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06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심봤다]
이홍섭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1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4 | [리멤버 구사부] 정면으로 살아내기 | 정야 | 2019.10.14 | 1085 |
123 | [시인은 말한다] 타이어에 못을 뽑고 / 복효근 | 정야 | 2019.10.14 | 985 |
122 | [리멤버 구사부] 변화의 기술 | 정야 | 2019.10.14 | 868 |
121 | [시인은 말한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 정야 | 2019.09.23 | 1572 |
120 | [리멤버 구사부] 아름다운 일생길 | 정야 | 2019.09.23 | 956 |
119 | [시인은 말한다] 별 / 이상국 | 정야 | 2019.09.23 | 1113 |
118 | [리멤버 구사부] 한 달의 단식 | 정야 | 2019.09.02 | 1087 |
117 |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 정야 | 2019.08.26 | 1209 |
116 | [리멤버 구사부] 양파장수처럼 | 정야 | 2019.08.20 | 1094 |
115 | [시인은 말한다] 자유 / 김남주 | 정야 | 2019.08.20 | 1136 |
114 | [리멤버 구사부] 품질 기준 | 정야 | 2019.08.05 | 930 |
113 | [시인은 말한다] 현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정야 | 2019.07.29 | 1112 |
112 | [리멤버 구사부] 바라건대 | 정야 | 2019.07.22 | 1051 |
111 |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 정야 | 2019.07.15 | 1205 |
110 | [리멤버 구사부] 지금이 적당한 때 | 정야 | 2019.07.08 | 935 |
109 | [시인은 말한다] 새출발 / 오보영 | 정야 | 2019.07.05 | 1907 |
108 | [리멤버 구사부] 비범함 | 정야 | 2019.07.05 | 930 |
107 |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 정야 | 2019.06.17 | 1183 |
106 | [리멤버 구사부] 우정 | 정야 | 2019.06.17 | 895 |
105 | [시인은 말한다] 생활에게 / 이병률 | 정야 | 2019.06.17 | 10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