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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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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3일 13시 35분 등록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리처드 니스벳 지음/최인철 옮김/김영사

1. 책이 내게로 왔다.(감상)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왜 미국인들이 권선징악의 헐리우드 블로버스터 영화에 매료되는지, 기독교가 왜 다른 종교보다 유난히 배타성을 띠는지, 왜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미국인들이 악의 세력과의 전쟁으로 간주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세계를 상황과 무관한 개별적인 사물들의 집합으로 보고 모순을 인정할 수 없는 서양의 생각 구조에서는 양자택일의 논리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형식논리가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면 배타성과 호전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미시건 대학교 문화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인간 사고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기존 심리학의 가설을 부정하고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을 동서양의 비교 문화와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개한다. 한마디로 동양과 서양의 '생각의 지도'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현대의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분야에서의 최첨단 발전은 왜 서양에서 두드러질까? 왜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을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 지명 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왜 동양의 유아들은 명사보다는 동사를 더 빨리 배울까? 왜 동양사람들은 점 보는 것을 좋아할까? 동양인들은 왜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일까?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에서 비롯되며 이 차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소위 '비옥한 초승달 지역(Fertile Crescent)'에서 점차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개성, 자유, 합리화, 보편주의 같은 가치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농경사회의 중국에서는 정착생활과 함께 파생적으로 가족, 이웃과의 조화, 권력자에의 복종 등이 중요한 반면 해안까지 산으로 연결된 그리스는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해 유대보다는 독립, 장사를 위한 논쟁, 유목생활의 자유 등이 중시되었다. 이런 생태적 차이가 동양과 서양의 사회구조와 사고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양대 문명의 사고 구조의 차이점을 간단히 언급해 보면,

첫째 서양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반면에 동양은 개인의 관계를 중시한다. 행복에 관한 서양인의 생각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에 동양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둘째 서양은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지만 동양은 사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사물의 속성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속성에 근거하여 범주화 하여, 그 사물을 범주화한 규칙으로 설명하려는 서양의 사고 방식에 비해 동양에서는 '사물의 부분보다는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사물들의 상호 관련성과 조화,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셋째 서양은 사물을 분석적으로, 부분을 보려 하지만 동양은 상황을 중시하고 종합적으로 보려 한다. 저자는 물 속 장면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실험에서 일본인들은 초점이 된 물고기를 언급하는 비율은 서양인들과 비슷했지만 배경요소(물, 바위, 수초 등)에 대한 언급은 미국인들보다 60%이상 더 많이 언급한 실험 결과를 통해 위 가설을 입증한다.

넷째 서양은 세상을 통제할려고 하지만 동양은 세상에 적응할려고 한다. 서양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지만 동양인에게는 '여럿이 있으면 안전하다'는 일체감이 중요한 것이다. 서양인들은 단순하게 세상을 인식하지만 동양인들은 복잡한 구조로 세상을 이해한다. 인생의 모든 일이 새옹지마(塞翁之馬)인 것이다.

다섯째 서양은 논리를 중시하지만 동양은 경험을 중시한다. 동양인들이 논리가 부족한 것은 내용은 무시하고 형식만을 강조하는 탈맥락주의를 완강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서양의 이같은 사고 방식 중에서 누가 더 옳은가? 그리고 이 차이는 계속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은 명쾌하다. 어떤 문화권의 사고 방식이든 그 문화 사람들에게는 정당하다는 문화 상대주의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사고 방식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 문화적 차이는 서로 결합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양 사고 습관의 문제점인 형식주의, 양자택일 논리, 기본적 귀인 오류와 동양 사고 방식의 문제점인 모순, 논쟁과 수사학, 복잡성을 상대편의 장점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 준다.

책의 제목을 '생각의 지도'라고 붙인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생각의 구조를 이해하니 많은 사건과 현상들이 투명하게 이해되었다. 타 문화와 사고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원리를 깨닫게 되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든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는 것이다.

