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28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2월 14일 01시 32분 등록


. [] . 바람 속에서


기형도


나무가 서 있다. 자라는 나무가 서 있다.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조용한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아니다. 잎을 달고 서 있다. 나무가 바람을 기다린다. 자유롭게 춤추기를 기다린다. 나무가 우수수 웃을 채비를 한다. 천천히 피부를 닦는다. 노래를 부른다.

나는 살아 있다. 解氷과 얼음 속을 오가며 살아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은빛 바늘 꽂으며 분다. 기쁨에 겨워 나무는 목이 멘다. 갈증으로 병든 잎을 떨군다. 기쁨에 겨워 와그르르 웃는다. 나무가 웃는다. 자유에 겨워 혼자 춤춘다. 폭포처럼 웃는다. 이파리들이 물고기처럼 꼬리치며 떨어진다. 흰 배를 뒤집으며 헤엄친다. 바람이 빛깔 고운 웃음을 쓸어간다. 淸潔한 겨울이 서 있다.

겨울 숲 깊숙이 첫눈 뿌리며 하늘이 조용히 安心한다.


 『기형도 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20201213_005432372.jpg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시인은 말한다] 나는 새록새록 / 박순원 정야 2021.02.08 1262
163 [리멤버 구사부] 우연한 운명 file 정야 2020.11.23 1262
162 [리멤버 구사부]인생이라는 미로, 운명을 사랑하라 정야 2017.10.04 1262
161 [시인은 말한다] 밀생 / 박정대 정야 2021.04.19 1261
160 [시인은 말한다] 동질(同質) / 조은 정야 2021.02.22 1260
159 [리멤버 구사부] 체리향기 [4] 정야 2017.01.16 1258
158 [리멤버 구사부] 가치관에 부합하게 file 정야 2020.10.11 1255
157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255
156 [리멤버 구사부]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라 정야 2017.10.09 1254
155 [리멤버 구사부] 실천의 재구성 정야 2021.03.02 1251
154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정야 2021.12.31 1249
153 [시인은 말한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file 정야 2019.11.04 1244
152 [시인은 말한다] 시간들 / 안현미 file 정야 2019.12.02 1242
151 [리멤버 구사부] 사랑하는 법 file 정야 2020.08.03 1241
150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file 정야 2019.09.02 1240
149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정야 2021.11.15 1239
148 [리멤버 구사부] 워라밸 file 정야 2020.09.14 1239
147 [시인은 말한다]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file 정야 2019.11.18 1239
146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정야 2021.10.18 1237
145 [시인은 말한다] 무인도 / 김형술 file 정야 2020.09.07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