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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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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2일 03시 50분 등록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다니카와 슌타로

 

신이 대지와 물과 태양을 주었다

대지와 물과 태양이 사과나무를 주었다

사과나무가 아주 빨간 사과 열매를 주었다

그 사과를 당신이 내게 주었다

부드러운 두 손바닥에 싸서

마치 태초의 세계처럼

아침 햇살과 함께


어떤 말 한마디 없어도

당신은 나에게 오늘을 주었다

잃어버릴 것 없는 시간을 주었다

사과를 길러낸 사람들의 미소와 노래를 주었다

어쩌면 슬픔도

우리들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에 숨은

저 목표도 없는 것에 거슬러서


그래서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새

당신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나에게 주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저자 다니카와 슌타로, 역자 김응교, 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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