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16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다례茶禮를 올리는 밤의 높이
박산하
차 한 잔은
저쪽 강을 건넌 사람에게 건네는 연예편지다
삼십팔억 년 된 물을 끓여
사십억 년 된 흙을 구운 잔에
오천 년 된 찻잎을 우린다
차 한잔 합시다 하면
봄날, 산수유꽃 터지듯, 노란 물들 듯
종달새, 내 어깨 위를 치고 날아가듯
무거운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건너온다
몸 풀리는 소리, 가뿐하다
손바닥 안의 호수
굽어진 표정이 남아서
막힌 말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둣빛으로 물든 내장
화한 박하가 밀고 온다
박산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천년의시작, 2019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4 | [리멤버 구사부]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 정야 | 2020.07.20 | 1274 |
223 | [시인은 말한다] 1년 / 오은 | 정야 | 2020.01.13 | 1266 |
222 | [리멤버 구사부] 자기 설득 | 정야 | 2020.11.09 | 1265 |
221 | [시인은 말한다] 낯선 곳 / 고은 | 정야 | 2020.06.15 | 1262 |
220 | [시인은 말한다]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 정야 | 2020.11.30 | 1258 |
219 | [리멤버 구사부] 사람 사이의 관계는 천천히 흘러야 한다 | 정야 | 2017.10.04 | 1229 |
218 |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 / 필립 라킨 | 정야 | 2021.05.03 | 1225 |
217 | [리멤버 구사부] 숙련의 '멋' | 정야 | 2021.08.02 | 1223 |
216 | [시인은 말한다] 간절 / 이재무 | 정야 | 2021.03.08 | 1223 |
215 | [리멤버 구사부] 관계의 맛 | 정야 | 2020.10.26 | 1220 |
214 | [시인은 말한다] 따뜻한 외면 / 복효근 | 정야 | 2020.08.10 | 1217 |
213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1214 |
212 |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 정야 | 2019.02.25 | 1214 |
211 | [시인은 말한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 정야 | 2021.01.25 | 1211 |
210 | [시인은 말한다] 눈풀꽃 / 루이스 글릭 | 정야 | 2020.10.19 | 1208 |
209 | [리멤버 구사부] 필살기 법칙 | 정야 | 2021.08.16 | 1206 |
208 | [리멤버 구사부] 괜찮은 사람 되기 | 정야 | 2021.07.26 | 1204 |
207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1203 |
206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1202 |
205 | [시인은 말한다]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 박정대 | 정야 | 2020.07.27 | 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