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85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1년 1월 11일 01시 32분 등록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그만 발자국을 눈이 자꼬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윤동주 전집』, 윤동주 지음, 홍장학 엮음,   문학과지성사, 2004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4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정야 2022.02.28 897
243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정야 2022.02.03 856
242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정야 2022.01.24 834
241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정야 2022.01.17 838
240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정야 2022.01.10 874
239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정야 2022.01.03 1043
238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정야 2021.12.31 940
237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정야 2021.12.20 1128
236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정야 2021.12.13 1118
235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정야 2021.12.13 1053
234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정야 2021.12.13 829
233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정야 2021.11.22 1479
232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932
231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정야 2021.11.15 1122
230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정야 2021.11.01 922
229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008
228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정야 2021.10.18 936
227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정야 2021.10.11 1025
226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정야 2021.10.11 917
225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정야 2021.09.27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