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신재동
  • 조회 수 311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5년 4월 14일 01시 17분 등록
- 인용 -

- 서론 -

인문학자들과 다른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정확한 용어로 표현만 안 했을 뿐 사실상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근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민속 형이상학(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둘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고 과정'을 가지고 있다.

셋째, 사고 과정은 '사고의 내용' 혹은 민속 형이상학과 분리될 수 없다. 즉 사람들은 자신에 세상을 이해하는 내용과 부합하는 사고 방식을 사용한다.
( p. 17)

동양과 서양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내는 차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즉, 특정한 사회적 행위들은 특정한 세계관을 가져오고, 그 세계관은 특정한 사고 과정을 유발하며, 그 사고 과정은 역으로 원래의 사회적 행위들과 세계관을 다시 강솨시킨다. 이런 항상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p. 18)


- 동양의 도와 삼단논법 -

당시의 여러 문명을 중에서 유독 그리스인들만이 예술적인 즐거움, 오직 그 하나를 위해 먼 여행도 감행할 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올림픽이 열릴 때가 되면 그리스인들은 선수나 관중으로 참가하기 위해 벌이고 있던 전쟁마저도 중지했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유독 강했다. 그 시대의 다른 문화권에서는 왕의 한 마디가 곡 법이었고, 왕에게 대항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도 개인에게 그러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으므로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p.27 ~ 28)

그리스 문화에서는 자유와 개성만큼이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중시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성경의 「누가 복음」에서는 아테네 사람들에 대해 "오직 새로운 것을 말하고 듣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p.29)

중국인들은 또한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추어 바꾸기보다는, 자신을 주변 환경에 맞추도록 수양하는 일을 중시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하여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p.31)

공자는 선비들이 남을 따르려는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남을 따르려는 동조 욕구와 구별했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좌전」은 이 두 가지를 요리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훌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고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p.33)

이와 같은 특징은 '사물 자체'를 분석과 주의(attention)의 대상으로 삼는 그리스의 철학 정신에 기인한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물질 역시 서로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실체로 간주했다. 그들은 사물 자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경향을 갖게 되었다. 1) 사물의 속성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2) 그 속성에 근거하여 범주화하고, 3) 그 범주들을 사용해 어떤 규칙을 만들어, 4) 사물들의 움직임을 그 규칙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p.36)

그들(중국인)에게 세상은 늘 변하며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다. 따라서 어떤 일의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반대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의 총리였던 저우언라이는 '프랑스 혁명이 바람직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대답했다. 동양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답이다.
(p.39)

그리스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자연계'라는 개념 자체의 발견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연계를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제외한, 우주의 나머지 부분으로 규정하였다. 이 정의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자연계와 인간계를 이렇듯 뚜렷하게 구분한 것은 오직 그리스 문화뿐이었다.
(p.45)

그리스인들이 '자연계'의 개념을 발견하면서 과학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중국인들이 과학을 일찍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호기심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인간계와는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자연계'라는 개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p.46)


-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동양의 격언은, 동양 문화에서 개인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기보다는 억압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동양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개인의 성공을 덜 중시하며, 그보다는 집단 전체의 목표 달성이나 화목한 인간 관계를 더 중시한다.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지도 않는다. 동양인들에게 있어 개인의 만족감은 자신이 집단 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그들과 화목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p.54)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둔다.
(p.55)

중국어에는 영어의 'individualism'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근접한 단어인 '개인주의'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p.56)

서양에서는 아이들의 독립성을 키워주기 우해 어릴 때부터 매우 분명하게 훈련을 시킨다. 서양의 부모들은 자녀가 스스로 자기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양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녀의 일을 자신들이 결정하려 한다.
(p.62)

그(캐나다 사람)는 학위를 마친 후 일본에서 수년간 연구를 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 교수직 응모를 했는데, 그때 그가 쓴 자기 소개서를 보고 그의 지도교수는 당황스러워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개서의 앞머리에서 그 젊은 심리학자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장황하게 기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일본 생활 때문에 완전히 동양적인 사고에 물든 것이었다.
(p.72)

논쟁의 전통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그 전의 정부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하여 말하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이는 서양인인 나의 관점에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전적으로 실패한 체제를 고수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p.77)


-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 서양은, 특히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구식 총에서가구에 이르는 모든 제조품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표준적인 단위로 분해되고, 그러한 부분들을 만들고 조립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동작들이 분석되었다. 그 결과, 이전에 전문 기술자가 몇 달이나 걸려서 만든 제품을 이제는 몇 시간 내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도 하나의 분해 가능한 실체가 되었다. 예를 들면, '브레이브 볼트에 3분', '스파크 플러그 조립에 2분 30초' 등과 같은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p.85)


