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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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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