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1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6월 17일 02시 43분 등록



늙은 마르크스

 

   김광규

 

여보게 젊은 친구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네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논리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는 젊어

아직은 몰라도 되네

그러나 역사와 문학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깨달을 때쯤

자네는 고쳐 살 수

없는 나이에 이를지도 모르지

여보게 젊은 친구

머릿속의 이데올로기는

가슴속의 사랑이 될 수 없다네

우리의 주장이 서로 달라도

제각기 자기 몫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살고

죽어버리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우리는 죽어 과거가 되어도

역사는 언제나 현재로 남고

얽히고설킨 그때의 삶을

문학은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네

자기의 몸이 늙어가기 전에

여보게 젊은 친구

마음이 먼저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김광규 시선집『안개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2018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리멤버 구사부] 정면으로 살아내기 file 정야 2019.10.14 888
123 [시인은 말한다] 타이어에 못을 뽑고 / 복효근 file 정야 2019.10.14 854
122 [리멤버 구사부] 변화의 기술 file 정야 2019.10.14 737
121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file 정야 2019.09.23 1346
120 [리멤버 구사부] 아름다운 일생길 file 정야 2019.09.23 826
119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file 정야 2019.09.23 990
118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file 정야 2019.09.02 909
117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file 정야 2019.08.26 1035
116 [리멤버 구사부] 양파장수처럼 file 정야 2019.08.20 945
115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file 정야 2019.08.20 1004
114 [리멤버 구사부] 품질 기준 file 정야 2019.08.05 797
113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file 정야 2019.07.29 982
112 [리멤버 구사부] 바라건대 file 정야 2019.07.22 918
111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1037
110 [리멤버 구사부] 지금이 적당한 때 file 정야 2019.07.08 810
109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file 정야 2019.07.05 1681
108 [리멤버 구사부] 비범함 file 정야 2019.07.05 780
»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정야 2019.06.17 1015
106 [리멤버 구사부] 우정 정야 2019.06.17 768
105 [시인은 말한다] 생활에게 / 이병률 정야 2019.06.17 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