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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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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2일 07시 42분 등록


영원


                          백은선


흰 배가 묶여 있는 선착장을 생각해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 허물


천천히 썩어가는 나무 위 복숭아


계석해서 계속을 계속하려는 계속의 종


열망에 사로잡혀 단단해지는 것



그거 아니, 매미는 칠십 년 동안 땅속에 있는대

한번 울었던 자리에서는 다시 울지 않는대



느슨하게 결박된 배가 물결에 따라 흔들린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는 텅, 소리


나는 아침에 일어나 오래전에 좋아했던  「바다 밑바닥에서의 여섯 날」을 들었어 그 노래를 들으며 트럭을 몰고 다니는 꿈을 꿨거든 그걸 들으면 슬퍼야 한다고 스스로 타이르던 것과 끓고 있던 미역국의 짠내가 생각난다


그토록 부드러운 살 속에 그토록 단단한 씨앗


그건 비유 같고


그건 이상하고 아픈 마음의 형상 같고


그건 부질없음의 다른 말 같고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을 부르려고

징그럽고 슬픈 것이다


나는 바다 밑바닥을 구르며

엿새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여섯 번

네가 두고 간 작은 단단한 것을 꺼내보았다


흙 속에서 칠십 년을 보내는 매미

우는 매미


, 신기하다 근데 불쌍한 것 같아

네가 했던 말

내가 고개를 끄덕였던 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매미는 흙을 견디지 않는다

거기가 집이니까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 문학과지성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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