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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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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5일 20시 11분 등록
도서정리 5 - 삼국유사

1. 인용

신라시조 혁거세왕

남자아이는 알에서 태어났는데, 그 알이 박처럼 생겼다. 향인들이 바가지를 박朴이라 했기 때문에 성을 박씨로 하였다.
혁거세왕赫居世王. 이 말은 향언이다. 혹은 불구내왕弗矩內王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밝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69p

김알지, 탈해왕대

... 나뭇가지에 황금 상자가 걸려 있었다. 그 상자 속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고 나무 밑에서는 흰 닭이 울고 있었다. ... 상자를 열어 보니 사내아이가 누워 있다가 곧장 일어났는데, 마치 혁거세의 고사와 같았기 때문에 알지閼智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언으로 어린아이라는 뜻이다. ... 그는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씨金氏로 하였다. 81p

내물왕과 김제상

신이 듣건대, 임금에게 근심이 있으면 신하가 욕되고, 임금이 욕되면 신하는 (그 일을 위해)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어려운가 쉬운가를 따져보고 나서 행동하면 충성스럽지 못하다 하고, 죽을지 살지를 따져보고 나서 움직이면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88p

하늘이 내려준 옥대

신라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침범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황룡사의 장륙존상丈六尊像이 하나요, 그 절의 9층탑이 둘이요, 진평왕의 천사옥대天賜玉帶가 셋입니다. 105p

태종 춘추공

태종대왕의 이름은 춘추이고 성은 김씨이니, 왕비는 문명왕후 문희이니 바로 김유신의 막내누이다. 이전에 어느 날 문희의 언니 보희가 꿈에 서악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더니 경성에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동생에게 꿈이야기를 했더니 문희는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내가 이 꿈을 살게” ... 동생은 꿈을 받으려고 치마폭을 벌렸다. “어젯밤 꿈을 너에게 주겠다.” 동생은 그 값으로 바단 치마를 주었다. 118p

기이 제2 奇異第二

문무왕 법민

의상대사가 글을 보내 이렇게 말하였다.
“왕의 정치와 교화가 밝으면 비록 풀이 가득한 언덕에 땅을 그어 성을 만들더라도 백성들이 감히 넘지 못하고, 재앙을 없애고 복이 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교政敎가 밝지 못하면 비록 큰 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해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147p

만파식적

제31대 신문대왕때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해 동해가에 감은사를 지었다. 하루는 동해 가운데 있던 작은 섬 하나가 감은사 쪽으로 떠내려와 파도를 따라 왔다갔다 합니다. 라는말을 듣고 가보니 산의 형세는 거북이 머리처럼 생겼고, 그 위에 대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졌다. ... 용이 말하기를 “이 대나무란 물건은 합친 이후에야 소리가 나게 되어 있으니, 성왕께서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릴 징조입니다. 왕께서 이 대나무를 얻어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해질것입니다.” ... 왕은 궁궐로 돌아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천존고에 보관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물때는 비가 내리고, 장마 때는 비가 그치고,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잠잠해졌으므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부르고 국보로 삼아 일컬었다. 155p

수로부인과 헌화가獻花歌

자줏빛 바위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꺽어 바치겠나이다. 162p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열어 젖히자 벗어나는 달이
흰구름 좇아 떠간 자리에
백사장 펼친 물가에
기파랑의 모습이 잠겼어라
일오천 자갈벌에서
낭의 지니신 마음 좇으려 하네.
아! 잣나무가지 높아
서리 모를 씩씩한 모습이여!

처용랑과 망해사

동경東京 밝은 달에 밤세도록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가.
본래 내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 하리. 187p

김부대왕

제56대 김부대왕은 호가 경순이다. 경순왕이 고려 태조에게 항복을 요청하였다. 태자는 울면서 왕을 하직하고 곧장 개골산皆骨山(금강산)으로 들어가 삼베옷을 입고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일생을 마쳤다. 마의태자 199p

원종(법흥왕)이 불법을 일으키고 염촉(이차돈)이 몸을 바치다.

아, 이런 임금이 없었으면 이런 신하가 없었을 것이고, 이런 신하가 없었으면 이런 공덕이 없었을 것이니, 바로 유비라는 물고기가 제갈량이라는 물을 만난 것과 같으며, 구름과 용이 서로 감응하는 아름다운 일이다.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

즐거운 시간은 잠시뿐 마음은 어느새 시들어
남 모르는 근심 속에 젊던 얼굴 늙었네.
다시는 좁쌀밥 익기를 기다리지 말지니,
바야흐로 힘든 삶 한순가의 꿈인 걸 깨달았네.
몸을 닦을지 말지는 먼저 뜻을 성실하게 해야 하거늘
홀아비는 미인을 꿈꾸고 도적은 장물을 꿈꾸네.
어찌 가을날 맑은 밤의 꿈으로
때때로 눈을 감아 청량의 세계에 이르는가.

의상이 화엄종을 전하다

깊이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어 쪽빛과 꼭두서니빛(제자)이 그 본색(스승)을 뛰어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말함이다.

2. 소감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명불허전이 아님을 느꼈다. 국보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일연이 고려 충렬왕때 엮은 사서史書로 고려 후기 무신의 난 이후 원元나라의 억압에 의한 문화적 위기의식에서 당시의 기록과 역사의 정리를 꾀하여 단군의 고조선으로부터 시작하는 한국고대사의 체계를 세웠다고 한다.

삼국유사의 체재는 5권 9편 144항목으로 되어 있는데, 9편은 왕력王曆, 기이奇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으로 구성되어 있다.

