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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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곧 쉰 살이 된다.
그러나 봄이 어떻게 오는지 알게 된 것은
겨우 몇 년 전이었다.
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꽃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겨울보다 추운 바람이 줄기차게 불어댄다.
꽃샘바람은 이른 봄옷을 걸친
성급한 사람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봄은 햇빛과 바람이다.
그것처럼 언 땅을 녹이는데
효과적인 것이 없다.
땅은 빨래와 같다.
언 것을 해동하여 물이 질펀해지면
바람으로 말려버려야 한다.
그러면 따뜻하고 약간 촉촉하거나
고슬고슬한 봄 땅이 만들어진다.
걸으면 발바닥에 봄 땅의
부드러운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이내 물이 오르고 대지는 온몸을 열어
속에 있는 것들이 나오게 해준다
싹은 그때 비로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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