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1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11월 29일 01시 58분 등록



나는 나무다



 

전생에

나는 아마

나무였을 것이다.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바람이 불면

'솨아' 소리를 내며

온 잎들을 있는 대로

바람에 실어 날리는 나무이다.

 

봄이 되면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나무이다.

 

여름 소나기 끝에

햇빛이 다시 쨍해질 때

초록색 물방울을 달고 서 있는

싱싱한 이파리로 뒤덮인 나무이다.

 

때가 되면 꽃보다

더 진한 단풍으로

깊어지는 나무이다.

 

,

그리고 그 나무,

겨울 그 강풍에

아무 소리 않고

죽은 듯 서 있는

그 나목.

그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온몸 안을

꽃으로 가득 채운 채

꽃 터지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351

 

 

IP *.174.136.40

프로필 이미지
2017.12.03 16:20:08 *.100.113.64

헤세는 자신은 전생에 아마 티벳 수도승이었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싯다르타와 같은 구도소설을 낼 수 있었던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전생에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 다른 존재의 삶을 죽이고 자신의 생명을 영위해가는 동물이 아닌 그저 자연과 더불어 내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그런 삶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file 정야 2020.12.07 1318
183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file 정야 2020.11.30 1397
182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1217
181 [시인은 말한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file 정야 2020.11.16 1643
180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file 정야 2020.11.09 1400
179 [시인은 말한다] 친밀감의 이해 / 허준 file 정야 2020.11.02 1636
178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file 정야 2020.10.26 1348
177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file 정야 2020.10.19 1346
176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221
175 [시인은 말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file 정야 2020.10.05 1794
174 [리멤버 구사부] 마흔이 저물 때쯤의 추석이면 file 정야 2020.09.28 1618
173 [시인은 말한다] 너에게 보낸다 / 나태주 file 정야 2020.09.21 2141
172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205
171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206
170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의 역사가 file [3] 정야 2020.08.31 1322
169 [시인은 말한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file 정야 2020.08.24 1309
168 [리멤버 구사부] 고독의 인연 file 정야 2020.08.18 1322
167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file 정야 2020.08.10 1349
166 [리멤버 구사부] 사랑하는 법 file 정야 2020.08.03 1203
165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file 정야 2020.07.27 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