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239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1월 30일 03시 37분 등록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20201126_234307.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정야 2022.01.24 3163
223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정야 2022.01.17 3144
222 [시인은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file 정야 2019.04.08 3114
221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정야 2021.12.13 3017
220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file 정야 2020.11.16 2914
219 [시인은 말한다] 픔 / 김은지 정야 2020.12.28 2909
218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file 정야 2019.09.23 2823
217 [시인은 말한다] 은는이가 / 정끝별 정야 2021.09.06 2759
216 [시인은 말한다] 봄밤 / 김수영 file 정야 2019.05.20 2755
215 [시인은 말한다] 친밀감의 이해 / 허준 file 정야 2020.11.02 2741
214 [리멤버 구사부] 마흔이 저물 때쯤의 추석이면 file 정야 2020.09.28 2717
213 [시인은 말한다] 벽 / 정호승 file 정야 2019.02.11 2650
212 [시인은 말한다] 영원 / 백은선 정야 2021.07.12 2639
211 [시인은 말한다] 함께 있다는 것 / 법정 정야 2021.08.09 2554
210 [시인은 말한다] 직소폭포 / 김진경 정야 2021.08.23 2541
209 [리멤버 구사부] 도토리의 꿈 정야 2021.08.30 2521
208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file 정야 2020.10.26 2444
207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file 정야 2020.11.09 2440
»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file 정야 2020.11.30 2399
205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2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