왕력은 삼국, 가락국. 후고구려, 후백제 등의 간략한 연표이다. 기이편은 고조선으로부터 후삼국까지의 단편적인 역사를 57항목으로 서술하였는데, 서두에는 이 편을 설정하는 연유를 밝힌 서敍가 붙어 있다. 흥법 편에는 삼국이 불교를 수용하게 되는 과정 및 그 융성에 관한 6항목, 탑상편에는 탑, 불상에 관한 31항목이 들어 있고, 의해편에는 신라의 고승들에 대한 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14항목, 신주편에는 신라의 밀교적인 신이승新異僧에대한 3항목, 감통편에는 신앙의 영이감응靈異感應에 관한 10항목, 피은편에는 초탈고일超脫高逸 한 인물의 행적 10항목, 마지막 효선편에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불교적인 선행에 대한 미담 5항목을 각각 수록하였다. -Daum 백과사전 삼국유사 편에서-

다 읽고 나서 삼국유사편을 정리하고자 하니 위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분류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전체를 다시 보는 수밖에 없었다. 두 번 읽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정리했다는 의미이다. 고대 한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아! 이런 대목이 있었구나. 그래 이 말은 학교 다닐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게 이런 의미였구나. 곰이 동굴속에서 3.7일을 참고 여인이 된 것이나 도솔가와 제망매가가 한 사람에 의해 쓰여지고 과정에 관한 부분 역시 다시금 생각 들게 하였다.

유달리 알에 대한 신화가 많다는 생각이 사실로 느껴지게 만들었으며, 불교에 대한 신화적인 내용들도 현실적으로 보여 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렇게 많은 절을 짓고 그렇게 많은 용이 등장하고 그렇게 많은 보살과 부처가 유달리 왕과 나라만을 위한 신화 속에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할까?

진흥왕때 백성들 집안의 아름다운 처녀를 뽑아 원화原花로 삼았으나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여 폐지하고 나라를 흥성하게 하려고 좋은 집안의 덕행이 있는 올바른 사람을 뽑아 화랑花郞이라 하고 설원랑을 받들어 국선으로 삼은 것이 화랑 국선의 시초이라는 대목에서 화랑에 대한 남다른 설렘이 어릴적 꿈으로만 남지 않음을 가슴속깊이 느껴진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에서 나오는 “기름진 땅과 풍년 든 해가 참으로 좋기는 하지만 ... 지금 우리가 이미 머리 깍고 승려가 되었으니 ... 어찌 티끌 같은 세상에 파묻혀 세속의 무리들과 함께 지내려 하는가?” 에서는 내가 연구원이 된 의미가 부의 성취에 있지 아니하고 배움의 과정을 통한 스스로의 이룸에 있음을 각오하게 되기도 하였다.

조신의 사랑에서처럼 “이 전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지난 일을 곰곰이 돌이켜 보니, 어찌 반드시 조신의 꿈만 그러하겠는가? 지금 모든 사람이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알아 기뻐하면서 애를 쓰지만 특별히 깨닫지 못할 뿐이다.” 고 하였다. 우리네 인생이 이보다 더 특별하리오. 그의 꿈처럼 우리의 인생 역시 꿈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먼 훗날 한때 나비의 꿈이라 할지라도 지금 내가 서있는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루어 나갈 때 그 꿈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 믿어진다.

천축 땅은 하늘 끝이라 산이 만 겹이나 가려 있는데,
가련하게도 유학하는 스님들이 힘써 기어오르려 하는구나.
몇 번이나 저 달은 외로운 배를 띄워 보냈던가,
구름따라 지팡이 짚고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하였구나.

3. 저자되기

승완님의 삼국유사 정리편을 다시 보았다.

[삼국유사는 내게 많은 물음표를 안겨줬고, 숙제를 부여해준 책이다. 이런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부족한 나는 때때로 훌륭하지만 어려운 책을 만났다. 처음 그런 책을 만났을 때 나의 반응은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이었다. ‘헛소리!’라고 여겼고 ‘괜히 어렵게 쓴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그 책이 나를 넘어섰기 때문이고 내가 부족해서였지 대개 책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솔직히 삼국유사를 비롯한 인문서적들 대부분이 내게는 벅찬 것들이었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머릿속에 쏙 들어오지 않음을 보면서 나의 무지와 짧은 식견을 탓하고만 있었다. 그런 내가 스님의 700년 전의 시각에도 따라가지 못함을 보면 옛것이 지금 것보다 못하다는 말은 단연코 틀림이다.

세나님이 쓴 글의 내용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이미 그것이 있었다 하니 유감이지만 삼국지나 로마이야기나 언제나 되풀이해서 쓰여 지고 읽혀지지 않았던가.

[삼국유사에 관한 책을 쓴다면 제일 먼저 생각났던 부분은 본문에 나오는 장소나 유적을 함께 보여 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상상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지만 유심히 접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상상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된다면 더 관심 깊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관련된 설화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서 어린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게 ‘이야기 삼국유사’의 형식으로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앞의 두 가지의 구성은 이미 기존에 도서가 나와 있었다. 나의 무지함과 무관심으로 인한 단순한 생각이었다.]

잠시 삼국시대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마침 즐겨보는 TV 프로가 ‘해신’이어서 그 무렵으로 상상을 되돌리는 것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삼국의 시조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는 모습부터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를 물리치는 과정하며, 호국불교의 흐름까지 역사의 연속된 흐름이 아니라 개개인들의 모습 속에서 그 과정을 되새겨 보았다.
내가 일연스님이었다면 일흔의 나이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삶의 덧없음을 노래하였을까? 아니면 호국의 불타는 충성이었을까? 삼국사기의 잘못된 내용에 대한 반박이었을까? 민중의 생활을 그려 봄직 하였을까? 아마 그가 현세에 내세 하였다면 우리는 또 한명의 대가를 만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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