한가지 새삼 깨닫게 된 것은 헤겔, 마르크스, 베버 등 독일의 사상이 동양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대학 시절에 공부한 변증법의 3원리가 실제로는 동양사상의 근본인데 왜 나는 거꾸로 서양을 통해서 알게 된 건지 참 희안한 일이다.

책의 페이지 수나 내용이 부담없는 수준이어서 생각보다 쉽게 읽었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동양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이 인문학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좋은 교양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2. 역지사지(易之思之)-내가 저자라면

'생각의 지도'는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균형잡힌 시각으로 동양과 서양의 사고 체계를 관찰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최인철 역자가 저자의 제자이어서 그런지 번역도 깔끔하다. 번역본이라기 보다는 원문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인용문을 굵게 부각시키고 활자체도 시원해서 마음에 든다.

그러나 몇가지 궁금하고 아쉬운 대목이 있다.

첫째 책 곳곳에 등장하는 많은 문화실험이 정말로 과학적으로 유의미한지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한 대목이다. 많은 문화 실험을 소개함으로써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 것은 틀림없지만 실험의 신뢰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사회과학 방법론의 정합성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과연 구체적으로 유의미한 표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인지가 의문이 들었다.

둘째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대비에만 초점을 둔 점이다. 여기서 동양과 서양의 범위는 협소하다. 동양은 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를 지칭하며 서양은 미국, 영국, 캐나다이다. 책의 중간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유럽은 양 문화의 중간지대이다. 유럽이 양문명을 조화시키는 과정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동과 동남아의 경우도 포함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보강된다면 책 말미에 저자가 주장하는 양 문화의 결합이 설득력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동양과 서양의 사고 체계가 미래에는 서로 삼투압의 원리처럼 결합된다는 결론에 대한 것이다. 마치 요리의 재료들이 각각의 속성은 그대로 지니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듯이, 두 문화는 새로운 통합을 맞이할 것이라고 한다. 동서양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인 발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일견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저자의 이 예견은 순박한 낙관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양은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 동양의 어떤 국가를 가도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쓴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불교, 의술, 요가, 기수련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렇지만 동양의 서구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세계화가 주요인이라면 서양의 동양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주류인들의 반성에 가깝다.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전히 자본의 논리에 의한 우열의 문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동국가의 분쟁을 보면 문명의 통합보다 새무엘 헌팅턴 교수의 '문명의 충돌'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통합의 밑그림을 주제로 저자의 탁견을 들어보고 싶다. 동양과 서양이 미래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의 지도 2'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3. 책에서 끌어다 쓰기(인용)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P28)

성경의 『누가복음』에서는 아테네 사람들에 대해 "오직 새로운 것을 말하고 듣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P29)

초기 유교 신봉자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과 그 속에서 부여되는 역할들의 총체일 뿐,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었다. - 헨리 로즈먼트 (P31)

홀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게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 유교경전 좌전(左傳) (P33)

유교적 사고에 있어서 구체적인 행위와 관련되지 않은, 즉 실용적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앎'이란 것은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사물 자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1)사물의 속성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2)그 속성에 근거하여 범주화하고, 3)그 범주들을 사용해 어떤 규칙을 만들어, 4)사물들의 움직임을 그 규칙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P36)

'프랑스 혁명이 바람직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주은래의 대답
지금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It's too early to tell) (P39)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원이며,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근원이다.
무언가를 구부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펼쳐야 하고
무언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강화시켜야 하며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풍성하게 하여야 하고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주여야 한다.
- 도덕경(道德經) (P40)

모든 중국인은 성공하고 있을 때에는 유교도이고, 실패하면 도교도가 된다. (P42)

'종합주의(holism)'는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종합주의라는 개념은 공명(resonance)현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악기의 한줄을 건드리면 공명에 의해 다른 줄이 울게 되듯이 인간, 하늘, 땅은 서로에게 이런 공명을 일으킨다. (P43)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자들은 한 수학자를 자신들의 학파에서 축출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그 이유는 그 사람이 2의 제곱근과 같은 무리수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그리스 수학자들이 무리수를 실수(實數)로 간주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P49)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저맥락(low context)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P55)
-- 퇴니스의 공동사회(Gemeinschaft)와 이익사회(Gesellschaft)의 구분과 유사