-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은 무시하고 성격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이 오류는 일상 생활에서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면접에서 긴장하는 후보자를 보고 천성적으로 걱정 많은 사람으로 결론짓거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을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하거나, 자기가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 능숙하게 강연하는 사람을 원래 뛰어는 연설가로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일 등이 그러한 오류의 예들이다.
(p.120 - 귀인 오류에 대한 예시)


-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 -

왜 동양인들은 사물을 조직화할 때 범주보다는 관계성에 더 주목할까?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이 범주화에 그리 관심이 없었고 대신에 '부분-전체'라는 각도에서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로 동양의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관계성에 주목하도록 사회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p.145)

서양에서 행위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동양인에게 행위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거나 주어진 상황에 자기가 적응한 결과이다.
(p.151)


-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

이 원리들에 따르면 동양인의 중요한 신조인 중용, 즉 극단적 명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중도를 탐색하는 노력이 왜 동양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지 알 수 있다. 동양의 사고에서 모둔이란 단지 표면적인 것일 뿐이며 그들의 사고에는 'A가 참이지만 B 또한 거짓이지는 않다'라는 가정이 깊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큰 진리의 역 또한 참이다'라는 선불교의 가르침이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p.167)


-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창, 그 기원은? -

그리스의 도시 국가 형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저항적인 지식인들은 한 도시를 피해서 자유롭게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개인의 자유로운 지적 탐구가 가능했다.
(p.187)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고대 중국에서는 문화적 동질성이 매우 강했다. 오늘날의 경우를 보아도 중국인의 약 95%는 한족 출신이며, 50여 개가 넘는 소수 민족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의 서부에 한정되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서부가 아닌 지역에 사는 중국인들이 다른 풍속을 접할 기회란 거의 없었다.
.....................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는 데다가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가는 위로부터 혹은 동료들로부터 심한 제재를 당했던지라, 중국인들은 서로 다른 주장들 중 더 타당한 것을 결정하는 절차를 만들 필요가 거의 없었다.
(p.188)

중국의 자연 환경은 대체로 평탄한 농지, 낮은 산들, 항해가 가능한 강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농경에 적합하였고, 중앙집건적 권력 구조에 유리하였다.
..............
소작농들은 자신들의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야 했고, 자기 부락의 연장자들이나 권력자달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
그러나 그리스의 자연 환경은 그와 대조적이었다. 그리스는 해안까지 연결되는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그리고 무역(정확히는 해적)에 적합했다. 이런 일들은 농업에 비해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덜 필요로 한다.
(p.190 ~ 191)


- 동양과 서양, 누가 옭은가? -

워싱턴의 카네기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거기서 아주 유명한 두 명의 과학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서로 매우 절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연구에 있어서만큼은 극심한 논쟁을 벌였고 심지어 저널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미국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지 일본에서는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p.207)

서양인들은 개인과 국가 간에는 오직 하나의 바람직한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즉, 각 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과 그리고 국가와 사회적 계약을 맺으며, 그 계약에는 개인의 권리, 자유, 그리고 의무가 포함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국가를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 개인의 고유한 권리라는 개념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럽지 못하며 그보다는 부분-전체, 개인-사회라는 관계적 측면에서의 권리가 훨신 더 의미가 있다.
(p.211)

서양과 동양의 종교가 서로 다른 것은 서용 종교가 '옳고 그름의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동양 종교는 '둘 모두/함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동양 종교들은 타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서로의 교리를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불교도이고 도 유교도인 것이 가능하다. 일번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에서는 종교 전쟁이 거의 없지만 서양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동양 종교는 순환과 윤회 사상이 특징적이며 타종교에 대해서도 대단히 포용적이다. 이는 서야의 유일신 사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p.212)

한국의 심리학자 최인철은 모순에 대하여 덜 민감한 사고 방식은 지적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부적절 하다고 주정한다. 동양의 국가들이 보다 많은 과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깊이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p.217)


- 감상평 -

사람들마다 막연하게나마 서양인과 동양인 사이에 기질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체계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러한 차이를 상당히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지역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생활습관이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쳐 가치관에 차이로 나타난다는 저자의 예리한 분석이 눈에 띈다.

더불어 책 읽는 내내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어찌된 일인지 서양 사람들의 논리를 많이 받아 들이고 있는 듯하다. 한 때는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러한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다소 혼란도 느낀다.

서양인들을 거의 접해 본 적이 없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내용과 실험 결과 등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서양인들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이해,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 사상 등에 대한 이해를 얻은 것이 수확이다. 서로간의 문화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 한다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질 것이고 그만큼 두 진영간 갈등은 줄어들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 저자였다면.... -

한국인 입장에서 쓴다면 하고 생각해본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 차이. 결국은 정체성의 문제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한국에 적용해보니 다소 정체성에 혼란이 느껴진다.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이 어정쩡하게 공존하는 느낌이다. 사회 계층간 갈등이 그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이런 점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IP *.111.251.12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