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84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2년 2월 3일 12시 38분 등록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이은규

 


흰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투명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 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서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다른 한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말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투명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옷을 입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이은규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2019

 

 

 

 

IP *.37.189.7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4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정야 2022.02.28 892
»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정야 2022.02.03 849
242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정야 2022.01.24 831
241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정야 2022.01.17 834
240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정야 2022.01.10 870
239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정야 2022.01.03 1039
238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정야 2021.12.31 937
237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정야 2021.12.20 1124
236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정야 2021.12.13 1112
235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정야 2021.12.13 1046
234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정야 2021.12.13 824
233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정야 2021.11.22 1477
232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927
231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정야 2021.11.15 1115
230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정야 2021.11.01 916
229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004
228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정야 2021.10.18 932
227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정야 2021.10.11 1021
226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정야 2021.10.11 912
225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정야 2021.09.27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