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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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백은선
흰 배가 묶여 있는 선착장을 생각해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 허물
천천히 썩어가는 나무 위 복숭아
계석해서 계속을 계속하려는 계속의 종種
열망에 사로잡혀 단단해지는 것
그거 아니, 매미는 칠십 년 동안 땅속에 있는대
한번 울었던 자리에서는 다시 울지 않는대
느슨하게 결박된 배가 물결에 따라 흔들린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는 텅, 소리
나는 아침에 일어나 오래전에 좋아했던 「바다 밑바닥에서의 여섯 날」을 들었어 그 노래를 들으며 트럭을 몰고 다니는 꿈을 꿨거든 그걸 들으면 슬퍼야 한다고 스스로 타이르던 것과 끓고 있던 미역국의 짠내가 생각난다
그토록 부드러운 살 속에 그토록 단단한 씨앗
그건 비유 같고
그건 이상하고 아픈 마음의 형상 같고
그건 부질없음의 다른 말 같고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을 부르려고
징그럽고 슬픈 것이다
나는 바다 밑바닥을 구르며
엿새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여섯 번
네가 두고 간 작은 단단한 것을 꺼내보았다
흙 속에서 칠십 년을 보내는 매미
우는 매미
와, 신기하다 근데 불쌍한 것 같아
네가 했던 말
내가 고개를 끄덕였던 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매미는 흙을 견디지 않는다
거기가 집이니까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 문학과지성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