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11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 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복효근 시집『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2013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84 | [시인은 말한다] 난독증 / 여태천 | 정야 | 2020.07.13 | 1341 |
183 | [시인은 말한다]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파블로 네루다 | 정야 | 2020.06.01 | 1338 |
182 |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 정야 | 2021.05.10 | 1332 |
181 |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 정야 | 2021.05.31 | 1331 |
180 | [시인은 말한다]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 정야 | 2019.01.28 | 1327 |
179 |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 정야 | 2019.06.17 | 1325 |
178 | [리멥버 구사부]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라 [1] | 정야 | 2017.07.14 | 1323 |
177 | [시인은 말한다]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 정야 | 2019.05.20 | 1317 |
176 | [시인은 말한다] 송산서원에서 묻다 / 문인수 | 정야 | 2021.07.12 | 1312 |
175 | [시인은 말한다] 발작 / 황지우 | 정야 | 2020.05.18 | 1304 |
174 | [시인은 말한다] 수면 / 권혁웅 | 정야 | 2020.06.29 | 1297 |
173 |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 정야 | 2019.04.01 | 1292 |
172 | [리멤버 구사부]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 정야 | 2020.05.25 | 1291 |
171 | [시인은 말한다] 잎 . 눈[雪] . 바람 속에서 / 기형도 | 정야 | 2020.12.14 | 1288 |
170 |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 정야 | 2020.07.06 | 1286 |
169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1282 |
168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1279 |
167 |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 정야 | 2017.11.16 | 1279 |
166 | [리멤버 구사부] 내가 담아낼 인생 | 정야 | 2017.11.07 | 1278 |
165 |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 정야 | 2021.11.01 | 12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