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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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다
전생에
나는 아마
나무였을 것이다.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바람이 불면
'솨아' 소리를 내며
온 잎들을 있는 대로
바람에 실어 날리는 나무이다.
봄이 되면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나무이다.
여름 소나기 끝에
햇빛이 다시 쨍해질 때
초록색 물방울을 달고 서 있는
싱싱한 이파리로 뒤덮인 나무이다.
때가 되면 꽃보다
더 진한 단풍으로
깊어지는 나무이다.
아,
그리고 그 나무,
겨울 그 강풍에
아무 소리 않고
죽은 듯 서 있는
그 나목.
그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온몸 안을
꽃으로 가득 채운 채
꽃 터지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휴머니스트,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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