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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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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2일 03시 21분 등록



불완전하다는 것이야말로 변화의 동력



 

어렸을 때는 좋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다.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들은 미워했다.

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 속에 좋고 나쁨이 섞이고,

내 속에 여러 명의 내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것이 싫어졌다.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

좋은 옷, 좋은 차, 높은 지위에서

건들거리지만 도토리처럼

그만그만한 사람들 속에서

사는 일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었다.

 

사람 사는 것은 태반이

사람과의 만남이다.

얼굴을 직접 맞댈 때도 있지만

만남은 간접적일 때도 많았다.

책으로 만나고, 영화로 만나고,

음악으로 만나면서 나는

다시 사람들이 좋아졌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즐기리라.

사람들 이야기 속에서 나는

다시 사랑을 찾게 되었고,

연민을 찾게 되었으며,

분노를 보게 되었고,

관용을 찾게 되었다.

위대함을 보게 되었고,

훌륭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얼마나

완벽한 훌륭함인가에 관심이 있었다.

흠 없이 아름다운 사람을 동경했다.

이제는 훌륭함 속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것들의 고통을 보게 되었다.

 

불완전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어제보다 아름다운 나'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화의 동력이었다.

 

겨우 인생의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을유문화사,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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