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17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12월 16일 02시 30분 등록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에 살지 않겠다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여행용 트렁크는 나의 서재

지구 끝까지 들고 가겠다

썩은 치아 같은 실망

오후에는 꼭 치과엘 가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보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하면 티끌 같은 월요일에

생각할수록 티끌 같은 금요일까지

창들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혀 물린 날 더 많았으되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목차들 재미없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한계를 알지만

제 발목보다 가는 담벼락 위를 걷는

갈색의 고양이처럼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도 길러보겠다



 

_김경미 시집『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사, 2014


20181111_143754.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file 정야 2020.12.07 1282
183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file 정야 2020.11.30 1365
182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1178
181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file 정야 2020.11.16 1587
180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file 정야 2020.11.09 1361
179 [시인은 말한다] 친밀감의 이해 / 허준 file 정야 2020.11.02 1591
178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file 정야 2020.10.26 1311
177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file 정야 2020.10.19 1308
176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183
175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file 정야 2020.10.05 1737
174 [리멤버 구사부] 마흔이 저물 때쯤의 추석이면 file 정야 2020.09.28 1566
173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file 정야 2020.09.21 2098
172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167
171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175
170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의 역사가 file [3] 정야 2020.08.31 1274
169 [시인은 말한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file 정야 2020.08.24 1265
168 [리멤버 구사부] 고독의 인연 file 정야 2020.08.18 1287
167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file 정야 2020.08.10 1314
166 [리멤버 구사부] 사랑하는 법 file 정야 2020.08.03 1162
165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file 정야 2020.07.27 1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