 점이라고 하는 것은 상相, 명命, 점占으로 나눕니다. 상은 관상, 수상과 같이 운명 지어진 자신의 일생을 미리 보려는 것이며, 명은 사주팔자와 같이 자기가 타고난 천명, 운명을 읽으려는 것입니다. 상과 명이 이처럼 이미 결정된 운명을 미리 엿보려는 것임에 반하여 점은 ‘선택’과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결정된 운명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 결정이 어려울 때 찾는 것이 점입니다. 89p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터보다 집이 크면 그 터의 기가 건물에 눌립니다. ...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 반대로 70의 능력밖에 없는 사람은 그 부족한 30을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날 수밖에 없습니다. 101p

희망은 현실을 직시하는 일에서부터 키워내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가을 나무가 낙옆을 떨어뜨리고 나목으로 추풍속에 서듯이 우리 시대의 모든 허위의식을 떨어내고 우리의 실상을 대면하는 것에서부터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125p

논어는 인간관계론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본질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사실만은 여러분과 합의해보고 싶은 것이지요. ... 사회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 그러나 사회에 대한 이 모든 개념은 제도와 인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제도와 인간이라는 두 개의 범주가 인간관계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사회는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 할 수 있으며, 이 인간관계의 사회적 존재 형태가 사회 구성체의 본질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 자본주의 사회가 바로 인간관계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지요. 사회 변화 역시 그것의 핵심은 바로 인간관계의 변화입니다. 인간관계의 변화야말로 사회 변화의 최초의, 최후의 준거입니다. 145p

전문성은 바로 효율성 논리이며 경쟁논리입니다. ...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152p

나는 사회의 본질은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회적인 인간관계에서는 그 다음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회란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성 자체가 붕괴된 상태라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156p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다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 신체가 건강한 것보다는 마음 좋은 것이 더 중요하다
심호불여덕호心好不如德好 마음 좋은 것이 덕 좋은 것만 못하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87p

이상적인 교육은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하나로 통일된 생활의 어떤 멋진 덩어리(일감)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을 궁리해가며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그러한 것인데 즐거움은 놀이이고 궁리는 학습이며 만들어내는 행위는 노동이 되는 것이지요. 200p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지속적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가 양보하게 되고 스스로 삼가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남에게 모질게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42p

나는 맹모보다는 한석봉의 어머니가 더 훌륭하다고 행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식을 지도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맹모처럼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몸소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자식이 그것을 복받게 했던 것이지요. ... 부모가 직접 자신의 일면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는 차차하고라도 참된 스승의 모습이 안ㄹ 수 없기 때문입니다. 248p

다수 그 자체가 곧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수는 곧 정의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 원리입니다. 불벌중책不罰衆責, 많은 사람이 범한 잘못은 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 약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다수이기 때문이며 다수가 바로 현실이며 정의라는 것이지요. 289p


기계는 그 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여가를 가지게 하고 그 생산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로 인한 실업 무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가와 소비의 증대가 인간성의 실현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곧 장자의 문제의식입니다. ... 장자의 체계에 있어서 노동은 삶이며,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 되고, 도가 되어야 하고, 도와 함께 소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332p

전쟁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것을 정면에서 반대합니다. ... 단 한 줌의 이롬ㅁ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 오늘날 우리의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전쟁방식에 의한 정의의 실현이 공공연히 선언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전쟁을 용인하는 한 그것이 어떠한 논리로 치장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기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나쁜 평화가 없듯이 좋은 전쟁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379p

현재 우리 사회에는 범죄와 불법 행위라는 두 개의 범죄관이 있습니다. 절도, 강도 등은 범죄 행위로 규정되고, 선거사범, 경제사범, 조세사범 등 상류층의 범죄는 불법 행위로 규정됩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소위 범죄와 불법 행위는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전혀 다릅니다. 범죄 행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매우 가혹한 것임에 반하여,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합니다.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인간 전체를 범죄시하여 범죄인으로 단죄하는 데 반하여,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사람과 그 행위를 분리하여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는 정도입니다. 443p


한 사람의 사상가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의 인간적 면모에 주목한다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인간을 알지 못하면 그 사상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상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지요. 사상과 시대, 사상과 사회가 분기될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것의 분리가 바로 관념화의 과정이고 물신화의 과정입니다. 456p

진나라 최대의 공신이었던 이사는 법가적 단호함과 공평무사함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간신 조고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비명에 가고 맙니다. 사기의 이사열전에서는 이사에 대하여 그 공적이 주공周公에 비견할 만함에도 불구하고 주살을 면치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결정적 과오는 역시 윗사람의 의중을 당자보다 먼저 헤아려 영합하기에 급급했고 스스로 공명정대한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467p

2. 소감

현대 자본주의가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부국강병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는 무한 경쟁 체제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저자의 말이 책을 편 나의 폐부를 찌르고 지나간다. 한 번도 부국강병을 꿈꾸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제가 이 책을 보면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를 휘감아 전율을 느끼게 하는 짜릿함을 읽는 중간 중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는 그것이 잘된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우리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동양 고전 독법 - 강의]는 동양사상 그중 중국의 사상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현대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의 대안적 사상의 흐름으로 중국의 새로운 시도를 의미 있게 조명하고 있다.
고전 강독의 화두로 걸어놓은 관계망關係網은 세상의 모든 것들은 관계가 있다고 하고 수많은 관계 그리고 수많은 시공으로 열려있는 관계가 관계망이라고 한다. 서양사가 존재론적 의미를 가진다는 부분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동양의 사상사에서 관계론에 대해서는 쉬 이해가 되지 않았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관계라는 부분이 직접적인 이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강의를 읽으면서 자주 눈에 들어온 부분은 아무래도 고전에 대한 현대적 의미의 해석들이었다. 저자가 얘기하려고 하는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현대적 재해석과 삽입되어 있는 몇 가지 사례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식에 대한 짧은 이해임을 절감하였다. 예를 들면 미록지대자야에서 나오는 학습의 방법이 나에게 책 읽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였고,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에서는 한동안 눈감고 지난 생활을 반성하게 하였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에서는 조직문화의 철없음을 아쉬워하고 앞으로의 조직건설에서는 활력과 재미가 살아 있는 즐거운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였으며, 맹모와 한석봉 모친의 경우처럼 부모가 직접 자신의 일면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목이었다.

노장사상에 대해서는 사실 너무 어려워서 아직까지 이해가 거의 되지 않는다. 묵자와 법가가 개인적인 관심을 끌었다.

3. 내가 저자라면

책에 대한 이해도 채 되지 못했는데 내가 저자의 입장에서 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러한 내용은 쓸 자신도 없거니와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읽고 감탄하고 새로운 세계를 안 즐거움이면 족할 노릇이다.

선생의 감옥에서의 오랜 시간이 선생을 이처럼 맑고 높게 만들었을 진데 그만큼의 역사를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독자로서만 남고 싶은 생각이다.

다른 연구원들의 강의에 대한 도서정리를 보면서 속으로 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아직도 나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책에 대한 관심이 아직까지 소감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선생은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지는 것임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 잘하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마음씨가 바르고 고운 사람이 참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을 두고두고 곁에 두고서 읽어야겠다. 올해 안에 다시 서평을 작성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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