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8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6월 17일 02시 43분 등록



늙은 마르크스

 

   김광규

 

여보게 젊은 친구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네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논리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는 젊어

아직은 몰라도 되네

그러나 역사와 문학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깨달을 때쯤

자네는 고쳐 살 수

없는 나이에 이를지도 모르지

여보게 젊은 친구

머릿속의 이데올로기는

가슴속의 사랑이 될 수 없다네

우리의 주장이 서로 달라도

제각기 자기 몫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살고

죽어버리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우리는 죽어 과거가 되어도

역사는 언제나 현재로 남고

얽히고설킨 그때의 삶을

문학은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네

자기의 몸이 늙어가기 전에

여보게 젊은 친구

마음이 먼저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김광규 시선집『안개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2018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4 [리멤버 구사부]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정야 2021.04.26 934
203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1051
202 [리멤버 구사부] 자연의 설득 방법 정야 2021.04.12 872
201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정야 2021.04.05 1105
200 [리멤버 구사부] 매력적인 미래풍광 정야 2021.03.29 871
199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정야 2021.03.22 1114
198 [리멤버 구사부] 불멸한 사랑 정야 2021.03.15 923
197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정야 2021.03.08 1196
196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정야 2021.03.02 1024
195 [시인은 말한다] 동질(同質) / 조은 정야 2021.02.22 1017
194 [리멤버 구사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몇 가지 충고 정야 2021.02.15 938
193 [시인은 말한다] 나는 새록새록 / 박순원 정야 2021.02.08 1026
192 [리멤버 구사부] 일이 삶이 될때 정야 2021.02.01 929
191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정야 2021.01.25 1188
190 [리멤버 구사부] 카르페 디엠(Carpe diem) 정야 2021.01.18 895
189 [시인은 말한다]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정야 2021.01.11 921
188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file 정야 2021.01.04 1145
187 [시인은 말한다] 픔 / 김은지 정야 2020.12.28 1376
186 [리멤버 구사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file 정야 2020.12.21 1148
185 [시인은 말한다] 잎 . 눈[雪] . 바람 속에서 / 기형도 file 정야 2020.12.14 1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