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10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6월 1일 02시 41분 등록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파블로 네루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맨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의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오렌지는 언제

태양과 같은 믿음을 배웠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 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시가 나를 안아준다』, 신현림 엮음, 판미동, 2017


20180722_173502.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 [리멤버 구사부] 좋은 얼굴 정야 2021.09.13 1090
223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정야 2021.09.06 1326
222 [리멤버 구사부] 도토리의 꿈 정야 2021.08.30 1194
221 [시인은 말한다] 직소폭포 / 김진경 정야 2021.08.23 1216
220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정야 2021.08.16 1090
219 [시인은 말한다] 함께 있다는 것 / 법정 정야 2021.08.09 1256
218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정야 2021.08.02 1133
217 [시인은 말한다] 여름의 시작 / 마츠오 바쇼 정야 2021.07.26 1082
216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정야 2021.07.26 1093
215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정야 2021.07.12 1279
214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삶을 소설처럼 정야 2021.07.12 963
213 [시인은 말한다] 송산서원에서 묻다 / 문인수 정야 2021.07.12 1054
212 [리멤버 구사부] 불현듯 깨닫게 정야 2021.06.21 943
211 [시인은 말한다] 노자가 떠나던 길에 도덕경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정야 2021.06.14 1088
210 [리멤버 구사부] 치열한 자기혁명 정야 2021.06.14 904
209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정야 2021.05.31 1049
208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정야 2021.05.24 1040
207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정야 2021.05.17 999
206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정야 2021.05.10 1028
205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정야 2021.05.03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