사람을 의미하는 한자 人도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P56)

미국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특히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네가 밥을 안 먹르면, 고생한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슬프겠니?' (P63)

서양인들은 보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규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규칙을 저버리는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양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때로는 비정하게까지 보인다. (P68)

어떤 학자들은 문명이 처음 시작된 소위 '비옥한 초승달 지역(Fertile Crescent)'에서 점차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개성, 자유, 합리화, 보편주의 같은 가치들이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P73)

중국인들은 오륜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각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집단 속으로의 개인의 완전한 융합을 강조한다. - 도라 디엔 (P75)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흥미롭게도 이들의 지적 전통 또한 미국이나 영국의 전통보다는 동양적인 '종합적' 색채를 상대적으로 띠고 있다. 앵글로 색슨계의 철학자들이 언어를 미시적으로 분석한 반면 대륙의 철학자들은 현상학, 실존철학, 구조주의, 탈구조주의, 탈근대주의와 같은 문제들에 몰두했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주의는 독일의 산물이고, 사회학은 프랑스의 오귀스트 콩트(AUgust Comte)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독일인인 막스 베버(Max Weber)에 의해 그 절정에 이르렀다. (P86,87)

동양인들은 사건에 대해 보다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P89)

'세상은 단순하고, 따라서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일 자체에만 신경쓰면 된다.'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통제 가능한 곳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고 세상사는 예측할 수 없이 자주 바뀐다.'라고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다. (P97)

서양인들에게는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지만, 동양인에게는 누군가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일체감이 중요한 것이다. (P98)

여럿이 있으면 안전하다(There's safety in numbers) (P99)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처럼 전체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일의 발생 배후에 수많은 변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믿든다면,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지각될 것이다. 어떤 변인 때문에 변화의 속도나 심지어는 변화의 방향까지도 바뀔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도교의 순환론적 세계관이다. (P101)

서양의 유토피아 개념은
- 유토피아를 향한 직선적 행보가 가정되어 있다.
- 일단 도달하면 그 상태는 영원히 지속된다.
- 운명이나 초인간적인 개입이 아닌 인간의 노력으로 유토피아에 이를 수 있다.
-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유토피아는 인간 본성에 대한 몇 가지 극단적인 가정에 기초해 있다.
동양인들은 진보보다는 '회귀'를 추구하고, 극단적인 것들 사이의 '중용'을 추구한다. 그리고 동양의 유토피아는 '과거'에 존재하며, 인간의 소망은 '현재 상
태에서 과거의 완전한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다. (P10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빅 파이브'란, 사람들의 성격을 기술할 때 주로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성격 특질군으로서 외향성, 신경증 성향,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을 지칭한다. (P118)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란, 행동을 유도한 '상황의 힘'을 무시하고 행동의 주원인을 '성격'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말한다. (P120)

서양의 학교 역사 수업에서는 '어떻게'라는 질문보다는 '왜'라는 질문이 동양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오가는데, 와타나베는 미국인의 이러한 역사 분석을 '후행적(backward)'이라고 규정했다. 왜냐하면, 사건들이 '결과=>원인'의 순서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이러한 분석이 서양인의 목표 지향적 사고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목표 지향적 사고에서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델을 나중에 설정하기 때문이다. (P124)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과잉 확신하는 경향'과 '그 때문에 당연히 놀라워해야 할 예외적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를 후견지명 효과, 심리학 용어로는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P127)

서양인들의 단순한 세계관은 적어도 과학의 영역에서는 매우 유용한 시각이다. 왜냐하면 단순한 모델은 검증이 쉽고, 따라서 개선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P130)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범주화는 지식을 제한하고 더 큰 지식을 분열시키는 짓이다. -장자 (P135)

다섯가지 색으로만 범주화하면, 우리 눈은 멀게 되고
다섯가지 음으로만 범주화하면, 우리 귀도 멀게 되고
다섯가지 맛으로만 범주화하면, 우리 입맛을 짧아질 것이다. -도덕경 (P135)

