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1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3월 23일 02시 38분 등록


 [심봤다]


                                                              이홍섭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1


KakaoTalk_20200308_144538305.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file 정야 2020.07.06 1123
163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112
162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111
161 [시인은 말한다] 오늘의 결심 / 김경미 file 정야 2019.12.16 1105
160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정야 2021.10.25 1103
159 [시인은 말하다] 꿈 / 염명순 정야 2021.05.17 1102
158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101
157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1099
156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098
155 [시인은 말한다] 넥타이 / 나해철 file 정야 2020.01.28 1094
154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1092
153 [리멤버 구사부] 행복한 일상적 삶 file 정야 2020.06.08 1088
152 [리멤버 구사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정야 2017.11.21 1088
151 [시인은 말한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file 정야 2019.11.04 1082
150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file 정야 2019.09.23 1082
149 [시인은 말한다] 시간들 / 안현미 file 정야 2019.12.02 1080
148 [시인은 말한다] 상처적 체질 / 류근 file 정야 2019.03.25 1080
147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정야 2021.03.02 1078
146 [리멤버 구사부] 사랑하는 법 file 정야 2020.08.03 1076
145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file 정야 2019.07.29 1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