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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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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1일 02시 42분 등록



[꿈꾸는 사람]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마음속 깊이 꿈이 하나 있었네.

나는 이 사랑스런 꿈에 귀를 기울였네.

나는 잠자고 있었네.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막 행복이 하나 지나갔네,

꿈꾸고 있었기에 나는 듣지 못했네,

행복이 부르고 있었는데.

 

 

꿈들은 나에게 마치 난초 같아 보이네.

난초들처럼 꿈들도 다채롭고 그리고 화려하니까.

꿈들은 꼭 저 난초들처럼 삶의 수액의

거대한 줄기로부터 제 힘들을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그 피로 으쓱해하고,

덧없는 순간동안 기뻐하다가,

다음 순간 곧바로 시들해지고 창백해지네.

그리고 저 위의 세상이 그윽이 움직일 때,

그때 그대는 못 느끼는가, 그게 어떻게 향기로 불어오는지?

꿈들은 나에게 마치 난초 같아 보이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림 시집』,이수정 옮김, 에피파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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