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89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2월 10일 01시 42분 등록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 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 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 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무 추워서 옹크리다가


눈꽃 얼음꽃이 제 꽃인 줄 알고


제 꽃의 향기와 색깔을 잊는 일 없도록


나무들의 잠 속에 때맞춰 새소리를 섞어주는 일,


얼어붙은 것들의 이마를 한 번씩


콕콕 부리로 건드려주는 일,


고드름 맺힌 나무들의 손목을 한 번씩 잡아주는 일,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천지의 나뭇가지가 대들보며 서까래다


어디에 상량을 얹고


어디에 문패를 걸겠는가


순례지에서 만난 수녀들이 부르는 서로의 세례명처럼


새들은 서로의 소리가 제 둥지다


소리의 둥지가 따뜻하다


이 아침 감나무에 물까치 떼 왔다 갔을 뿐인데


귀 언저리에 난로 지핀 듯 화안하다


 


복효근 시집,『따뜻한 외면』, 복효근, 2013

20180902_110354.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file 정야 2020.07.06 1031
163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028
162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028
161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022
160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정야 2021.05.17 1021
159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021
158 [리멤버 구사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정야 2017.11.21 1021
157 [리멤버 구사부] 행복한 일상적 삶 file 정야 2020.06.08 1019
156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011
155 [시인은 말한다] 상처적 체질 / 류근 file 정야 2019.03.25 1010
154 [시인은 말한다] 오늘의 결심 / 김경미 file 정야 2019.12.16 1008
153 [리멤버 구사부] 깊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라 [1] 정야 2017.08.01 1008
152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file 정야 2019.09.23 1007
151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file 정야 2019.07.29 1005
150 [시인은 말한다] 넥타이 / 나해철 file 정야 2020.01.28 1003
149 [리멤버 구사부] 부하가 상사에 미치는 영향 file 정야 2019.04.29 997
148 [리멤버 구사부] 도약, 그 시적 장면 file 정야 2019.03.04 993
147 [리멤버 구사부] 오직 이런 사람 file 정야 2020.06.22 989
146 [시인은 말한다] 생활에게 / 이병률 정야 2019.06.17 987
145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