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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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 백우선 덩달이가 학교에서
받는 '삶은 무엇인가?' 라는 작문 숙제의 해답이 동네 구멍가게 유리창에 붙은 '삶은 달걀', 곧 '삶은 달걀이다' 라고 생각했다는
덩달이 시리즈를 들으며, "그것 참",
"그것 참" 하며 껄껄거리다가 여전이 달걀의 침묵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으니 ; 삶은 달걀이다. 그래, 삶은 달걀이다. 삶에도 유정란, 무정란이 있고 삶에도 껍질과 알맹이, 노른자위와 흰자위가 있고 삶도 굴러가고 그런 만큼 늘 아슬아슬하고 그러다가 더러는 금이 가고 깨지고 증발해
버리고 삶도 아예 제 몸을 바위 따위에 날려 차라리 박살이 나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삶도 누군가와 따스한 품에 안겨 개나리꽃빛 햇병아리가 되고 높은 지붕 위에 의젓이 날아오르는 수탉이 되어 새벽과 한낮을 알리기도 하고 삶에도 똥이나 피가 묻어 있기도 하고 삶도 누군가에게 삶아 먹히기도
하고 삶도 곤달걀이 되기도 하고 삶도 둥글어야 하고 그러자니 또 바로 서기 어렵기도 하고 삶에도 중금속이며 항생제 따위의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기도 하고 『길에 핀 꽃』,백우선 시집, 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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