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리멤버

구본형

  • 정야
  • 조회 수 102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6월 17일 02시 43분 등록



늙은 마르크스

 

   김광규

 

여보게 젊은 친구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네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논리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는 젊어

아직은 몰라도 되네

그러나 역사와 문학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깨달을 때쯤

자네는 고쳐 살 수

없는 나이에 이를지도 모르지

여보게 젊은 친구

머릿속의 이데올로기는

가슴속의 사랑이 될 수 없다네

우리의 주장이 서로 달라도

제각기 자기 몫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살고

죽어버리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우리는 죽어 과거가 되어도

역사는 언제나 현재로 남고

얽히고설킨 그때의 삶을

문학은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네

자기의 몸이 늙어가기 전에

여보게 젊은 친구

마음이 먼저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김광규 시선집『안개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2018

IP *.174.136.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시인은 말한다] 첫 꿈 / 빌리 콜린스 file 정야 2019.10.21 1053
183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의 역사가 file [3] 정야 2020.08.31 1052
182 [리멤버 구사부] 가장 전문가다운 전문가란 정야 2017.11.16 1052
181 [리멤버 구사부]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 file 정야 2020.12.07 1051
180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정야 2021.12.13 1049
179 [리멤버 구사부] 지금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정야 2021.05.24 1048
178 [리멤버 구사부] 나를 혁명하자 file 정야 2021.01.04 1048
177 [시인은 말한다] 푸픈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 배한봉 file 정야 2019.08.26 1044
176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정야 2022.01.03 1041
175 [시인은 말한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file 정야 2019.12.30 1041
174 [시인은 말한다] 잃는 것과 얻은 것 /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file 정야 2019.07.15 1041
173 [리멤버 구사부] 스스로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정야 2021.05.10 1037
172 [리멤버 구사부] 인생은 불공평하다 file 정야 2019.04.01 1033
171 [리멤버 구사부]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file 정야 2020.05.25 1026
» [시인은 말한다] 늙은 마르크스 / 김광규 정야 2019.06.17 1023
169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정야 2021.10.11 1023
168 [시인은 말한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정야 2021.03.22 1023
167 [시인은 말한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정야 2021.04.05 1020
166 [시인은 말한다] 수면 / 권혁웅 file 정야 2020.06.29 1019
165 [리멤버 구사부] 언제나 시작 file 정야 2020.07.06 1017