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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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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03시 11분 등록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깊은 인생을 향한 모험은 오직 믿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얕은 인생을 버리고 깊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해 그것이 무엇인지 꿈꾸어 보았다.

믿음 가진 사람은 반드시 다음과 같으리라.

 

집착하지 마라.

가지려 하지 않으면 매이지 않으니

그때 자유다.

산들바람이 되는 것이니

그 따뜻한 봄날

날리는 벚꽃 잎처럼 웃어라.

가장 먼저 자신의 모자람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아라.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웃을 수 있다.

 

모두 내어줘라.

가진 것을 다 쓰고 늙고 빈 가죽포대만 남겨라.

재주가 끝에 닿아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절망하라.

그러나 산에게 절망해서는 안 된다.

신은 무한이시니,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날개를 주실 것이다.

까보 다 로까의 절벽을 기억하라.

바다로 뛰어내리는 자가 신대륙을 향하게 되지 않았는가.

받은 것이 초라한 것이라도 평생 갈고 닦아라.

영웅의 허리에 채워진 빛나는 보검이 되리라.

 

술과 구라를 즐기되 항상 혀를 조심하라.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주제에 대해서나

할 말을 다하는 자는 불행한 자이니

말하고 싶을 때마다 세 번을 더 깊이 들어라.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혀를 잘 묶어 두어야한다.

고약한 늙은이 옆에는 사람이 없으니 외로움이 끝없으리라.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을 다 쓰지 못하고 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나

친구는 들어주는 사람 곁에 모이는 것이니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들어라.

 

더 많이 노래하라.

찬미하는 자는 영혼이 깃털 같으니

새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노래하기 때문이다.

신은 노래 부르는 자를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하신다.

 

더 많이 춤을 추어라.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돌려라

육체의 기쁨을 축하하라.

땅의 기쁨을 위해 몸을 주셨으니

쓰지 못할 때까지 춤으로 찬양하라.

온몸으로 슬픈 단명을 사랑하라.

 

나를 지배하는 세가지 열정이 있으니

세상을 따뜻한 미풍으로 떠도는 것과

샘솟듯 멈추지 않는 사랑과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축제에 대한 그리움이니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

 

고난은 사라지고

사위어가는 모닥불 옆에서

기나긴 인생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장 초라한 모습 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긴 여정을 따라 나서고

가장 부유한 자의 외로움과 후회를 위로하고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눈물로 듣기를 좋아한다.

 

그리해 햇살이 쏟아져 눈을 뜰 수 없는

빛나는 바다를 하얀 돛배로 항해하고

달빛 가득한 여름 바다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헤엄을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날

흰 눈이 쏟아질 때 모자를 쓰고

설산을 걸어가리라.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낯선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더 많은 하느님을 품고

하늘에 가득한 별을 쳐다보리니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 김영사,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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