서양의 아이들은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빨리 배우지만, 동양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명사 못지않게 동사도 빨리 배운다. (P134)
그 이유는
1) 동사는 영어와 기타 유럽 언어에서보다도 동양의 언어에서 지각적으로 더 두드러진다. 중국어나 일어,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문장의 처음이나 맨 마지막에 오는 경향이 있는데 그 위치들은 상대적으로 논에 띄는 곳들이다. 반면에 영어에서는 동사가 대개 문자으이 중간에 등장하기 때문에 지각적으로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2)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명사를 가르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물을 가리키고 그것의 이름과 특성을 가르쳐주는 것을 부모의 사명으로까지 여긴다.
3)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범주화하는 서양인의 습관때문에 그들의 아이는 명사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4) 영어나 다른 유럽 언어에서 '속명(generic nouns, 어떤 범주 자체에 대한 이름)'은 문장 구조상 확연히 구분된다.
5) 연구에 따르면 동양의 어린이들은 서양의 어린이들에 비해 훨씬 늦은 시기에 범주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P146-148)

영어는 '주어'에 매우 집착한다. 심지어 '비가 온다'라는 표현을 할 때에도 'It is raining'이라고 해서 'It'을 주어로 쓸 정도이다. 그러나 동양의 언어는 '주제'중심적이다. (P150)

서양에서 행위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동양인에게 행위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거나 주어진 상황에 자기가 적응한 결과이다. 가령 동양에서는 '나(I)'를 표현하는 말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기술하는 말과 상사와의 관계에서 '나'를 기술하는 말이 다르다. (P151)

중국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P152)

언어 구조상의 차이는 사고 과정의 차이를 낳는다.(이를 언어 상대성 가설이라고 한다.) - 언어인류학자 에드워드 사피어, 벤저민 워프 (P152)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공자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동양인을 두고 한 말이 틀림없다. (P158)

문명 세계의 양극단인 동양과 서양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논리학의 지위에 있다. 논리학은 서양 문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그 전통의 끈이 끊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철학자 앵거스 그레이엄 (P158)

중국인은 매우 합리적이어서 지나치게 이성적으로만 사고하는 것을 거부하며... 또한 내용과 형식을 분리하는 것도 거부한다. - 철학자 류슈센 (P158)

동양에서 논리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주된 이유는 어떤 논리적 주장의 '내용'은 무시하고 '형식'만 고려하는 탈맥락주의를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P160)

변화는 모순을 발생시키고, 모순을 다시 변화를 야기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모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개개의 사물을 논하면서 다른 부분들과의 관계나 그것의 이전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P167)

헤겔 또는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은 모순을 수용하거나 초월하기보다는 모순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동양의 변증법적 사고보다 더 공격적이다. (P167)

비모순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미국인들의 반응은 때로 불필요하게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동서양 철학자 모두가 염려하는 서양의 극단적인 논리주의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P177)

바넘효과(Barnum effect) : '쉽게 속아 넘어가는 얼치기는 매순간 태어난다.'
사람의 양면성을 둘 다 표현해도 족집게로 믿는 현상
'즉 외향적이지만 내성적이다'라는 주장속에 담겨진 모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P177)

미국인들은 능력이란 애초부터 주어진 것이거나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적절한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누구라도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P182)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사고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의 도식
생태학>경제>사회구조>주의>형이상학>인식론>사고과정 (P189)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서양에서는 정의의 실현을 원칙으로 하며, 법적 해결을 시도할 때 선과 악은 분명히 구분되며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본 전체로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갈등 해결 목적은 승자와패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협이 가장 선호된다. (P205)

서양과 동양의 종교가 서로 다른 것은 서양 종교가 '옳고 그름(right/wrong)'의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동양 종교는 '둘 모두/함께(both/and)'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P212)

동양에서는 종교 전쟁이 거의 없지만 서양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P212)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가정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천성을 바꾸어야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고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보다는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주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을 제거해주는 것이 낫다. (P216)

모순에 대하여 덜 민감한 사고 방식은 지적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 (P217)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P229)
IP *.248.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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