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11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1년 5월 31일 04시 41분 등록

다례茶禮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시인은 말한다]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 박산하 정야 2021.05.31 1119
183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file 정야 2019.10.21 1119
182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정야 2021.05.24 1118
181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file 정야 2019.12.30 1115
180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라 [1] 정야 2017.06.20 1114
179 [리멤버 구사부]인생이라는 미로, 운명을 사랑하라 정야 2017.10.04 1111
178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정야 2022.01.03 1110
177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file 정야 2019.08.26 1109
176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라 정야 2017.10.09 1109
175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1103
174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정야 2021.05.10 1098
173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정야 2021.03.22 1098
172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정야 2021.04.05 1091
171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file 정야 2019.04.01 1091
170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정야 2017.11.16 1091
169 [리멤버 구사부]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file 정야 2020.05.25 1085
168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정야 2021.10.11 1081
167 [시인은 말한다] 수면 / 권혁웅 file 정야 2020.06.29 1081
166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정야 2019.06.17 1080
165 [시인은 말한다] 잎 . 눈[雪] . 바람 속에서 / 기형도 file 정야 2020.12.14 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